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만 고집하던 인앤아웃 버거가 77년의 경영철학을 꺾었다. 지난달 10일 동부에서 처음으로 테네시주 중부도시 레바논·머프리스보로·앤티오크에 3개 매장을 차례로 냈다. 향후 테네시 전역에 점포수를 3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 주말인 3일 오후 2시쯤 찾은 앤티오크 지점은 문을 연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입장 대기 중인 고객 30여명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주문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반. 야외 30석 실내 70석으로 총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매장은 미시시피, 플로리다, 아칸소 등 남부 곳곳에서 온 주민들과 75명의 매장 직원이 뒤섞여 혼잡했다. I-40 주간고속도로 진입로와 불과 0.1마일 떨어진 이곳은 개장 당일 수천명 인파가 몰리며 고속도로 정체까지 빚어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패스트푸드 체인 방문 고객 만족도의 핵심, 낮은 가격이다. 테네시는 캘리포니아보다 메뉴당 평균 36센트 가량 저렴하다. 대표 메뉴 더블더블 버거 단품은 5.70달러로 서부 일부 지점(6.35달러)보다 65센트 싸다. 인앤아웃은 신선도와 품질 유지를 위해 자체 유통센터에서 식자재를 하루 안에 공수할 수 있는 곳에만 매장을 내는 원칙을 고수하는데, 테네시 매장은 지난 2011년 문을 연 텍사스주 매장 인근 육가공 공장에서 식자재를 배송받고 있다.
린지 스나이더 인앤아웃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테네시주 진출 배경엔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2025년 기준 테네시 법인세율은 6.5%로 캘리포니아(8.84%)보다 약 2%p 낮다. 캘리포니아에서 13.3%에 달하는 소득세는 테네시에서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포브스는 “스나이더 CEO뿐 아니라 테네시 사무실에서 일하는 주요 고액 연봉자들이 연봉, 주식 매각, 배당 소득에 대해서 높은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 고용에 대한 규제도 적어 경영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 실제 신희정 테네시 주정부 한국사무소 대표는 “테네시에 진출한 한국계 회사가 제품 원료로 유독성 물질인 황산을 사용해 노동자 불안과 환경오염 우려를 낳은 바 있는데, 당시 반대 시위에 참여한 이들 중 테네시 주민은 거의 없었다”며 “대부분이 서부 환경단체 회원들일 정도로 환경규제 인식이 다르다”고 밝혔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지역에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인앤아웃은 매장당 평균 100명의 직원을 고용하는데, 35개 매장을 개장하면 테네시 전역에 3500명 일자리를 창출하는 셈이다. 올해 1억2550만달러를 들여 새로 설립할 동부 사무소는 277명을 고용한다. 웬만한 중소 제조업체 투자액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 여파로 저소득층 및 중산층 구매력이 위축되면서 고객수가 크게 줄어든 패스트푸드 업계는 사업 지역 확장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앤티오크 지점 한 종업원은 “방문객 대부분이 인앤아웃 브랜드에 친숙한 사람들이지만 생애 첫 방문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스나이더 CEO는 “텍사스~테네시를 잇는 유통 경로에 포함된 지역에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