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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진 지갑 탓에 기부도 줄였다

Los Angeles

2025.12.29 19:57 2025.12.2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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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고물가에 소득은 제자리
10명 중 3명 ”계획 없어“
자선단체들 운영난 호소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올해 연말 기부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과 소득 정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기부 여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공공문제연구센터 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올해 기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 지난 1년 사이 기부 활동에 1회 이상 참여했던 응답자 가운데서도 단 18%만이 “연말에 한 번 더 기부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기부 의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다.
 
NORC 측은 연말 시즌에 기부 활동이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결과는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기부 감소의 배경에는 팍팍해진 가계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NORC 측은 소득 증가 둔화와 높은 물가로 인해 기부 여력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1월 LA 지역 대형 산불을 비롯해 각종 자연재해가 잇따르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늘었지만, 기부자들로서는 지갑을 열 여유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기관은 “기부자 숫자 자체가 최근 수년간 감소해 왔다”고 밝혔다.
 
한인 단체들도 기부 활동 위축을 체감하고 있다.
 
LA 지역에서 노숙자 무료 급식 사역을 하고 있는 ‘아버지 밥상교회’의 무디 고 목사는 “무료 급식과 사역은 100% 기부로 운영되는데, 올해 기부금이 지난해보다 약 30% 줄었다”며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부자들 사이에서도 여유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 목사는 “돈이 있어도 미래가 걱정되다 보니 기부를 더 망설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고 목사는 또 “불법 체류자 단속 등으로 한인타운과 다운타운 일터가 줄어들면서 상권이 위축됐고, 이는 곧 커뮤니티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졌다”며 “경제가 위축되면 기부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자바선교회의 김영규 회장도 “다른 해에 비해 올해는 여러 교회와 비영리단체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라며 “물가가 워낙 비싸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본인들 생활도 빠듯해 남을 도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문의해 올 정도”라며 “기부를 기반으로 한 행사나 활동도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계산대에서 잔돈으로 소액을 기부하는 이른바 ‘라운드업(round-up) 기부’는 상대적으로 활발했다. 성인 5명 중 2명은 “마켓 등에서 계산 시 동전 올림이나 소액 기부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기부 심리가 위축되자 비영리단체들은 기부 독려에 나서고 있다.
 
전국자선신탁단(National Philanthropic Trust)은 “매년 전체 기부금의 약 30%가 연말인 12월에 집중된다”며 “기부자들에게 편지 등을 보내며 마지막까지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연말 대표 기부 캠페인인 ‘기빙 튜스데이(Giving Tuesday)’의 열기도 예년보다 약해졌다. 기빙 튜스데이는 매년 추수감사절 이후 첫 번째 화요일에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나눔의 날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에 구매 경험이 있는 성인은 절반에 달했지만, 기빙 튜스데이에 기부했다고 답한 비율은 10명 중 1명에 그쳤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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