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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슬픔이 되어버린

오랜 잠복기를 거치지 않고 / 감기처럼 다가온 슬픔이 있네 // 나도 가장 먼곳에서 / 눈이 펑펑 내리는 수풀 속에서 / 네게로 가는 길을 찿는 한마리 짐승처럼 / 묵음으로 돌아오는 메아리가 되였네 // 호수의 건너편 그늘아래 / 떨어진 별들이 모여 산다는 / 가난한 마을로 가는 노을은 / 마을의 한자락을 빌려 집을 지었네 // 별의 집은 오각형으로 / 노을의 집은 사각형으로 / 나의 집은 슬픔이 몰래 쉬어가는 곳에 / 눈 뜨면 밀려오는 은빛 비늘을 엮어 / 둥글게 담장을 둘렀네 / 고양이 발톱처럼 살포시 다가온 슬픔이 / 위로가 된 깜깜한 밤이 거기 있었네 / 마지막 기차는 별들의 집으로 떠나가고 / 기차바퀴 소리에 멀어져 가는 슬픔이 / 남겨진 바람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네 // 주인 없는 들꽃 한다발을 남겨두고 / 떠나간 철길 반대로 긴 발자국만 남겨 두었네 / 둥굴게 울타리를 둘른 집은 멀고 / 오래 잠복기를 거치지 않고 / 감기처럼 다가온 슬픔이 거기 남아 있었네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도 어느 새 내 속마음을 자연스레 표현하게 된다. 사람은 영물이어서 겉치레로 하는 말과 마음에 담은 말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 늘 행복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도 때로는 깊이 숨겨두었던 아픈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그때 행간의 거리는 좁혀지곤 하였다. 언어의 온도는 몸의 온도를 가늠하게 된다. 아니 마음의 온도라고 말하는 편이 맞을 듯하다. 오래 만나고 계절을 보내고 새봄을 맞이한다 해도 서로에게 울림이 없다면 스쳐가는 지나침이 될 뿐이다. 귓바퀴를 돌고 가는 소리같은, 바람처럼 벌써 흩어져 가는 기러기 울음 같은 공허로 내 것이 아니게 될 뿐이다.   3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이다. 실내에서 입던 옷 그대로 신문을 가지러 밖으로 나왔다. 아직 서늘한 바람이 머리를 맑게 한다. 공기의 무게라할까? 질량이 촘촘한 파란 하늘이 서쪽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겨우내 떨어진 잔가지와 눈에 쌓여 축축해진 나뭇잎들을 주으려 뒤란으로 간다. 수북히 쌓인 솔잎 사이로 아네모네 싹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바닥에 깔린 초록잎들 사이로 두어개 보라색 꽃이 숨어서 피었고 슬픔은 뻐근한 행복 뒤에도 온다. 부끄러운 고백 속에서도 창문을 여는 슬픔이 있다. 숨기려 해도 어느새 드러나는 진실 속에서도 슬픔의 꽃은 자란다. 너무 벅차서 이 작은 우주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한낮의 봄볕은 따뜻하다. 멀리서 하얀 연기를 달고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섰다. 몇 사람은 기차에서 내리고 가방을 들고 짐보따리를 이고 몇사람은 황급히 기차를 탔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간이역 벤치에 나는 앉아 있었다. 기차는 서서히 움직이며 플렛홈을 빠져 나갔다. 기차의 꼬리 부분이 지평선에서 자취를 감추고서도 멀리서 기적소리는 한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조금 전까지 벤치 모서리에 앉아 짐을 매만지던 아주머니도, 잘 차려 입은 훤칠한 남자도, 가방을 가슴에 품고 고개숙인 볼이 불구스레한 소녀도 기차와 함께 사라졌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슬픔의 그림자가 간이역에 가득했다. 손에 든 시집과 노트를 챙겨 나도 벤치에서 일어났다. 철길 반대로 걷는다. 주인 없는 들꽃이 나를 반긴다. 하염없이 걷는 길 아닌 길을 걷고 있다. 둥굴게 울타리를 두른 집은 여기서 멀고 별을 보러 가자는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 거기 있었다. 그는 무릎을 세우고 별의 호흡을 따라 큰 숨을 들이쉬고 누군가는 창문을 열고 붓끝 초록 물감을 하늘에 푼다. 까만 밤 가득히 슬픔이 되어버린 별들이 떨어지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기차바퀴 소리 간이역 벤치 벤치 모서리

2026.03.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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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눈물

눈물 맛이 짜던가요 / 최루탄에 맞은 눈물은 맵고 / 꽃을 담은 눈물은 달콤하던가요 / 호수의 눈물은 어떤 맛이던가요 / 흘린 눈물을 모아다 마음에 담으려 / 기를 쓰다 알게 되었지요 // 흐트러지지 않고 이어져 / 가는 시간이 거기 있었다는 걸 / 내 힘으론 움트지 않지만 / 그저 가지에 붙어 있기만 해도 / 꽃이 피고야 만다는 엄연한 사실도요 / 깨어나 함께 걷는 우리 사이는 / 마주 보며 흘린 눈물이었다는 것도요 // 지난날 돌아보니 인생의 주인이 / 내가 아니었음도 알게 된 건 행운이었어요 / 흘린 눈물을 가슴에 담아 낼 수 없어도 / 이유도 없이 뿌옇게 흐려지던 길들은 / 날 선 날이 되어 마음을 가르고 있어요 / 밤이어도 더듬어온 길이었기에 / 나에게만 보이는 것들이 거기 있어요 // 푸른 하늘만 그리다 그리다 어느새 / 구름이 되어버린 사람을 만났어요 / 어둠이 싫어 숨어버린 청색 달빛 아래 / 못 잊어 못 잊어 노을 만큼 푸르게 물든 채 / 호숫가를 다녀가는 부리 긴 물새도 보았고요 /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내 안에 살고 있는 / 사람이 가진 것 중 가장 투명하고 맑은 / 눈물이 거기 화석처럼 고여 있었어요   감정보다 먼저 의지보다 먼저 일어나고 시간의 차를 허물고 흐르는 것이 있다. 눈물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것, 티 없이 맑은 것이라 누구도 그 앞에선 숙연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마주 보고 있지 않아도, 이 세상에서 더는 만날 수 없어도 떠올리기만 해도 샘이 터지듯 흐르는, 멈출 수도 없는 눈물이 누구나의 생 어느 순간마다 고여 있다. 아름다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일이었든,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던 슬픈 순간이었든, 감당할 수 없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던 힘든 시간이었든 두 눈에서 흘러내리던 뜨거운 눈물이 거기 있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눈물이 있고, 혈기 왕성했던 청년의 시절에도 참을 수 없던 눈물이 있다. 샘이 말라버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뜨거운 눈물이 볼 줄기를 타고 내리는 것은 또한 무슨 조화인가? 아직 내 안에 뜨겁고도 차고, 아름답고도 슬픈 벅찬 행복의 물결이 마르지 않고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눈이 펑펑 내리는 창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뭇가지마다 잎눈과 꽃눈이 송골송골 자라고 있는 봄날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창가에서 아침을 부르는 정겨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호수에 비치는 은빛 윤슬의 반짝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연둣빛 들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감추었던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흘린 후 찾아오는 평안과 고요가 마음 구석구석 찌들어 있던 응어리를 풀어준다. 부리 긴 물새가 뿌리고 간 눈물 때문에 호수는 다시 평온을 되찾고, 꽃망울 터뜨린 들꽃 때문에 들길은 노랗게 물들었다가 보라색 들길이 되기도 한다. 겨우내 참았던 산통의 눈물이 노랗게 물들고 보랏빛으로 빚어져 가는 것이다.   먼 길을 떠난 당신이 나와 만나 남긴 소중한 것은 서로를 향한 눈물이었다. 소리 내 울진 않았어도 뜨겁게 흐르는 눈물은 나의 소중한 보석이 되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윤슬의 호수가 되었고, 형형색색의 들꽃 가득한 들길이 되었다.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노랑, 보라, 온갖 색들이 펼쳐졌다. 다가오는 계절마다 눈이 되고 소낙비가 되고 이슬이 되었다. 굽이쳐 흐르는 강이 되고 하늘 평화로운 구름이 되었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발아되면 세상 죽어있는 것들을 살려내고야 만다. 그렇게 눈물은 사랑이 만든 씨앗 한 톨이 된다. 가장 투명하고 맑은 눈물은 세상 모든 만물을 자라나게 한다. 물은 바위를 뚫지만, 눈물은 만물을 소생케 하는 힘이 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눈물 때문 보라색 들길이 고요가 마음

2026.03.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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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나무의 일과 사람의 일

