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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구해주세요"…6살 힌드의 마지막 외침

Los Angeles

2026.01.07 18:33 2026.01.0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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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드 라잡의 목소리]
한 아이의 실제 통화 녹음 기반 다큐드라마
군사 공격 사망, 통계 아닌 이름 있었음 상기
베니스국제영화제서 24분 기립 박수 이어져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작 선정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2024년 가자지구에서 군사 공격 후 차 안에 갇힌 6살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그린 가슴 아픈 다큐드라마다. [Willa]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2024년 가자지구에서 군사 공격 후 차 안에 갇힌 6살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그린 가슴 아픈 다큐드라마다. [Willa]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사실과 기록, 증언을 중심에 둔다. 허구적 서사보다 실제 세계의 파편을 모아 관객 앞에 제시하는 형식이다.  
 
반면 드라마는 대본과 연기를 통해 현실을 닮은 이야기를 구성한다. ‘다큐드라마’는 이 둘의 경계에 선다. 실제 사건과 기록을 토대로 하되,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재연을 통해 감정적 몰입을 끌어낸다. 사실의 전달과 감정의 환기를 동시에 노리는 이 형식은 언제나 윤리적 질문을 동반한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는 바로 그 경계 위에 놓인 영화다. 이 영화는 전쟁, 폭력, 난민, 구조 실패라는 거대한 문제를 다루지만, 접근 방식은 극도로 개인적이다.
 
2024년 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조대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발신자는 여섯 살 소녀 힌드 라잡이다. 가족과 함께 피난하던 중 군사 공격을 받은 차 안에서, 힌드는 홀로 살아남아 구조를 요청한다. 영화는 이 전화 통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화면은 대부분 제한된 공간에 머물고, 관객이 듣는 것은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다.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
 
이 짧은 문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증언이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장면은 따로 연출된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목소리 그 자체다. 과장된 음악이나 자극적인 편집은 필요하지 않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힌드의 불안에 찬 목소리, 그 자체로 충분히 잔혹하고, 충분히 압도적이다.
 
구조대는 즉각 출동을 시도하지만 군사 통제와 이동 허가, 안전 문제라는 관료적 장벽에 가로막힌다. 구조 센터 내부에서는 책임과 한계, 분노와 무력감이 뒤엉킨 대화가 오간다.  
 
전쟁 상황에서 구조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마비되는지, 그리고 그 지연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준다. 결국 구급차는 출동하지만, 현장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연락이 끊겨 버린다. 이후 구조대 차량과 힌드가 갇혀 있던 차량 모두 폭격으로 파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2월 10일, 군이 철수한 뒤에야 시신이 수습된다.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단순한 비극 재현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이 죽음을 우연이나 불운으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 아이의 죽음을 반복되는 구조 실패와 체계적 폭력의 결과로 제시한다.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2024년 가자지구에서 군사 공격 후 차 안에 갇힌 6살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그린 가슴 아픈 다큐드라마다. [Willa]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2024년 가자지구에서 군사 공격 후 차 안에 갇힌 6살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그린 가슴 아픈 다큐드라마다. [Willa]

실제 통화 녹음을 중심에 둔 선택은 이 작품을 허구가 아닌 '증언'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 군사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종종 숫자와 통계로만 남지만, 이 영화는 그들에게도 이름과 목소리가 있었음을 집요하게 상기시킨다. 개인의 비극은 그렇게 공동체 전체의 비극으로 확장된다.
 
이 영화는 관객을 안전한 영역에 두지 않는다. 죽음에 직면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지켜보며, 그들이 처했던,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 결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사건은 가자지구에 일어난 일이지만, 영화는 또 다른 힌드 라잡이 세상 어디에든, 심지어 미국에도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보편성은 이 영화를 특정 지역의 비극을 넘어선 이야기로 만든다.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도 인상적이다. 와이드스크린 화면 안에서 대부분 단일 장소에 가까운 공간을 활용하는 연출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분노와 공감, 그리고 완전한 무력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밀도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극단적인 비극을 재연하는 방식이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가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아이의 죽음을 영화로 재현하는 행위가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고, 그 고통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위험 때문이다. 또한 감정적 충격이 지나치게 강해 관객에게 사유의 여지를 충분히 남기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분노와 적나라함은 강력한 효과를 낳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영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녹음과 배우의 연기를 함께 보는 경험은 관객을 전쟁의 참상과 감정적으로 씨름하게 하기보다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구조의 실패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이끈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질문을 제기하며, 이 작품의 의미가 단순한 감정 자극에 머물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지금 이 시점에서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의 연출과 힌드 라잡 어머니의 동의라는 맥락 속에서, 이 작품은 인간성의 가장 좋은 모습과 가장 나쁜 모습을 동시에 응시한다.  
 
작고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가자지구를 넘어, 세상 어디에서든 반복될 수 있는 인간 비극의 규모를 드러내는 면밀한 접근은 결국 강력하고 파괴적인 도움의 외침으로 확장된다.
 
2025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계열 영화 가운데 평단의 집중된 주목을 받았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Willa]

2025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계열 영화 가운데 평단의 집중된 주목을 받았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Willa]

베니스 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약 24분간 이어진 기립박수는 이 작품이 불러일으킨 정서적 반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계열 영화 가운데 평단의 집중된 주목을 받았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 지명 역시 유력하다. 튀니지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출품작으로 현재 쇼트리스트에 올라 있다.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한 편의 비극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폭력을 기억하게 하는 증언으로 남을 때, 영화는 비로소 존재 이유를 지닌다. 영화는 그 목소리를 관객에게 건네고, 어떤 해석도 덧붙이지 않은 채 물러선다. 의미 없이 죽임을 당한 한 아이의 마지막 흔적을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외침’으로 전환하며 폭력과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호소한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단순한 동정을 넘어 책임과 연대를 요구한다.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영화이기 이전에, 인류사의 비극을 기록하고 기억하게 하는 매개에 가깝다. 다큐드라마라는 형식을 통해 영화가 어디까지 사회적 증언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증언의 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묻는다.
 
전쟁으로 인해 침묵 당한 목소리에 대한 무력감과 우리가 사는 암울한 세계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힘! 영화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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