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도 나이가 있을까? 오래전에 만들어진 춤은 오래된 춤이고, 오늘 만들어진 춤만 새로운 춤일까? 최근 LA 발레단의 ‘아메리칸 아이콘스(American Icons)’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계 여러 도시에는 저마다 자랑하는 발레단이 있다. LA에 사는 나에게 LA 발레단의 무대는 익숙한 일상에 새로운 감각을 더 해준다. 2004년 창단한 이 발레단은 클래식부터 네오클래식,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들과 만나왔다.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발레단의 유일한 한인 무용수인 예술리 정 선생님과 제이콥 선생님이 진발레스쿨에서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우리 학생인 에린도 아동 오디션 (호두까기 인형)에 합격해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은 2026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미국 무용과 음악의 흐름을 이끈 예술가들을 조명한 무대다. 미국 무용사의 거장 제롬 로빈스와 폴 테일러, 오늘의 LA 발레단을 이끄는 멜리사 바락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안무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아메리칸 아이콘스’라는 제목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첫 작품은 멜리사 바락의 (웨이브렝스, Wavelength)였다. 지난 1월 베벌리힐스에서 처음 보았을 때보다 무용수들의 호흡과 앙상블이 한층 깊어 보였다. 작품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무용수와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강렬했던 것은 두 번째 작품, 제롬 로빈스의 (더 케이지, The Cage)였다. 음악이 스트라빈스키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D조)라는 것을 알고, 피나 바우쉬의 (봄의 제전) 공연을 보았던 강렬한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서로 다른 곡이지만, 스트라빈스키라는 이름만으로도 긴장감을 예감했다. 무대가 시작되면서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여성 무용수들은 곤충 같은 생명체로 변해 있었다. 날카로운 손끝과 뒤틀리는 등, 주역 무용수의 표정과 몸짓은 섬뜩할 만큼 생생했다. 아름다움은 고운 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낯설고 불편한 움직임에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51년에 초연된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무려 75년 전이다. 그런데도 오늘 만들어진 것처럼 새롭고 파격적이었다. ‘75년 전에 어떻게 이런 발레를 생각했을까?’ 감탄했다. 그 무대에 예술리 정 선생님이 함께하는 기쁨도 컸다. 마지막 폴 테일러의 (딜리 딜리, Dilly Dilly)는 미국 민요와 유머러스한 움직임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던 시절, 현대무용의 거장으로 배웠던 폴 테일러.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춤은 젊은 무용수들의 몸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니체는 몸을 ‘커다란 이성’이라 불렀다. 그 말을 떠올리면 춤은 몸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느끼는 예술이다. 같은 노래도 살아온 시간에 따라 다르게 들리듯, 오래된 춤도 오늘의 몸과 시선을 만나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그렇다면 춤의 나이는 무엇으로 정해지는 것일까? 작품이 처음 태어난 시간일까? 오늘 그것을 다시 살아내는 무용수의 몸일까? 아니면 그 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일까? 진 최 한미무용연합회회장·진 발레스쿨 원장열린광장 한인 무용수인 la 발레단 주역 무용수
2026.10.19. 18:04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LA협의회가 한반도 통일 비전을 주제로 ‘초정파 원탁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대한민국의 통일정책 논쟁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한인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통일은 어느 정당이나 특정 이념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화를 우선시하는 사람도,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사람도 한반도의 안정을 바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이 국가의 원칙까지 포기하는 것을 뜻해서는 안 된다. 평화를 추구하되 안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북한과 대화하되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통일의 지향점이 흐려져서도 안 된다. 평화공존과 국가안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대화와 교류는 긴장을 낮추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방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오지 않는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지만 확고한 방위태세와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도발에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원탁토론회는 대화와 안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민국은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 것인가. 북한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해 왔다. 이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는 긴장 완화를 위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와 북한의 주장을 묵인하면 통일의 목표가 약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북한의 공식 호칭을 바꾸는 것 보다 북한의 정책과 군사적 행동의 속내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평화공존을 추진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자유를 지키며, 헌법이 지향하는 평화적 통일의 원칙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통일 논의의 중심에는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통일은 단순히 남북이 하나의 국경 안에 들어가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체제와 가치 위에서 국민이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다. 정치적 자유와 인권,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통일 논의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통일의 시기와 방식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붙이기보다, 근거와 정책을 놓고 토론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미주 한인 사회도 한반도의 미래에 책임 있는 구성원이다. 미국에 산다고 해서 고국의 안보와 통일 문제가 남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의 안정은 한미동맹과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미주 한인 사회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한인 사회는 정파적 구호를 되풀이하는 데 머물지 말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한국 정부와 미국 정책 당국에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세대가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를 균형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원탁토론회가 의미 있는 결실을 보려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토론의 핵심 쟁점을 정리하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원칙과 여전히 견해가 갈리는 사안을 구분하며, 후속 대화와 실천 과제까지 마련해 이를 본국에 건의해야 한다. 초정파적 대화란 차이를 감추는 행사가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게 논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실향민으로 고국을 향한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논의할 때 더욱 냉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화는 반드시 지켜야 할 목표지만, 그 평화를 지탱할 안보와 자유의 원칙 또한 포기할 수 없다. 이번 초정파 원탁토론회가 진영의 승패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평화와 안보를 함께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철웅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자유민주주의 통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la협의회 한반도 통일 통일정책 논쟁
2026.10.18. 20:00
