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로 일하게 된 어느 한국인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10대 후반에 위안부에 징집되어 몇 년간 성적 착취를 당했으며,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귀국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80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검은색 교복을 입은 10대 고등학생을 보게 되면 공포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검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과거 당신을 성폭행한 일본군을 연상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 혹은 밤중에 깨어날 때, 아파트의 문에 잘 잠겨있나 몇 번이나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고 합니다. 60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왜 이것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현실 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일까요? 나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대개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경우, 기억이 오래도록 남는 것은 바로 그것이 내 ‘마음밭’에 심어져 뿌리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과거 어떤 사건이 ‘내 마음’이라는 밭에 씨앗처럼 심어져, 주변의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 반복적으로 다시 발아하는 것입니다. 불법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이유는, 우리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마음의 자유를 얻기 위함입니다. 마음밭 자체가 없으면, 어떤 씨앗도 자라날 수 없습니다. 중국의 혜가는 젊은 시절, 많은 지식을 갖춘 학자였습니다. 박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승인 달마대사를 찾아갔습니다. 동굴에서 움직이지 않고 좌정한 달마 대사를 혜가는 동굴 밖에서 며칠간 기다렸다고 합니다. 마침내 달마대사가 동굴에서 나오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대사께서 제 마음을 평정케 하여 주시옵소서.” 달마대사는 “네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지고 오너라.” 말했습니다. 불안한 자기 마음을 어떻게 대사께 보여줄 수가 없어서 혜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대사께서는 “그러면 네 불안한 마음을 내가 이미 평정시켰느니라.” 이 말에 혜가는 첫 번째 깨달음을 얻습니다. 개가 돌에 맞으면 개는 돌을 쫓아가지만, 사자가 돌에 맞으면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쫓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가(禪家)에서 많이 알려진 이 달마대사와 혜가의 이야기는, 내 마음이 ‘왜’ 불안한가가 주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불안한가, 즉 내 마음의 실체를 알라는 법문입니다. ‘가지’를 묻는 말이 아니라, ‘뿌리’ 질문을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희로애락이 일어나는 바탕이 되는 소위 ‘마음’의 실체를 알게 되면 고통의 근원적 뿌리가 없어진다는 것이 불교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마음의 실체를 안다는 것은 무아(無我)를 깨닫는 것, 공(空)도리를 확실히 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많은 생각과 감정, 염려, 욕망, 근심 등은 근본적으로 자아 관념에서 비롯합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듯, 내 생각의 중심은 나의 ‘자아 관념’입니다. 공기가 사라지면 바람이 근원적으로 일어날 수 없듯, 수많은 생각과 감정과 의지 작용의 바탕이 되는 소위 ‘마음’을 깨달으면, 즉 마음이란 단지 인연에 따라 일어나고 없어지는 수많은 상념에 대한 ‘이름’일 뿐, 실제로 고정된 본체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공(空) 도리를 깨닫게 되면 고통의 뿌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의 첫 구절이 바로 이 불교의 핵심을 말합니다. “조견오온 개공도 일체고액(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즉 “나의 몸과 마음이 인연작용이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空)의 진리를 깨달은 후 모든 고통을 건너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가 과학 기술적인 진리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리, 불교에서 말하는 참 마음의 진리를 알게 되면 우리가 근원적으로 고통을 벗어날 수 있기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수행자는 경전 공부, 하나님 묵상, 화두 연구 등을 통해서 이 우주와 나의 실체가 되는 하나님 혹은 나의 참 마음을 모습을 연구하고 또 연구해야 합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진리연구 자유 마음밭 자체 고승인 달마대사 자기 마음
2025.09.18. 19:06
예상했던 대로 아이티행 비행기의 운항 금지조치가 또다시 연장되었다. 지난해 11월, 갱들이 민간항공기에 총격을 가한 이후 미국 연방항공청은 민간항공기의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 운항을 금지했다. 그 조치는 올 9월까지 이어졌고, 이번에는 내년 3월 7일까지 운항 금지가 연장된 것이다. 그만큼 현지의 위험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미국에서 항공편이 끊기자, 수도는 외부와 단절된 채 고립된 상태가 이어졌다. 한동안 안전한 북부 도시 캡 헤이션까지 헬리콥터가 운행되었는데, 편도 요금이 무려 2500달러였다. 터무니없는 비용이었지만 많은 외국인이 이를 이용해 아이티를 떠났다. 지난 5월 중순, 아이티 정부의 보증 아래 국내선 운항이 재개되면서 북부 캡 헤이션에서 수도 포토프린스까지 국내선이 정기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헬기 요금의 10분의 1가량의 가격으로 수도와 북부를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도 이 항공편을 이용해 지난 7월 아이티를 다녀올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수도와 북부를 오가는 길도 있다. 그러나 요금은 예전보다 네 배나 올랐고, 무엇보다 여러 차례 갱이 통행료를 걷는 검문소를 지나야 하는 데다, 8시간이나 걸린다.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에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도 선뜻 이용하지 못한다. 그래도 꼭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사도 바울은 선교사역 중에 종종 길이 막히고, 계획했던 일을 제때 하지 못하기도 했다. 여러 번 로마에 가고 싶었지만 길이 막혀 계획을 미뤄야 했고, 데살로니가 교회에 가려 했을 때는 사탄이 막았다고까지 했다. 아시아로 가려던 계획은 성령께서 막으셔서 결국 마케도니아 선교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의 계획도 언제든 막히고 무산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 하고, 만나야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계속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자주 미뤄지고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되기도 한다. 요즘 아이티 사역이 바로 그렇다. 우리는 고아를 돕는 구호 사역을 ‘심부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항공편이 끊기고, 갱단의 납치와 폭력이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은 그 심부름을 점점 더 어렵고 힘들게 한다. 현지에 가는 일이 안전하지 않고 항공료도 감당하기 어려워져, 현지 협력선교사님께 송금하는 방식으로 식량, 의료,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늘 아쉽다. 매일 아이티 뉴스를 검색하고, 매주 현지 스태프와 소통하며, 매월 식량 자금을, 때로는 학비와 집세를 보내는데, 그 과정이 자유롭지 못해 심부름이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때는 ‘신나는 심부름’이었는데, 이제는 꼭 해내야 하지만 어렵고 마음 아픈 ‘무거운 심부름’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17년간 한 번도 잃지 않은 믿음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이티의 고아들을 부탁하셨다는 것이다. 지난 6~7년간 거친 폭력시위와 코로나를 겪고, 지금은 갱단 때문에 나라 전체가 마비된 상황인데, 하나님은 여전히 고아들에게 전할 사랑의 심부름을 우리에게 맡기고 계신다고 믿는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라나고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길이 막혀도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심부름’이 힘들 때마다 우리보다 더 힘든 아이들을 생각하고, 돕는 분들을 생각하고, 우리를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묵상한다. 언젠가 다시, ‘신나는 심부름’을 하게 될 그 날을 소망하며.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심부름 아이티행 비행기 운항 금지조치 중순 아이티
2025.09.14. 16:19
아이들이 새 학기를 앞두고 교복을 준비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티에서는 보통 9월 중순쯤에 개학하지만, 올해는 개학이 10월로 미뤄졌다. 요즘은 갱단 때문에 수업을 못 하는 날이 잦아 방학을 늦게 시작해서 개학도 늦어진 것이다. 개학에 맞춰 등록금을 마련하고, 학용품과 교복을 준비해야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 학교에 가려면 검은색 구두와 학교별로 정해진 색상의 교복을 꼭 갖춰야 한다. 여학생들은 머리에 교복 색깔과 맞춘 리본과 구슬 장식까지 해야 한다. 등록금도 내고 교과서까지 샀더라도 교복이 없으면 학교 문턱조차 넘어설 수 없다. 양말, 신발, 허리띠, 교복에 맞춘 머리 장식까지 갖춰야 하는데 가방까지 준비하려면 보통 근로자가 한 달 동안 버는 월급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아이티에서는 지금, 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전국 학교의 절반 가까이 문을 닫았다. 갱단이 차지한 지역에서는 학교뿐 아니라 병원과 교회까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돕고 있는 고아원 근처의 학교들은 아직 문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살렘, 빠비앙, 러브 고아원 같은 곳에서는 자체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총성이 들리지 않고 길이 뚫려 있으면, 선생님들이 출근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물론 언제든 갱들의 폭력과 방화, 약탈 때문에 학교 문이 닫힐 수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가 문을 여는 한 학교에 간다. 총소리가 잦은 날이면 골목을 돌아서라도 가고, 갱들이 어슬렁거리는 거리를 피해 뒷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아이들이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학교에 가는 이유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서이지만, 온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학교에서 지내는 게 낫다는 이유도 있다. 