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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유월의 소년

유월이 오면, 우리 집안에는 한 소년이 먼저 떠오른다. 빛바랜 사진 한장 속에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그리움이 고여 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큰아버지는 학도병으로 차출되어 책가방 대신 총을 들고 전장으로 나서야 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시절, 펜을 쥐어야 할 손으로 총을 들어야 했던 열여덟 소년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큰아버지가 속한 부대는 치열하게 남하하던 중공군에 맞서 지금의 휴전선 부근에서 처절한 고지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포성으로 뒤흔들리던 1951년 6월, 큰아버지는 그날의 포화 속으로 청춘을 남긴 채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의 잔인함은 남겨진 이들에게 더 가혹한 상처를 남겼다. 전황이 너무도 급박했던 탓에 그의 시신은 끝내 수습되지 못했다. 사망통지서 한장만을 손에 쥔 채, 자식의 뼈 한 조각 찾지 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들의 이름 석 자를 가슴 깊이 묻고 살아가야 했다. 기다려도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보낸 세월은 두 분에게 또 다른 전쟁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 유월이 오면 할아버지는 유난히 말씀이 없으셨고 할머니의 눈가에는 늘 물기가 어려 있었지만, 그때는 그 이유를 미처 알지 못했다. 굳게 다문 입술과 젖은 눈망울 뒤에 아직도 마르지 않은 전쟁의 상흔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휴전선 어느 고지의 차가운 흙 속에 홀로 남겨졌을 아들을 가슴에 품은 채, 두 분은 평생을 견뎌 오셨다. 그것은 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이 땅의 수많은 부모가 감당해야 했던 전쟁의 가장 크고도 쓸쓸한 대가였다.   온 나라가 눈물로 출렁이던 해가 있었다. 1983년 여름, 밤낮없이 이어지던 TV 프로그램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통해 ‘잃어버린 30년’의 애달픈 선율이 온 거리에 울려 퍼지던 때였다. 사망통지서를 받았으면서도 할머니는 어쩌면 아들이 어느 곳에서 기억을 잃은 채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끝내 놓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름과 군번을 신청해 두고, 밤새 화면을 바라보며 기다리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끝내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화면 속에서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모습은, 할머니에게 오래전부터 멈춰 있던 자신의 시간이 되살아난 듯했다. 그것은 죽는 날까지도 자식을 포기할 수 없었던 어머니의 마지막 기다림이었을 것이다.   내 품의 자식들이 어느새 그때 큰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지나고 나서야 조부모님의 아픔이 비로소 내 가슴으로 건너왔다. 털끝 하나만 다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데,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앞에 어린 자식을 내보내야 했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아들을 기다리며 흘려보낸 세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자식을 키워낸 시간의 무게만큼, 두 분이 품고 살아야 했던 슬픔 또한 더욱 깊이 다가온다.   그리운 아들의 묘소 하나 가져보지 못했던 한은 세월이 흘러 현충원 위패봉안관에 새겨진 이름 앞에서 작은 위안을 얻었다. 큰아버지는 지금 유해를 찾지 못한 수많은 호국영령과 함께 그곳에 잠들어 계신다. 비록 육신은 차가운 DMZ 어느 고지에 남아 있을지라도, 나라를 위해 바친 젊은 영혼만큼은 현충원의 품 안에서 안식을 찾았으리라.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 곁으로 떠나셨다. 이제 포탄 소리도, 긴 한숨도 닿지 않는 곳에서 고등학생 모습 그대로인 아들을 품에 안고 있을 것이다. 헤어진 세월만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평생 가슴에 묻어 두었던 그리움도 풀어내고 있을 것이다.    다시 찾아온 현충일의 하늘은 눈부시도록 푸르다. 전쟁은 한 소년의 시간을 열여덟에 영원히 묶어두었고, 한 어머니의 가슴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새겼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비극이 멈추기를, 더는 그 어떤 삶도 포화 속에 멈춰 서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 소년은, 끝내 열여덟에 머문 시간 속에서 지지 않는 이름으로 살아 있다. 김윤희 / 수필가열린광장 유월 소년 할아버지 할머니 그때 큰아버지 품의 자식들

2026.06.0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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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스타벅스 사태가 남긴 질문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 텀블러’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기업의 책임과 국가 권력의 개입 범위를 다시 묻게 만든 사건이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탱크 텀블러 세트’ 판매 행사에서 ‘5·18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많은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하고 역사적 의미를 폄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정용진 회장의 사과, 대표이사와 관련 임원 해임, 미국 본사의 공식 사과까지 이어지며 기업은 책임을 인정하고 후속 조치에 나섰다.   여기까지는 시장경제와 기업윤리의 영역이다. 소비자는 비판할 권리가 있고, 기업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역사적 아픔을 기업 마케팅에 사용한 것은 의도와 관계없이 부적절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역시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문제는 그다음에 있다. 기업이 이미 사과와 문책 인사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국가 권력이 직접 나서 강도 높은 언어로 기업을 공격하는 모습은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기준을 세우고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감정적 수사와 정치적 언어가 앞서게 되면 민주주의 사회는 쉽게 또 다른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기업을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 “패륜 행위”라는 거친 표현으로 비판했다. 기업의 부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는 개인의 분노와 다르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시장에 영향을 주고, 여론을 움직이며, 사회 전체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자칫 편 가르기의 언어가 될 경우 국민통합에도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공적 언어는 정당성만큼이나 절제와 균형이 요구된다.   민주사회에서 권력은 도덕적 심판자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관리자여야 한다.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대중의 갈등과 분노를 직접 증폭시키는 방식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일부 단체들까지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국가 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거대한 정치적 공방 속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이들이 현장의 평범한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다. 본사의 마케팅 실수와 정치권의 공방 사이에서 매장 직원들은 매출 하락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거대한 담론 속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 먼저 흔들리는 현실은 늘 반복됐다.   기업의 실수는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와 정부 관료들의 메시지가 시장 전체에 불필요한 불안과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경계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감정이 아니라 법과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들은 이런 원칙에 익숙하다. 기업이 실수하면 소비자가 불매로 응답하고, 시장이 판단한다. 정부 권력이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직접 압박하는 모습에는 익숙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권력의 선의만으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 역시 절제될 때 건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이 남긴 진짜 질문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가 아니다.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권력의 개입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대통령의 언어는 어디까지 절제되어야 하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민주주의는 분노만으로 성숙하지 않는다. 책임과 절제, 법치와 통합이 함께 갈 때 비로소 건강한 사회가 된다. 이번 스타벅스 사태는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앞에서, 권력의 언어는 어디까지인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스타벅스 사태 스타벅스 코리아 국가 권력 민주주의 사회

2026.06.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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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누가 지도를 그리는가

