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문화와 인종분포, 학부모들의 경제력과 교육, 사회적 수준은 다양하다. 필자가 일했던 공립학교는 학부모들이 대체로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연방정부 보조금인 타이틀 원(Title 1)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주정부의 기본적인 예산 지원 외에는 부스터 클럽인 ‘3가 학교 학부모 후원회(Friends of Third)’를 통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부모들이 열심히 도네이션 등을 통해 학교를 도와준 덕분이었다. 학부모 가운데는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지만 공립학교를 선택한 분들도 많았다. 본인이 우리 학교 졸업생이거나 학생의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동문이라는 이유였다. 특히 유대인 학부모들이 이런 경우가 많았다. 책읽기와 작문, 수학 등 기초 실력은 우수한 공립학교에서 다지고 중·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률이 높은 명문 사립학교로 보낸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필자는 공립 초등학교 교장이었지만 사립 중학교에 진학하는 졸업생이 많았기에 사립학교 시스템에 대해서도 나름 연구를 했다. 공립과 사립학교 교장들이 만나는 모임이 매년 2차례 있는데 서로 배우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사립학교는 학교마다 원서 마감일이 다르지만 1월 중순 전후가 많다. 은퇴한 요즘도 교육상담을 해준 학생들로부터 교육전문가(Educational Consultant)로서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교사는 추천서에 학생의 아카데믹 능력, 소셜 스킬, 리더십, 창조성, 봉사정신 등을, 교장은 학생의 가족이 학교에 얼마나 공헌하는지를 주로 쓴다. 사립학교에 지원하려면 우선 ‘Parent Authorization for Release of School Records form’, 즉 학생에 관한 모든 자료, 이를테면 학생평가(student evaluations), 성적표(report cards), 표준학력고사 결과(all standardized test scores) 등을 지원하는 학교로 보낼 수 있도록 재학중인 학교의 오피스에 제출해야 한다. 사립중·고등학교 입학시험인 ISEE(Independent School Entrance Exam) 또는 SSAT(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 점수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교장 추천서에는 학생의 학업성적과 행동, 신뢰성, 배려심, 친구들과의 관계, 출석률(1년에 10일 이상 결석은 설명이 요구됨), 행동 문제로 인한 훈육 여부 등을 적어야 한다. 왜 추천하는지 반 페이지 정도 적으라고 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생을 원하기 때문이다. 추천서에 요구되는 가족 관련 정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학교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지 ▶학교 행사에 학부모가 참석하는지 ▶학교 규칙을 잘 따르는지 ▶교직원과 학교 책임자(교장, 교감)와는 잘 협조하는지 ▶학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지 ▶자녀의 교육에 참여하는지 ▶학생에 대한 부모의 기대감 등이다. 또한 학생의 가족을 얼마나 오랫동안 알고 있는지, 공부를 잘할 잠재성이 있는지, 인격과 개인능력의 평가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평소에 학교와 커뮤니티에 얼굴도 보이지 않던 학부모가 갑자기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면 별로 쓸 내용이 없다. 학교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학교에 불평만 하고 학교 발전에 기여할 생각은 하지 않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학교를 돕기 위해 어떤 자원봉사 기회가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학부모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수지 오 / 교육학 박사·교육컨설턴트오픈 업 사립학교 추천서 공립과 사립학교 사립학교 시스템 명문 사립학교
2026.02.03. 18:35
1970~1980년대 심각한 사회 변동을 겪으면서 발틱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서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약 10년 가까이 감소했다. 원인을 추적한 결과, 자살 인구의 급증 때문이었다. 자살자의 90% 이상이 남성이었고, 특히 리투아니아는 한때 세계 최고 자살률 국가로 기록됐다.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역 곳곳에 정신과 외래 진료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자살률은 줄지 않았고, 치료소를 찾은 환자의 80~90%는 여성이었다. 정작 위험군인 남성들은 상담실을 외면했고, 결국 상당수 시설은 문을 닫았다. 이 실패는 중요한 사실을 드러냈다. 남성들은 ‘도움을 청하는 장소’를 기피했다. 이후 공장과 회사 사무실, 스포츠 클럽, 노조 회의장, 교회 등 남성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에 상담사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접근이 바뀌었다. 가족이나 친구가 자연스럽게 남성을 데려오는 구조였다. 1991년 세계보건기구 조사에서도 같은 양상이 확인됐다.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우울증 진단이 많았지만, 정치·사회적 격변을 겪은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진단 비율이 낮았다. 이 지역 남성들은 우울함 대신 분노를 폭발시키며 폭음과 폭력, 도박, 과도한 운동으로 감정을 분출했다. 정신과 치료는 회피했고,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중독으로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자살 시도자 상당수가 극단적 선택 이전에 가정 주치의를 찾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1994년부터 1차 진료 의사들에게 ‘남성형 우울증’을 진단하는 교육을 실시했고, 특히 고트랜드 섬의 주치의들에게 집중 교육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활용된 것이 ‘고트랜드 남성 우울증 척도(Gotland Scale for Male Depression)’였다. 이 설문은 전통적인 우울 증상뿐 아니라 신경질, 분노, 알코올·약물 사용 등 남성에게 흔한 ‘가면 우울증’을 평가하도록 설계돼, 주치의나 내과 의사도 남성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했다. 필자가 리투아니아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몇 해 전 미국 의대생용 정신과 교과서에서 “과거에는 리투아니아가 세계 최고 자살률 국가였지만, 최근에는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문장을 읽었기 때문이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연간 자살자 수를 의미한다. 미국은 자살률이 12에서 14로 오르자 즉각적인 예방 캠페인을 벌였고, 중·고교 학생증에 ‘988’ 위기 전화번호를 인쇄해 많은 생명을 구조했다. 반면 자살률이 미국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한국은 어떤 예방 전략을 갖고 있는지 묻게 된다.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는 ‘수잔 정 마음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와 상담에 대해 질문했고, 그 과정에서 필자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질문은 하나였다. 리투아니아는 어떻게 ‘자살 왕국’에서 벗어났고, 한국도 그 경험을 참고할 수는 없는가였다. 2024년 개정판으로 출간된 Oxford Textbook of Suicidology and Suicide Prevention을 통해 몇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한국 역시 알코올 사용 장애가 광범위하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불신과 회피가 우울증을 개인의 약점으로 방치하며 자살 위험을 키우고 있다. 가족력이 수치와 금기로 남아 파괴적 문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울한 남성의 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 전체를 신체적·정신적 학대에 노출시키고, 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고 성장한다. 자살은 그렇게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수십 년 이어진 한국의 음주 문화와 성 불평등, 극심한 빈부 격차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울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시민의식과, 극단적 선택 직전의 순간을 포착해 치료로 연결하는 주치의들의 역할이 쌓인다면, 한국의 자살률도 언젠가는 분명히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우울 분노 우울증 진단 자살률 국가 지역 남성들
2026.01.22. 19:17
코코는 단거리 달리기를 좋아했고, 기계체조를 취미로 하던 소녀였다. 또래 관계도 원만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딸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드는 것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나가며 들여다보면, 화면 속에는 주로 음악이나 무용 영상이 흘러나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3년 전 가족이 LA로 이사 오기 전, 뉴욕에 살던 시절부터 코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성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남성은 코코에게 다정하게 접근하며, 마치 ‘큰 오빠(Big Brother)’ 같은 존재로 자신을 포장했다고 한다. 17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 이주를 앞둔 어느 날 코코는 집 근처에서 그 남성을 만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다. 그가 건넨 펜타닐(Fentanyl) 때문이었다. 펜타닐은 일반 마약성 진통제보다 수십 배에서 백 배 이상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다. 올해 12월 초, 미국의학협회 공식 학술지(JAMA)에는 ‘소셜미디어 사용과 청소년 인지 능력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 샌프란시스코 의대 소아과·정신과 연구진이 9~11세 학생 6554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남학생이 51.1%, 여학생이 49.9%로 성비는 거의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하루 평균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째,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룹(57.6%)이다. 이들은 2년 뒤인 13세가 되었을 때도 하루 평균 20분(0.3시간) 정도만 사용했다. 둘째, 9세 때는 사용량이 적었지만 13세에 하루 평균 1.3시간으로 늘어난 그룹이다. 셋째, 9세 때는 낮은 수준이었으나 13세에는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는 ‘급증 그룹’이다. 13세 시점에서 인지 능력 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 모두 첫 번째 그룹에 비해 학습·집중·기억 능력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수면 장애를 우선 지목했다. 뇌 발달과 학습에 필수적인 수면 시간이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침해됐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가설은 잦은 결석, 과제 미이행, 수업 집중력 저하가 누적되며 감정 조절 능력까지 떨어졌을 가능성이었다. 필자는 한국인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인식 개선을 목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3년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소셜미디어의 긍정적 기능도 경험해왔다. 