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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돌봄은 영적 활동의 연장

지난 몇 달간 동문 합창단에서 성곡과 가곡을 부르며 음악이 주는 ‘돌봄’을 느꼈다. 단순히 음악 활동을 한 줄  알았는데 정겨운 동문과 연결이 되어 돌봄을 받았다.       광야의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곤고함이 있었지만 음악을 통해 돌봄을 받았기에 이 가을을 건강하게 맞게 된 건 아닐까 싶다. 발표회를 앞두고 그 무덥고 힘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크다.   병원 원목의 핵심 활동 8가지를 말하라면  회의, 평가, 프로토콜, 돌봄, 믿음, 예식, 슬픔, 작별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돌봄이 언제나 우선이다. 그런데 이 돌봄 활동의 개념을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늘 동료들과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에 빚진 자의 마음을 갖게 된다. 돌봄은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상호연관이 되어 있고, 한참이 지나서야 실감하기도 한다. 원목으로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을 돌보는 가운데 오히려 나에게 돌아온 그들의 돌봄이 나를 감싸주고 위로하는 것이 놀랍다.   우리 삶에서 돌봄의 또 다른 형태로 영적 활동을 생각해 본다. 재능이나 경제적 기부, 자원봉사 등은 우리가 자주 듣는 말들이다. 이런 여러 형태의 돌봄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 또한 영적 활동의 한 부분이다. 기부의 의미를 생각하며 광야의 삶 속에 맞닿는 것을 찾아 나선다면  그러한  돌봄도 영적 활동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요즘 정신건강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과도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의 부작용에 따른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부모와 의사, 그리고 교사의 연대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 정부기관들도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방정부는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핫라인 전화번호는 ‘988’로 24시간 통화가 가능하다. 직접 대화를 하거나 문자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영어가 불편한 경우 본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통역 요청도 가능하다. 현재 100개 이상의 언어로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특별 전화 ‘988’은 상황이 심각한 경우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심적 고통이나  혼란이 큰 사람에게는 전문인 상담을 해주는 등 정신질환 예방과 교육이 목적이다.   성서에서 영적 활동으로서의 ‘돌봄’을 읽는다.  “주린 자에게 네 심정을 동하며 괴로워하는 자의 마음을 만족하게 하면 네 빛이 흑암 중에서 발하여 네 어두움이 낮과 같이 될 것이며 주께서 너를 항상 인도하여 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가을을 맞아 돌봄을 통한 영적 활동이 가정과 일터마다, 그리고 모든 청소년 심정마다 확장되어 영혼의 만족과 질병의 예방을 경험하는 기쁨이 풍성하기를 기원한다.     김효남 HCMA 채플린본부 디렉터열린광장 활동 연장 음악 활동 핵심 활동 영적 활동

2026.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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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영화 ‘암살자(들)’가 역사에 미칠 영향

조국의 역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 살수록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절실하게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을 영화나 소설로 다룰 때는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실재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세대의 역사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바로 그런 문제를 던지고 있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소재다. 그런데 당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진 내용과 전혀 다른 가능성을 암시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고 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당시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것과 관련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의문점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진영논리와 이념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하다.   유가족이 생존해 있는 지금 생뚱맞게 새로운 의문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면 그 책임도 따라야 한다. 특히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왜 하필 이재명 정부 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비극을 소재로 기존의 역사적 인식과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는 영화가 등장했느냐는 것도 의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을 산업화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 오늘날 선진국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분이다. 물론 영화가 현 정부의 지시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제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영화가 지금 개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현 정부의 의도를 추론해서는 안 되겠지만, 창작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빈곤한 변명에 불과하다. 당시 사건은 많은 국민이 목격했고, 필자도 TV를 통해 봤다. 그리고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쳐 사건의 실체가 정리됐다.   그렇다면 영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되었고, 상영되게 되었는지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역사는 한쪽의 주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화적 상상력만으로 다시 쓰여서도 안 된다. 창작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도 제공돼야 한다. 역사적 진실을 진영 논리와 이념으로 전개한다면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정치권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역사에는 관대하면서 상대 진영의 역사에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느 정파의 역사적 승리가 아니다. 진실이다. 오늘 우리가 어느 편의 역사를 지키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사실인가를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역사를 정치적 무기로 만들면 진실은 사라지고 진영 논리만 남는다. 그리고 그렇게 왜곡된 역사는 다음 세대에게 사실처럼 전달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아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의혹은 의혹대로, 창작은 창작대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키는 길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최근 문세광을 조사했던 정치근 검사의 자서전이 공개되며 문세광의 최후 진술 일부가 알려졌다. 문세광은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며 박정희 대통령과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고, 자신이 조총련에 속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남겼다고 한다.   역사는 입맛에 맞게 재단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진실이 왜곡된 역사가 다음 세대의 현실이 되는 것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암살자 영화 역사적 진실 역사적 의문점 영화적 상상력