위험 가운데 학교를 여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지만, 선생님들 역시 월급이 있어야 살아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공부시키면서,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처음 몇 년은 아무 변화도 없는 것 같아 답답했다. 사진을 찍어도 늘 똑같은 모습이라, 언제 찍은 건지 구분조차 어려울 때도 있었다. 일 년에 적어도 네 번, 많게는 여덟 번씩 아이들을 찾아갔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훌쩍 자랐다. 이 아이가 정말 그때 그 아이가 맞는지 다시 확인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던 아이들은 어느새 성숙한 모습으로 인사하기도 하더니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인이 된 아이도 있다. 아직도 안정된 직장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걸어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아이티는 여전히 몹시 어렵다. 정부는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무너진 치안은 국제 용병 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국민 절반 이상이 식량부족과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고, 집을 잃고 거리를 떠도는 사람도 이미 13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고아원 아이들조차 갱들의 위협 때문에 바깥출입조차 못 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잦다. 그런데도 우리는 교복값을 걱정하고, 등록금을 고민한다. ‘배워야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희망은 교육에서 시작되고, 미래는 공부하는 아이들의 가슴 속에서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내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학교 문턱 전국 학교 학용품과 교복
2025.08.21. 17:40
세상에는 상대적 행복과 절대적 행복이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우리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나, 삼대력을 쌓아서 항상 변하는 환경을 초월해서 우리가 마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수행력을 쌓으면, 우리는 절대 행복 자리인 우리의 본성, 하나님의 자리, 하나님 나라에 거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등 외부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행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얻는 방법은 우리 ‘마음’에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정확한 판단을 한다, 용기 있게 무엇을 잘 실행한다, 부지런하고 신용 있다 등 인생에서의 모든 성공 요인은 다 결국 우리 마음 안에 있습니다. 마음을 단련하여 바꾸지 않으면 우리 인생이 바뀌지 않습니다. 진리 공부를 하여 우리 가치관이 변하지 않고 우리는 만족한 삶, 진급하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특히 우울증, 비교심, 질투, 미움, 원망 등 오늘날 사람들의 불행은 우리 마음의 상태와 많이 관계됩니다. 같은 환경에서 감사생활을 하는 사람과 원망생활을 하는 사람 등 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어떻게 마음을 작용하는가에 따라 우리 인생이 천차만별로 나누어집니다. 오늘날에 있어서 마음공부가 더 절실합니다. 어떤 나이 많은 불교 신자가 3000배를 겨우 마치고 성철 스님을 배알했습니다. 주지하듯 과거에 조계종 종정이셨던 성철 스님께서는 신도의 지위 여하를 불문하고 법당에서 3000배를 한 사람과만 인터뷰했습니다. 몸이 약한 그 여자 신도는 3000배를 마치고 몸을 제대로 가눌 힘도 없어서 시자 스님의 부축을 받으며 성철 스님 방으로 인도되어 들어갔습니다. 기력도 없고 정신도 없어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절한다고 수고했다.” 말씀하시며 당신 방석 밑에서 붓으로 그린 원(圓) 종이 한장을 주며, “이가 선물이다. 이제 가도 된다.” 말했다 합니다. 3000배를 마친 노 신도에게 상담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내는 것이 너무 차갑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필자는 스님께서 참으로 주요한 선물, 영생의 선물을 그분께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교리를 정립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을 원으로 정의했습니다. “God is a circle, whose center is everywhere, whose circumference is nowhere.” 우리가 원(圓)으로 상징되는 우리 본성 혹은 하나님 자리를 깨닫고 그 진리를 사용하는 것이 바로 모든 고통의 뿌리에서 벗어나는 것이기에 그분께 일원상의 선물은 우리 마음과 인생의 근본을 깨우치게 하는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추석이 되면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갑니다. 차가 밀리고 때론 참으로 힘든 여행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고향에 가고 싶어합니다.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영혼의 참고향인 우리의 본성 혹은 하나님 나라에 가는 여행이 가장 주요한 여행입니다. 필자는 오래전튀르키에 여행을 한 적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유럽, 중국 등의 문화에는 익숙했던 필자는 이슬람 세계를 처음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며칠 전부터 가슴이 설렜습니다. 여러분이 며칠 뒤에 달나라 여행을 한다고 하면 얼마나 마음이 설레고 기대가 되겠습니다. 우리 마음의 본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은 튀르키에 혹은 달나라 여행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튀르키에 혹은 달나라에는 가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 혹은 우리의 참 마음 고향에 가는 이 여행은 인생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벗어나게 하는 주요한 여행이기에 누군가 반드시 가야 하는 여행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예수님, 부처님께서 제시해준 법, 즉 최단거리로 가는 지도가 있으니 우리는 참으로 행복자들입니다. 그 지도 따라 길을 쉬지 않고 꾸준히 따라가기만 하면 언젠가는일원 고향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행복 상대 상대적 행복 절대적 행복 절대 행복
2025.08.18. 20:48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우리 사역 소식을 이메일로 받아보신 분들은, 우리 딸 위슬린보다 ‘쇼손(Sonson)’이라는 이름을 더 자주 들었을 것이다. 본명이 자넬슨 루이스(Janelson Louis)인 쇼손을 2010년 8월, 처음 브니엘고아원에서 만났을 때 아이는 네 살이었다. 오른쪽 발목과 왼쪽 허벅지가 절단된 상태였지만, 쇼손의 해맑은 웃음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금세 녹였고, 그의 장애를 잊게 만들곤 했다. 아이의 밝은 미소는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었고, 이후 그는 우리 고아 구호 사역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쇼손은 장애에 굴하지 않고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학교를 오가며 일상을 살아냈다. 2019년 5월, LA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고아원을 찾았을 때, 양쪽 목발을 짚고 바람처럼 축구를 하던 그의 모습은 모두에게 깊은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가 지내는 고아원은 도미니카 공화국 국경과 가까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비탈진 언덕 위에 있다. 강한 바람이 불면 지붕이 날아갈 듯 흔들리는 허름한 건물이지만, 그래도 마당이 있는 ‘집’이다.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호수에서 간혹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두 다리가 멀쩡한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목발을 짚고 등하교하는 쇼손의 몸은 언제나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포토프린스에 있던 고아원이 시골 외곽으로 옮겨간 뒤, 쇼손은 고아원 인근의 크리스찬 스쿨에 진학했다. 그러나 고아원으로 가는 길목이 갱단에 점령당하면서, 우리 선교센터에서 고아원까지의 통행이 매우 위험하고 어려워졌다. 우리는 갱단에게 내야 하는 통행세를 감당해가며 어렵게 식량을 보냈고, 학비도 여러 차례 현금으로 지원해야 했다. 그런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쇼손은 맑은 성품과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고 자라 어느덧 열아홉 살 청년이 되었다. 지금 그는 의사가 되기를 소망하며, 의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국제선 민항기 운항 금지로 인해 10개월간 아이티에 들어갈 수 없었던 시간 동안, 우리는 깊은 낙심과 무력감을 경험했다. 갱단의 위세는 하늘을 찌르고, 국제 사회는 무관심했으며, 국가는 사실상 붕괴된 상태였다. 대부분의 고아원들이 위치한 지역이 갱단에 점령된 상황을 보며, 하나님께서 왜 이토록 아이티를 버려두시는지에 대한 탄식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로 그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었다. 10개월 만에 건강검진을 하며 우리가 감사했던 것은,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배우고, 또 자라고 있었다. 어렵게 아이티를 다시 찾았을 때, 우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기침할 때마다 각혈하던 쟌 목사를 병원에 보내던 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그렇다. 지난 수년간 갱단의 폭력 속에서도 아이들이 지켜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다. 빠듯한 예산으로 식량과 학비를 감당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후원이 멈추지 않고 채워지고, 부족한 영양에도 아이들은 키가 자랐으며,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지금 아이티의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 아니면’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은혜 고아원 인근 10개월간 아이티 국제선 민항기
2025.08.07. 18:06
