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신호일까? 지난해 연말부터 새해 초에 걸친 짧은 기간에 여러 명의 큰 별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로 갔다.
이순재, 김지미, 안성기, 윤석화… 이름만으로도 한 시대를 상징하는 대중문화의 주역들이다. 여기에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윤일봉, 남포동, 한명숙, 송대관, 이상용, 전유성, 변웅전, 송도순 등의 유명 연예인을 더하면 정말 한 시대가 저문다는 실감이 강해진다.
세계적으로도 할리우드의 대표적 미남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성격배우 진 해크먼, 개고기 식용 반대에 앞장선 프랑스 배우 브리지드 바르도, 철학적 예술영화를 만든 마지막 거장 헝가리의 영화감독 벨라 타르 등 큰 별이 졌다.
대중문화의 주인공들이 중요하게 평가되며 대접받는 것은 그들이 한 시대를 기록했고, 대중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가령 누가 주연으로 나오는 무슨 영화를 언제 어디서 누구랑 같이 봤는데, 그 당시 사회상은 이러저러했다는 식이다. 연애 시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을 때 본 영화나 연극, 음악 등은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나간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것이 바로 대중문화의 힘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스타가 있다. 그래서 가신 이들의 빈 자리가 한층 더 커보이는 것이다.
가신 이들의 빈 자리를 누가 어떤 식으로 채울까?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순재의 빈자리를 신구, 박근형 등이 채울 수 있고, 무섭게 떠오르는 젊은 스타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의 혁신적 변화를 보면, 단순히 사람이 바뀌는 것으로 그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질서의 세상이 열리고 있는 양상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라는 설명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람과 기계의 싸움에서 인간이 기계에 밀려 점점 왜소하고 초라해지고 있다. 그런 현상은 대중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큰 인물이 나오기가 어려운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문화의 핵심은 사람이다.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은 공감을 통한 감동, 즉 진한 사람 이야기, 사람 냄새다. 영화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스크린을 보면서,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은 느낌을 갖는 일체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 같은 공간에서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경험의 중심에 스타가 있다. 그래서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계 시대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감동이 점점 사라져간다.
지금의 추세로는 머지않은 앞날에 영화도 기계가 만들어내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열정과 땀으로 빚어내는 영혼의 작업이 아니라, 차가운 기계가 명령대로 찍어내는 영화의 시대… 실제로 할리우드에는 이미 인공지능 배우가 등장했고, 여러 분야에서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
게다가 대중들은 영화관에 가지 않고, 안방에 편안하게 앉아서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기로 영화를 감상한다. 그리고, 오늘의 대중은 끈적이는 인간적 감동보다 산뜻한 재미와 자극적 쾌락을 추구한다. 집단적 일체감이나 공동체 의식 따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라지고 ‘나들’의 세상로 변해가고 있다. ‘나들’이란 나의 복수다. ‘우리’와는 달리 각 개인의 자아가 살아있는 집단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관계보다 독립성을 우선으로 여기는 개념이다. 그러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뭉클한 감동이 생기기 어렵고, 대중문화도 그런 식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삭막하다.
아무리 편리한 것이 좋다지만, 사람냄새 물씬한 감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가신 이들이 더욱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