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버킷리스트 여행,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의 굉음·‘코끼리 천국’ 초베 국립공원 펭귄 서식지 품은 케이프타운의 상징, 테이블 마운틴 잠베지강 선다운 크루즈로 만나는 아프리카의 여유
유유히 흐르던 잠베지강 물줄기가 절벽 아래로 빅토리아 폭포가 수직 낙하하며 장관을 이룬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15분, 대륙의 공기를 가르며 빅토리아 폴스 공항에 닿는다.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KAZA 비자(1인당 50 US달러) 한장이면 된다. 작은 종이 한장이지만, 그 너머로 펼쳐지는 세계는 압도적이다.
리빙스톤을 지나 잠비아 쪽 빅토리아 폭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귀가 먼저 반응한다. 숲을 뚫고 밀려오는 굉음이 점점 커지다가 산책로 초입에서 폭발하듯 터진다. 아직 폭포는 보이지도 않는데, 이미 땅과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잠베지강은 이 지점에서 폭 약 1마일에 걸쳐 한꺼번에 끊긴다. 수면 위에서는 잔잔하던 강물이 가장자리에서 급격히 좁아지며 속도를 끌어올리고, 현무암 절벽 아래로 그대로 떨어진다. 낙차는 약 100m. 물은 부딪히는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튀어 오른 물기둥은 곧바로 안개가 되어 하늘로 치솟는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물보라는 얼굴과 옷을 세차게 때린다.
이제야 이름이 이해된다. 현지인들이 이 폭포를 ‘모시-오아-툰야(Mosi-Oa-Tunya)’, 곧 ‘천둥 치는 연기’라 부른 이유다. 천둥 같은 굉음과 연기처럼 솟구치는 물안개가 동시에 덮쳐오며, 폭포는 눈앞의 풍경이 아니라 몸을 포위하는 현상이 된다.
오후에는 잠베지강 위로 천천히 흘러가는 선다운 크루즈에 몸을 싣는다. 해가 잠베지강 수면 위로 천천히 내려앉는 시간, 강가의 풍경은 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하마는 반쯤 물에 몸을 담근 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코끼리 떼는 느릿한 걸음으로 물가에 모여든다.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다. 자연이 스스로 연출하는 장면 앞에서는 누구나 조용해진다.
초베 국립공원에서 코끼리 가족이 강을 건너는 모습. 사파리 보트로 가까이에서 야생을 관찰하는 대표적이다.
이튿날 아침, 아프리카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기 위해 보츠와나 국경을 넘는다. 목적지는 초베 국립공원. 초베는 ‘동물의 왕국’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사파리 명소다. 특히 초베강을 따라 진행되는 보트 사파리는 육상 사파리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코끼리와 하마, 악어, 다양한 조류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초베는 아프리카 최대 코끼리 서식지로 ‘코끼리 천국’이라 불릴 만큼 개체 수가 압도적이다. 고개를 돌리면 코끼리가 보일 정도로 자연과의 거리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가깝다.
다시 국경을 넘어 짐바브웨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빅토리아 폭포를 정면에서 맞이한다. 세계 3대 폭포 가운데서도 빅토리아 폭포의 규모와 위용이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가 이곳에서 분명해진다.
산책로를 따라 1번부터 16번까지 이어지는 뷰 포인트를 걷는 동안, 폭포는 한순간도 같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물줄기의 방향이 바뀌고,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특히 ‘나이프 엣지 브리지’에 들어서는 순간, 폭포는 더는 앞에 있던 풍경이 아니다. 물보라가 소나기처럼 위에서, 옆에서, 동시에 쏟아진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얼굴과 옷이 젖고, 바닥에서는 물이 튀어 오른다. 우비가 없으면 단숨에 흠뻑 젖기 십상이지만, 이 ‘빅토리아 샤워’야말로 폭포가 허락한 최고의 환대다. 그 혼란 속에서 문득 시야가 트이면, 물보라 사이로 선명한 무지개가 떠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운 거리.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비를 맞는다.
아프리카의 유럽으로 불리는 케이프타운 전경. 테이블마운틴이 도시를 감싸는 남아공의 대표적 풍경이다.
여정은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다음 목적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이다. 세렝게티,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아프리카 여행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도시다.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보급기지로 시작된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의 발상지이자 ‘마더 시티’로 불린다. 인종분리정책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넬슨 만델라 이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레인보우 시티’로 거듭났다.
테이블 마운틴은 케이프타운의 상징이다. 해발 1080m의 산정은 마치 칼로 잘라낸 듯 평평하다. 360도로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테이블베이와 시내, 멀리 로벤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시그널 힐에서는 케이프타운 시내와 테이블 마운틴을 함께 조망하며 도시의 모습을 한눈에 담는다.
볼더스 비치 아프리카펭귄들의 서식 풍경. 도시 가까이에서 야생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이색적이다.
도시의 전경을 위에서 훑은 뒤, 시선은 자연스럽게 남쪽 해안으로 내려간다. 케이프 반도 투어는 시몬스 타운을 거쳐 볼더스 비치로 이어진다. 이곳은 따뜻한 벵겔라 해류의 영향으로 형성된 아프리카 펭귄의 대표적인 서식지다. 볼더스 비치에는 약 2000마리 안팎의 아프리카 펭귄이 바위 사이와 모래사장을 오가며 살아간다. 남극의 펭귄과 달리 눈 위에 분홍빛 반점이 있고, 체구는 작지만 움직임은 민첩하다.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아 산책로 가까이까지 다가오기도 하고, 해변을 뒤뚱뒤뚱 걷다 바위 위에 올라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긴다. 이곳에서는 관람객이 펭귄을 쫓지 않고, 펭귄 역시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볼더스 비치가 특별한 이유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서단,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는 이 여행의 정점이다. ‘폭풍의 곶’에서 ‘희망의 곶’으로 이름이 바뀐 이곳에는 인류의 항해사와 개척자들의 용기와 욕망이 겹겹이 쌓여 있다. 푸니쿨라 트램을 타고 오른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눈부시게 거칠고, 동시에 묘하게 평온하다.
마지막으로 콘스탄시아 와이너리에서의 와인 테이스팅, 형형색색의 보캅마을, 그리고 세계 최초의 야외 식물원인 커스턴보쉬 식물원과 컴퍼니 가든을 거닐며 여정은 잔잔히 마무리된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그저 바라보는 여행지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먼저 말을 건다. 빅토리아 폭포의 굉음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흔들고, 초베의 물가는 시선을 낮추며 생명의 질서를 되새기게 한다. 케이프타운을 스치는 바람은 그 모든 장면을 가라앉히듯 생각을 맑게 씻어낸다. 그렇게 듣고, 맞고, 지나온 순간들이 겹치며, 아프리카의 심장 소리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여행자의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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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팁
‘US아주투어’는 매년 아프리카 투어를 운영해온 원조 여행사다. 2026년 2월 24일 출발하는 ‘아프리카 + UAE(두바이·아부다비) 16일’ 일정에는 아프리카 여정을 20회 이상 이끈 투어멘토 박평식 교수가 직접 동행하며, 아주 단독 팀으로만 운영된다. 일정은 길지만, 무리 없고, 숙소는 유럽 귀족들이 머물던 수준의 시설 위주로 구성됐다. 평생 한 번쯤 도전할 버킷리스트 여행을 찾고 있다면 주목할 만한 일정이다. 연말까지 특별가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