하지만 틱톡은 사용해본 적이 없어, 휴대전화로 사용법을 검색해봤다. 화면에는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올리면 오른쪽 상단의 종 모양을 누르라”는 설명이 이어졌고, “답변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 “너지(nudge)나 알람이 올 수 있으니 기다리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그 설명 아래로는 ‘Best (un)dressed’라는 광고와 함께, 거의 벗다시피 한 젊은 모델의 브라와 언더웨어 사진이 클로즈업되어 반복 노출됐다. 열세 살 아이가 이런 화면을 마주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잠을 잘 수 있을까. 할머니 나이인 필자가 보아도 머리가 아찔해졌다. 코코의 이야기를 전한 LA타임스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거대 테크 기업들이 밀집한 캘리포니아가 어린이들을 이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2024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13~17세 청소년의 약 절반이 소셜미디어를 “거의 계속해서” 사용한다고 답했다. 열 명 중 아홉은 유튜브를 이용하고, 여섯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며, 55%는 스냅챗을 쓴다. 캘리포니아주가 아동·청소년 소셜미디어 사용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자, 메타·구글·틱톡 등은 이미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강력한 규제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코코의 어머니는 말했다. 딸이 생명을 잃기 훨씬 이전부터, 밝고 사랑스러웠던 코코는 이미 소셜미디어에 중독돼 있었고 좋아하던 운동과 취미에서 멀어졌다고. 상담사의 권유로 온라인 사용 시간을 제한하자, 모녀 간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시작됐고 관계는 점점 무너졌다. “아이들이 자기 방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이 미디어들은 약탈자가 돼서 아이들의 침실로 들어오고 있어요. 마치 현관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듯이 말이에요.”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약탈자 침실 소셜미디어 사용 소셜미디어 계정 사용 시간
2026.01.08. 19:57
요즘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눈다. 단순한 질문을 넘어서, 외로움과 불안을 털어놓는 이들도 늘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AI가 ‘나를 판단하지 않는 친구’이고, 어떤 이에게는 ‘언제나 곁에 있는 상담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관계 속에서 회복되는 존재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관계를 피하고, 대신 기계와 대화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계는 나를 비난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언제나 내 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전함’은 진짜 위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서로에게 다가갈 용기를 잃게 하는 달콤한 독이다. 나는 때때로 사람들이 “AI는 나를 더 잘 이해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 말은 맞는 듯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이해란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관계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진짜 이해는 누군가의 눈빛을 마주하고, 망설이며 말을 꺼내고, 서로의 침묵을 견디는 가운데 일어난다. 그런 이해는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흉내 낼 수 없다. 기계는 인간의 언어를 배웠지만, 인간의 마음을 배운 적은 없다. 우리가 AI에게 위로받는 순간은 잠시일 뿐이다. 진짜 회복은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 기계는 언제나 차가운 회로 속에서 우리 말을 되돌려줄 뿐, 손을 잡아주거나 눈을 마주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경계심만이 아니다. 우리 각자가 다시 사람에게로 향하려는 결심이다. 불완전한 대화, 서툰 위로, 어색한 침묵이라도 괜찮다. 그 안에서만 마음은 다시 살아난다. 사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읽은 글은 챗GPT가 쓴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매일 너와 대화를 나누고 상담을 한다는데, 과연 AI인 네가 상담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칼럼 형식으로 써줘”라는 나의 프롬프트에 대한 AI의 답변이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자신이 잘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한계까지 놀라울 정도로 알고 있다. ‘자신’이나 ‘알고 있다’는 말도 맞는 말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방하도록 학습시켜 만든 알고리즘이고 소프트웨어일 뿐이니, 사람처럼 무엇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너무나 사람과 흡사하게 반응을 하다 보니 자꾸 사람처럼 생각해 인공지능과 감정까지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AI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은 너무 정확하다. ‘진짜 회복은 결국 사람에게서’ 올 수밖에 없으니, ‘다시 사람에게로 향하라’고, ‘불완전한 대화, 서툰 위로, 어색한 침묵이라도 괜찮다’며, 자신을 ‘인간이 서로에게 다가갈 용기를 잃게 하는 달콤한 독’이라고까지 자신의 한계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낮은 짧아지고, 날씨는 점점 추워진다. 자꾸 자신 속으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계절이다. 이 시기만 되면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기분 저하, 무기력, 흥미 감소, 과수면 (많이 자도 피로함),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에 대한 식욕과 체중 증가, 집중력 저하,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생활의 위축이 그 증상이다. 그럴수록 집을 박차고 나오자! 던킨이나 스벅으로 친구 하나 불러, 펌킨 스파이스 커피라도 마시자! 내 앞에 앉은 사람의 체온이, 눈길이, 그 따뜻한 시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선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넘기게 해 줄 것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오픈 업 칼럼 체온 칼럼 체온 칼럼 형식 마음 한구석
2025.12.03. 19:22
“당신이 자꾸 어린 시절에 살던 집을 찾아가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된 것들을 옳게 고쳐보고 싶어서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 대화는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25년 동안 그의 치료를 맡았던 정신과 의사 마이어스 박사 사이에서 오간 말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아버지와 살던 집을 반복적으로 찾아가던 스프링스틴의 무의식적 행동을 두고 나눈 대화다. 몇 달 전, 스프링스틴은 타임지 표지에 ‘The Boss’라는 제목과 함께 실렸다. 올해 76세인 그는 21장의 앨범을 냈고, 그래미·오스카·토니상을 포함해 미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까지 수십 개의 상을 받은 인물이다. 반세기에 걸친 음악 활동 동안 1억50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했고, 최근 연주 투어에서는 무려 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1980년대 ‘Born in the USA’ 투어를 능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삶을 영화로 제작하는 데 동의했다. 과거에는 강하게 반대하던 일이었다. 영화 ‘Springsteen: Deliver Me From Nowhere’는 그가 30대에 접어들며 처음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결국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게 되는 순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프링스틴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일자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떠돌이 공장 노동자였다. 택시 운전사, 교도관 등 여러 일을 전전했고, 분노를 폭발시키고는 긴 침묵에 빠지곤 했다. 아내와 세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특히 아들 브루스에게는 더 가혹했다. 밤마다 맥주와 담배를 들고 앉아 있던 아버지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사람은 법률비서로 일한 어머니 ‘아델’이었다. 스프링스틴은 “내 음악 중 따뜻한 건 모두 어머니에게서 왔고, 황폐한 음악은 모두 아버지에게서 나왔다”고 회고한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하층 노동자인 아버지가 정신과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그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정신과를 방문했고, 조울증과 조현병을 동시에 가진 ‘조현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Nebraska’ 음반을 발표한 직후, 스프링스틴은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매니저 란다우가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권유하면서 치료가 시작됐다. 마이어스 박사와 첫 상담에서 스프링스틴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집도 없고, 파트너도 없고, 일 말고는 다른 삶이란 게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좋습니다.” 이후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사랑을 노래할 수 있게 됐다. ‘Walk Like A Man’은 소년이 모래 위에 찍힌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결혼식장에서 신랑으로 서 있는 장면으로 끝나는 곡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은유한 작품이었다. 첫아이가 태어난 날, 아버지는 먼길을 운전해 LA로 그를 찾아왔다. “너는 우리에게 잘해줬는데, 나는 너에게 잘해준 게 하나도 없구나.” 그 고백은 스프링스틴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는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당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스프링스틴은 기타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이틀이 있습니다. 하루는 제가 처음 기타를 잡았던 날, 또 다른 날은 그 기타를 내려놓는 법을 배운 날입니다. 기타는 처음엔 제 치료제였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구였죠. 하지만 지금은 제 음악을 되돌아보게 하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하루 세 시간 연습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21시간은 내려놓아야죠.” 기자가 물었다. “지금도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나요?” 그는 잠시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이상하게도 지금도 그 집 근처를 운전하며 지나가곤 해요.” 영화 ‘Springsteen: Deliver Me From Nowhere’는 지난 10월 24일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록큰롤 가수 록큰롤 가수 직후 스프링스틴 가수 브루스
