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풋볼팬들은 모처럼만의 플레이오프에 열광하고 있다. 그것도 베어스의 영원한 숙적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승부다. 두 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으니 팬들의 갈망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베어스는 패커스와 함께 미프로풋볼(NFL)의 가장 오래된 팀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패커스에 한참 뒤져 있다. 현재 베어스가 속한 내셔널풋볼컨퍼런스 북부지구서 우승을 차지한 적은 지난 2018년. 올해 모처럼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니 7년만에 경사를 맞았다. 그 전에는 2010년일 정도로 지구 우승은 베어스에 힘든 목표였다. 2010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도 단 세 차례 지구 우승을 차지할 동안 패커스는 지구 우승을 휩쓸었다. 같은 기간 동안 패커스는 수퍼보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베어스는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6년 시즌 수퍼보울에 진출한 이후 베어스는 수퍼보울은 커녕 플레이오프와도 인연이 멀었다. 그만큼 베어스의 암흑기는 길었다. 이 기간 동안 숱한 감독이 베어스에 왔다가 곧 사라졌다.
그랬던 베어스가 올해 달라졌다. 벤 존슨 감독이 부임한 첫해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팀 성적이 개선됐고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져갔다. 지난해 5승 12패였던 팀 성적이 올해 11승 6패로 좋아졌다. 2년생 쿼터백인 칼렙 윌리엄스는 보다 안정된 기량으로 결정적인 패스를 성공시키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특히 러싱 공격은 리그 수준급으로 디안드레 스위프트와 카일 모나가이 듀오의 파괴력이 강력해졌다. 패커스와의 올해 전적만 놓고 봐도 1승1패다. 원정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가로채기를 허용하면서 동점 기회를 날렸지만 지난달 20일 솔저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동점에 성공하더니 연장전에서는 장거리 패스를 성공시키며 짜릿한 역전승을 기록했다. 사실 이 경기는 경기 막판까지 크게 뒤지며 패색이 짙었으나 성공 확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온사이드 킥을 성공시키면서 베어스가 경기를 뒤집었다.
사실 베어스는 지난해 패커스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하면서 만년 열세였던 전적을 어느 정도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2년 연속 상대 전적 1승1패를 거두면서 이전 애론 로저스가 패커스 소속일 때 처참했던 상대 전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올해 패커스와의 플레이오프전이 더욱 기대된다.
베어스가 올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존슨 감독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올해 39세인 존슨 감독은 지난해까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공격 코치로 있다가 올해 베어스에 합류했다. 30대 감독인만큼 그가 선수들과 허물없이 대하는 모습은 이전 베어스 감독들과 사뭇 달랐다. 특히 승리가 확정된 이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하는 연설은 일품이다. ‘오늘 승리가 전부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다음 경기가 있고 다음 대결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연설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전매특허인 베어스 구호는 이제 팀 단결의 주요한 장치가 됐다. 존슨 감독의 구호는 ‘Good, better, best. Never let it rest. Til your good becomes your better and your better becomes your best’로 되어 있다. 경기에 승리하고 나서도 발전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이 구호는 존슨 감독이 다니던 고등학교 풋볼팀 코치가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베어스 라커룸에서 나온 이 구호야말로 현재 베어스 팀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내용도 이 구호와 닮아 있다. 20일 패커스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올해 베어스는 경기 내내 힘든 경기를 하다가도 막판에 뒤집는 저력을 보여 왔다. 경기 종료 고작 몇분 사이에 역전을 하거나 상대 필드골을 블로킹 하면서 짜릿한 승리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베어스 팬들이 더 흥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기 결과와는 다른 차원이지만 베어스 구단은 현재 새 구장을 물색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솔저필드는 시카고 시청 소유로 구단이 구장을 맘껏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규모도 작아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용 인원을 확보하고 있으니 보다 최신 시설을 갖춘 큰 규모의 경기장을 찾고 싶은 구단의 입장은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주정부가 새 구장 건축에 적극 나서지 않자 인디애나주 개리 인근을 후보지로 물색하면서 시카고가 아닌 지역에 홈 구장을 건설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베어스 팬들 입장에서는 여간 서운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베어스는 오랜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요즘 NFL 플레이오프는 각 컨퍼런스에서 7팀이 올라가는데 1번 시드팀은 첫번째 라운드인 와일드카드전을 건너뛴다. 나머지 6개팀이 와일드 카드전을 펼치고 여기서 승리한 팀간에 디비전 시리즈, 디비전 시리즈 승자가 컨퍼런스 챔피언전을 갖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최종 2팀이 수퍼보울에서 격돌하는 방식이다.
베어스는 올해 내셔널풋볼컨퍼런스 2번 시드를 받았다. 와일드 카드전도 솔저필드에서 갖고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맞게 되는 디비전 시리즈 역시 홈에서 갖게 된다. 적어도 첫 2경기에서는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베어스와 패커스간 플레이오프전은 10일 오후 7시에 시작하며 폭스TV(채널 32)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생중계된다. 이번 경기도 베어스 팬들이 패커스를 상징하는 치즈를 갈아내는 슈레더를 머리에 쓰고 환호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