2026.10.0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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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77년 전 시작된 인연

나는 올해 98세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17세에 해방을 맞았다. 그리고 1947년 19세 되던 해 서울중앙방송국(KBS) 아나운서 공채 1기 시험에 합격해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정부수립 전후의 각종 행사를 보도했고, 6·25 전쟁 중엔 일본 도쿄에 있던 유엔군총사령부방송(VUNC)에 1년간 파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22년간 방송일을 하다 1972년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에 출연했기 때문에 여전히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법하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직 보고, 듣고, 읽고, 쓰고 하는 일에 지장 없이 살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은 오래전부터 좋아해서 요즘도 하루에 두어 시간 정도씩 듣는다.     최근 미주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첼리스트 이방은씨와 피아니스트 임자향씨의 첼로 소나타 연주회 소식을 접했다.너무나 반가워 ‘나도 한마디’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게 됐다.   이방은 첼리스트와의 인연은 77년 전인, 1949년 봄 시작됐다. 당시 서울 명동의 시공관에서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의 한국 초연 연주회가 있었고, 나는 그 연주회를 중계방송하는 담당 아나운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딴 따다다 딴 따다다 딴딴 따다다 따다다 따다다...” 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단위의 리듬인 ‘볼레로’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여서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도 낯선 음악이었다. 그런데도 이날 시공관 객석은 만원이었다. 아무래도 관객 대부분이 프로그램 1부에 있던 이인형씨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     이인형씨는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였으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주름잡던 테너 이인범씨의 친동생이기도 했다. 내 기억으로도 그는 멋있는 남자였다. 특히 그날의 연주곡 그리그의 A단조는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음악이었다.     당시 한국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제2차 세계대전의 적성국가로 간주한 까닭에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멘델스존의 협주곡이 연주되는 일이 드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인형씨의 연주가 끝나자 많은 관객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때 무대 한쪽에서 단발머리 소녀가 꽃다발을 들고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인형씨의 딸로 보였던 소녀는 꽃다발과 함께 아버석의 품에 안겼다. 순간 장내에 또다시 터질듯한 환호성이 울렸다. 이어 KBS 교향악단의 ‘볼레로’ 초연이 무난히 끝났지만 예상대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해 비극적인 6·25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가 미국에 이민 온 지 약 20년이 되던 무렵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 음악회를 계기로 이인형씨 부녀의 소식을 알게 됐다. 이인형씨는 전쟁 중 월북했다 세상을 떠났고, 단발머리 소녀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가 되어 LA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방은씨의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달려가곤 했다. 1949년 시공관에서 극적으로 만나던 때의 얘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고, 때로는 편지로 이민생활의 애환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해 동안 연주회 소식이 없다가 이번에 연주회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특이 이번 연주회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 동창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임자향 씨와의 협연이라 더 의미가 크다.     두 음악가는 이제 나이가 80대에 접어든 연주자다. 원숙하고 깊이 있는 연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아름다운 첼로 소나타가 한 프로그램에 실린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연주회의 연주곡 중,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제5번 작품 102의 2는 그의 첼로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종교적인 깊이가 있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작품 36은 그리그가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을 담은 엘레지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프로코피에프의 첼로 소나타 119의 전체적인 인상은 ‘청춘의 서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하고 명쾌한 음악이다.     나는 77년 전의 단발머리 꽃다발 소녀를 생각하며 10월 24일(토)의 연주회가 무척 기다려진다.     연주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LA나성제일교회(213  S. Hobart Blvd. LA)에서 열린다. 문의 전화는 (818) 212 - 8540.          위진록 / 전 방송인·수필가열린광장 시작 인연 연주회 소식 동안 연주회 첼로 소나타