나무의 수고와 사람의 땀은 다르지 않다. 나무가 하는 일과 사람이 하는 일의 목적이 같기 때문이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사람이 모여 단체를 이룬다. 나무가 더 많이 모이면 산이 되고 밀림이 되고 사람이 더 많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나라가 된다.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은 무슨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루는 요소인 나무와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조금씩 봄기운이 불어오는 삼월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나무들도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성경에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찍어 불에 던져 버리라’라는 구절을 읽고 마음이 불편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나무를 비유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길가에 떨어진 씨앗이나, 돌짝밭에 떨어진 씨앗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말라 죽지만 옥토에 떨어진 씨앗은 잘 자라나서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구절이 있다. 이 역시 마음 밭을 옥토로 가꾸어야 한다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집 앞마당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잘 자라 많은 가지를 뻗었고 무성한 잎들이 나무를 덮었다. 그러나 그해 열매는 없었다. 그 이듬해도 한 개의 사과도 열리지 않았다. 삼 년째 되던 해 우듬지에 연분홍 꽃을 살짝 피우더니 사과 두 개를 내어주었다. 신기하고 고마웠다. 그 다음 해 사과나무는 연분홍 꽃을 나무 가득 피어 감동을 주더니 ‘Free Apple’ 팻말을 걸고 몇 광주리에 가득 담고도 남을 사과를 선물로 주었다.   사진 전시회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 기암절벽 바위틈에 피어난 보라색 들꽃을 담은 ‘기적’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음 속에 담겨 있다. 돌짝밭에 떨어져 간신히 뿌리를 내린 나무는 애처롭고 더 사랑스럽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라난 아이들은 얼굴도 환하고 매사에 거침이 없이 호의롭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좌절과 고통 속에 자라난 아이들에겐 그늘이 있다. 눈물이 있다. 삶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다.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시가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라고 노래하였다. 우리는 그늘과 눈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나무의 일과 사람의 일은 다르지 않다. 길가에 돌짝밭에 뿌려져 건강히 자라지 못하는 씨앗과 같이 사람의 일도 그렇다. 이제 막 옮겨져 뿌리내리지 못해 열매를 맺지 못한 사과나무처럼 사람의 삶도 그러하다. 봄이 오는 길도 그렇다. 나무에 움이 트고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어느 하나 그늘 없이 눈물 없이 자라는 것은 없다.   눈물과 그늘을 극복하고 자기의 길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 보이는 장애보다 불편한 환경보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열매를 위해 뿌리내리는 나무의 수고, 그늘과 눈물의 아픔을 견디고 일어선 사람들 앞에 서면 치열하게 살아나는 봄의 협주곡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그늘과 눈물 햇빛도 그늘 하나 그늘

2026.03.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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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당신은 나의 거울입니다

찾아온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 덩그렇게 손잡은 당신과 나만 남았습니다 / 마른 달처럼 가늘어진 손을 쓰다듬으며 / 당신은 아무 말 안 하시지만 / 나는 당신을 귀담아듣고 있습니다 / 아마도 지나온 시간을 헤아리나 봅니다 / 코스모스 같은 여린 미소를 지으시며 // 나는 낯선 방 한가운데서 눈을 뜹니다 / 밤을 넘어선 문들은 출렁이는 호수에서 / 문을 열고 거울 속으로 새벽을 부릅니다 / 거울을 보면 당신이 보입니다 / 나는 갓 피어난 당신의 봄날 하루를 빌려 / 오늘도 알뜰한 아침을 지어 삽니다 // 안으면 부서질 것 같은 그러나 / 온 힘을 다해 밀려 올 당신으로부터 / 코스모스 향이 노을로 젖어가는 하루의 끝까지 / 나는 봄바람에 눕고 다시 일어납니다 / 당신이라고 부르다 호수에 잠기고 / 그립다 말하려다 말문이 막힙니다 / 가라앉는 나는, 발끝을 세우는 당신은 / 들꽃을 한 아름 안고 걸어오는 거울입니다   당신이 내 곁을 떠난 지도 13년의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나는 그만큼 늙었고, 당신의 묘엔 나지막한 도장 나무 두 그루가 새봄에 내밀 초록 잎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당신이 보고 싶어 하던 친구들도 세상을 떠나 당신의 나라로 갔습니다. 겨울이 한 걸음 물러나고 이곳엔 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그곳은 어떠신지요? 어찌 사나 궁금해 가끔 하늘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시는지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어떤가요. 혹여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네요.   호수가 보이는 곳에 있어요. 지난밤 찬비가 내렸고 그 때문에 안개가 자욱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지요. 새소리가 가득한 덱의 문을 엽니다. 차고 청명한 아침 공기를 큰 호흡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호수엔 물새 떼가 유유히 흐르고 덱 주변 나무에는 새들의 수다가 한창입니다. 이런 아침 소리와 풍경이 움츠렸던 마음을 깨어나게 합니다. 가지고 온 시집을 펼쳐 나지막이 소리 내 읽어봅니다. 시를 읽다 보면 나 또한 살아있다는 행복감을 불러옵니다. 매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다른 현실에 부딪히며 살아갑니다. 내 기억의 거울 속에서 나의 하루는 당신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만날 수 없는 당신을 거울 속으로 부르고 그곳이 현실인 양 당신의 여윈 손을 가만히 잡아봅니다. 언제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 주셨던 따듯한 마음이 그리워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는 높은 계단을 오르듯 거친 숨을 쉬어야 하지요. 당신도 떠나고 우리 생애에 초대받은 많은 사람이 떠나갔습니다. 이제 우리 앞엔 가파른 계단 대신 곡선의 여유로운 언덕과 호수가 남아 있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하늘 아래 파도가 출렁이는 그곳에 당신의 거울이 있습니다. 거울 속엔 당신이 숨 쉬고 유년의 나도 살고 있습니다. 호수에 노을이 지면 중절모를 쓰고 허리가 약간 굽은 미래의 내 모습도 보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거울을 가지고 삽니다. 그 거울 속에는 나의 살아온 길이 보입니다. 소중했던 순간도, 절망했던 시간도, 보고 싶은 얼굴도 모두 그곳에 있습니다. 거울 속엔 당신도 있고 나도 살고 있습니다.   그 거울을 잃어버리게 될 날은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바라보는 경계가 없는 하늘과 호수처럼 나도 그곳에 살고 있고 당신도 그곳에 나와 함께 있을 테니까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모두 거울 언덕과 호수 하늘 창문

2026.03.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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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한순간 살다 가는

꽃이 폈다고 안부를 전해온 당신이 / 꽃이 졌다고 곡기를 끊었다는 말에 / 무슨 위로의 말이 필요했던가 / 슬그머니 몇 끼를 굶은 내가 / 허기를 느끼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 젊은 날도 가고 이 노년의 나이에 / 별의 안부를 물어오는 당신 때문에 / 동쪽 하늘로부터 서쪽 하늘까지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 눈을 떠 별을 헤아려 보는 내가 한밤을 / 지새웠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우리 모두는 나를 잃어버리고 / 세상을 따라 분주히 살아가지 않았던가 / 기경된 나의 마음 밭에 초록을 품은 씨앗이 / 아파 몸을 뒤척이고 있다는 사실에 새벽 이른 시간 / 너를 기다리고 앉은 나는 또한 얼마나 행복한가 / 나뭇잎이 외로이 떨어지는 일도 / 하늘에 성근 눈이 소복이 내리는 것도 / 실개천이 강물로 굽이쳐 흐르는 것도 / 내가 어느 봄날 나무 밑에서 하얀 목련을 기다리는 것도 / 한순간 살다가는 내게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우리는 모두 한순간 살다가는 유한한 존재이지요. 영원히 살 것 같아 죽음이라는 현실을 망각하며 살고 있지요. 신문 부고란을 보니 알법한 한 분이 팔십을 넘기지 못했네요. 양로원을 방문할 때마다 누워 계신 어른들이 하시는 말. “왜 날 빨리 데려가시지 않는 거야”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럼에도 휠체어에 의지해 복도를 걸으시고 열심히 음식을 가려 드시는 것을 보면 살아간다는 것이 처절하리만큼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행복해지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요. 밤잠을 설쳐가며 배우고 땀 흘리며 목표를 향해 계단을 오르지요. 그곳에 성공이 있던가요. 그곳에 나를 만족할 만한 행복이 펼쳐있던가요. 먹어도 배고프고 마셔도 갈증 나는 허망한 삶의 연장선 아니던가요. 가지면 더 갖고 싶고 곡간을 채우면 또 곡간을 짓고 그곳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았던가요. 결국 우리는 무엇으로도 만족한 삶을 얻지 못했지요. 문제는 우리의 내면입니다. 마음의 밭을 기경하지 않으면 푸르게 솟아나는 새싹을 볼 수 없지요. 노랗고 붉게 피어나는 꽃들에 다가갈 수 없지요. 가지마다 피어나는 잎사귀와 색색의 꽃들은 봄이 되면 심긴 자리에 어김없이 피어나지요. 그러나 내 마음에 봄이 찿아오지 않으면 앞마당 벚꽃도 뒤뜰 수선화도 눈에 보이지 않죠.   나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피어오르는 평화, 고요, 기쁨, 환희, 설렘, 만족은 나를 비우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으로 가득 찬 마음으론 이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가볍게 움직이는 새의 모습은 흉내조차 낼 수 없으니까요. 세상에서 유일한 나는 날마다 다가오는 다른 환경 앞에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귀하고 행복한 순간임을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요. 그 어느 것도 지금 이 시간을 대치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하지요. 삶의 끝에 서면 자신이 한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지요. 다만 그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나만 남을 뿐이죠. 부끄럽지만 마음을 다하여 사랑했는가? 내게 다가온 시간과 상황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던가? 겨울 얼음의 뿌리쯤에서 봄의 뿌리도 함께 자라납니다. 감출 수 없는 봄의 기운을 업고 몇 날 몇 밤을 지내다 보면 뾰족한 입망울, 꽃망울이 영글겠지요. 그때 우리 함께 노래해요. 한순간 살다가는 당신과 나. 서로를 향해, 만물을 향해 거슴을 펴고 마음껏 사랑하기로 해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한순간 모두 한순간 밤하늘 아래 서쪽 하늘

2026.03.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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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텅 빈

