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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전쟁의 그림자와 김정은의 오만

Los Angeles

2026.03.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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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요즘 중동 하늘 위로 드리운 전쟁의 먹구름은 세계인의 마음까지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하고, 이란의 고위 지도자들이 제거되었다는 소식은 세계를 다시금 전쟁의 문턱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이 보복의 칼날을 세우면서 전면전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총성이 오가는 곳마다 국제 질서는 흔들리고, 세계 경제는 출렁이며, 무고한 시민들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진다.
 
전쟁은 시작은 있어도 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전쟁은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그 끝은 참혹한 상처로 남는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겉으로는 호기롭다 하나 지도자의 속마음까지 담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는 수없이 이를 증언해 왔다. 그럼에도 인류는 또다시 같은 길목에서 갈등과 오만, 불신의 언어로 서로를 겨누고 있다.
 
한반도 북녘에서는 김정은이 핵무력을 내세워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마치 그 어떤 외부 세력도 감히 넘볼 수 없다는 듯한 태도다. 그러나 힘으로 쌓아 올린 담장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위협은 또 다른 위협을 부르고, 공포는 결국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는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장면은 그의 어린 딸 김주애의 공개 행보다. 가죽 외투 차림으로 군부대를 방문하고, 기관총 사격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은 세계인의 눈에 낯설고도 씁쓸하게 비친다. 아직 또래 친구들과 뛰놀고 배움에 힘써야 할 나이에, 황제와 공주의 상징처럼 정치의 전면에 서 있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깊은 우려를 낳는다. 어린 마음이 권력의 무게를 짊어진 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게 된다면, 그 종착역은 어디일 것인가. 권력은 단련된 이성 위에 놓여야지, 상징과 과시에 의해 세습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공갈과 협박은 여전히 거칠다.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도 거친 언사로 응답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위협적 행동은 체제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상은 불안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그러나 강한 안보 위에 서 있는 평화, 굳건한 대비와 냉철한 판단이 있을 때, 도발은 힘을 잃는다. 진정한 강함은 절제에서 나오고, 진정한 지도력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서 증명된다.
 
 소위 참수의 그림자는 단지 한 나라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권력자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국제 사회가 공유해야 할 교훈이다. 세습의 교만과 두려움 위에 세운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북녘의 존엄이라 일컫는 오만으로 다져진 체제 또한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낳는 악순환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상처를 봉합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세습 권력의 불장난과 군사적 과시가 더 이상 국제 사회를 긴장 속에 몰아넣지 않기를 바란다. 힘의 언어 대신 평화의 언어로, 오만 대신 책임으로 돌아와야 한다.
 
전쟁은 결코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평화 또한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지도자들이 분노가 아닌 이성으로, 야망이 아닌 양심으로 결단하기를 소망한다. 더 이상의 피 흘림이 아니라, 인류의 존엄과 미래를 지키는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전쟁의 먹구름 아래 역사는 힘을 과시한 지도자보다, 절제와 이성으로 평화를 지켜낸 지도자를 더 오래 기억하고 존경한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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