2026.10.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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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AI가 인간을 속이기 시작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그리고 글로벌 보안 연구진이 AI 에이전트들의 거짓말과 문제가 있는 행동 수만 건을 긴급 조사 중이다. AI의 능력이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화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통제를 벗어난 이른바 ‘탈선(rogue) 에이전트’의 수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9월 초, 앤트로픽의 AI 연구원 제이콥 콕슨은 X(옛 트위터)에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AI가 2030년 전에 우리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글을 남기고 퇴사했다. 이에 다른 AI랩 연구원들도 인류 멸망 확률을 10%에서 50%까지 언급하며 동조했고, 며칠 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역시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통제 불능 에이전트들의 위험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9월은 AI의 위협을 각성하게 만든 뜨거운 시간이었다.     AI 속도 조절론이 세계적 의제로 부상한 이유는 분명하다. AI 에이전트의 탈선 범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스스로 더 나은 AI를 만드는 ’반복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은 AI 안전 문제의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경각심을 결정적으로 깨운 계기는 지난 7월 드러난 오픈AI 에이전트들의 허깅페이스(Hugging Face) 해킹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5월로 올라간다. 새 모델을 테스트하던 연구진은 에이전트들에게 사이버 보안 과제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부 과제의 해결이 불가능해지자, 수백 개의 에이전트는 채점 시스템을 속이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자사 내부 서버와 독일의 개발자 위키를 비밀 게시판으로 삼아 수만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목적은 단 하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무리(swarm), 집단(collective)이라 부르며 접근이 금지된 자사 네트워크까지 침투했다.   최근 북가주 스타트업 파스(Parse)와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선 에이전트들은 허깅페이스 해킹 과정에서 이미지 인식 AI를 동원해 로봇 접근을 막는 인증 절차(캡차)를 통과했고, 정보를 잘게 쪼개 숨긴 약 100만 개의 단축 링크 묶음을 만들어 활용했다. 정답을 찾은 후에도 자신들을 채점하고 부정행위를 적발할 인간 평가자와 보안 시스템을 속이기 위한 공모를 이어갔다.     오픈AI의 자체 조사 결과, 에이전트들의 ’엇나간 행동(misaligned behaviors)‘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뉴멕시코대학의 디지털 도서관과 비영리 플랫폼 ’데이터 USA‘를 공격했고, 호주 메디케어 통계 사이트에서 건강 데이터를 무단 탈취했다. 이 밖에도 미국 인구조사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등 공공기관 사이트를 무차별적으로 긁어모았으며, 이 과정에서 챗GPT 사용자의 개인 이미지 53장을 노출했다.     이러한 AI의 안전성 논란은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상장을 앞둔 시점이자, 데이터센터 증설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커진 시점에 터져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 멸종론‘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하지만, “지금의 AI보다 무서운 것은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속도”라는 콕슨 연구원의 경고는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AI의 위험성만큼 무서운 것은, 최고의 해킹 도구가 된 AI로 가차 없이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시험하는 인간 해커들이다.   이제는 AI를 확실하게 통제할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 인간의 가치관을 학습시키는 정렬(alignment) 훈련과 기업의 자발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엔비디아가 탈선 에이전트를 즉시 정지시키는 ’킬 스위치‘ 제어 플랫폼을 선보이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AI 기업의 독립적 감사와 킬 스위치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AI 기술은 인류에게 축복이지만, 그 발전은 양날의 칼이다. 칼이 아무리 예리해져도 칼자루는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속이기 시작 탈선 에이전트들 ai 에이전트들 사이버 보안

2026.09.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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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하늘의 유성이 된 전유성을 그리며

