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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감시 사회' 우려 낳는 SNS <소셜미디어> 검색 시스템

지난해 서울 주재 미국 대사관은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모든.한국인은 소셜미디어(SNS) 주소를 공개하라”고 공지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는 AI(인공지능)을 이용해 비자 및 이민 신청자의 SNS를 검색하고 분석한다. 만약 비자 신청자가 미국 정부 또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을 SNS에 쓴 경우, 비자 심사에 참고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미국 정부의 ‘AI 분석과 감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민 OS’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이민업무 처리 도구가 아니라, 국세청(IRS)의 납세 기록, 건강보험 정보, 푸드스탬프 등 사회복지 수혜 내역, 국경 출입국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통합 감시 인프라’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비시민권자’만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민 신청 후원자의 생체정보 수집, 식량 지원 프로그램 수혜자 추적, 관계망 분석을 통한 ‘생애 패턴’ 재구성을 목표로 한다. 감시의 그물은 이미 시민권자의 일상으로도 스며들고 있다. 그 결과 이민자들은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의료기관 방문을 주저하게 되고, 복지 서비스 신청도 지레 포기하게 된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권리를 찾지 못하는 이른바 ‘위축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민서비스국의 AI 감시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감시 인프라는 처음에는 특정 집단을 겨냥해 시작되지만, 일단 구축이 되고 나면 그 범위와 용도가 확장되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이민자 단속용으로 만든 시스템이 시위 참가자 추적에 쓰이고, 국경 관리 기술이 도심 감시에도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통제 아래 사용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억압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민서비스국 감시 시스템은 한인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가 2030년으로 예정된 인구조사(센서스)에 한인 등 이민자들의 참여율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AI감시가 계속된다면,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 정보가 포함된 센서스 기록이 나중에 이민 단속 등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1941년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 시민권자들을 격리, 수용하면서 센서스 기록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센서스 기록은 절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약속해왔지만, AI 감시 시스템 도입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이 ‘감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더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할수록 시민의 신뢰는 오히려 줄어든다. 투명성 없는 데이터 통합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되면 의료 서비스를 회피하는 이민자 가정, 복지 혜택을 포기하는 저소득층, 인구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혼합 신분 가구들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감시 강화가 오히려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 수집을 방해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의 감시는 이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번 구축된 AI 감시 인프라는 언제든 그 대상을 바꿀 수 있다. 오늘 ‘그들’을 겨냥한 시스템이 내일은 ‘우리’를 향할 수 있다. 이를 막는 방법은 투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AI를 이용한 이민자 감시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이종원 변호사열린광장 소셜미디어 시스템 감시 인프라 통합 감시 사회복지 수혜

2026.03.1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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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인 월드컵준비위’ 출범에 거는 기대

LA 한인 사회가 늦은 감은 있지만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LA 한인 준비위원회’가 공식 발족한 것이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을 앞두고 미주 한인 이민사의 중심지인 LA에서 동포 사회가 하나의 이름 아래 모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준비위원회의 출범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단계다. 아직 구체적인 활동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LA 한인 사회는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반복해 왔다. 사람들은 뜨겁게 모였고 거리에는 태극기가 넘실댔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공동체의 열기도 빠르게 식어 버렸다. 열정은 있었지만 구조는 남지 않았다. 축제는 있었지만 공동체의 자산으로 축적되지 못했다. 그 결과 한인 사회는 잠재력은 크지만 영향력은 약한, 분산된 커뮤니티로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철저한 전략과 계획을 세울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만약 이번 준비위원회가 ‘월드컵 응원 조직’으로 끝난다면 또 한 번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2026년 월드컵은 역사상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는 초대형 행사다. 그리고 LA는 그 중심 도시 가운데 하나다.   이 거대한 글로벌 이벤트는 한인 사회의 경제력과 문화적 영향력을 주류 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동시에 단체와 세대를 하나로 묶는 ‘커뮤니티 재편’의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준비위원회는 응원 행사를 준비하는 조직을 넘어 한인 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월드컵 응원은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공동체의 결속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것은 ‘우리끼리의 축제’에 가까웠다.   2026년은 달라야 한다. 월드컵 기간 LA에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축구 경기만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음식, 거리와 사람들을 경험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흐름 속에서 한인타운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파급력은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준비위원회는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월드컵 기간 한인타운을 ‘K-커뮤니티 페스티벌 존’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K-푸드와 K-팝, K-뷰티, 한국 전통문화, 한국 관광 콘텐트를 결합한 거리 축제를 연다면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한인타운을 찾게 될 것이다. 한인 식당과 카페, 호텔, 소매업체들은 월드컵 경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또한 한인타운의 활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월드컵 기간 형성된 문화적 경험이 행사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한인타운의 브랜드화 전략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주류 사회와의 협력이다. LA는 거대한 도시다. 대형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시 정부와 경찰국, 소방국, 교통국 등 다양한 기관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준비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준비위원회는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공식 파트너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치안, 교통, 공공장소 사용, 행사 관리 등 다양한 행정 문제는 단일 창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조율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요구만 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책임 있는 시민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행사 이후 거리 정리와 안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주류 사회 역시 한인 커뮤니티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신뢰는 월드컵 행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한인 사회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월드컵을 또 한 번의 축제로만 소비하고 끝낼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의 미래를 바꾸는 역사적 기회로 만들 것인가. 그 답은 준비위원회가 어떤 비전과 전략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 여름 LA에 울려 퍼질 한인들의 함성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미주 한인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로 다시 서는 대통합의 선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박철웅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월드컵준비위 한인 한인 준비위원회 한인 사회 미주 한인

2026.03.15.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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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삼월이 왔다. 강남 갔던 제비들이 춤을 추고 노래 부르면서 날아오는 계절이다. 하지만 날씨는 봄철인데 사람 사는 것은 아직도 추운 겨울 같다.     미국에는 삼월에 관한 세 가지 속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삼월의 처음 사흘 동안엔 괜찮은 일이 일어나도 썩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월 1일은 네브라스카가 37번째 주가 된 날이고, 3월 2일은 텍사스가 멕시코에서 독립한 날이다. 그리고 플로리다는 3월 3일에 미국의 27번째 주가 됐다. 그런데 이런 속설의 영향인지 이들 주는 해당 날짜에 큰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    3월에는 역사적 사건도 많았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인 1770년 3월 5일 영국군과 보스턴 시민과의 충돌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보스턴 학살사건으로 부르지만 일부 역사학자들은 군민충돌사건으로 보기도 한다. 영국군을 싫어한 보스턴 시민 50~60명이 파수병을 공격한 데서 사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공격을 받은 영국군은 토마스 프레스톤 대위의 지휘로 시민들을 향해 발포, 현장에서 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이후 부상자 가운데 2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그런데 3월 하순엔 훌륭한 한 인물이 나타나 명언을 남긴다.  미국의 정치가며 법률가인 패트릭 헨리는 1775년 3월23일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는 명언을 남긴다. 하지만 헨리가 이 말을 했다는 실제 기록은 없으며, 다만 윌리엄 와트가 쓴 헨리의 전기에만 있을 뿐이다. 1736년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헨리는 정식 학교 교육은 많이 받지 않았지만 부친에게서 훌륭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헨리는 많은 공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의 다 사양했고 버지니아 주지사만 세 차례 역임했다.  헨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United we stand,  devided we fall)”는 말도 남겼다.    한국에서 삼월에 가장 유명한 것은 3·1 운동이다. 당시 일제는 여러 지방에서 양민을 학살했다. 강서학살사건, 맹산학살사건, 사천학살사건, 밀양학살사건, 남원학살사건, 정주학살 사건 등이다.    삼월에는 안타까운 이름도 떠오른다. 한국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 (1900-1930) 이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휘문고교를 중퇴하고 미국인 비행사의 시범비행을 보고 1918년 3월에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오사카 자동차학교를 거쳐 아싸보 비행기 제작소에서 비행기 제작법을 배우고 오꾸리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익혔다. 그리고 1921년 비행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1922년 일제의 감시와 억압 속에서도 고국 방문 비행에 나서 민족의 자긍심을 높였다.     끝으로 3자가 들어간 낱말 ‘삼저호황(三低好況)’은 언제 또 우리를 찾아와 미소 짓게 해줄지 모르겠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정이월 밀양학살사건 남원학살사건 강서학살사건 맹산학살사건 보스턴 학살사건

