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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

Chicago

2026.04.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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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신호철]

목련이, 개나리가 피고 / 홍매화 꽃눈 방울처럼 달렸습니다 / 모두가 피어나는데 피지 못한 꽃처럼 / 지는 법을 알 수 없는 봄 하늘 /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맺힙니다 / 수척해진 얼굴, 내 탓만 같아 미안했습니다 / 애간장 아랑곳 없이 봄은 늦게, 느리게 오고 // 당신을 알게된 호수는 아름다워 / 닿을 수 없는 그곳엔 종일 달빛 마음 출렁입니다 / 예상 못한 일들, 바람 불듯 일어나서는 / 꽃 지듯 사라지기도 합니다 / 푸른 호수, 푸른 하늘이 붙어버린 저녁 / 서로의 안부를 묻기엔 너무 멀리 흘렀나 봅니다 // 꽃 지듯, 나뭇잎 떨어지듯, 아무일도 없었듯이 / 세월 지나 덤덤히 목련이 피고 / 목련이 떨어질 즈음 나도 없겠지요 / 살다보면 눈물이 마르도록 어제가 오늘이 되고 / 오늘은 내일로 다가올 터이니 /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차마 무겁습니다 / 별이 무수리 떨어져 안겨오는 밤 / 멀리 기차 바뀌소리 나를 지나쳐 웁니다
 
하루의 수고를 위로하듯 서쪽 하늘의 노울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쉼 없이 이어지는 분주함 속에서 저녁 한 때 깊숙히 의자에 몸을 맡긴 채 고요히 내려앉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느새 내 마음에도 서서히 노을이 지고 고요가 잠겨옵니다. 하늘 빛이 옅은 붉은 빛으로 변해가다 어느 사이 하늘은 옅은 보라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나무가지 사이로 비쳐오는 노을 빛은 천상의 색입니다. 사람이 만들어낼 수 없는 신비한 빛입니다. 노울빛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귀에 가득했던 분주한 소리들이 하나 둘 지워지고 이제 들리는 소리는 거의 없습니다. 보금자리를 찿아 날갯짓을 펴는 새들의 노래가 간간이 들려옵니다. 바람에 젖는 풀들의 나즈막한 속삭임도 귀밑에 젖어듭니다. 나는 지금 순간의 시간을 멈추고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고요 속에 있습니다. 먼곳에서 졸리운듯 들리는 자동차 달리는 소리며, 혼탁했던 흙탕물이 서서히 침잠하는 느린 움직임도, 멈춤이라는 편안함 속에서 사과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가 됩니다.
 
높아지기에는 턱없이 작은 우리이기에 오히려 낮아지는 동작에 더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더 깊어지기 위해 넘어짐의 상처와 경솔함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 실수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를 향한 용서가 우선되야합니다. 그런 후에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바로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노을이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입니다. 언제 그 이름이 내 마음에 새겨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길을 걸을 때에도, 정원을 가꿀 때에도, 시상을 담거나 그림 속에 옅은 물감이 번져갈 때에도 그 이름을 무심결 노래하듯 나지막히 불러봅니다. 내 안에 들어와 시간과 환경과 풍경이 바뀔 때 마다 그 시간을 내 속에 붙잡아 둡니다. 그 이름 하나 품고 노울 속으로 깊어 가자면 나무가지 사이로 반짝이며 보이는 표정과 바람에 실려온 반가운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작은 가슴에 다 담을수 없는 미어지는 아픔을 행복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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