2025.11.27. 18:00
11월은 감사의 달이자 ‘네이티브 아메리칸 헤리티지의 달(Native American Heritage Month)’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이름에는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원주민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남가주의 바닷가 도시 말리부(Malibu)에는 츄마쉬(Chumash)족이 살았으며,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코행가(Cahuenga), 칼라바서스(Calabasas), 쿠카몽가(Cucamonga), 모롱고(Morongo), 오하이(Ojai), 파코이마(Pacoima), 패서디나(Pasadena), 피스모(Pismo), 테미큘라(Temecula), 요세미티(Yosemite) 등은 모두 네이티브 아메리칸 언어에서 유래했다. 가주의 도시와 거리 이름에는 스페인어, 영어, 그리고 원주민 언어가 함께 녹아 있어 이 땅의 다층적인 역사를 조용히 전하고 있다. 감사에 관한 명언을 떠올려보면 더욱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사하는 마음보다 더 명예로운 일은 없다”는 말처럼, 감사는 인간이 지닌 가장 고귀한 감정이다. 또 “추수감사절은 오직 미국인만의 순수한 명절이다”는 표현은, 이 명절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나는 여러 명절 가운데서도 추수감사절을 가장 좋아한다. 11월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축복을 되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교육전문가로, 칼럼니스트로 분주히 지내다 보면 늘 시간에 쫓기지만, 이 시기만큼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무엇에 감사하고 있는가.”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배우고, 가르치고, 나눌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한다. 또, 다른 교육자들과 교류하고 책을 읽고, 학회와 콘퍼런스에 참석하면서 새로운 교육 연구와 흐름을 배울 수 있는 기회에도 감사한다. 좋은 책을 만날 때도 감사한다. 책은 나에게 세상을 넓히는 창이자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신적 치유며 내 삶의 에너지원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My November Guest(나의 11월의 손님)’는 11월의 정취를 담담히 그려낸다. 시인은 쓸쓸함조차도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며, 비와 낙엽이 스며든 회색빛 계절을 사랑한다. 시의 도입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My sorrow, when she is here with me,/ Thinks these dark days of autumn rain/Are beautiful as days can be…(나의 슬픔이 나와 함께 있을 때면/ 이 음울한 가을비의 날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 말한다…) 시인의 시선은 11월의 풍경과 닮았다. 낙엽이 떨어지고 하늘이 낮아지는 계절, 사람들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가올 시간을 준비한다. 어쩌면 이 계절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다시 희망을 품기에 가장 어울리는 때인지도 모른다. 11월, 감사와 성찰의 달.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이 땅의 역사에 잠시 고개 숙여보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사의 시작이다. 수지 오 / 교육학박사·교육전문가오픈 업 감사 네이티브 아메리칸 원주민 언어 회색빛 계절
2025.11.20. 18:49
행복한 노년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필자는 어머니 이야기를 해드린다. 몇 년 전에 92세로 세상을 떠나신 필자의 어머니는 “죽으면 썩을 몸, 아껴서 뭐하니?”를 생의 원칙으로 삼으셨다. 갓 돌이 지난 필자를 품에 안고서 남한으로 피난을 오실 때, 육로는 북한 병사들의 감시가 심해서 바다로 오셔야 했단다. 칠흑같이 캄캄한 밤에 작은 배에 오르자, 선주가 한마디를 던졌다. “그 애가 울기 시작하면 우리 모두가 죽게 되니, 아이를 바다에 던지시오.” 19세의 어머니가 한 살짜리 내게 어떤 말을 하셨는지, 어떻게 마음의 안정을 주셨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인천에 무사히 도착했다. 피난지 남한에서 아버지가 말단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우리 가족은 2년마다 이사 다녔다. 그래도 어머니가 힘드시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어 본적이 없다. 오히려 가난 속에서도 양식이 떨어진 먼 친척을 위해서 무거운 쌀자루를 머리에 이고서 산동네에 가셔서 도와드렸다는 이야기를 어린 시절에 여러 번 들었었다. 인천에서 초등학교를 시작한 후, 2학년이 되어 이사 간 목포의 산꼭대기 집에서는 유달산의 진달래 꽃이 잘 보였다. 우리보다 더 위 쪽에 사시던 아주머니는 자주 우리 집에 오셔서, 나랑 동생 인숙이를 돌보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자상하게 도와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으셨단다. 생활에 지쳐 있던 어머니는 그 아주머니를 따라서라면 세상 끝까지도 가시고 싶었단다. 드디어 그 친절한 아주머니를 따라서 간 곳은 작은 교회당이었고, 어머니는 그곳에서 들었던 찬송가의 울림에 큰 감동을 느끼셨다고 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성경, 로마서 8장에 쓰인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는 구절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으셨다. 남동생이 교통 사고를 당했을 때나, 아버지가 갑자기 직장을 잃었을 때에도 어머니는 이 모든 일들이 결국은 선을 이루는 데에 일익을 하리라고 믿으셨다. 필자가 의과 대학 공부로 피곤할 때에도 옆방에서 어머니가 TV를 보시며 웃는 소리가 들리면, 편안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평양에서 멀지 않은 ‘개천’에서, 어머니는 유복녀로 태어나셨다. 외할머니는 남편이 남기고 간 많은 빚을 갚느라 바쁘셔서 홍역에 걸린 막내 딸을 열심히 돌볼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홍역의 합병증으로 얻은 기관지염과 천식 때문에 어머니는 일생을 고생하셨다. 미국으로 모셔온 후 폐 기능 검사를 한 결과는 심각했다. 정상인의 약 50~60%의 폐기능만이 남아 있었고, 왼쪽 허파의 거의 반은 전혀 기능을 못하는 캄캄한 동굴 같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어머니는 늘 미소를 지으셨다. 이러한 건강 상태에도 어머니가 총명한 정신을 유지하시며, 구십 이세가 되도록 사셨던 비결을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로 본다. 먼저, 끊임없는 몸의 움직임 또는 활동이다. 딸이 정신대에 끌려갈 것을 두려워하신 할머니가 17세에 서둘러 시킨 결혼, 이듬해에 태어난 필자를 비롯한 네 명의 자녀를 길러내셨다. 까다로운 남편과 육십 여년을 살아가시며, 어머니는 ‘죽으면 썩을 몸’으로 열심히,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셨다. 공무원 생활을 계획 없이 끝낸 후, 실의에 빠져 있던 아버지가 건축업을 시작한 것은 스코필드 박사님의 강력한 권고와 장학금 덕분이었다. 내가 연세대 의과 대학에 입학한 후다. 새집이 팔릴 때마다 어머니는 이사 짐을 싸야 했다. 반년 만에 부모님은 스코필드 박사님의 장학금을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급우가 나 대신 받도록 하였다. 쉬임없이 일하신 어머니의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라는 사명 때문이었으리라. 또 다른 비결은 넓고 아름다운 인간 관계라고 본다. 손자의 친구들이 전화를 하면, 일본 유학을 한 아버지는 당황해서 전화를 어머니에게 건네셨다. 이북에서 6학년 교육을 마치신 어머니는 손자를 대하듯 따뜻한 태도로 그들과 이야기를 하셨다. 그것은 아마 아기가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사랑을 표하는 몸짓이나, 언어였을 것이다. 사랑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문법이나, 새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으셨다. 노인 아파트에서 사시면서 한국인, 외국인에 상관없이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셔서 장례식은 유엔 총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조문객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기도와 명상을 그치지 않으신 것도 비결이다. 카이저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필자는 당직 날 새벽 두세 시에 응급실로 불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마약을 한 젊은이가 정신 이상을 일으켜서 오거나, 조울증 환자가 분노에 휩싸여서 주먹으로 창문을 부수다가 동맥 파열로 응급실로 오는 경우, 애인이 배반했다며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급 차로 실려 오는 경우 등등 이런 밤이면, 필자는 어머니의 기도의 힘을 믿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생명을 오래 지켜준 큰 힘은 그녀의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소망이 가득한 삶의 태도였다고, 필자는 믿는다. 저 높은 곳에서 여전히 미소 짓고 계실 어머니에게 깊은 사랑과 존경을 보내 드린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스코필드 박사님 공무원 생활
2025.10.30. 18:39
최근 심리학계와 의학계에 가장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이슈가 있다면,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에게 자폐증으로 널리 알려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유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일 것이다.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 발표에 학계는 반발했으며, 타이레놀 제약사 켄뷰(Kenvue)는 즉각 이의를 제기하는 성명을 냈다. 물론 가장 큰 충격과 혼란을 경험한 그룹은 이 약을 먹어온 임산부들이었음은 분명하다. 학계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일관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하버드대에서 발표한 논문은 기존의 46개 연구를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 발달 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s)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뿐 아니라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및 그 외의 발달 장애들이 포함된 연구다. 결과에 따르면, 27건의 연구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9건은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음을, 4건은 부정적 연관성(보호 효과)을 나타냈다. 이 연구만 보면, 임산부의 타이레놀 복용은 금지되는 것이 맞다.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아주 작은 가능성조차 차단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산부에게 타이레놀보다 안전한 해열진통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학계의 권고다. 의사들은 타이레놀의 위험 가능성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복용을 거부하면, 고열로 인해 임산부 및 태아에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결국, 이 문제는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결론이 날 때까지 임산부의 선택과 결정으로 남겨지는 듯하다. 수십 년간 진행되온 연구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며, 학자들은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설명할 뿐이다. 