2026.03.1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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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AI 코드 에이전트, 산업 질서를 흔들다

지난 2월, AI(인공지능)가 산업 구조를 뒤흔들자 월스트리트가 떨었다. 연초에만 해도 월가는 AI 낙관론에 들떠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AI 발전 속도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른바 ‘AI발 공포 매도’의 진원지로 앤트로픽이 지목됐다. 앤트로픽(Anthropic)이 2월 초부터 업무 자동화 도구를 연이어 출시하며 AI의 지식 노동 영역 대체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2월 9일, 투자자이자 스타트업 CEO인 매트 슈머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AI의 발전 속도가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은 순식간에 8000만 뷰 이상 공유되면서 AI의 영향력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     이 후 위기론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22일 시트리니(Citrini) 리서치가 ‘2028년 지구적 지능 위기’ 보고서를 통해 2년 후의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I 확산으로 화이트칼라 실업률이 10% 이상 치솟고, 소비 없는 성장의 악순환과 경기 위축, 그리고 신용 리스크가 겹쳐 기존 산업 시스템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가상 보고서 역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6일에는 핀테크 기업 블락의 창업자 겸 CEO 잭 도시가 직원의 40% 감원을 발표하며 1년 이내에 대부분의 기업이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음 날, 신용 위기 우려 등으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금융권과 자산 운용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며 2월이 마감됐다.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수익 지속성을 흔들자 수혜주들이 순식간에 피해주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권력의 이동에 있다.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서비스는 모두 소프트웨어의 힘인데, AI 에이전트가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개발 능력을 부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역사적 변곡점이 2월 5일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오픈AI는 ‘GPT 5.3코덱스’를 발표했고, 앤트로픽은 고난도 추론과 코딩에 특화된 ‘클로드 오퍼스 4.6’을 공식 출시하며 AI 코드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코드 AI 사용자들이 특히 클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AI와 인간이 한 팀처럼 협업하는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플랫폼 덕분이다. 코워크는 지식 노동자의 중앙 두뇌이자, AI 에이전트들의 공동 작업실 역할을 한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로 기능을 확장하는 플러그인 도구가 추가되면서, 사용자는 마치 팀장처럼 법률, 경영, 회계, 채용, 엔지니어링, 보안, 데이터 분석 등의 전문가를 불러내 자유자재로 협업할 수 있다.     ‘클로드 코드’를 활용하면 50년 경력의 프로그래머가 두 달 걸리던 코딩 작업이 이틀 만에 끝난다고 한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코드 문외한도 AI의 도움으로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말이다.     코드 문외한인 필자 역시 클로드 AI를 통해 주식 11개의 변동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의 주가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어 그 위력을 실감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유용함 뒤에 도사린 그림자는 공포스럽다. 앤트로픽이 새 플러그인을 출시할 때마다 관련 산업의 기업들은 주가가 곤두박질친다. 재무 분석 및 전략 리서치 플러그인은 수천 시간짜리 업무를 수 초로 압축 가능해 컨설팅, 리서치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으며, 오래된 ‘코볼(COBOL)’ 언어의 현대화 플러그인이 발표된 직후 IBM 주가는 26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이를 다룰 사회적 합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AI의 통제 가능성을 묻기 전에 먼저 통제의 의지가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에이전트 코드 소프트웨어 산업 산업 구조 ai 에이전트

2026.03.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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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전쟁의 그림자와 김정은의 오만

요즘 중동 하늘 위로 드리운 전쟁의 먹구름은 세계인의 마음까지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하고, 이란의 고위 지도자들이 제거되었다는 소식은 세계를 다시금 전쟁의 문턱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이 보복의 칼날을 세우면서 전면전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총성이 오가는 곳마다 국제 질서는 흔들리고, 세계 경제는 출렁이며, 무고한 시민들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진다.   전쟁은 시작은 있어도 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전쟁은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그 끝은 참혹한 상처로 남는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겉으로는 호기롭다 하나 지도자의 속마음까지 담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는 수없이 이를 증언해 왔다. 그럼에도 인류는 또다시 같은 길목에서 갈등과 오만, 불신의 언어로 서로를 겨누고 있다.   한반도 북녘에서는 김정은이 핵무력을 내세워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마치 그 어떤 외부 세력도 감히 넘볼 수 없다는 듯한 태도다. 그러나 힘으로 쌓아 올린 담장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위협은 또 다른 위협을 부르고, 공포는 결국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는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장면은 그의 어린 딸 김주애의 공개 행보다. 가죽 외투 차림으로 군부대를 방문하고, 기관총 사격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은 세계인의 눈에 낯설고도 씁쓸하게 비친다. 아직 또래 친구들과 뛰놀고 배움에 힘써야 할 나이에, 황제와 공주의 상징처럼 정치의 전면에 서 있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깊은 우려를 낳는다. 어린 마음이 권력의 무게를 짊어진 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게 된다면, 그 종착역은 어디일 것인가. 권력은 단련된 이성 위에 놓여야지, 상징과 과시에 의해 세습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공갈과 협박은 여전히 거칠다.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도 거친 언사로 응답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위협적 행동은 체제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상은 불안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그러나 강한 안보 위에 서 있는 평화, 굳건한 대비와 냉철한 판단이 있을 때, 도발은 힘을 잃는다. 진정한 강함은 절제에서 나오고, 진정한 지도력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서 증명된다.    소위 참수의 그림자는 단지 한 나라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권력자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국제 사회가 공유해야 할 교훈이다. 세습의 교만과 두려움 위에 세운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북녘의 존엄이라 일컫는 오만으로 다져진 체제 또한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낳는 악순환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상처를 봉합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세습 권력의 불장난과 군사적 과시가 더 이상 국제 사회를 긴장 속에 몰아넣지 않기를 바란다. 힘의 언어 대신 평화의 언어로, 오만 대신 책임으로 돌아와야 한다.   전쟁은 결코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평화 또한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지도자들이 분노가 아닌 이성으로, 야망이 아닌 양심으로 결단하기를 소망한다. 더 이상의 피 흘림이 아니라, 인류의 존엄과 미래를 지키는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전쟁의 먹구름 아래 역사는 힘을 과시한 지도자보다, 절제와 이성으로 평화를 지켜낸 지도자를 더 오래 기억하고 존경한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열린광장 김정은 그림자 고위 지도자들 세습 권력 군사적 과시가

