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는 ‘트레이더’가 아니라면 멀리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올바른 접근일 것이다. 장기적인 투자에 더해 분산투자 방법 역시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는 대표적인 원칙이다. 이런 장기적인 분산투자 원칙에 근거한 가장 일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가 이른바 60/40 포트폴리오다. 주식형 자산 60%, 채권형 자산 40%로 구성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 접근법에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분산투자에 대한 이해 새로운 전망에 기반을 둔 포트폴리오 구성 변화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분산투자에 대한 이해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60/40는 가장 일반적인 분산 포트폴리오이기는 하지만 모든 장기적인 투자가 이 구성비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형 자산과 채권형 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이는 원론적으로 리스크 자산과 안전 자산의 구성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리스크 자산이 꼭 주식이어야 하는 법은 없고 안전 자산이 꼭 채권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대표적인 전통 자산 중 리스크 자산은 주식, 안전 자산은 채권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수용돼 온 탓에 그렇게 이야기될 뿐이다. 어쨌든 60/40는 특정 수준의 리스크 성향과 수용 능력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구성비라고 볼 수 있다. 대략 중간 정도의 리스크 성향과 수용 능력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많이 권장되고, 또 그렇게 수용됐다. 각자의 리스크 성향과 수용 능력에 따라 이보다 공격적이거나 보수적인 포트폴리오가 더 적절한 것일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반대로 더 보수적인 투자도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일수록 리스크 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일수록 안전 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리스크 자산과 안전 자산으로 어떤 자산 유형을 활용할지 여부도 투자자 개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투자자 자신이 스스로 어떤 투자성향과 수용 능력을가졌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60/40 포트폴리오가 가장 좋은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라는 오해는 하지 말자. ▶더 보수적으로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성비는 뱅가드가 제안했다. 뱅가드는 전통적인 60/40 투자자들에게 향후 10년간은 50/50나40/60가 더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비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유는 리스크 자산인 주식형 자산의 수익률이 앞으로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반면 채권형 자산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가 유리한 투자환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뱅가드가 내다본 주식형 자산의 향후 10년에 걸친 연평균 수익률은 5~7%. 현재 지나치게 과잉평가된 주식이 결과적으로 향후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런 수익률이라면 리스크 자산에 들어가는 것 치고 기대 수익률이 너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주식형 자산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수준으로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지금까지는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주식형 자산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변동성 리스크도 높아지지만 그만큼 기대 수익률도 높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식형 자산 비중이 늘어난다고 해서 특별히 추가적인 기대 수익률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작다는 뜻이다. 주식형 자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대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불필요한 리스크를 안고 가는 효과만 더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장이 지속할 수 있지만 결국 은퇴투자나 학자금 투자 등을 생각할 때 향후 5년 이상 중장기 수익률을 내는 데 주식형 자산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채권형 자산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2010년대보다 높은 수준에서 채권형 자산 수익률이 형성될 것이고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와 높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에 반영 기본적으로 현재 포트폴리오 리스크 수준과 구성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 등 리스크 자산이 앞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수익률이 한계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뱅가드의 제안은 채권형 자산 비중을 지금보다는 늘리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60/40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전반적으로 안전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 증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포트폴리오 구성비가 어떻게 돼 있던 채권형 자산 등 안전 자산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조언은 전통적 자산 활용과 분산투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체자산이나 대체 투자전략 등을 활용한 능동적 자산관리의 효용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술적 자산관리 전략은 기존의 리스크 자산이 가진 리스크를 능동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필요 이상의 리스크 수용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 그런 면에서 전통적인 채권형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과 같거나 더 나은 결과를 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상승장이나 하락장 모두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전략도 있다. 모든 시장환경에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절대 수익 모델이다. 결과적으로 능동적인 리스크 관리를 겸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외 채권형 자산에 대한 대체자산으로 인식이 퍼지고 있던 지수형 연금이나 지수형 투자연금 등 역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대체자산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은퇴 등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투자 포트폴리오라면 향후 달라지는 투자환경을 생각하고 이를 반영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mail protected]포트폴리오 운용 투자전략 재점검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 구성비 리스크 자산