1 아침과 점심 사이가 비어 있어 공백을 메우려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는데 텅 빈 마음만 남았다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어 점심을 만들어 먹기로 결심하고 냄비에 물을 올리고 누룽지를 부숴 넣었다 뽀글뽀글 방울이 오르더니 넘쳐 버렸다 채워도 텅 비워진 것은 어쩔 수 없다 텅 빈 속을 채우려고 텅 빈 공원에 텅 빈 내가 앉아 있다 텅 빈 오후가 텅 빈 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다 텅 빈 꽃밭에 하얀 꽃이 피어 가까이 가보니 꾸겨진 종이였다 텅 빈 마음만 도닥이며 돌아왔다 이 텅 빈 시간이 내게 무엇인가를 해줄 거라는 착각은 안 하는 것이 맞다 텅 빈 손을 쥐어본들 텅 빈 마음을 채울 수 없으니까 공수래공수거 맞다 텅 빈 대낮에 불현듯 스쳐 가는 그것도 텅 빈말뿐이었다 마음으로 가늠하고 자로 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텅 빈 아침과 점심 사이   2 움직이는 풍경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소리가 들려왔다 침묵 속에 들리는 자연의 소리였다 숲길 가장자리를 따라 바람이 운다 바람이 갈대의 긴 목을 껴안고 한쪽으로 기울다 다시 일어나고 다시 쓰러진다 갈대의 춤사위는 텅 빈 들판을 메운다 바람의 지휘에 따라 빈 들은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사람의 거친 손길에 비해 바람의 손은 곱고 부드럽다 온 들을 들썩이게 하는 바람의 힘 그 힘은 물리적인 힘이라기보다 화가의 손길같이 가볍고 섬세하다 파스텔의 질감처럼 몽혼적이다 갈대의 좁은 길을 걸었다 거의 온몸에 갈대를 안고 걸었다 텅 빈 마음에 바람이 분다 움직이는 풍경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3 당신의 슬픔이 뼈가 되었다 뼈가 녹아내려 눈물이 되었다 뼈를 녹이는 그 무엇이 있다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말이 없다 생소한 것에 길들여지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게 이유의 전부다 나목의 가지 사이로 새의 둥지가 보인다 텅 빈 둥지엔 새들이 없다 한때 온기와 사랑이 가득한 낙원이었으리라 생명이 깨어나고 어미 품이 그리운 울음이 거기 있었다 텅빈 둥지엔 허기진 바람이 잦아들고 청설모의 눈빛이 섬광처럼 번뜩아기도 한다 더 이상 온기는 온데간데없다 어머니의 부재 후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텅 빈 슬픔이 옹이가 되었다 길들여진 오랜 시간의 촉 사랑을 지켜내느라 견디어낸 기억은 텅 빈 내 마음을 채우는 또 하나의 길이 되었다 갈망은 버려야 할 몸짓이었다 텅 빈은 그대로의 텅 빈으로 채움이지 않은가   4 호수엔 빛들이 별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골목엔 담장 너머 붉게 쏟아지는 장미 창가로 앉은 별빛도 지고 바닥에 떨어지는 장미 넝쿨 고개를 떨구어야 할 시간 이젠 참고 견디는 일만 남겨둔 채 비밀의 정원으로 모이는 기억의 뿌리 이별에 잠시 머물다간 이름이 머리를 누른다 사라지는 연기처럼 몽롱한 기억의 향기 눈 내리는 밤에 늘 눈 쌓인 언덕으로 가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을 쓸쓸함의 시간 손을 꼭 잡은 약속하지 않은 묵언이 있었다 서로의 손짓에 놀라기도 다짐하기도 하는 슬픔이 뼈가 되는 바람에도 시린 텅 빈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점심 사이 장미 창가 장미 넝쿨

2026.02.2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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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푸른 답장 (패치 아담스2)

물어도 말이 없는 나무와 들풀들 쏟아도 쏟아도 멈추지 않는 눈물을 지금도 흘리고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한겨울 잘 견뎌내기를 바라며 돌아왔습니다 어떤 말로도 시원하게 나무의 등을 토닥일 수 없어 안부만 남겨 두었습니다 봄을 맞으려면 혹독한 겨울을 지나야함을 알고 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자꾸 뒤돌아 보았습니다 겨울은 지나갈 겁니다 언제 그랬냐는듯 따뜻한 바람이 불고 푸른 싹이 돋고 들꽃이 안개처럼 피어날 겁니다 다정한 안부에 푸른 답장을 보내올 겁니다 (패치 아담스2)   패치는 같은 학년 여학생 카린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그녀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러나 계속된 그의 노력에 카린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함께 환자들을 돌보며 패치의 꿈을 이해하게 된다. 어린 시절 겪었던 아픔으로 깊은 상처를 가졌던 카린의 마음도 점차 치유되어 가며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병원의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학장의 징계로 더 이상 병원에 드나들지 못하게 된 패치는 한 가지 계획을 세운다. 바로 스스로 병원을 세우는 것, 그는 정신병원에 함께 있던 천재이자 자신에게 패치란 이름을 지어준 부자 노인에게 도움을 받아 산꼭대기에 작은 케빈을 개조해 병원을 세우고 환자들을 돌봐주기 시작한다. 이후로 행복한 길만을 걸어갈 것 같던 그에게 의사면허 없이 진료를 본 것이 걸리게 되고 학교에서는 퇴학 처리된다. 거기다가 자신의 연인 카린이 무료 진료소에서 도와주고 있던 정신병자에 의해 살해당하자 그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하지만 그는 다시 찾은 진료소에서 삶의 의미와 생명의 무게를 느끼고 다시 열정을 되찾는다. 그는 다시 학교에 다니고 의사면허를 받기 위해 주립 의학협회에 제소를 신청하고, 위원회는 학칙을 어겼지만, 환자들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에 감동을 받기 시작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환자들과 보호자, 의대생들, 간호사들 모두 패치를 응원하고 나섰다. 마침내 의학협회는 패치의 손을 들어주었다. 페치의청중을 향한 외침은 온 법정을, 그곳에 있던 모든 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결국 패치 아담스는 그의 진심과 행적들을 인정 받아 의사 면허를 받게 되고 이후 무료 진료소를 계속 운영하며 수많은 사람을 치료해주었다.   우리가 이 영화를 명작으로 보고 좋게 느끼는 건 삶의 목적과 방법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천재 노인과의 손가락 문제는 우리가 그저 눈앞의 문제에만 집중해 원래의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를 드러내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보이는 것들 뒤에 감추어진, 병이라는 보이는 진단 뒤에 드러나지 않은 한 고귀한 인간의 모습이 더 중요하고 그것의 치유가 우선돼야 한다고 패치는 생각했다. 의사는 병을 고치기 이전에 사람을 고치는 것이라는 명확한 의사의 길과 그것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장면 장면 잘 담겨져 있다.   패치는 사람들과 무료 진료와 치료해 주며 저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어느 날 바뀐 한 사람의 꿈으로 수 많은 사람이 치유 받고 다른 이들의 헌신과 노력을 덧붙여 커지는 아름다운 꿈의 영역을 보게 된다.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는 더 나은 가치를 위해 살아갈 때 사회는 바뀌고 회생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가지마다 꽃눈과 잎눈이 자라고 마침내 봄의 전령들이 웃음 속에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오랜만에 입가에 웃음을 자아내는 따뜻한 영화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저녁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아담스 패치 아담스 모두 패치 무료 진료소

2026.02.0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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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다정한 안부

가녀린 겨울 풀꽃을 보고 있노라면 / 가녀린 삶의 여정을 보는 듯하오 / 죽은 듯 엎드렸다가도 살아나고 / 모진 바람에 꺾일 듯 꺾이지 않는 // 아직 풀잎에 맺히지 않은 눈물이라면// 어딘가에 뿌리내린 씨앗이 되었을게요 / 풀잎의 마음을 품고 없었던 길을 날아 / 바람의 손을 잡고서라도 길을 // 잔잔한 생명들이 이리도 아름답다니 / 새삼 살아 있다는 경이로움에 / 풀잎의 시간은 꽃이 되어 내게로 올 거요 / 흘러가는 강물처럼 마침내 큰 바다를 이룰 거요 // 종이배 따라 뛰었던 유년의 행복 / 첫 기타를 튕기던 방 안 가득 전해왔던 기쁨 / 마음을 전할 수 없어 문 앞을 서성였던 설렘마저 / 겨울 풀꽃의 시간은 조각조각 색깔이 되어 / 돌아누운 봄을 향해 꽃으로 피어날 거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패치 아담스〉. 주연은 이런 영화에 꼭 어울릴 만한 로빈 윌리엄스다. 〈후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도 그의 진면모를 보여줬지만, 그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버스를 타고 정신병원에 자원해 입원하는 패치 아담스의 믿을 수 없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미 깊은 고뇌에 빠져 세상을 등지고자 자살 시도도 여러 번 시도한 그에게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돌아갈 집이 없었다. 마음속은 폭풍으로 요동치고 그는 목적지를 잃은 채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정신 병동에서 그는 특유의 입담과 익살로 금세 환자들의 친구가 된다. 룸메이트인 다람쥐 강박증 환자인 루디 역시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는 환자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귀가 되고 입이 되었다. 방황하던 그의 삶이 비로소 살아야겠다는 길을 찾은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깨어나게 했다. "전 정말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싶어요." 사람들의 내면을 함께 느끼고 이해한다면 우리가 우려했던 어려움의 문제는 서서히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병원을 떠나면서 앞으로 자신은 사람들의 아픔과 절망과 상실의 몸을 감싸주는 패치(Patch)의 역할을 감당하리라 다짐한다. 병의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의 눈총으로부터 웃음과 행복을, 희망의 씨앗을 되돌려줄 익살스런 광대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된다.   2년 후 그는 버지니아 의대에 입학한다. 그는 의과대학에 입학 후 매우 높은 점수로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엔 공허함을 느낀다. 그는 3학년 이후부터 들어갈 수 있는 실습을 몰래 따라다닌다. 그렇게 몰래 병동을 다니며 소아암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웃음을 잃어버린,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 났지? 분노에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기를 거부한 환자에게 다가가 익살스런 광대의 모습으로 다가가 저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웃음과 희망을 되돌려준다. 약봉지 대신 위로하고, 딱딱한 훈계 대신 저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말을 건네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고, 그는 의사로서의 권위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퇴학의 위기를 수차례 당면하게 된다.(시인, 화가) *다음주에 계속 됩니다.     신호철신호철 풍경 패치 아담스 겨울 풀꽃 자살 시도

