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졌다. 동네는 숨을 죽인 듯,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잠겼다. 다행히 낮 동안 햇빛을 머금은 썬라이트가 현관 앞을 은은히 밝힌다. 집 안의 불빛과 기계음이 모두 멎자 고요가 스며들고, 주변은 깊은 정적 속으로 가라앉았다. 문명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의 일상은 전기가 멈추는 순간 속절없이 무너졌다. 조금 전까지 열기를 내뿜던 히터가 꺼지자 찬 공기가 집 안 구석까지 파고든다. 휴대폰 배터리가 바닥을 드러내자 마음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갑작스러운 정전 속에서 가족들은 본능처럼 한곳으로 모였다. “다들 괜찮아? 조심해.” 짧게 오가는 말 한마디가 어둠 속에서 작은 등불처럼 마음을 밝혔다. 빛이 사라지자 손으로 주변을 더듬고 귀를 기울이다 보니, 청각과 촉각은 한층 더 예민해졌다. 빛 한 점 남지 않은 집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손전등과 초를 찾아 작은 불빛을 밝히는 것뿐이었다. 전류가 멈추자 집 안의 전자제품들도 일제히 침묵했다. 가사를 도와주던 청소기와 세탁기, 나의 메신저가 되어 주던 컴퓨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주던 TV까지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익숙하던 생활의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묵직한 정적만이 감돈다. 그 틈으로 창밖에서 그동안 들리지 않던 생명의 숨결이 흘러들어왔다. 이름 모를 풀벌레의 울음, 스치는 나뭇잎의 속삭임,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기계음에 가려 잊고 있던 소리들이 조용히 귓가에 스며든다. 서너 개의 촛불이 가까스로 어둠을 밀어낸다. 거실에 희미한 불빛이 번지자 벽에는 아련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불꽃이 흔들릴 때마다 그림자는 춤을 추고, 그곳은 작은 극장이 된다. 아들과 딸은 손으로 새와 나비를 만들어 벽과 천장에 날려 보내고, 작은 불꽃은 벽을 캔버스 삼아 이야기를 그려낸다. 어둠은 반드시 불편함만을 남기지는 않았다. 빛이 사라진 공간은 오히려 마음이 모이는 자리로 바뀌었고, 각자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은 우리는 한곳에 모여 예고 없이 찾아온 시간을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새겼다. 어린 시절, 정전은 낯설지 않았다. 온 동네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아버지는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셨고, 우리 형제들은 평상에 둘러앉아 아버지가 가리키는 별자리를 바라보며 그 유래와 전설을 듣곤 했다. 둥근 달을 올려다보며 달 속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형체를 발견하고는 정말 그곳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었다. 어머니가 토끼에게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고 하자 언니들 따라 “부모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캄캄했던 집안이 다시 빛으로 채워졌다. 냉장고는 낮은 숨을 고르고, 시계는 잃었던 박동을 되찾았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온 안도감 속에서도 어둠이 남긴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환해진 거실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낯설게 다가왔다. 잠시 멈춰 섰던 시간은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자주 잊는다. 늘 옆에 머물러 주는 사람들, 영원할 것만 같던 건강과 시간, 그리고 아무 일 없어 보이던 일상까지도. 누릴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아침, 그날의 어둠을 떠올리며 평범했던 하루를 다시 마음에 담아본다. 김윤희 / 수필가문예마당 불빛 마음 불빛과 기계음 휴대폰 배터리 시절 정전
2026.01.29. 18:30
2011년 봄, 돋보기가 필요한 늦은 나이에 나는 고등학교 교사에서 다시 학생이 되었다. 남편이 떠나버린 휑한 세상에서 내게 찾아온 우울증이란 낯선 손님, 그것을 극복하고자 시작한 대학원 공부는 2014년부터, 내게 심리치료사라는 뜻밖의 인생 이막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 길에서 그동안 많은 아이와 부모들을 만났다. 상담 초기, 네 살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이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시간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깨달음을 주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결국 부모의 그림자와도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상담 결과는 부모의 태도와 노력이 얼마나 함께하는지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정말 화분에 심긴 작은 화초 같았다. 적극적으로 아이들 치료에 임하는 부모의 햇볕 같은 웃음과 칭찬, 물 같은 격려와 애정이 부어졌을 때, 시들어가던 아이들이 다시 살아났다. 싱그럽게 피어났다. 결국 아이들을 다시 살려낸 힘은 부모의 사랑과 헌신이었다. 반면, “이 아이 좀 고쳐주세요(Fix my child)!”라며 아이만 문제 삼는 부모들,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화를 내고, 상담 자리에서도 변명에만 몰두하는 부모들은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한다. 아이의 고통이 그저 불편한 사건, 혹은 창피한 일일 뿐인 부모 밑에서 아이의 마음은 더 깊이 병들어갔다. 정신건강 문제 절반 이상이 14세 이전에 시작되고, 4분의 3이 24세 이전에 발생한다. 이 시기 부모가 아이의 마음 길을 살피고, 도와달라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반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팬데믹 이후 아이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상담을 찾는 아이들은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치료사들의 대기 명단은 여전히 길기만 하다. 한국 방문 시 만난 엄마들의 “우리도 힘들어요. 위로가 필요해요. 길잡이가 필요해요”란 고백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상담 현장에서의 경험과 강의 내용을 엮어,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 마음에도 길이 있다’라는 책이 이번에 나오게 되었다. 3년 전 나의 칼럼 모음집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과 달리, 이 책은 산고를 겪어야 했다. 주제부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라는 초경쟁 시스템에서 참으로 어렵게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한국 부모들의 엄청난 불안, 그리고 소수민족으로서 자녀들을 주류사회에 진출시키려는 해외 한인 부모들의 절실한 압박감이, 내게도 아주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곳에서건 부모로, 아이로, 우리 모두가 힘들게 살아낸, 그리고 지금도 겪어내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심리치료사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나의 멘탈고백기이면서, 어쩌다 어른이 되고, 어쩌다 부모가 된 우리 모두의 좌충우돌 자녀 양육 실패기 혹은 성공기이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눈물 나게 감사한 회복기, 혹은 안타까운 좌절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통해 부모님들이 아이 마음에 난 작은 길들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서툴고 흔들리지만 성장이라는 길 위에서 아이들이 보내는 외침을 더 선명하게 듣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이들이 힘들어진 그 길에서, 두려움이나 조급함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으로 함께 아이 손을 잡고 걸어주시길 소망한다.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는 여정에, 이 책이 작은 등불로 쓰이길 소원하며 새해를 연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마음 길이 한국 부모들 아이 마음 시기 부모
2026.01.21. 22:10