멕시코에 있는 진찰실에 방 2개를 새로 만들었다. 과거와 달리 원하는 날짜에 숙소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고 숙박료도 2배나 올라 비용 절감의 목적도 있었다. 숙박비용을 줄이면 그만큼 현지 주민들에게 더 많은 의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건축 자재 대부분을 LA에서 틈틈이 운반했다. 여기에 새로 산 텐트와 트레일러까지 이제는 8명 정도는 편안히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현장에서 지역 주민들을 독려하며 공사를 진행했고 50인치 TV를 들고가 현지 개척교회 본당에 설치해주기도 했다. 새로 만들어진 공간은 앞으로 착한 심성을 가진 동료 봉사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먼 훗날 따듯한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건축 자재들을 갖고 국경을 통과하다 티후아나 멕시코 세관원의 영악한 검사로 150달러를 빼앗기다시피 헌납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성경 말씀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지불하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마음을 추스르기도 했다. 일정 중에 갑자기 생선 매운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고춧가루가 없어 간장과 타바스코 소스로 끓였더니 국물맛은 영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의 씁쓸하고 묘한 맛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쉬는 날 오후에는 인기척 하나 없는 적막한 바닷가 백사장에 팔베개를 하고 달콤한 낮잠으로 쌓였던 피로도 풀었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멕시코 샌퀘엔튼까지 혼자 8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곳에 가는 이유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정다운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민중 시인 파불로 네루다의 말을 되새기며 다시 그 먼 길을 기꺼이 떠나려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삶을 기르는 불이다. 그러나 그들이 먼곳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는 것, 그들의 소외된 고독을 지켜봐 주고, 위험과 약함을 돌보려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사랑을 느끼는 것은 한결 더 대단하고 더욱더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의 존재 범위를 넓혀주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함께 묶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면 무엇인가를 베풀었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큰 위안과 기쁨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흐트러졌던 마음이 다시 정리되는 느낌이다. 작은 힘이나마 이웃에게 따듯함을 나눠준다는 기쁨이 힘든 여정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최청원 / 내과의사·수필가열린광장 여행 건축 자재들 티후아나 멕시코 지역 주민들
2026.10.15. 19:28
한국어나 영어나 부르는 이름부터 특이한 것이 10월이다. 한자로는 ‘十月’ 이라고 쓰는데 이 한자가 중국어로는 ‘스위에’ 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한국어의 십월에서 받침 ‘ㅂ’이 탈락하고 중국어와 비슷한 소리처럼 ‘시월’이 되었다고 한다. 영어로 시월은 ‘악토버(October)’인데 재미있는 것은 서양 달력에서는 한 해가 그레고리안 달력으론 열달이었지만 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가 로마법 초기의 12조문(The Twelve Tables) 을 바탕으로 한 해를 12달로 만든 탓에 여덟 번째였던 악토버가 열 번째 달이 됐다. 아무튼 시월은 한국어나 영어나 이름부터 특이한 달이다. 시월 초하루는 한국에선 ‘국군의 날’이고, 미국에선 1896년 Rural Free Delivery(RFD. 전원 자유 우편 제도) 제도가 시작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10월 출생자는 여섯 명이다. 맨 먼저 한국과 매우 친밀했던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1924년 10월 1일 태어났다. 이 밖에 제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1858년 10월 27일,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1890년 10월14일 출생했다. 한국의 대통령과 시월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1979년의 10·26 사건일 것이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의 총탄에 숨진 사건으로 한국 현대사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부녀가 대통령이 되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시월은 한국인에게는 가장 뜻깊은 달이다.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글인 한글은 조선의 4대 왕인 세종이 즉위 25년 되던 해 집현전 학자들의 도움으로 모음 11자, 자음 17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3년 후인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그런데 일설에 따르면 중국의 문자는 황제의 사관 창힐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 창힐은 네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땅 위의 짐승 발자국과 새들의 발자국을 보고 마음에 영감이 솟아올라 문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 가운데 ‘용(龍)’자는 과거 중국인이 만들어낸 ‘신령한 짐승’을 의미한다. 따라서 용은 신령한 뜻을 지닌 글자이므로 우수하고 지혜롭고 강한 사람이나 사물을 일컫는 데 쓰이는 글자다. 이 용자가 대표적으로 나타난 예가 세종 27년(1445년)에 지어진 악장(樂章) 용비어천가다. 이달 미국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 가운데 1492년 10월 12일은 콜럼버스가 미국 땅을 처음 밟은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는 뜻으로 10월 둘째 월요일이 콜럼버스 데이다. 1879년 10월 19일에는 토머스 에디슨이 세계 최초로 전구 실험에 성공했다. 그리고 1517년 10월 31일에는 마틴 루터가 독일의 비텐버그 교회 정문에 그 유명한 95개 조의 격문을 붙여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됐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시월 시월 초하루 대통령 시어도어 대통령 드와이트
2026.10.13. 20:08
지난 몇 달간 동문 합창단에서 성곡과 가곡을 부르며 음악이 주는 ‘돌봄’을 느꼈다. 단순히 음악 활동을 한 줄 알았는데 정겨운 동문과 연결이 되어 돌봄을 받았다. 광야의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곤고함이 있었지만 음악을 통해 돌봄을 받았기에 이 가을을 건강하게 맞게 된 건 아닐까 싶다. 발표회를 앞두고 그 무덥고 힘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크다. 병원 원목의 핵심 활동 8가지를 말하라면 회의, 평가, 프로토콜, 돌봄, 믿음, 예식, 슬픔, 작별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돌봄이 언제나 우선이다. 그런데 이 돌봄 활동의 개념을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늘 동료들과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에 빚진 자의 마음을 갖게 된다. 돌봄은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상호연관이 되어 있고, 한참이 지나서야 실감하기도 한다. 원목으로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을 돌보는 가운데 오히려 나에게 돌아온 그들의 돌봄이 나를 감싸주고 위로하는 것이 놀랍다. 우리 삶에서 돌봄의 또 다른 형태로 영적 활동을 생각해 본다. 재능이나 경제적 기부, 자원봉사 등은 우리가 자주 듣는 말들이다. 이런 여러 형태의 돌봄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 또한 영적 활동의 한 부분이다. 기부의 의미를 생각하며 광야의 삶 속에 맞닿는 것을 찾아 나선다면 그러한 돌봄도 영적 활동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요즘 정신건강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과도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의 부작용에 따른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부모와 의사, 그리고 교사의 연대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 정부기관들도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방정부는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핫라인 전화번호는 ‘988’로 24시간 통화가 가능하다. 직접 대화를 하거나 문자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영어가 불편한 경우 본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통역 요청도 가능하다. 현재 100개 이상의 언어로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특별 전화 ‘988’은 상황이 심각한 경우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심적 고통이나 혼란이 큰 사람에게는 전문인 상담을 해주는 등 정신질환 예방과 교육이 목적이다. 성서에서 영적 활동으로서의 ‘돌봄’을 읽는다. “주린 자에게 네 심정을 동하며 괴로워하는 자의 마음을 만족하게 하면 네 빛이 흑암 중에서 발하여 네 어두움이 낮과 같이 될 것이며 주께서 너를 항상 인도하여 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가을을 맞아 돌봄을 통한 영적 활동이 가정과 일터마다, 그리고 모든 청소년 심정마다 확장되어 영혼의 만족과 질병의 예방을 경험하는 기쁨이 풍성하기를 기원한다. 김효남 HCMA 채플린본부 디렉터열린광장 활동 연장 음악 활동 핵심 활동 영적 활동
2026.10.11. 20:00