2026.02.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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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별빛을 밟으며

달이 뜰 때 하늘은 숨을 죽였지 / 저만치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던 너 때문이었어 / 기계의 톱니바퀴 물리듯 돌아가는 우주 속에 단지 / 너를 닮은 한 그루 나무 때문이었어 // 보름의 힘으론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지 / 우리는 가끔 만나 백일을 살았지 //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 마시지 않아도 취했어 / 하늘에 가득 박힌 별들을 따 광주리에 담아 / 두 손을 들어 바다에 뿌렸어 바다가 / 밤하늘이 되어갈 때를 기다려 / 별빛을 밟으며 되돌아오곤 하였지 // 활동사진처럼 저물어가는 저녁 / 첫 사진의 마지막이 다음의 첫 장으로 이어지듯 / 곤충의 마디처럼 꿈틀거리며 걸었지 / 소리도 없이 어깨위에 달그림자가 앉았지 // 하루가 지고 늘어진 줄 사이로 그림자도 지고 / 그 사이 너도 밤하늘 따라 저물어갔지 / 달이 질 때 하늘은 마침내 숨을 멈췄어 / 단지 너를 닮은 한 그루 나무 때문이었지 // 잎사귀를 버리고도 뜨거운 숨을 토해내는 / 저만치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던 너 때문이었지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두가 바라보는 하늘을 다른 다짐으로 매일 올려다보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면 우린 어떤 마음이 들까? 우리에게 날마다 다가오는 일상의 단면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을 일관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까? 뜻은 좋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상주의자라고 손가락질할까? 아니면 그를 이해하고 그와 함께 좁은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떠할까?   눈이 펑펑 내려도 지워지지 않는 게 있죠 어떤 거리를 걷다가 풍경을 바라보다가 때론 음식을 먹다가 조용히 마음속에 살아나는 흔적이 있죠 사라진 줄 알았는데 덮어진 줄 알았는데 멀어진 줄 알았는데 살아나는 것들이 있죠 사실 그것들이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하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가 보고 싶었다. 철저히 자기중심적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렇게 살아가면 어떨까? 질문을 던지고 길을 제시하는 그런 영화가 보고 싶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지난 주간 패치 아담스(Patch Adams)란 영화를 보았다. .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도 일어날 수 있는, 생각의 패러다임을 조금만 바꿀 수 있다면 가능한, 모두가 행복해지는 삶을 보여준 영화였다. 패치 아담스란 한 의사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그는 내가 가보지 못한 삶의 길을 걸어갔다.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을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걷고 역경에 맞서며 실행에 옮기면서 그의 꿈을 이루고 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모범 답안지 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다. 그 꿈이 자신만을 위한 꿈이 아니라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뻗어있다면 하늘에 가득 박힌 별들을 모아 뿌려놓은 별빛이 될 것이다. 그 별빛은 메마른 대지를 밝힐 것이고 언덕 위 나무의 뿌리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고개 숙인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을 선물할 것이고 포기했던 인생의 남은 시간을 엮어 이웃을 따듯하게 덮어줄 것이다.   그는 1945년생이고 이름은 헌터 캠벨 아담스(Hunter Campbell Adams)이다. 후에 패치 아담스(Patch Adam’s)라고 사람들은 그를 불렀다. 그는 아직도 그의 꿈을 향해 걷고 있다. 그는 의사이고 스스로 광대이고 사회 개혁자다. 그는 병원 건물 없이 집을 기지로 사용한 가정 의료원을 열어 15,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치료했다. 의료비 청구도, 의료 사고 보험비도 청구하지 않았다. 그는 웨스트 버지니아에 120,000평의 땅을 사서 병원을 짓고 있다. 현재 1.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패치 아담스의 생각에 동참하여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연이어 아름답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 〈패치 아담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패치 아담스 patch adams 의료비 청구도

2026.01.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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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겨울 가고 봄 오듯

올 한 해 마음껏 달려보기로 해요. 단 지치지 않게, 무리는 말고 푸른 하늘, 맑은 마음으로 어린아이의 눈으로, 어른의 지혜로 엄마의 포근함으로 함께 달려보기로 해요. 당신의 다짐은 감동적이네요.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숨도 차지 않았어요. 슬픔보다 기쁨이, 걱정보다 다가올 기대가 그려져요. “사랑해”라고 쓴 마지막이 마음에 뭉클 다가왔어요. 참 인사가 늦었네요. 헤어진 그날 이후 평안하시죠. 어떤 상황에도 대단한 의지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게 느껴졌어요. 지난 한 해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있어야 할 일만 일어났어요. 돌아보면 당신께 가기 위해 걸어야 할 길만 걷지 않았나 생각해요. 새날 하루하루도 징검다리 건너듯 소중함으로 걸어가기로 해요. 도중에 만나는 기쁨도, 슬픔도, 의아함도 모두 그분이 내게 허락한 일이기에 깊은 사랑으로 참아내기로 해요. 우리 꽃이 진 자리에 마른풀같이 서로 부비며 빈 들을 채우기로 해요     세월이 살같이 날아갑니다. 새해가 지난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나 갑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잿빛 하늘이었어요. 하늘 시작 오른쪽부터 어렴풋이 보이는 하늘 왼쪽 끝까지 옅은 안개로 덮혀 있는 듯했어요. 근거리의 나무와 집들은 회색 배경으로 잠들어 있는 사물들을 내 앞으로 끌어오는 듯했어요. 어느 새 숲길을 걷고 있어요. 날씨가 풀려 쌓였던 눈들이 녹아 늦가을 어디쯤을 걷고 있는 듯했어요. 숲길 언덕을 오르면서 이른 아침 먹이를 찾아 나온 새들의 노래가 귓가에 들려요. 휘어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난 해 이 들판을 가득 메운 들꽃의 향연을 떠올렸어요. 가지각색 꽃들이 어우러져 계절을 수놓았던 곳. 피었던 꽃들은 지고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해서 허리만큼 자란 들풀들이 서로를 기대어 바람에 춤추고 있어요.     안개 속을 걸으면 옅은 갈색의 물결이 눈앞에서 그리움의 춤을 추어요 안개 숲을 걸으면 편안해져요 호수도 들도 산도 안개가 되지요 가까운 것들의 눈엔 눈물이 맺혀요 안개가 되어가는 사람도 있어요 생겨나고 사라지는 삶의 시간도 안개가 걷히면 새싹처럼 푸르게 살아나요     이른 봄 눈을 밀치고 피어나는 꽃들은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살포시 얼굴을 들고 피어나는 꽃들도 있고요. 겹꽃잎을 가진 국화과 꽃들은 초가을에 피어 거의 겨울이 올 때까지 피어 있지요. 돌연변이처럼 추운 겨울 반짝 피어나는 작은 꽃들 다가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어요. 꽃들의 생명력은 대단하지요. 그럼에도 지지 않는 꽃은 하나도 없어요. 까만 씨앗을 남긴 채 모든 꽃은 한 계절을 피었다가 사라져요. 사람의 일생도 피고 지는 꽃과 같지 않나요. "인생은 풀과 같고, 그 영화는 들의 꽃과 같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인생의 절정은 꽃이 피는 순간처럼 화려하지만, 결국에는 풀과 꽃처럼 시들고 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도 피고 지지요.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꽃피우는 일만 있지요. 우리 모두 더 아름답게 꽃피우게 햇살처럼 서로의 얼굴을 비춰준다거나 봄비처럼 서로의 얼굴을 닦아주는 일이지요.     겨울 가고 봄 오듯 꽃이 피어요 가을 가고 겨울 오듯 꽃이 지어요 꽃이 피었다 지듯 우리도 피어나고 지지요 산다는 건 최선을 다해 꽃피우는 일이지만 우리 아름답게 꽃피우게 서로의 얼굴을 비춰주는 일이지요 봄비처럼 서로의 얼굴을 따스한 손으로 닦아주는 일이지요 돌아서 있는 눈가를 훔쳐주는 일이지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하늘 시작 하늘 왼쪽 숲길 언덕