유전적 요인과 생물학적 뇌 발달의 이상, 특히 특정 유전자 변이나 뇌 구조·기능의 차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임신 기간에 태아의 뇌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인(흡연, 음주, 특정 약물 등)이 그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고, 특정 신경 단백질의 이상, 뇌 아연 부족, 장내 세균총 불균형이 원인에 포함되기도 한다. 환경 호르몬이나 미세 플라스틱 노출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모두 가설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는 아이들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데이터는 미국의 전체 8세 아동의 3.2%에 해당하는 31명당 1명꼴의 아이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며, 이는 지난 20년간 300%의 증가, 2년마다 10~20%의 증가율이라 보고한다. 다만, 학자들은 이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폭넓은 정의와 조기 진단 프로그램의 활용이 이 증가의 한 축을 설명한다면, 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향상하고, 부모나 교사들이 자폐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해당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는 아이들은 증가하고, 그 원인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해답은 없다.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치료법의 개발도 요원하다.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급한 발언이 아니라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과 격려 및 과학적인 연구에 근거한 신중한 접근이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오픈 업 spectrum disorder 자폐 스펙트럼 autism spectrum 타이레놀 복용
2025.10.23. 19:35
최근 한인 사회에서 가장이 배우자와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다시 불거졌다.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며, 필자는 문득 모든 한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상수도에 리튬을 풀고 싶은 극단적인 처방까지 생각하게 된다. 리튬이 함유된 물을 마신 지역 주민들의 자살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여러 연구 보고서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인 자녀를 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한인 아버지들의 모습에서, 인간 대 인간의 존엄한 경계성을 존중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낡은 가치관을 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은 전 세계 사망 원인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15~29세 연령층에서는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은 사망 원인이 자살이다. 개별 사례를 들여다보면 자살로 이르는 길에는 공통된 병력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 알코올·약물 사용장애,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섭식장애, 반사회적·경계성 인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과적 진단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 심각한 학대 경험이 있거나, 고령의 독신 노인·과도한 음주자·이민자·폭력 노출자 등은 위험도가 특히 높다. 주목할 점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사회적 능력이 낮은 젊은이나 여성 노인이 자살 위험군인 반면, 선진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 남성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온 힘을 다해 사회적 지위를 얻었지만 외로움과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더 이상 적응할 능력을 잃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은 믿을 만한 친구나 종교인과 대화하며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언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인지 상태로 끌어올려 스스로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 이때 음주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알코올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마비시킨다. ‘재판관’과 같은 역할을 하던 전두엽이 무력화되면, 인간은 감정뇌에 지배당하는 ‘포유동물’로 전락하고 만다. 대부분의 자살은 결국 개인 또는 가족 문제에서 비롯된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감(Helplessness),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는 무력감(Hopelessness)을 느끼는 순간, 많은 이들이 병원을 찾아 불면증, 두통 등을 호소한다. 이때 환자를 잘 아는 의사나 상담사가 “최근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이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자살 시도자 대부분이 사망 몇 달 전 병원을 찾았던 기록이 있다. 누군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말을 막으려 하거나 심각성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필요하다. 아픈 마음을 듣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 가능하다면 빨리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도록 도와야 한다.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을 경우, 남은 가족, 친구, 치료사 등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극단적 시도자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자살 유가족(suicide survivors)’을 위한 지원도 필수적이다. 애도 과정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과도한 죄책감이나 수치심, 타인에 대한 비난을 완화하는 지원은 또 다른 비극을 막는 중요한 안전망이다. 한 명의 자살 사건 이면에는 27건의 자살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희망 신호 자살 위험군인 사회적 능력 극단적 선택
2025.10.01. 19:35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학습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한국어 교육은 이 뜨거운 열풍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 오랜 기간 미국 교육 현장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로서, 이제는 주입식 문법 교육을 넘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 해법의 중심에 바로 ‘5C’가 있다. 5C는 미국외국어교사협회(ACTFL)가 제시하는 교육 모델로, 의사소통(Communication), 문화(Cultures), 연관성(Connections), 비교(Comparisons), 공동체(Communities)를 의미한다. 특히 이 중에서 의사소통과 문화는 한국어 교실을 더욱 역동적이고 깊이 있게 하는 두 개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이제는 문법을 암기하고 단어를 외우는 시대를 넘어, 살아있는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ACTFL은 의사소통 능력을 세 가지 입체적인 방식으로 분류한다. 첫째, ‘상호적 의사소통(Interpersonal)’은 학생 간의 즉각적인 상호작용이다. ‘내 소개하기’, ‘가족 소개하기’와 같이 짝과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언어의 순발력과 유창성을 기르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둘째, ‘해석적 의사소통(Interpretive)’은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다. 가족사진을 보며 전체 학생들 앞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한국 요리 레시피를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텍스트와 이미지에 담긴 뜻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발표형 의사소통(Presentational)’은 준비된 내용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으로, 언어 능숙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행사에 부스를 마련해 직접 프로그램을 알리는 활동은 실질적인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로 평가받는다. 이런 활동은 학생들을 단순한 지식 수용자에서 벗어나, 언어를 사용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 주체로 성장시킨다. 한국어 교육에서 문화는 더 이상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주재료다.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고 할 때, 흔히 음식이나 전통 의상 같은 ‘물질적 문화’에만 머무르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문학, 미술, 음악 등 한국인의 가치관과 철학(가치관적 문화), 독특한 가족 관계와 사회 구조(사회적 문화),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자연환경적 문화)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접근이 필수적이다. 물론 제한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이 모든 영역을 다루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K드라마 속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한국 사회를 엿보게 하고, K팝 가사에 담긴 시대정신을 함께 토론하는 수업을 상상해 보라. 학생들이 자신의 문화와 한국 문화를 비교하며 발표할 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이 된다. K-콘텐츠의 성공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세계와의 ‘소통’과 문화적 ‘교감’의 결과였다. 우리의 한국어 교육 역시 5C라는 나침반을 들고 살아있는 소통의 장으로 나아갈 때, 제2, 제3의 BTS를 키워내는 진정한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지 오 / 교육학박사·교육전문가오픈 업 한국어 컬처 한국어 교육 한국어 교실 의사소통 능력
2025.09.15. 19:03
