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어 Albany 근교에 사는 아들 Danny가 다녀갔다. 오기 며칠 전부터 전화로 이번에 엄마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며 크게 기대할 만하다고 나를 들뜨게 했다. 그가 집에 도착해 집 앞에 주차하고 짐을 꺼내려 차 문을 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한 마리의 거대한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할 태세를 취하는 물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매의 날개 문(Falcon Wing Door)을 가진 테슬라 SUV 신형 모델 X였다. 이 차는 독특한 방식의 디자인으로 뒷문이 위로 열리며 이는 마치 매가 날개를 펼치는 모습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더욱 놀란 것은 출발에서 도착까지 거의 3시간 동안 완전 자율 주행에 주차까지 맡기고 왔단다.
그는 테슬라를 한 5년 동안 애용해 왔지만, 이번 모델은 완전히 업그레이드되어 그에게 이제 운전이란 game changer가 되었다며 신바람이 나서 행복해했다. 그러면서 시승을 적극 강요(?)했다. 2.5초 내 시속 60마일의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나는 현기증에 아찔했다. 그가 말한 깜짝 선물이란 내가 좋다고만 하면 최신형 테슬라를 사주겠단다. 이제 엄마는 나이 들어 운전하기 싫을 때도 있고 특히 밤 운전이나 궂은 날씨에 사고 위험도 있으니, 이번에야말로 차를 바꿀 최적의 기회가 아니냐며 나를 설득하려 땀을 흘리고 있다.
한 30분 정도 시승해 주면서 테슬라 판매원보다 더한 테슬라 홍보대사가 되어 이 차를 팔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율 주행하던 차가 갑자기 적색 신호등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자 갑자기 차가 턱에 걸린 듯 덜컹덜컹하며 멈칫댄다. “OMG, What happened?” 나는 소리쳤다. Danny는 “Nothing” 하며 옆에서 들어오는 길에 적색 신호등이 있어 차가 순간적으로 혼동했지만, 곧바로 스스로 알아차려 다시 주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난 순간 본능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Danny는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main screen으로 들어가 해결책을 찾으라고 한다. 난 바로 Danny에게 너의 성의는 백번 고맙지만, 이 선물은 사양하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Danny는 나에게 천천히 생각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포기할 기세가 없다. 기계는 배우면 되고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조급해하지 말라 한다. 일단 몸에 익숙해지면 말 잘 듣는 비서처럼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전혀 물러설 기세가 안 보인다.
영어 속담에 ‘You can’t teach an old dog new tricks’직역하면 나이가 많거나 기존 습관에 익숙한 사람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거나 변화시키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 속담이 지금,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특히나 운전처럼 사람의 목숨과 관련이 있는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나처럼 나이가 들어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직접 손은 핸들에 발은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에 놓을 때 비로소 안심된다. 요즘엔 한 달이면 전에 일 년과 맞먹을 정도의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나온다. 전혀 무시하고 아날로그식으로 살 수는 없지만 최신형 테슬라 모델 X SUV는 감히 내가 시도해 볼 엄두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Danny는 이 차의 빼어난 장점과 편리함을 계속 주장하지만 나는 왠지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전에 공황 상태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결국 이 차는 전기차다. 만에 하나 Power를 잃으면 모든 기능이 정지되고 이 차는 거대한 쇳덩어리의 괴물이 된다. 얼마 전에 함께 운동하던 친구가 갑자기 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심한 폭풍우로 집에 정전이 되어 차고 문을 열 수 없어 차를 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젊고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즐길 수 있으련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이 안타깝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