조국의 역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 살수록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절실하게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을 영화나 소설로 다룰 때는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실재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세대의 역사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바로 그런 문제를 던지고 있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소재다. 그런데 당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진 내용과 전혀 다른 가능성을 암시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고 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당시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것과 관련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의문점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진영논리와 이념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하다. 유가족이 생존해 있는 지금 생뚱맞게 새로운 의문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면 그 책임도 따라야 한다. 특히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왜 하필 이재명 정부 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비극을 소재로 기존의 역사적 인식과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는 영화가 등장했느냐는 것도 의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을 산업화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 오늘날 선진국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분이다. 물론 영화가 현 정부의 지시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제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영화가 지금 개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현 정부의 의도를 추론해서는 안 되겠지만, 창작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빈곤한 변명에 불과하다. 당시 사건은 많은 국민이 목격했고, 필자도 TV를 통해 봤다. 그리고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쳐 사건의 실체가 정리됐다. 그렇다면 영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되었고, 상영되게 되었는지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역사는 한쪽의 주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화적 상상력만으로 다시 쓰여서도 안 된다. 창작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도 제공돼야 한다. 역사적 진실을 진영 논리와 이념으로 전개한다면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정치권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역사에는 관대하면서 상대 진영의 역사에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느 정파의 역사적 승리가 아니다. 진실이다. 오늘 우리가 어느 편의 역사를 지키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사실인가를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역사를 정치적 무기로 만들면 진실은 사라지고 진영 논리만 남는다. 그리고 그렇게 왜곡된 역사는 다음 세대에게 사실처럼 전달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아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의혹은 의혹대로, 창작은 창작대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키는 길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최근 문세광을 조사했던 정치근 검사의 자서전이 공개되며 문세광의 최후 진술 일부가 알려졌다. 문세광은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며 박정희 대통령과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고, 자신이 조총련에 속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남겼다고 한다. 역사는 입맛에 맞게 재단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진실이 왜곡된 역사가 다음 세대의 현실이 되는 것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암살자 영화 역사적 진실 역사적 의문점 영화적 상상력
2026.10.07. 18:39
나는 올해 98세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17세에 해방을 맞았다. 그리고 1947년 19세 되던 해 서울중앙방송국(KBS) 아나운서 공채 1기 시험에 합격해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정부수립 전후의 각종 행사를 보도했고, 6·25 전쟁 중엔 일본 도쿄에 있던 유엔군총사령부방송(VUNC)에 1년간 파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22년간 방송일을 하다 1972년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에 출연했기 때문에 여전히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법하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직 보고, 듣고, 읽고, 쓰고 하는 일에 지장 없이 살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은 오래전부터 좋아해서 요즘도 하루에 두어 시간 정도씩 듣는다. 최근 미주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첼리스트 이방은씨와 피아니스트 임자향씨의 첼로 소나타 연주회 소식을 접했다.너무나 반가워 ‘나도 한마디’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게 됐다. 이방은 첼리스트와의 인연은 77년 전인, 1949년 봄 시작됐다. 당시 서울 명동의 시공관에서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의 한국 초연 연주회가 있었고, 나는 그 연주회를 중계방송하는 담당 아나운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딴 따다다 딴 따다다 딴딴 따다다 따다다 따다다...” 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단위의 리듬인 ‘볼레로’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여서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도 낯선 음악이었다. 그런데도 이날 시공관 객석은 만원이었다. 아무래도 관객 대부분이 프로그램 1부에 있던 이인형씨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 이인형씨는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였으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주름잡던 테너 이인범씨의 친동생이기도 했다. 내 기억으로도 그는 멋있는 남자였다. 특히 그날의 연주곡 그리그의 A단조는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음악이었다. 당시 한국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제2차 세계대전의 적성국가로 간주한 까닭에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멘델스존의 협주곡이 연주되는 일이 드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인형씨의 연주가 끝나자 많은 관객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때 무대 한쪽에서 단발머리 소녀가 꽃다발을 들고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인형씨의 딸로 보였던 소녀는 꽃다발과 함께 아버석의 품에 안겼다. 순간 장내에 또다시 터질듯한 환호성이 울렸다. 이어 KBS 교향악단의 ‘볼레로’ 초연이 무난히 끝났지만 예상대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해 비극적인 6·25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가 미국에 이민 온 지 약 20년이 되던 무렵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 음악회를 계기로 이인형씨 부녀의 소식을 알게 됐다. 이인형씨는 전쟁 중 월북했다 세상을 떠났고, 단발머리 소녀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가 되어 LA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방은씨의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달려가곤 했다. 1949년 시공관에서 극적으로 만나던 때의 얘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고, 때로는 편지로 이민생활의 애환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해 동안 연주회 소식이 없다가 이번에 연주회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특이 이번 연주회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 동창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임자향 씨와의 협연이라 더 의미가 크다. 두 음악가는 이제 나이가 80대에 접어든 연주자다. 원숙하고 깊이 있는 연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아름다운 첼로 소나타가 한 프로그램에 실린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연주회의 연주곡 중,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제5번 작품 102의 2는 그의 첼로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종교적인 깊이가 있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작품 36은 그리그가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을 담은 엘레지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프로코피에프의 첼로 소나타 119의 전체적인 인상은 ‘청춘의 서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하고 명쾌한 음악이다. 나는 77년 전의 단발머리 꽃다발 소녀를 생각하며 10월 24일(토)의 연주회가 무척 기다려진다. 연주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LA나성제일교회(213 S. Hobart Blvd. LA)에서 열린다. 문의 전화는 (818) 212 - 8540. 위진록 / 전 방송인·수필가열린광장 시작 인연 연주회 소식 동안 연주회 첼로 소나타