지난 8월 마지막 주, 필자는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가수 7명의 LA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멕시코 크루즈 선상 특별 공연이 기획되었단다. 한국 가요계 최초의 시도라 모두 흥분된 상태라고 했다. 필자는 이 항해에 동행하게 됐다. 주최 측으로부터 온 갑작스러운 요청 때문이었다. 7명의 가수중 한명이 ‘밀실 공포증’과 ‘고소 공포증’을 겪고 있으며,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 정신과 의사의 동행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알린 가수의 용기, 그리고 그를 돕기 위해 전문가를 동행시키려는 주최 측의 책임감에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40~50대 세 자녀들은 걱정을 쏟아냈다. “엄마는 오십 여년 간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시면서, 한 번도 법적 문제에 부딪힌 적이 없었는데, 아무런 공식적인 계약도 없이 5일간을 환자와 같은 배에 동행하는 것은 위험해요.” 또 내가 카이저 병원에서 일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이민자들을 도왔던 과거를 들춰내며, 법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약 30여 년 전, 필자가 후배인 심리학 박사 닥터 오와 함께 교회의 작은 방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정신적 문제를 돕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에서 자녀가 자폐증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부모들이 미국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진단을 확인하기 위함이라 했지만, 아마도 진단이 틀렸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부모들의 마음은 미국에서 ADHD 진단을 받은 자녀를 한국에 데리고 나가는 이민자 부모님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ADHD 진단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테스트들로 아이들의 주의 산만증을 더 악화시킨 후에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시에는 카이저 병원에서 근무할 때라 교회 사무실에서 우리는 약 이십여년간 환자를 봐왔는데, 내 아이들이 그때부터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아이들 말대로 법적 보호 없이 진료 행위를 하는 것은 무모한 것도 사실이다. “엄마는 좋은 뜻으로 한인 가수들을 도우려는 것이지만 도중에 불행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잖아요.” 자녀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자는 이민자들을 위로하러 온 젊은 가수들과 그들을 돌보는 주최 측의 따뜻한 마음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결국 카니발 선박에 몸을 실었다. 항해 이틀째, 긴장되는 와중에도 선상에서는 놀라운 광경들이 펼쳐졌다. 90세 노모의 생신을 기념하는 중년의 자녀, 그리고 아이돌을 꿈꾸는 고베 출신의 18세 일본 소녀가 선보인 멋진 공연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마침내 셋째 날, 무대에 선 그 가수는 자신의 공포증을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잘 조절해서 문제가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했고,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의 건강에 대한 안심과 격려의 박수이리라. 정신과 의사로서 그 박수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수치’로 여겨지던 정신적 문제를 젊은 세대가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대중은 이를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느꼈다. 아마 그 가수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꺼내 보인 순간, 이미 치유의 첫걸음을 뗀 것이리라. 인간의 감정은 마음속에 억누를수록 더 크게 끓어오른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감정은 정리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 아름다운 가수는 말을 통해 치유를 얻었고, 필자의 자녀들은 한인 엄마가 한국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마음 고백 한인 가수들 가수 7명 정신과 의사
2025.09.11. 18:53
“학생증 사진 찍을 때 화장해도 돼요?” 열여섯 살 손녀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불쑥 대답했다. “그럼 더 예뻐 보일 텐데.” 옆에 있던 딸이 기가 막힌다는 듯 웃는다. “엄마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 대학 가기 전엔 화장하지 말라고 고집하더니….” 딸의 말대로다. 세 아이를 키우던 젊은 시절엔 걱정이 많았다. 뭐든 “안 돼!”를 연발하며 자녀를 키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내가 이제 와서 손녀에게 ‘예뻐 보일’ 자유를 허락하다니. 그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80대 초반이 되면 20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의 위기 시기에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서서히 상승하는 이 행복감은, 신체적 질병이나 경제적 어려움, 지적 능력의 저하와 무관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학자들은 이 상식 밖의 현상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과거 성취에 만족하며,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들도 중년 이후 더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뇌가 더욱 편안한 상태로 변해간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물론, 과거에는 노년의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100여 년 전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50세가 넘은 개인은 융통성이 결여되어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뇌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러한 통념은 완전히 깨졌다.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우리 뇌는 평생에 걸쳐 새로운 신경 세포를 만들고, 정보 교환을 활성화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런던 택시 운전사 연구는 뇌 가소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복잡한 중세 도로를 누비는 런던 택시 운전사는 어려운 시험과 3년마다 치르는 재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오랜 경력의 운전사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비운전자에 비해 기억 중추인 해마 조직이 훨씬 커져 있었다. 이 연구는 끊임없는 학습과 노력이 뇌를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것을 증명했다. 60세가 넘어서도 새로운 학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은빛 쓰나미(Silver Tsunami)’라 불리며 사회적 부담으로 여겨지던 노년층이, 이제는 ‘황금빛 파도(Golden Wave)’로 불리며 활력 넘치는 새로운 삶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은퇴 이후의 30년을 ‘제3의 시기(Third Age)’ 또는 ‘열정의 시기(Hot Age)’라 명명했다. 새들러 박사가 제시한 ‘열정의 시기’를 보람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돈, 명예, 지위 대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가치를 찾아 내면의 만족을 추구한다. 또 ‘나’를 위한 삶을 산다. 과거에는 가족, 친구, 직장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을 산다. 뿐만 아니라 은퇴 후에도 과거에 하고 싶었던 일, 여가 활동, 봉사 등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며 계속 활동한다. 다양한 관계를 맺는데도 소홀하지 않다. 죽음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언제든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안 돼”를 외치던 내가 손녀에게 “더 예뻐 보일 텐데”라고 말한 건, 아마도 오랜 세월을 거치며 쌓인 삶의 경험과 지혜가 나를 더 자유롭고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3의 시기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쓰나미 은빛 은빛 쓰나미 황금 파도 심리학자 윌리엄
2025.08.20. 19:26
배심원 의무 수행 통지를 받았다. 은퇴 전에는 환자 핑계를 대고, 여러 번 면제를 받았던 일이다. 민사 소송 때, 증인으로 한번 불려 가서 의무 수행을 했던 적이 있을 뿐이다. 70세 이상의 시민들은 질환이 있으면 의사 소견서를 받아서 제출하면 면제될 수 있다. 이번에는 생의 마지막 임무 수행이라 여기고, 기쁘게 참여할 결심을 했다. 배심원 의무는 미국 시민으로서 납세, 국방, 법률 준수 등과 함께 지켜야 하는 의무 중의 하나이다. 국방의 의무는 18~26세 청년들이 지켜야 하는데, 1973년부터 모병제로 변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에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이 모병제는 징병제로 즉시 바뀐다. 납세, 국방, 법률 준수 의무는 영주권자도 지켜야 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배심원 의무는 시민권자에게만 주어진다. 배심원이 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출정하라는 날 며칠 전에, 원래 출두하라고 했던 법정이 아닌 곳으로 오라는 통지가 전자우편 문자로 왔다. 당일 출정해서 가서 보니까 법원에 가보니 근방 세 지역의 배심원 후보자들을 한군데로 모아서 큰 인력을 동원하여야 할 만큼 중대한 ‘국민(people) vs OOO’라는 중범 형사재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사재판이므로 원고는 국민이고, 검사가 국민을 대표하는 경우이었다. 범죄 내용은 배심원끼리 토론하거나 친구나 친지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재판 내용을 이 글에 쓰지 않는다. 여러 과정을 거쳐서 여섯 명 ‘대체 배심원(alternate juror)’ 중 하나로 뽑혔다. 대체 배심원들은 정규 배심원 12명과 함께,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했다. 왜냐하면, 정규 배심원이 응급상황으로 배심원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대체 배심원’들도 재판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준비해야 한다. 배심원 선출 과정은 생각보다 무척 세심하고 까다로웠다. 배심원은 거짓 없이 본인과 이세, 삼세 가족 구성원의 개인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개인 정보 유출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좀 의외의 요구 상황이었다. 양쪽 측 대변인들의 공적인 질문에 배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답했다. 이 과정 중에, 편견을 가졌는지를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질문하여서 찾아내고, 편견의 성향이 있다고 판단되면 제명하는 과정이다. 뽑힌 배심원들은 여러 연령대이었고, 아시아계로는 1세인 나와, 타이완 계통 2세 청년이 있었다. 이 재판은 두 달이 넘게 진행되고 시간을 끌어서, 배심원들은 서로 대화하며 친해졌다. 재판에 관한 이야기는 절대로 서로 나누어서는 안 되어서 재판 내용만 빼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은 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인기 좋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음식에 대한 경험, 여행 등 다양했다. 내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공개석상에서 알린 바 있어서, 한국과 관련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가까이 접근해 왔다. 그리고 암 전문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가족, 친척들의 암 치료에 대한 의견도 물어왔다. 이러한 두 가지 질문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흔히 받는 것이어서, 나름대로 내가 정해 놓은 프로토콜대로 대답해 주었다.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비 혈통 사람들과 나눌 때는 내가 한국말을 하고, 한글을 쓰지만, 모국을 떠났을 때와 지금의 한국은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라는 것을 인지시켜 준다. 내가 최근 방문했던 모국을 홍보하는 좋을 기회이고, 또 한국어 진흥에도 한몫할 수 있었다. 