가게 가까이에 사는 지인이 점심시간에 맞추어 하얀 쌀밥에 시금치나물과 무나물을 보자기에 싸들고 왔다. 밥에서 김이 나오고 시금치나물과 무나물 위에는 깨소금이 뿌려져 있다. 지인이 반찬 위에 뿌려진 깨소금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깨소금의 뜻? 뭐 깨소금에는 소금이 안 들어가지만 풍미를 돋우지 않나. 요즈음에는 소금 들어간 깨소금도 있을까. 나는 빈약한 지식을 주절주절 읊었다. 내가 답다운 답을 내놓지 못하자 지인은 시금치나물을 가리켰다. 그리고 반찬에 뿌려진 깨소금은 네가 반찬에 처음 젓가락을 대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나를 위해 지금 막 만든 음식이고 이렇게 톡톡 뿌려 놓으니까 막 완성한 것 같고 먹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요리한 사람의 마음. 아 대접받는 거네. 어쩐지 깨를 뿌린 반찬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곰곰 따져보면 막 조리한 온기 있는 음식에 뿌려진 깨소금은 쉽게 눅눅해지거나 향을 잃기 때문에 음식을 내기 직전에 뿌려야 그 신선한 맛과 향이 온전히 지켜진다. 그래야 음식을 만든 사람과 그 음식을 먹는 사람 사이를 향긋하고 풍미 있게 이어준다. 그렇게 푸릇한 시금치 위에 별처럼 뿌려진 깨소금을 떠올려 본다. 우선 깨소금을 뿌린 반찬이 시야에 들어오면 먹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진다. 설령 상 위에 한두 가지 반찬뿐이라고 한들 정갈하게 느껴진다.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가져오면 혀끝에 순간 음식의 풍미가 입속에서 터지듯 퍼진다. 깨소금을 씹는 오독한 식감은 또 어떤가. 깨소금은 시금치 무침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마음의 마지막 붓 터치가 아닐까 싶다. 깨소금은 미리 만들어둔 반찬을 대충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맛이 살아있는 최상의 상태로 차려낸 정성의 표현이다. 주인공이야 당연히 시금치지만 깨소금은 시각, 향, 식감으로 음식의 감각적인 요소를 끌어올려 원재료의 맛이 잘 전해지도록 돕는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한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먹는 이에게 가 닿도록 돕는 깨소금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 필수 불가결의 조연이다. 깨소금에 담겨 전해지는 감성이 풍부해서 좋다. 요리에서 원재료가 가진 맛처럼 사람의 본성이 깨소금을 타고 쏟아진다. 우리 가게 손님 무하마드는 가나에서 이민을 왔다. 20년 동안 어린 딸과 함께 살았다. 아파트가 좁은지 여름옷을 가져오면 다음해 여름에 찾아간다. 겨울옷도 마찬가지다. 궁색해 보이지만 가나가 프랑스 지배를 받아서인지 옷 모두가 프랑스에서 만든 옷이다. 집에서 세탁해도 아무렇지 않을 옷을 가게에 맡기는 이유는 세탁 방법을 몰라서일 것이다. 그의 꼬마 딸이 커서 뉴욕으로 이사했다. 항상 어깨가 축 늘어져 피곤해 보이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가 조금은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몇 주 전 바지 두 개를 가져와 급하게 세탁을 부탁했다. 웬일인지 궁금했는데 너무 좋아 싱글벙글하면서 이야기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데이트한다고 수줍어하며 웃는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젊은 청춘 혼자 외롭게 딸을 키우고 이제는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 같아 나도 기뻐해 주었다. 바지를 찾으러 왔다. 바지 주머니에 돈을 조금 넣어 아무 말 하지 않고 내주었다. 바지 위에 깨소금을 함박눈 내리듯 쏟아붓고 소낙비 내리듯 쏟아부어 주었다. 내 마음속으로. 양주희 / 수필가이아침에 깨소금 마음 순간 음식 가지 반찬 바지 주머니
2026.01.13. 19:58
2025년 12월 20일, 뉴저지 해켄색(Hackensack) Riverside SQ Mall에 있는 Riverside Gallery에서 내 개인전 오프닝을 했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바람도 쐬지 못하고 조명도 받지 못한 66점 작품이 갤러리 조명 아래에서 행복한 듯 밝은 모습을 띠고 있었다. 나는 평생 고등학교 시절과 같은 몸무게를 유지한다. 아직도 40여 년 전 옷들을 서너 벌 간직하고 있다. 옷장에 갇혀 나들이 못 하는 옷들에 미안해서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입고 바람도 쐐주고 햇볕도 받게 한다. 내 작품들에도 전시회를 통해 바깥세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물건 사는 것을 싫어하지만, 일단 가진 물건에는 사람 같은 동질감을 느끼며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다. “미안해. 어두운 옷장 안에 가둬서. 내 작품들에도 미안하구나. 작업실에 처박아 둬서.” 하물며 오래전에 타던 빨간 차는 효녀 딸이라고 불렀다. 차를 타고 안자마자 “효녀야, 오늘도 안전하게 돌아다니다가 무사히 집에 오자.” 11년 동안, 사고 한번 없이 말 잘 듣던 차를 버리고 욕심내어 BMW 새 차를 뽑았다. 딜러 주차장에서 왜 나를 두고 가냐는 멀뚱한 모습의 효녀 빨간 차가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눈물 흘렸다. “미안해. 너를 여기에 혼자 두고 나만 잘살겠다고 떠나서.” 서울에서 만난 동기 왈, 너를 만나러 오기 전, 차를 폐차시키고 한 묶음의 꽃다발을 놓고 오는 중이야. 그녀의 여린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졌나 보다. “우리 효자 안전운전할 거지. 너를 믿는다.” BMW가 든든한 아들 같은 느낌에 효자라고 불렀다. 4만 마일까지는 잘 달리다가 워런티 끝나자마자 고속도로에 서서 말썽부렸다. 한번 고장 날 때마다 엄청난 수리비가 들었다. 불효자와 매일 마주하는 것이 괴로웠다. 미련 없이 팔아 없앴다. 사물에도 애착을 갖는 나에게 전시회가 끝나면 어찌 될까? 내 작업을 누군가 좋아서 가져가지 않으면 어두운 작업실에 도로 들어가 처박힐 것이다. 갤러리에서 밝게 빛나는 작품들을 둘러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내 작품이 좋다고 사길래 갤러리 주인에게 가격을 낮추라고 했다. 작품이 아늑한 집에 걸려 그들을 기쁘게 하고 편안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일수록 내가 끼고 있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분에게 사랑받기 위해 그림 가격을 낮춘다고 세상이 쪼개지는 일도 아니다.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멀리 보내 스스로가 홀로 서서 빛을 내며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과 같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마음 갤러리 조명 riverside gallery 갤러리 주인
2026.01.08. 20:42
가게 가까이에 사는 지인이 점심시간에 맞추어 하얀 쌀밥에 시금치나물과 무나물을 보자기에 싸 들고 왔다. 밥에서 김이 나오고 시금치나물과 무나물 위에는 깨소금이 뿌려져 있다. 지인이 반찬 위에 뿌려진 깨소금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깨소금의 뜻? 뭐 깨소금에는 소금이 안 들어가지만 풍미를 돋우지 않나. 요즈음에는 소금 들어간 깨소금도 있을까. 나는 빈약한 지식을 주절주절 읊었다. 내가 답다운 답을 내놓지 못하자 지인은 시금치나물을 가리키며 이 깨소금은, 이 시금치나물 네가 처음 먹는 거라는 뜻이라고 했다. 나를 위해 지금 막 만든 음식이고 이렇게 톡톡 뿌려 놓으니까 막 완성한 것 같고 먹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요리한 사람의 마음. 아 대접받는 거네. 어쩐지 깨를 뿌린 반찬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곰곰 따져보면 막 조리한 온기 있는 음식에 뿌려진 깨소금은 쉽게 눅눅해지거나 향을 잃기 때문에 음식을 내기 직전에 뿌려야 그 신선한 맛과 향이 온전히 지켜진다. 그래야 음식을 만든 사람과 그 음식을 먹는 사람 사이를 향긋하고 풍미 있게 이어준다. 그렇게 푸릇한 시금치 위에 별처럼 뿌려진 깨소금을 떠올려 본다. 우선 깨소금을 뿌린 반찬이 시야에 들어오면 먹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진다. 설령 상 위에 한두 가지 반찬뿐이라고 한들 정갈하게 느껴진다.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가져오면 혀끝에 순간 음식의 풍미가 입속에서 터지듯 퍼진다. 깨소금을 씹는 오독한 식감은 또 어떤가. 깨소금은 시금치 무침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마음의 마지막 붓 터치가 아닐까 싶다. 깨소금은 미리 만들어둔 반찬을 대충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맛이 살아있는 최상의 상태로 차려낸 정성의 표현이다. 주인공이야 당연히 시금치지만 깨소금은 시각, 향, 식감으로 음식의 감각적인 요소를 끌어올려 원재료의 맛이 잘 전해지도록 돕는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한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먹는 이에게 가 닿도록 돕는 깨소금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 필수 불가결의 조연이다. 깨소금에 담겨 전해지는 감성이 풍부해서 좋다. 요리에서 원재료가 가진 맛처럼 사람의 본성이 깨소금을 타고 쏟아진다. 우리 가게 손님 무하마드는 가나에서 이민을 왔다. 20년 동안 어린 딸과 함께 살았다. 아파트가 좁은지 여름옷을 가져오면 다음 해 여름에 찾아간다. 겨울옷도 마찬가지다. 궁색해 보이지만 가나가 프랑스 지배를 받아서인지 옷 모두가 프랑스에서 만든 옷이다. 집에서 세탁해도 아무렇지 않을 옷을 가게에 맡기는 이유는 세탁 방법을 몰라서일 것이다. 꼬마 딸이 커서 친구와 룸메이트로 뉴욕으로 이사했다. 항상 어깨가 축 늘어져 피곤해 보이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가 조금은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몇 주 전 바지 두 개를 가져와 급하게 세탁을 부탁했다. 웬일인지 궁금했는데 너무 좋아 싱글벙글하면서 이야기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데이트한다고 수줍어하며 웃는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젊은 청춘 혼자 외롭게 딸을 키우고 이제는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 같아 나도 기뻐해 주었다. 바지를 찾으러 왔다. 바지 주머니에 돈을 조금 넣어 아무 말 하지 않고 내주었다. 바지 위에 깨소금을 함박눈 내리듯 쏟아붓고 소낙비 내리듯 쏟아부어 주었다. 내 마음속으로.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깨소금 마음 순간 음식 바지 주머니 프랑스 지배
