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맛이 짜던가요 / 최루탄에 맞은 눈물은 맵고 / 꽃을 담은 눈물은 달콤하던가요 / 호수의 눈물은 어떤 맛이던가요 / 흘린 눈물을 모아다 마음에 담으려 / 기를 쓰다 알게 되었지요 // 흐트러지지 않고 이어져 / 가는 시간이 거기 있었다는 걸 / 내 힘으론 움트지 않지만 / 그저 가지에 붙어 있기만 해도 / 꽃이 피고야 만다는 엄연한 사실도요 / 깨어나 함께 걷는 우리 사이는 / 마주 보며 흘린 눈물이었다는 것도요 // 지난날 돌아보니 인생의 주인이 / 내가 아니었음도 알게 된 건 행운이었어요 / 흘린 눈물을 가슴에 담아 낼 수 없어도 / 이유도 없이 뿌옇게 흐려지던 길들은 / 날 선 날이 되어 마음을 가르고 있어요 / 밤이어도 더듬어온 길이었기에 / 나에게만 보이는 것들이 거기 있어요 // 푸른 하늘만 그리다 그리다 어느새 / 구름이 되어버린 사람을 만났어요 / 어둠이 싫어 숨어버린 청색 달빛 아래 / 못 잊어 못 잊어 노을 만큼 푸르게 물든 채 / 호숫가를 다녀가는 부리 긴 물새도 보았고요 /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내 안에 살고 있는 / 사람이 가진 것 중 가장 투명하고 맑은 / 눈물이 거기 화석처럼 고여 있었어요
감정보다 먼저 의지보다 먼저 일어나고 시간의 차를 허물고 흐르는 것이 있다. 눈물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것, 티 없이 맑은 것이라 누구도 그 앞에선 숙연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마주 보고 있지 않아도, 이 세상에서 더는 만날 수 없어도 떠올리기만 해도 샘이 터지듯 흐르는, 멈출 수도 없는 눈물이 누구나의 생 어느 순간마다 고여 있다. 아름다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일이었든,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던 슬픈 순간이었든, 감당할 수 없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던 힘든 시간이었든 두 눈에서 흘러내리던 뜨거운 눈물이 거기 있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눈물이 있고, 혈기 왕성했던 청년의 시절에도 참을 수 없던 눈물이 있다. 샘이 말라버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뜨거운 눈물이 볼 줄기를 타고 내리는 것은 또한 무슨 조화인가? 아직 내 안에 뜨겁고도 차고, 아름답고도 슬픈 벅찬 행복의 물결이 마르지 않고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눈이 펑펑 내리는 창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뭇가지마다 잎눈과 꽃눈이 송골송골 자라고 있는 봄날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창가에서 아침을 부르는 정겨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호수에 비치는 은빛 윤슬의 반짝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연둣빛 들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감추었던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흘린 후 찾아오는 평안과 고요가 마음 구석구석 찌들어 있던 응어리를 풀어준다. 부리 긴 물새가 뿌리고 간 눈물 때문에 호수는 다시 평온을 되찾고, 꽃망울 터뜨린 들꽃 때문에 들길은 노랗게 물들었다가 보라색 들길이 되기도 한다. 겨우내 참았던 산통의 눈물이 노랗게 물들고 보랏빛으로 빚어져 가는 것이다.
먼 길을 떠난 당신이 나와 만나 남긴 소중한 것은 서로를 향한 눈물이었다. 소리 내 울진 않았어도 뜨겁게 흐르는 눈물은 나의 소중한 보석이 되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윤슬의 호수가 되었고, 형형색색의 들꽃 가득한 들길이 되었다.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노랑, 보라, 온갖 색들이 펼쳐졌다. 다가오는 계절마다 눈이 되고 소낙비가 되고 이슬이 되었다. 굽이쳐 흐르는 강이 되고 하늘 평화로운 구름이 되었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발아되면 세상 죽어있는 것들을 살려내고야 만다. 그렇게 눈물은 사랑이 만든 씨앗 한 톨이 된다. 가장 투명하고 맑은 눈물은 세상 모든 만물을 자라나게 한다. 물은 바위를 뚫지만, 눈물은 만물을 소생케 하는 힘이 된다. (시인,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