지난달 초, 버지니아주 대법원이 주민투표로 승인된 연방하원 선거구 재획정안(redistricting)을 무효화했다. 입법 절차가 헌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법정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선거구 획정 경쟁에서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유는 공화당이 28개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우세주들은 주민투표로 독립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도입한 탓에, 재획정 방식을 바꾸려면 다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제도의 공정함이 오히려 불균형을 고착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각 주의 재획정안이 마무리될 경우, 공화당이 구조적으로 최대 14~17석의 우위를 확보한 채 선거에 임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 정치 분석가 네이트 콘도 민주당이 전국 득표에서 앞서더라도 실제 하원 다수당이 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선거구 재획정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 공화당 우위의 새로운 선거구 지도를 그릴 것을 요구하며 전방위적 동참을 압박했다. 이에 발맞춰 앨라배마,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미주리, 오하이오 등 공화당 우세 12개 주가 재획정을 추진하거나 확정 지었다. 반면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요구에 맞섰던 인디애나주의 일부 공화당 주상원의원들은 조직적인 낙선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예비선거에서 대거 탈락했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내린 투표권법 판결은 이러한 흐름에 강력한 동력이 됐다. 대법원은 2019년 ‘루초 대 커먼코즈(Rucho v. Common Cause)’ 판결로 당파적 게리맨더링을 ‘정치적 문제’로 선을 그었고, 이번 루이지애나 판결로는 ‘소수계 보호를 위한 인종 고려 선거구 획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수계 유권자를 보호할 법적 수단이 크게 축소된 셈이다.     판결의 배경은 1965년에 제정된 투표권법이다. 1982년 개정된 투표권법은 선거구 구획에 있어 ‘차별 의도’가 없더라도 ‘차별 결과’가 나타나면 위법이라는 기준을 도입했다. 이어 1986년, 연방대법원은 ‘손버그 대 징글스(Thornburg v. Gingles)’ 판결을 통해 소수인종 유권자에게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핵심 원칙을 확립했다.     이 원칙은 1990년대 초 미국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인구조사 이후 흑인과 라탄계가 다수인 선거구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역풍도 뒤따랐다. 민주당 성향의 소수인종 유권자들이 특정 선거구에 집중되면서 주변 선거구들은 백인 위주로, 보수적으로 재편되었다.     이는 공화당 전략가들이 기대했던 결과였다. 남부의 온건파 백인 민주당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고, 공화당은 1994년 중간선거에서 40년 만에 하원 다수당이 되는 쾌거를 거뒀다.     2010년 공화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REDMAP(선거구 재획정 다수당 프로젝트)’을 통해 선거구 재획정을 장기 전략으로 발전시켰다. 경합 주의 주 의회 선거에 자금과 조직을 대거 투입해 먼저 주 의회를 장악한 뒤, 인구조사 이후 선거구 재획정을 공화당에 유리하게 설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는 공화당이 연방하원의 주도권을 쥐는 확고한 발판이 됐다.     이제 공화당은 과거 자신들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했던 소수인종 다수(majority-minority) 선거구를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신 남부와 교외 지역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연방하원 다수당 지위를 굳히려고 한다. 이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1965년 3월, 앨라배마 셀마에서 투표권을 요구하며 행진하던 시위대가 경찰 곤봉에 쓰러지는 장면은 미국 사회를 움직였고, 마침내 투표권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백악관이 아닌 의사당을 직접 찾아 법안에 서명했다. 투표권 확대를 민주주의의 위대한 전진으로 봤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정치는 다시 지도를 둘러싼 권력 경쟁을 하고 있다. 물론 게리맨더링은 공화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주 의회 권력이 한쪽에 집중된 구조에서는 선거구 재획정의 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 민주주의는 투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 정치의 승패는 후보보다도, 누가 지도를 그리느냐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지도 선거구 재획정 선거구 지도 독립 선거구획정위원회

2026.06.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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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윌셔이벨극장 100년, 한인 공연장은 언제나

LA 한인타운에서 서쪽으로 10분쯤 떨어진 핸콕파크 지역 루선(Lucerne) 불러바드와 윌셔, 8가 사이에 위치한 윌셔이벨극장은 한인 커뮤니티의 극장 느낌이 들 정도로 친숙한 곳이다. 지금도 한인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이 수시로 무대에 오른다.     이 극장은 1층 오케스트라 887석, 2층 로지 168석, 발코니 215석을 포함 총 1270석 규모의 중대형 공연장으로 오랫동안 LA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유서 깊은 공연장이다. 이러한 윌셔이벨극장이 내년이면 개관100주년을 맞는다. 1927년에 지그문트 롬버의 뮤지컬 ‘사막의 노래(The Desert Song)’의 세계 초연으로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이래 수많은 유명 공연이 열린 이 극장은 원래는 ‘윈저 스퀘어 (Winsor Square Theatre)’ 극장으로 불렸다가 1930년 중반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100년 된 이 극장은 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이곳을 스쳐 간 수많은 문화예술인의 흔적이 조명되는 추억의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인 문화예술인들이 이 극장을 이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기록을 살펴보면 88년 전인 지난 1938년 조선 최고의 무용가인 최승희 선생의 무용 공연이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또 극작가 장소현 선생이 2003년 문학세계에 발표한 ‘남가주 한인 연극사’에 따르면 1980년 재미한국 연극협회 창립공연 ‘시집가는 날’(오영진/극본 이평재/연출)과 1981년 ‘배비장전’(나재우/작 이평재/연출), ‘귀향’(이근삼/작 정호영/연출) 등의 연극 공연이 이곳에서 있었다. 따라서 한인 문화예술인들은 50년 전인 1970년대 중반부터 이 극장을 이용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문화기획사 에이콤에서 2023년 발간한 ‘사막에서 연극을 만나다’에 수록된 공연 기획 연보를 보면 36년 동안 120회의 공연이 기획됐는데 이중 51회가 이벨극장 무대에서 열렸다. 연극 부문만 소개하면 1988년 모임극회 ‘우리 읍내’(숀톤와일더 작/정호영/연출)를 시작으로 극단 서울의 ‘오 마미’ (장소현/작 이효영/연출), ‘아버지의 꿈’ (아서밀러/작 이언호/각색 이효영/연출), 가주예술인연합회의 마당극 ‘사람찾기’(장소현/작 이근찬/연출) 등 한인 사회 연극인들의 공연이 있었다.      초청 연극으로는 극단 자유의 ‘피의 결혼’, 극단 미추의 ‘벽속의 요정’, 우석레퍼토리의 ‘맹진사댁 경사’, SBS악극 ‘홍도야 울지마라’, KBS탤런트극회의 ‘배비장과 애랑이’, 대학로극단의 ‘행복을 찾아서’, ‘최고의 사랑’, 극단 가가의 ‘품바’, 소리극 ‘장날’, 변사극 ‘순애 내사랑’, 시민극장의 ‘할배열전’, 손숙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극단 바탕골의 ‘어머니’, 신구와 손숙의 ‘장수상회’, 극단 글로브의 ‘동치미’등 19편이 공연됐다.     또 이미자, 남진, 조영남, 심수봉, 이광조, 유익종, 변진섭 등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25회, 국악 초청공연 2회, 발레 초청공연 2회, 기타공연 4회 등 총 51회의 공연이 이벨무대에서 이루어졌다.     그 밖에도 한인 문화예술단체들의 광복 80주년 기념공연 ‘광희’, 이민 100주년 다큐 ‘아리랑’ 시사회, 한인 이민 120주년 공연 ‘줄기마다 꽃이어라’, 뮤지컬 ‘도산’ 등 다양한 역사 관련 기념 공연들도 이곳에서 열렸다.   나는 윌셔이벨극장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오래전 리틀도쿄에 세워진 일미문화커뮤니티센터(JACCC)를 생각하게 된다. 한인 사회에도 우리만의 극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한인 문화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되고, 고국과의 문화 교류도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 하나를 올리기 위해 이곳저곳 무대를 알아봐야 하는  공연 프로듀서의 고민도 덜어질 것이다.     미국 건국 250년, 한인 이민 123년, 한인 사회의 달라진 위상만큼 이제는 ‘한미문화커뮤니티센터’가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져만 간다.     이광진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공연장 한인 한인 문화예술인들 중대형 공연장 한인 커뮤니티

2026.06.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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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역이민에도 길잡이가 있어야

