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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우울병도 종류가 많군요”

Los Angeles

2026.03.3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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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매사 흥미가 없고, 집중이 어려워요. 무슨 일에도 결정이 힘들어요.” 육체적,심리적, 인지 능력 변화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울증을 인간의 생산성을 저하하는 두 번째 질병으로 꼽을 정도다. 사실 정신질환(mental illness)이라는 말은 모순이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신체적으로도 편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춘기 또는 성인이 된 후 시작된 우울증은 대부분 3~6개월 사이에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재발이 적고, 재발이 돼도 증세가 심하지 않다.
 
흔히 ‘우울한 감정’과 ‘우울증’을 혼동한다. ‘우울한 감정’은 기뻐하거나 화를 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정도가 아니다. 마음의 폐렴이나 암이 될 수도 있다.  
 
‘우울 장애(Depressive Disorder)’는 기간, 시점, 또는 추정 원인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파괴적 기분 조절 장애’는 6세부터 18세 사이의 남아에게 많고, 과민 반응이 특징이다. ‘정신과 질병의 진단 및 통계 열람 5(DSM5)’가 나오기 전 필자도 종종 아동 조울증으로 잘못 진단했을 정도로 분노와 불안, 우울한 감정이 큰 질병이다.
 
‘생리 전 불쾌감 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는 여성이 생리 시작 일주일 전부터 우울, 절망감 등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생리가 끝날 때쯤에는 증세가 호전되며, 거의 매달 이런 증상을 경험할 경우 해당된다.  
 
‘약물이나 의학적 상태로 인한 우울 증상’은 심혈관 치료제, 경구 피임약 등을 먹거나 갑상선 기능 저하, 쿠싱씨병,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뇌졸중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우울 장애’도 조울증처럼 심각한 우울병이다. 어린 시절 우울 장애가 있었던 여성 중에는 성인이 되면서 조울증으로 바뀌어 재발할 수 있는데, 이때 정서 안정제 없이 항우울제만 복용하면 더 우울해지거나, 자살 욕구가 높아질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모든 항우울제에는 특별 경고가 붙어 있다.
 
‘주요 우울증’은 우울하거나 흥미 상실 기간이 최소 14일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수면 또는 식욕 변화(한 달간 체중의 5%가 늘거나 빠짐)를 느끼고, 이유 없이 피곤하며 여기저기 아프다. 또 심리적으로는 불안과 초조, 무력감과 죄책감도 느낀다. 이 밖에 집중력과 결정력 저하,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아진다. 더 심해지면 자살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 준비에 착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응급 상황이므로, 응급실로 보내거나 입원해야 한다)  
 
 ‘조울증’은 자신감이 넘치며, 3시간의 수면만으로도 아무 지장이 없는 조증( Mania)이나 경조증(Hypomania)을 경험했고, 그 이전엔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겪었던 질병이다. 이 병은 환경적 영향도 있지만, 유전적인 요소가 강해 반드시 가족력을 확인해야 한다.  
 
많은 조울증 환자는 자신이 과거에 조증이나 경조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약 4~7일간 구름에 떠 있듯 신났던 시기를 그저 ‘기분 좋았던 한때’라고 기억할 뿐이다. 그러니 조증이나 경조증 시기에 의사를 찾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겪는 우울증은 어떤 우울 증상보다 심한 데다 지독한 불안감과 격렬한 분노의 감정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위험도 크다. 그래서 조울증이 의심된다면 가족이나 친구가 의사에게 가족력이나 과거 이력을 알려줘 ‘주요 우울증’으로 오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우울제만 처방받아 우울 증상이 악화하거나, 자살 의욕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여성이 더 많이 경험하는 ‘주요 우울증’과 달리, 조울증은 남녀의 비율이 비슷하다. 우울증과 함께 생기는  불안과 분노가 주변인에게 향할 경우 공격성으로, 자신에게 향하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은 지난 25년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특히 75세 이상 시니어 자살률은 10만명당 99.3명으로 영국의 10.4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자살 행동자의 80%는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의 자살률은 출신 국가의 자살률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우리 주변에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고, 자신도 희망을 갖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자.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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