2025년 가을의 초입,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났던 전유성 형의 1주기가 되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날카롭고 유쾌한 시선으로 대중을 위로해주던 사람, 몸개그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진지한 얼굴로 툭 던지는 말 한마디의 가치를 증명했던 그는 많은 후배의 대부이자 개그계의 거목이었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다정한 형이었습니다. 형이 남긴 빈자리를 바라보며 그가 남긴 웃음의 철학과 삶의 발자국을 찬찬히 추억해 보려 합니다.   형을 처음 만난 것은 1970년대 대학 시절, 당시 저는 같은 과 친구와 포크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형의 동생으로 광화문의 음악 감상실에서 DJ를 하던 전익송 선배의 소개로 귀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 형이 기획했던 포크 콘서트와 남산 드라마 센터에서 열린 ‘전유성 판토마임 발표회’ 등 많은 행사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후 형이 운영하던 서대문 통기타 카페 ‘도날드’와 이대 앞 ‘맥심’, 광교의 ‘태평양’ 등 다운타운 음악가에서 잠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형의 따뜻한 주선 덕분이었습니다.     1982년 미국에 온 이후에도 형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1993년에는 형이  직접 제작, 감독, 출연까지 했던 무성영화 변사극 ‘순애 내사랑’(변사 최영준)이 LA윌셔이벨극장을 비롯해 미전역 5개 도시에서 공연되었고 이를 시점으로 소리 극 ‘장날’, 모노드라마 ‘품바’, 그리고 대학로 우수극단들의 초청공연과 개그맨들의 무대가 이곳 LA에서 자주 펼쳐졌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한인들에게 형이 소개해준 공연들은 따스한 고향의 위로였습니다.   PC통신 시절, 컴퓨터 초보자를 위한 파격적인 컴퓨터 입문서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가 메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저는 곧바로 LA에서 북 콘서트를 기획했고 형을 주강사로 초청해 1996년 당시 웨스턴과 5가에 있던 코스모스 백화점 무대에서 컴퓨터 엑스포를 일주일간 진행했던 기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모두가 컴퓨터를 어렵게 생각할 때 그것조차 유머로 승화시켰던 형의 천재성에 또 한 번 감탄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형은 세상이 정해놓은 ‘엄숙함’과 ‘규격’을 유쾌하게 비틀 줄 아는 감각과 유연함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심야 볼링장’과 ‘심야극장’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야간 여가문화’를 개척한 것도, 1990년대 말 인사동에  옛 초등학교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던 ‘학교종이 땡땡땡’도, 경북 청도에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인 ‘철가방 극장’을 세워 문화가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리는지 증명한 것도 모두 형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습니다.     형은 살아생전 저에게 미주공연을 자주 논의하곤 했었는데 반려견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세계 최초의 이색축제 ‘개나 소나 콘서트’와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엄숙하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부순 전유성 기획/연출의 폭소 클래식 ‘얌모얌모 콘서트’(한우리 오페라단)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형의 1주기를 맞으며 더는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없지만 형이 기획하고 연출했던 그 빛나는 웃음의 무대를 미주 한인들과 함께 마주할 날을 꿈꿔봅니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전유성 하늘 전유성 판토마임 컴퓨터 일주일 컴퓨터 엑스포

2026.09.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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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세대를 잇는 아름다운 축제

한 사람이 걸어온 세월은 그 자체로 한 권의 역사책이다. 낯선 이국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정을 지키며 한인 사회를 일구어 온 한인 1세대의 삶에는 땀과 눈물, 인내와 사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마 전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가 마련한 ‘2026 시니어 음악회 및 효자·효부상 시상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은 올해도 행사에 초대받아 어린이 발레단의 ‘자유로 하나 되어’와 실버 발레단의 ‘카르멘’을 무대에 올렸다.   오늘의 한인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낯선 환경에서 삶의 터전을 닦아온 어르신 세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은 시니어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소중한 세월을 기억하며, 그들을 하나로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또 시니어들의 권익과 복지를 살피고, 외로움을 덜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마련해 왔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혜를 다음 세대와 나누고, 활기찬 노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세대를 잇는 일은 한인 사회의 뿌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한인 사회를 일구어 온 1세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그 뜻에 공감한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으며, 주최 측은 오랜 시간 공연과 시상식, 선물 등을 세심하게 준비해 풍성하고 따뜻한 축제를 완성했다.   무대 위에 춤의 선이 펼쳐지자 객석의 시선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였다. 춤은 말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 예술의 언어다. 섬세한 손끝과 리듬을 품은 발걸음은 기쁨과 감사, 사랑을 전하며 서로 다른 세대를 하나의 감동으로 이어주었다. 어린 무용수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춤추며 객석에 기쁨을 전했고, 실버 발레단은 세월이 빚어낸 품격과 열정으로 큰 감동을 남겼다. 어린이와 시니어가 한 무대에 오른 모습은 춤이 나이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임을 보여주었다.     우리 공연팀은 많은 박수와 따뜻한 환대에 받았다. 의미 있는 행사를 정성껏 준비한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봉사는 마음이 움직이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내가 가진 시간과 재능을 기쁜 마음으로 나눌 때, 그 기쁨은 다시 더 큰 웃음과 감사로 돌아온다. 그날 무대에서의 춤은 세월의 경계를 넘어 어린이와 시니어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앞 세대가 걸어온 길이 기억되고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때, 한인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 진 발레스쿨 원장열린광장 축제 한인 사회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 어린이 발레단