2026.03.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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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다수의 힘,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이재명 정부의 여대야소 정국은 강력한 추진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힘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다수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힘이 곧 제한 없는 권한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굵직한 법들을 빠르게 통과시키고 있다. 이른바 ‘사법 3법’을 비롯해 상법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방송 관련 법안 등이 연이어 처리되며 국가 시스템 전반에 변화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 기능과 상고 구조를 재설계, 사실상 ‘4심제’에 가까운 사법 체계를 사법 질서 전반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개혁은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개혁이 헌법적 균형 위에 서 있는지 점검하는 일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사법 3법’은 검찰 권한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 확대, 사법 통제 장치 재설계를 골자로 한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취지는 분명하다. 검찰 권한 집중에 대한 문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얻어왔다. 그러나 사법 구조 재편은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특히 사실상 ‘4심제’로 불릴 수 있는 구조 개편 논의는 사법 절차의 안정성과 신속성, 그리고 권한 배분의 원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판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 정의의 확대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분쟁의 장기화와 사법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법부는 정책을 보조하는 기관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제도 변화의 방향이 권한의 분산인지,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인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상법 개정 역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목표로 한다.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으로 경영 판단에 대한 사후 책임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의사결정이 위축되고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경쟁의 환경에서 기업의 신속성과 자율성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개혁은 균형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노란봉투법 또한 노동권 보호 명분이지만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산업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노사 관계의 균형은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화한다고 유지되지 않는다. 법은 갈등을 완화하는 장치여야지, 갈등을 구조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도 그렇다.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다수 의석으로 몰아붙이면 또 다른 편향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해 온 복지 확대와 공공 주도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취약 계층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과 세대 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곤란하다. 문제는 정책의 선의가 아니라, 그 선의가 권력 집중 구조로 이어지는지 아닌지다.   역사는 이를 경고한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집권 후 개혁을 내세웠지만, 사법부 재편과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견체 장치가 약화하면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대한민국은 다르다고 믿는다. 그러나 다수 권력이 헌법적 경계를 반복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예외일 수 없다.   미주 한인들은 권력 분산과 견제의 원리를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미국의 행정부·의회·사법부는 긴장 관계 속에서 서로를 통제한다. 제도의 신뢰는 바로 그 균형에서 나온다. 어느 한 기관도 절대적 권한을 갖지 못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민주주의를 지탱한다.   모국의 변화는 해외 동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 변화와 같은 구조 변화는 국가 신뢰도와 투자 환경, 재외동포의 위상과도 직결된다.     이는 특정 진영에 대한 지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주목하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개혁이 권력을 나누는 방향인지, 모으는 방향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입법 과정에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가, 시장과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고 있는가.   선거는 권력을 위임하지만, 헌법은 그 권력을 제한한다. 다수의 힘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힘은 언제나 헌법 아래 있어야 한다. 미주 한인 사회가 깨어 있는 시선으로 이를 지켜볼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다수 허용 사법 구조 다수 의석 헌법재판 기능

2026.03.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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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단병접전(短兵接戰)과 2월

단병접전(短兵接戰)이란 말은 짧은 병기를 가지고 적과 맞붙어 싸운다는 뜻이다. 이 말은 전쟁이나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물과 견줘 봤을 때 약하거나 부족한 것 같지만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아마도 한 해의 두 번째 달, 곧 ‘2월’ 이 좋은 보기가 될 성싶다.    2월은 날짜가 28일밖에 안 되는 달이지만 많은 유명인이 태어났고 큰 사건도 많았다. 2월을 일컫는 영어 이름 페브러리(February)의 본디 뜻은 ‘깨끗하게 한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페브루아(februar)에서 비롯되었다. 기원전 700년 로마 총통 폼필리우스가 열 달밖에 없던 달력에 두 달을 더 붙여 열두 달로 만들고 맨 끝 달의 이름을 페브러리라 불렀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가다듬고 새해를 맞이해야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기원전 46년에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첫 달이었던 마치(March) 앞에 제누어리(January) 와 페브러리를 덧붙여 맨 끝 달이었던 페브러리가 둘째 달이 되었다.      2월은 단병접전의 좋은 예로 다른 달보다 날짜가 적지만 뛰어난 인물이 많이 태어났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노예해방을 이룩한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9대 W.H. 해리슨, 그리고 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생일도 2월이다.      음악가들도 많이 태어났다.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와 메리언 앤더슨,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 작곡가 조지 헨델,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등이다. 천문학자 갈릴레오, 철학자 찰스 다윈, 작가 빅토르 위고, 화가 그린 우드,  연극배우 존 배리모어,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등도 이달 태어난 인물들이다.       2월의 이름처럼 이 세상엔 깨끗하게 되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영국은 17세기까지 국교인 잉글랜드 국교회(성공회) 이외에는 종교활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영국인이 종교의 자유를 부르짖으면서 자신을 ‘청결한 교인’이란 의미로 ‘퓨리턴’ 이라 불렀다. 이 퓨리턴들 가운데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 땅으로 건너온 개신교 교인들이 바로 그 이름난 ‘필그림’들이다.      우리는 짧은 달 2월을 통해 아무리 업신여김을 받는 사람이나 푸대접을 받는 사물이라도 그 속에 깨끗한 정신이나 특성이 스며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새봄을 맞아 굴속에서 뛰쳐나와 힘껏 기지개를 켠다는 ‘그라운드 호그 데이(Ground-Hog Day)’의 마멋처럼.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잉글랜드 국교회 영어 이름 천문학자 갈릴레오

2026.02.2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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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다시 40일의 갈보리산 묵상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을 출발점으로 40일의 사순절(The Lent)이 지구촌 곳곳에서 시작됐다. 인간의 실체가 재에서 시작되어 재로 돌아감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시작되는 묵상의 계절이다.     쉽지 않은 받아들임이다. 분명 재에서 시작된 몸이지만 숨 잘 쉬고, 음식 잘 먹는 잠시의 영화로운 모습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해 동안 40일 만이라도 우리의 유한한 실체를 인정하고 다음의 영적 여정을 묵상함은 무의미한 형식을 벗어버리고 변혁적인 안목을 습득하는 훈련이다.       사순절은 갈보리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향한 영적 순례다. 예루살렘에 가면, 솔로몬의 성전터에서 갈보리산을 향한 순례 도보를 한다. 그 성전터가 성서의 아브라함이 그의 영성을 형성하게 된 가장 큰 훈련터였기 때문이다.     그의  여정은 노년에 얻은 외아들 이삭과 연결된다. 장성한 이삭을 살리기 위해 준비된 희생양의 죽음을 보고 아브라함이 모리아산을 내려오게 된 것은 그의 천로역정에서 언약의 재확신을 준 경험이라 하겠다.   그 후 수세기가 지나, 성서는 바로 그 예루살렘 성문 밖 갈보리산에서 그리스도의 희생적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기록했다. 모든 사람을 위해 준비된 희생적 ‘어린 양’의 모습이다.     다시 시작된 모리아산까지 40일간의 여정, 그리고 갈보리산까지의 여정 묵상은 재로 시작해서 재로 돌아가는 우리 실체와 부르신 새 삶의 음성을 듣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사순절 묵상은 결코 현재의 영화로운 모습을 무의미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새 삶을 위해 성육신하신 주께서 우리의 영혼을 향해 울리는 음성을 듣는 계절이 되길 바란다.       AI(인공지능)의 발전 등으로 현대를 ‘새로운 기계문명의 시대(New Age of Machines)’라고 부른다. 이런 변화는 더는 인간의 실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부모님 묘소에 밸런타인데이 꽃다발을 드리고 오면서 자존심으로 버티기보다는 주어진 새 삶과 광야 여정을 묵상하기로 다시 결심했다.     성서에서 인간을 향한 말씀을 다시 본다. “보라 주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사 주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게 하셨는가.”   우리 모두의 계속되는 순례 여정에서 모든 한인 가정과 사업체들에 이번 40일간의 묵상이 이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임상목회교육 디렉터열린광장 갈보리산 묵상 갈보리산 묵상 갈보리산 그리스도 여정 묵상