2026.10.06. 19:02
앤트로픽과 오픈AI, 그리고 글로벌 보안 연구진이 AI 에이전트들의 거짓말과 문제가 있는 행동 수만 건을 긴급 조사 중이다. AI의 능력이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화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통제를 벗어난 이른바 ‘탈선(rogue) 에이전트’의 수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9월 초, 앤트로픽의 AI 연구원 제이콥 콕슨은 X(옛 트위터)에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AI가 2030년 전에 우리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글을 남기고 퇴사했다. 이에 다른 AI랩 연구원들도 인류 멸망 확률을 10%에서 50%까지 언급하며 동조했고, 며칠 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역시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통제 불능 에이전트들의 위험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9월은 AI의 위협을 각성하게 만든 뜨거운 시간이었다. AI 속도 조절론이 세계적 의제로 부상한 이유는 분명하다. AI 에이전트의 탈선 범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스스로 더 나은 AI를 만드는 ’반복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은 AI 안전 문제의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경각심을 결정적으로 깨운 계기는 지난 7월 드러난 오픈AI 에이전트들의 허깅페이스(Hugging Face) 해킹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5월로 올라간다. 새 모델을 테스트하던 연구진은 에이전트들에게 사이버 보안 과제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부 과제의 해결이 불가능해지자, 수백 개의 에이전트는 채점 시스템을 속이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자사 내부 서버와 독일의 개발자 위키를 비밀 게시판으로 삼아 수만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목적은 단 하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무리(swarm), 집단(collective)이라 부르며 접근이 금지된 자사 네트워크까지 침투했다. 최근 북가주 스타트업 파스(Parse)와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선 에이전트들은 허깅페이스 해킹 과정에서 이미지 인식 AI를 동원해 로봇 접근을 막는 인증 절차(캡차)를 통과했고, 정보를 잘게 쪼개 숨긴 약 100만 개의 단축 링크 묶음을 만들어 활용했다. 정답을 찾은 후에도 자신들을 채점하고 부정행위를 적발할 인간 평가자와 보안 시스템을 속이기 위한 공모를 이어갔다. 오픈AI의 자체 조사 결과, 에이전트들의 ’엇나간 행동(misaligned behaviors)‘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뉴멕시코대학의 디지털 도서관과 비영리 플랫폼 ’데이터 USA‘를 공격했고, 호주 메디케어 통계 사이트에서 건강 데이터를 무단 탈취했다. 이 밖에도 미국 인구조사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등 공공기관 사이트를 무차별적으로 긁어모았으며, 이 과정에서 챗GPT 사용자의 개인 이미지 53장을 노출했다. 이러한 AI의 안전성 논란은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상장을 앞둔 시점이자, 데이터센터 증설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커진 시점에 터져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 멸종론‘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하지만, “지금의 AI보다 무서운 것은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속도”라는 콕슨 연구원의 경고는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AI의 위험성만큼 무서운 것은, 최고의 해킹 도구가 된 AI로 가차 없이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시험하는 인간 해커들이다. 이제는 AI를 확실하게 통제할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 인간의 가치관을 학습시키는 정렬(alignment) 훈련과 기업의 자발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엔비디아가 탈선 에이전트를 즉시 정지시키는 ’킬 스위치‘ 제어 플랫폼을 선보이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AI 기업의 독립적 감사와 킬 스위치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AI 기술은 인류에게 축복이지만, 그 발전은 양날의 칼이다. 칼이 아무리 예리해져도 칼자루는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속이기 시작 탈선 에이전트들 ai 에이전트들 사이버 보안
2026.09.30. 19:31
2025년 가을의 초입,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났던 전유성 형의 1주기가 되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날카롭고 유쾌한 시선으로 대중을 위로해주던 사람, 몸개그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진지한 얼굴로 툭 던지는 말 한마디의 가치를 증명했던 그는 많은 후배의 대부이자 개그계의 거목이었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다정한 형이었습니다. 형이 남긴 빈자리를 바라보며 그가 남긴 웃음의 철학과 삶의 발자국을 찬찬히 추억해 보려 합니다. 형을 처음 만난 것은 1970년대 대학 시절, 당시 저는 같은 과 친구와 포크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형의 동생으로 광화문의 음악 감상실에서 DJ를 하던 전익송 선배의 소개로 귀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 형이 기획했던 포크 콘서트와 남산 드라마 센터에서 열린 ‘전유성 판토마임 발표회’ 등 많은 행사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후 형이 운영하던 서대문 통기타 카페 ‘도날드’와 이대 앞 ‘맥심’, 광교의 ‘태평양’ 등 다운타운 음악가에서 잠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형의 따뜻한 주선 덕분이었습니다. 1982년 미국에 온 이후에도 형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1993년에는 형이 직접 제작, 감독, 출연까지 했던 무성영화 변사극 ‘순애 내사랑’(변사 최영준)이 LA윌셔이벨극장을 비롯해 미전역 5개 도시에서 공연되었고 이를 시점으로 소리 극 ‘장날’, 모노드라마 ‘품바’, 그리고 대학로 우수극단들의 초청공연과 개그맨들의 무대가 이곳 LA에서 자주 펼쳐졌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한인들에게 형이 소개해준 공연들은 따스한 고향의 위로였습니다. PC통신 시절, 컴퓨터 초보자를 위한 파격적인 컴퓨터 입문서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가 메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저는 곧바로 LA에서 북 콘서트를 기획했고 형을 주강사로 초청해 1996년 당시 웨스턴과 5가에 있던 코스모스 백화점 무대에서 컴퓨터 엑스포를 일주일간 진행했던 기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모두가 컴퓨터를 어렵게 생각할 때 그것조차 유머로 승화시켰던 형의 천재성에 또 한 번 감탄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형은 세상이 정해놓은 ‘엄숙함’과 ‘규격’을 유쾌하게 비틀 줄 아는 감각과 유연함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심야 볼링장’과 ‘심야극장’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야간 여가문화’를 개척한 것도, 1990년대 말 인사동에 옛 초등학교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던 ‘학교종이 땡땡땡’도, 경북 청도에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인 ‘철가방 극장’을 세워 문화가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리는지 증명한 것도 모두 형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습니다. 형은 살아생전 저에게 미주공연을 자주 논의하곤 했었는데 반려견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세계 최초의 이색축제 ‘개나 소나 콘서트’와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엄숙하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부순 전유성 기획/연출의 폭소 클래식 ‘얌모얌모 콘서트’(한우리 오페라단)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형의 1주기를 맞으며 더는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없지만 형이 기획하고 연출했던 그 빛나는 웃음의 무대를 미주 한인들과 함께 마주할 날을 꿈꿔봅니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전유성 하늘 전유성 판토마임 컴퓨터 일주일 컴퓨터 엑스포
2026.09.29. 18:31