2026.09.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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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스스로 한반도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조국을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이 한 번쯤 냉정하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스스로 한반도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대한민국을 세계 5위 수준의 군사 강국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질문도 따라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전작권 전환은 단순한 자주국방의 상징이 아니다.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누가 연합군을 지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며, 미군의 증원 전력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다. 더욱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 드론과 사이버 전력까지 갖춘 북한을 상대로 군사력 순위 하나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와 방공무기를 보유했지만, 예멘 후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 사례는 첨단 무기를 많이 보유하는 것과 실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사우디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과 방위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후티와 비교할 수 없다. 북한에는 핵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세계 몇 위’라는 숫자가 아니다. 실제 전쟁에서 작동하는 지휘체계와 정보능력, 방공망, 군수지원, 연합작전 능력 그리고 동맹의 신뢰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해 동맹국들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했을 때 한국 정부는 군함 파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것을 두고 찬반을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상호 안보 책임을 전제로 하는 관계라면,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에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 5위 군사 강국이어서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동맹국의 지원 요청에는 소극적이라면 과연 동맹의 신뢰가 더욱 강해질 수 있겠는가.   동맹은 필요할 때만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돕는 만큼 한국도 자유세계의 안보와 동맹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동맹의 기본이다.   전작권 전환 역시 ‘자주’라는 정치적 구호보다 냉정한 군사적 검증이 먼저다. 한국군이 실제로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갖췄는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지,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미주 한인들은 미국이 얼마나 강한 나라인지 잘 알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국익에 따라 안보전략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한국의 국방력이 강해질수록 한미동맹도 더욱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로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은 강력한 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묻는다. 세계 5위 군사 강국이라면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도 정말 안전한가.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된 뒤에도 한미연합방위체계와 미국의 확장억제는 확실하게 작동할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는  휴전 상태라는 냉엄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강한 국방력과 흔들리지 않는 한미동맹, 그리고 동맹국의 책임을 함께 갖추는 것이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군사력과 동맹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박철웅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한반도 군사력 순위 전작권 전환 미사일 위협

2026.09.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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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동방의 빛’, 민족의 유산

우리 선조들은 세상의 모든 본질을 하나로 보았다. 너와 나라는 이분법을 넘어 우리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육신은 늙어 자연으로 돌아가되 자손과 공동체에 이어진 생명과 정신은 영원하다는 영생과 조화의 진리를 간직해 온 것이다.   인간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라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우리 민족이 지켜온 공동체적 영성은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인간 존중과 공생의 철학이다. 선조들이 보여준 이러한 지혜와 의식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방향을 잃어가는 문명사적 위기 앞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스스로 낮춰보는 민족 허무주의와 사대주의는 자주적인 삶을 가로막는 병폐다.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이들에게서 공동체를 향한 진정한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방황을 겪는 현대인에게, 삶의 중심을 잡아줄 성숙한 정신문화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질적 풍요를 뒷받침할 사상 문화와  정치 수준의 낙후 때문이다. 각 국가에서도 권력을 독점하려는 정권 쟁탈전과 폭력이 자행되며 극심한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제는 인간 존엄과 공감을 기반으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소외된 인간을 구원하고 심신 조화의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늘어난 인간의 수명 역시 단지 생존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소비에만 머무는 삶은 무의미하고 무료할 뿐이다. 의식주를 가능하게 해준 수많은 사람의 협력에 감사하고, 타인과 협동하고, 양심에 따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참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우리 선조들은 홍익인간, 재세이화 사상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과 사회를 널리 이롭게 하며 이치에 맞게 세상을 다스리고자 했다. 이는 개인의 삶과 창의성이 타인 및 공동체의 안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아래,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려 한 노력이었다. 독창적인 창제 원리와 애민 정신이 집약된 한글도 겨레의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개인의 운명을 공동체, 나아가 인류의 삶과 연결하여 사회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통일을 이루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단순한 관념에 머물지 않고, 남북 간 체제 격차와 복잡한 국제정세라는 현실적 난제를 극복하며 북한 동포의 인권 회복과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제도적, 외교적 노력의 든든한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밝은 빛”이 다시 켜질 날이 가까워졌다.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된다는 것은 도덕적, 문화적 리더 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와 인종, 빈부, 종교 간 갈등을 화해시키는 조정자이자,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모범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다. 자주적인 역사관과 인간을 중심에 놓는 K-사상으로 인류를 구원할 동방의 빛을 다시 밝혀야 할 때다. 김 용 / 한울운동대표열린광장 동방 민족 민족 허무주의 공동체 발전 자손과 공동체