“저는 제가 자란 고아원 아이들, 병원에 갈 돈이 없는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제 가족을 돕기 위해 전공을 살려 학업을 마치는 중입니다.” 아이티에서 만난 고아원 출신 의대생 소피아가 불어로 적어준 글을 스마트폰으로 번역한 내용이다. 소피아는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여자아이 고아원 하우스 오브 홉에서 21년째 사는 청년이다. 세 살 때 고아원에 들어와 스물네 살인 지금도 고아원에서 사는 소피아는 아이티에서 명문이라는 키스퀘야 대학(Universite Quisqueya)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준비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홉은 18살이 되면 고아원을 떠나야 하지만, 후원자가 있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아이들은 고아원에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피아는 고등학교 때 만난 후원자로부터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받아 졸업할 때까지 고아원에서 숙식하며 대학에 다녔는데, 어쩌면 인턴 과정을 마칠 때까지도 고아원에서 지낼지도 모른다. 이제 청년이 된 소피아는 사실 법적으로는 고아가 아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지금은 갱단에 점령된, 고아원에서 멀지 않은 과다부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동생 세 명도 같은 고아원에서 지내야 할 정도로 가난이 깊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먹을 것도, 제대로 된 집도 없는 부모님께 돌아가지 못한 소피아는, 오히려 더 큰 목표를 품고,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침착했던 소피아는 성실함과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고아원 디렉터의 칭찬이 자자했던 아이였다. 이제 그녀는 더는 ‘고아원 고아’로 불리지 않는다. 지금은 ‘닥터’라는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듬직한 청년이다. 그녀는 고아들과 소외된 이들의 질병을 고치고, 평생 사람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한 가족을 도우며 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에 임하고 있다. 3주 전, 우리는 국제선 민항기 운항 중지 탓에 먼 길을 돌아 수도 포토프린스에 있는 선교센터에 도착했다. 갱단 때문에 고아원 방문이 어려워, 대신 각 고아원 아이들을 센터로 오게 했다. 아이들과 식사를 같이 하고 건강검진을 진행했는데, 이때 가장 큰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소피아였다. 아이들의 신체검사 후 문진을 하고, 청진기로 진찰하며, 닥터 소피아는 진찰했던 아이 중 여섯 명에게서 깊은 질병을 진단했다. 당장은 고아원 원장에게 ‘큰 병원에 빨리 데려가야 한다’는 처방밖에 해줄 수 없었지만, 그 일이 함께 참여한 우리 모두에게 준 기쁨과 감동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아이티에서 고아들을 도우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우리는 뚜렷한 열매를 확인하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 그러나 교육 사역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관심 속에 있던 아이 중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가 생기고 졸업생이 간호사가 되더니, 이제는 의사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닥터 소피아는 우리에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고아 출신이다. 유난히 다치는 사람이 많아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피아는 아이티의 갱단 문제, 불안정한 정치 상황, 재정적 부담 등으로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지쳐가던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주었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자 기적이었다. 그녀는 함께 기도하며 소망을 잃지 않았을 때, 우리가 마침내 만난 미래였다. 절망과 좌절의 땅 아이티에서 닥터 소피아는 우리가 고아들과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같이하며 끝까지 함께 울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소피아 닥터 닥터 소피아 고아원 출신 여자아이 고아원
2025.07.24. 18:10
필자 어머니는 50대 말 대장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암이 이미 많이 퍼진 상태라 수술도 할 수 없었고 의사가 6개월 이상 살기 힘들 것이라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여러가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필자는 어머니께 솔직히 의사에게 들은 당신 암상태를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암상태의 심각성을 듣고 놀랐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항암 치료하면 원래 약한 당신 몸이 견디기 힘들 것 같으니, 어머니께서는 항암 치료하지 않고 죽는 날까지 그냥 즐겁게 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식구들은 어머니가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 많은 염려를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실제 큰 염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순간순간 낙도 생활을 하셨습니다. 의사 말과는 달리 어머니는 항암치료도 전혀 받지 않고 6년 이상을 통증없이 살고 가셨습니다. 어머니가 특별 수행인은 아니었지만, 교당을 꾸준히 다니면서 매일 조금씩이나 꾸준히 좌선, 기도, 염불, 일기기재 등으로 평생 공부를 하셨으니 결국 마음에 있어 수양력이 쌓였고, 말기 암이라는 상황에서도 큰 염려없이 낙도 생활을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헬스장에 한 번 갔다고 근육이 튼튼해 지지 않습니다. 꾸준히 운동하면 틀림없는 결과가 나옵니다. 모든 것에 있어서 결과를 성취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보물 지도가 있어도 그 곳에 실제 가서 보물을 캐지 않으면 보물이 자기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마가 14:38) 말씀하시며, 실제 행동과 취사(取捨) 즉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실행의 어려움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학자가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연구했습니다. 상원의원, 대기업 CEO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그 사람들의 학력과 지능, 집안 배경 등 성공 요인으로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에게 설문조사 메일을 보낸 후 그 학자는 하나의 독특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각 분야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평균적으로 답메일을 빨리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다음 하나를 추가했다고 합니다.이“성공한 사람은 무엇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가장 부자 중의 한 사람인 알리바마의 창시자 마윈과 일본에서 가장 거부 중 하나인 손정희씨가 만나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두 분 다 비즈니스를 일류로 하는 사람들이며 특별한 역량과 경험을 소유한 분들입니다. 비즈니스를 성공하는데 “삼류 기획과 일류 실행, 일류기획과 삼류 실행 중 어떤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에 관한 대화였습니다. 두 분 다 “기획은 특별하지 않아도 실행이 일류로 되면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합니다. 어떤 원불교 교무님은 어린 시절 부터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이것이 교화를 하는데 큰 장애가 되었습니다. 그 교무님께서 모 교당에서 학생법회를 담당 할 때 일입니다. 일요일 학생 법회 후 한 학생의 생일 파티를 열게 되었는데, Happy Birthday 노래가 끝난 후 어떤 학생이 “교무님! 오늘 00생일날이니 교무님도 춤을 추거나 노래 하나 하세요!” 그 학생은 교무가 많이 수줍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짓←꿎게 장난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교무님께서 선뜻 일어나 최신 힙팝 노래를 하며 춤을 추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다들 웃었고 아주 흥겨운 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그 날 저녁에 기재한 그 교무님의 일기입니다. 한국에 “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내가 오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그런 기분이었다. 매우 긴장되었다. 모든 교도님들이 나를 바라보며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난 긴장했지만 흥겨운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았고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내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난 노래를 부르고 미친 듯 춤을 추었다. 이가 내 수행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내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동안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내가 짊어지고 있던 어떤 짐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본래 우리 마음에는 부끄러움도 없고 대담함도 없다. 모든 이가 원래는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이지도 않다. 20여 년의 내 삶 속의 생활 환경과 성격이 부끄러움을 잘 타게 만들었고, 난 그 생각에 갇혀 있었다. 제 본래 성품이 부끄러움도 대담함도 없다는 것을 이미 배웠고 이해했지만, 내가 습관적으로 부끄러움을 타는 내성적인 사람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순간, 난 내 자아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난 스승 보리달마 앞에서 자신의 팔을 자른 제2조 혜가와 다르지 않았다. 어떤 수행자가 필자의 스승님께 “아침에 잠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수마를 극복하고 아침 좌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물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로”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운동회사인 나이키의 모토가 “Just do it!” 입니다. 운동뿐 아니라 이 모토는 우리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큰 모토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신앙 수행 실행 일류기획 성공 요인 필자 어머니
2025.07.17. 17:38