2026.01.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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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그리움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그리운 이여 주저하지 말라 가슴이 뛰는 곳으로 가면 된다 망설이지 마라 마음이 편안한 곳에 머물면 된다 주저하고 망설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상했다 그때마다 그리움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산속에서는 산이 보이지 않았다 산을 벗어나고서야 산이 보였다 발끝에 부딪히는 장애를 건넌다는 건 성근 눈을 맞으며 강을 건너는 일이다 늦은 도착일지라도 늦은 시간은 없다 건너는 시간 내내 사랑이 아닌 건 없었다 때론 몇 차례 반복된 대답보다는 침묵이 더러 나을 때가 있었기에 드러난 문장보다 쓰다 지운 단어가 눈물을 닦는 별빛처럼 가슴에 박혀온다 차마 뒤돌아서 들을 수 없었던 엘피의 마지막 노래가 별똥별처럼 아득히 들린다 내 그리운 사람이여 가슴 뛰는 곳에 산다는 것은 푸르고 시린 산자락에서 조각달을 만나는 것 늘 그곳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던 이름이여 그러니 주저하지 말라 가슴이 뛰는 곳으로 가면 된다 그러니 망설이지 마라 마음이 머무는 곳에 있으면 된다 그때마다 들꽃을 피우는 그리움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4년도 여름부터 기획한 삼인 삼색(이창봉 교수, 지향 시인, 신호철 시인)시화집〈선물〉이 지난해 늦은 봄에 출간되어 교보에서 주간 베스트 시화집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시집이 되었는데 편집, 디자인, 그림, 사진까지 우리의 손을 거쳐 출판되었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책이었다.     Book Concert는 시카고 문화원 Bisco Hall에서 이 교수가 시 창작 아카데미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 열렸다. 시카고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시인, 예술인들, 교민들을 모시고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감사한 일은 이 Book Concert를 통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들 속에 잠들어있던 시의 감성을 깨우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 모임들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자못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고자 갈망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눈을 뜨고 찾아 다녀도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던 지난날들이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니 그건 우리 마음의 자세였다. 우리의 진정성의 결여였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리더가 중요한 것이다. 아마도 이 열기는 중앙대 이창봉 교수(시인)를 초청해 진행한 시 창작 아카데미의 결과물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2025년 7월 중순에 시작해, 한 달간에 걸쳐 진행된 두 번째 시 창작 캠프는 2024년 전년에 비해 배가 넘는 인원이 모였다. 대부분 처음 시를 접하는 분들이었다. 저들의 열심은 시 창작의 뜨거운 열기로 시카고의 답답한 숨통을 트여주었다.   특별히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배미순 시인, North Eastern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신정순 교수의 합류는 시카고의 문단을 어루어준 큰 기쁨이었다. 시집 출간도 〈선물〉에 이어 송순례 시인의 〈그 들풀들—하늘만 바라보며 웃고만 있었네〉가 출간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과정에 시카고 기독교방송 서도권 목사님의 도움이 있었음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번의 초대석으로 행사에 참여한 시인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해 주었다. 화상채팅을 통하여 이창봉 교수와의 인터뷰로 시인의 마음과 시 창작 아카데미를 소개해주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과정이 따르는 법이다. 2번의 시 창작 아카데미의 결실로 11명의 새로운 문인들이 시카고 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록하였고 3명이 예지 문학의 멤버가 되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앞으로도 시를 사랑하는 문학도들이 많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각 단체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멤버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서로에게 그리움의 이름이 되어줄 수만 있다면 시카고에는 문학의 신선한 바람이 불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러니 그리운이여! 주저하지 말라. 가슴이 뛰는 곳으로 가면 된다. 망설이지말라. 마음이 편한 곳에 머무르면 된다. 그때마다 그리움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그리움 시인 신호철 시카고 문인협회 창작 아카데미

2026.01.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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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새 술은 새 부대에

그래 이 또한 지나가겠지 어둠의 밤이 지나면 새벽 먼동이 밝아오듯 춥고 시린 겨울이 지나면 푸른 싹 돋아나는 봄이 오듯 그러니 지금은 깊은 숨 들이마실 때 고요히 지나가야할 때 발끝을 세워 걸어야할 때   한해의 마지막을 며칠 앞두고 불편한 질문 하나를 드리고 싶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기대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보아온 행태로 보아 가해자가 피해자라고 우길 사람이기에,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누추한 아부를 계속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낄 때가 간혹 찿아온다. 그 때의 상태를 돌아보면 모자라지 않고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은 삶의 태도를 가질 때였다. 남의 위에 군림하려는, 가르치려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평정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가끔 비굴하거나 교만한 사람을 볼 때가 있다. 물론 자신은 아니라고 발뺌하겠지만 표현하는 말 속에 이미 그의 속내가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많은 사람이 함께 보는 글방에 알지 못하는 일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본다. 함부로 상대방을 자신의 잣대로 울타리 안에 가둬 놓고 하고 싶은 말을 퍼부어대는 사람이 있다. 그건 본인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향한 교만이요 자기와 함께 하는 사람을 향한 아첨일 뿐이다. 혹자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곳에서 일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첨과 교만, 질투를 넘어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면 그때마다 은근히 자기를 뽐내면서 상대방에게 이해할 수 없는 공격을 서슴치 않는다면 그는 상대할 수 없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입장과 나름대로의 삶을 대하는 기준이 있다. 그 입장과 기준으로 본인이 살아가는 데엔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러나 그 잣대로 이웃을 탓하려 하는 사람에겐 큰 문제가 있다. 그런 본인은 그렇게 걱정하는 단체를 위해 한 일이 있는지. 여기 저기 다니며 오히려 비아냥거리며 파멸로 몰아가는데 앞장을 서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차라리 알량한 앎대신 모름이 낫다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럴듯한 울타리를 쳐놓고 금밖의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행태는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리해야할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누가 지금 잘 되어가는 단체를 가르고 흠집내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벌어졌던 한해를 뒤돌아본다. 오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해를 보내면서 마음에 담겨져오는 성경 귀절이 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모든 것이 오염될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知不知上(지부지상), 不知知病(부지지병)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알지 못 하는 것을 아는 것이 최상의 지성이지만, 가장 큰 위선자는 무엇을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말하고, 일부만 보고도 전체를 본다고 주장하여 이에 근거하여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 사람은 위선의 한계를 넘어 죄악을 범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한 것이다. 이 말은 사실 소크라테스보다 100년 전에 노자가 한 말이다. 한해를 지나며 …. 불편한 질문 하나를 드리고 싶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게 어떠한지? . . . 그러니 착하게 살자. Happy New Year!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본인 생각 교만 질투 사실 소크라테스

2025.12.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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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돌탑을 쌓는 오후

나도 쌓을 수 있겠다. / 돌을 쌓았습니다 / 넓고 편편한 돌을 모아 / 바닥에 놓고 그 위로 그보다 / 작은 돌을 쌓았습니다 / 모양이 탑이 되어갈 즈음 / 탑의 감정은 소원을 비는 / 사람의 마음보다 높았습니다 // 간밤에 이국에서는 눈이 / 내리고 이곳에서의 노을은 / 붉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신호들의 / 불빛 같은 그 빛을 넘으면 / 돌탑이 무너지듯 우리 몸이 / 부서지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 발을 헛디디면 돌아오지 못하는 / 지옥 같은 삶이 거기 있다는 말인가요 // 흐트러진 돌을 보고 내 손을 / 비틀었습니다. 탑은 무너져 내리고 / 나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 탑과 사람의 손을 이어주는 다른 언어 / 끊어져 닿을 수 없는 사람의 감정은 / 어떤 말로도 이을 수 없다는 말인가요 // 흐트러진 돌탑을 집어 들 손마저 / 사라져 버린 게 되었단 말인가요 / 보이지 않는 돌탑을 보인다는 구실을 / 붙잡고 밤을 새야 한단 말인가요   잠깐 나가본 바깥은 추웠습니다. 얼굴에 느껴오는 찬기가 정신을 번쩍 깨웠습니다. 눈에 들어온 풍경은 나무 밑, 듬성듬성 눈이 녹아 맨땅이 드러난 곳에 모여있는 참새떼였습니다. 연신 부리로 땅속을 파헤치는 걸 보니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배가 고픈가? 그래서 떨어진 나무 열매를 쪼고 있는 걸까? 바쁘게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며 연신 부리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두 마리 다람쥐가 어딘가에서 뛰어나와 새무리를 헤쳐 놓았습니다. 겅중 뛰어오른 다람쥐의 무례함으로 새들은 재빨리 옆 가지로 날아갔습니다. 온종일 새들은 그렇게 이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무리 지어 날아가다가도 땅으로 내려와 부리로 먹이를 찾아냅니다. 깜짝 등장한 다람쥐는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고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 참 한가한 오후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돌을 쌓아 탑을 자꾸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맹목적인 이유를 들어 탑의 꼭대기를 올리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건가요. 쌓은 후 무엇인가 이룬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행복감에 빠져드는 건가요? 그래서 다 쌓은 탑을 두고 무엇인가 미련이 생겨 그 옆에 또 다른 탑을 쌓고 있는 건가요? 그렇게 몇 개씩 쌓아 올리다 보면 인생이 허락한 시간은 저물고 있을 텐데요. 모르셨나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말. 말도 안 되는 말 같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듯한 말이라 스스로도 놀라버리기도 하는 신기한 말이기도 합니다. 긴 시간의 축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바라보면 가능하기도 한 시간.   그래서 우리는 하루해가 지고 서쪽 하늘에 물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의 황혼을 하루해로 말하지 않던가요. 시간은 촘촘한 간격으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우리 곁을 지나갑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뇌는 그 시간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순간의 풍경이 오래 잊히지 않는 이유도, 짧은 시간 이루어졌던 어떤 일은 내 일생을 통해 잊히지 않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시간을 조절하는 반증이 아닐까요.   한가히 돌탑을 쌓고 있는 이 순간이, 참새떼가 흙을 부리로 파헤쳐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이 장면이, 불현듯 나타난 다람쥐 두 마리가 나타나 나와 참새 떼를 놀라게 한 이 사건이 오래 마음에 잊히지 않는 기억의 방에 저장된다는 것은 내 손으로 쌓아 올린 탑의 감정이 사람의 감정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조차 멈추게 한 한가한 오후가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탑을 쌓는 사람의 마음까지 풍경으로 어우르는 멈춘 시간이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부리로 먹이 부리로 땅속 찬기가 정신

