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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작가 이민진의 디아스포라 혼 “이 사람, 내 동포잖아”

Atlanta

2026.03.04 13:24 2026.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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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모리대 현대문학 주간서 첫 아시아계 연사로 강연
“동포애 중시하는 아버지 마음 본받으려 노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웃 사랑’ 외치는 것”
에모리대 리처드 엘먼 연례 현대문학 주간을 맞아 첫 아시아계 미국인 연사로 강단에 오른 이민진 작가. 장채원 기자

에모리대 리처드 엘먼 연례 현대문학 주간을 맞아 첫 아시아계 미국인 연사로 강단에 오른 이민진 작가. 장채원 기자

“1976년 3월 일곱살 때 서울에서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경유해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주스 플리즈’는 내가 비행기에서 처음 익힌 영어다. 올해로 미국에 산 지 딱 50년이 됐다. 그간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다. 내가 쓰는 글은 모두 그것에 관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 가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나? 아니면 나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일까? 많은 한국인들은 나에게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채로 사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묻곤 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난 한국인이자 미국인이다.”
 
3일 에모리대학 강연 차 애틀랜타를 찾은 ‘파친코’ 작가 이민진(57)을 폭스 인문학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3일 리처드 엘먼 연례 현대문학 주간을 맞아 이 프로그램 첫 아시아계 미국인 연사로 강단에 올랐다. 흑인 여성 소설가 타야리 존스와 만나 대담을 나눈 마지막날을 제외하곤 이틀 연속 곧게 선 자세로 준비한 강연 대본을 1시간 가량 쉬지 않고 읽어내렸다.
 
강연을 끝낸 이민진 작가가 북 사인회에서 애틀랜타 독자들을 만났다.

강연을 끝낸 이민진 작가가 북 사인회에서 애틀랜타 독자들을 만났다.

그에게 있어 한국인 정체성은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오는 9월 새 장편 ‘아메리칸 학원’을 출간하는데,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2007), ‘파친코’(2017)와 함께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그는 “IBM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외삼촌의 가족 초청으로 온가족이 미국에 오게 됐다”며 “피아노 선생님이셨던 어머니는 미국행을 내켜하지 않았지만, 6·25를 겪고 고향 함경남도 원산을 가지 못하게 된 아버지가 강하게 미국행을 염원했다. 아버지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는 위험을 또 감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는 부산 피난 중 지역 목사의 딸인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파친코의 줄거리와 일부 겹치는 대목이다.
 
애틀랜타 한인들에게 그는 익숙한 얼굴이다. 2022년 라파엘 워녹 당시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직접 한인 교회와 상가를 돌며 유세 운동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지 이유에 대해 “팬데믹 기간 미국 전역에서 아시안을 향한 폭력과 증오의 물결이 일었다”며 “두려움을 느끼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라 좌절하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지아주는 투표율이 낮아 50명만 설득해도 쉽게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지역이라 생각했다고.
 
“아버지는 처음 신문 가판대를 차려 돈을 벌었는데, 월세를 내지 못하는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줬다. “이 사람은 내 동포잖아”라고 말하며 500달러씩 선뜻 내줬다. 사기도 많이 당했지만 형제애를 중요시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같은 인종 안에서 서로 미워하고 식민지화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늘 본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단 두 권의 소설로 세계적 작가의 자리에 올랐지만, 미국 내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으로 치부되는 아시안 작가를 향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숙제다. “2022년 엑스(X)에서 한 독자가 나에게 “파친코의 영어 번역은 정말 훌륭하다”고 말한 적 있다. 사람들은 내가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한 발언은 점점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소수계가 문학상을 받는 것 만으로도 백인이 불이익을 당하고, 또 대체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외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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