한 사람이 걸어온 세월은 그 자체로 한 권의 역사책이다. 낯선 이국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정을 지키며 한인 사회를 일구어 온 한인 1세대의 삶에는 땀과 눈물, 인내와 사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마 전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가 마련한 ‘2026 시니어 음악회 및 효자·효부상 시상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은 올해도 행사에 초대받아 어린이 발레단의 ‘자유로 하나 되어’와 실버 발레단의 ‘카르멘’을 무대에 올렸다. 오늘의 한인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낯선 환경에서 삶의 터전을 닦아온 어르신 세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은 시니어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소중한 세월을 기억하며, 그들을 하나로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또 시니어들의 권익과 복지를 살피고, 외로움을 덜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마련해 왔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혜를 다음 세대와 나누고, 활기찬 노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세대를 잇는 일은 한인 사회의 뿌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한인 사회를 일구어 온 1세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그 뜻에 공감한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으며, 주최 측은 오랜 시간 공연과 시상식, 선물 등을 세심하게 준비해 풍성하고 따뜻한 축제를 완성했다. 무대 위에 춤의 선이 펼쳐지자 객석의 시선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였다. 춤은 말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 예술의 언어다. 섬세한 손끝과 리듬을 품은 발걸음은 기쁨과 감사, 사랑을 전하며 서로 다른 세대를 하나의 감동으로 이어주었다. 어린 무용수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춤추며 객석에 기쁨을 전했고, 실버 발레단은 세월이 빚어낸 품격과 열정으로 큰 감동을 남겼다. 어린이와 시니어가 한 무대에 오른 모습은 춤이 나이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임을 보여주었다. 우리 공연팀은 많은 박수와 따뜻한 환대에 받았다. 의미 있는 행사를 정성껏 준비한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봉사는 마음이 움직이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내가 가진 시간과 재능을 기쁜 마음으로 나눌 때, 그 기쁨은 다시 더 큰 웃음과 감사로 돌아온다. 그날 무대에서의 춤은 세월의 경계를 넘어 어린이와 시니어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앞 세대가 걸어온 길이 기억되고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때, 한인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 진 발레스쿨 원장열린광장 축제 한인 사회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 어린이 발레단
2026.09.28. 18:19
조국을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이 한 번쯤 냉정하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스스로 한반도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대한민국을 세계 5위 수준의 군사 강국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질문도 따라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전작권 전환은 단순한 자주국방의 상징이 아니다.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누가 연합군을 지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며, 미군의 증원 전력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다. 더욱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 드론과 사이버 전력까지 갖춘 북한을 상대로 군사력 순위 하나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와 방공무기를 보유했지만, 예멘 후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 사례는 첨단 무기를 많이 보유하는 것과 실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사우디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과 방위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후티와 비교할 수 없다. 북한에는 핵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세계 몇 위’라는 숫자가 아니다. 실제 전쟁에서 작동하는 지휘체계와 정보능력, 방공망, 군수지원, 연합작전 능력 그리고 동맹의 신뢰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해 동맹국들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했을 때 한국 정부는 군함 파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것을 두고 찬반을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상호 안보 책임을 전제로 하는 관계라면,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에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 5위 군사 강국이어서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동맹국의 지원 요청에는 소극적이라면 과연 동맹의 신뢰가 더욱 강해질 수 있겠는가. 동맹은 필요할 때만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돕는 만큼 한국도 자유세계의 안보와 동맹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동맹의 기본이다. 전작권 전환 역시 ‘자주’라는 정치적 구호보다 냉정한 군사적 검증이 먼저다. 한국군이 실제로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췄는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지,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미주 한인들은 미국이 얼마나 강한 나라인지 잘 알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국익에 따라 안보전략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한국의 국방력이 강해질수록 한미동맹도 더욱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로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은 강력한 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묻는다. 세계 5위 군사 강국이라면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도 정말 안전한가.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된 뒤에도 한미연합방위체계와 미국의 확장억제는 확실하게 작동할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는 휴전 상태라는 냉엄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강한 국방력과 흔들리지 않는 한미동맹, 그리고 동맹국의 책임을 함께 갖추는 것이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군사력과 동맹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박철웅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한반도 군사력 순위 전작권 전환 미사일 위협
2026.09.27. 14:28
우리 선조들은 세상의 모든 본질을 하나로 보았다. 너와 나라는 이분법을 넘어 우리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육신은 늙어 자연으로 돌아가되 자손과 공동체에 이어진 생명과 정신은 영원하다는 영생과 조화의 진리를 간직해 온 것이다. 인간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라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우리 민족이 지켜온 공동체적 영성은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인간 존중과 공생의 철학이다. 선조들이 보여준 이러한 지혜와 의식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방향을 잃어가는 문명사적 위기 앞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스스로 낮춰보는 민족 허무주의와 사대주의는 자주적인 삶을 가로막는 병폐다.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이들에게서 공동체를 향한 진정한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방황을 겪는 현대인에게, 삶의 중심을 잡아줄 성숙한 정신문화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질적 풍요를 뒷받침할 사상 문화와 정치 수준의 낙후 때문이다. 각 국가에서도 권력을 독점하려는 정권 쟁탈전과 폭력이 자행되며 극심한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제는 인간 존엄과 공감을 기반으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소외된 인간을 구원하고 심신 조화의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늘어난 인간의 수명 역시 단지 생존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소비에만 머무는 삶은 무의미하고 무료할 뿐이다. 의식주를 가능하게 해준 수많은 사람의 협력에 감사하고, 타인과 협동하고, 양심에 따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참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우리 선조들은 홍익인간, 재세이화 사상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과 사회를 널리 이롭게 하며 이치에 맞게 세상을 다스리고자 했다. 이는 개인의 삶과 창의성이 타인 및 공동체의 안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아래,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려 한 노력이었다. 독창적인 창제 원리와 애민 정신이 집약된 한글도 겨레의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개인의 운명을 공동체, 나아가 인류의 삶과 연결하여 사회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통일을 이루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단순한 관념에 머물지 않고, 남북 간 체제 격차와 복잡한 국제정세라는 현실적 난제를 극복하며 북한 동포의 인권 회복과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제도적, 외교적 노력의 든든한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밝은 빛”이 다시 켜질 날이 가까워졌다.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된다는 것은 도덕적, 문화적 리더 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와 인종, 빈부, 종교 간 갈등을 화해시키는 조정자이자,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모범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다. 자주적인 역사관과 인간을 중심에 놓는 K-사상으로 인류를 구원할 동방의 빛을 다시 밝혀야 할 때다. 김 용 / 한울운동대표열린광장 동방 민족 민족 허무주의 공동체 발전 자손과 공동체