2025.12.31. 17:10
요즘은 정리하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리라면 당연히 주변의 물건을 버리고 재배치하고 하는 일이겠지만 이와 함께 요즘은 마음 정리에도 노력한다. 어찌 보면 물건보다 마음 정리를 더 크게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어느덧 한해가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날이 나이 듦의 무게가 더욱 강하게 어깨에 느껴지고 있어서다. 마음 정리라? 주변 곳곳에 쌓여있는 물건을 치우는 일이야 곁에 커다란 빈 박스 준비해 놓고 눈 딱 감고 휘리릭 버리면 그만이지만 이 마음 정리는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쉽지는 않다. 살아온 날이 길었으니 그만큼 마음에 쌓여있는 감정, 생각, 기억들이 만만치 않다. 이 가운데 불필요한 것, 부정적인 것부터 말끔히 치우고 긍정의 마인드를 묘목처럼 든든하게 심어놓으며 될 터이지만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이 책의 도움을 받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마음정화 도움서 가운데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의 계로록)’가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한다. 그가 40세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이 책을 요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는다. 94세 나이로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소노 아야코는 일본의 대표적 여류소설가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등 많은 삶의 교훈서를 집필한 다양한 장르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존경해온 작가라 그의 타계 소식은 큰 슬픔을 주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적 부친 곁에서 자라며 삶의 어두움 가운데 문학을 유일한 의미로 삼았다. 그러던 그는 50세에 희귀 망막 질환으로 작가로서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실명위기에 처했으나 수술이 기적적으로 성공하며 시력을 되찾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새 삶을 되찾은 그는 한국의 소록도를 포함 극한 상황에 놓인 전세계 많은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그 과정에서 경험한 성취와 행복의 비결을 책으로 엮었다. 그래서 그가 권하는 삶의 조언은 상당히 마음에 와 닿는다. ‘마음이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로라도 항상 웃으며 명랑하게 생활하라’, ‘남의 일, 특히 자녀 일에 끼어들지 말라’, ‘고정 관념을 버려라’, ‘지나간 이야기를 정도껏 하라’, ‘어떠한 경우든 푸념하지 말라, 자신만 비참해진다’, ‘인생에서는 큰 방향을 정하고 나면 사소한 것들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라. 쓸데없이 저항하기보다 당당히 삶의 흐름에 따라가라’, ‘세상은 모순투성이 임을 받아들여라. 하지만 이 모순이 생각하는 힘을 준다.’ 이런 소노 아야코의 귀한 권유 중에서도 요즘 특별히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은 ‘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쉽게 풀자면 만사에 말조심하라는 조언이다. 특히 그는 가족 등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조심을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심하게 병을 앓게 됐다는 교인이 털어놓았다. “한 구역원이 기도해 준다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오히려 그 날벼락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병이 더 심해진 듯 했다”는 것이었다. 집 근처에 살고 있는 후배가 몸이 불편해 가끔 찾아간다. 건강이 나빠진 후 신앙심이 더욱 견고해 진 그는 볼 때마다 어찌나 긍정적인지 오히려 위로를 받고 온다. 얼마 전 ‘힘들어도 좋은 것만 생각하고 이겨내자’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가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선배가 곁에 계신 것도^^’ 후배가 보낸 단 몇 마디에 갑자기 따뜻한 선배가 된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좋은 말은 분명 선물이다. 마음의 양식이 되는 많은 작품을 내고 세상을 떠난 소노 아야코의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권한다. 특별히 나이 듦의 무게가 나날이 크게 느껴진다면 분명 삶의 귀한 영양제가 될 것 같다. 유이나 / 칼럼니스트무대와 시선 첫걸음 마음 마음정화 도움 마음 정리 소노 아야코
2025.12.02. 20:23
11월은 ‘전국 입양 인식의 달(National Adoption Awareness Month)’이다. 혈연이 아니라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을 축하하고, 아직도 진정한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입양 부모들은 교사, 간호사, 자영업자, 지역사회 지도자 등 각기 다른 삶의 여정을 걸어온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진실이 있다. “너는 내 몸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내 마음에서 태어났단다.” 최근 만난 한 아버지는 입양이 지닌 위대한 힘-아이의 삶뿐 아니라 부모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랑의 기적-을 일깨워 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상처로 시작해 희망으로 꽃핀 여정이었다. “난 언제나 아버지가 될 거라 믿었어요.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고, 운동장에서 응원하고,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곤 했죠. 하지만 인생은 우리가 세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군요. 수년간의 시도와 좌절 끝에 아내와 나는 결국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부모 없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자는 마음으로 입양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인터넷을 뒤져 입양 관련 기관을 찾다가 우연히 ‘AFFI’라는 단체를 발견했다. “문화와 안전, 그리고 아이가 진정으로 이해받을 수 있는 집”이라는 문구가 마치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했다. 그는 주저 없이 전화를 걸었고, 그 한 통의 전화가 세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부부는 그렇게 위탁 양육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는 전화가 온 날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 살배기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영양실조에 상처투성이, 안전한 곳이 절실한 아이였죠. 그리고 그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내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이의 몸은 너무 작았다. 옷 너머로 뼈가 만져졌고, 손목에는 동그란 담뱃불 자국이 남아 있었다. 울지도 않고,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그를 바라보는 눈빛엔 이미 인생의 아픔을 다 배운 듯한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고 한다. “본능적으로 아이를 더 꼭 끌어안았습니다. 아내가 우리를 감싸 안았고, 우리는 그렇게 세 식구가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난 다짐했어요. 다시는, 절대로, 누구도 이 아이를 다치게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처음 몇 주는 조심스럽고 느리게 흘러갔다. 아이는 거의 먹지 않았고, 그래서 한 숟가락이라도 삼키면 부부는 박수를 쳤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던 아이가 처음 웃음을 터뜨리던 날, 그것은 마치 폭풍 뒤에 비추는 햇살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변화가 조금씩 찾아왔다. 볼 살이 통통해지고, 다리가 힘을 얻었으며,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곧 아이는 마당을 뛰어다니며 비누방울을 쫓고, 비틀거리며 우리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무릎이 까지고, 생일 케이크에 초를 불고, 잠자리 동화를 읽어주는 그 모든 순간들이 부부가 함께 짜나가는 인생의 실타래가 되었다. “이제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었어요. 건강하고, 활기차며, 축구를 하며 경쟁심 넘치는 미소로 뛰어다니죠.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그 조용하고 떨리던 아이가 이렇게 밝게 자란 게 믿기지 않을 때가 많아요.” 입양 당일, 그녀는 노란색 상의에 청바지를 입고, 가장 좋아하는 토끼 인형을 꼭 쥐고 있었다. 