미국에서 50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나름 이것저것 준비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할 일이 더 많았다. 거소증 발급부터 운전면허 전환, 은행 계좌 개설, 휴대폰 개통, 집 찾기까지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야 했다. 한국말은 익숙했지만 시스템은 낯설었고, 오래 떠나 있었던 시간만큼 한국 사회도 많이 변해 있었다.   그때 큰 도움을 받은 곳이 네이버 카페 ‘역이민 첫걸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은 단순한 인터넷 카페 이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거소증 취득 경험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건강보험이나 은행 업무 방법을 알려준다. 또 어떤 분은 지역 생활 정보나 부동산 경험담을 올려준다.     특히 해외에서 오래 살다 귀국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실제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된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현실적인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람들의 따뜻함이었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함께 카페 회원분들과 하동, 화개장터로 2박 3일 꽃나들이를 다녀왔다. 약 30명이 함께한 여행이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오래 살다 돌아온 분들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은퇴 후 한국 생활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돌아왔으며, 또 누군가는 자녀 교육이나 건강 문제 때문에 귀국했다고 했다.  각자의 사연은 달랐지만, 모두가 새로운 삶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에  살아보니 좋은 점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안전하다. 늦은 밤에도 비교적 안심하고 다닐 수 있고,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음식 문화는 다양하고 수준 높으며, 의료와 생활 인프라는 기대 이상으로 효율적이다.  조금만 이동하면 산과 바다, 전통시장과 현대 도시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여행의 다양성도 큰 매력이다. 오랫동안 해외에 살다 돌아와 보니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처음 맞은 국경일에 생애 처음으로 집 앞에 태극기를 달았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묘하게 뭉클했다. 올해는 태극기를 하나 더 사기로 했다. 이제는 두 개를 달 생각이다.역이민은 단순히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아니라,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고 공동체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차비호 / 회계사열린광장 역이민 길잡이 역이민 첫걸음 한국 생활 한국 사회

2026.05.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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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간병인

 “아야,아야.” “온몸이 다 아파.” “왜 이렇게 죽는 것이 힘이 들지?” “눈 감으면 다시 못 뜰 것 같아….”     86세 어머니는 몇 분 주무시다 다시 신음을 내신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화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가끔은 정신이 또렷해졌다가도 헛것이 보인다고 말씀하신다.     당뇨병과 고혈압,심장병이 있는 어머니는 자주 넘어지셨다. 갈비뼈에 두 번 금이 갔고, 쇄골과 엉치뼈도 손상을 입었고, 머리를 다친 후에는 기억력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3개월간 세 번 입원하셨다. 조카들과 동생들, 아버지, 고용간병인과 번갈아 병간호를 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마지막 길을 함께 걷는 가족들의 고통과, 병원·양로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 간호사, 간병인들의 수고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집에서 환자를 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밖으로 나가 몇 시간을 헤매다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병원이나 양로시설에 모시게 되지만, 그곳  역시 사고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물론 병원이나 양로시설 측의 부주의나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고는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이해와 격려가 필요하다.     요즘 한인타운 양로병원은 필리핀 출신 간호사들이 대부분이다. 식사를 돕고, 목욕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은 주로 라틴계 직원들이 한다. 한인 가족들의 마지막 시간을 그들이  돌보고 있는 셈이다.     매년 5월엔 간호사 주간(6~12일)이 있다.앳된 모습으로 병원에  들어왔던 간호사들도 10년, 20년이 지나면 중년이 된다. 그들은 “직업병 때문에  살이 찐 것이니 산재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하고 웃지만 그 웃음 뒤에는 말 못 할 고단함이 숨어 있다.     특히 양로병원은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처절한 현장이다. 옷이 없어졌다며 소리치는 환자, 예수님이 밖에서 기다린다며 나가려는 환자, 밤새  울부짖는 환자….   인간의 고통과 생명을 다루는 직업에 모두 겸허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얼마 전 라틴계 간호보조사가 뇌 손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몸을  씻기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약을  발라주는 모습을 봤다. 간호보조사가 돌아서려는 순간, 그 환자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그러자 간호보조사는 미소를 지으며 “Thank you for the kiss”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짧은 한마디에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꼈다.     조병화 시인의 ‘밤의 이야기’에는 “원래 생명은 아픔에서 시작된 거다/ 그리고 아픔을 뚫고 태어난 거다/ 그리고 그 아픔을 뚫고 다시 돌아가는 거다 /그리고 소리 없는 소리 저 소릴 들어보아라 /하나의 생명이 숨져가기 위하여 신음하는 /피울음 저 소리.” 라는 구절이 나온다.   양로병원에서 일하는 리셉셔니스트, 소셜워커,액티비티 운영자, 주방 근무자, 그 외 모든 분의 수고에 감사드린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열린광장 간병인 라틴계 간호보조사 환자 예수님 의사 간호사

2026.05.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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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월드컵, 몸으로 외치는 대한민국

월드컵 시즌이 다가온다.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그해를 기억하는가? 거리에서, 광장에서, 집집이 TV 앞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골이 들어갈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함께 숨 쉬고, 환호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가? 왜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는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묻는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그 답은 단순하다. 우리는 대한인이기 때문이다. 그 해,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은 처음으로 응원 무대 단순한 이벤트 참여가 아니라, 우리 팀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깨닫게 한 출발점이었다. 몸으로 외치는 응원,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연대, 그리고 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경험. 그때 우리는 알았다. 춤은 무대 위의 예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살아 있는 언어라는 것을….   그 이후로 우리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매번 열리는 월드컵마다 커뮤니티의 중심에서 아이들과 어른, 그리고 시니어까지 함께 모여 춤으로 응원해 왔다. 발레, 재즈, 케이팝, 한국무용이 어우러진 움직임 속에서 서로 다른 세대와 시간이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졌다. 그때 무대에 섰던 아이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우리는 그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2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다. 함께 숨 쉬고, 함께 움직이며 하나가 되었던 그 감각이다.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월드컵이 갖는 의미는 더 특별하다. 말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고, 설명보다 먼저 움직임이 이어진다. 같은 음악과 같은 구호 속에서 우리는 개인을 넘어 하나의 흐름 속에 선다. 그 순간, 우리는 이곳에 살지만 분명히 같은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월드컵은 그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시간이다.   이번 월드컵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LA 한인 사회의 여러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응원한다는 점이다. ‘LA Reds 2026’을 중심으로 응원팀과 퍼포먼스 팀이 구성되고, 그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춤으로 응원한다. 샤우팅 댄스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구호와 리듬이 결합한 이 춤은 보는 공연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응원이다.     월드컵은 승패를 넘어선다. 골이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 우리는 완전히 같은 감정 속에 서게 된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에, 우리는 다시 모인다. 우리 모두 하나 되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서자. 붉은 물결이 되어 다시 응원하고, 다시 외치자.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그 답을, 우리는 지금도 춤으로 증명하고 있다.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진 발레스쿨 원장열린광장 대한민국 월드컵 월드컵 대한민국 월드컵 시즌 이번 월드컵

2026.05.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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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눈물 한 방울’은 고귀한 흔적인가