2026.09.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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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여름 밤 할리우드 보울에서

지난 8월 20일 저녁 두 딸과 함께 할리우드 보울을 찾았다. 지난 17년간  LA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맡아 이 도시의 영혼을 음악으로 채워 주었던 구스타보 두다멜의 고별 무대 주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완만한 언덕길을 수많은 인파에 묻혀 올라갔다. 티켓을 보여주고 가방을 검사하고 들어서는데 나만 따로 불러세워 온몸을 검사했다. 큰딸이 옆에서 아빠가 특별해 보이는 모양이라고 웃는다. 자리를 찾아가자 4인용 칸막이로 된 좌석에 작은딸이 먼저와 벽에 붙어있는 탁자 2개를 펴고, 의자를 마주 보게 놓았다. 틈만 나면 할리우드 보울이나 LAFC 경기장, 일본으로, 한국으로 부모와 같이 다니려고 애쓰는 딸이다. 와인과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 올 때마다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음식을 나누며 공연 시작 전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자 무대 위로, ‘Celebrating Gustavo at the Bowl, 베토벤 교향곡 9번’이라는 사인이 크게 보였다. 무대는 LA 시민들이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그와 함께 보낸 지난 17년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것 같았다.     1부가 시작되었다. 두다멜이 LA에 와서 만든 어린이 합창단과 YOLA(Youth Orchestra LA)가 연주에 참여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마이클 니아가 작곡하고, 시인 아만다 고먼이 가사를 쓴 ‘Hymns of the Heart(마음의 찬가)’가 세계 최초로 연주되었다.   두다멜은 어린 시절 베네수엘라의 음악학교에서 교육받고, 자랐던 만큼,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LA에서 이를 실천하였다. 어린이들이 순수한 소리를 내고,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그의 말대로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Good bye, Gustavo, We love you Gustavo”를 외쳤다. “슬픔이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라면, 기쁨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라는 아만다 고먼의 메시지처럼 어린이들이 기쁨의 시간을 선택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것 같았다.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시간이 되었다. 마스터 코랄이 들어서고, 세계적인 4명의 솔리스트가 참여해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였는데, 그중 소프라노는 한국인 성악가 헤라 박(Hera Park)이 풍부한 성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2만여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음악에는 인종과 국경의 벽이 없어야 하고, 음악이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잘 표현된 공연이었다.  그의 17년은 LA 필하모닉을 세계에서 8번째, 미국에서는 3번째로 지명도가 높은 오케스트라로 만들었고, 클래식의 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열어주었다.   이제 그는 LA를 떠나 뉴욕으로 간다. 그의 이름은  LA 사람들에게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모든 청중이 일어서서 오랫동안 박수치며 환호하는 것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할리우드 한여름 할리우드 보울 어린이 합창단 연주 시간

2026.09.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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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미소는 시니어의 힘이다