길에서 우연히 안면이 있는 목사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 목사님은 대뜸 요즘도 아이티에 가느냐고 물었다. 요즘 비행기가 안 다녀서 못 가고 있다고 했더니, 아직도 아이티 사역을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 목사님은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나서 우리가 부지런히 아이티를 다닐 때, 고아들 먹이는 것 말고 교회를 짓지 그러느냐고 했던 분이다. 그때 나는 ‘아이들 안에 성전을 짓는 것’이라 답했다. 무너져 없어질 건물이 아니라 고아들의 삶에 짓는 성전이야말로 우리 사역의 중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역은 고아들이 굶주리는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복음도 먹고 살아야 들을 수 있다’라는 원칙에 따라, 우리는 아이들의 끼니를 챙긴다. ‘꿈을 꾸려면 배워야 한다’라는 믿음으로 교육도 지원한다. 가난 속에서 아이들이 육체적으로, 지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끊임없이 물질과 사랑을 공급해 오고 있다. 수많은 선교사가 각자의 부르심을 따라 사역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도, 험한 땅에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교사도 있다. 이들 모두 자신의 소명을 따라 주님 안에서 충성하고 있다. 수많은 선교사역 가운데 작고 미미해 보일지라도, 우리 역시 고아들을 먹이고 가르치며 그들 안에 복음이 자라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다른 모든 선교가 그러하듯이 우리도 우리의 사역이 무엇보다 값진 투자라고 믿고 있다. 후원하는 분들에게 우리는 그 사랑이 보람되도록 애쓰겠다고 약속한다. 갱단 폭력의 두려움과 혼란으로 절망에 빠진 아이티에서 고아의 현실을 마주하면 우리의 지원이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사역이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을 굳게 믿는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아이티 고아들을 위한 우리의 사역은 비효율적인 투자로 보일 수 있다. 당장 눈에 띄는 사회적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이 보기에 보잘것없는 아이 하나에 쏟는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예수님 안에서 가장 귀한 섬김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아이티 고아들을 향한 우리의 사역은, 외형적으로는 불확실해 보여도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확실하고 가치 있는 투자, 반드시 풍성한 열매를 맺을 투자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주제가라고 할 만큼 좋아하는 찬양이 있다. ‘우리 오늘 눈물로 (고형원 작사 작곡)’이다. 그 가사를 생각하면 가슴이 뜨겁고, 눈물이 차오른다. “우리 오늘 눈물로 한 알의 씨앗을 심는다 / 꿈꿀 수 없어 무너진 가슴에 / 저들의 푸른 꿈 다시 돋아나도록 / 우리 함께 땀 흘려 소망의 길을 만든다 / 내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던 저들 / 노래하며 달려갈 그 길 / 그날에 우린 보리라 새벽이슬 같은 저들 일어나 / 뜨거운 가슴 사랑의 손으로 / 이 땅 치유하며 행진할 때 / 오래 황폐하였던 이 땅 어디서나 / 순결한 꽃들 피어나고 / 푸른 의의 나무가 가득한 세상 / 우리 함께 보리라” 우리는 믿는다. 아이티에서 우리가 오늘 눈물로 심은 한 알의 씨앗이 언젠가 순결한 꽃들로 피어나고, 마침내 푸른 의의 나무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게 될 것을. 꿈꿀 수 없어 무너졌던 아이들이 일어나 뜨거운 가슴으로 행진할 그 날을. 새벽이슬 같은 저들이 찬란한 미래를 여는 날을. 우리는 지금 고아원 구호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주님 앞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한 아이의 삶에 값진 투자를 하는 것이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투자 아이티 고아들 고아원 구호 선교사역 가운데
2025.06.26. 17:56
어떤 여자분이 파티에 새 옷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많은 분이 그 옷이 이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그 옷이 잘 어울리는데, 빨간색이라 네가 좀 뚱뚱해 보인다.” 말했습니다. 친한 친구이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파티가 끝날 때까지 그 친구의 말이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온라인에 떠도는 악성 댓글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며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에 있는 댓글을 보면 실지 90% 이상이 좋은 것이고 소수가 부정적인 것이지만 이들 마음은 저절로 부정적인 것에 마음이 쏠리게 됩니다. 우리 마음이 그렇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만, 좋지 않은 것에 우리 마음이 저절로 따라가기에 십상입니다. 시험 치기 전에 긴장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기심, 상대심, 헛된 욕심을 놓아야겠다고 결심한다고 우리 마음이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선지식이 우리 본성을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가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어른과 같이 육근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힘 있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잘 먹고 잘 자라서 어른이 되어야 육근을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본성을 잘 양성해서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이는 마치 우리 몸에 근육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사는 데 주변 환경이 완벽할 수 없습니다. 완벽하다는 것도 주관적인 것입니다. 옛날에는 살 집이 있고 하루 세끼 걱정하지 않으면 이가 완벽한 인생, 유토피아라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인들이 자기 인생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항상 이루려고 하고, 무엇인가를 더 가지려고 하는 어떤 ‘추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1632~1704)는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염려다. 염려가 우리 마음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말했습니다. 걱정, 염려하기 싫다고 근심 걱정이 우리 마음에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심, 비교심, 질투심, 헛된 욕심 등을 없애야겠다고 바로 이들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근육에 힘이 있어야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고 옮길 수 있듯, 우리 마음에 힘이 있어야 우리가 마음을 잘 사용할 수 있고, 염려, 불안 우울증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도 떨어낼 수 있습니다. 육신 근육은 많이 사용할수록 강해집니다. 생각과 염려가 끊임없는 현대인에게 마음은 육신 근육과 반대로, 멈추고 휴식할수록 그 힘이 강해집니다. 작은 싹은 바람에 뽑히지만 나무가 크면 바람에 뽑히지 않습니다. 낙락장송이 되면 태풍도 견딜 수 있습니다. 마음을 멈추고 멈추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수양력이 쌓이고 마음의 힘이 강해지면 여러 가지 어려움, 외경에 흔들이지 않고 우리 인생에 중심이 섭니다. 명상, 좌선, 기도 등을 통해 우리 마음을 멈추고, 우리 정신을 참으로 쉬게 하면 수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원불교 3대 종법사였던 대산종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경계 중에 늘 멈추고 멈추어 늘 가라앉히고 가라앉혀서 대안정력을 얻을 것이니라.” 때론 힘들지만 체육관에서 우리 근육을 단련해야 하듯 수양 시간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가져야 합니다. 좌선, 염불, 기도 등의 정(靜)적인 공부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화를 참거나, 헛된 욕심을 참거나 등 동(動)하는 생활 속에서도 인욕 공부를 하여야 합니다. 비 온 뒤에 땅에 더욱 굳듯, 경계 중에 인욕 공부를 하면 수양력이 크게 쌓이게 됩니다. 특히 성자, 위인들은 다 역경 속에서 마음의 힘을 기른 분들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 이들 마음 우리 마음 육신 근육
2025.06.19. 17:30
얼마 전, 남미의 한 국가에서 빈민 선교를 하는 선교사의 사역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나라도 가난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빈민촌에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학업을 돕는 선교사의 보고와 설교, 그리고 동영상을 통해 감동을 받았다. 빈민촌 아이들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반듯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다. 동영상 속 아이들은 선교센터에 열심히 모이고 신실한 성도로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선교사는 자신의 꿈이 그 아이 중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안 되면 상원의원이라도 나오길 기도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전 한국교회에서 벌어진 ‘고지론’과 ‘미답지론’ 논쟁이 생각났다. 간단히 말하면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고지론과 주변의 낮은 곳을 섬겨야 한다는 미답지론의 충돌이었다. 많은 목사와 기독 언론이 이 논쟁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시들해진 지 오래됐다. 문제는 고지론을 따라 높은 곳에 올라가서 과연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영향을 끼친 것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과 더불어, 낮은 곳에서 스스로 의로운 척 살며 고지에 선 자들을 비하하는 것이 비성경적 아니냐는 것으로 압축되었다. 결국, 둘 다 필요하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마무리된 것이다. 아이티에서 고아 양육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관점에서, 아이들이 성장해 나라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에 선한 그리스도인의 영향을 끼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분명히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거나 세상의 높은 자리에 오르게 해달라고 기도해 본 적이 없다. 우리의 꿈은 그저 아이들이 자라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토록 어려운 형편 가운데서도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들이 세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능력으로 다른 이들을 돕고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인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당장 끼니가 어려운 가운데서 어떻게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는 것도 아이들이 장래를 꿈꾸며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대통령이 되는 아이가 나올 수도 있고, 나라의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높은 사람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꿈은 아니다. 우리의 꿈이 어떻게 보면 소박한 것은 지금 당장 먹고살기 어려워서, 총탄이 날아다니는 생존의 사선 위에서 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애초부터, 아이티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땅이었을 때부터, 아이들이 자라 높은 자리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심장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품고 사는 신실한 성도로 살기를 바라면서 고아 사역에 집중했다. 아이티 고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꿈이 아니라, 까마득한 세월 동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헐벗고 굶주리는 이웃들을 그리스도인으로서 품고 사는 시민이 되는 것이 우리의 진실한 꿈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야망을 하나님의 비전으로 포장하곤 한다. 많은 기독교인이 높은 자리에 오르려 애쓰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한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고 낮은 땅에 오셔서 낮은 자의 본을 보이셨다. 슬픔과 고통이 가시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들이 큰 꿈을 품고 자라길 우리도 바라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꿈은 그들이 높은 자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아이티가 마음 아이티 고아들 예수 그리스도