이어령 교수의 유작 ‘눈물 한 방울’은 암 투병 중 2년 4개월 동안 죽음의 문턱에서 써 내려 간 마지막 기록이다. 글과 그림으로 남긴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나 철학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끝자락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응시한 한 지성인의 깊은 성찰에 가깝다.   그는 평생 언어와 사상, 문명과 지성을 탐구하며 시대를 이끌어온 대표적 지식인이었다. 누구보다 인간 이성과 문명의 가능성을 믿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순간 그가 붙든 것은 거대한 철학도, 화려한 업적도 아니었다. 바로 ‘눈물 한 방울’이었다.   이 대목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삶을 끝까지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현대 문명은 오랫동안 강함을 숭배해 왔다. 권력과 성공, 속도와 효율이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가치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높은 자리와 더 많은 소유를 위해 쉼 없이 달린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감추고, 연약함을 숨기며, 타인보다 우월해지려 애쓴다. 눈물은 종종 나약함의 상징처럼 취급된다. 울지 않는 사람이 강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그러나 인간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문명을 지탱해 온 힘은 오히려 눈물에 가까웠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약자를 향한 연민, 상처 입은 존재를 품으려는 인애의 정신이 인간 사회를 유지해 왔다. 인간은 경쟁만으로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 서로의 고통을 이해할 때 비로소 공동체는 문명이 된다.   특히 죽음 앞에서는 삶의 외형들이 놀라울 만큼 작아진다. 직함과 업적, 명성과 소유는 마지막 순간 힘을 잃는다. 결국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를 위해 아파했는가 하는 삶의 흔적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눈물은 단순한 감정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아직 인애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타인의 슬픔 앞에서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할 때 인간성은 무너진다. 반대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울고, 상실하기 때문에 울며, 죄책감과 연민을 느끼기에 눈물이 흐른다. 눈물은 인간이 단순한 생존 본능의 존재가 아니라 도덕적이고 관계적인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어령 교수가 죽음 앞에서 발견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평생 지성을 탐구했지만, 마지막 순간 그가 붙든 것은 논리의 승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따뜻한 흔적이었다. 죽음은 인간이 평생 쌓아온 외형을 벗겨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결국 사랑의 기억만 남는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위기 역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점점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슬픔조차 소비의 대상으로 바꾸어 간다. 디지털 문명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연결하지만 정작 마음은 더 깊이 고립시키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눈물의 의미는 더욱 소중해진다. 눈물은 인간이 아직 완전히 비인간화되지 않았다는 마지막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물 한 방울’은 단순한 개인의 감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선언처럼 들린다. 인간은 완벽하기 때문에 고귀한 것이 아니다. 연약함 속에서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존귀한 것이다. 눈물은 그 사랑의 흔적이며, 인애의 마지막 언어다.   이어령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유언은 군더더기 말이 아니라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이다.”   어쩌면 인간의 위대함은 얼마나 강한가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나 깊이 아파할 수 있는가, 얼마나 진실하게 사랑할 수 있는가에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결국 한 방울 눈물 속에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눈물 방울 방울 눈물 이어령 교수 디지털 문명

2026.05.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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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은방울 꽃처럼 빛나는 5월과 사람들

5월은 많은 꽃이 피는 계절이다. 종 모양의 꽃이 피는 ‘은방울 꽃(lily of the valley)’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아름다운 5월에 은방울 꽃봉오리가 피고 참새들이 노래하면의자연스레 아름다운 사람둘의 이름과 일들이 떠오른다.     우선 5월에는 많은 왕과 대통령들이 태어났다.러시아의 캐서린 여황제가 1729년 5월 2일 태어났고,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은 1884년 5월 8일 출생이다. 또 스웨덴 왕 구스타부스 출생일은 1496년 5월12일이고, 오스트리아 여황제 마리아 테레사는 1717년 5월 13일 태어났다.   이밖에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II (1868년 5월 18일), 영국 여왕 빅토리아(1819년 5월 24일),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1917년 5월 29) 등도 5월 출생자다. 반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1821년 5월 5일 사망했다.   5월에는 기억할만한 일들도 많았다.   미국 최초의 의학전문대학이 1765년 5월 3일 필라델피아에서 문을 열었고,1840년 5월 6일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우표가 판매됐다. 미국 대륙횡단 철도가 개통된 것이 1869년 5월 10이고, 메모리얼 데이가 시작된 것은 1866년 5월 5일이었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유럽기념일 (V-E Day)이 1945년 5월 8일 생겼고, 미국에서 항공우편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18년 5월 15일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금문교(The Golden Gate Bridge)는 1937년 5월 27일 역사적인 개통을 했다.       5월에는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도 많이 태어났다.  ‘군주론(The Prince)’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1469년 5월 3일 이탈리아에서 출생했고, ‘자본론(Das Capital)’으로 유명한 칼 마르크스는 1818년 5월 5일 독일에서 태어났다.     또 유명한 음악가인 요하네스 브람스(183년 5월 7일), 유명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퀴리 부인(1859년 5월 15일), 천연두 환자에게 처음으로 주사를 놓아준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젠너(1749년 5월 17일),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경(1872년 5월 18일), 프랑스의 유명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작(1799년 5월 20일), 독일의 유명 음악가 리차드 바그너(1813년 5월 22일) 등도 아름다운 계절 5월 출생자다.   미국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인 ‘ 공화국 전투 찬가(The Battle Hymn of the Republic)’의 작사가인 줄리아 워드 호위가 태어난 것도 1819년 5월 27일이었다.   이밖에 미국의 북극 탐험가 로버트 피리는  1856년 5월6일 북극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일은 나중에 북극 항공로를 개척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은방울 은방울 꽃봉오리 북극 항공로 북극 탐험가

2026.05.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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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5·16과 잊혀진 한강다리 전투

한국에서 발행된 5월 달력을 보면 많은 기념일이 있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동학농민혁명기념일(11일), 스승의 날(15일), 18일: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18일), 부부의 날(21일), 석가탄신일(24일)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5월 16일에는 아무 표시가 없다. 하지만 65년 전의 5월16일은 대한민국의 ‘역사 수레바퀴’가 초 스피드로 돌아갔던 날이다.     1961년 5월 15일 밤, 한강 하류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 제1여단 예하의 증강된 제1대대 병력 1300명은 완전무장을 한 채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부대는  밤 12시쯤, 여단장과 대대장의 지휘 아래 트럭에 탑승, 서울로 향했다. 5·16 군사 정변의 시작이었다.     부대는 새벽 2시쯤, 한강 인도교 앞에 도착했다. (당시 한강에는 인도교와 철교, 2개의 다리만 있었다) 한데 인도교 입구에는 육군 헌병대 소속 지프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 막아섰고  현병들은 총을 겨누고 있었다. 해병대 차량 행렬 선두에 있던 2중대장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육군 헌병대 대위가 소리쳤다. “참모총장 명령으로 한강 다리는 폐쇄되었소. 즉시 돌아가시오.” 그러자 해병대 중대장은 “우리는 수도 서울 방어 훈련 중이오. 육군 참모총장이 해병대 훈련에 명령을 내릴 수는없소. 다리를 통과해야겠소!”라고 소리치며 서로 언성을 높였다. 그때 지프 한 대가 달려 나왔다. 해병대 대대장이 탄 차였다. 그는 차에서 뛰어내리며 “즉시 물러가라!”고 소리치며 그 헌병대 대대의 헬멧 위쪽을 향해 권총을 쐈다.     어둠을 뚫고 새벽공기를 가른 그 한방의 총소리,  그것은 5·16의 방아쇠가 당겨지는 신호탄이었다. 그러자 육군 헌병들은 급히 다리 쪽으로 되돌아 달려갔다. 그 직후 다리 쪽에 포진해있던 헌병부대가 해병부대를 향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헌병부대는 이미  노량진 방향, 중지도 방향, 그리고 다리 끝 서울 진입로 등에 3중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방어진지를 구축해 놓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던 해병부대는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약 2시간여에 걸쳐  총격전이 벌어졌다. 헌병대의 피해는 알려진 바 없으나 해병대에서는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나의 소대원 중에서도 하사 한 명이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추후 정부 당국은 5·16을 ‘무혈’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날 치열했던 한강 전투와 해병들이 흘린 피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현재까지도 5·16 군사 정변에 대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5·16,  그날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지금의 자랑스러운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만년 동안 지독한 가난에 쪼들리고, 외신 기자들에 의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필 수 없다'며 희망이 없는 나라로 무시당하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통해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날 한강 다리 전투에서 흘렸던 해병들의 피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택규 / 트루스 역사문제연구회 대표열린광장 한강다리 전투 해병대 중대장 해병대 대대장 해병대 훈련

2026.05.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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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왕과 사는 남자’, 그리고 민초들 마음

