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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쟌 목사의 평안

New York

2025.10.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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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Jean) 목사는 우리가 돕는 살렘고아원 원장이다. 2008년 여름, 우리 비전 트립 팀은 아이티에서 여러 고아원을 방문했는데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이 바로 살렘고아원이었다. 오전 11시경 고아원을 찾았을 때, 40명의 아이가 스파게티 다섯 접시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때 그들이 가진 마지막 양식이었다. 우리가 쌀 여섯 포대를 나르는 것을 보면서 큰아이들이 울었다.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자신들의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쟌 목사는 시골에서 부모 없는 아이들과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동네 폭력배들의 위협에 고향을 떠나 수도로 올라와 고아원을 세웠다. 세월이 흘러 동갑인 쟌 목사와 나는 친구가 되었고, 그는 변함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우리는 여전히 아이티 아이들을 먹이고 가르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티는 지금 말할 수 없는 고난 가운데 있다. 수도의 90%를 장악한 갱들은 세력을 지방으로 확장하며 중소도시에서도 약탈과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갱 소탕을 위해 유엔에서 파견한 케냐 경찰은 무력했고, 그나마 10월 철수를 결정했다. 유엔은 5000명 규모의 갱 억제 군(GSF)을 파견하기로 했지만, 언제 실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불어 작년 11월 갱들이 민항기에 총격을 가한 이후 문을 닫은 수도 포토프린스의 국제공항은 내년까지 미국 항공기의 취항이 금지되어 있다. 이후 재개 여부도 불투명하다.
 
전국적으로 식량난이 심각해 유엔이 규정한 ‘재앙 수준’의 식량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혼돈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도 고아들을 돌보느라 수십 년을 견뎌온 원장들을 생각하면 고마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지진과 해마다 발생하는 허리케인에 더하여 폭력 시위가 끊이지 않더니, 갱단의 공포까지 - 숨쉬기도 어려운 형편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고아원 원장들은 아이들을 품고 살아왔다.
 
그 가운데 쟌 목사는 심장병과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도 갈 곳 없는 지적장애아 포함하여 50명에 이르는 아이들 먹이고 가르치는 일에 전심을 다 하고 있다. 작년 봄 그를 만났을 때,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나님 계시니….” 그의 대답이었다. 지난여름 십 개월 만에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결핵이 의심되었고, 지병인 심장병도 악화된 상태였다. 그날 그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의 손을 잡고 어떠냐고 물으니 대답은 엉뚱했다. “평안해요.”
 
갱 때문에 문밖을 나서는 일이 어렵고 두려워도, 몸이 아픈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도, 그는 평안했다. 아이들 먹이는 일이 힘겨워도, 고단한 삶 가운데서도 그는 평안하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한복음 14장 27절)
 
쟌 목사는 예수님이 주시는 그 평안으로 극심한 가난과 질병, 공포의 세월을 견디고 있다. 지난주 현지 스태프를 통해 연락된 쟌 목사는 여전히 평안을 누리고 있노라고 소식을 전했다. 그의 삶이 보여주는 것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예수님의 평안이다. 그 평안이 혼란스러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도 있기를 기도한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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