아이는 법원을 나서며 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사랑해요, 아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날 밤, 아이를 재우며 아이가 다시 속삭였어요. ‘사랑해요, 아빠.’ 나는 이마에 입을 맞추며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의 약속을 떠올렸죠. 그리고 확신했습니다. 평생 그 약속을 지킬 거라고.” 입양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상처받은 아이를 품기 위해서는 용기와 인내, 그리고 끝없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이기도 하다. 이 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부모됨이 혈연이 아니라 사랑과 헌신, 그리고 끊임없는 기다림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번 11월, 입양과 위탁가정을 통해 마음을 연 가족들을 축하하자.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줄 가정을 기다리는 수많은 아이, 특히 아시아계와 이민 가정 배경의 아이들을 기억하자. KFAM(한인가정상담소)은 ‘아시아계 입양 및 위탁가정 지원 프로그램(API)’을 통해 모든 아이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결말은, 누군가의 “Yes(네)”로부터 시작된다.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마음 입양과 위탁가정 입양 부모들 아시아계 입양
2025.11.18. 18:29
가족의 탄생, 만추, 원더랜드 등을 연출한 김태용(사진) 영화감독은 LA한국문화원이 주관한 ‘K-시네마 투어링’ 행사차 LA를 찾았다. 지난달 28일~30일 열린 행사에서 그는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들과 소통했다. 특히, 행사는 본지 소개로 알려진 한인 이민사가 담긴 가디나 시네마〈본지 6월6일자 A-3면〉에서 시작해 의미를 더했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상영작 ‘만추’와 그의 연출 철학에 관해 물었다. 관련기사 동네 영화관은 함께 울고, 웃는 공간…한인 운영 '가디나 시네마'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 한국 영화의 인기를 체감하나. “한국 영화의 인기는 전 세계 어디서든 느낄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시도나 시스템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극장에서만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변화가 배경이 된 것 같다.” - ‘만추’를 본 관객들 반응은. “16년 전에 만든 영화다. 개봉 당시에는 ‘길고 느리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도 빠른 속도의 영화가 대세라 걱정했는데, 집중해서 재밌게 봐준 분들이 많아 다행이었다. 특히 장면의 기획 의도나 아이디어를 묻는 디테일한 질문이 많아, 영화를 깊이 보셨다는 걸 느꼈다.” - ‘만추’의 영감은 어디서 왔나. “1966년 원작이 있는데 필름이 유실됐다. 전설처럼 존재하던 이야기의 기본 설정, 즉 감옥에서 하루 외출한 여자가 남자를 만난다는 구도가 매력적이었다. 원본을 볼 순 없었지만, 그 구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시애틀이라는 공간, 중국 여성과 한국 남성의 조합으로 발전시켰다.” - 아내 탕웨이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나. “프로듀서가 미국에서 영화를 찍자고 제안하며 ‘말도 안 통하는 이방인 둘이 하루를 함께 보내는 순간’을 영화로 담자고 했다. 대사가 많은 영화가 아니었기에 배우 선택이 중요했다. 그때 프로듀서가 아내를 추천했고, 나 역시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했기에 사진을 붙여놓고 ‘시애틀의 탕웨이’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다. 다행히 아내가 완성된 시나리오를 재밌게 봐주어 함께할 수 있었다.” - 연출 철학은. “내 시나리오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를 오가는 과정이다. 영화는 공부이자 나눔이다. 늘 고민하는 건 ‘내가 궁금해하는 걸 관객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을까’다. ‘만추’도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담았고, 관객이 그 질문을 이어가길 원했다.” - 자신만의 색깔은 무엇인가. “특정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이야기에 맞는 장르를 찾는다. 결국 내 경험에서 얻은 감정을 영화로 표현하다 보니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색깔은 관객이 판단할 부분이다.” - 아내 탕웨이와 향후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은. “탕웨이는 아내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 작품마다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언어와 캐릭터 제약이 있지만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다.” - 한국 영화 산업이 위기라는데. “전 세계 영화계가 어려움에 있다. 특히 한국은 극장 관객 감소가 심하다. OTT를 지나 이제는 숏폼 영상 소비로 옮겨갔다. 관람 형태가 바뀐 만큼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또 한국 영화 산업은 높아진 제작비를 적절히 조정하며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 최종 목표는. “계속 영화를 찍는 것이다. 크든 작든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게 꿈이다. 임권택 감독처럼 나이가 들어도 멈추지 않고 영화를 찍고 싶다.” 김경준 기자영화 만추 김태용 감독 마음 시나리오 한국 영화 세계 영화계 한국 콘텐츠
2025.10.02. 21:04
지난 8월 마지막 주, 필자는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가수 7명의 LA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멕시코 크루즈 선상 특별 공연이 기획되었단다. 한국 가요계 최초의 시도라 모두 흥분된 상태라고 했다. 필자는 이 항해에 동행하게 됐다. 주최 측으로부터 온 갑작스러운 요청 때문이었다. 7명의 가수중 한명이 ‘밀실 공포증’과 ‘고소 공포증’을 겪고 있으며,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 정신과 의사의 동행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알린 가수의 용기, 그리고 그를 돕기 위해 전문가를 동행시키려는 주최 측의 책임감에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40~50대 세 자녀들은 걱정을 쏟아냈다. “엄마는 오십 여년 간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시면서, 한 번도 법적 문제에 부딪힌 적이 없었는데, 아무런 공식적인 계약도 없이 5일간을 환자와 같은 배에 동행하는 것은 위험해요.” 또 내가 카이저 병원에서 일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이민자들을 도왔던 과거를 들춰내며, 법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약 30여 년 전, 필자가 후배인 심리학 박사 닥터 오와 함께 교회의 작은 방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정신적 문제를 돕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에서 자녀가 자폐증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부모들이 미국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진단을 확인하기 위함이라 했지만, 아마도 진단이 틀렸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부모들의 마음은 미국에서 ADHD 진단을 받은 자녀를 한국에 데리고 나가는 이민자 부모님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ADHD 진단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테스트들로 아이들의 주의 산만증을 더 악화시킨 후에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시에는 카이저 병원에서 근무할 때라 교회 사무실에서 우리는 약 이십여년간 환자를 봐왔는데, 내 아이들이 그때부터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아이들 말대로 법적 보호 없이 진료 행위를 하는 것은 무모한 것도 사실이다. “엄마는 좋은 뜻으로 한인 가수들을 도우려는 것이지만 도중에 불행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잖아요.” 자녀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자는 이민자들을 위로하러 온 젊은 가수들과 그들을 돌보는 주최 측의 따뜻한 마음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결국 카니발 선박에 몸을 실었다. 항해 이틀째, 긴장되는 와중에도 선상에서는 놀라운 광경들이 펼쳐졌다. 90세 노모의 생신을 기념하는 중년의 자녀, 그리고 아이돌을 꿈꾸는 고베 출신의 18세 일본 소녀가 선보인 멋진 공연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마침내 셋째 날, 무대에 선 그 가수는 자신의 공포증을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잘 조절해서 문제가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했고,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의 건강에 대한 안심과 격려의 박수이리라. 정신과 의사로서 그 박수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수치’로 여겨지던 정신적 문제를 젊은 세대가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대중은 이를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느꼈다. 아마 그 가수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꺼내 보인 순간, 이미 치유의 첫걸음을 뗀 것이리라. 인간의 감정은 마음속에 억누를수록 더 크게 끓어오른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감정은 정리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 아름다운 가수는 말을 통해 치유를 얻었고, 필자의 자녀들은 한인 엄마가 한국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마음 고백 한인 가수들 가수 7명 정신과 의사