2025.06.12. 18:03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려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날 산불이 나서 입산 금지가 되었다, 7년 전 이야기다. 그리고 지난주에 아들이 요세미티에서 결혼식을 했다. 요세미티에 간 길에 하루 시간을 내서 7년 전 못 갔던 공원 산길을 걸었다. 산불은 매년 혹은 2, 3년마다 한 번씩 난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지름의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들이 밑동을 그을리고 바짝 메마른 채 잿빛 기둥이 되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었다. 넘어지고 꺾이기도 했지만, 불에 탄 많은 나무가 선 채로 메말라 잿빛 나무 기둥이 되어 그대로 장관을 이루었다. 산불의 피해를 고스란히 품고도 생명을 살려내고, 다시 숲으로 피어나는 웅장한 자연 앞에서 나는 까닭 모를 눈물을 흘렸다.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산불 재해를 견뎌낸 나무는 또 수백 수천 년을 살아나 울창한 숲을 이루리라는 기개를 숨기지 않고 있었다. 숨겨지지 않는 상처를 품고 다시 일어서는 숲을 보며 벌거벗은 채 하늘을 받치며 선 세쿼이아의 키만큼 높이 슬픔이 차올랐다. 아이티는 지금 벼랑 끝에 있다. 수도 포토프린스는 90%가 넘는 대부분 지역이 갱단의 수중에 넘어갔고, 갱들은 여세를 몰아 이제 지방으로 세력을 넓히며 더 많은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하고 있다. 국제적인 무관심 속에, 유엔 경찰로 파견된 케냐 경찰은 갱들과의 전투에서 여러 명의 사상자를 내고 전의를 상실했다. 최근 유엔 보고서는 아이티가 이제 절망을 넘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후원하는 고아원들도 갱단의 위험을 피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가브리엘 고아원과 오아시스 고아원은 갱단을 피해 이미 작년에 각각 살고 있던 과다부케와 따바에서델마 지역으로 고아원을 옮겼다. 지난 4월 초에는 하우스 오브 홉이 고아원 건물을 갱단에게 빼앗기고 졸지에 아이들이 거리로 나앉아 델마에 있는 좁은 집에 세를 얻어 들어갔다. 그동안 잘 감당하고 있으려니 하고 있던 브니엘고아원이 매년 4000달러의 렌트를 3년째 밀려서, 집주인이 우선 3년 치를 5000달러로 탕감하자고 한다고 연락이 왔다. 고아원 원장이 선교센터에서 식량을 받아서 가지고 가면 미화 100달러가 넘는 통행세를 갱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통행세는 작년까지만 해도 10달러 미만이면 해결이 되었었다. 끼니는 멈추지 않고 돌아오고, 렌트는 거르지 않고 내야 한다. 이 와중에 그래도 꿈을 접을 수 없어 공부도 포기할 수 없다. 늘 조마조마한 마음에 아이티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고 트라우마에 우울해지기까지 한데, 하나님께서는 잔인한 갱들 탓에 불타는 아이티에서 아직 아무 대답이 없으시다. 화마에 넘어지고 그을리고 헐벗은 요세미티가 꿋꿋하게 새로운 가지를 뻗고 푸른 잎을 피워내는 숲에서 잠시 전화기에 보관된 불타고 있는 아이티 거리 사진을 보았다. 검은 재로 덮인 거리와 쓰러진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티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만드신 대자연은 거친 불길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 생명을 회복하고, 메말랐어도 웅장한 풍경이 되어 숲을 이루는데, 아이티도, 고아들도 다시 일어나 평화로운 번영을 이루며 하나님 행하신 일을 찬양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깊은 시름의 틈으로, 불에 탄 상처를 품은 숲 가득 슬픔이 밀려오고 있었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요세미티 요세미티 국립공원 아이티도 고아들 오아시스 고아원
2025.05.22. 17:37
우리는 절대 진리를 하나님, 도 혹은 불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종교에 따라 다양하게 그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그 본질은 하나입니다. 우리의 불성 혹은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전지의 능력’이 하나님께 있다 혹은 우리 불성에 구족 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기도도 정성 있게 하고, 수행에서도 난관이 있을 때 역경을 잘 극복하고 꾸준히 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과거에 전신 마취 후 수술한 적이 있는지요? 깊은 최면에 들어가면, 의사와 간호사가 어떤 대화를 하며 어떻게 수술을 했는가에 대해 다 상기한다고 합니다. 의식 차원에서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깊은 최면상태에서 이를 기억해 내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서는 이런 전지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성자들은 바로 이런 세계를 확실히 깨닫고 의식의 세계에서도 이를 잘 활용하는 분들입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마음이 고요해지면 갑자기 그 이름이 생각납니다. 이 역시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전지(全知)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드리워진 많은 욕심과 망념이 구름 역할을 해서 밝은 자성의 태양, 즉 우리 본성의 빛을 가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 본성 즉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바로 우리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이 됩니다. 보이지 않는 본성 혹은 하나님의 모습이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이 된다는 것이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된다면, 일원상의 진리와 합일된 부처님 혹은 예수님의 인생이 우리의 수행 표본이 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어떤 결정을 하기 힘들 때 ‘예수님이라면 이 경우에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바른 판단으로 인도될 것입니다. 우리의 본성 혹은 하나님이라는 표준이 어려우면 부처님 혹은 예수님 언행이 표준이 되면 됩니다. 우리가 이분들의 말씀과 언행을 자주 묵상하고 닮아가려고 하면 우리가 언제가 부처님, 예수님과 근접하게 됩니다. 신앙에 바탕을 둬서 수행할 때 진리와 하나가 되는 첫 번째는 우리의 본래 마음, 진리를 깨달은 것입니다. 중국 선종의 2대 조사인 혜가는 젊은 시절을 유교에 조예가 깊은 학자였습니다. 많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한 그는 인도에서 한 고승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림사를 찾아갑니다. 달마대사는 소림사 위에 있는 동굴에서 참선하고 있었는데, 혜가가 동굴 앞에서 기다려도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참선을 마치고 동굴을 나온 달마가 “왜 나를 찾느냐?” 물었습니다. 혜가는 “마음이 불안하니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주십시오.” 말했습니다. 그러자 달마는 “네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져오거라” 말했습니다. 자기의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하다가 어떤 방법도 생각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내가 네 불안을 마음을 이미 안심키셨느니라.” 달마가 말했습니다. 이 말에 혜가는 첫 번째 깨달음을 얻고 나중 달마대사의 법을 잇는 선종 2대 조사가 되었습니다. 이 유명한 일화가 시사하는 바는 아주 큽니다. 혜가 대사의 물음은 ‘왜’ 내 마음이 불안할까 하는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달마대사의 질문은 잎과 가지의 질문에서 뿌리를 보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즉 ‘왜’ 불안하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불안하냐는 것입니다. 개가 돌에 맞으면 개는 돌을 쫓아가지만,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쫓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 불안하냐는 환경적 가지의 물음보다, ‘무엇’이 불안하냐는 뿌리가 되는 ‘마음의 본체’를 지적하는 달마대사의 물음이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마음의 본체를 알면, 불안 염려 등의 제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고 하는 가르침입니다. 이가 바로 불교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는 것입니다. 뿌리가 잘리면 잎과 가지도 결국 죽게 되듯, 우리 마음의 본질을 알면, (우리가 염려하고 걱정을 하는 뿌리는 우리의 자아 관념 즉 ‘나’라는 생각에서 나옴) 우리의 고민과 제반 걱정 근심이 없어지고 해탈하게 되는 것입니다. 선가에서는 이를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 합니다. 즉 마음을 바로 알게 되어 부처를 이룬다는 말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깨달음 신앙 불안 염려 우리 마음속 나중 달마대사
2025.05.15. 17:57