2026.09.24. 20:24
지난 8월 20일 저녁 두 딸과 함께 할리우드 보울을 찾았다. 지난 17년간 LA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맡아 이 도시의 영혼을 음악으로 채워 주었던 구스타보 두다멜의 고별 무대 주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완만한 언덕길을 수많은 인파에 묻혀 올라갔다. 티켓을 보여주고 가방을 검사하고 들어서는데 나만 따로 불러세워 온몸을 검사했다. 큰딸이 옆에서 아빠가 특별해 보이는 모양이라고 웃는다. 자리를 찾아가자 4인용 칸막이로 된 좌석에 작은딸이 먼저와 벽에 붙어있는 탁자 2개를 펴고, 의자를 마주 보게 놓았다. 틈만 나면 할리우드 보울이나 LAFC 경기장, 일본으로, 한국으로 부모와 같이 다니려고 애쓰는 딸이다. 와인과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 올 때마다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음식을 나누며 공연 시작 전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자 무대 위로, ‘Celebrating Gustavo at the Bowl, 베토벤 교향곡 9번’이라는 사인이 크게 보였다. 무대는 LA 시민들이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그와 함께 보낸 지난 17년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것 같았다. 1부가 시작되었다. 두다멜이 LA에 와서 만든 어린이 합창단과 YOLA(Youth Orchestra LA)가 연주에 참여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마이클 니아가 작곡하고, 시인 아만다 고먼이 가사를 쓴 ‘Hymns of the Heart(마음의 찬가)’가 세계 최초로 연주되었다. 두다멜은 어린 시절 베네수엘라의 음악학교에서 교육받고, 자랐던 만큼,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LA에서 이를 실천하였다. 어린이들이 순수한 소리를 내고,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그의 말대로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Good bye, Gustavo, We love you Gustavo”를 외쳤다. “슬픔이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라면, 기쁨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라는 아만다 고먼의 메시지처럼 어린이들이 기쁨의 시간을 선택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것 같았다.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시간이 되었다. 마스터 코랄이 들어서고, 세계적인 4명의 솔리스트가 참여해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였는데, 그중 소프라노는 한국인 성악가 헤라 박(Hera Park)이 풍부한 성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2만여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음악에는 인종과 국경의 벽이 없어야 하고, 음악이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잘 표현된 공연이었다. 그의 17년은 LA 필하모닉을 세계에서 8번째, 미국에서는 3번째로 지명도가 높은 오케스트라로 만들었고, 클래식의 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열어주었다. 이제 그는 LA를 떠나 뉴욕으로 간다. 그의 이름은 LA 사람들에게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모든 청중이 일어서서 오랫동안 박수치며 환호하는 것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할리우드 한여름 할리우드 보울 어린이 합창단 연주 시간
2026.09.23. 18:58
물건을 사고 팔 때 가장 먼저 물건의 외양을 보게 된다. 우선 외양이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용하는 감각이 시각인 셈이다. 대인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누구나 잘 보이려 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려 한다. 얼굴을 가꾸고, 외모를 단정히 하는 행위는 바로 자신의 외양을 보기 좋게 만들어 호감을 사기 위함이다. 외양을 가꾸기 위해 좋은 옷을 입고, 화장하고, 심지어 성형수술도 마다치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미소의 힘이다. 미소란 인간만 가진 특별한 능력이다.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동물도 있지만, 이는 얼굴근육의 변화일 뿐이다. 인간은 좋은 일이 있을 때, 타인에게 친근감을 표현할 때, 그리고 행복하고 기분이 좋을 때 미소를 짓는다. 나는 나의 미소를 볼 수가 없다. 그저 느낄 뿐이다. 이는 미소가 남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즉 남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또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미소가 나를 치유하는 보약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귀중하고 효과적인 미소 활용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특히 시니어들은 더 많은 미소가 필요하다. 젊은 세대만큼 외양을 포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만으로도 호감을 갖게 하고, 청년들은 젊고 씩씩한 힘을 발산하고, 장년들은 중후한 안정감으로, 미소를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니어에게 남은 것은 주름진 얼굴, 구부정한 체격, 무심한 표정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런 외양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돌아오는 것은 동정뿐이다. 시니어도 자신을 가꿔 세상으로부터 호감을 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얼굴의 미소다. 세상은 미소 짓는 시니어에 호감을 보이고 동정 대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눈만 마주치면 미소 짓는 미국인들로 인해 당황스러운 적이 많았다. 특히 시니어들의 미소 띤 얼굴을 자주 접했다. 한참 후에야 미국인들이 자주 미소 짓는 이유는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려는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들은 미소가 가진 광고 효과를 본능적으로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미소는 자신의 외모를 예쁘게 포장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시니어들에 미소는 세상의 호감을 얻게 해 주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자신에게는 복을 주는 미소를 아끼지 않을 때, 세상은 서로 호감을 갖고 존중하는 풍요로운 곳이 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열린광장 시니어 미소 미소 활용 동정 대신 광고 효과
2026.09.17. 19:12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다. 그러나 요즘 외국인에게 “미국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패권국은 단순히 강한 나라를 뜻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를 국제 표준으로 정착시키며, 다른 나라들이 그 질서를 강요가 아닌 필요와 신뢰에 의해 받아들이게 만드는 능력이 요구된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자 할 브랜즈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미국이 ‘노쇠하고 위태로운 패권국의 시대(aging, endangered Hegemon Era)’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압도적인 자산을 활용하는 능력이 감퇴했다는 것이다. 안에서는 정치 분열과 재정 부담이, 밖으로는 중국의 부상과 동맹국들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매력과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규칙 제정 능력도 감퇴시켰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세계 질서 수호 의지와 능력, 그리고 자국을 지켜줄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문은 이민이다. 미국은 세계 이민자들이 꿈꾸던 종착지였다. 그러나, 현주소는 ‘차단’에 가깝다. 지난달 연방 법원이 75개국에 대한 이민비자 발급의 전면 중지를 무효화 했지만, 창구는 갈수록 좁아진다. 난민 수용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백인 중심으로 바뀌고, 지난 8월 한 달에만 5만 명 이상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 유학생들은 학업 기간의 체류 대신, 이달 15일부터는 최대 4년에 출국 준비를 위한 30일을 더한 기간만 체류가 허용된다. 졸업 후 실습 취업(OPT)에는 10만 달러의 수수료가 검토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밀히 통합된 경제권이자 오랜 동맹이다. 그런데 미국은 캐나다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무역 압박을 가한다. 지난 7월, 트럼프 1기 때 맺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연례 검토 방식으로 바꿨고, 1930년 제정된 관세법을 꺼내 캐나다 일부 상품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게 많다고 반발했고, 협상은 난관에 봉착했다. 