2025.09.11. 18:53
풀러턴 은혜한인교회 부설 은혜평생교육대학(이하 은평대, 학장 한기홍 담임목사)이 내달 3일(수) 가을학기를 시작한다. 가을학기 강좌는 이날부터 총 11주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 9시~11시45분까지 교회 내 비전센터에서 진행된다. 서성남 학감은 “100세 시대엔 몸과 마음이 모두 튼튼해야 한다. 신체와 두뇌를 자극하는 과목을 다수 준비했다”고 말했다. 가을학기엔 처음 선보이는 오카리나(강사 조수정)를 포함, 총 19개 과목이 마련됐다. 나머지 과목은 ▶아이폰 ▶스마트폰 ▶컴퓨터 ▶수채화 ▶사군자 ▶우쿨렐레 ▶캘리그라피 ▶사진 ▶색소폰 1 ▶색소폰 2 ▶키보드 ▶드럼 ▶성경 생활영어 ▶기타 ▶건강(라인) 댄스 ▶성악(노래 교실) ▶골프 ▶건강 탁구 등이다. 스마트폰 과목을 담당하는 이상호 교무처장은 “챗 GPT를 이용한 인공지능 활용과 유튜브 동영상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할 것이다. 홀로 있는 시니어가 위급한 상황에 멀리 떨어진 스마트폰에 말로 명령을 내려 911에 전화하는 법도 가르쳐줄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 생활영어를 맡은 리처드 문 강사는 “수강생이 원하는 성경 구절을 활용해 영어를 지도하고 영어로 신앙 일기를 쓰도록 할 것이다. 챗 GPT의 도움도 일부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봉천 기타 강사는 “학기를 마치면 어렵지 않은 곡은 연주할 수 있도록 기본 코드 실습 위주로 강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강생 수가 가장 많은 과목 중 하나인 수채화를 담당하는 서혜란 강사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축하, 안부 카드를 만드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기 말엔 과목별 종강 발표회 및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수강생 연령 제한은 없다. 은혜한인교회 교인 여부, 기독교인 여부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등록금은 점심과 간식 포함, 200달러다. 첫째 주와 마지막 주엔 한식 뷔페가 제공된다. 사전등록은 20일(수) 오전 10시30분~11시30분, 24일(일) 오전 10시30분~정오에 교회 본당인 비전센터 로비에서 할 수 있다. 문의는 이상호 교무처장(714-323-9603)이나 서성남 학감(714-496-1646)에게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마음 은혜교회 성경 생활영어 가을학기 강좌 스마트폰 과목
2025.08.18. 20:00
바다가 그리운 강물은 흐름의 기도를 멈추지 않고 산들은 기도하는 제자리가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칠월의 밤을 열어놓고 합창하는 풀벌레들의 울음 너머를 짚어보는 나에게 바람의 옷을 입은 산새들이 찾아와 노래로 살아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아직도 배움의 기쁨을 모르는 터에 스승으로 떠오르는 해와 달이 베푸는 계절의 향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고마움을 알아가는 기쁨이 기도의 시작이라고 한다 헤아려 보니 하나 하나 둘 하나 둘 셋… 따지지 마라 기쁨과 슬픔, 들숨과 날숨도 서로 다른 은총인 것을 유병옥 / 시인문예마당 기도 마음 여름 가을 슬픔 들숨 울음 너머
2025.07.24. 19:22
어떤 여자분이 파티에 새 옷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많은 분이 그 옷이 이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그 옷이 잘 어울리는데, 빨간색이라 네가 좀 뚱뚱해 보인다.” 말했습니다. 친한 친구이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파티가 끝날 때까지 그 친구의 말이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온라인에 떠도는 악성 댓글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며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에 있는 댓글을 보면 실지 90% 이상이 좋은 것이고 소수가 부정적인 것이지만 이들 마음은 저절로 부정적인 것에 마음이 쏠리게 됩니다. 우리 마음이 그렇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만, 좋지 않은 것에 우리 마음이 저절로 따라가기에 십상입니다. 시험 치기 전에 긴장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기심, 상대심, 헛된 욕심을 놓아야겠다고 결심한다고 우리 마음이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선지식이 우리 본성을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가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어른과 같이 육근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힘 있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잘 먹고 잘 자라서 어른이 되어야 육근을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본성을 잘 양성해서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이는 마치 우리 몸에 근육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사는 데 주변 환경이 완벽할 수 없습니다. 완벽하다는 것도 주관적인 것입니다. 옛날에는 살 집이 있고 하루 세끼 걱정하지 않으면 이가 완벽한 인생, 유토피아라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인들이 자기 인생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항상 이루려고 하고, 무엇인가를 더 가지려고 하는 어떤 ‘추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1632~1704)는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염려다. 염려가 우리 마음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말했습니다. 걱정, 염려하기 싫다고 근심 걱정이 우리 마음에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심, 비교심, 질투심, 헛된 욕심 등을 없애야겠다고 바로 이들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근육에 힘이 있어야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고 옮길 수 있듯, 우리 마음에 힘이 있어야 우리가 마음을 잘 사용할 수 있고, 염려, 불안 우울증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도 떨어낼 수 있습니다. 육신 근육은 많이 사용할수록 강해집니다. 생각과 염려가 끊임없는 현대인에게 마음은 육신 근육과 반대로, 멈추고 휴식할수록 그 힘이 강해집니다. 작은 싹은 바람에 뽑히지만 나무가 크면 바람에 뽑히지 않습니다. 낙락장송이 되면 태풍도 견딜 수 있습니다. 마음을 멈추고 멈추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수양력이 쌓이고 마음의 힘이 강해지면 여러 가지 어려움, 외경에 흔들이지 않고 우리 인생에 중심이 섭니다. 명상, 좌선, 기도 등을 통해 우리 마음을 멈추고, 우리 정신을 참으로 쉬게 하면 수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원불교 3대 종법사였던 대산종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경계 중에 늘 멈추고 멈추어 늘 가라앉히고 가라앉혀서 대안정력을 얻을 것이니라.” 때론 힘들지만 체육관에서 우리 근육을 단련해야 하듯 수양 시간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가져야 합니다. 좌선, 염불, 기도 등의 정(靜)적인 공부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화를 참거나, 헛된 욕심을 참거나 등 동(動)하는 생활 속에서도 인욕 공부를 하여야 합니다. 비 온 뒤에 땅에 더욱 굳듯, 경계 중에 인욕 공부를 하면 수양력이 크게 쌓이게 됩니다. 특히 성자, 위인들은 다 역경 속에서 마음의 힘을 기른 분들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 이들 마음 우리 마음 육신 근육