2024.12.24. 22:50
불과 약 2주 사이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털, 퍼스트리퍼블릭,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은행들이 파산하거나 유동성 위기로 매각, 혹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는 현 상황이 지난 2007년발 금융위기의 재현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선 연준과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고 있다. 문제 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장하고 긴급 지원자금을 중개하는 등 금융안정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일단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스크는 남아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낙관론에 기반한 입장은 현 상황이 구조적 위기로 확산될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부분의 은행은 자본구조가 튼튼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리콘밸리은행이나 시그니처 등은 벤처, 크립토 등 특정 분야에 대한 노출 집중도가 너무 높았다. 퍼스트리퍼블릭도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 뱅킹’ 비중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이른바 ‘뱅크런’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유동성 타격이 원래 심각해질 수 있었던 구조라는 뜻이다. CS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사양길로 가는 수순을 밟아 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은행권 전반의 문제라기보다는 잘못 운영된 개별 은행들에 국한된 문제라는 인식이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은 환경일 것이다. 현재로썬 연준 등의 신속 대응이 전반적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평이 많다. 경기순환 주기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불황이나 ‘베어마켓’이라고 주식형 자산 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기는 하다. 낙관론을 공유하는 전문가들은 이 기회를 다시 투자목적, 계획을 재점검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상승장은 잘 보이고 하락장은 불투명하다 콘트래리언(contrarian)적 접근법은 하락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눈앞에서 위기를 경고하는 현상들이 펼쳐지고 있는 데도 이를 구조적 위기로 보지 않는 의견이 대세인 점을 두고 하락장의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입장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지배적인 견해가 극단적 회의주의로 나타날 때 비로소 저점이 형성된다고 보는 탓이다. 이 입장은 현재 정부나 대형 월가은행들이 구제에 나서는 것을 진화가 아닌 위기 확산을 가속하는 소재로 읽는다. 정부와 월가의 구제 노력은 결국 무책임한 투자자들과 금융권을 책임 있는 은행들과 소비자들이 구제하도록 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있다. 이는 결국 책임 있는 중소 금융기관들의 재무상태를 더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그만큼 금융권 전체가 취약하게 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헤지(hedge)와 단기 국채 인플레이션은 결국 실질 구매력을 저하시킨다. 연준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2%는 이 구매력 저하를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실현한다. 하지만 연간 6~7%의 인플레이션은 5년만 지속 되도 30% 이상 가치가 빠지게 된다. 10년이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가만히 앉아서 50%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선 전통적으로 주식형 자산 투자가 권장된다.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환경은 이를 확신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불투명하다. 반면 90일짜리 단기 국채는 지금 4.5%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기는 했지만 ‘무위험’ 자산 수익률로는 지난해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기간 중 단기 국채를 활용한 자산관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구조적 디플레이션이 오면 더 좋다. 현금성 자산의 구매력은 그만큼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값은 지난 2020년 고점을 찍은 후 꾸준히 내려왔다. 이 기간 국채 수익률은 올라왔다. 최근 몇 주간의 수익률 하락은 이 기간 올라온 것에 대한 조정일 수 있다. 조정이 끝나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 가능성은 더 현실적이다. 그만큼 단기 국채가 더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능동적 자산운용 이번 주에는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불과 1~2주 전까지만 해도 다시 0.5%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현재 0.25%포인트나 동결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쪽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에 단기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흐름을 모니터하고 이해할 필요는 있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인 자산운용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자산배치를 하면서도, 팩터(factor), 스타일, 글로벌 섹터, 롱/숏, 현금, 원자재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상황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금자산 비중을 기존 배치 비율보다 상향 조정하고 단기 국채(변동성 포함), 에퀴티 ‘숏’ 등에도 필요한 부분 노출을 가져가는 것이 변동성 높은 시장환경을 헤쳐나가는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mail protected]유동성 위기 속 투자 방향 투자전략 자산운용 유동성 위기 구조적 위기 전반적 금융위기
2023.03.21.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