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태어난 시대의 경제적 충격과 문화적 규범은 리스크를 인지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웰링턴-알터스 프라이빗 카운슬의 마틴 펠레티어(Martin Pelletier)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세대별로 형성된 심리적 회로가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각 세대가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강점이 있는 동시에 반드시 경계해야 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의 공통된 '시스템' 의존증
전후 경제 호황기를 겪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제도적 안정성과 자산 가치의 꾸준한 상승을 경험하며 성장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대형주나 장기 채권 등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펠레티어 매니저는 인플레이션 변동성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현재 상황에서, 과거의 가설을 방어하려는 부머 세대의 고집이 '안일함'이라는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롭게도 밀레니얼 세대 역시 부머 세대와 유사하게 시스템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성인이 된 이들은 감정을 배제한 패시브 투자나 로보어드바이저 등 규칙 기반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 대응이 늦어지는 약점을 노출하곤 한다.
X세대의 반골 기질과 Z세대의 고위험 승부수
개인주의와 제도에 대한 불신 속에 자란 X세대는 시장의 주류 의견에 반대하는 '역발상 투자(Contrarian)'에 강점을 보인다. 이들은 거품이 끼기 전 시장에서 빠져나오거나 과열된 거래를 피하는 데 능숙하지만, 때로는 '군중과 반대로 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장기적 성장의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반면, 주거비 급등과 자산 불평등 심화라는 가혹한 출발선에 선 Z세대는 복리의 마법보다는 단기적 변동성에 베팅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가상화폐나 단기 옵션 등 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데, 이는 초기 자본을 완전히 상실하여 시간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스스로 파괴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세대적 편향을 이기는 '자기 객관화'의 힘
시장은 투자자가 미래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직 변화에 적응하는 자에게만 보상을 제공한다. 펠레티어 매니저의 분석은 우리가 내리는 투자 결정이 순수한 논리적 산물이 아니라, 성장 배경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편향의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독립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X세대는 리스크 한도를 설정하는 구조를 갖춰야 하며, 시스템을 맹신하는 밀레니얼은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투자의 성패는 어떤 종목을 사느냐보다, 자신의 '세대적 회로'가 현재 나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혹은 발목을 잡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지점에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