2025.06.19. 17:30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감사의 카네이션 한 송이, 오붓한 식사 한 끼도 좋지만 어버이날에 선물이 빠지면 영 서운하다. 매년 필요한 게 무엇이냐 물어도 "없다"고만 답하던 우리 부모님의 속마음은 어떨까.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과일이나 고기 등 신선식품, "사랑해요" "감사해요" 등 따뜻한 말 한마디, 꽃바구니, 상품권, 건강식품, 여행 및 나들이 등이 받고 싶은 선물 순위권에 들었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아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감사의 선물을 전하고 싶다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위한 고국배송 상품들이 중앙일보 온라인 쇼핑몰 '핫딜'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실속과 럭셔리를 함께 반영한 선물세트를 주문하기만 하면 부모님 댁으로 배송되어 마음을 전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먼저 선물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한우세트가 2025년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신세계 한우 1++ 7 프리미엄 선물세트 2.4kg'는 당일 생산, 당일 출고를 원칙으로 하는 대구 축산 농협과 신세계의 인기 한우 선물 세트로 등심, 불고기, 국거리 그리고 산적이 각 600g씩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269달러. 구이용만 원한다면 등심 600g 2팩, 안심, 채끝 각각 600g으로 구성된 '신세계 1++(8)등급 한우암소구이선물 2.4kg' 도 590달러에 준비되어 있다. 한우 대신 건강에 좋은 '유황 오리 훈제(슬라이스)'도 고기 선물로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kg씩 2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도 69달러로 저렴한 편이어서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카네이션 꽃바구니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바구니 생화 A2013'는 혼합 계절 꽃 소재, 계절 그린 소재로 풍성하게 채워져 있으며, 취향에 따라 여러 구성 중에 선택 가능하다. 달콤한 디저트 선물로는 조선호텔의 최고급 '넛츠 파이(930g)'를 추천한다. 바삭한 파이와 촉촉한 시트, 그리고 고소한 견과류(피칸ㆍ호두ㆍ헤이즐넛)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으며, 고급스러운 패키지는 받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 다양한 고국배송 상품이 핫딜에 준비되어 있으니 이번 마더스데이 선물을 온라인 쇼핑몰 핫딜에서 준비해 보면 어떨까? ▶온라인 구입하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어버이날 마음 어버이날 선물
2025.04.23. 18:26
아낀다는 말은 좋은 말입니다. 행복해지는 표현이기도 하죠. 물건을 아끼기도 하지만, 사람을 아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아낀다고 표현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아낀다는 말에는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서로 아끼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아끼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함부로 쓰지 않거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의미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낀다는 말의 단어의 구성을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낀다는 말은 겉으로는 구성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아끼다’라는 말은 아깝다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즐기다와 즐겁다, 반기다와 반갑다의 구성과 같습니다. ‘기와 갑/겁’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끼’나 ‘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앞에 받침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앗다’에 ‘-기-’, ‘-갑-’이 붙은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앗다는 주로 예전에 많이 쓰던 말로 ‘빼앗다’는 의미의 단어입니다. 지금도 ‘청춘을 앗아갔다’와 같은 표현에 쓰이곤 합니다. 따라서 아끼다와 아깝다는 빼앗다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가져갈까 봐, 빼앗아갈까 봐 소중하게 생각하고, 조심해서 다루는 것입니다. 그런 행위를 보고 아낀다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음에도 잃어버리게 된다면 아깝다고 하였을 것입니다.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 감정을 아끼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달리 말하면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운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은 먹을 것이 있겠네요. 먹고 싶었던 맛있는 것이라면 조금씩 아껴서 먹게 됩니다. 어릴 적 아이스크림을 아껴먹던 기억이 납니다. 아껴 먹느라 천천히 먹었는데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뚝뚝 떨어지던 씁쓸한 기억입니다. 종종은 숨겨놓고 먹기도 합니다. 저는 식탐은 별로 없어서 숨겨두지 않아서 음식을 숨겨두는 사람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식탐도 늘고 있습니다. 아끼는 것의 대명사는 아마도 ‘돈’일 겁니다. 구두쇠나 수전노 등은 돈을 아끼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아끼는 것은 좋은 것임에도 구두쇠나 수전노에 부정적 감정이 한가득인 것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절약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아끼는 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쓸 데 쓸 줄 아는 사람이 사회에서 존경을 받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사회는 빈부의 차이 없이 사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베풀고, 나누고, 조화를 이루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아끼는 마음 중 가장 귀한 것은 사람에 대한 마음입니다. 물론 사라져가는 생명이나 자연 유산을 아끼는 마음도 소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로 아끼는 마음입니다. 또한 늘 함께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아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내가 아끼는 사람이 많으면 행복한 겁니다. 저는 아끼다와 아깝다를 보면서 우리의 감정과 마음을 봅니다. 무엇을 아껴야 하는지, 누구를 아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낌없이 나누어야 하는 것은 무언인지, 누구에게 아낌없이 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아끼는 마음이 아름다운 쪽으로 깊어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마음 부정적 감정 자연 유산
2025.03.23. 17:39
감사하는 마음은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 풍파를 보고 한 송이의 들꽃에서 창조주를 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보이는 것 너머를 보게하는 눈이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하는 능력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현재의 부족함 속에서도 미래의 풍성함을 보며 풍성한 수확이 뒤따릅니다 세상에서 감사를 표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감사는 긍정과 여유로움을 낳고 긍정은 내 삶을 변화시킵니다 감사는 영혼을 일깨우고 감사는 영혼을 자유롭게 합니다 그래서 감사는 축복입니다 이창수 / 시인문예마당 감사 마음 세상 풍파
2025.03.06. 17:47
우리 집 반려견이 주체할 수없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거나, 분리불안으로 힘들어한다면 노즈워크가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노즈워크란, 강아지들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에너지 해소는 물론, 자신감까지 키워주는 놀이 겸 훈련 도구이다. 후각을 이용하여 노즈워크 곳곳에 숨겨진 간식을 찾는 놀이를 통해 반려견은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쓰며 정서적으로 안정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반려견이 심심해할 때는 물론, 분리불안과 외로움을 겪을 때도 최고의 놀이라 할 수 있다. 미주 최대 한인 온라인 쇼핑몰 '핫딜'에서는 반려견들을 위한 다양한 노즈워크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폭죽 놀이 모양의 노즈워크는 솜이 없는 장난감으로 노즈워크는 물론 터그놀이까지 가능하다. 웨빙끈을 사용하고 X자 고무패드를 결합해 터깅의 힘 강도를 올렸으며 덩달아 노즈워크 난이도도 높아졌다. 끈과 슬롯을 잡아당겨도 쉽게 끈이 나오지 않아 터그놀이를 즐기는 반려견에게 강력 추천된다. 독마망 쨈은 고난도 노즈워크 장난감이다. 쨈 속에 80cm 노즈워크 슬롯이 숨어있는데 단순히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입구 타입을 반복되지 않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해수복에 주로 사용되는 원단을 적용, 간식이나 먼지가 들러붙지 않고 침도 빠르게 건조된다. 이 밖에도 김밥 모양, 귀여운 샌드위치 모양, 고구마 모양, 대파 모양 등 다양한 노즈워크 장난감이 핫딜에 입고되어 있으니, 반려견이 있다면 필수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상품 살펴보기:hotdeal.koreadaily.com핫딜 노즈워크 마음
