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는 단거리 달리기를 좋아했고, 기계체조를 취미로 하던 소녀였다. 또래 관계도 원만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딸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드는 것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나가며 들여다보면, 화면 속에는 주로 음악이나 무용 영상이 흘러나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3년 전 가족이 LA로 이사 오기 전, 뉴욕에 살던 시절부터 코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성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남성은 코코에게 다정하게 접근하며, 마치 ‘큰 오빠(Big Brother)’ 같은 존재로 자신을 포장했다고 한다.
17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 이주를 앞둔 어느 날 코코는 집 근처에서 그 남성을 만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다. 그가 건넨 펜타닐(Fentanyl) 때문이었다. 펜타닐은 일반 마약성 진통제보다 수십 배에서 백 배 이상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다.
올해 12월 초, 미국의학협회 공식 학술지(JAMA)에는 ‘소셜미디어 사용과 청소년 인지 능력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 샌프란시스코 의대 소아과·정신과 연구진이 9~11세 학생 6554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남학생이 51.1%, 여학생이 49.9%로 성비는 거의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하루 평균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째,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룹(57.6%)이다. 이들은 2년 뒤인 13세가 되었을 때도 하루 평균 20분(0.3시간) 정도만 사용했다. 둘째, 9세 때는 사용량이 적었지만 13세에 하루 평균 1.3시간으로 늘어난 그룹이다. 셋째, 9세 때는 낮은 수준이었으나 13세에는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는 ‘급증 그룹’이다.
13세 시점에서 인지 능력 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 모두 첫 번째 그룹에 비해 학습·집중·기억 능력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수면 장애를 우선 지목했다. 뇌 발달과 학습에 필수적인 수면 시간이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침해됐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가설은 잦은 결석, 과제 미이행, 수업 집중력 저하가 누적되며 감정 조절 능력까지 떨어졌을 가능성이었다.
필자는 한국인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인식 개선을 목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3년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소셜미디어의 긍정적 기능도 경험해왔다.
하지만 틱톡은 사용해본 적이 없어, 휴대전화로 사용법을 검색해봤다. 화면에는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올리면 오른쪽 상단의 종 모양을 누르라”는 설명이 이어졌고, “답변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 “너지(nudge)나 알람이 올 수 있으니 기다리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그 설명 아래로는 ‘Best (un)dressed’라는 광고와 함께, 거의 벗다시피 한 젊은 모델의 브라와 언더웨어 사진이 클로즈업되어 반복 노출됐다.
열세 살 아이가 이런 화면을 마주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잠을 잘 수 있을까. 할머니 나이인 필자가 보아도 머리가 아찔해졌다. 코코의 이야기를 전한 LA타임스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거대 테크 기업들이 밀집한 캘리포니아가 어린이들을 이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2024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13~17세 청소년의 약 절반이 소셜미디어를 “거의 계속해서” 사용한다고 답했다. 열 명 중 아홉은 유튜브를 이용하고, 여섯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며, 55%는 스냅챗을 쓴다.
캘리포니아주가 아동·청소년 소셜미디어 사용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자, 메타·구글·틱톡 등은 이미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강력한 규제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코코의 어머니는 말했다. 딸이 생명을 잃기 훨씬 이전부터, 밝고 사랑스러웠던 코코는 이미 소셜미디어에 중독돼 있었고 좋아하던 운동과 취미에서 멀어졌다고. 상담사의 권유로 온라인 사용 시간을 제한하자, 모녀 간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시작됐고 관계는 점점 무너졌다.
“아이들이 자기 방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이 미디어들은 약탈자가 돼서 아이들의 침실로 들어오고 있어요. 마치 현관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듯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