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보다 실익 택한 연방 정부 대수술·공무원 1만 6천 명 감축 탄소세 폐지·감원 카드 뽑은 카니 총리, 경제 성장 골든타임 승부수 실용주의 카니 총리, 트럼프와 무역 전면전·재정 적자 정면 돌파
출처=@MarkJCarney/X
마크 카니 총리가 취임 후 첫 신년을 맞아 전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대폭 수정한 국정 운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사임 이후 자유당의 지휘봉을 잡고 지난 4월 선거에서 승리한 카니 총리는 공영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재정 건전성 확보와 실용주의적 기후 정책, 대미 무역 질서 재편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2026년을 캐나다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국내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혁파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기후 정책에서 나타났다. 과거 기후 행동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카니 총리는 취임 첫날 소비자 탄소세를 중단한 데 이어 전기차 판매 강제 명령과 유가스 배출 상한제 등 전임 정부의 핵심 규제들을 잇달아 유예했다. 카니 총리는 "나는 여전히 기후 변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걱정하는 사람이다"라며 변절 비판을 일축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규제를 만들고 무엇을 금지하느냐가 아니라 실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 변화로 캐나다의 온실가스 감축 전망치는 2005년 대비 21%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만, 카니 총리는 전임 정부의 계획이 실천력 없는 규제 일변도였다고 지적했다.
대외 관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담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니 총리는 취임 직후 디지털 서비스세를 철회하고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취소하는 등 유화책을 펴왔다. 그는 "캐나다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CUSMA) 체제 내에서 다른 국가들이 누리지 못하는 예외 조항들을 확보했다"라며 자신의 무역 성과를 방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트뤼도 전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항상 개선의 여지는 있다"라고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또한 중국을 캐나다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도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무역 마찰을 해결할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등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780억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부문 대수술도 예고됐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인들은 도전과 희생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향후 3년간 연방 공무원 1만 6,000명을 감축하고 전체 공공부문 규모를 10% 축소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와 함께 외부 컨설팅 지출을 20% 줄여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캐나다 치과 보험, 보육 서비스 등 서민 삶과 직결된 핵심 복지는 유지해 민생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당이 하원 다수 의석 확보를 눈앞에 두며 국정 동력을 얻고 있다. 보수당 의원들의 연이은 탈당과 합류로 다수당 지위까지 단 한 석만을 남겨둔 상태다. 카니 총리는 야권의 밀실 거래 비판에 대해 "의원들이 국가의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구호가 아닌 행동을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의회와의 협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카니 총리는 2026년 대미 무역 협상과 더불어 국내 경제 발전을 촉진할 국가 이익 프로젝트를 최우선으로 승인하는 중점 프로젝트 법안 추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총리직을 수행하며 느낀 소감에 대해 그는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놀랐다"라며 "이 중요한 시기에 총리직을 맡게 된 것은 영광이며, 임기 동안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라는 의지를 나타냈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카니 정부의 국정 대전환은 단순한 행정 변화를 넘어 캐나다 경제의 생존 전략을 다시 짜는 과정이다. 1만 6,000명의 공무원 감축은 정부 조직의 슬림화를 의미하며 향후 인허가 절차나 민원 처리 등 행정 서비스의 속도와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중점 프로젝트 법안이 통과되면 경제 파급 효과가 큰 대규모 사업들이 우선 승인 대상이 되므로 관련 업계나 투자자들은 신설되는 프로젝트 사무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탄소세 폐지와 규제 유예로 인해 에너지 비용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 국제 환경 기준 변화에 따른 수출 경쟁력 변수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780억 달러의 적자 상황에서 서민 복지는 유지된다는 방침이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후속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