2026.0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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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스물여섯 조각의 미덕

매년 늦은 여름이면 미동부 해안의 끝자락 뉴욕 허드슨강의 계곡과 연결된 허드슨 캐년에 참치 무리들이 먹이볼을 찾아온다.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의 먹이볼이 형성되어 참치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원래 미동부 해안은 어획량이 풍부하고 다양한 어종들이 서식하는 바다로 참치 철이 시작되면 너도나도 많은 낚시꾼이 모여든다. 참치 무리가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물의 흐름과 온도를 수시로 측정하며 그들의 이동상태를 점검한다.     모두가 큰 기대를 하고 먼 길을 떠난다. 각자 기호에 맞는 장비와 자기만의 노하우를 준비한다. 한밤중의 무리를 기대하고 떠나는 팀과 낮과 저녁노을의 시간대를 선호하는 팀들이 있다. 지난해는 상황이 너무 좋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오늘은 26명이 롱아일랜드 프리포트에서 출발하는 선박에 올랐다. 모두 반가운 꾼들의 만남이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 승선했다. 거의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그래도 예측할 수 없었다. 푸짐한 음식과 다양한 음료수를 즐기며 바늘을 매는 사람, 지깅과 파핑, 기타 등등 만반의 준비도 해야 되고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밤새도록 새우잠이라도 자야 한다.     일행 중에 두 젊은 남자가 자리가 없어서 서성거리며 자리를 찾고 있었다. 나의 자리 일부분을 서슴없이 양보했다. 그들의 복장과 준비물을 살펴보니 초보자들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전부가 새것들로 무장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낚시도 참치도 처음이란다. 문득 떠오른 미국인들의 속담 ‘Beginner is winner’란 말이 생각났다. 네가 오늘의 승자가 될 거라고 그들에게 말했다.     선박은 밤새도록 대서양을 흔들며 어둠 속 깊은 곳에 도착했다. 모두가 승자의 꿈을 꾸었다. 선장과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 칠흑의 밤 밝은 조명의 불을 밝힌다. 한밤중 허드슨 캐년의 촛불들이 여기저기에 나름대로 행운의 자리를 잡고 닻을 내리고 고등어, 오징어, 정어리, 넙치 등의 미끼를 내린다. 현장의 산 오징어를 잡아서 사용하면 훌륭한 미끼다. 선장의 안내 방송(참치의 위치, 깊이 등)에 따라서 바늘을 내리고 밤을 새운다.   오늘 밤은 참치의 입질이 없었다. 때로는 대형 상어가 물고 늘어지는 싸움과 황새치들을 잡는 긴 싸움이 있고 특히 하늘을 향해 날듯이 물 밖으로튀어나오는 모습은 장관이며, 특별손님으로 찾아오는 참다랑어, 눈다랑어는 모두 초대형으로 100파운에서 1000파운드가 넘는데 규정이 무척이나 까다롭다. 특히 참다랑어는 선박에 사람 수 관계없이 한 마리만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생선 미식가들의 기호품이다.     오늘은 미끼, 지깅, 파핑, 드리핑 방법을 총동원했다. 마지막으로 저인망 상선을 따라가면서 바늘을 물 위로 띄우며 쫓아가는 방법(작은 생선들이 그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참치가 따라가며 먹는다)으로 바늘과 미끼를 흘린다. 저인망선의 뒤를 따르며 많이들 잡는다. 한데 오늘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순간 “Fish on”이라고 누군가 소리쳤다. 물고 늘어진 15여 분 동안의 줄당기기 힘자랑이 끝나고 드디어 무척이나 큰 황다랑어를 갑판 위로 올렸다. 25명은 모두 그와 참치를 보며 부러워했다. 참치는 최후의 마침표로 꼬리로 갑판을 때리며 대서양과의 하직을 고했다. 바로 그 젊은 두 사람이었다. ‘Beginner is winner’란 말이 적중했다. 그는 매우 흥분되어 기분이 최고로 상승하여 기쁨의 악수를 하며 나의 말이 맞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고 오늘의 승자는 결정되어 25명은 허공 속에 대서양의 바람을 접었다.     회항 길에 모두 한판 승부를 승복하고 항구에 도착했는데 26명의 손은 빈손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 독식을 하지 않고 26조각으로 다듬어 한 조각씩 모든 손에 쥐여 주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 젊은이의 미덕이 대서양의 바람을 더욱더 훈훈하게 했다.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간 아름다운 바다의 노숙자들이었다. 오광운 / 시인열린광장 조각 미덕 낚시도 참치도 오징어 고등어 고등어 오징어

2026.02.10. 20:53

[열린광장] 캘리포니아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것

캘리포니아는 이민자의 주다. 전체 인구의 약 27%가 외국 출생자다. 농업 노동자 중심이던 캘리포니아의 이민은 난민 유입을 거쳐 기술 이민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오늘날 이민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과거와 다르다. 법적 지위 불안과 경제적 취약성, 차별과 서비스 접근 제약 등으로 기본적 삶조차 힘들어졌다.       40여년 전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LA는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안정적인 곳이었다. 무엇보다 이웃 간에 온기가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묵직한 유대감이 존재했다. 적어도 1992년 4월 29일, 도시가 불길에 휩싸이기 전까지 내게 LA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미국’이었다.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약속의 땅이었다. 온화한 기후에 경제적 번영, 그리고 노력하면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공유되었다.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중심이었고, 센트럴밸리는 풍요로운 농업 지대였으며, 남가주는 영화, 음악, 항공, 우주 산업이 집약된 활기찬 공간이었다. 수많은 이민자가 이곳에서 일하며 세금을 냈다.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문화적 뿌리를 지키면서도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40년간 캘리포니아는 빠르게 변했다. 인구는 2600만 명에서 4000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고, 주택 가격과 생활비는 중산층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높은 세금과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과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전국 홈리스의 약 28%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한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타 주로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 부담은 이민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뼈아픈 변화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미국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인종 차별과 공권력 남용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듯하다. 지난해 6월부터 ICE(이민세관단속국)와 CBP(세관국경보호국) 무장 요원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을 명분으로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다. 마치 4·29 폭동 당시 LA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폭동 때는 공권력 부재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과도한 공권력이 문제다. 단속 요원들은 막대한 예산과 면책특권은 물론 안면 인식, 데이터 공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은 부족하다.     그 결과, 이민자 사회의 동요는 물론 오인 체포와 과잉 단속으로 인해 시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급습 단속이 잇따르면서 지역 경제 위축 현상도 나타난다.       이제는 합법 체류자나 시민권자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법원마저 마구잡이 체포와 구금, 그리고 인종적 배경을 근거로 한 단속에 사실상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는 공권력 행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이민 역사는 반복됐다. 1920년대 배척 이민법 시대가 있었고, 1965년 이민 개혁 이후엔 15년간의 황금기가 있었다.     국경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를 명분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4·29 폭동의 도화선이 된 영상 하나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듯, 오늘날에는 시민들의 휴대폰 카메라가 진실을 전해주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가장 포용적인 주 가운데 하나다. 다른 주들이 이민자 배척법을 강화하는 동안, 캘리포니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민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지역 기관의 창업 지원과 다중언어 공교육이 그 좋은 사례다. 인종적 다양성과 다문화에 대한 관용은 캘리포니아의 주요 성장동력이다.     정치적 흐름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공권력은 부재도, 남용도 공동체를 위태롭게 한다. 이 균형을 지켜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캘리포니아 주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캘리포니아 이민자 오늘날 이민자들 캘리포니아 전역 공권력 부재