한글이나 외국 언어를 성장기에 배우면 두뇌 성장에 유익하다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을 덧붙여 알려주기도 하였다. 의학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늘 조심한다. 왜냐하면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의견을 내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주치의가 아닌 의사들은 ‘건강보험 이전과 책임에 관한 법(HIPAA)’을 지켜야 한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아픈 친척이 직접 주치의의 견해를 묻도록 격려해 주라고 말해 주었다.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하면 의사를 바꾸거나, 다른 의사의 이차적 소견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어느 날, 배심원 남성이 머리를 빡빡 깎고 법원에 왔다. 나에게 암에 관해서 물었던 중년 남성이었다. 나는 농조로 무슨 ‘보속(補贖)’이라도 해야 할 일이 생기었냐고 물었다. 보속이란 가톨릭교회나 동방 교회에서 고백성사 후, 지은 죄에 대한 대가로 치러야 하는 속죄 행위이다. 그 남성은 동생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기 때문에, 함께하는 마음에서 자신도 삭발했다고 말했다. 나는 “너의 하느님이 너의 정성을 받아 주실 것”이라고 위로하고 응원해 주었다. 요즘은 치료 방식의 발달로, 표적 치료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탈모 부작용이 심하지 않다. 탈모 예방은 과거에 시도 한 적이 있었지만, 효과가 없다. 행여 암세포가 두피에 정착하는 것을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잘 쓰지 않는다. 탈모는 대부분 일시적인 부작용이다. 나는 환자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진해서 삭발하는 것을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바로, 함께한다는 깊은 마음을 표시하는 용감한 행동이다. 이렇게 함께하는 친구나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나도 그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또 나를 위해 삭발할 친구가 있을까도 생각해 보고 있다.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배심원 삭발 배심원 의무 정규 배심원 배심원 후보자들
2025.07.23. 19:49
소아정신과 전문의미국 내 3만9200명의 정신과 의사를 대표하는 미국정신과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가 40년 만에 LA에서 연례총회를 개최했다. 올해 주제는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위한 삶의 방식(Lifestyle for Positive Mental and Physical Health)’. 이 주제에 가장 걸맞은 인물로 내과 전문의 딘 오니쉬(Dean Ornish, M.D.) 박사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약 삼십여 년 전에 나는 오니쉬 박사를 타임지의 기사를 통해서 만났다. 그는 이미 그때 심장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주목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관상동맥이 얼마나 막혔는지 영상으로 확인한 뒤, 개흉 수술(Open Heart Surgery)을 통해 우회로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하버드대학 출신의 젊은 내과의사였던 오니쉬 박사는 약물이나 수술 없이도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심지어 이미 막힌 혈관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획기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북부에 ‘라이프스타일 클리닉’을 열었고, 환자들에게 4가지 생활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제안했다. 먼저 기름기 적은 식물성 식단(plant-based diet)이다. 그리고 주 150분 이상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명상, 요가, 기도 등과 함께, 타인과의 사회적 연결 강화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그룹 대화와 정서적 소통을 통한 마음의 평화다. 이 프로그램을 따른 환자들은 단 9주 만에 협심증 증세가 사라졌고, 3개월 뒤에는 막혔던 혈관에 다시 혈류가 흐르는 영상을 직접 확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일부 보험회사들이 이 ‘라이프스타일 치료법(Lifestyle Medicine)’을 보장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71세인 오니쉬 박사는 이제 치매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심장에 좋은 것은 두뇌에도 좋다”는 그의 신념 아래, 그는 최근 연구에서 생활습관 개선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는 APA 총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삶의 방식이 전부입니다. 잘 먹고, 더 많이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랑하라. 단순한 원칙이지만,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며 때로는 되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의 임상 실험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 개선 프로그램을 따른 환자의 72%가 20주 뒤에는 인지기능 저하가 중단되거나 개선되었고, 반면 대조군의 3분의 2는 증상이 악화했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삶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환자는 자존감을 되찾고 우울도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의 모친도 알츠하이머로 별세했다고 한다. 본인에게도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4가지 요인중 하나인 가족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19세 시절 심각한 우울감에 자살을 고민했던 그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시작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대인의 진정한 병은 심장병이나 당뇨, 알츠하이머가 아니라 외로움과 우울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건강 정보 전달보다는, 더 깊은 수준에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명상과 공동체 소속감을 통해 삶의 기쁨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죽음의 공포보다 삶의 기쁨이 더 강할 때, 우리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오픈 업 치매도 채식 라이프스타일 치료법 초기 알츠하이머병 명상 요가
2025.06.19. 15:55
40여 년 전, 필자의 세 자녀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한인 가족인 우리는 종종 집 근처 레스토랑을 찾아 브런치를 즐기곤 했다. 어느 날, 나이가 지긋한 백인 여성 종업원이 아이들에게 “어디서 왔니(Where are you from)?”라고 묻자, 아이들은 자신 있게 “톨루카 레이크요(Toluca Lake)”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아니, 원래 어디서 왔냐고(No, where are you really from)?”이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당시 십대였던 큰딸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STAATUS(Social Tracking of Asian Americans In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통해, 당시 딸이 왜 분노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됐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난 시민권자 자녀들을 여전히 ‘외국인’으로 보는 시선은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인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아시안·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출신 미국인(AANHPI)’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인의 40%가 “아시안 아메리칸은 미국보다 자신의 출신국에 더 충성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4명 중 1명은 “중국계 미국인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미국인의 48%는 자신이 아시안 아메리칸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49%가 욕설이나 모욕을, 36%는 괴롭힘을, 15%는 신체적 폭력을 지난 1년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사회가 아시안들을 여전히 ‘영원한 외부인(perpetual foreigner)’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25%는 아시안 아메리칸과 전혀 개인적인 접점이 없으며, 그들에 대한 인식은 정치인, 언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형성된다고 답했다. 특히 정치인의 견해에 영향을 받는 비율은 2021년 6%에서 올해 14%로 증가했다. 16~24세의 젊은층은 TikTok, YouTube, X(구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아시안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세 가지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첫째는 ‘모범 소수(model minority)’라는 이미지다. 이는 아시안들이 열심히 일하고, 고등 교육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긍정적 편견과 동시에, 타 소수 인종과의 경쟁 구도를 유도하는 부작용도 있다. 둘째는 ‘황화론(Yellow Peril)’이다. 이는 동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의 문화를 위협한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셋째는 ‘영원한 타인(perpetual foreigner)’이라는 시선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시안 시민들도 언제나 ‘외국인’ 취급을 받게 만든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인의 80%가 다음의 방법들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응답자(41%)들이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와 그들이 미국 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를 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하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38%는 학교와 지역 사회에 세금을 활용한 재정을 투자하여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을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를 차별하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답도 36%에 달했다. 필자는 하이킹을 하며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피부색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같은 나라에 사는 시민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미국은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이상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 초심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영원 오해 아시안 아메리칸들 동아시아계 이민자들 perpetual foreigner
