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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뉴욕 가톨릭 수장 교체…티모시 돌런 추기경 퇴진

Los Angeles

2025.12.22 17:16 2025.12.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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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노선 힉스 주교 임명
미국 교회 지형 변화 평가
뉴욕 가톨릭 대교구 대주교인 티모시 돌런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 대표적인 보수파인 그의 교체는 가톨릭 지도부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뉴욕 가톨릭 대교구 대주교인 티모시 돌런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 대표적인 보수파인 그의 교체는 가톨릭 지도부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바티칸은 12일 교황 레오 14세가 뉴욕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뉴욕대교구 티모시 돌런 추기경을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던 돌런 추기경이 전면에서 물러나며 교회 지도부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대교구는 맨해튼과 브롱크스, 스태튼아일랜드를 비롯해 북쪽 7개 카운티에 걸쳐 296개 본당과 수백 개의 가톨릭 학교, 병원을 운영하는 거대 조직이다. 신자는 약 280만 명으로 미국 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당장은 성직자 성학대 피해자들과의 합의금 마련이라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 가톨릭 전문가인 데이비드 깁슨 포덤대 종교문화센터 소장은 "힉스 주교의 임명은 뉴욕뿐 아니라 미국 교회 전체에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돌런 추기경을 교체한 시점은 대교구가 약 3억 달러 이상의 성학대 합의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뉴욕대교구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약 1300명과 중재 절차에 들어갔다. 돌런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운영 예산 10% 삭감과 인력 감축,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돌런 추기경은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한 미국 가톨릭주교단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평가를 받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서 기도문을 낭독했으며 우파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를 '현대판 성 바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사교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돌런 추기경은 보수 성향 방송인 폭스 앤드 프렌즈에 자주 출연했고 위성 라디오 시리우스XM의 가톨릭 채널에서 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교황은 뉴욕대교구의 새 수장으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졸리엣 교구의 로널드 힉스 주교를 임명했다.  
 
깁슨 소장은 힉스 주교에 대해 "조용한 성품의 중서부 출신으로, 교황 프란치스코의 개혁 노선을 수용하며 분열된 교회 내부에서 폭넓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선종한 교황 프란치스코는 12년간 교회를 이끌며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려는 개혁을 추진했고 이는 일부 보수 성향 추기경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힉스 주교는 지난해 10월 졸리엣 교구의 약 52만 명의 신자에게 보낸 사목 서한에서 정치 문제나 교회 개혁을 언급하지 않고 기도 생활에 충실하고 신앙을 이웃과 나누는 데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바티칸 발표 몇 시간 뒤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힉스 주교는 영어 발언에 앞서 스페인어로 인사를 전했다. 58세인 그는 과거 중남미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언급하며 라틴계 공동체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힉스 주교는 또 미국 가톨릭주교회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강화 정책을 비판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경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국은 인간의 존엄과 상호 존중, 서로를 올바르게 대하는 가치를 지켜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힉스 주교는 2020년부터 일리노이주 졸리엣 교구를 이끌어 왔으며 교황 레오 14세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두 사람 모두 시카고 남부 교외 지역 출신이며 교황은 페루에서, 힉스 주교는 엘살바도르에서 선교 활동을 했다. 깁슨 소장은 "교황은 자신과 매우 닮은 일리노이 출신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교구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힉스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교황과 자신이 좋아하는 피자집마저 같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돌런 추기경은 2009년부터 대주교로 재직했으며 미국가톨릭주교회의 의장을 지냈다. 그는 교회법에 따라 75세가 되는 지난 2월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추기경은 일반적으로 80세까지 활동할 수 있지만 교구 수장은 75세에 의무적으로 사임을 밝혀야 한다.  
 
뉴욕대교구는 힉스 주교가 내년 2월 6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전까지는 돌런 추기경이 임시로 교구를 이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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