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아시나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재밌게 보셨다면 한국 역사에 대해 듣고 가실래요? 이 나라는 대단한 회복력을 갖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는 매년 추수감사절이 끝난 주말 이틀간 센트럴 플로리다 최대 다문화 축제 ‘퓨전 페스트’가 개최된다. 110개국 대표가 자국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소개하는 이 자리에 올해 처음 ‘한국팀’이 참가했다.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한복을 차려입은 이들은 고려인이다. 지난 11일 퓨전 페스트에 참가한 ‘고려사람 인 아메리카’ 설립자 손하나(39)씨를 만났다. 그는 러시아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태어나 1990년대 체첸사태가 터진 후 다섯살 때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고려인 3세다. 주카자흐스탄 미 대사관에 일하던 중 미국인 남편을 만나 플로리다로 이민했다. 축제에 참가한 까닭을 묻자 그는 “한국인이라서”라고 답했다. “우리(고려인) 역사에서 한국인 정체성이 거저 주어진 적은 없었다. 우린 그것을 얻기 위해 가난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싸워야 했다. 불모지에서 그곳 사람들은 먹지 않는 콩을 기르고, 한국어를 배우려 분투했다. 나는 운이 좋게 기회의 땅 미국에 정착하게 됐지만, 우리가 투쟁해 얻어낸 한국인 정체성이 자랑스럽다.” 그는 한미 친선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하나’라는 이름은 미국 속 고려인의 유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지은 이름이다. 옛 이름은 올가. 손 씨는 “법적으론 미국 시민이고, 출신지는 카자흐스탄이고, 이름은 러시아어이다보니 왜 당신이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매번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미러 갈등 속에서 고려인임을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는 고려인 존재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함께 일한 외교관들조차 우리들 존재를 몰랐다. 어렸을 때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쓰리잡을 하며 홀로 자식들을 키운 아버지가 한국어까지 가르쳐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책도 구할 수 없어 혼자 공부해야 했지만 이젠 이민자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내가 미국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설 수 있다면 당신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월 남부 콜로라도 한인회 주최 코리안 페스티벌에 처음 참가하면서 고려인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고려인 단체가 미주 한인 축제에 참가한 건 처음이었다. 미국 전역엔 추첨영주권(DV) 또는 난민 입국, 학업 및 취업 경로로 정착한 다양한 출신국의 고려인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주로 같은 언어를 쓰는 러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더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손 씨는 “고려어가 옛 한국어와 유사하기 때문에 초창기 이민 1세대는 고려어에 능통한 경우도 있다”며 “한인사회가 고려인을 같은 동포로 포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려인은 단지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동포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에는 한국의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는 힘이 담겨 있다. 우리는 한반도 밖에 사는 가장 오래된 한국인 디아스포라 중 하나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플로리다 다문화 한국인 정체성
2025.12.16. 15:13
한국인은 국가정체성 형성에 출생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국가정체성에 미치는 요인’ 23개국 인식조사에서 한국인은 언어(91%), 관습·전통(88%, 이하 전통), 출생지(69%) 응답을 보였다. 언어를 중시한 점은 다른 국가와 유사했으나, 전통, 출생지는 달랐다. 출생지 중요도에 인도네시아·멕시코(각 91%), 케냐(89%), 아르헨티나(86%), 폴란드(84%), 나이지리아(76%)에 이어 한국(69%)은 7위다. 일본 40세 이상의 성인(61%)은 출생지를 주요하게 인식해 젊은층(18~29세, 26%)보다 높았지만, 한국보다 낮다. 퓨리서치는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국가들이 출생지를 중요하게 봤다고 분석했다. 멕시코·폴란드를 제외하면 상위 7위권 중 OECD 가입국도 없다. 미국(60%), 일본(55%), 스페인(53%), 캐나다(33%), 영국(41%), 프랑스(40%), 네덜란드(38%) 등 OECD 가입국은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스웨덴 응답자의 81%는 출생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퓨리서치는 이민자가 적은 국가일수록 출생지를 주요하게 본다고 분석했다. 타국서 지지 정당별로 출생지 중요성 응답률이 갈린 것과 달리, 한국의 경우 좌파(65%)와 우파(73%)가 단지 8%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36%), 영국(30%), 네덜란드(26%), 그리스(25%), 이탈리아(24%) 추세와 다르다. 