2025.12.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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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겨울 숲은 말이 없다

*빠져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과 하는 것이다 // 시간이 모든 아픔을 치유한다는 건 / 거짓말이에요 / 나는 잠깐의 시간에 알게 되었어요 / 숨 쉬는 것만 더 힘들어질 테니까요 / 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 햇볕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보았어요 / 지나간 자국마다 얼음이 녹아요 / 내리던 눈 속으로 눈물이 고여요 / 그 속에서도 꽃이 핀다니까요 // 새들이 날면 숲이 하늘로 떠 올라요 / 숲에선 별들이 자라지요 / 붙잡아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 숲에선 꽃이 피어야 하고 / 별이 자라야 할 곳은 하늘이지요 //남겨진 사람들은 울지 않아요 / 다시 만나게 되리란 걸 아는 것처럼요 / 시간이 아픔을 치유한다는 건 / 거짓말이어요   *프로스트의 말   가을이 빠져나간 자리에 겨울이 왔다. 쓸쓸한 가을의 잔재. 그 위로 눈이 내렸다. 나는 창문을 통해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 보고 있다. 하늘이 하얗게 내려오고 있다. 마법의 하늘 아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잠자리가 불편한 다람쥐와 토끼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숨었을까? 차들도 끊기고 길도 사라진 마을. 하얗고 고요한 나라. 마치 다른 행성을 보고 있는 듯하다.   목이 긴 장화를 신고 푹푹 빠지는 눈 위를 걷는다. 파인 추리의 긴 가지들이 눈의 무게로 축 처져있다. 작은 묘목들은 하얀 모자를 높게 쓰고 있다. 덱크는 포근하고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 조용히 누웠다. 잔가지마다 눈꽃이 피어 나무는 하얀 꽃나무가 되어간다. 깊은 공간 속으로 숲은 겨울의 자리를 찾아갔다. 나는 천천히 하얀 여백의 그림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고요는 어디에 숨어 있다 나타나는 것인가. 너와 내가 꿈꾸던 세상이 이런 날들이 아니었던가?   가을을 이별하기 위해 나무와 숲은 붉고 아프게 물들었다. 가지로부터 단단히 한 몸이 된 단풍은 나무로부터 떨어져 나무의 뿌리를 덮었다. 찬란한 봄을 위하여, 겨울을 이별하기 위하여 눈은 이렇게 내리는 걸까? 깊은 겨울을 껴안기 위해 하얗게 하늘의 통로를 열어준 걸까? 나는 알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얼마나 잔인한 이별 뒤에 온다는 사실을. 숲은 찬란했던 가을의 색들을 감추고 하얀 겨울로 걸어 들어갔다. 흩어지는 눈길에 깊은 발자국을 남겨놓은 채로. 언제인가 겨울을 이별하기 위해 봄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눈이 뿌리의 정신을 다독여줄 것이다. 이별은 아픈 것만이 아니다. 시간이 아픔을 치유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겨울 숲은 말이 없다. 가끔 어깨의 눈을 털어내거나 긴 여운의 저음을 울기도 한다. 사람의 속마음에 대한 물음이 눈 속에 깊이 묻히기도 하고 가녀린 갈대의 흔들림 속에 드러나기도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작은 동작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는 일이다. 소소한 일상에 흔들리지 않는 일, 그 사소한 과정을 묵묵히 건너는 태도 속에서 사람의 깊이가 가늠된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은 새 것에 대한 신비가 아니라, 함께 걸어온 발걸음을 이해하고 그 보폭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오래 창가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하얗게 쌓인 뒤란의 고요가 나를 위로한다. 다시 뒤돌아다 보는 시간. 눈이 쌓인 두께만큼이나 마음의 결이 헤아려지는 날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하늘 아래 시인 화가 파인 추리

2025.12.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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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나무에게로 온 별빛

그때마다 나는 나무였다 / 언덕에 홀로 심겨진 나무였다 / 계절에 따라 잎을 내고 황홀히 / 물들다 취하여 돌아오곤 했다 / 부러진 잔가지들이 쌓이던 어느날 / 슬픔 속에 있을 때 / 당신이 죽어가고 있을 때 / 살아 숨쉬고 있는 내가 싫었다 // 외로운 마음으로 한 달만 살자 / 파도소리 들리는 언덕에서 / 뜬눈으로 한달만 살아보자 / 그리운 것들 사라지려나 / 팔을 뻗어 안지 못하고 / 빙빙 호숫가를 돌았다 / 발밑까지 따라와 밟히고 싶어하던 / 호수가 펑펑 울음을 터뜨리던 내내 / 그때에도 나는 나무였다 / 언덕 위 벙어리 나무였다 // 파도처럼 친밀한 사이였다가 / 모르는 사이로 돌아간다는 것도 / 당신이 나를 알지 못하는 날이 / 언젠가 오고야 말 것이라는 / 이것이 인생이라면 / 10년 후 쯤 마지막이 될 시를 / 오늘 당신께 쓰고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것 모두 / 다 기억해 내 길고도 아득한 / 목이 긴 슬픈 이름의 시를 쓰겠다 / 한달 살이가 무엇이라고 / 파도가 높고 잔뜩 찌푸린 / 불편한 풍경이 가지에 자꾸 걸리는 // 수 억 광년의 길을 걸어 / 나무에게로 온 별빛을 모아 / 기초를 다지고 허공에 떠다니는 문장으로 / 기둥을 세웠다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 단어들을 모아 창문을 만들고 /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엮어 커튼을 만든다 / 목이 긴 슬픈 이름으로 지붕을 덮는다 / 떨어진 가지를 모아 마당에 친 / 울타리를 바라보며 그집에 누웠다 // 나무는 뼈만 남은 가지처럼 시가 되었다   한국 방문에서 시카고로 돌아온 지 오늘이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번번히 시차 때문에 한 달을 고생하곤 했다. 오는 날부터 낮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떠나기 전 미처 정리 하지 못했던 정원을 이틀 동안 다듬어 주었다. 짧은 소매 옷들을 다른 옷장으로 옮기고 수년 동안 입지 않았던 양복들을 큰 백에 담아 모아두었다. 긴 추수감사절 연휴를 지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서재의 책들도 두 박스나 모아 버렸다. 자동차 바퀴 공기도 체크 해주고 차고안 낙엽도 치워주었다. 그렇게 분주한 일주일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오늘 그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허공에 무수히 떠다니는 단어와 문장 때문에 눈을 감지 못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 같이 반짝이는 문장들을 놓치고 잠들 수 없었다. 반짝이는 한 문장을 데려다 기초를 다지고 다른 문장을 모셔와 기둥을 세웠다. 누웠는데 다시 별빛이 반짝인다. 지금 그 별빛을 데려오지 못하면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아서 다시 일어나 그 별빛을 엮어 지붕을 덮었다. 둥둥 떠 다니는 단어들로 창문을 만들었다. 책상을 지었고 잊혀지지 않는 풍경을 이어 커튼을 만들었다. 어느 새 나는 그 집의 주인이 되어 마당에 울타리를 치고 그 곳에 다시 누웠다.   찬바람에 가지만 남은 언덕 위 나무가 추워 보였다. 다가가 그를 안아주었다. 나무는 내 체온보다 더웠다. 그는 나에게 떨어진 가지를 주워 잊을 수 없는 이름을 땅 위에 써주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잊으면 안 되는 따뜻한 풍경도 보여주었다. 찬바람에 앙상해진 온 몸으로 오래 품어왔던, 자칫 잃어버릴 뻔한, 낙옆의 깊은 속내까지 드러내 보였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계절의 아픔도 감수한 채 이제 한 겨울을 살아야 한다. 몽롱하게 깨어나는 봄의 향기에 취할 때까지. 어둠의 깊은 뿌리로 부터 솟아나는 연두의 싹을 보게 될 때까지 참아야 한다. 꿈꾸며 살았어도 죽은 나무로 살아야 한다. 기억하고 기억해 내어 켜켜이 쌓여 목이 긴 슬픈 이름의 시를 기억해 내야 한다. 펑펑 울음을 쏟아내던 출렁이는 파도를 내려다 보는 벙어리 나무가 되어야 한다. 부서지는 파도를 싸매고 마음에 안아 그 울음을 삭혀야한다. 수억 광년의 까마득한 길을 걸어 내게로 온 별 빛처럼 다 타버리고 뼈만 남은 시만 남겨야 한다. 밤 하늘을 가르는 가녀린 별빛만 남겨져야 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벙어리 나무 문장 때문 추수감사절 연휴

2025.12.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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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괜찮아요