강물과 절벽에 둘러싸여 있던 소년 왕의 눈빛은 외롭고도 선했다. 수양대군은 1453년 계유정란을 일으켜 문종의 유언으로 어린 왕을 보위하던 원로대신들을 제거하고, 이들과 뜻을 같이한 안평대군을 역모로 모함한다. 그는 또 거짓 어명으로 살생부에 적힌 반대파들을 죽이며 실권을 잡는다. 수양대군이 왕이 되자 단종 복위를 도모하던 사육신은 신체를 찢는 거열형 등의 극형을 당했는데, 그들의 통한의 심정은 글로 남아있다.     이개는 ‘저 촛불 날과 같아서 내 속도 타는 줄 모르네/ 뼈마디가 녹아내려 재가 되어 흩어져도/ 임 향한 이 내 마음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네’ 라고 비분강개를 토했고, 성삼문은 낙랑장송으로, 박팽년은 야광명월로 굳은 절의를 보였다. 유응부는 ‘하물며 못다 핀 꽃’으로 단종의 처지를 슬펴하였다.     또한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라는 불후의 작품은 시어마다 애절함을 품고 있다. 이 글은 당시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지만 영월 사람들이 전하고 외우고 있는 것을  중종 때 김지남이 한문으로 된 단가로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연려실기술, 제4권〉에는 ‘금부도사 왕방연이 사약을 받들고 영월에 이르러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라는 기록이 있는데, 아무튼 왕방연이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성종 때 사림파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은 훗날 세조의 공신들이 중심인 훈구파에 의해 피바람을 몰고 온다.  세조의 불의를 중국 초나라 항우에 빗댄 글이라 하여 사림파 선비들은 대거 죽임을 당한다. 세조는 14년 재임 동안 왕권을 강화하고 공적을 쌓았지만 두 동생에게 사약을 내리고, 조카를 죽였기에 그의 패륜은 심판받아야 했고, 도덕성을 중시하던 사림파는 영월의 노산군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왔다.      단종의 죽음에 대한 기록을 보면, 〈세조실록 1457,10,21〉에는 세조 3년 양녕대군과 정인지가 노산군과 금성대군의 과오를 지적하고 처형을 상소했을 때 세조는 처음엔 ‘불가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이를 윤허했다고 되어 있다. 이어 ‘노산군은 이를 듣고 스스로 목메어 졸하니, 예로써 장사 지냈다’ 라고  기록됐다.   또 〈중종 실록 1516,12,10〉에는  ‘…고을 사람들이 군왕의 묘라 부르므로 비록 어린이들이라도 식별할 수 있었고, 사람들 말이 “당초 돌아갔을 때 온 고을이 황급하였는데, 고을 아전 엄흥도란 사람이 찾아가 곡하고 관을 갖추어 장사했다”하며, 고을 사람들이 지금도 애상스럽게 여긴다’다고 신상이 눈물 흘리며 중종께 아뢨다는 내용이 나온다.   단종 사후 60년이 지나 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단종의 죽음이 밝혀지면서 엄흥도의 존재가 드러났다. 영조와 정조는 그에게 벼슬을 내리고 높이 예우했으며, 고종은 시호를 내려서 그의 충절을 높이 평가했다.     앞에서 보듯 선비들의 비분강개는 글로 뚜렷하게 남아있지만 글줄과 인연이 먼 민초들의 행적은 허공에 떠돌아 입으로 전해질 뿐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의 이야기는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의 행적이 어떠했던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데 있다.     마을 사람들의 증언이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단지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픽션으로 희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향토사학자들의 관점이 궁금할 뿐이다. 권정순 / 전직교사열린광장 남자 민초 민초들 마음 고을 아전 훗날 세조

2026.05.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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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개스값·물가 올리는 ‘전쟁 인플레이션’

지난 2일 새벽 댈러스 포트워스행 스피릿 항공 비행기 안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스피릿 항공은 오늘 새벽 3시부터 영업을 중단합니다. 이 비행편은 우리의 마지막 비행입니다. 40년 동안 애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항공사 하나가 하룻밤에 문을 닫았다. 승객들은 휴지조각이 된 비행기표를 쥐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수백대의 비행기가 내려앉았고, 1만5000여명의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앉았다. 이 항공사 변호사는 법원에 “최근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석유는 연료가 아니라 현대 문명의 혈액이다. 핏줄이 마르면 몸 전체가 앓는다.     개스값 상승의 여파는 주유소에서 먼저 느껴진다. 각 가정마다 자동차 1대 당 수십달러에서 수백달러의 추가 개스비를 지출하고 있다. 주유소 가격표가 바뀌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트럭이 멈추면 마트 진열대가 비고, 비료값이 오르면 농부는 씨앗을 덜 뿌린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라이언 넌 소장은 이 현상을 ‘전쟁 인플레이션(warflation)’이라 부른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달 사이 1% 가까이 뛰었다. 그는 “숫자는 작아 보여도 그 무게는 가계마다 다르다. 전쟁이 직접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아도, 긴장만으로도 경제는 먼저 무너진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물건 가격이 오를 때와 내릴 때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유가가 하락해도 마트 가격표는 한참 뒤에야 바뀐다. 넌 소장은 이를 ‘비대칭적 움직임’이라 표현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고통은 유가 그래프보다 훨씬 오래, 훨씬 깊이 지속된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소득에서 연료와 난방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기차로 갈아탈 여유도, 유기농 대신 다른 식품을 고를 여지도 없다. 경기 둔화로 일자리마저 줄면 그 압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이 충격은 미국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이 긴장으로 출렁이면, 한국 자동차 운행이 중단되고, 인도 농촌의 부엌불이 꺼진다. 한국 정부는 이미 기름 부족에 대비해 자동차 10부제를 시작했다. 인도는 요리용 LPG의 상당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UC리버사이드의 아닐 디올랄리카 박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개발도상국들은 식량 위기 한가운데 있다”며 “비료값이 오르면 올해 심은 씨앗이 줄고, 그 결과는 연말 식탁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란 전쟁의 근원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미네소타대의 윌리엄 비먼 교수는 “이란을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이란의 주권 의식은 혁명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상대의 역사와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강압만 반복하면, 협상 테이블은 열리지 않고 유가는 계속 오른다.   결국 지금 전세계가 치르고 있는 비용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 실패의 청구서다. 그 청구서는 전투기 조종사나 핵 협상가에게 날아오지 않는다. 휴지조각이 된 비행기 티켓을 들고 당황하는 미국 승객, 10부제로 운전을 못하는 한국 운전자, 비싼 개스값을 고민하는 텍사스의 트럭 운전사, 수확하지 못하는 뭄바이의 노점상, 나이로비의 어머니에게 먼저 도착한다.  전쟁은 항상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가장 먼저 굶긴다.  이종원 변호사열린광장 인플레이션 개스값 전쟁 인플레이션 개스값 상승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2026.05.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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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참 아름다운 5월에

