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공공 의료 시스템 내 산부인과 수술 대기 시간이 한계치에 다다르며 여성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수술실 배정의 후순위 밀림, 성별에 따른 의료 수가 불균형, 전문의 부족 등 고질적인 구조적 결함이 맞물리면서, 조기 발견 시 완치 가능한 암조차 말기로 진행되는 등 보건 의료 현장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방치되는 만성 통증과 암 위험… 시스템이 외면한 여성 환자들 현재 온타리오를 비롯한 캐나다 전역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상담을 받는 데만 평균 4.5개월이 소요되며, 수술까지는 최장 18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10년 전 대기 시간이 약 한 달 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심각하게 퇴보했다.
특히 폐경 후 출혈 등 암 전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조차 '선택적 수술(Elective Surgery)' 분류 체계에 묶여 적기 치료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오타와의 가정의 닐리 카플란-머스 박사는 "의료 지식이 있는 의사조차 시스템을 우회해야 겨우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며, 인맥이 없는 일반 환자들은
예방 가능한 단계의 암이 침윤성 암으로 악화되는 비극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별에 따른 수가 격차… "고환보다 가치 낮은 난소 수술"
산부인과 수술 대기난의 이면에는 성차별적인 의료 수가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 산부인과 학회(SOGC) 차기 회장 닉 레일랜드 박사는
"여성 대상 수술이 남성 대상의 유사 수술보다 최소 30%에서 많게는 50%까지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폭로했다.
대표적으로 난소 염전 수술은 고환 염전 수술보다 해부학적으로 더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서스캐처원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수가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제적 유인 부족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수술 기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수술 가능한 전문의 숫자를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수술실 배정의 불평등과 정형외과 편중 현상 병원 내 제한된 수술실 자원의 배분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수술 대기 명단 해소를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주요 타겟은 엉덩이 및 무릎 관절 수술(정형외과)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 수술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수술실 사용 시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술실 접근 권한이 축소되면서 수련의들이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지 못하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숙련된 수술 전문의 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토론토 일부 병원에서 수술 대기 통합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행정적 지원과 예산 재배정이 없는 한 한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여성 의료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정책적 결단 시급 캐나다 산부인과 의료의 현주소는 단순한 자원 부족이 아닌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한 시스템적 저평가를 보여준다. 수술 대기가 길어질수록 환자의 합병증 위험은 커지고, 경제 활동 중단에 따른 가계 부담은 가중된다.
정부는 정형외과 위주의 대기 시간 단축 정책에서 벗어나
산부인과 수술 수가 현실화 및 수술실 배정 우선순위 재조정에 나서야 한다. 여성의 건강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명과 직결된 기본권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