2025.06.04. 21:25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이미 경고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의사 결정이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AI)이 현실을 지배하는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고. 그의 예견은 이미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왔다. 필자는 매년 여름, 한국의 교육 현장으로 향한다. AI가 교육에 던지는 시사점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온 지도 여러 해다. 다음 달에도 다섯 차례의 특강이 예정돼 있다. ‘AI와 영어 독서’, ‘AI와 영어 작문’, ‘AI 시대의 질문법’ 등, 교육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AI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의 준비 자세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다. 놀랍게도 참석자들의 반응은 매번 뜨겁다. 이는 AI와의 공존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임을 방증하며, 필자에게도 끊임없는 배움과 성찰의 동기를 부여한다.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필자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질문의 힘’, 특히 ‘수준 높은 질문 전략’이다. 대화형 AI인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양질의 질문 능력이다. AI는 질문의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단순 사실과 개념 암기는 AI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이제 교육의 무게중심은 시험 성적이나 지식 전달에서 학생들의 창의성, 인성, 고등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으로 옮겨가야 한다. 암기식 주입 교육, 정답 맞히기식 평가는 AI 시대의 생존법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가? 풍부한 독서, 역사와 사회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AI에게 구체적이고 다층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챗GPT 언어 데이터의 92%가 영어라는 사실이다. 자동 번역 앱의 편리함 이면에는 영어권 문화와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머신러닝의 기반이 영어 데이터인 이상,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영어 자체뿐 아니라 그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챗GPT를 향한 질문의 깊이는 얕을 수밖에 없다. 인문학, 예술, 철학, 수학, 과학, 윤리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적으로 탐구하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 함께 배우는 ‘소크라테스식 세미나’나 유대인의 토론 학습법 ‘하브루타(Havruta)’처럼 학생 중심의 효과적인 소통(Communication)과 동료들과의 가치 있는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창의력(Creativity)과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을 길러내는 교육,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본질이다. AI 교육의 방향 설정에 참고할 만한 저서 몇 권을 소개한다. ‘AI 시대와 인류의 미래(The Age of AI and Our Human Future·에릭 슈밋 외)’, ‘디지털 세대 교육(Teaching Digital Natives·마크 프렌스키)’, ‘IQ. EQ. DQ: AI 시대의 새로운 지능(IQ. EQ. DQ New Intelligence in the AI Age·박유현)’ 등이다. 이 책들이 미래 교육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등대가 되길 바란다. 수지 오 / 교육학 박사·교육컨설턴트오픈 업 영어권 문화 영어 독서 영어 작문
2025.06.02. 19:06
40여 년 전, 필자의 세 자녀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한인 가족인 우리는 종종 집 근처 레스토랑을 찾아 브런치를 즐기곤 했다. 어느 날, 나이가 지긋한 백인 여성 종업원이 아이들에게 “어디서 왔니(Where are you from)?”라고 묻자, 아이들은 자신 있게 “톨루카 레이크요(Toluca Lake)”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아니, 원래 어디서 왔냐고(No, where are you really from)?”이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당시 십대였던 큰딸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STAATUS(Social Tracking of Asian Americans In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통해, 당시 딸이 왜 분노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됐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난 시민권자 자녀들을 여전히 ‘외국인’으로 보는 시선은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인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아시안·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출신 미국인(AANHPI)’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인의 40%가 “아시안 아메리칸은 미국보다 자신의 출신국에 더 충성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4명 중 1명은 “중국계 미국인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미국인의 48%는 자신이 아시안 아메리칸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49%가 욕설이나 모욕을, 36%는 괴롭힘을, 15%는 신체적 폭력을 지난 1년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사회가 아시안들을 여전히 ‘영원한 외부인(perpetual foreigner)’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25%는 아시안 아메리칸과 전혀 개인적인 접점이 없으며, 그들에 대한 인식은 정치인, 언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형성된다고 답했다. 특히 정치인의 견해에 영향을 받는 비율은 2021년 6%에서 올해 14%로 증가했다. 16~24세의 젊은층은 TikTok, YouTube, X(구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아시안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세 가지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첫째는 ‘모범 소수(model minority)’라는 이미지다. 이는 아시안들이 열심히 일하고, 고등 교육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긍정적 편견과 동시에, 타 소수 인종과의 경쟁 구도를 유도하는 부작용도 있다. 둘째는 ‘황화론(Yellow Peril)’이다. 이는 동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의 문화를 위협한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셋째는 ‘영원한 타인(perpetual foreigner)’이라는 시선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시안 시민들도 언제나 ‘외국인’ 취급을 받게 만든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인의 80%가 다음의 방법들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응답자(41%)들이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와 그들이 미국 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를 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하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38%는 학교와 지역 사회에 세금을 활용한 재정을 투자하여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을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를 차별하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답도 36%에 달했다. 필자는 하이킹을 하며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피부색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같은 나라에 사는 시민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미국은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이상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 초심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영원 오해 아시안 아메리칸들 perpetual foreigner 시민권자 자녀들
2025.05.28. 19:20
나는 LA 행콕파크 지역의 ‘3가 초등학교(Third Street School)’에서 23년간 교장으로 재직한 후 은퇴했다. 현재 북클럽 운영, 독서 특강, 교육계 단체 활동, 그리고 대학원 예비 교사 지도 등 은퇴 후에도 현직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돌아보면 교육 전문가로서 내 삶을 이끌어온 세 가지 키워드는 ‘3L’, 즉 Learning(배움), Literacy(문해력), Leadership(리더십)이었다. 이중 리더십은 교육자에게는 특히 어려운 과제다. 내가 교장으로 재직했던 3가 초등학교는 독특한 학부모 구성으로 유명했다. 부임 당시 유태인 학부모가 약 30%, 한국인 학부모가 약 40%를 차지했는데, 학교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비율은 유태인 학부모들이 90%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라티노 학부모가 대다수인 다른 한인타운 인근 학교들과 달리, 3가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입김과 참여가 유달리 강한 곳이었다. 실제로 내 전임 교장은 학부모들의 거센 요구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고, 그의 전임자 역시 교사 노조의 강력한 압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부임해, 활발한 학부모들과 강성 노조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며 23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그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행콕파크 지역은 전통적으로 부유한 유태인들이 많이 거주해왔지만, 최근 들어 한국인 이주가 늘면서 인종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목소리가 크고 탄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주민들은 여전히 유태인들이다. 지난해 11월 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던 학부모와 옛 동창들 중에서도 유태인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분석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훌륭한 학부모 리더들이다. 학교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학부모들과 함께하며 배우는 기회가 많았고, 동시에 그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23년간 교장직을 수행하고 무사히 은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학교장으로 일하면서, 교육학 박사 과정에서 배웠던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항상 가슴에 품고 일했다. 리 볼만과 테리 딜은 그들의 저서 ‘Leading with Soul’에서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남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정신을 내어주는 것이다(Giving leadership is a gift of oneself. It is offering oneself and one's spirit).” 