지난주, 우리는 영국 브리스톨에 있는 조지 뮬러 박물관을 방문하여 그의 발자취와 사역이 남긴 지속적인 영향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기도하는 사람이자 고아들의 아버지로 알려진 조지 뮬러의 신앙, 유산 그리고 계속되는 사역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고아원을 운영하고,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로 살았던 조지 뮬러는 영국 브리스톨에 있는 애슐리 다운고아원에서 평생 1만여명의 고아를 돌보고, 학교를 세우고,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전도지를 배포했다. 그의 사역은 가족지원센터 운영 및 교육 사업, 빈곤층을 위한 소액대출 사업, 교회와 단체 지원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835년 서른 명의 여자아이로 시작한 뮬러의 고아원 사역은 넓은 대지 내 다섯 동의 건물에 2000여명의 고아를 수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아이들은 의식주 제공은 물론,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갈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받았다. 박물관에 전시된 당시 아이들이 입었던 옷은 감탄이 나올 만큼 단정하고 잘 디자인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받은 교육은 매우 체계적이고 질적으로 높아서 고아들에게는 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아이가 나이 들어 고아원을 떠날 때는 두 벌의 정장과 약간의 돈을 줬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고아원에 머물 수도 있었다. 고아원에서 고아들은 교사, 간호사, 가사 도우미 등의 직업 교육도 받았다. 5만 번이 넘는 기도 응답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조지 뮬러는 고아원을 위해 사람에게 호소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했고, 그 결과 그의 사역은 필요한 만큼 늘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는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건강을 고려해 준비되고 아이들의 신체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나들이하러 가고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을 축제처럼 즐기기도 했다. 190년 전에 고아들은 부모가 있는 가정 못지않게 의복을 갖추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으며 준비된 사회인으로 양육된 것이다. 조지 뮬러 박물관에서 자세히 만나본 19세기의 고아 양육에 관한 기록은 아이티에서 고아 구호 사역을 하는 우리를 부럽게 했다. 사실 아이티를 생각하면 이 세상에 부럽지 않은 일이 없다. 아이티에서 바로 옆 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넘어가면 포장된 길과 울창한 숲이 부럽고, 허름한 시멘트 가옥조차 부럽다. 지난 주일예배에 파라과이에서 오신 선교사님이 소개한 파라과이 빈민가 사람들의 비참한 삶과 사역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보면서도 사실은 부러웠다. 지금 아이티에서 우리가 지원하는 고아원은 모두 갱들이 점령한 지역 안에 있다. 두 개 고아원은 갱들에게 쫓겨나 잠자리를 잃었고, 이 와중에 한 개 고아원은 렌트를 못 내 곧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 꾸준히 송금하고, 현지에서 식량을 사 공급하고, 숨 막히는 삶을 위해 계속 지원금을 전달하지만,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던데, 다른 이들의 삶이 부러운 것은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이다. 아이티 고아들도 그렇게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싶어서이다. 조지 뮬러 박물관에서 느낀 부러움은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탄식이기도 하고, 우리의 간절한 기도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눈물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남부럽지 않은 날이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기도 애슐리 다운고아원 고아원 사역 아이티 고아들
2025.05.08. 18:12
지난주에 아이티에 계신 탁 선교사님이 이달 치 식량을 샀다고 사진을 보내주셨다. 이달에는 평소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식량 구매 자금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쌀, 콩, 옥수숫가루, 식용유, 스파게티, 설탕에 세탁비누, 화장지 등이 트럭에 가득 찬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한동안 목이 메었다. 그리고 정말 ‘안 먹어도 배부른’ 경험을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난을 온몸으로 견디는 아이티 사람들, 그 혹독하고 잔인한 환경 속에서 더욱 불안하게 살아가는 고아들을 넉넉히 먹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풍성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많은 쌀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쌓아놓은 식량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랜만에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해졌다. 아침에 죽 먹고, 저녁에 물만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에게 다음 끼니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은, 과식으로 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풍요로운 땅에서 사는 이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기쁨이고 행복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이, 늘 아이들의 먹거리를 근심하는 우리에게는 먹지 않아도 배부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우물가에서 만나신 후에 제자들이 먹을 것을 드렸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라고 하셨다. 인간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조차도 육체적인 양식이 필요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에게는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 것이 첫째가는 양식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기피 대상이었고, 스스로 대인기피증이 있던 사마리아 여인이 메시아를 만났다고 외치며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사람으로 변화된 것이 아마도 예수님께서 먹지 않아도 배부름을 느끼게 한 이유였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나님의 일을 하셨다. 아이티 수도가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아이티는 민간인의 출입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감히 위험을 무릅쓴다면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로 북부지역의 캡헤이션 공항까지 가서 헬리콥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지만, 일 인당 편도 2500달러의 비용이 들고, 헬리콥터가 여러 번 갱들의 총격을 받은 적이 있어 포토프린스까지 가는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 가운데, 현지에 남아계신 탁 선교사님을 통해 식량을 사서 나눠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할 따름인데, 후원자들의 넉넉한 사랑으로 이달에는 더욱 풍족하게 준비할 수 있어 마치 부활절만큼이나 큰 위안이 되어, 우리가 안 먹어도 배부른 듯한 경험을 하게 됐다. 예수님께서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먹이셨다. 그것도 배불리 먹이셨다. 사람들을 말씀으로 양육하시고, 육신의 굶주림도 채워주셨다. 광야에서 수많은 청중을 배부르게 먹이셨던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갈릴리에서 물고기를 잡으러 간 제자들을 위해 해변에서 생선을 구우셨다. 언제 어디서든지 예수님은 사람들의 끼니에 관심이 있으셨고 그분의 식탁은 언제나 풍성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아이티 고아들도 배불리 먹기를 원하신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잘 먹고 배우며 자랄 수 있다면, 우리는 안 먹어도 배부른 행복을 계속 누릴 것이다. 이 행복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지만, 배고파도 울지 않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안 먹어도 배부른 시간이 오래오래, 자주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까닭 아이티 고아들 그때 예수님 이후 아이티
2025.04.24. 18:28
예수님께서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불교에서는 진리를 알고 진리와 합치하는 방법은 마음공부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방법, 불교식으로 말하면 우리 본성에 합치는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가장 주요한 것은 먼저 ‘진리를 신앙’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2500년 전 29세에 왕궁을 나와 히말라야에서 구도하셨습니다. 불성 혹은 진리를 얻기 위해 갖은 고행을 하신 후 35세에 보리수나무 아래서 마침내 대각하셨습니다. 불성을 찾기 위해 범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고행을 한 후 대각하셨지만 우리의 본성 혹은 진리라고 하는 것이 ‘이미’일체중생들에게 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감탄하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혹은 법신불, 불성 혹은 본성이라고 하는 것, 이런 전지하고 전능한 세계가 우리 마음에 ‘이미’ 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수행인들이 마음공부를 하는데 이를 우선 믿고 수행하는 것이 참으로 주요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는데 혈우병 걸린 여인이 예수님께 다가갔습니다. 혈우병이란 피가 잘 멈추지 않는 병이며 2000년 전, 그 가난한 그 여인에게 이 병은 참으로 치명적 병이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에게둘러싸여 있는 예수님께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예수께서 많은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을 보고 이 분이 자기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예수께 다가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누가 나를 만졌느냐”고 물었습니다. 옆에 있는 제자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밀치고 걸어가고 있는데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가 큰 믿음으로 나를 만졌다”고 말씀하십니다. 갑자기 예수님과 제자들이 걸음을 멈추고 누구를 찾는 것 같아 겁이 난 그 여인은 예수님께 자기 병 증세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치는 순간 피가 멈추고 병이 나았다는 것을 떨면서 말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고쳤느니라.” (마가복음 5:25-34)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이 내가 너를 고친 것이 아니라 바로 ‘너의 믿음’이 너를 고쳤다 말씀하십니다. 방에 전선이 있지만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방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수행자는 믿음이라는 문을 통해 밝은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방에 전기가 들어오고 있다는 믿음이 없으면 방을 스위치를 올리지 않게 되듯, 진리에 대한 믿음, 불성이 내 속에 내재한다는 믿음이 없으면 혹은 약하면 수행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불법의 바다는 믿음으로 들어간다” 말씀하셨습니다. 지구 형성 초기에 비가 몇백만년 내린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 시기에 태어났다면 평생 태양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태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존재합니다. 수행인들은 소위 전지전능하다는 완벽한 불성이 우리에게 이미 내재한다는 것과 그것을 달성하게 하는 길, 즉 부처님의 법에 대한 튼튼한 믿음을 세우는 것이 마음공부의 출발점이 됩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입니다. “봄바람은 사(私)가 없이 평등하게 불어주지마는 산 나무라야 그 기운을 받아 자라고, 성현들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법을 설하여 주지마는 신 있는 사람이라야 그 법을 오롯이 받아갈 수 있나니라.” “도가에서 공부인의 신성을 먼저 보는 것은 신(信)이 곧 법을 담는 그릇이 되고, 모든 의두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며, 모든 계율을 지키는 근본이 되기 때문이니, 신이 없는 공부는 마치 죽은 나무에 거름 하는 것과 같아서 마침내 결과를 보지 못 하나니라. 그러므로 그대들도 먼저 독실한 신을 세워야 자신을 제도하게 될 것이며, 남을 가르치는 데에도 신 없는 사람에게 신심 나게 하는 것이 첫째가는 공덕이 되나니라.” 송현풍(宋玄風)이 무한 동력을 연구 중이라 하거늘, 정산종사(원불교 2대 종법사) 말씀하시기를 “기계의 동력에도 무한 동력이 필요하지마는 우리의 수도에도 무한 동력이 필요하나니 수도의 무한 동력은 곧 신성이라, 이 신성이야말로 범부를 성인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니라.”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공부 신앙 믿음 불성 무한 동력 원불교 창시자