2025.02.05. 18:13
인투 달라스교회(IN2 Dallas Church, 담임목사 박대원)가 창립예배를 드리고 예수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교적 교회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인투 달라스 교회는 26일(일) 프리스코에 위치한 프리스코 홀(Frisco Hall)에서 창립예배를 드렸다. 인투 달라스 교회는 미주 온누리 비전교회의 협력교회로 뉴저지 온누리교회에 의해서 달라스 지역에 개척된 교회다. 미주 온누리 비전교회 본부장인 마크 최 목사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많은 인구가 텍사스로 이주하는 현상을 지켜보며, 달라스 지역에 사도행전적 교회의 비전을 가진 교회가 필요함을 인식해 교회 개척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교회의 이름은 20년 전에 뉴욕 맨하튼에 개척된 ‘뉴욕IN2’의 이름을 따라 ‘IN2 Dallas’로 정했으며, 뉴저지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하던 박대원 목사를 작년7월에 달라스로 파송해 개척을 시작하게 했다. 지난해 7월7일부터 10 가정이 함께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기 시작한지 7개월만에 이번 창립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인투 달라스 교회 창립예배는 심형진 목사의 찬양인도, 최경주 장로, 이용규 선교사, 홍재회 선교사의 축사, 이재훈 위임목사, 박종길 목사, 이찬수 목사의 영상 축하 메세지, 마크 최 목사의 설교, 박대원 목사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이재훈 위임목사는 영상 축하 메세지를 통해 “달라스 지역에 IN2 달라스 교회가 시작됨으로써 사도행전적 교회의 비전을 더욱 힘있게 이루어 나가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며 “미주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해외비전교회 협력위원회를 섬기는 박종길 목사 또한 영상 축하 메세지를 통해 “미국 남부지역에 Acts29의 비전과 예수바보행전을 써가는 귀한 교회가 세워짐에 감사하다”며 “개척의 기쁨을 누리는 성도들이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창립예배의 설교자인 마크 최 목사는 누가복음9장10~17절의 말씀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헌신하는 선교적인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이날 예배에는 마크 최 목사와 더불어 60여명의 뉴저지 온누리교회 성도들이 창립을 축하하기 위해서 동부에서 달라스까지 3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와 참석해 감동을 더했다. 박대원 목사는 “앞으로 인투 달라스 교회가 달라스를 넘어 텍사스에, 텍사스를 넘어 미주에, 미주를 넘어 열방에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행전적 교회로 쓰임받을 것을 믿는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투 달라스 교회는 매주 일요일 오전10시30분과 오후1시30분에 달라스 프리스코에 있는 프리스코 홀을 빌려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인투 달라스교회는 텍사스에 거주하는 한인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복음화하는 비전을 가지고 뉴저지 온누리교회에 의해서 개척됐다. 박대원 목사는 “IN2라는 이름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두 가지 부르심을 의미한다”며 “그 부르심은 ‘예수께로 오라’(마태복음 11:28)는 예배의 부르심, ‘세상으로 가라’(마태복음 28:19)는 선교의 부르심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주일 1부 예배는 오전 10시30분 성인, 차세대 예꿈 및 꿈땅, Power Wave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2부 예배는 오후 1시30분엥 드려진다. 인투 달라스 교회 주소는 5353 Independence Pkwy. Ste 1, Frisco, TX 75035이며 웹사이트는 in2dallas.org다. 〈토니 채 기자〉 예수 마음 뉴저지 온누리교회 달라스 교회 선교적 교회
2025.01.31. 7:42
미주 최대 아시안 슈퍼마켓 체인 H 마트가 을사년 설날을 맞이하여 H 마트 고국통신에서 설날 행사를 진행한다. H마트 고국통신은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LA 갈비, 조기, 스킨케어 세트, 케이크 등의 다양한 선물을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손쉽게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에 있는 가족을 비롯해 소중한 지인에게 설날맞이 선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는 1 월6 일부터 2 월2 일까지 약 한달간 진행되며, 사전예약 기간인 1 월6일부터 1 월19 일 이내에 사전 주문할 경우 쿠폰 코드(HGIFT10)를 통해 추가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전예약 기간 내 캐롤튼, 오스틴, 휴스턴, 블레이락 등 텍사스 매장에서 200달러 이상 주문시 20달러 상당의 H 마트 상품권을 즉시 받을 수 있다. H마트의 이번 고국 통신 행사에 관한 기타 자세한 내용은 H 마트 온라인 주문 고객 서비스 센터(800.648.0980)에 하면 된다. 주문은 웹사이트(gift.hmart.com)에서도 가능하다. 한편, H마트는 1982 년 뉴욕 우드사이드에 1 호점을 개점한 이래 현재 미국 18 개 주에 100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6,000 명 이상의 직원과 5 개의 지역 물류센터 및 가공시설을 보유한 미주 최대의 인터네셔널 슈퍼마켓 체인으로 자리 잡았다. H 마트는 고품질의 아시아 식료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필수 식료품, 정육, 수산, 청과, 생활용품 및 Ready To Eat 제품들을 제공함으로써 다문화 고객층은 물론 지역 사회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 해 노력하고 있으며, 항상 우수한 품질과 신선한 재료,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함으로 최고의 고객 만족을 위해 지속적으로 헌신하고 있다. 〈H마트 제공〉마음 설날맞이 h마트 고국통신 설날맞이 선물 마트 온라인
2025.01.10. 8:45
누군가 찾아와 푸념을 쏟아내던 중 내게 묻는다. 스님은 외롭지 않나요? 라고. 듣는 찰나에 씁쓸한 엷은 웃음이 미간으로 퍼진다. ‘뭐 이런 질문을 하지?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아무래도 출가자는 외로운 사람일 거라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 같다. 그래서 답을 하기 전에 물음을 되돌려준다. 당신은 외롭지 않으냐고. 그랬더니 맨날 외롭단다. 바람 소리만 들어도 춥고 옆구리가 시려 오고, 해가 바뀌는 무렵이 되면 더 외롭고 쓸쓸하다면서 자신의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을 하소연한다. 사실 이런 얘기는 그 누구와도 오래 하고 싶지 않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에도 오한 들 듯 싸늘한 마음을 다지는 게 수행자의 삶이다. 그런데, 굳이 이런 속내까지 드러내면서 상대를 위로해야 하는 게 싫을 때도 있다. 왠지 가련한 나의 생애라도 내놓고 파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춥다는 생각은 외로움을 부른다. 그 외로움은 불청객 감기를 불러오고, 감기는 몸을 아프게 하며, 몸이 아프면 다시 혼자라는 생각에 빠져 외로워지게 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 삶에서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니 자신이 일으키는 한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마음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그것이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러하다. 더욱이 새해 새날이 되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지기도 할 테니, 길을 모색하려면 몸도 마음도 잘 추슬러야 한다. 특히 외로움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더 두렵게 하고, 새롭게 솟아날 용기를 가로막는다. 때문에, 서둘러 내려놓지 않으면 정작 가야 할 길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고향 집을 떠나올 때,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씀이 생각난다. “힘들면 언제든 돌아와.” 이별의 순간이었지만 가슴 깊이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비로소 어머니의 말씀이 귀에 와 닿는 순간, 그대로 박혀버려서 지금껏 빼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 말씀 덕분에 살면서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의 위안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외롭고 힘들 때마다 더 크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기댈 곳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각각 장단점이 있기는 매한가지인 듯하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출가의 길은 건조해진 마음을 유연하게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제약과 금기가 많아서 한시라도 몸가짐이 흐트러지면 안 되기 때문에 고단한 삶에 가깝다. 