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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K컬처 시대, 한국어 교육 달라져야

Los Angeles

2025.09.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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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오 교육학 박사·교육컨설턴트

수지 오 교육학 박사·교육컨설턴트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학습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한국어 교육은 이 뜨거운 열풍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 오랜 기간 미국 교육 현장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로서, 이제는 주입식 문법 교육을 넘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 해법의 중심에 바로 ‘5C’가 있다.
 
5C는 미국외국어교사협회(ACTFL)가 제시하는 교육 모델로, 의사소통(Communication), 문화(Cultures), 연관성(Connections), 비교(Comparisons), 공동체(Communities)를 의미한다.  
 
특히 이 중에서 의사소통과 문화는 한국어 교실을 더욱 역동적이고 깊이 있게 하는 두 개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이제는 문법을 암기하고 단어를 외우는 시대를 넘어, 살아있는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ACTFL은 의사소통 능력을 세 가지 입체적인 방식으로 분류한다. 첫째, ‘상호적 의사소통(Interpersonal)’은 학생 간의 즉각적인 상호작용이다. ‘내 소개하기’, ‘가족 소개하기’와 같이 짝과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언어의 순발력과 유창성을 기르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둘째, ‘해석적 의사소통(Interpretive)’은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다. 가족사진을 보며 전체 학생들 앞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한국 요리 레시피를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텍스트와 이미지에 담긴 뜻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발표형 의사소통(Presentational)’은 준비된 내용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으로, 언어 능숙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행사에 부스를 마련해 직접 프로그램을 알리는 활동은 실질적인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로 평가받는다.
 
이런 활동은 학생들을 단순한 지식 수용자에서 벗어나, 언어를 사용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 주체로 성장시킨다.  
 
한국어 교육에서 문화는 더 이상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주재료다.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고 할 때, 흔히 음식이나 전통 의상 같은 ‘물질적 문화’에만 머무르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문학, 미술, 음악 등 한국인의 가치관과 철학(가치관적 문화), 독특한 가족 관계와 사회 구조(사회적 문화),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자연환경적 문화)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접근이 필수적이다.
 
물론 제한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이 모든 영역을 다루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K드라마 속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한국 사회를 엿보게 하고, K팝 가사에 담긴 시대정신을 함께 토론하는 수업을 상상해 보라. 학생들이 자신의 문화와 한국 문화를 비교하며 발표할 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이 된다.
 
K-콘텐츠의 성공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세계와의 ‘소통’과 문화적 ‘교감’의 결과였다. 우리의 한국어 교육 역시 5C라는 나침반을 들고 살아있는 소통의 장으로 나아갈 때, 제2, 제3의 BTS를 키워내는 진정한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지 오 / 교육학박사·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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