대다수 국가서 전통이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한국(88%)은 인도네시아(95%), 헝가리, 폴란드, 멕시코(91%)에 이어 5위였다. 23개국 집계 결과 언어(91%), 전통(81%), 출생지(58%)의 응답률을 보여 대부분의 응답자가 언어를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한국(91%)은 헝가리, 네덜란드, 인도네시아(96%), 프랑스(95%), 폴란드(94%), 멕시코(93%),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92%)에 이어 10위다. 퓨리서치는 비중이 가장 적은 미국(78%)도 10명 중 8명은 언어를 중요하게 본다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의 우파(90%)는 좌파(58%)에 비해 영어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조사는 지난해 2월 20일부터 3월 22일까지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취합한 2만4674건의 데이터를 토대로 했다. 조사국별로 대면, 온라인 패널 대상, 전화 조사 등 방식은 다르다. 강민혜 기자출생지순 한국인 한국인 정체성 전통 출생지 출생지 중요도
2024.01.19. 21:58
LA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에 신개념 한식당 및 마켓 플레이스 ‘양반 소사이어티’(Yangban Society·712 S. Santa Fe Ave.)가 문을 열었다. 베이 지역 유망 한인 셰프 부부가 LA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이다. 업주인 카티아나 홍(38)과 존 홍(34) 부부는 북가주 나파밸리 미슐랭 3스타인 최고급 레스토랑 ‘메드우드(Meadowood)’ 출신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카티아나씨는 메드우드를 이끄는 첫 여성 셰프였고, 이후 다른 레스토랑 ‘차터 오크(Charter Oak)’로 자리를 옮기면서 남편인 존씨는 메드우드 셰프였다. 홍씨 부부가 ‘양반’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 둘이 함께 한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 곳에서 접한 요리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파인 다이닝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존씨는 “원래 꿈은 최고의 유럽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우리 민족 음식에도 그와 같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오랜 기간 몸담았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차리는 것 대신 한국 색채가 보이는 식당을 개업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 2019년 LA로 옮겨왔다. 기회는 찾아왔다. 지난 4월 레스토랑 ‘본 템스’(Bon Temps)가 문을 닫게 되면서, 이곳 부지 주인인 스프라우트 그룹은 홍씨 부부에게 식당을 제안했고 투자를 약속했다. 2층 건물로 된 양반은 1층은 델리와 디저트, 마켓으로 구성됐고, 2층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돼 있다. 고사리 나물, 도토리 국수, LA갈비 등 한식 음식과 반찬뿐만 아니라 한국 갈비탕에서 영감을 받은 프렌치 딥 등 퓨전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카티아나씨는 "럭서리한 레스토랑을 열어 한국 요리를 내놓으면 다른 이들과 같이 한인으로 받아드려 질 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게 진정한 ‘나’였고, 한국인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나의 버전"이라고 말했다. 부인 카티아나씨는 생후 3개월 때 뉴욕 백인 가정에 입양됐다. 독일 출신 변호사 아버지와 아일랜드 출신 미술 선생님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16살 때 이모 부부를 따라 처음 간 한국에서 좌절스러운 경험을 했다. 그녀는 "이곳 미국에서도 완전히 연결돼있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한국 사람들도 한국어를 못하고 미국인처럼 생긴 나를 한국인으로 보지 않았다"며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이었다"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이후 그녀는 20대 시절 샌타모니카 레스토랑에서 동료였던 남편을 만났다. 남편 존씨 역시 카티아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1980년대 한국에서 이민 와 세탁업소를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자란 존에게 부모는 전형적인 한국인이었지만 다른 한국 가족들과 어울릴 때면 본인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편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양반’은 또 다른 정체성이 됐다고 전했다. 존씨는 "내가 한국인인 것이 받아 드리기 힘들었던 건 여느 아이들처럼 어울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다르다는 것 자체가 멋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성공’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카티아나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오는 소수의 부자가 아닌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진심을 담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성공’"이라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한식당 한국 한국인 정체성 신개념 한식당 한국 요리
2022.01.10.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