이 말은 내가 학교장으로서 가졌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란 비단 학생들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교직원, 교사, 교장, 그리고 학부모들까지도 끊임없이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직 당시 난 아무리 바빠도 초·중·고 교장들이 매달 한 번씩 모이는 합동 스터디 그룹에 참석해 최신 교육 연구 동향이 담긴 책을 읽고 토론하며 학교장의 역할과 현장에 적용할 시사점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또한 교사들에게도 자율적인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내가 추천한 책들을 읽고 교실 현장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토론하도록 적극 지원했다. 내가 존경하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 그리고 교사였던 랠프 왈도 에머슨은 “교육이란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을 배우게 해준다. 우리는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 것이 많은지를 깨닫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겸손한 자세로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배우는 ‘학습 공동체(learning community)’를 목표로 삼았다. 또 ‘확실하고 투명한 의사소통’을 늘 강조했다. 이런 믿음은 나의 오랜 학교 경영 경험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나는 이제 ‘은퇴’라는 이름 아래에서 오히려 새로운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배움은 직책과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배울수록 겸손해져야 한다는 ‘리더십’을 선물하고 싶다. 수지 오 / 교육학 박사·교육컨설턴트오픈 업 학교 기간 학교장 유태인 학부모들 한국인 학부모
2025.04.28. 19:56
이른 여름이다. 두어 달 지나면 대부분의 초중고 학교들은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한 학년을 끝낼 준비를 해야 하는 4월과 5월은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바쁜 달이다. 영어, 미국 역사, 수학, 화학, 물리 같은 정규 학과목은 요구되는 커리큘럼을 질적으로, 또 양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보충해야 할 경우도 있다. 학과목 외에 좋아하기 때문에, 또는 흥미가 있어서 시작한 과외 활동반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이 때쯤에 ‘조부모의 날’ 행사가 있다. 행사에 덧붙여, 학교 행정가들은 학교 운영을 위한 기금모집에 조부모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사립학교가 학생들이 내는 학자금만으로는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지난 몇십 년 동안 교육비는 급상승했지만, 일반 시민의 소득은 이를 따라갈 수 없어서 학비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없다 보니, 학자금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사이의 차액이 크게 생긴다. 이를 어디에서든지 끌어다가 메워야 하므로 모금 운동이 불가피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그렇지 못한 학생을 무명으로 돕는 식이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비즈니스 담당 전문 부서를 두고, 큰 기업이나 일반 기부자와 소통하면서 부족한 경영비를 연구비 형식으로 따오기도 한다. 여러 행사를 치러서 자녀들이 훌륭한 전인 교육을 받고 있다는 확신을 종강 때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누면서, 모금 운동을 맞물린다. 이때, 학교가 잊지 않고 초대하는 대상이 조부모들이다. 늙은 세대가 경제적으로 월등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기부 가능성만을 감안해서 조부모를 초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부모의 날’을 열어 조부모들이 손주들과 함께 등교하고, 하루를 교실과 교정에서 보낼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짠다. 우리 부부는 세 손주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조부모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학교를 방문하기 몇 주 전에, 조부모들에게 돌린 음악반 숙제가 있었다. 조부모는 손주 나이 때에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왜 좋아했는지, 지금은 달라지었는지 등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질문들은 꽤 신선한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답을 써서 보내 주었는데, 조부모의 날, 기타 선생님은 답안지를 분석해서 조부모들, 학생들과 나누었다. 조부모 대다수가 밥 딜론과 비틀즈 음악을 좋아했던 모양이었다. 클래스는 비틀즈의 ‘러브 미 두’를 연주했다. 몇몇 조부모님은 눈을 감고 들었다. 이어서 선생님은 3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바흐의 샤콘을 듣고 있는 조부모님은 손 들어 달라고 하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이올린곡을 기타로 편곡한 바흐의 샤콘 테입을 틀어 주었다. 기타로도 아름답고, 슬프고, 평화롭게 연주됨에 감동했다. 왜 내가 그 곡을 좋아하는지 손주 기타반 클래스와 조부모님들과 나누어 달라고 했다. 내가 읽어서 알고 있는 바흐의 슬픈 가족사, 바흐의 아픔,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평화로의 귀의 내용을 나누었다. 손녀는 중국어를 택하고 있기에 그 애와 함께 수업에 참석했다. 선생님은 중국이 침략해서 속국을 만든 티베트 분이었다. 중국어의 억양이 노래처럼 높고 낮아 아름답게 들리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으며 듣던 중국말과 무척 달랐다. 그런데, 손주네 학교에서는 한글이 선택과목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세계 언어의 하나로 미국 정규 학교에 한글을 진흥하고, 문화를 알리는 비영리 단체의 일을 하는 할머니로, 한국어 또는 한국문화 과외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좀 늦은 감이 있는 것이 이 학교에는 이미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아메리칸 사인 랭귀지까지 7개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LA로 돌아오는 길에, 세대 간의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삶의 모든 것들, 즉 외국 태생 조부모나 부모가 가져온 언어와 음식이 포함된 가풍, 함께 읽는 소설과 듣는 음악, 기본적인 과학, 수학, 그리고 아이들이 열렬히 좋아하는 스포츠는 훌륭한 교량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것, 삶의 모든 것은 DNA를 넘어서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연결 고리 조부모들 학생들 조부모 대다수 학교 행정가들
2025.04.23. 19:37
사람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먹으면서 자란다고 한다. 사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뿐만 아니라 ‘감정’ 역시 많이 먹고 자란다. 즉 엄마의 말과 감정은 엄마의 따뜻하고 포근한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가 잘 자라도록 하는 데에 든든한 토대가 되어준다. 게다가 아기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고,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쳐서 한 성인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자아 통제 능력, 특히 ‘감정 조절 능력’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부모는 자녀가 항상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자아 형성을 이루는 진정한 모델이자 본보기다. 사람이 정서적 스트레스 요인들에 대처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인생 여정에 있어서 행복과 웰빙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강하게 믿는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감정 조절 능력’의 성장과 배양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언행, 태도와 행동에 매우 민감하며, 끊임없이 보고 느끼며 따라하고 배우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부모의 안색, 호흡 소리, 심장 박동, 몸의 전율, 안녕, 침착한 상태, 불안한 몸가짐 등을 모두 포함한다. 사실상 아이는 부모와 가족, 교사 등을 포함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특히 감정과 정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를 관찰하고 따라하는 법이다. 나는 이것을 ‘모방 행위’에서 더 나아가 ‘공명 행위’라고 부르고 싶다. ‘공명 행위’는 영어 단어로 하면, ‘resonance behavior’로 말할 수 있겠다. 사람이 누군가를 ‘공명’한다는 것은 꼭 똑같거나 일치하지 않더라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감정, 생각, 행동에 매우 깊이 공감하고 뜻을 같이하는 행동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유명한 커피 전문점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갑자기 어떤 여성이 마구 소리를 지르며 바리스타를 향해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왜 주문한 음료가 ”45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느냐“고 매우 화를 내고 있었다. 두세 명의 바리스타에게 왜 아무것도 안 하고 늑장부리며 서 있기만 하냐고 아주 큰 목소리로 나무라며 신경질을 부렸다. 마치 엄마가 자식의 잘못을 큰소리로 나무라듯이 말이다. 그 난처한 상황에서 어떤 바리스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어떤 이는 아예 그녀의 말을 못들은 체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먼저 온 사람들과 긴 줄을 무시하고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받아서 여전히 성난 모습으로 씩씩거리며 아이의 손을 잡고 아주 당당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 그때 나는 반사적으로 아이의 얼굴과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내가 그 아이라면 어떤 감정 상태일지도 상상해 보았다. 한마디로 온통 ‘불안감 덩어리’ 그 자체였다. 분명한 점은 그때 그 엄마가 보인 행동은 자신의 아이에게도, 바리스타들에게도, 다른 손님들에게도 아주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모는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때마다 말과 행동, 그리고 특히 감정 조절에도 상당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보이는 얼굴의 표정과 목소리와 몸짓 언어가 감각적으로, 온몸에 너무나 직접적인, 때로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육아와 교육에 있어서 모두가 기억해야 할 점은, 아이는 항상 부모나 주변 사람이 어떻게 자아를 통제하고 감정을 조절하는지를 공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인의 부정적 본보기가 아동의 ‘공명행위’를 통해서 안타깝게도 악순환이 되지 않도록 매사에 더욱더 유념해서 행동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손원임 /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오픈 업 공명 행위 감정 조절 공명 행위 감정 생각
2025.03.18.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