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지 2년쯤 되었을 때, 우리가 하던 고아 구호 사역이 뉴욕중앙일보 1면에 크게 실린 적이 있었다. 기사 제목은 ‘아이티 고아의 아버지.’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 보도를 통해 많은 후원이 이어졌고, 새로운 분들이 아이티 고아들에게 관심을 두고 마음을 모아주는 계기가 되었다.
기사를 읽은 한 젊은 성도가 농담처럼 말했다. “목사님은 천국 가셔서 상급이 없으시겠어요. 이미 여기서 칭찬을 많이 받으셨으니까요.” 나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아이들만 넉넉히 먹일 수만 있다면 사거리에서 춤이라도 출 수 있지. 아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내가 칭찬을 미리 받아서 천국에서 상 못 받는다는 건 괜찮아.” 그 말은 내 진심이었다.
우리 사역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개인에게 직접 후원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티 소식은 후원자들에게 단체 이메일로만 전한다. 고아원 형편과 고아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알릴 뿐, 개인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메일 수신자 역시 사역과 인연이 있거나 아이티 소식을 알고자 요청하는 분들에게 한정된다. 교회를 방문해 설교하거나 사역을 소개하고 선교 보고할 때도 마찬가지로 개인적 후원 요청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느 개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러다가 누군가 우리 사역을 알게 되고 마음에 감동하여 후원의 손길을 내밀면, 그것이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믿고 감사드린다. 지난 17년간 우리의 사역은 그렇게 이어져 왔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히 안다. 아이티 고아들을 먹이고 가르치는 일은 결국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며, 우리는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던 분이 후원 의사를 전해오거나, 기도하던 만큼의 필요가 정확히 채워질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이롭게 경험한다. 하나님의 선하심에는 조금도 오차가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시지만, 동시에 그것이 결코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늘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지금 아이티가 겪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제대로 알고, 그 안에서 자라야 하는 고아들의 삶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제한된 이메일로만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 사역이 더 널리 알려지고, 더 많은 이들이 고아들에게 긍휼의 마음을 품게 되기를 소망한다.
예수님께서는 “너는 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자선 행위를 숨겨두어라.”(마태복음 6:3~4상)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단순히 ‘남몰래 좋은 일을 하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나 자신조차 선을 베푼 일을 자랑스럽거나 뿌듯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하나님 앞에서만 선을 행하는 깊은 영적 태도를 가리킨다.
이 말씀 때문에 성도는 남모르게 선을 행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널리 알려져서, 아이티 고아들이 처한 현실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게 되길 바라고 있다. 고아들이 지옥 같은 환경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자라도록 끊임없이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도하고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아서, 아이티 고아들에게 풍성한 하나님의 사랑을 더 많이 전할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도 나무라지 않으시리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