동맹들은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기 시작했다. 패권 유지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AI 투자로 미국 경제는 활기차지만, 연방정부 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었다. 국채 가격은 내리고 채권 수익률(이자율)은 오른다. 미국 국채는 무조건 안전 자산으로 여기던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 투자자들은 재정 위험과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한다. 미국 국채 문제는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졌다. 군사력도 무한하지 않다. 이란전쟁은 승패가 모호한 채 6개월을 넘겼다. 전쟁은 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고,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시켰다. 특히 미국의 요격미사일 소진은 다른 지역에서의 군사 지원 능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패권국의 힘은 단순히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순간 미국에서 무기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동맹국에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독보적인 미국 중심의 시대에서 실용을 좇는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변화가 시작됐다. 중국은 미국의 주도권 견제를 위한 공감대 형성과 세계 무대에서 역할 확대를 위한 지지 확보에 열심이다. 그러나 세계는 중국 쪽으로 전환하기보다 미국에의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전환기에 미국은 힘보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믿고 자발적으로 와서 미국인이 되었다. 이민자와 동맹국이 미국을 믿고 선택했을 때 미국은 가장 강했다. 미국의 힘은 세계를 두렵게 하는 힘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하게 만드는 매력에 있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미국 선택 세계 이민자들 세계 질서 캐나다 협정
2026.09.16. 20:17
인공지능(AI)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류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특이점에 도달하면 모든 문제는 사라지고 인간은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출, 정반대의 의견을 내세우는 학자들 가운데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의 저자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는 ‘초인공지능’의 출현을 주장하며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 인공지능의 기술발전 속도가 변곡점을 넘어서면 인간이 개입하기 어려운 단계로 급속히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초인공지능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 능력은 초인공지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인간과 자원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이론적 대결보다 당장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더 크다. 바로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직업 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AI 가 고장 난 차를 고쳐줄 수 있느냐?”는 도전적인 질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직은 인공지능이 모든 블루칼라의 일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의 무서운 기능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다. 이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란 지도부를 한 번에 폭사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전쟁에 활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큰 문제는 인공지능의 오판으로 참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군의 폭격으로 이란의 여자초등학생 100여명이 참변을 당한 것도 인공지능이 공격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결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며 과학 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따라서 윤리 의식도 박애 정신도 없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 개발 기술이 아무런 규제 없이 발전하게 되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의 출현 그 자체가 신의 섭리에 순응하지 않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인류학자 레리 커즈와일이나 인간의 종말을 주장한 엘리에에 유드코스키든, 미래에 이 두 사람 가운데 한명은 ‘엉터리 학자’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인공지능 찬반론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개발 기술발전 속도
2026.09.15. 18:18
필자는 미국에서 50년을 살았다. 반세기를 타국에서 살았지만 지금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조국은 멀리 있어도 마음에서는 떠난 적이 없다. 전쟁의 폐허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한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부모 세대의 희생과 국민의 땀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재외 동포들에게도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조국이다. 그래서 요즘 조국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정치권의 갈등이 단순한 정쟁을 넘어 헌법과 법치, 삼권분립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까지 흔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입법부가 그렇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만, 다수의 힘이 곧 무제한의 권력은 아니다. 다수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한계가 있다. 그것이 헌법이다. 검찰과 사법부에 문제가 있다면 개혁해야 한다. 권한 남용이나 정치적 편향이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과 제도를 바꾼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 지금인가? 법과 제도의 변경이 특정 사건이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면 그 필요성과 절차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좋은 개혁도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법은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오늘의 여당에 유리한 법이 내일 야당이 되어도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오늘의 권력자가 내일 그 법의 대상이 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것이 법치주의의 기준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정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금은 다수당이지만 다음 선거에선 소수당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헌법과 법치의 원칙을 특정 정권의 이해관계에 맞춰서는 안 된다. 사법부도 성역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묻고 제도를 고쳐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재판과 사법제도를 좌우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제도다. 진정한 개혁은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아야 한다. 특정 세력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원칙도 바뀌는 제도라면 권력의 도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주 한인들이 이 문제를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없는 것도 대한민국이 가난과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자유와 번영을 이룬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흘린 땀과 희생을 기억한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헌법이 살아 있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며, 정권이 선거를 통해 평화롭게 교체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다. 해외에서 조국을 바라보는 동포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권력보다 헌법이 우선하고, 정치적 이해보다 법치가 앞서며, 누구도 권력 때문에 법 앞에서 특혜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나라다.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권력은 잠시지만 국가의 제도는 오래 남는다. 오늘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가 내일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은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다음 세대를 위해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느 정당의 나라도, 어느 정권의 나라도 아니다. 국민의 나라이고 헌법 위에 세워진 나라다. 필자는 지금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조국을 생각하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필자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권력보다 헌법이 강한 나라, 정치보다 법치가 강한 나라, 국가보다 국민의 자유가 존중받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은 다음 세대에도 온전히 남아야 한다. 그것이 반세기를 타국에서 살아온 필자가 조국에 바라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나라 정치 나라 국가 정치적 이해관계