서해 인천 바다 위를 지나고 있다. 한참을 달렸는데 아직 다리 위에 있다. 인천 대교다. 이 길을 다시 건너게 될까? 안개 너머로 다가오는 모습이 쓸쓸하기만 하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는데 다들 어디로 이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걸까? 한 달의 한국 방문을 끝내고 시카고로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다. 다 주워 담지 못할 풍경과, 낯선 만남과, 발길 닿는 여행의 날들. 모두가 잊힐 리 없는 귀한 시간들이었다. 여행의 반을 지낼 즈음 시카고가 몹시 그리웠다. 시카고로 간다.   사이의 힘 // 낙화하는 꽃은 더 이상 / 뿌리에 미련을 두지 않는 법 //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 사이의 온도가 있다 // 너무 가까우면 뜨겁고 // 너무 멀면 식어 버린다 // 어느 쪽으로 기울지 / 알 수 없는 힘이 / 그 사이를 맴돈다 // 모든 사물은 서로의 사이에 / 서서 자신을 지탱하기도 한다 // 24시간의 벽에 부딪히기도 / 견디어 나가기도 한다 // 시차에 적응하느라 낮과 밤의 경계를 넘나든다 // 산다는 건 / 피고 지는 일 / 겨울 가고 봄 오듯 꽃이 핀다 / 가을 가고 겨울 오듯 꽃이 진다 / 꽃이 피었다 지듯 / 우리도 피어나고 진다 / 산다는 건 피고 지는 일 아닌가   밤새 잔 눈이 내렸다 쌀가루같이 내렸다. 새벽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리의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몇 시간 내린 눈에 이렇게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버렸다. 위대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다. 눈은 계속 내릴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 아래 덮일 것이다. 높은 자도 낮은 자도 없을 것이고, 부유한 자도 가난한 자도, 행복한 자의 마음에도 불행하다고 느끼던 안타까운 마음에도 공평히 내릴 것이다. 쌓이고 또 쌓이면 그곳에 집을 짓자. 누구도 쉽게 무너트릴 수 없는 견고한 집을 짓자. 그곳에 사는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평화가 가득하여 꽃이 마구 피어나는 하얗고 따뜻한 집을 짓자.   괜찮아요 / 눈이 내리고 있어요 / 오랜 이름을 불러보아요 / 무너지는 나의 기척을 알지 못해요 // 어디서 부터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 핏줄 선 손에 오랜 시간의 음각이 보여요 // 자신을 덜어 빈몸이 된 달처럼 / 깎여야 채울 수 있어요 / 그믐뿐이겠어요// 괜찮아요 / 눈이 쌓이고 있어요 / 반짝이는 윤슬의 기억으로 / 내 맘 같은 미시간 호수를 바라보아요 / 달이 뜨고, 또 하루가 가고 / 파도의 결 하나씩 지워지고 있어요 // 일어나 허리를 펴는 남자 / 달빛이 남자를 껴안아요 // 파도를 깨우고 / 나는 눈을 뜨고 있어요 // 오래된 이름을 가슴에 불러 보아요 / 무너지는 나의 기척을 알지 못해요// 괜찮아요 / 세상을 하얗게 덮어줄 / 겨울이 오고 있어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미시간 호수 서해 인천 자의 마음

2025.12.0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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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어느 아침을 본다- 한국 방문기 4

성북동 jazz story에서 저녁 한 때를 지냈다. 그리 넓지 않았지만 공연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 있는 장소였다. 오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 콘트라베이스 대신 베이스기타를 맨 리더인 듯한 중년 신사가 인사를 했다. 젊은 피아니스트, 잘 생긴 드러머, 안경을 내리낀 여성 보컬로 이뤄진 4인조 그릅. 시작인듯 아닌듯 피아노의 끈적한 리듬이 관객을 사로 잡았다. 연이어 분위기를 맟춰주는 베이스기타의 절제된 저음. 드럼의 잘 구성된 리듬. 그리고 재즈 특유의 굵고 깊은 음색과는 거리가 먼 톡톡 튀는 여성의 목소리가 왠지 잘 어울렸다. 재즈의 시작은 뉴올리안즈, 꽃피운 곳은 시카고인데 길상사 오르는 길 성북동에 재즈가 피었다. 커피를 음미하면서, 코냑을 홀짝이면서, 어느분은 맥주를 들이키면서…    어느 아침을 본다    숲과 길과 담장이 있는 곳 / 그곳에 가을이 왔다 은행나무 잎이 / 좁은 길을 감추고 있는 곳 마지막 / 구절초가 숲의 구석을 수 놓는 사이 // 십 일월의 하루가 왔다 / 그 긴 하루를 나는 / 숲과 길에서 보냈다 // 나무가지와 나무가지가 부딪히는 소리를 / 들으며 가지 사이로 음양이 내려앉은 / 구름이 걸려있고 날아와 앉은 / 새들의 대화가 들렸으며 // 그리고 그 사이로 잎사귀가 떨어졌다 / 이 길의 끝을 모르는 발자국들이 온 곳으로 되돌아 가는 / 손을 뻗어 길을 구부리고 있을 / 이 길의 끝에 긴 하루의 저녁이 있다 // 떡갈나무 숲이 감춘 오솔길 여전히 / 바람이 불고 나는 높고 깊고 / 외로운 하늘을 올려다 본다 // 숲과 길과 담장이 있는 곳 / 그 곳에 겨울이 오고 있다 눈 감으면 / 첫 눈이 내린다는 목소리에 / 눈이 내 눈에 쌓인다    울룽도를 가기 위해 삼척에 들러 정라진이라는 작은 포구를 들렸던 일과 청량리 역에서 춘천행 열차를 타고 몇번 여행했던 대학 시절의 일을 빼고는 강원도를 여행한 적이 없다. 시간되면 한번 들려오려던 태백의 예수촌이 마음에 걸렸지만 5명이 함께 하는 여행을 택하기로 했다. 태백은 시간이 되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기에 대신 속초의 내설악과 동해를 보러 떠난다. 경기도 퇴촌에서 국도로 풍경을 따라 간다.    홍천, 팔봉산, 횡성, 인제, 미시령 옛길, 설악 한계령 정상, 태백산맥 준령을 지나, 내설악 주전골에서의 산책, 낙산사의 절경을 눈에 담고, 내설악 미시령 톨웨이 델피노호텔에 여정을 풀었다. 잠이 별처럼 온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커튼을 연다. 아침이 조용히 밝아 오고 있다. 우뚝 솟은 돌산 울산바위가 신비하기만 하다. 바위 뒤편으로 하루가 온다. 산의 골자기 마다 찬 바람이 불고 숲은 벌써 겨울 준비에 들어간듯 잔뜩 움츠려 있다. 내설악의 골짜기엔 낙옆의 숲이 일렁이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바위산은 그 얼굴을 광할하게 빛을 향해 펼치고 있다.     바다정원에서 동해를 본다 / 누구라도 바다를 품고 간다 / 출렁이는 바다가 손을 흔든다 / 하늘아래선 상한 갈대라도 한계절 흔들리거니 / 상한 영혼아 고통에게로 가자 / 뿌리 깊은 벌판에서 한겨울을 보내자 / 겨울의 찬 바람 속에서도 영원한 눈물이야 있으리오만 / 영원한 고통이야 있으리오만 / 눈 덮힌 하늘 아래서도 뿌리로 다가오는 / 따뜻한 싹 피어날 날 있으리오만 / 바다를 품은 겨울은 검푸르게 일렁이는데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방문기 한국 방문기 내설악 미시령 내설악 주전골

2025.11.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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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북한강 눈물 (한국 방문기 2)

 6 산행 장비도 없이 그래도 산을 오르기로 했다. 퇴촌의 작은 골짜기를 따라 지도에는 지명되어 있지 않지만, 동쪽 산자락 자줏빛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여 지역 주민들이 영동산 자주봉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퇴촌 전원마을 거목골을 지나 언덕 끝자락 주택을 지나면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낙엽이 떨어진 제법 가파른 길은 가느다랗게 연결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발자국 위에 또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겹쳐 산행의 마음들이 겹쳐져 길을 내었다. 그 길 위로 힘찬 새벽의 정기가 있었을 게고 꺼져가는 한숨도 스며있었겠지. 가파른 구간을 지나 정상에 올랐다가 오른 반대편이 양평이고 저 멀리 북한강이 흐른다. 안개가 먼 산을 휘감고 있다. 잠시 머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안개는 여전히 산허리를 붙잡고 하루가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   7 이창봉 교수(중앙대 대학원)와 〈현대시학〉 정진규 시인의 생가를 방문했다. 퇴촌에서 안성까지 가는 동안 정시인의 이야기로 행복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우릴 반겨준 외대 정민영 교수(정 시인의 아들), 시카고에서 인연이 된 이진희 선생(정 시인의 여동생) 부부와 함께 고인이 된 시인의 자취를 돌아보았다. 방대한 양의 자료와 육필 원고, 심지어 고교 시절 습작한 시까지 보관되어 있었다. 시를 사랑했던 고인의 손길과 호흡이 고스란히 담긴 서재엔 평소 즐겨 쓰시던 문구며 작은 메모지까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방명록에 짧은 문구와 꽃 한송이 그려놓았다. 생가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내내 사진을 통해 뵈었던 정진규 선생의 환한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시인이 시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8 북한강 눈물   돌아 올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직 떠오르지 않은 산등성 뒤로 하늘이 붉다 빛을 기다리는 잎사귀들 또한 얼마나 행복할까   이 고요의 풍경과 차 한잔을 마주하고 있다 이 순간의 행복은 오래 지워질 리 없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산을 만나게 된다 동쪽 산자락 자줏빛 노을이 아름다운 퇴촌 거목골 길 끝 편에 길게 누운 영동산 자주봉   그려보지 못한 그리움 색깔이 자줏빛이라니 오르는 발걸음 반기듯 얼굴을 만지며 피어오른 안개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저 아래서 시달린, 분주했던 옹이진 양팔을 편다 산 정상에 쏟아 놓은 기도 소리 어머니의 품으로 되돌아온다   반대편 산자락 따라 물안개 피워내는 북한강 눈물 산길을 오르다 보면 안개 속에 숨어도 선명한 한 얼굴을 만난다   좁은 길, 밤송이 길, 가파른 길, 내리막길, 막혀 되돌아 가는 길   길을 걷다 보면 뒤돌아보지 않아도 떠나온 길이 보인다 돌아갈 길이 있다는 건 얼마나 따뜻한 위로인가 (시인, 화가)     신호철북한 신호철 한국 방문기 정진규 시인 동안 정시인

