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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선택, 숙소가 여행의 품격을 바꾼다

Vancouver

2025.12.12 18:01 2025.12.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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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형 기자의 도쿄 Zoom-in] 도쿄 숙소, 취향 따라 고르기
포시즌스 호텔 도쿄 앳 오테마치 로비

포시즌스 호텔 도쿄 앳 오테마치 로비

 포시즌스 호텔 도쿄 앳 오테마치·하얏트 리젠시 도쿄·나인아워즈
 
단풍이 절정으로 물드는 이 시기, 도쿄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여행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도쿄는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부터 실용적인 중급 호텔, 독창적인 콘셉트의 캡슐호텔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여행 목적과 예산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대표적인 세 곳을 소개한다.
황궁 해자에서 영감을 받은 넓은 수공간

황궁 해자에서 영감을 받은 넓은 수공간

 
포시즌스 오테마치는 일본의 공간 미학을 가장 현대적으로 풀어낸 호텔 중 하나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오렌지빛 프레임은 일본 옻칠 상자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 면 뒤쪽에 일부러 칠하지 않은 흔적을 남겨 두었다. 얼핏 보면 완성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이는 완벽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다고 보는 일본의 미학인 ‘와비사비’와, 매일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삶의 태도를 뜻하는 ‘카이젠’ 철학을 녹여냈다.
 
39층 로비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황궁 해자에서 영감을 받은 넓은 수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공간은 호텔 상층부에서 황궁을 룩다운(look-down) 하듯 직접 내려다보지 않도록 시선을 한 번 걸러 주는, 일종의 예의 장치다. 일본 특유의 사려 깊은 미학을 건축적으로 구현한 셈이다. 로비와 라운지를 설계한 마이클 개티는 일본식 절제미 위에 유럽적 감성을 더해 포시즌스가 추구하는 ‘현지 문화를 천천히 소개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호텔은 복합빌딩 최상층부의 6개 층에 자리해 전 객실, 레스토랑, 스파에서 황궁 숲과 도쿄 도심을 동시에 바라보는 압도적인 전망을 제공한다. 특히 가을철 황궁 숲이 붉게 물들면 창밖으로 계절의 레이어가 겹겹이 펼쳐져 더욱 아름답다. 해질 무렵 조명이 켜진 스테인리스 스틸 마감의 수영장은 도시의 하늘과 수면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이색적인 풍경을 만든다.
포시즌스 호텔 도쿄 앳 오테마치 룸

포시즌스 호텔 도쿄 앳 오테마치 룸

아시아 50 베스트 바 - Virtu

아시아 50 베스트 바 - Virtu

미슐랭 1스타 파인 다이닝 ‘EST’에서 사케 스파클링 와인을 따르고 있다.

미슐랭 1스타 파인 다이닝 ‘EST’에서 사케 스파클링 와인을 따르고 있다.

 
포시즌스는 2022년 리브랜딩을 통해 전통적 럭셔리에서 현대적·감정적 럭셔리로 철학을 전환했다. 더 섬세한 상호작용을 더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는 서비스와 캐나다식 따뜻함 그리고 일본식 오모테나시가 결합된 새로운 감정적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 가을의 도쿄에서 자연과 도시, 절제와 현대적 감성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가장 완성도 높은 선택이다.
 리노베이션을 마친 하야트 리젠시 도쿄 로비

리노베이션을 마친 하야트 리젠시 도쿄 로비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세 개의 거대한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약 115,000개의 크리스털로 제작된 이 작품은 여덟 층 높이의 아트리움을 장식하며, 파노라마 엘리베이터 너머로 펼쳐지는 신주쿠 전망과 함께 호텔의 첫인상을 극적으로 완성한다.
 
1980년 일본 최초의 하얏트로 문을 연 이 호텔은 최근 약 700개 객실과 로비, 레스토랑을 아우르는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리뉴얼된 ‘1980 라운지 & 바’, ‘크로스로드 키친’, 20종 이상의 일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오드비’, 업그레이드된 리젠시 클럽 라운지 등 주요 공간은 신주쿠 특유의 에너지와 일본적 세련미를 현대적으로 담아냈다. 셰프 스테이션에서 샤오롱바오, 탄탄면, 비프 웰링턴, 아오모리 오리 요리를 즉석 제공하는 새로운 다이닝 콘셉트는 기존의 뷔페를 보다 역동적이고 고급스럽게 진화시켰다.
 하야트 리젠시 도쿄 디럭스 파크뷰 트윈 룸

하야트 리젠시 도쿄 디럭스 파크뷰 트윈 룸

객실은 신주쿠의 전통 염색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블루·그레이 톤 월 커버링, 오픈형 옷장, 쿼츠 스톤 바닥재, 최신 욕실 레이아웃 등으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도시 여행자를 위한 편안한 집’이라는 호텔의 목표가 공간에 잘 드러난다. 신주쿠역, 도쿄도청 전망대, 신오쿠보 등 인기 스폿으로의 이동이 쉬운 입지는 여전히 큰 장점이며, 무료 셔틀 서비스도 편리함을 더한다. 가을철 신주쿠 중앙공원이 단풍으로 물들면 호텔 주변 산책만으로도 도심 속 계절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편안함과 뛰어난 위치, 균형 잡힌 가성비를 모두 원하는 여행자에게 적합한 호텔이다. 
나인아워즈내부

나인아워즈내부

나인아워즈 외부

나인아워즈 외부

나인아워즈(Nine Hours) - 미니멀·가성비·슬립테크까지 갖춘 미래형 캡슐호텔
 
나인아워즈는 캡슐호텔 중에서도 디자인과 기능을 가장 세련되게 결합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 인테리어, 폭 106cm·길이 7피트 이상의 넓은 캡슐, 부드러운 조명, 프라이버시 커튼, USB 충전, 깔끔한 락커 시스템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여성 전용 지점(칸다·신주쿠)과 남성 전용 지점(신가와역)을 포함해 현재 도쿄에 총 8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나리타, 아카사카, 스이도바시, 하마마츠초, 닌교초 등은 남녀 공용으로 여행 동선에 맞춰 선택하기 편리하다.
나인아워즈 라운지 공간

나인아워즈 라운지 공간

나인아워즈 세면 샤워공간

나인아워즈 세면 샤워공간

요금대는 3,800엔부터 30,000엔까지 다양하지만, 청결도, 접근성, 가성비 면에서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수면 분석 서비스다. 일본 NTT데이터와 협업해 적외선 카메라, 마이크, 움직임 센서를 통해 뒤척임, 수면 시간, 호흡, 심박, 코골이 여부 등을 자동 측정하고 개인별 수면 리포트를 제공한다.
 
연구 협력에 동의한 투숙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Fitbit을 활용한 일상 수면 분석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디자인은 캡슐 내부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구성해 폐쇄감을 줄이고 안정감을 높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미래형 수면 포드에 가까운 분위기를 지녔지만, 캡슐 특성상 1인 전용 구조이므로 가족 단위 여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가성비, 프라이버시, 미래적 분위기, 색다른 숙박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훌륭한 선택지다.
 
도쿄의 가을은 여행자에게 다양한 방식의 도시 경험을 선사한다.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꿈꾸는지에 따라 이 세 곳은 전혀 다른 매력을 펼쳐 보일 것이다.

[도쿄]밴쿠버 중앙일보=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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