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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탈북동포 송년 행사, 그들의 꿈

Los Angeles

2025.12.28 17:00 2025.12.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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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재 사회부 부장

김형재 사회부 부장

최근 유튜브에 ‘북한이탈주민’, 탈북동포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이 늘고 있다. 사실 탈북동포 이야기는 기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지 오래다.
 
그래서일까. 탈북동포 삶과 이야기에 관심을 두려다 가도 ‘고정된 틀’에 빠지기 일쑤다. “김씨 일가가 지배하는 북한 정권의 탄압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자유 대한민국을 찾아 왔다”는 식의 이야기가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지곤 한다. 신원확인이 불분명한 일부 탈북동포는 각종 미디어와 강연을 통해 극단적 사례만 부각해 탈북동포 전체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탈북동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늘면서 순기능이 눈에 띈다. 이들 스스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 전달에 신경 쓰고, 북한과 남한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전하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탈북동포 유튜브 채널 중 이유미씨가 운영하는 ‘유미카’는 재미와 감동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유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고차 매매업을 홍보하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남한에서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던 홍보 채널은 어느 순간 구독자 70만 명, 단일 콘텐츠 조회 수 200만이란 호응까지 얻고 있다.
 
인기 비결은 탈북동포들이 전하는 삶과 이야기다. 유씨는 소식이 끊긴 동료를 잡으러 왔다가 전향한 남파공작원(간첩), 북한이 공들였던 인재 파리 국비유학생, 쪽배를 타고 서해로 귀순한 일가족, 북한 공군 출신 성공한 탈북 사업가, 중국에 새댁으로 팔려 갔던 북한 여군, 휴전선을 넘어 남한에 정착한 북한 군인, 북한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탈북한 탈북 목사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씨와 탈북 동포들이 나누는 삶과 깨달음을 듣던 이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돼 고맙다는 댓글을 남긴다. 좌와 우를 떠나 탈북동포에게 선입견을 지녔던 본인을 반성한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로 일하다 지난 2023년 11월 가족과 탈북해 세상을 놀라게 한 이일규 참사도 유미카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한다. 2년째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유 참사는 행복이란 정의를 “가족과 함께 웃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탈북동포들의 탈북 결심은 먹고 살기 위한 생존, 내 자녀에게 북한 주민의 삶을 대물림할 수 없다는 부모의 절박한 마음, 북한이라는 체제에 대한 염증 때문”이라며 남한에 정착한 3만5000명 탈북동포의 삶과 고민을 단편적으로 재단하지 말고 너른 마음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LA한인타운에서는 재미탈북자지원회(로베르토 홍) 주최 ‘2025 재미 탈북자 환영 송년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등 미국에 자리잡은 탈북동포 가족 70여 명이 참석했다.
 
박모(61)씨는 33년 전 남한으로 탈북해 2003년 남가주에 터를 잡았다. 그는 “내가 미국까지 온 이유는 우리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꿈을 키우게 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환갑이 되니 고향과 형제도 생각난다. 가끔은 다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복잡한 심경도 밝혔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동포 커뮤니티도 20여 년 이민역사를 써가고 있다. 이들 역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고군분투한다. 일부는 자리를 잡았고, 일부는 미국 정착에 실패했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
 
탈북동포의 사연과 애환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온 한인과 비슷하다. 재미탈북자지원회 단체사진 속 아기들과 청소년들 모습은 해맑다. 한인사회가 탈북동포와 미국에서 자라는 차세대를 더 살갑게 응원하면 좋겠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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