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앙칼럼] 도둑맞은 땅인데 왜 집 사고 돈버나

Los Angeles

2026.02.08 18:42 2026.02.08 19:4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장열 사회부장

장열 사회부장

빌리 아일리시의 ‘와일드 플라워’가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을 밀어냈다.
 
지난 1일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 부문에 와일드 플라워가 호명되자 빌리 아일리시는 순간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본인도 의외의 수상이라고 여긴 탓일까. 수상 소감은 생뚱맞았다.
 
“도둑맞은 땅에서는 그 누구도 불법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No one is illegal on stolen land)
 
박수가 쏟아지자 빌리 아일리시는 소감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ICE(이민세관단속국)는 엿이나 먹어라.”(Fxxx ICE)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빌리 아일리시의 발목을 잡았다. 시상식 직후 유명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에릭 에릭슨이 이 발언을 꼬집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지난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집을 찾아와 만남을 요구한 남성들을 스토커로 신고하며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요청했었다. 이를 언급하며 에릭슨은 “도둑맞은 땅에서는 누구도 불법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그녀는) 그들도 집으로 초대해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도둑맞은 땅의 일부인 캘리포니아에서 1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대저택에 거주하는 빌리 아일리시를 향해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도 “도둑맞은 땅 위에 세워진 그녀의 저택도 곧 내놓아야 하겠네”라고 비웃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정작 도둑맞은 땅에 살면서 왜 집도 사고, 돈도 버는가. 참 아이러니하다.
 
미국 4대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는 이제 과거의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다. 시청자 수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984년에는 5167만 명이 이 시상식을 지켜봤지만, 인기는 해가 갈수록 시들해졌다. 지난해 시청자 수는 1540만 명으로, 전년(1640만 명) 대비 9% 감소했다. 전성기 대비 시청자는 무려 70% 이상 급감했다.
 
이 같은 쇠락은 비단 그래미 어워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월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역시 체면을 구겼다.
 
조 로건은 20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팟캐스트 진행자다. 그는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올해 골든 글로브가 새롭게 신설한 ‘최우수 팟캐스트’ 부문에 자신이 후보로 오르지 않은 이유를 털어놨다.
 
이유는 간단했다. 후보 등록비조차 낼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수천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팟캐스트 운영자인데, 굳이 등록비까지 내며 자신의 영향력보다 못한 시상식에 이름을 올릴 필요가 있겠는가.
 
그는 “주최 측에서 후보 등록을 부탁했는데, 등록비가 500달러라고 하더라”며 “나는 6년간 이미 팟캐스트 1위를 지켜왔는데, 갑자기 턱시도를 입은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누가 최고인지 가리는 대회를 내가 왜 신경 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일갈했다.
 
“난 전혀 상관 안 한다. 이미 1위다. 골든 글로브는 자기들끼리 상을 주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이 모인, 그들만의 모임일 뿐이다.”
 
예술계도 엘리트, 소위 기득권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미와 골든 글로브, 심지어 오스카도 마찬가지다. 실제 영향력을 가진 이들과 대중은 점점 이념적으로 치우치는 시상식에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연예인이 수상과 무관한 정치색이 잔뜩 묻은 개인의 주장을 마치 정답인 것처럼 늘어놓는 행위는 본연의 예술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중이 시상식에서 아티스트에게 듣고 싶은 것은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의미, 작품의 본질, 그리고 그에 따른 소감이다.
 
아티스트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꾸 예술 활동과 아무 상관없는 발언을 하니, 대중도 아티스트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것 아닌가.
 
조 로건은 골든 글로브를 비꼬며,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를 향해 팟캐스트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냥 꺼지라 그래.” (Fxxx off)

장열 /사회부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