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 미술관(LACMA·LA County Museum of Art)에서 2009년 6월28일 개막, 3개월간 열렸던 한국현대미술가 12인전은 대단한 전시였다.
‘당신의 밝은 미래(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이 전시회에는 당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던 한국 미술가 12명의 대형 설치미술품 30여점이 전시, 미국 미술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주목했다.
이 전시를 이끈 큐레이터 린 젤레반스키는 한국미술 특유의 열정과 끼를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당시 참가 작가의 연령을 1957년에서 1972년 사이에 태어난 중년(37~52세)으로 제한해 이 역시 화제였다.
전시회를 수차례 대서특필 소개한 LA 타임스는 ‘삶에서 가장 열정적 창작기에 있는 작가들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만의 독특한 폭발적이고 당찬 매력을 보여주려는 큐레이터의 밉지 않은 연령제한’이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참가 작가는 구정아, 김범, 김수자, 김홍석, 박이소, 박주연, 서도호, 양혜규, 임민욱, 장영혜 중공업, 전준호, 최정화다. 국제화단에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던 작가들로 이들은 현재 거의 대가 반열에 올라 있다.
이 전시는 LACMA가 휴스턴 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였는데 두 뮤지엄이 거의 5년여를 준비하며 심혈을 기울였던 만큼 전시작품은 대단한 걸작으로 관람객이 엄청나게 많았고 매스컴도 호평 일색이었다.
신문사 문화기자로 활동하던 당시를 돌아보면 이 전시회를 취재하고 관계자와 작가를 인터뷰하면서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아직도 그때의 신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자랑스러움의 무게가 좀 더 컸던 것은 이 전시회가 미국 대형 미술관에서 화려하게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 우리 한인의 자화자찬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타문화권의 열정으로 이뤄진 성취였기 때문이었다.
전시회의 태동만 해도 당시 휴스턴 미술관 관장이었던 피터 마지오의 한국 방문에서 시작됐다. 코리아 파운데이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의 전통과 예술에 매료됐고 휴스턴 미술관에서 반드시 한국미술전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한국학 관계자와 한국미술 전문가를 불러모아 회의를 열었는데 그때 참가했던 한국미술 전문가 중 한 명이 바로 LACMA의 아시아 미술담당이며 한국통이었던 키스 윌슨이었다.
키스 윌슨의 회의내용을 보고받은 당시 LACMA 수장, 앤드리아 리치 관장이 큰 박수로 호응하면서 이 전시회가 LACMA와 휴스턴 미술관의 공동 기획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이 전시 이후 미국내 한국미술의 위상은 확실히 크게 높아졌다고 확신한다.
새해의 새봄. 다시 한번 한국문화가 자랑스럽게 소개될 근사한 행사가 계획돼 있어 가슴 두근대며 기다린다. 오는 3월10일 LA필하모닉과 LA현대미술관(MOCA)이 공동으로 한국의 윤이상 작곡가(1917~1995)의 음악(Double Concerto for Oboe, Harp and Small Orchestra)과 양혜규의 설치미술을 감상하는 이색 행사를 마련한다.
양혜규씨는 17년 전 LACMA의 ‘당신의 밝은 미래’ 전시회에 참가해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을 드높였던 주인공이다. 이번엔 자신처럼 독일에서 작품 생활을 했던 윤이상 대선배의 예술혼에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설치미술품 ‘윤이상과의 운명적 만남(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을 MOCA에 전시한다.
행사는 그랜드 애비뉴의 MOCA에서 오후 5시부터 양혜규 작품을 감상한 후 바로 길 건너 위치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오후 8시부터 열리는 윤이상 콘서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콘서트 지휘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얼이다.
특별히 이번 행사 역시 한국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타문화권의 열정으로 성사된 행사라 더욱 기대되고 기쁘다. MOCA의 양혜규 전시는 힐렌버그 패밀리 재단 후원, LA 필 음악회는 린다와 데이비드 샤힌의 후원으로 열린다. 이들의 재정 후원으로 이번 행사 참가는 예약하면 무료다. 예약은 ‘LAPhil.com’을 통해 할 수 있다.
한국 혼이 담긴 예술을 호흡하며 그 자랑스러움을 뜨겁게 느낄 수 있는 행사는 흔치 않다. 꼭 참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