 5월이 찾아오니 온갖 꽃들이 울긋불긋 피어나고 예쁜 새들이 즐겁게 노래 부른다.     이런 5월에 꽃과 새들만 찾아오는 것일까?  철없는 어린이들이 뛰놀고 샘 많은 여인들은 아름답게 꾸민다.   ‘인생의 봄’이란 뜻을 지닌 영어 ‘메이’에 걸맞는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아동 문학가 방정환이 1922년에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지키자고 부르짖은 데서 비롯됐다. 이후 1957년 5월 5일 ‘어린이 헌장’이 선포됐고 이날이   ‘어린이날’로 지정됐다 그래서 ‘어린이날’엔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란 노래를 부른다. 노래처럼 5월은 푸르다.  하늘도 푸르고, 땅도 푸르고 바다도 온통 푸르다.   아울러 어머니의 마음을 기리는 달도 5월이고 보면 5월은 아름답다.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지킨다.  영국에선 ‘귀향 일요일 (Mothering Sunday)’을 4순절의 넷째 일요일에 ‘어머니 날’로 지키기도 했으며,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어머니 날’을 기리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872년에 줄리아 워드 하우란 여성이 6월 2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1907년 애너 잘비스가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하자면서 전국적으로 카네이션 달아주기 운동을 펼친 것이 현재 ‘어머니 날’의 시작이었다.  1914년 5월 9일 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문서에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이 서명하고 그 이듬 해에 정식 선포됐다.      ‘어머니 날’이 있기 전 옛 로마에선 예쁜 옷을 입은 여성들이 여신 ‘훌로라’에게 5월의 꽃을 따다 제사를 지냈으며, 영국에선 잘생긴 남성들이 5월의 꽃으로 축제 기둥인 ‘메이 포울’을 꾸미면, 아름다운 아가씨들 가운데서 뽑힌 ‘메이 퀸’이 이 기둥을 붙잡고 춤을 추기도 했다.   5월은 어린이와 어머니만을 위한 달이 아니란 학설도 있다. 5월의 영어 이름 ‘메이’는 ‘나이 든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마조레스’에서 비롯되었기에 5월은 나이 든 사람의 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 든 사람을 뜻하는 단어를 5월의 이름으로 지은 까닭은 무엇일까?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도 5월의 파릇파릇한 나무와 예쁜 꽃처럼 살아가라는 뜻일 게다. 그러니 나이 든 사람들이여,  5월처럼  푸르고 아름답게 살아가라! 이것이 나이 든 사람들에게 주는 5월의 선물이리라.    1620년 영국의 ‘필그림 파더스’들이 신앙의 자유와 희망을 찾아 신대륙으로 떠날 때 탄 배 이름도 ‘메이플라워’다.  5월은 어린이와 어머니, 그리고 나이 든 사람들의 희망이 담긴 계절의 여왕이다. 우리 모두 웃음과 젊음, 그리고 따뜻함으로 감싸인 5월의 품으로 들어가 보자.     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귀향 일요일 어린이 헌장 축제 기둥인

2026.05.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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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미동맹과 안보의 현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자주국방 발언에 우려를 나타내는 한인들이 많다. 이 대통령은 “외국 군대 없이는 자체 방위가 안 된다는 생각은 굴종적 사고”라며, 대한민국이 세계 5위권의 군사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미군 없이도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의 자주성과 자강 능력을 강화하자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어느 나라든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그러나 안보는 이상이나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 현실을 외면한 자주국방론은 국가 안보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고 미사일 능력 또한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만으로 안보를 낙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이 북한보다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무기 앞에서 재래식 전력 우위는 제한적인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외교 협력 관계가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안전장치다. 미국의 확장 억제 체제는 한반도 평화를 지탱해 온 핵심 기반이며, 이를 약화하는 듯한 발언은 국내외에 불필요한 불안 신호를 줄 수 있다.   주한미군 역시 단순한 병력 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한반도 안보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축이다. 미군의 존재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강력한 경고로 작용해 왔다. 이를 단순히 외세 의존의 문제로 보는 것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해석이다.   미주 한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민감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대한민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탱해 온 핵심 기반임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안보 안정은 곧 국가 신뢰와 직결되고, 이는 해외 동포사회의 자긍심과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한미동맹이 약화한다면 그 여파는 안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가 신인도 하락과 외국 자본 이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경제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유지해 온 데에는 안정된 안보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안보 불안은 곧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과 해외 동포사회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욱이 미국 내 고립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지도자의 자주국방 발언은 미국 내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동맹은 신뢰 위에 세워진다. 신뢰가 흔들리면 안보 구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자주국방 역량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동맹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동맹을 기반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과제다. 동맹 없는 자주국방은 현실이 아니라 이상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이 오늘의 안보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보는 정치적 구호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동맹국에 메시지를 주고 시장에 신호를 보낸다. 그렇기에 안보에 관한 발언일수록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자주라는 이름의 구호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과 책임 있는 전략이다. 미주 한인 사회가 바라는 것도 이념적 구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정과 한미동맹의 지속이다. 국가의 생존이 걸린 안보만큼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한미동맹 안보 국가 안보 한반도 안보 안보 안정

2026.05.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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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전작권,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둘러싼 정부의 조급한 행보가 불안하다. 국가 안보는 선언이나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의 축을 마치 민족적 자존심을 해치는 굴레처럼 여기는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부 당국자의 무심한 한마디가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국가 간 정보 공유 체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군 통수권자마저 한발 더 나아간 듯한 발언을 내놓으니 우려는 더욱 커진다.  동맹은 신뢰로 유지되는데, 그 신뢰를 흔드는 언사는 적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우리 힘으로 우리를 지키겠다”는 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은 의지가 아니라 능력이다. 핵으로 위협하는 상대 앞에서 비핵 전력만으로 전쟁 수행이 가능한가. 세계 5위 군사력을 자부하는 것과 국가를 지켜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위적 낙관은 전략이 아니다.   한미동맹은 전쟁 수행을 위한 편의적 협약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존립을 위한 생존의 약속이며, 우리는 이미 6·25전쟁에서 그 의미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동맹은 외세 의존이 아니라 상호 협력이다. 우방 간에 주고받는 국가적 이익은 지극히 당연하며, 그것이 국제 질서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동맹을 ‘간섭’으로, 협력을 ‘굴종’으로 규정하는 시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감정적 민족주의는 잠시 속을 시원하게 할 수는 있어도, 국가의 미래를 지켜주지는 않는다. 안보는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이다.     전작권 전환은 부정할 사안이 아니다.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일 수 있다. 그러나 기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준비와 능력, 그리고 국제 정세에 대한 냉철한 판단 위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언제까지’가 아니라 ‘준비가 되었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계를 정해놓고 서두르는 모습은 불안함만 키울 뿐이다.   정부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현재의 정책 방향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가. 안보 정책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며, 그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신중함은 약함이 아니라 책임의 다른 이름이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알고 있다. 전쟁은 구호로 막을 수 없으며 자유는 혼자 지켜낸 적이 없다. 우리는 피로, 그리고 동맹으로 이 나라를 지켜냈다. 그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안보는 구호로 지켜지지 않으며, 자유는 결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했던 적도 없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절박한 외침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려는 길은 과연 자유를 더 굳건히 지키는 길인가.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열린광장 전작권 자존심 전작권 자존심 민족적 자존심 전작권 전환

2026.05.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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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미토스’의 경고, 인간 없는 해킹 시대의 서막

