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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파편화를 넘어서

Los Angeles

2026.01.06 17:56 2026.01.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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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 논설실 기자

조원희 / 논설실 기자

연말연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기다리던 것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의 라인업 발표다. 코첼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고 매년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악 팬으로서 항상 동경을 해왔고 10여년 전 취재로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경험은 여전히 황홀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헤드라이너였던 래퍼 켄드릭 라마가 화려하게 등장할 때 10여만 명의 관객이 모두 목이 터지라 환호성을 지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모두가 같은 음악을 기다리고, 같은 이름에 반응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를 지나오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제 음악 팬들은 코첼라 라인업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라인업에 슈퍼스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혹자는 요즘 가수들의 실력이 떨어졌다고 보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문제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구조다. 스타가 ‘모두에게’ 스타로 인식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부터 달라졌다. 과거에는 음반을 사거나 스트리밍을 하더라도 무엇을 들을지 고르는 시간이 있었다. 음악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추천해주는 일도 많았다. 차트에 오른 음악이면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선택 자체를 알고리즘에 맡긴다. 추천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취향은 지극히 개인화된다. 그 결과 ‘대세’라는 개념은 희미해졌다. 모두가 알고, 모두가 이야기하는 음악은 점점 사라진다. 공유되는 취향이 줄어들면서, 문화는 파편화된다.
 
이 변화는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 대부분의 영역이 비슷한 흐름을 따른다. 사회적 의제 역시 그렇다. 극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 이상, 모두가 동시에 토론에 뛰어드는 일은 드물어졌다. 모두가 이야기하게 되는 의제의 수는 줄어들었다. 언론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각자가 서로 다른 채널,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통해 정보를 접하면서 ‘아젠다 세팅’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때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서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했던 것이 미국의 언론이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 언론을 신뢰한다고 말한 시민의 비율은 70%를 넘겼다. 하지만 이제 이런 위세는 역사 속 장면처럼 느껴진다. 2020년대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언론 신뢰도는 40% 밑으로 추락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통의 화제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서로 소통할 기회를 잃어간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세계 안에 머무를수록 의견은 강화되고, 타인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양극화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이유를 미디어 환경에서 찾는 시각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편화는 다양성을 키우는 동시에, 고립을 낳는다.
 
아이러니한 지점도 있다. 언론은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 역할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파편화된 정보 사이에서 맥락을 연결하고, 사실을 검증하며,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기능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중요해졌다.  
 
2026년에는 정론직필의 언론이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한다 생각하는 이유다.  모두를 하나로 묶던 시대는 지나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흩어진 조각들 사이에서 공통의 언어를 다시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지금 언론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조원희 / 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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