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역 목적으로 도입된 재외공관 민원실 방문예약제가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LA 지역 민원인들은 방문예약제의 장점은 살리되,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 창구 운영을 희망하고 있다.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박성일(40대)씨는 최근 LA총영사관 민원실 방문 경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박씨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문할 수 없어 인터넷으로 희망 날짜를 찾아봤고, 2~3일이 지나서야 예약할 수 있었다”며 “공인인증서 관련 서류 두 장이 필요해 방문 예약 시간에 맞춰 갔지만, 무려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이럴 거면 예약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방문예약제의 효용성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방문예약제가 민원인의 편의를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사실상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예약을 하고 가도 기다려야 한다면 선착순 방문과 예약 전용 창구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원인이 방문예약 때 처리희망 업무를 미리 신청했지만, 예약 시간에 담당 영사는 자리를 비운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민원인은 “영사확인 서류를 발급 받으려 미리 예약하고 갔지만, 정작 담당 영사가 민원실에 상주하지 않았다. 결국 영사가 올 때까지 두 차례나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전했다.
LA총영사관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민원실 방문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민원실 방문을 원하는 경우 ‘재외동포 365 민원포털(
www.g4k.go.kr)’에 접속해 이메일 인증과 개인정보 입력을 거친 뒤 ‘재외공관 → 민원업무 → 방문일시’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LA총영사관 민원실 창구는 약 13개로, 하루 민원인 예약 수를 총 150명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 65세 이상 시니어는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예약 없이 민원실을 방문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민원인은 팬데믹이 종료된 만큼 차량등록국(DMV)처럼 선착순 방문과 예약 방문을 병행하는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데이비드 안(70대)씨는 “시니어에게만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민원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며 “민원실도 바쁠 때만 사람이 몰리고 평소에는 한가할 때가 있는데, 굳이 방문예약제만 고집하기보다 선착순과 예약 창구를 병행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LA총영사관이 방문예약제를 유지하면서 민원실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LA한인회 제프 이 사무국장은 “중장년층 가운데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예약을 하지 못해 민원실까지 갔다가 입장을 거부당한 뒤 한인회로 찾아와 예약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며 “일주일 평균 5~6명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총영사관이 방문예약제를 유지하려면 이런 분들을 위해 현장 예약 서비스라도 제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LA총영사관 측은 방문예약제로 민원 업무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원인이 방문을 원할 경우 일주일 이내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총영사관 측은 “인도적인 사유나 사건·사고 등으로 긴급 여권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약 없이도 민원 처리가 가능하다”며 “방문예약제 없이 민원인이 동시에 몰릴 경우 업무 처리와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