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폈다고 안부를 전해온 당신이 / 꽃이 졌다고 곡기를 끊었다는 말에 / 무슨 위로의 말이 필요했던가 / 슬그머니 몇 끼를 굶은 내가 / 허기를 느끼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 젊은 날도 가고 이 노년의 나이에 / 별의 안부를 물어오는 당신 때문에 / 동쪽 하늘로부터 서쪽 하늘까지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 눈을 떠 별을 헤아려 보는 내가 한밤을 / 지새웠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우리 모두는 나를 잃어버리고 / 세상을 따라 분주히 살아가지 않았던가 / 기경된 나의 마음 밭에 초록을 품은 씨앗이 / 아파 몸을 뒤척이고 있다는 사실에 새벽 이른 시간 / 너를 기다리고 앉은 나는 또한 얼마나 행복한가 / 나뭇잎이 외로이 떨어지는 일도 / 하늘에 성근 눈이 소복이 내리는 것도 / 실개천이 강물로 굽이쳐 흐르는 것도 / 내가 어느 봄날 나무 밑에서 하얀 목련을 기다리는 것도 / 한순간 살다가는 내게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우리는 모두 한순간 살다가는 유한한 존재이지요. 영원히 살 것 같아 죽음이라는 현실을 망각하며 살고 있지요. 신문 부고란을 보니 알법한 한 분이 팔십을 넘기지 못했네요. 양로원을 방문할 때마다 누워 계신 어른들이 하시는 말. “왜 날 빨리 데려가시지 않는 거야”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럼에도 휠체어에 의지해 복도를 걸으시고 열심히 음식을 가려 드시는 것을 보면 살아간다는 것이 처절하리만큼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행복해지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요. 밤잠을 설쳐가며 배우고 땀 흘리며 목표를 향해 계단을 오르지요. 그곳에 성공이 있던가요. 그곳에 나를 만족할 만한 행복이 펼쳐있던가요. 먹어도 배고프고 마셔도 갈증 나는 허망한 삶의 연장선 아니던가요. 가지면 더 갖고 싶고 곡간을 채우면 또 곡간을 짓고 그곳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았던가요. 결국 우리는 무엇으로도 만족한 삶을 얻지 못했지요. 문제는 우리의 내면입니다. 마음의 밭을 기경하지 않으면 푸르게 솟아나는 새싹을 볼 수 없지요. 노랗고 붉게 피어나는 꽃들에 다가갈 수 없지요. 가지마다 피어나는 잎사귀와 색색의 꽃들은 봄이 되면 심긴 자리에 어김없이 피어나지요. 그러나 내 마음에 봄이 찿아오지 않으면 앞마당 벚꽃도 뒤뜰 수선화도 눈에 보이지 않죠.
나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피어오르는 평화, 고요, 기쁨, 환희, 설렘, 만족은 나를 비우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으로 가득 찬 마음으론 이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가볍게 움직이는 새의 모습은 흉내조차 낼 수 없으니까요. 세상에서 유일한 나는 날마다 다가오는 다른 환경 앞에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귀하고 행복한 순간임을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요. 그 어느 것도 지금 이 시간을 대치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하지요. 삶의 끝에 서면 자신이 한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지요. 다만 그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나만 남을 뿐이죠. 부끄럽지만 마음을 다하여 사랑했는가? 내게 다가온 시간과 상황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던가? 겨울 얼음의 뿌리쯤에서 봄의 뿌리도 함께 자라납니다. 감출 수 없는 봄의 기운을 업고 몇 날 몇 밤을 지내다 보면 뾰족한 입망울, 꽃망울이 영글겠지요. 그때 우리 함께 노래해요. 한순간 살다가는 당신과 나. 서로를 향해, 만물을 향해 거슴을 펴고 마음껏 사랑하기로 해요. (시인,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