2026.02.0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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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LA다운타운에 울려 퍼진 ‘동맹의 함성’

지난달 LA다운타운에 있는 크립토닷컴 아레나(구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LA 킹스와 뉴욕 레인저스의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날 경기장에는 한인 사회의 뿌리와 자긍심, 그리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새기는 뜻깊은 순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은 킹스 구단 측이 한인 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위해 마련한 ‘K-타운 나이트(K-Town Night)’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먼저 경기 시작 전 한인 시니어 하모니카 팀이 미국 국가를 연주해 현장을 잔잔한 감동으로 물들였다. 관중들은 시니어 하모니카 팀의 연주라는 다소 생경한 모습에 놀라면서도 곧 그 진중함에 매료됐다.     그러나 감동의 정점은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제복을 입은 3명의 6·25 참전용사들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화면에 노병들의 모습이 보이자, 경기장은 일순간 거대한 함성의 파도로 휩싸였다. 경기장에 모인 2만 명 가까운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깊은 존경을 표하는 장면은 전율 그 자체였다.   짧은 시간 동안의 등장이었음에도 그 함성에는 시간이 고여 있었다. 관중들의 환호에는 75년 전, 한반도에서 피와 얼음의 전장을 함께 지켰던 동맹국에 대한 감사, 그리고 살아남아 노병의 모습으로 다시 미국인들 앞에 선 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경의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전광판 아래에 서있던 3명의 노병은 잠시 얼굴을 숙이며 관중에게 거수경례로 답례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날 관중들의 환호는 하모니카 연주팀과 노병들만을 위한 응원의 함성은 아니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에 흐르는 우정과 신뢰, 그리고 동맹의 심장박동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인 시니어 하모니카 팀이 연주한 곡은 미국 국가였지만, 그 음색 안에는 한국인의 진심이 스며 있었고, 노병들의 등장은 두 나라가 피로 맺은 동맹 관계라는 역사적 현실을 재현해냈다.   경기가 끝난 후의 장면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경기장에 남아있던 팬들은 노병들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며 “참전에 감사한다(Thank you for your service)”라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고, 혹은 말없이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곳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6·25 한국전쟁의 기억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인 사회에도 이날은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미국 땅에서 한인 사회의 존재가 단순한 이민자 커뮤니티를 넘어,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6·25 참전용사들에게는 늦게나마 찾아온 명예로운 시간이었고, 차세대들에는 ‘한미동맹이 왜 소중한가’를 직접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우리는 종종 역사를 책에서 찾으려 하지만, 그날 크립토탓컴 아레나에서는 역사와 현재가 한순간에 겹쳐지는 특별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3명의 노병이 서 있었다. 그들의 걸음은 느렸지만, 관중의 박수는 뜨거웠고, 그 감동은 오래도록 남아 LA의 밤을 밝혀주었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열린광장 la다운타운 동맹 하모니카 연주팀 지난달 la다운타운 시니어 하모니카

2026.02.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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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참새의 노랫소리와 예술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소나무 가지 위아래로 참새 몇 마리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마치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었다.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참새들은 좀처럼 이 소나무를 찾지 않는데 오늘은 뜻밖에도 여러 마리가 춤과 노래 선물을 안겨주니 고맙기만 하다.   여기서 새삼 예술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예술이란 넓은 뜻으로 사람이 하는 어떤 기술, 곧 피아노 연주는 물론 육교 또는 잠수함을 만드는 것도 일컫는다. 이 기술이 인간의 정신과 하나가 됨으로써 비로소 아름다운 예술이 되는 것이다.     이런 예술에 대해 특이한 이론을 제시한 인물이 있다. 바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명언을 남긴 의술의 조부 히포크라테스다. 히포크라테스는 예수보다 400년 앞선 시대에 의술 활동을 펼쳤다. 그는 특이하게 질병은 자연이 원인인 탓에  “자연이 바로 질병의 의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의술을 논할 때 종교적인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또 예술은 어느 특정한 부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다 예술의 바탕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은 한 마디로 인생 철학이다. 그는 사람을 사랑하면 거기에 예술이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히포크라테스의 예술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인 셈이다. 다만 많은 이들이 본인도 예술인임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 전 내 목회생활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나는 강단에서 설교할 때 사람을 사랑하라고 외쳤는데 이것도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술을 더 사랑하는 뜻에서 성가대 지휘, 독창 및 피아노 반주도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엔 한인 시니어가 150명이 넘고 한인친목회라는 모임도 있다. 그리고 내 아내 윤인선은 10년 넘게 이 모임의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으니 멋진 예술 활동을 하는 셈이다    자신의 삶에서 어떤 예술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또 사람들의 삶에서 어떻게 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있는지도 살펴보자.      한국의 한 식당에서 맛있게 국수를 먹던 손님이 주인에게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식당 주인은 많은 국숫집에서는 국수를 만들 때 밀가루에 소금이나 다른 조미료를 넣어서 만들지만 본인은 밀가루와 물만 사용해 국수를 만든다고 대답했다. 식당 주인은 밀가루와 물만으로 멋진 예술품을 만들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예술은 길다고 했지만 “기회는 금세 사라진다(Opportunity is fleeting)”는 말도 했다. 짧은 인생을 값지게 사는 방법은 예술을 남겨 놓는 것임을 말한 것이다.   오늘 아침 참새들이 찾아와 노래를 부른 까닭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노랫소리 참새 예술 활동 예술 작품 의술 활동

2026.02.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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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독립운동가 김종림 선생 53주기 추모식

