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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신 골드러시 2026

Los Angeles

2026.01.19 17:30 2026.01.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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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수필가

이정아 수필가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골든 스테이트’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필시 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눈치챘으리라. 1848년 어느 날, 빚을 지고 야반도주한 스위스 사람 존 서터는 캘리포니아의 광산촌에 정착을 하였다. 어느 날 그의 광산에서 난데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장감독인 제임스 마셜이 들고 온, 아직 튀기지 않은 팝콘 크기의 두 조각의 금을 도화선으로 노다지 캐기의 소문은 열병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농촌에서, 대도시에서, 상인도 교사도, 신문 편집인도 모두 본업을 버리고 캘리포니아로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주야로 금 광맥을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당시의 천정부지로 높았던 물가는 이 노다지 캐기 현장의 탐욕과 살벌함을 생생하게 말해준다. 지금으로부터 178년 전의 이 소동을 골드러시라고 했다.
 
내 핸드백 구석엔 팝콘 크기의 찢어진 금니조각이 있었다. 오래전에 해 넣은 금니가 닳아서 못쓰게 되어 새것으로 교체한 지 2년쯤 되었다. 못생긴 금니조각을 고이 싸서 날짜까지 적어 치과선생님이 주셨다. “그냥 버려주세요. ”하니 정색을 하며 이걸 팔면 돈이 된다고 가지고 있으란다. 30년 동안 잘 써먹은 이빨을 누가산담! 속으로 웃었다.
 
새해 들어 이것저것 정리하고 버리다가 가방정리차 엎으니 금니 세 조각이 나왔다. 한인타운에 금을 사고 판다는 거래소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어 전화를 걸어보았다. 뜻밖에 젊은 분이 전화를 받는다. 전당포의 주인으로 스크루지 영감을 상상했었는데, 자투리금이나 물론 금니도 거래할 수 있다며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신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친절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 금니를 팔러 나섰다. 소설에서 많이 읽어본, 풍비박산난 집안의 불쌍한 아낙처럼 보일까 봐 최대한 정상의 여염집 부인으로 보이도록 공들여 치장했다. 내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토요일 일꾼 4명과 마당 정리하던 남편이 어딜 가냐고 물어 금니 팔러 간다니 가가대소를 했다. 젊은 시절이나 한국이었다면 생각도 못해볼 일을 나이가 드니 용감해진 걸까? 차분히 순조롭게 거래를 마치고 예상보다 큰 현금을 손에 쥐었다. 깜짝 놀랐다.
 
그사이 남편이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거래 끝내고 돈 벌었다니 좋아한다. 뒷마당 일하러 온 네 명의 일꾼에게 비싼 점심을 쏘았다. 횡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뜻밖의 돈이 생기니 지출이 줄을 서 기다린다. 장례식 부의금, 수술회복의 축하금, 대학입학 축하금으로 푼돈을 나누었다. 즐거운 나눔이었다.
 
그 후론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는 버릇이 생겼다. 부스러기 금을 찾는 노다지 발굴 사업이 시작된 거다. 짝을 잃은 귀걸이, 끊어진 목걸이줄, 50년 된 금 십자가도 통에 넣었다. 나와 같은 시기에 해 넣은 남편의 금니도 탐을 내는 중이다. 아직 쓸만하다니 아침에 한번 더 확인해 봤다. “당신의 이빨은 여전히 안녕하신가?”
 
우리 집안에 도래한 골드러시이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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