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몬트리올-퀘벡 잇는 1,000km 구간 시속 300km 고속열차 프로젝트 가속화
연간 2,400만 명 수송 목표... 온타리오·퀘벡 전력망의 1~3% 점유하는 '전력 먹는 하마'
인공지능(AI)·전기차(EV) 확대로 전력 수요 급증하는 가운데 인프라 확충 시급
캐나다의 경제 중심지인 토론토와 몬트리올, 퀘벡 시티를 3시간 이내로 연결하는 고속열차(HSR)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2029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국가 경제 활성화와 탄소 배출 절감을 내세우고 있지만, 막대한 전력 소비량이 이미 포화 상태인 온타리오와 퀘벡의 전력망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열차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대책 마련이 사업 성패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시속 300km의 대가 '소도시 하나' 분량의 전력 소비
계획에 따르면 고속열차는 1,000km 구간에 하루 72대의 열차를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속 300km의 초고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 전기 열차보다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타와 대학교의 라이언 카츠-로센 교수는 이 철도망이 양대 주의 전체 전력 용량 중 1~3%를 소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대규모 제철소나 알루미늄 제련소, 혹은 최신 AI 데이터 센터와 맞먹는 수준이다. 알토(Alto)의 마틴 임블로 CEO는 "열차 한 대를 안전하게 가동하는 데만 50메가와트(MW)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경로를 따라 소도시 하나를 가동할 수준의 대형 변전소 12개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AI와 전기차에 밀리는 전력 우선순위 문제는 전력망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온타리오는 2050년까지 전력 수요가 75%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퀘벡 역시 향후 25년 내 용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 처지다. 이미 하이드로 퀘벡(Hydro-Québec)은 전력 부족을 이유로 수많은 산업 프로젝트를 거절한 상태다. 특히 최근의 극심한 가뭄과 혹한으로 전력 수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고속열차라는 새로운 '전력 대량 소비처'를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하이드로 원(Hydro One) 측은 "정확한 노선이 확정되어야 구체적인 전력 영향 평가가 가능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환경적 승리'인가 '탄소 부채'인가
고속열차의 정당성은 자동차와 항공기 승객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토론토 대학교 인프라 연구소의 마티 시미아티키 소장은 "1,000km에 달하는 강철 선로를 깔고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비용이 막대하다"며 "단순히 기존 버스나 일반 기차 승객이 옮겨 타는 수준이라면 환경적 이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수천만 명의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기차를 선택해야만 600억 달러에서 9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와 에너지 소모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밋빛 미래 뒤에 숨은 '에너지 청구서'
캐나다판 고속열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의 변화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몬트리올에서 오타와를 1시간 만에 주파하는 혁신은 달콤하지만,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서민들의 가정용 전기료가 인상되거나 다른 산업 발전이 저해된다면 거센 사회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토론토와 같은 대도시의 전력 수요가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정부는 '철도 건설'이라는 토목 공사뿐만 아니라 '에너지 독립'을 위한 원전 및 신재생 에너지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 '국가 건설'이라는 명분이 미래 세대에게 '에너지 부족'이라는 빚으로 남지 않도록 면밀한 통합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