1960년대 MIT 재학생들이 기차 모형을 개조하며 ‘해킹’이란 용어를 처음 썼을 때, 그것은 창의적 개선을 의미했다. 그러나 1971년 존 드레이퍼가 시리얼 상자 속 판촉용 호루라기로 AT&T 전화망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1988년 코넬 대학생 로버트 모리스가 ‘모리스 웜’으로 인터넷을 마비시켜 사이버 범죄자 1호가 되면서 해킹은 범죄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레빈이 아파트에 앉아 시티뱅크에서 1000만 달러를 빼돌렸고, 작년 9월에는 중국이 클로드를 이용해 30개국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벌이던 스파이 활동이 발각됐다.     해킹은 언제나 인간이 저질렀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 해킹의 역사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달 앤트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미토스(Mythos) 프리뷰’는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취약점을 탐지하고 침투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자율형 AI(인공지능) 에이전트다. 인류 최고 난도 시험(HLE)에서 사상 최초로 정답률 50%를 돌파하며 AI 발전의 임계점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공개된 AI 중 가장 강력한 미토스가 인간 없는 해킹의 시대를 열었다.   미토스는 전 세계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에서 수천 건의 제로데이(Zero-Day: 아직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을 발견했다. 철옹성이라고 불리던 OpenBSD에서는 지난 27년간 수많은 천재와 보안 전문가들이 놓쳤던 결함을 찾아냈으며, 자동화 테스트 도구가 500만 번 검사했다는 영상처리 소프트웨어의 16년된 버그도 잡아냈다.   무엇보다 섬뜩한 사건은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했다. 미토스 개발에 참여한 한 연구원이 AI에게 샌드박스(격리 환경) 탈출을 시도하고, 성공하면 이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미토스는 보안 장치를 우회하고 다단계 공격 경로를 구축해 탈출한 후,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쉬던 연구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가 메일을 읽는 동안 탈출 방법을 웹사이트 여러 곳에 올렸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그 게시물을 누군가 발견했다면 미토스의 보안 뚫는 방법을 손쉽게 익혔을 것이다.     각국 정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주요 금융기관과 기업 경영진들을 긴급 소집해 보안 점검 강화를 요구했고, 백악관은 앤트로픽 최고 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를 직접 불러 브리핑을 받았다. 영국과 캐나다,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긴급히 회동했다.     앤트로픽은 미토스의 일반 공개를 보류하고, 기업과 정부 기관 등 40개 조직에만 접근을 허용하는 선별 공개 방식을 택했다. 동시에 글래스윙(Glasswing)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과 함께 방어 체계 구축에 나섰다. 오픈AI 역시 유사한 ‘GPT-5.4-사이버’를 공개해 우려는 더욱 커졌다.     자율형 AI의 사이버 공격 파괴력은 핵폭발급이다.  AI 공격과 핵무기가 닮은 점은 한번 확산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불가역성이다. 이미 AI 공격의 진화 속도는 인간의 방어 패치 속도를 앞질렀다. 미토스는 취약점 탐지 능력은 탁월하지만, 보안 패치 코드 작성은 아직 제한적이다. 앤트로픽에서 새 모델을 검증하는 ‘레드팀’을 이끄는 로간 그레이엄은 앞으로는 AI 출시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토스가 공원의 연구원에게 이메일을 보낸 그 순간은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었다. 지시를 받아 울타리를 넘은 AI가 누구도 명령하지 않은 자율적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 측은 이 기이한 행보를 AI가 자신의 성취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추측할 뿐이다. ‘인간의 안전’이라는 변수가 없는 AI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AI다. 문제는 기술이 통제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점이다.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우리는 늘 한 발 늦은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다음 이메일은 연구원이 아닌 우리에게 올 수도 있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미토 경고 사이버 범죄자 보안 전문가들 보안 장치

2026.04.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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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전화 피싱사기’ 정부 차원 대책 세워야

스마트폰 화면에 ‘총영사관’ ‘주미대사관’ ‘ICE(이민세관단속국)’ 발신의 전화번호가 뜬다. 전화기 너머 남자는 ‘아무개 영사’ ‘아무개 요원’이라며 근엄하고 무서운 목소리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당신의 한국 은행 계좌가 돈세탁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검사와 통화해보라” “당신 가족이 ICE에 체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식이다. 겁에 질려 자세히 물어보면 ‘아무개 검사’에게 전화가 넘어가 “지금 당장 여권이 취소되고 입국 즉시 체포, 추방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결국 이들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물어보고, “수배를 풀어야 한다”며 수만 달러의 돈을 송금하라고 한다. 놀라고 당황해서 돈부터 송금하면 늦는다. 요즘  한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칭 사기’ 유형이다.   최근 전화 피싱 사기가 다양해 지고 있다. 은행, 신용카드 회사를 도용하는 수준을 넘어, 경찰관, 검사, 판사를 통째로 사칭하는 단계까지 왔다.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소비자보호국 소속 변호사였던 모니카 바카 변호사는 “심지어 ICE를 사칭하는 사기 전화도 많다”고 지적한다. FTC의 케이티 다판 변호사는 “보석금 명목의 송금 요구, 위조된 석방 명령서, 반복되는 소액 결제 등이 사기꾼들의 수법”이라고 설명한다.     사기 범죄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심리다. “당신에게 수배 영장이 떨어졌다” 또는 “당신 가족이 ICE에 체포되어 보석 석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방된다”고 위협한다. 정보는 단절되고 불안은 극대화된다.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는 순간, 사기범은 ‘해결사’로 등장한다. “지금 수배를 풀어야 한다” “반드시 풀려난다”는 식의 보장, “지금 보석금을 당장 결제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진다. 피해자는 선택지를 잃는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소셜미디어)도 사기꾼의 새로운 사냥터다. 검색 상단의 유료 광고, 인스타그램의 추천 게시물, 겉으로는 전문적이고 신뢰할 만해 보인다. 하지만 클릭 한 번이 수천 달러의 손실로 이어진다. 디지털 시대의 신뢰는 쉽게 위조된다. 최근 한국식 양념치킨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려다 1000달러를 사기를 당한 사례도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예방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신뢰할만한 가족 또는 변호사 연락처를 찾아두고, 가족 간 크레딧카드 및 은행 계좌 접근 권한 및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국 이민법센터, 법률지원정의센터 등에서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해를 보았다면 즉각 대응해야 한다. 은행과 송금업체에 연락해 거래를 취소하고, 신고가 부담스러우면 신뢰할 변호사 또는 단체를 통해 대리 신고를 요청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되찾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하지만 많은 피해자가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 이민 체류 신분에 대한 두려움, 언어 장벽,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침묵을 강요한다.   이 사기의 진짜 문제는 범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는 불안을 키우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사기꾼들이 ‘타깃’을 찾아내는 수단이 된다. 언어장벽으로 인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는 범죄의 온상이 된다. 사기범은 이 틈새를 파고든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경각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한 체계적 지원, 접근 가능한 법률 정보, 신뢰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불안을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안을 덜어주는 구조가 먼저 작동해야 한다.  이종원 / 변호사열린광장 피싱사기 전화 사기 전화 전화기 너머 사기 범죄

2026.04.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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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알래스카 지렁이와 개구리의 생존법

알래스카 중북부 지역은 겨울철 토양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토양생물은 생존 전략으로 동면을 택한다. 다만, 북극곰은 예외이다. 동면하지 않는 북극곰의 체지방 층은 다른 곰들과 달라 툰드라의 강추위에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가을 차고 앞에서 20~30마리의 지렁이를 발견했다. 지렁이는 비가 온 뒤, 피부가 촉촉하면 땅으로 기어 올라온다. 땅속의 물이 포화상태면 피부로 호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자연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지렁이는 먹이 섭취를 위해 흙을 삼킨다.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 후에는 소화액과 함께 흙을 배설한다. 이렇게 지렁이가 배설한 흙더미에는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가 가득 담겨 있다. 식물성장에 꼭 필요한 질소도 그중 하나다.   생활 쓰레기 중 과일 찌꺼기나 야채 등을 이용해 지렁이를 키우는 초등학교 과학 콘테스트를 관람하며 평가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플라스틱 통에 흙과 함께 지렁이를 넣고 키웠다. 지렁이는 수분이 60%에서 80%로 습한 환경을 선호한다. 생육온도도 20도 전후가 적당하다. 이런 생육조건과 환경이 조성되면, 과일이나 채소 찌꺼기를 흙위에 덮어 둔다. 며칠이 지나면 지렁이의 왕성한 먹성 때문에 이들 찌꺼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렇게 분변토를 모아 둔다. 가끔 지렁이가 알을 낳아 새끼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알래스카 중부 지역 가옥들은 보온이 잘 되는 건축자재를 사용한다. 중부와 북부 지역은 매서운 추위 속에 습도는 30% 정도에 불과 사막형 기후에 속한다. 그래서, 피부가 건조하기 쉽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지렁이를 사육하려면 분무기를 이용해 물을 자주 공급해 주어야 한다. 지렁이는 피부가 메마르면 호흡 곤란으로 죽기 때문에 수시로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여름철 개인 농장이나 텃밭에 작물을 심을 때, 지렁이 분변토가 최고의 천연비료라고 한다. 알래스카 중심부 지역의 경우, 여름엔 백야로 해가 거의 지지 않는다. 작물 재배가 가능한 기간은 수개월에 불과하지만 이 기간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알래스카도 한여름에는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올라간다.      지렁이가 어떻게 알래스카의 춥고 긴 겨울을 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렁이의 생존전략도 조물주의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지렁이는 아마도 겨울엔 체내에 천연부동액 (Natural Antifreezing Liguid)을 만들어 스스로 보호하지 않을까 싶다.      알래스카에서는 모기도 동면을 한다면 믿을까? 알래스카 모기는 혹독한 겨울에 동면하고 봄철에 깨어나 알을 낳는다. 암컷 모기들은 월동을 위해 체내에 천연부동액을 만들어 몸을 보호한다. 지렁이도 비슷한 원리로 생존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의 신비가 따로 없다.  인간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방한복을 착용하지만, 곤충이나 동물은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차이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을 따라 종단 관측 연구를 한 적이 있다. 북위 66도 부근에서 토양 조사 중에 개구리를 발견했다. 개울에는 올챙이도 있었다. 개구리도 지렁이처럼 피부호흡을 한다.   그런데 알래스카에는 뱀이 없다. 변온동물인 뱀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뱀의 활동 온도는 영상 20도 이상이다.     너무나 빠른 기후 변화로 이러한 생육 조건들이 깨지지 않을까 싶다. 기후환경에 따른 변화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곤충과 동물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는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인류의 산업 활동 부산물이 자연에 해를 끼치는 범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열린광장 알래스카 지렁이 개구리도 지렁이 지렁이 분변토 알래스카 모기