2025.11.1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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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가재가 노래하는 곳-한국 방문기 첫 번째

1  뒷뜰을 돌아봅니다. 훌쩍 키가 큰 백일홍, 꽃잎을 두어 개 남기고도 바람에 버티고 있는 코스모스가 손짓합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는 사람처럼 나뭇가지에 아직 푸른 꽃잎에게, 떨어진 낙엽 위에 눈길을 줍니다. 앙상해진 가지만 드러낼 나무들을 바라 보며 문득 누군가도 잠 못 이루고 뒤척일 짧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차고 문이 열리고 나는 밖으로 나옵니다. 차고 문이 닫히고 이제는 다른 세상에 발을 내미는 듯합니다. 내가 걸어온 길과 조금 다른 길을 한 달간 다녀갈 것입니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의 웃음과 분주한 발걸음 속에서 나를 찾아보겠습니다. 비행기 이륙을 앞두고 긴 이야기 말하지 못하고 떠나 온 안타까움은 잠시 충분히 이해해 줄 하늘에 뿌릴 것입니다.   2  짐을 싸고 짐을 풀고 50파운드의 한계량을 맞추고 있어요. 한 벌 옷, 신발 한 켤레이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여행을 이렇게 준비하는 것도 욕심이 아닐지 생각이 듭니다. 다 내려놓아야 할 것들, 아니, 다 내려놓고 떠나야 할 것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는 내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3  나를 위한 배려라고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생소한 질문이네요. 돌이켜 보면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이었어요. 그게 마땅한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치의 의심 없이 열심히 더 노력하며 살았어요. 공항 로비에서 살사 한 접시와 마가리타 한 잔을 주문했어요.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려요. 이 작은 순간이 나를 위한 배려라 여겨져요. 이제 시작이에요. 막무가내로 열정을 폈던 시간과 땀과 노력이 나를 위한 것이었나요? 이제 하늘을 나를 거예요. 얼마 후면 지구의 반대편 막연히 그리운 그곳의 땅을 밟을 거예요. 엎드려 키스하지 않아도 벌써 그 감흥은 내 안에 느껴져요. 한 달간의 여행은 온전히 나를 위한 배려가 될 거예요. 늦기 전에요.   4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오빠는 떠나면서 말했다 위험하면 깊숙한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숨어 사람들은 그를 습지에 사는 소녀라 불렀다   오빠가 떠난 후 처음으로 아픔이 가슴에 찾아왔다 얼마나 많은 일들을 버텨왔다는 걸   습지엔 선과 악이 없었다 단지 자신을 지켜가기 위함일 뿐 판단은 늘 당신들의 몫이었다 습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펼쳐진 평온을 바라보는 마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의 얼굴을 보는듯하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다    5  오늘이 한국에서의 첫 아침이에요 오랜만에 닭이 홰를 치는 소리가 들리네요. 산이 보이는 굽어진  언덕길을 오르고 있어요. 퇴촌이라고 하는 곳이에요. 양옆으로 듬성듬성 전원주택이 있어요. 길옆으로 흐르는 시내를 따라가요.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아 하얀 산등성이가 고즈넉하네요. 시카고의 새벽길이 아닌 경기도의 어느 작은 마을을 걷고 있어요. 막다른 골목인가 하면 다시 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점점 산이 가까워져요. 하루가 시작됐던 첫걸음이 벌써 지나간 긴 추억처럼 길게 늘어져 있어요. 고목골길이라는 곳이 나오네요. 새들이 울고 아니, 노래하는 거겠죠. 우리 인생길도 이런 외길이 아닐지 생각해요. 산 정상에 오르면 우린 우리가 걸어온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다볼 수 있겠지요. 좁고 거친 힘들었던 길도 평탄하게 드러난 행복했던 길도 보이겠죠. 또 가을빛으로 붉게 우거진 깊은 산도 보이겠지요. 이쯤에서 되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거친 호흡 내려놓을게요. 어디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풀 냄새가 좋고 나무를 스치는 바람의 결에 긴 목을 움츠려요. 새벽안개가 산비탈을 타고 내려와요. 찬 바람에 손이 곱아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가재가 한국 방문기 한국행 비행기 비행기 이륙

2025.11.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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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말을 걸어오는 아침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하오 / 알지 못하는 당신이 말을 걸어오는 아침 / 대화를 해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는 / 글을 읽다가 그 마음이 하나님의 성품을 /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소 시인의 맘 / 정갈한 마음 같기도 하고 농부의 / 소박한 하루를 만나는 듯했소 / 고개 들지 못한 이유가 시 때문이라니 // 오늘은 새벽이 오기 전 아직도 반짝일 / 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았소 새날엔 / 가슴 가득 별들을 껴안을 거요 / 만나는 사람들에겐 별빛의 소중함으로 하늘에서 / 이어준 인연으로 생각하겠소 무엇을 달라 / 무엇이 부족하다 말하지 않으려 하오 / 밤이 깨어나 새벽으로 오고 있소 가까이 / 당신을 향해 걷다 보면 새벽은 나를 마중 나오고 / 동쪽 하늘 붉어질 하루 / 긴 호흡의 당신을 만나고  // 하늘과 별을 이야기해 주오 / 우리의 노력이란 단지 깨어서 바라보는 일뿐 / 무엇을 달라고 하는 내 안의 욕망을 멈추고 /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당신을 통해 시작된 / 물이 흐르는 일처럼, 바람이 지나는 일처럼 / 사람의 일도 그렇게 되어져, 밥을 먹다가도 / 옷을 입다가도, 감사하지 못하면 사람도 아니오 / 가던 길 서서 내게 물어보기도 하오 // 한술 밥으로, 한 벌 옷으로도 / 감사의 이유를 물어야 하지 / 나에게 있어 좋은 것이 너에게 없어 / 힘들어진다면 그건 행복이 아니오 / 너에게 있어 나에게 없는 것이라면 / 나에게도 모두가 좋은 것이 아니게 되오 / 나의 열심이 너에게 위기가 될 수 있고 / 나의 꿈과 성취가 누군가에게 상실이 된다면 / 우리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게 되오 / 그러니 노을 따라 오늘도 걸을 수밖에 // 만삭의 보름달이 여위어져 가듯 / 조금씩 잃어져 가도, 멀어져 가도 / 밀물처럼 밀려오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 달은 여전히 달이고, 바다는 여전히 바다이듯 / 알 수 없는 당신이 말을 걸어오는 아침은 / 어제, 오늘 또 내일이라는, 어느 날에도 / 나에게 있어 좋은 것이 너에게 없더라도 / 너에게 있어 좋은 것이 나에게 없더라도 / 보이지 않는 당신의 창가에서 꿈꾸며 / 고즈넉한 가을밤 이렇게 빨리 잠들 수밖에    이층 계단을 내려옵니다. 맞은편 창문엔 아직 어둑한 새벽이 푸른 빛으로 앉아 있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계단을 내려와 덱크의 문을 엽니다. 시야를 가린 호두나무의 잎들이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서리 맞은 꽃들이 숨을 죽이고 뒤란은 낙엽으로 가득합니다. 다시 고요 속입니다. 올려다본 텅 빈 방이 내 앞에 다가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리움과 기다림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친밀한 나의 벗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28년, 그 후 47년 미국 생활, 잃어버렸기에 다시 채워야 했던 빈자리들이 어쩌면 애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힘듦과 외로움은 오히려 나를 알아 가게 되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무가 계절에 따라 그의 모습에 반응하듯 꽃이 필 때 와 질 때를 스스로 알고 꽃대를 숙이듯 말입니다.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당신이라는 외로움과 미래를 위해 깊은 우물을 팝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나를 찾아 나서는 여정입니다. 때로 밀려오는 파도같이 다시 찾아드는 힘이 됩니다. 결코 우리가 이루어야 할 것은 부유함이나 지위나 풍요로움이 아닙니다. 다시 고독이라는 나와 세상사이 좁힐 수 없는 거리 앞에 서는 겁니다. 완장을 차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들은 몇 날이 걸려도 피해 가렵니다. 행여 찌그러기라도 물들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오늘도 발걸음을 옮깁니다. 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이른 아침 언덕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을 바라보며 하루를 맞기도 합니다. 허락하는 만큼 삶을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작은 몸짓에 반응하는 것. 오늘에 머물지 않으려면 내면의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내 호흡으로 살고, 내 땀으로 걸어야 합니다. 말을 걸어오는 아침이 소중한 이유는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동쪽 하늘 이층 계단 시인 화가

2025.10.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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