공군전우회는 지난 23일 미주 한인 독립운동가인 김종림 선생의 53주기 추모행사를 가졌다. 고인이 잠들어 있는 LA 인근 잉글우드 묘역에서 치러진 이 날 행사에는 많은 관계자가 참석해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올해는 한인 이민 123주년이 되는 해로 매년 1월 13일 기념식을 갖는 ‘미주 한인의 날’도 있어 의미를 더했다.       독립운동가인 김종림 선생은 1886년 한국에서 출생, 노동이민자로 하와이에 정착했다. 이후 1907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공립협회 활동을 시작했으며 일제가 한국을 강제로 병합하자 미주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다.     특히 김종림 선생 하면 떠오르는 것이 ‘윌로우스 비행학교’다. 김종림 선생은 1919년 무렵 캘리포니아에서 쌀농사로 거부가 됐다. 그는 이런 재력을 바탕으로 당시 미국을 방문한 상해임시정부의 군무총장(국방부장관) 노백린과 함께 1920년 7월5일 북가주에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설립했다. 독립운동을 위한 전투 조종사 양성이 목적이었다.     비록 원하는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윌로우스 비행학교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 공군은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공군의 상징적 기원으로 삼고 교육하고 있다. 당시 상해임시정부의 조국독립운동일환으로 설립된 윌로우스 비행학교의 활동 자료는 대한민국국립항공박물관과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국립항공박물관, 그리고 용산 전쟁기념관 등에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 SBS 방송은 광복 8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방송 ‘독립의 불꽃을 만든 사람들’을 통해 미주 한인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며 김종림 선생 추모행사를 방영하기도 했다.     특별히 올해 53주기 추모행사에는 대한민국 공군 참모총장이 처음으로 참석해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이날 손석락 공군 참모총장은 추모사에서 “김종림 선생의 용기 있는 행동과 실천들은 미주 한인들을 포함한 한민족의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었고 후손들에게는 큰 자부심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대한민국 공군은 선생의 높은 뜻을 받들고 이어받아 조국 영공 수호의 막중한 사명을 완수해 나갈 것을 가슴 깊이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 참모총장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추모의 말을 김종림 선생 영전에 바쳤다.   이날 참석한 공군전우회 LA지회 관계자들은 독립운동가 김종림 선생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고 한인 사회에도 알릴 것을 다짐했다.   심인태 / 한국공군전우회 LA지회장열린광장 독립운동가 김종림 독립운동가인 김종림 독립운동가 김종림 미주 한인독립운동가들

2026.01.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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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영어, 의지가 중요하다

해가 바뀔 때 우리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결심도 한다. 이럴 때 빠지지 않고 했던 결심이 올해는 꼭 영어 공부를 완성해야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왜일까? AI(인공지능) 기반 언어 지원 앱의 급속한 발전이 영어를 직접 배우려는 동기를 약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니어들은 해도 해도 안 된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나는 안되는 모양이구나 하는 자괴감만 들게 하니 괜히 시작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싫은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인간의 망각 현상을 실험으로 연구했다. 그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반복 학습이 없을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 두뇌의 기억 손실 정도를 관찰하고, 그래프를 그려 ‘망각 곡선’이라고 불렀다.    망각은 학습 직후인 20분 이내에 41.8%가 발생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약 56%를 잊고, 1일 후에는 70% 이상, 1개월 후에는 약 80%를 망각했다. 즉 인간의 두뇌는 반복 학습이 없으면 대부분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는 기억을 오래 유지하려면 반복 학습이 필요하고, 이와 더불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분산 학습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사실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누구나 겪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조금 위로가 된다. 반복해서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이 결심해서 해야 한다.    올해 재외 동포청이 ‘이달의 재외 동포’로 미국인들에게 ‘태권도의 대부’로 알려진 이준구 전 사범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정치인, 경찰 등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이소룡과 알리도 지도했다.  미 전국에 60여개의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미국 사회에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며 일생을 보냈다.   오래전 그가 한국을 방문해서 한 매체와 인터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회자가 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데 영어는 어떻게 배워서 했습니까? 라고 묻자 “영어요, 그거 쉽습니다. 3개월이면 됩니다. 반복해서 연습하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3개월 교습법은 실제 미군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각국에 보낼 통역병을 양성하면서 사용한 ‘Army Specialized Training Program’이라고 불렀던 집중 통역 교습법이다. 3~4개월 내외에 집중적으로 반복 훈련해서 필요한 말을 머리가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미군의 한국 주둔 초기 자신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돕던 카투사라 불리는 한국군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 당시는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했어도 말은 못하던 시대였다. A4 용지 4장 정도에 꼭 필요한 문장을 적어 일주일 정도 이것만 외우게 한 뒤 근무를 시작하게 했다.    이 방법은 머리가 특별히 좋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번에는 꼭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영어 의지 영어 의지 영어 공부 망각 현상

2026.01.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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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인 식당,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LA 한인 식당가에 불어닥친 한파의 원인으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활동을 지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ICE 단속은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한인 식당들의 운영 구조가 더는 버티지 못해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더 적절하다.   요식업의 최저임금 상승과 지나치게 인력 의존적인 운영 방식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을 때,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 결과, ICE 단속 이후 주방과 홀 인력이 동시에 부족해져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식당들이 급증했다. 이는 단속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 아니라, 한인타운 식당들이 지나치게 ‘사람 수’에 의존한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인력이 충분해야만 돌아가는 구조, 팁에 의존해 서비스가 유지되는 구조는 이미 취약했다. 단속 이후 이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을 찾는 고객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홀과 주방 인력 부족으로 영업시간 단축은 일상화되었고, 인건비를 올려도 합법적인 종업원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기존의 구조를 고수하는 것은 결국 폐업을 부를 뿐이었다. 인력이 부족해지면 서비스가 느려지고, 고객 수가 줄어들며, 그로 인한 팁도 감소한다. 이 악순환은 단속이 아니라, 운영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고객 환경도 이미 크게 변화했다. 오르는 음식값 외에도 팁과 주차비까지 고려하면 외식은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로 인해 외식 빈도는 감소했다. 따라서 손님이 줄어든 원인을 불경기나 단속 탓으로만 돌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선택이 필요하다.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구조로 변화할 것인가.   현실적인 대안은 자동화된 서비스다. 예를 들어, 각 테이블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주문하고, ‘푸드 서빙 로봇’으로 서빙하는 방식이다. 또는 자동화된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은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하고, 픽업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 시스템은 인력 부족 상황에 가장 적합한 구조다. 그리고 팁은 자율적으로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현재 일부 업소에서는 부분적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완전한 자동화로 운영되는 곳은 드물기에 여전히 팁이 존재하고 있다. 주문과 서빙이 완벽하게 자동화되어야만 고객이 선호할 수 있다.   이 두 방식은 최소 인력으로도 운영할 수 있으며, 인건비와 운영 리스크를 동시에 줄여 음식 가격도 현실화할 수 있다. 홀 서비스의 의존도를 낮추면 인력 부족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을 위한 방법이다.   아울러 식당 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과거 외식 문화는 앉아서 대접받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지금의 고객은 효율적인 식사 문화를 원한다. 자동화된 서비스는 손님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이고, 식당 측에는 생존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는 서비스의 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물론 모든 식당이 자동화 서비스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식의 고유한 문화와 손님 접대를 위한 식당이나 전통적인 한식집처럼 서비스 경험 자체가 경쟁력인 업소는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즐겨찾는 대중식당이 과거의 풀 서비스를 고수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가까운 거리의 배달과 투고(To-Go)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병행하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홀 운영 부담을 줄이면서도 매출을 다변화할 수 있다.   지금은 ICE의 단속이 완화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요구는 해법이 아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 본질은 지키되, 운영 방식은 과감히 변화시켜야 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한인 식당 한인타운 식당들 한인 식당들 자동화 서비스

2026.01.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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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햇살을 온 누리에