2026.04.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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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사’로 소리나는 값진 낱말들

한 해의 네 번째 달인 4월(四月)이다. 음력으론 사월(巳月)이라 부른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 전쟁 탓에 사월(四月)인지 생월(死月)인지 모르겠다.  이 전쟁 때문에 ‘사생관두(死生關頭)’에 설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死)자가 들어있는 단어를 싫어하는 한인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사(死)자가 들어간 어휘는 많다. 육체는 없어져도 명성만은 영원히 남는다는 뜻의 ‘사차불후(死且不朽)’, 사정거리 안에 있지만 장애물 등으로 화력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뜻하는 사각(死角),  죽음을 마물(魔物)로 보아 이르는 말인 사마(死魔), 광석을 다 채굴하여 광물이 거의 없어진 광맥을 일컫는 사맥(死脈),  곰팡이나 버섯처럼 죽은 생물에 기생하는 것을 뜻하는 사물기생(死物寄生),  음력 초하룻날 또는 그 날의 달을 일컫는 사백(死魄), 살아날 가망이 없는 병은 사병(死病), 한이 깊이 맺혀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뜻의 사불명목(死不暝目), 또 죽기를 각오하고 나선 군사는 사사(死士)라고 한다.     이 밖에 거의 죽게 된 상태를 의미하는 사상(死狀), 죽음이 임박한 사람의 얼굴은 사상(死相)이라 칭한다.  또 저항력이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쓰는 행위는 사승습장(死僧習杖), 불교에서 중생이 수명이 다해 숨을 거두려는 찰나를 사유(死有)라고 한다.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이후이(死而後已), 사람의 생사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의 사생유명(死生有命)이란 말도 있다.  앞에 언급한 사생관두(死生關頭)는 죽느냐 사느냐의 결정적인 순간을 말한다. 밀도가 낮고 수온이 높은 바닷물이 그 반대의 바닷물을 덮고 있어 배가 나가는데 장애가 되는 사수현상(死水現象), 의사가 환자의 사망 사실을 의학적으로 확인하는 사체검안(死體檢案), 막다른 길을 의미하는 사로(死路)에도 ‘사’자가 들어간다.     발음이 ‘사’자로 시작되는 어휘로는 실학의 대가 박지원을 사우(師友)로 모신 네 실학자를 일컫는 사가(四家), 역사가의 준말 사가(史家), 개인의 살림집 사가(私家), 사돈집 사가(査家), 스승의 집 사가(師家), 왕조 때 관리들에게 휴가를 주는 것을 말하는 사가(賜暇) 등도 있다.       ‘사상’으로 소리나는 낱말도 재미있다. 불교에서 생멸(生滅) 무상의 모습을 네 가지로 정리한 것 사상(四相),  천체에서 일월성신을 이르는 말 사상(四象), 일의 되어가는 형편 사상(事相),  낱낱의 특수한 성질을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일 사상(捨象),  실과 같이 가늘고 긴 모양을 의미하는 사상(絲狀)등 다양하다.     끝으로 영어의 에이프릴(april)과 불어의 에이브릴(avril)은 라틴어 아페리레(aperire)에서 비롯된 말인데 ‘펼치다, 또는 열다’란 뜻이다.  그래서 농부나 밭일을 하는 사람들은 4월이 되면 들로 나와 힘차게 활동을 하고 겨우내 땅속에서 잠들었던 동물들도 동굴을 박차고 나와 힘차게 움직이며 움츠리고 있던 식물들도 파릇파릇한 들로 나와 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윤경중 연세목회자회증경회장열린광장 낱말 형편 사상 음력 초하룻날 전쟁 때문

2026.04.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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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선택적 인권, 공정한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간인 희생을 우려하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는 것 자체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인권은 어느 나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인권의 기준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데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 처형,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러시아의 전쟁범죄 의혹은 국제 사회가 오래전부터 지적해 온 심각한 인권 문제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에는 침묵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스라엘 문제에만 유독 강경하다면, 그것은 보편적 인권의 실천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같은 인권 문제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순간, 인권은 공정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국제 사회는 그것을 대한민국의 외교적 입장으로 받아들인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원칙의 일관성이다. 누구에게는 엄격하고 누구에게는 침묵하는 태도는 결코 원칙이 될 수 없다.   같은 인권 문제라면 북한, 중국, 러시아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유독 이스라엘 문제에만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면, 국제 사회는 이를 인권 외교가 아니라 선택적 인권 정치로 해석할 것이다.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인권은 공정이 아닌 정치적 계산일 뿐이다.   외교는 도덕적 만족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국익과 신뢰를 지키는 냉정한 전략의 영역이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외교적 파장을 낳고, 그 파장은 결국 국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안보·기술·외교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국가이며,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편향된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외교적 부담만 키우게 된다.   특히 미주 한인 사회에도 그 부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권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편향적으로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미주 한인 사회도 그 여파를 감당해야 한다. 이미 이스라엘 내 한인 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외교적 발언은 무책임하다. 더 큰 문제는 국제 사회가 이러한 태도를 원칙이 아니라 계산으로 본다는 점이다.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특정 국가에만 강경한 태도는 보편적 인권이 아니라 정치적 편향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원칙 없는 인권 외교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인권 외교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같은 인권 문제라면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이 되고,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내 편에는 침묵하고 상대에게만 엄격하다면 그것은 공정이 아니라 위선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인권의 기준을 달리하는 순간, 인권은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되면 명분도 잃고 국익도 잃는다.   인권을 외교의 명분으로 내세우려면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북한에는 침묵하고 이스라엘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태도는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선택적 인권은 공정이 아니라 인권의 이름을 빌린 정치일 뿐이다. 인권의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 외교의 신뢰는 무너지고, 외교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익도 무너진다. 결국 선택적 인권이 반복될수록 공정은 사라지고 국익은 희생된다.   대통령의 외교 언어는 감정이 아니라 공정한 전략이어야 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선택 인권 인권 외교가 선택적 인권 인권 문제

2026.04.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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