마음가짐은 곧 몸가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 하고, 가지고 싶다고 다 갖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도 마음 한 번 내려놓고 나면 사라지게 마련인 것을. 우리나라에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던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사카모토 류이치가 2023년 봄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였다. 특히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불교의 ‘공(空)’ 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나의 고단했던 유학 생활에서 그나마 마음이 각박해지지 않았던 건 그의 음악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 초여름 출간된 그의 유작 저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있노라면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여느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는 인간적 고뇌를 느낄 수 있다. 또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담담한 화법으로 서술되는 문장에서는 은은한 공감을 표하게 된다. 다음은 그의 문장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시험 삼아 피아노를 마당에 그냥 놔둬 보기로 했습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비바람을 맞으며 도장도 다 벗겨진 지금은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어떻게 썩어갈 것인가. 그것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나이 먹어 가야 하는가, 하는 것과도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암 투병 중 깨달았던 그의 사생관도 들여다볼 수 있다.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나이를 쌓아만 가는 것은 나무가 썩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유에서 시사하는 메시지가 크다. 결국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이냐는 사카모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면서, 더불어 우리 모두 답을 찾아야 할 화두이기도 하다. 이제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과도한 목표나 실현 불가능한 소망, 작심삼일로 끝날 다짐을 정하기보다는 후회나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도록 바람의 크기를 재단하는 것은 어떨까. 올해 을사년에 볼수 있는 보름달이 아직 열두 번이나 남아있으니까.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욕망 마음 말씀 덕분 사카모토 류이치 나무 상태
2025.01.01. 17:31
필자는 중학교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1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그 영화 주제곡을 듣고 어떤 무상함이 강하게 일어났고, 내가 누구이며 과연 마음의 실체가 무엇일까 하는 답답함과 강한 의심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무상한 경계를 대할 때마다 그런 의심과 답답함이 일어났는데, 당시 필자의 심경은 마치 좁은 통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의심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 좁은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외적 구속이건, 내적 구속이건 내가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해도 결코 내 ‘마음’으로 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필자가 원불교로 출가하고 난 후에야 그 좁은 통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음의 실체를 깨달아야만 그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고요해지고 번뇌가 사라지면 이런저런 의심이 생깁니다. 이는 마치 호수의 물결이 잠잠해지면 호수 밑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의심은 진리가 우리를 참 고향으로 오라는 부름이자 손짓입니다. 다음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입니다. “수도하는 이가 큰 발심이 나 가지고 공부가 어느 정도 깊어지면 자연 큰 의심 하나가 생겨나서 일체 의심이 그 의심 아래 잠을 자고, 자나 깨나 보나 들으나 어묵동정이 다 의심으로 화하여 온 천지가 그 의심 안에 들어 있다가 홀연히 한 생각을 얻어 그 의심을 부수고 나면 일체의 의심이 다 풀어지고 그로 좇아 참 지혜가 발하나니, 지금 그대들 가운데 보고 듣고 생각해서 아는 지혜는 참 지혜를 얻어 들어가는 첫 문에 첫걸음이 되나니 그것으로써 만족하지 말라.” 수도인에게이런저런 의심이 생기다가 나중에는 그 의심들이 하나의 큰 의심으로 귀결된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모든 강물이 결국 하나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불교 수행인들에게 궁극의 의심은 주로 ‘이뭣고’가 됩니다. 내가 말하고 보고 생각하는 그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의심입니다. 우리는 이를 마음, 의식, 성품 등이라 말하지만 이는 단지 하나의 개념일 뿐 우리는 그 실체를 정확히 모릅니다. 큰 의심이 걸리면 그 의심을 통해 큰 입정에 드는 것입니다. 큰 의심이 있고 난 뒤에 큰 깨달음이 있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큰 의심이 있는 뒤에 큰 정성이 나고, 큰 정성이 난 뒤에 크게 깨달음이 있으며, 깨달아 아는 것도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통 만통이 있나니라.”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선진포에서 나룻배를 기다리다 저절로 입정에 들어 온종일 그대로 서 계신 적이 있습니다. 큰 의심이 걸려 대정(大定)에 든 것입니다. 만공 스님께서도 스승님으로부터 “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다 하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받고 처음에는 이를 그냥 개념적으로 되뇌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이가 참으로 깊은 의심이 되었고, 그 의심 속에 먹고 자고 걸어가는 것을 거의 잊을 정도의 동정 간 입정이 몇 달 지속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밥을 하다가 불붙은 나무가 ‘딱’ 하며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듣고 홀연히 일체의 의심이 해결되고 깨달음을 얻었다 합니다. 큰 의심을 통해 큰 정(定)에 들고 이가 깨달음의 경로입니다. 그러나 보통 수도인에게는 이런 의심이 깊게 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 불교 선종(禪宗)에서는 많은 선지식은 제자들에게 어떤 진리적인 의심거리를 주었는데 이를 ‘화두(話頭)’라고 합니다. 화두를 때때로 공안(公案)이라고도 하는데, 공안은 글자 그대로 ‘관공서의 공식문서’라는 뜻입니다. 관공서의 법적 문서처럼 공안이 공부의 기준, 깨달음의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선가의 대표적 화두 혹은 공안입니다. 한 수행자가 중국 조주 선사에게 “인도의 달마대사가 서쪽 즉 중국으로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 물었습니다. 마침 뜰앞에서 있었던 조주 선사는 “뜰앞의 잣나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한 학인이 조주 선사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살아있다고 하셨는데 개에게도 과연 불성이 있을까 그 학인은 의심이 되었나 봅니다. 조주 선사는 “무(無), 즉 없다.”고 답했습니다. 학인들의 어떤 물음에 대해 선지식들이 진리를 직관적으로 바로 학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해 왔습니다. 선지식들의 이러한 답은 엉뚱한 답, 비논리적인 답변으로 보이는데, 이는 생각 논리로서 알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많은 화두가 수수께끼처럼 보이지만 화두는 근본적으로 수수께끼와 다릅니다. 수수께끼의 답은 생각으로서 논리적 사고로서 얻을 수 있지만, 화두의 해결은 생각이 끊이진 자리에 들어가야 그 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화두(話頭)라는 말이 화(話), 즉 말과 글과 생각 이전의 자리(머리 頭)라는 뜻입니다. 말과 생각 등 모든 관념 이전의 세계로 들어가야 성품을 본다는 것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 자유 의심 하나 의심 아래 마음 의식
2024.12.19.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