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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끝까지 같은 걸음으로

New York

2026.01.08 19:43 2026.01.0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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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ane!(Happy New Year!)”
 
새해 첫날, 하우스 오브 홉 고아원의 디렉터 에도아르에게서 새해 인사 메시지가 왔다.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의 안부를 물었다. 우리가 잘 있다고 답하자, 그도 조심스럽게 근황을 전해왔다. 아이들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지만, 여전히 주변 상황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나라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갱단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쁜 소식을 덧붙였다. 새해에는 아이들 가운데 두 명이 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황무지에 꽃이 피듯, 새해에도 아이들의 삶에 작은 기적들이 계속 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현지 스태프 조나단이 보내온 소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연말연시 총소리는 다소 줄었지만, 여러 고아원에 아픈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고아원은 물이 부족해 씻는 일조차 쉽지 않고, 그 때문에 아이들이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석유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고, 그 여파로 교통비와 쌀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굶주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기가 안 들어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날도 잦아 외부와 연락이 끊기는 날도 허다하다.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아지길 바랐던 소망이 다시금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고아원 원장들은 오히려 더 굳건했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더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다섯 명의 아이를 대학에 보내게 된 브니엘고아원의 마담 도리스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다고 했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그녀의 각오가 오히려 내 마음을 다잡게 했다.
 
우리가 지원하는 대부분의 고아원은 십 년, 혹은 이십 년을 훌쩍 넘겨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우리 역시 아이티 고아들과 울고 웃으며 지내온 지 어느덧 열여덟 해다. 아이티는 점점 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생존 자체가 버거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포기한 것은 아니다.
 
히브리서 3장 14절은 이렇게 권면한다. “우리가 처음 믿을 때에 가졌던 확신을 끝까지 가지고 있으면,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구원을 함께 누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아이티를 생각하며 묵상하는 이 말씀은, 늘 그랬던 것처럼, 숨을 죽이며 한 걸음씩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이들과 함께 우리 역시 ‘끝까지 같은 걸음으로’ 가라는 주님의 부르심으로 다가온다.
 
지난해에도 우리는 사랑과 격려의 손을 내밀어 준 많은 이들 덕분에 고아들과 다시 일어설 꿈을 나눌 수 있었다. 어둠이 짙을수록 작은 빛이 더 또렷이 보이듯, 고난 속에서 내민 손길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도 우리는 그 부르심을 따라 아이티를 위해 계속 심부름을 하려 한다.
 
살렘 고아원의 쟌 목사는 새해 인사 끝에 이렇게 말했다. “그냥 늘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살아가야지요.” 그 마음을 받아 기도한다. 새해에도 ‘끝까지 같은 걸음으로’, 힘겨운 길을 걷는 아이들과 함께 참빛이신 주님께 나아갈 수 있기를.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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