2026.09.13. 18:47
50년 전 유명했던 록밴드 ‘더 후(The Who)’의 리드 보컬리스트 로저 달트리의 콘서트를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친구는 추억을 만들고 음악은 추억을 불러오듯이 과거의 향수가 밀려왔다. 콘서트 관객의 대부분은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백인 시니어가 대부분이었다. 남자 친구끼리의 관객이 꽤 많았다.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될수록 더 좋다는 말처럼 추억의 옛 음악을 다시 음미하기 위해 옛친구와 함께 왔으리라. 이날의 콘서트에서 50년 전의 젊음과 열정보다는 노년의 쇠잔함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은 내 예상을 뒤집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 변함없는 싱싱한 목소리, 여기에 관록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연주와 표현력이 무대를 압도했다. 특히 멤버와 악기 구성이 특이했다. 이런 구상은 연륜이 있어야만 꾸릴 수 있었으리라. 록 콘서트에 아코디온,하모니카, 바이올린를 혁명적으로 참여시키고 백댄서 없이 타악기 연주자의 현란한 동작이 혁명적이라고 할 만했다. 음악에 몰입된 관객들은 나이도 잊은 채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환호가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관객들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나이를 잊은 듯했다. 노년의 삶도 이 무대처럼 색다르게 꾸며 본다면 새로운 젊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음은 이미 떠나 같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시간이 떠난 자리에는 경험에서 얻은 혜안과 성숙함이 자리잡았다. 시니어에게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활동과 사회봉사활동,운동 등으로 시간을 채우며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충만하게 삶을 채색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인 가수 윤형주는 오라는 곳이 있고,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노년의 축복으로 본인은 죽을 때가 은퇴할 때라고 말한다. 석양은 지기 전에 가장 빛이 난다. 시니어가 되니 더 많은 기도를 하게 된다. 기다림과 희망의 기도도 해 보자. 나에게 아직 인생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고. 최청원 내과의사열린광장 콘서트 콘서트 관객 타악기 연주자 남자 친구
2026.09.07. 20:00
어느덧 가을이다. 낙엽 위에 실려 온 이동원의 목소리가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다시 찾아왔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며들 때면 우리 마음은 어김없이 그가 남긴 나직한 읊조림과 담백하고 깊은 울림의 계절로 회귀한다. 이동원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올해로 5년이다. 그는 정호승의 ‘이별 노래’, 고은의 ‘가을 편지’,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천상병의 ‘귀천’등 주옥같은 시들을 특유의 사색적인 음색으로 노래했다. 그의 50년 음악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정점은 역시 1989년에 발표한 ‘향수’였다. 이 곡은 한국 현대 시의 개척자 정지용의 시에 이동원의 집념과 박인수 교수의 용기, 그리고 작곡가 김희갑 선생의 장인정신이 결합하여 탄생시킨 한국 최초의 크로스오버 명곡이자 국민 가곡이다. 이동원과 미주 한인들과의 첫 만남은 7080 포크 음악 열풍이 불기 시작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당시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낭만 포크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동원, 유익종, 이광준, 강인원, 임지훈, 김명상 등 실력파 포크 가수들이 출연한 무대에서 이동원을 공연 마지막 앤딩 가수로 세우면서 우리의 특별한 인연은 시작되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는 가을이면 가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청바지에 재킷, 헌팅캡을 쓰고 불쑥 LA에 나타나곤 했는데 그와 함께 발길을 옮겼던 멜로즈와 실버레이크 거리, 재즈 클럽 ‘The Baked Potato’, 라구나와 베니스 비치의 푸른 추억들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그와 함께했던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향수’ 발표 10주년을 맞이했던 2000년 가을, LA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으로 이어진 미국 5개 도시 순회공연 이다. 공연 기획 과정에서 박인수 교수가 사정으로 합류를 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향수’의 테너 파트 가수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현장의 열기를 한층 더 뜨겁게 달구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감동적인 장면은 ‘향수’ 노래가 끝난 직후 이동원의 리드로 전 관객이 돌림노래 형식으로 부른 김구 작사, 임동창 작곡의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부를 때였다. 가슴을 울리는 선율과 노랫말은 전 관객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준 순회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가인(歌人) 이동원, 그가 사랑한 시와 노래들은 이 가을 낙엽 되어 흩날린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가인 이동원 이동원 유익종 도시 순회공연 가을 편지
2026.09.02. 19:05
최근 어느 방송에서 기후 학자가 기상이변을 설명하면서 인류가 지금과 같은 소비생활을 계속한다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더 많은 곳에서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하면 웃음거리가 되는 분위기다. 국민의 20%만이 에어컨을 사용하고 소형차를 애용하며, 경제적 발전보다는 지구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유럽을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했다고 조롱하는 형편이니 말이다. 지구 탄생 이후 지금까지 다섯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섬뜩한 경고를 가십거리로만 생각해도 될까? 절약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법정 스님이다. 그의 책 무소유는 330만권 이상 팔렸다. 산속 작은 집에 살면서 청빈한 삶이 주는 마음의 평화와 기쁨, 소유로 인해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 들을 담담하게 써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법정 스님이 무소유의 삶을 살며 글을 쓸 수 있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명이 그가 늘 곁에 두고 읽었다는 책 ‘윌든’ 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소로는 매사추세츠의 외딴곳 윌든 호숫가의 4평 정도 오두막에서 자급자족하며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그의 책은 간디 등 많은 인사에게 감명을 주었다. 법정 스님은 윌든 오두막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 그가 소로에게서 물질을 소유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다면, 오하이 밸리의 지두 크리스나무리티에게서는 정신적으로 홀로 서서 주체적으로 진리를 찾고 다른 사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가 불교에 안주하지 않는 구도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나무리티의 사상적 배경을 마음에 두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크리스나무리티는 인도의 브라만 출신으로 어린 시절 영국에서 교육받고 20대였던 1922년부터 1986년 타계할 때까지 오 하이 밸리에 거주하며 명상과 집필, 강연 활동을 했다. 또 명사들과의 대담을 통해 그의 사상을 전파했다. 그의 집 커다란 후추나무 아래에는 강연장이 있었고, 그곳은 명사들과의 대담 장소였다. 그는 오하이 밸리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좋아했다. 그는 기존의 권위, 종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고, 깊은 명상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나를 남과 비교하거나 이상적인 나와 비교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법정 스님은 오하이 밸리의 노을을 보며, 과거를 붙잡지 말고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라는 그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느끼고 수많은 오렌지 나무 속에서 고독과 함께 하는 체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누구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잠깐 삶에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변화 법정 스님 지구 탄생 사상적 배경
2026.09.01.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