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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시선] 마음 정리 첫걸음은 좋은 말

Los Angeles

2025.12.02 19:23 2025.12.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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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나 / 칼럼니스트

유이나 / 칼럼니스트

요즘은 정리하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리라면 당연히 주변의 물건을 버리고 재배치하고 하는 일이겠지만 이와 함께 요즘은 마음 정리에도 노력한다. 어찌 보면 물건보다 마음 정리를 더 크게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어느덧 한해가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날이 나이 듦의 무게가  더욱 강하게 어깨에 느껴지고 있어서다.  
 
마음 정리라?  
 
주변 곳곳에 쌓여있는 물건을 치우는 일이야 곁에 커다란 빈 박스 준비해 놓고 눈 딱 감고 휘리릭 버리면 그만이지만 이 마음 정리는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쉽지는 않다.
 
살아온 날이 길었으니 그만큼 마음에 쌓여있는 감정, 생각, 기억들이 만만치 않다. 이 가운데 불필요한 것, 부정적인 것부터 말끔히 치우고 긍정의 마인드를 묘목처럼 든든하게 심어놓으며 될 터이지만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이 책의 도움을 받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마음정화 도움서 가운데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의 계로록)’가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한다. 그가 40세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이 책을 요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는다.
 
94세 나이로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소노 아야코는 일본의 대표적 여류소설가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등 많은 삶의 교훈서를 집필한 다양한 장르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존경해온 작가라 그의 타계 소식은 큰 슬픔을 주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적 부친 곁에서 자라며 삶의 어두움 가운데 문학을 유일한 의미로 삼았다. 그러던 그는 50세에 희귀 망막 질환으로 작가로서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실명위기에 처했으나 수술이 기적적으로 성공하며 시력을 되찾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새 삶을 되찾은 그는 한국의 소록도를 포함 극한 상황에 놓인 전세계 많은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그 과정에서 경험한 성취와  행복의 비결을 책으로 엮었다. 그래서 그가 권하는 삶의 조언은 상당히  마음에 와 닿는다.
 
‘마음이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로라도 항상 웃으며 명랑하게 생활하라’, ‘남의 일, 특히 자녀 일에 끼어들지 말라’, ‘고정 관념을 버려라’, ‘지나간 이야기를 정도껏 하라’, ‘어떠한 경우든 푸념하지 말라, 자신만 비참해진다’, ‘인생에서는 큰 방향을 정하고 나면 사소한 것들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라. 쓸데없이 저항하기보다 당당히 삶의 흐름에 따라가라’, ‘세상은 모순투성이 임을 받아들여라. 하지만 이 모순이 생각하는 힘을 준다.’
 
이런 소노 아야코의 귀한 권유 중에서도 요즘 특별히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은 ‘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쉽게 풀자면 만사에 말조심하라는 조언이다. 특히 그는 가족 등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조심을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심하게 병을 앓게 됐다는 교인이 털어놓았다.  “한 구역원이 기도해 준다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오히려 그 날벼락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병이 더 심해진 듯 했다”는 것이었다.
 
집 근처에 살고 있는 후배가 몸이 불편해 가끔 찾아간다. 건강이 나빠진 후 신앙심이 더욱 견고해 진 그는 볼 때마다 어찌나 긍정적인지 오히려 위로를 받고 온다. 얼마 전 ‘힘들어도 좋은 것만 생각하고 이겨내자’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가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선배가 곁에 계신 것도^^’ 후배가 보낸 단 몇 마디에 갑자기 따뜻한 선배가 된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좋은 말은 분명 선물이다.
 
마음의 양식이 되는 많은 작품을 내고 세상을 떠난 소노 아야코의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권한다. 특별히 나이 듦의 무게가 나날이 크게 느껴진다면 분명 삶의 귀한 영양제가 될 것 같다.

유이나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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