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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마음

New York

2026.01.08 19:42 2026.01.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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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im lee, Sharing Breath 12, 2025, monoprint, 12x9 inches.

sooim lee, Sharing Breath 12, 2025, monoprint, 12x9 inches.

2025년 12월 20일, 뉴저지 해켄색(Hackensack) Riverside SQ Mall에 있는 Riverside Gallery에서 내 개인전 오프닝을 했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바람도 쐬지 못하고 조명도 받지 못한 66점 작품이 갤러리 조명 아래에서 행복한 듯 밝은 모습을 띠고 있었다.  
 
나는 평생 고등학교 시절과 같은 몸무게를 유지한다. 아직도 40여 년 전 옷들을 서너 벌 간직하고 있다. 옷장에 갇혀 나들이 못 하는 옷들에 미안해서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입고 바람도 쐐주고 햇볕도 받게 한다. 내 작품들에도 전시회를 통해 바깥세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물건 사는 것을 싫어하지만, 일단 가진 물건에는 사람 같은 동질감을 느끼며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다.  
 
“미안해. 어두운 옷장 안에 가둬서. 내 작품들에도 미안하구나. 작업실에 처박아 둬서.”
 
하물며 오래전에 타던 빨간 차는 효녀 딸이라고 불렀다. 차를 타고 안자마자 “효녀야, 오늘도 안전하게 돌아다니다가 무사히 집에 오자.”
 
11년 동안, 사고 한번 없이 말 잘 듣던 차를 버리고 욕심내어 BMW 새 차를 뽑았다. 딜러 주차장에서 왜 나를 두고 가냐는 멀뚱한 모습의 효녀 빨간 차가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눈물 흘렸다. “미안해. 너를 여기에 혼자 두고 나만 잘살겠다고 떠나서.”
 
서울에서 만난 동기 왈, 너를 만나러 오기 전, 차를 폐차시키고 한 묶음의 꽃다발을 놓고 오는 중이야. 그녀의 여린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졌나 보다.
 
“우리 효자 안전운전할 거지. 너를 믿는다.”
 
BMW가 든든한 아들 같은 느낌에 효자라고 불렀다. 4만 마일까지는 잘 달리다가 워런티 끝나자마자 고속도로에 서서 말썽부렸다. 한번 고장 날 때마다 엄청난 수리비가 들었다. 불효자와 매일 마주하는 것이 괴로웠다. 미련 없이 팔아 없앴다.  
 
사물에도 애착을 갖는 나에게 전시회가 끝나면 어찌 될까? 내 작업을 누군가 좋아서 가져가지 않으면 어두운 작업실에 도로 들어가 처박힐 것이다. 갤러리에서 밝게 빛나는 작품들을 둘러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내 작품이 좋다고 사길래 갤러리 주인에게 가격을 낮추라고 했다. 작품이 아늑한 집에 걸려 그들을 기쁘게 하고 편안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일수록 내가 끼고 있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분에게 사랑받기 위해 그림 가격을 낮춘다고 세상이 쪼개지는 일도 아니다.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멀리 보내 스스로가 홀로 서서 빛을 내며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과 같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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