2025.04.17. 17:50
열흘 뒤면 부활절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고난 끝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말씀하신 대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예수 부활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사건이다. 하지만 하나님께는 죽은 이를 살리는 일도, 바다를 가르는 일도 기적이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창조주이신 그분은 언제나 모든 만물의 근원이고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작가 박완서 선생은 ‘일상의 기적’이라는 수필에서 한 중국 속담을 인용한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다.” 그녀는 어느 날 허리를 다쳐 하룻밤 사이에 세수하거나 양말을 신는 일조차 어려워진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지난여름, 살렘고아원의쟌 목사는 말했다. “우리에겐 기적이 필요해요.” 기적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현실 가운데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기적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끼니를 거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흙먼지 나는 길을 따라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일터로 향하는 그런 날들. 아픈 아이들이 치료받고, 미래를 꿈꾸며 공부하고,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 쟌 목사가 말한 기적은, 총성이 멎고, 갱들의 폭력이 사라지고, 아이들 먹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삶이다. 사람들은 종종 기적을 초자연적인 사건으로만 생각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며, 삶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갈망한다. 죽은 사람이 일어나고, 앉은뱅이가 걷고, 시각장애인이 눈을 뜨는 사건을 생각한다. 우리의 기적은 다르다. 아이티에서 바라는 기적은 공포의 땅이 한순간에 평온해지고, 모든 사람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 맑은 물을 마시며, 아플 때 치료받고, 꿈을 위해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한 번도 바다 위를 걷고 싶다고 바란 적이 없다.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다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기적은, 사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일 뿐이다. 총성과 폭력이 일상화된 땅에서 끼니를 가장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상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끼니때 밥 먹고, 수업하는 날 학교 가고, 돈 벌러 직장 가는 일은 세수하거나 양말 신는 것 같은 소소한 일상일 텐데, 지금 우리는 그 소소한 일상을, 기적을 기다리듯이 기다린다. 죽은 아이가 살아나는 기적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이 잘 치료받아 죽지 않고 살아가는 날을 우리는 기다리는 것이다. 고아원 건물에서 쫓겨나 거리를 떠돌아야 하는 부모도 없는 고아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지붕 있는 잠자리를 갖는 날을 기다린다. 마음 놓고 가서 오래 묵은 안부를 물을 수 있기를 우리는 지금 기적을 구하는 심정으로 기도한다. 우리는 기도한다. 부활하신 주님처럼 우리의 일상이 다시 살아나기를, 잃어버렸던 평범한 삶이 회복되기를, 도와주는 이 없는 땅에서, 서로가 손을 내밀며 평안히 살아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두려움이 환희로 변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부활의 기쁨과 소망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우리는 아이티에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꽃 피듯이 자연스러운 일상의 회복을, 잔잔한 평화를, 그리고 편안한 숨 쉼을. 너무도 평범하고 소소한, 그러나 너무도 소중한 그 일상을 말이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기적 예수 부활 총성과 폭력 고아원 건물
2025.04.10. 17:32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앉아 멀리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몇 분마다 한 번씩 비행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개 비행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나는 그 비행기가 뉴왁 공항으로 향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때때로 비행기가 서쪽에서 동남쪽으로 날아갈 때는, JFK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아닐지 추측하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비행기는 전혀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 어떤 비행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미루어 뉴저지 인근 어딘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수없이 나는 비행기를 보며 여행을 꿈꾸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인 나는 공항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요즘의 아이티 상황을 떠올리며 몹시 슬퍼진다. 불과 여섯 달 전까지만 해도, 갱들의 위험이 있음에도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었던 나라,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나라의 수도가 이제는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다. 이동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3조는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또한, 그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올 권리도 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수많은 정치적 이유로 이러한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 아이티가 더욱 비극적인 것은, 국제적 무관심에 이어 치안 불안으로 상용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동의 자유는 누구든지 여권이 있고 형편만 되면 비행기 표를 구매하여 입국 심사를 거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보편적인 자유는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정치 사회적 이유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거나 돌아갈 수 없다. 갱단의 폭력으로 수도가 마비 지경에 이른 아이티가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아이티에서도 한동안 많은 사람이 여권을 만들기 위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하였다. 현재는 갱단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멈춰 있지만, 여권을 발급해 주는 관청 앞에는 온종일 수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이 있으면 어떻게든 나라를 떠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두세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발급 비용을 감수하고 여권을 신청하는 때도 있었다. 사람들은 만연한 갱단 폭력과 공권력의 부실한 대응 탓에 더욱 심각한 혼란에 빠진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공항은 마비되고, 국경은 굳게 닫혀 있다. 수도 포토프린스의 따바에 위치한 하우스오브호프 고아원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다. 매일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커다란 바퀴가 땅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손에 잡힐 듯 머리 위를 지나가곤 했다. 그러나 이제 아이티의 하늘은 텅 빈 채로 침묵으로 가득 차 비행기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서쪽 하늘을 끊임없이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아이티에도 다시 하늘길이 열려 아이티 사람들도 자유롭게 세상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립된 나라가 다시 열린 세상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이티행 비행기가 전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날이 속히 와서 그곳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만나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꿈을 나누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하늘길이 아이티행 비행기 하늘길이 열리기 번씩 비행기
2025.03.27. 17:56