새해가 시작됐다, 해를 보내고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다짐도 한다. 일 년짜리 계획도 있고 여러 해에 걸친 플렌도 있다. 생각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같은 근원적인 물음에 직면하기도 한다.   내 사무실 벽에는 ‘햇살을 온 누리에’라는 작은 나무판 위에 쓴 글이 걸려있다. 그 글이 걸리게 된 사연은 옛날 옛날로 거슬러 오른다. 반백 년 전쯤의 얘기다. 중학 졸업 후 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못하고 농사를 지었다. 현실은 막막했지만 열여섯 푸르디푸른 계절. 나는 평생 좌우명 삼아 살아갈 등대를 찾고 있었다.   호롱불 밝히며 살던 그 시절, 해가 지면 세상은 깜깜했다. 칠흑 같은 방에 등잔을 켜면 어둠이 저만치 물러났다. 등잔 하나가 밝혀주는 세상이 좁지 않았다. 이 작고 외진 시골 마을을 밝히는 등불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촛불은 더 밝고, 호야등은 바람에도 끄덕 않고 훨씬 환하고 멀리 불빛을 비추었다. 새벽이 오면 한 줌 햇살이 구석구석 숨어있던 어둠까지 걷어내면서 아침이 밝아왔다. 밤새 얼었던 땅도 스르르 녹아버렸다.   동트면 들에 나가 풀 베고 해 지면 지게 지고 돌아오는 농사꾼으로 사는 동안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어둠을 물리치는 등잔불 하나. 누리를 밝히고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며 곡식을 여무는 햇살 한 줌.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귀하디 귀한 것들이 내 속에 들어와 내 몸을 이루었다. 햇살처럼 고마운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되자. 그렇게 ‘햇살을 온 누리에’라는 말이 내 평생의 좌표가 되었다.   그 몇 년 뒤, 해남 대흥사 입구에서 불에 달군 인두로 나무판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겨주는 분을 만났다. 그분께 부탁하여 저 나무판을 만들었다. 작은 글씨로 당시 날짜 -단기 사천 삼백 십년 ‘정월 초하루’-가 표기되어 있다. 서기로 치면 1967년. 솔담배 한 값에 500원 하던 시절, 그 정도 값을 치렀던 성싶다.   이사할 때마다 나무판을 모셔가 책상 앞에 걸어놓았다. 미국까지 가져왔다. 마음속 깊이 넣어둔 저 말을 따라 살려고 노력했다. 삶의 고비에서 어떤 결정이 필요할 때 기준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결단해야 할 때 그 일이 가져올 손익보다는, 내 주변을 밝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일인가를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저 글은 이를테면 내생의 돛단배를 조정하는 키다. 2014년, 아내는 물론 많은 분이 만류했지만 결국 혼자 3주간 북한을 방문했던 이유도 저 말 속에 담겨있다.   벽에 걸린 빛바랜 나무판은 내 인생의 나침반이다. 매일 저 글을 보면서 묻는다. 오늘도 저 말씀에 합당한 하루를 살았는가. 온 누리는커녕 내 발밑이나 제대로 밝히며 살아가고 있는가. 한 주일, 한 달, 일 년을 지나면서도 같은 질문을 한다.   개가 달려가면 매화꽃 떨어지고(拘走梅花落), 닭이 걸어가니 댓잎 돋아난다(鷄行竹葉生)고 했다. 나는 어떤 발자국을 남겼을까. 그리고 어떤 무늬를 남길 수 있을까, 늘 궁금하다. 정찬열 / 시인·수필가열린광장 햇살 누리 해남 대흥사 정월 초하루 옛날 옛날

2026.01.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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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특별한 선물

지난 연말 신부님으로부터 가정성구를 적은 작은 캔버스를 선물 받았다. 나만 받은 것이 아니라 성당의 모든 가정이 받았다.     지난여름 신자들의 연락처를 업데이트하며 신부님은 각 가정이 마음에 품고 살고 싶은 성구를 적어 내라고 했다. 신부님이 추리고 정리한 가정 성구를 H 씨가 캘리그래피로 쓰고, 여기에 J 씨가 그림을 그려 넣어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완성된 캔버스를 신부님이 구입해서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수입금은 제대회 경비로 쓰기로 했다고 한다.     성구를 내지 못한 가정이나 성당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해 좋은 성구를 적은 캔버스를 추가로 만들어 그날 성당에 나온 모든 가정이 캔버스 선물을 받았다.   가끔 교회에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익명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일상적이지 않은 헌금을 하면 그 사람의 이름을 주보에 싣거나 공지사항 시간에 발표하기도 한다. 돈을 나누는 것만큼이나 재능을 나누는 것 또한 공동체.지역사회에는 소중한 일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외국으로까지 자원봉사를 나가지만, 내가 미국에 오던 40여 년 전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나의 눈에 미국인들의 자원봉사는 생소하며 신선한 충격이었다.     학교는 물론, 공원에서 벌어지는 온갖 운동과 과외활동의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나도 리틀리그에서 야구를 하던 큰아이 덕에 야구장 스낵바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다. 자원봉사를 하며 대가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말 그대로 봉사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하느님 나라는 바로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 재능을 활용하여 생산을 한 후, 필요한 만큼만 내가 쓰고 나머지를 나누는 것이 이웃을 돌보는 일이며 사랑하는 일이다.     우리가 부를 축적하는 이유는 내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수입이 있지만 내일 없으면 어쩌지. 금년에는 풍년이 들어 곡식이 넘쳐나지만 내년에 흉년이 들면 어쩌지. 그러니 곳간에 쌓아 놓고 자물쇠로 잠가 놓게 된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나머지를 공동의 창고에 놓아두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쓸 것이며, 혹시 어려워지면 나도 창고에 가서 누군가 남겨놓은 것을 가져다 쓰면 되지 않겠나. 우리가 필요한 것이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친구가 필요하고, 힘든 사람에게는 위로도 필요하다.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나누며 사는 2026년을 기대해 본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열린광장 선물 캔버스 선물 야구장 스낵바 가정 성구

2026.01.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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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죽어야만 하는 이유

