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캐나다 투자자들을 노린 암호화폐 사기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실제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 낸 AI 생성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피해자들은 사기임을 인지하기도 전에 평생 모은 자산을 잃고 있다.
“엘론 머스크가 말하길”… AI 영상이 만든 착각 W5 조사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마컴에 거주하는 51세 여성(가명 데니스)은 AI로 조작된 영상 하나를 본 뒤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해당 영상에는 Elon Musk가 등장해 소액 투자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범죄 조직이 만든 가짜 영상이었다.
데니스는 초기 소액 투자 후 ‘수익이 발생했다’는 조작된 화면과 문서를 전달받으며 점점 더 큰 금액을 송금했고, 결국 주택에 2차 모기지를 설정해 거액을 투자했다. 출금을 시도하자 추가 세금과 수수료를 요구받았고, 그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모두 잃었다. 최종 피해액은 약 170만 달러에 달했다.
유명 인물·방송까지 동원… ‘믿게 만드는’ 사기 구조
AI 사기는 특정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주 찰럿타운에 거주하는 남성 역시 Dragon’s Den이 암호화폐 투자를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접한 뒤 투자를 시작했다.
이 영상 역시 AI로 조작된 것이었고, 그는 수개월에 걸쳐 총 60만 달러를 잃었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출금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며 사기를 인지했다”고 말한다. 캐나다판 Dragon’s Den 측은 이미 자사 명의를 도용한 가짜 광고가 SNS에 유포되고 있다며 공식 경고를 게시한 상태다.
신고된 피해만 12억 달러…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 Canadian Anti-Fraud Centre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캐나다에서 보고된 투자 사기 피해액은 최소 12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AI 생성 영상이나 이미지와 연관돼 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센터 관계자는 “기술이 너무 정교해져 일반인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W5의 후속 보도에서는 이러한 사기의 상당수가 동남아시아에서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범죄자들 역시 강제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이 다뤄질 예정이다.
기술 발전보다 느린 보호 장치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와 인식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보다, 신뢰를 가장한 정보가 너무 쉽게 확산되는 환경이다.
암호화폐든 주식이든, ‘유명 인사가 직접 말한다’는 형식의 온라인 투자 제안은 이제 의심부터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AI 시대의 금융 범죄는 개인의 판단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만큼, 공공 차원의 대응과 교육이 함께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