현상의 세계는 남자와 여자, 여름과 겨울, 물과 불, 고와 낙, 성공과 실패 등 상대의 세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나님을 ‘절대자’라고 칭하는 것은 우주의 본원 혹은 창조주가 이 상대의 세계를 초월해 있다는 말인데, 이 자리를 불교에서는 불성(佛性)이라고 하며, 참 마음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자리는 고와 낙이 사라진 자리며 극락(極樂)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가 바로 우리 성품(性品) 자리입니다. 이 성품 자리를 깨치는 것을 견성(見性)이라고 하며, 불자들이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는 것은 바로 생과 사, 고와 낙을 초월한 ‘아미타불’ 즉 우리 불성자리로 복귀하자는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흔히 ‘계시’라고 하는 것도 이 우리의 참 불성에서부터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한 제자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 여쭈었습니다. “극락과 지옥이 어느 곳에 있나이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네 마음이 죄복과 고락을 초월한 자리에 그쳐 있으면 그 자리가 곧 극락이요, 죄복과 고락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자리가 곧 지옥이니라.” 또 여쭙기를 “어찌하여야 길이 극락 생활만 하고 지옥에 떨어지지 아니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성품의 본래 이치를 오득하여 마음이 항상 자성을 떠나지 아니하면 길이 극락 생활을 하게 되고 지옥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변의 10) 나의 본성에 합일하는 것, 즉 하나님 나라에 거하는 방법은 신앙 수행으로 우리 마음의 힘을 얻어야 하는데 이 여행은 돈·명예 등 외부 조건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우리 마음에 있어서 세 가지 힘을 얻어야 그곳에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삼대력, 즉 세 가지 마음의 힘이란, 우리 마음에 있어서의‘수양력’‘연구력’ ‘취사력’을 말합니다. 수양력이란 마음이 바깥 경계, 유혹 등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며, 연구력이란 세상일에 있어서나 진리 분야에 있어서나 그것을 알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 혹은 지혜의 힘이며, 취사력이란 바른 것은 취하고 바르지 못한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실행의 힘입니다. 근력, 지구력, 순발력 등 육신에 있어서도 다양한 힘이 존재하듯, 우리 정신에 있어서도 이러한 세 가지 힘이 존재하며, 공부인이 이 세 가지 분야에서 마음의 힘을 얻어야 우리 본성 고향에 갈 수 있다, 즉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예수님,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수레가 가지 않으면 수레를 끄는 말을 채찍질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 있어서 어떤 문제가 있을 때(인간관계나, 금전적인 문제),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에서 찾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보통 사람들의 생활은 한갓 의·식·주를 구하는 데만 힘을 쓰고, 그 의·식·주를 나오게 하는 원리는 찾지 아니하나니 이것이 실로 답답한 일이라, 육신의 의·식·주가 필요하다면 육신 생활을 지배하는 정신에 일심과 알음알이와 실행의 힘은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정신에 이 세 가지 힘이 양성되어야 그에 따라 의·식·주가 잘 얻어질 것이요, 이것으로 그 사람의 원만한 인격도 이루어질 것이며, 각자의 마음 근본을 알고 그 마음을 마음대로 쓰게 되어야 의·식·주를 얻는 데에도 정단한 도가 실천될 것이며, 생로병사를 해탈하여 영생의 길을 얻고 인과의 이치를 알아 혜복을 구하게 될 것이니, 이것이 또한 참답고 영원한 의·식·주 해결의 길이라, 그러므로 정신의 삼강령이 곧 의·식·주 삼건의 근본이 된다 하노라.”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공부 하나님 하나님 나라 마음 근본 극락과 지옥
2025.03.20. 17:54
뉴저지의 한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는 동안 아이티 관련 동영상을 성도들과 함께 보았다. 아내는 여러 차례 본 동영상의 사진들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예배 후에 들어보니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아이들 사진을 보니 걱정이 더 커지고, 그리움이 더 깊어진다고 했다. 아이티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 6개월이 되어간다. 지난해 11월부터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의해 상업용 항공기 운항 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이 조치는 올해 9월 8일까지 연장되었다. 갱들이 공항에 착륙하려는 미국 항공기 3대에 총격을 가해 스피릿 항공사 비행기 기체를 훼손하고 승무원도 다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항공과 스피릿 항공은 무기한 운항을 중지했고,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젯블루는 계속 아이티의 위험을 주시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못 보는 동안 우리는 꾸준히 후원을 모으고, 매월 식량 구매 자금을 송금하고, 현지에 계신 선교사님을 통해 식량을 구매해서 고아원마다 나눠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이들이 아픈데, 병원에 갈 수 없다는 소식에 현금으로 긴급 의료 지원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에 급하게 학비를 송금해서 다시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돕는 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고아원 원장들과 아이들을 직접 만나서 그들의 형편을 듣고 도울 방안을 마련하고, 함께 손잡고 기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도 우리가 가서 손잡아 줄 때 활짝 웃곤 한다. 오래도록 자신들을 응원해 주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꿈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다. 코로나19팬데믹을 보내고, 갱단이 수도를 점령해 가면서 우리는 아이들을 직접 방문해서 만나지 못한 채 5년 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도 대부분을 점령한 갱들의 납치와 폭력 때문에, 우리는 아이티를 방문할 때도 선교 센터에 머물면서 고아원 원장들을 불러 식량을 나눠줄 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고아원에 가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길거리가 좀 조용한 날에는 몇몇 고아원 아이들을 탑탑(작은 짐차를 개조한 대중교통 수단)에 가득 태워 선교 센터로 오게 해 점심을 같이 먹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 만에 아이들을 보면 훌쩍 자라기도 했고, 쑥스러워하던 아이들이 반가워하며 가까이 다가오곤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6년 만에 장애 고아원의 아이들과 만났는데, 너무도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장애아 때문에 우리는 많이 울었다.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 고아들도 우리가 그리웠음이 틀림없다. 우리도 늘 그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그리워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넘어 서로 보고 싶어 하고, 사진을 보며, 소식을 물으며 걱정과 그리움을 쌓아가고 있다. 사진 속에서 웃는 아이들도, 뜨거운 햇볕 아래서, 밤낮으로 멈추지 않는 총소리에 고립된 울타리 안에서, 항상 누군가를 그리워할 것이다. 우리 역시 오가지 못하는 사정 가운데 아이들을 만나 기뻐하는 꿈을 매일 꾸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숫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많다. 총소리와 기아와 영양실조의 두려움과 모든 이들의 무관심으로 고립된 나라에서 사는 고아들을 우리는 지금 그리워하며 기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아이티의 평화가 아니라,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눈물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너무 많이 보고 싶어서.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장애 고아원 고아원 원장들 고아원 아이들
2025.03.13. 21:06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비스와바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두 번은 없다’, ‘끝과 시작’, 문학과지성사, 2016. 아이가 죽었다. 생전에 깃털처럼 가볍던 디만시아란다가 세 살이 되도록 부모도 모른 채, 장애를 갖고 살던 땅을 떠나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가서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땅에서 그토록 짧은 시간을 보내고 하나님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란다는 시 정부 기관에 의해 생후 6개월쯤으로 추정되는 때에 장애 고아원에 위탁되었다. 아이티 현지 스태프 조나단이장애고아원의 아이 둘이 폐가 안 좋다는 연락을 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병원을 가보지 그러느냐는 이야기는 한가한 소리였다. 아이들이 치료받을 만한 병원을 찾기가 힘들었다. 공립병원의 빈자리를 어렵게 찾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기에는 의약품도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했다. 아란다는 너무 늦게 병원을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돌아간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수도 포토프린스에서 가장 현대적 시설을 갖춘 병원이 갱들의 약탈로 무너졌다. 12월에는 아이티에서 제일 큰 병원이 다시 개원하는 날 갱들이 총격을 가해 기자 두 명을 포함해 세 사람이 사망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해에 환자와 의료진이 갱들의 공격을 받은 이후 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며 아이티에 있는 여러 병원의 문을 닫았다.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경찰도 아프면 병원을 찾고, 갱들도 다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폭력적이기만 한 갱들의 만행은 병원을 파괴하고 가뜩이나 무정부 상태인 나라의 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거의 없거니와 문을 열고 있는 공립병원은 열악한 시설에 의약품이 부족하다. 갱들이 세력을 넓히면서 의료진도 손을 놓은 경우가 많아서 생명이 위험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아이티는 지금 겨울이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낮 최고 기온이 화씨 90도 안팎, 밤 최저 70도 안팎인데, 이런 날씨에도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곤 한다. 고아원 아이들은 아프면 말이 없어지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아프다는 말도 못 하는, 평소보다 더 얌전해진 아이들을 버려두다가 병을 키우고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거기에다가 치료받을 병원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감기가 유행인 요즈음 우리가 돕는 고아원 원장 중 세 사람이 독감을 앓고 있고, 아이들도 상당수가 감기를 심하게 앓고 있다, 샬롬고아원의 쟌 목사는 기침을 계속하면서 피를 토한다고 조나단이 걱정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들이나 고아원 스태프가 아프면 우리는 긴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꾸 슬픔을 상상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고아원을 짓누르고 있을 때 우리도 예견된 슬픔을 겪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내다보시고 슬퍼하셨다. 우리는 아이티와 아이티 고아들의 앞날을 생각하며 막막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슬픔을 미리 삼킨다. 아이티 고아원에 지원할 의료비를 송금하면서도 닥쳐올 슬픔은 더욱 커지고, 우리는 이미 예견하고 있던 아란다의 슬픔을 고이 싸매고 있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예견 슬픔 아이티 고아원 고아원 스태프 장애 고아원
2025.02.27.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