알렉산더 대왕과 예수는 모두 서른 세 살에 죽었다고 전해진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바꾸었지만, 둘 다 참 일찍 사라졌다. 어릴 때는 죽음을 먼 이야기로 느꼈다. 내가 죽기 전에 영원히 사는 약이 발명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모든 인간이 왜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2025년 말부터 시작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현재 전국적으로 격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란은 1979년 ‘호메이니’ 이후 줄곧 ‘신정’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와 종교가 일치된 국가를 유지해 왔다.   1989년 호메이니 사망 후 권력을 승계받아 37년 넘도록 이란을 지배해 온 ‘하메네이’는 그동안 이란을 사실상 거지 국가로 만들었다. 시민봉기가 커지자, 정부는 국민 일인당 한 달에 7달러씩 넉 달 동안 생활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약속에 더 크게 분노한 반정부 시위 참가자 중 2만 명 이상이 진압군에 의해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측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87세가 된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까지 외치고 있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공산 3국은 어떤가. 푸틴은 25년째 러시아를 통치하며 독재를 일삼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황제 역시 13년 이상 독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얼마 전 헌법을 개정해 이제 죽을 때까지 집권이 가능해졌다. 3대째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북한은, 이제 42세밖에 안 된 김정은이 아직 열두세 살밖에 안 된 자신의 딸에게 또 한 번의 정권 상속을 하려는 듯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네소타에서는 얼마 전 권총을 든 이민국 단속원들이 자국민을 쏘아 죽였다. 그 총은 나라를 지키라고 국민이 쥐어 준 총이었다. 미국에 분명히 존재하는 인종 피라미드의 최상위 언저리에 있는 백인 여성 시민권자를 대낮에 총으로 쏘는 장면을 온 세상이 지켜보았어도, 그것이 법집행 중 일어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불법 이민을 단속하겠답시고 다른 인종이나 서류 미비자들을 그들이 어떻게 대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지금 벌어지는 세태에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여지없이 종말론자들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인간이 영원히 산다면 돈이나 권력은 결국 한 사람에게 집중될 것이다. 권력은 지속할수록 권력 스스로 자신을 지속할 힘을 더 강화한다. 독재는 계속되고, 세상은 죽지 않은 알렉산더나 시저, 혹은 징기스칸에 의해 아직도 지배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영생의 알약이 발명된다면, 트럼프나 푸틴, 시진핑 같은 사람이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다. 돈은 또 어떤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본은 더 큰 자본을 만든다. 결국 세상의 모든 돈은 죽지 않은 록펠러나 카네기가 다 갖고 있거나, 죽지 않을 일론 머스크나 워런 버핏의 독차지가 될 것이다.   그나마 이런 불평등과 독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자연의 힘이 바로 ‘죽음’이다. 돈과 힘이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된 세상에서 영원히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나, 그런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봉기를 일으키다가 학살을 당하는 것보다, 나이가 들면 누구도 예외없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은 가장 공평하고 자연스러운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그 힘에 순응하기 위해 나도 기꺼이 죽어야한다. 87세가 되어서도 자기 자리를 내려놓지 않겠다고 국가의 인터넷망을 차단하고, 물러나라는 시민들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는 지도자는 세상을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자연의 위대한 힘을 만나야만 한다.  손헌수 / 변호사·공인회계사열린광장 반정부 시위 이민국 단속원들 호메이니 사망

2026.0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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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관(靜觀)으로 맞이하는 새해

새해는 언제나 분주하다.   사람들은 달력을 넘기며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말하며, 더 빠르고 더 멀리 가야 할 이유를 찾는다. 그러나 새해의 첫 문턱에서 문득 조선의 르네상스 인물로 외교관이면서 문인이었던 최립(1539~1612)이 말한 ‘정관(靜觀·조용히 바라봄)’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는 일,’ ‘말보다 먼저 침묵으로 사유하는 태도’ 말이다.   정관은 결코 멈춤이 아니다. 오히려 성급한 판단과 요란한 감정에서 한걸음 물러나 사물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지적인 자세다.   최립에게 있어 세상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깊이 바라볼수록 스스로 의미를 드러내는 존재였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고, 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다만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조용히, 오래, 그리고 정확히 보았다.   새해를 맞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더 많은 결심이 아니라 더 깊은 관찰일지 모른다. 지난해의 성공과 실패를 즉각 평가하기보다, 그것들이 어떤 맥락에서 일어났는지 차분히 바라보는 일. 타인의 말과 세상의 소음에 그저 휩쓸리기보다, 내 안에서 무엇이 흔들리고 무엇이 굳건했는지를 혼자서 조용히 살피는 일이다.   정관의 시선은 판단을 유예한다. 그래서 미워할 이유도, 조급해질 이유도 줄어든다. 대신 ‘사물의 결’을 이해하게 되고,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게 된다. 최립의 글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은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바로 사유의 밀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해는 새로움보다 ‘새로운 방식의 바라봄’에서 시작된다. 빠르게 반응하는 대신 천천히 응시하고, 즉각 말하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하며, 결과를 재촉하기보다 과정을 이해하려는 태도. 이것이 바로 정관의 미덕이다.   올해가 우리에게 더 바쁘고 복잡한 해가 되더라도, 하루의 어딘가에 ‘정관의 시간’이 꼭 있기를 바란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일 수도 있고, 하루를 마감하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짧은 침묵일 수도 있다. 그 짧은 고요가 생각을 바로 세우고, 삶의 방향을 조정해 줄 것이다.   최립은 우리에게 조용히 보여주었다. 깊이 보는 사람은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조용히 사유하는 사람은 오래간다는 것을.   이 새해가, 더 빨라지는 해가 아니라 ‘더 깊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우리 모두가 정관의 눈으로 세상을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어가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최영배 / 리전트대학 교수열린광장 정관 새해 한걸음 한걸음 고요가 생각 르네상스 인물

2026.01.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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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새해, 삶의 마디를 단단하게

한 해의 마지막 주일 예배, 예배당에서 1200~1300명의 교인들이 담임목사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떤 말로 한 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설교를 시작할까? 1, 2, 3부 예배를 다 합하면 3000~4000명이 직접 이 설교를 들을 것이다.   교인들이 이 설교를 기다리고 집중하는 이유는 그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면서 듣는 사람이 그렇게 느껴지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일을 대나무의 마디에 비유했다. 대나무가 곧고, 높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에서 멈추고, 단단해진 뒤 다시 자라기 때문이다.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며 쏴 한 소리만 낼 뿐, 쓰러지지 않는 것은 속을 비워 유연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삶도 흘러 가지만 무작정 흘러가게만 해서는 안 된다. 새해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 이정표와 같은 시간이다. 잠깐 멈춰서서 비울 것은 비우고, 단단한 마디를 만들어서 삶이 바르고, 곧게 나아가게 해야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마디를 만드는 일은 새해와 같은 어떤 시간에서도 할 수 있지만 삶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에서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에 단단한 마디를 만들어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 중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그는 그의 일생에서 세 번의 중요한 고비가 있었다고 2005년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 연설에서 밝혔다. 그는 어려울 때마다 튼튼한 마디를 만들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활용했다.   첫째는 입학한 지 6개월 만에 대학(Reed College)을 중퇴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는 18개월을 더 대학에 머물며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청강했다. 친구의 방 바닥에서 자며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빈병을 모아 팔았다. 당시 Reed 대학은 다양한 과목들이 전국 최상위에 있었다.그는 그 수업을 들었다. 이때 배운 지식은 최초의 컴퓨터 매킨토시에 그대로 활용되었다. 그가 대학을 중퇴하고 그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 개인용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아름답고 다양한 서체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두 번째는 30세에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해고된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좌절감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실리콘 밸리를 떠날까도 생각했으나, 다시 시작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사인 픽사와 넥스트를 만들었다.   그는 이때가 일생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였다고 밝혔다. 성공이란 중압감이 모든 것이 덜 확실한 초심자의 가벼운 마음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채로. 우여곡절 끝에 애플이 두 회사를 매입하고 그는 다시 애플의 책임자가 되었다. 이때 넥스트에서 개발한 것들이 애플의 르네상스를 이루는 핵심이 되었다.   세 번째는 그가 죽음을 선고받은 일이었다. 그는 의사로부터 치료가 불가능한 췌장암이어서 6개월밖에 살 수 없으니 주변을 정리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이때 죽음 앞에서는 모든 자부심 외부의 기대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모두 사라지고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나중에 수술을 받았지만 인생에 대한 중요한 교훈,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삶에 전환점이 될 만한 일은 일어난다. 어떤 사건이든, 새해와 같은 시간이든, 어떤 희망의 끈으로 마디를 만들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2026년은 단단한 마디를 만들어 더 멀리 갈 수 있는 해가 되길 희망한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새해 마디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 애니메이션 컴퓨터 매킨토시

2026.01.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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