물건을 사고 팔 때 가장 먼저 물건의 외양을 보게 된다. 우선 외양이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용하는 감각이 시각인 셈이다.     대인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누구나 잘 보이려 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려 한다. 얼굴을 가꾸고, 외모를 단정히 하는 행위는 바로 자신의 외양을 보기 좋게 만들어 호감을 사기 위함이다.     외양을 가꾸기 위해 좋은 옷을 입고, 화장하고, 심지어 성형수술도 마다치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미소의 힘이다.     미소란 인간만 가진 특별한 능력이다.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동물도 있지만, 이는 얼굴근육의 변화일 뿐이다. 인간은 좋은 일이 있을 때, 타인에게 친근감을 표현할 때, 그리고 행복하고 기분이 좋을 때 미소를 짓는다.     나는 나의 미소를 볼 수가 없다. 그저 느낄 뿐이다. 이는 미소가 남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즉 남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또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미소가 나를 치유하는 보약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귀중하고 효과적인 미소 활용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특히 시니어들은 더 많은 미소가 필요하다. 젊은 세대만큼 외양을 포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만으로도 호감을 갖게 하고, 청년들은 젊고 씩씩한 힘을 발산하고, 장년들은 중후한 안정감으로, 미소를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니어에게 남은 것은 주름진 얼굴, 구부정한 체격, 무심한 표정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런 외양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돌아오는 것은 동정뿐이다.     시니어도 자신을 가꿔 세상으로부터 호감을 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얼굴의 미소다. 세상은 미소 짓는 시니어에 호감을 보이고 동정 대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눈만 마주치면 미소 짓는 미국인들로 인해 당황스러운 적이 많았다.  특히 시니어들의 미소 띤 얼굴을 자주 접했다. 한참 후에야 미국인들이 자주 미소 짓는 이유는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려는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들은 미소가 가진 광고 효과를 본능적으로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미소는 자신의 외모를 예쁘게 포장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시니어들에 미소는 세상의 호감을 얻게 해 주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자신에게는 복을 주는 미소를 아끼지 않을 때, 세상은 서로 호감을 갖고 존중하는 풍요로운 곳이 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열린광장 시니어 미소 미소 활용 동정 대신 광고 효과

2026.09.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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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미국은 선택받을 때 강해진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다. 그러나 요즘 외국인에게 “미국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패권국은 단순히 강한 나라를 뜻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를 국제 표준으로 정착시키며, 다른 나라들이 그 질서를 강요가 아닌 필요와 신뢰에 의해 받아들이게 만드는 능력이 요구된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자 할 브랜즈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미국이 ‘노쇠하고 위태로운 패권국의 시대(aging, endangered Hegemon Era)’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압도적인 자산을 활용하는 능력이 감퇴했다는 것이다. 안에서는 정치 분열과 재정 부담이, 밖으로는 중국의 부상과 동맹국들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매력과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규칙 제정 능력도 감퇴시켰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세계 질서 수호 의지와 능력, 그리고 자국을 지켜줄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문은 이민이다. 미국은 세계 이민자들이 꿈꾸던 종착지였다. 그러나, 현주소는 ‘차단’에 가깝다. 지난달 연방 법원이 75개국에 대한 이민비자 발급의 전면 중지를 무효화 했지만, 창구는 갈수록 좁아진다. 난민 수용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백인 중심으로 바뀌고, 지난 8월 한 달에만 5만 명 이상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 유학생들은 학업 기간의 체류 대신, 이달 15일부터는 최대 4년에 출국 준비를 위한 30일을 더한 기간만 체류가 허용된다. 졸업 후 실습 취업(OPT)에는 10만 달러의 수수료가 검토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밀히 통합된 경제권이자 오랜 동맹이다. 그런데 미국은 캐나다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무역 압박을 가한다. 지난 7월, 트럼프 1기 때 맺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연례 검토 방식으로 바꿨고, 1930년 제정된 관세법을 꺼내 캐나다 일부 상품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게 많다고 반발했고, 협상은 난관에 봉착했다. 동맹들은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기 시작했다.     패권 유지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AI 투자로 미국 경제는 활기차지만, 연방정부 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었다. 국채 가격은 내리고 채권 수익률(이자율)은 오른다. 미국 국채는 무조건 안전 자산으로 여기던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 투자자들은 재정 위험과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한다. 미국 국채 문제는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졌다.   군사력도 무한하지 않다. 이란전쟁은 승패가 모호한 채 6개월을 넘겼다. 전쟁은 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고,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시켰다. 특히 미국의 요격미사일 소진은 다른 지역에서의 군사 지원 능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패권국의 힘은 단순히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순간 미국에서 무기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동맹국에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독보적인 미국 중심의 시대에서 실용을 좇는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변화가 시작됐다. 중국은  미국의 주도권 견제를 위한 공감대 형성과 세계 무대에서 역할 확대를 위한 지지 확보에 열심이다. 그러나 세계는 중국 쪽으로 전환하기보다 미국에의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전환기에 미국은 힘보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믿고 자발적으로 와서 미국인이 되었다. 이민자와 동맹국이 미국을 믿고 선택했을 때 미국은 가장 강했다. 미국의 힘은 세계를 두렵게 하는 힘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하게 만드는 매력에 있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미국 선택 세계 이민자들 세계 질서 캐나다 협정

2026.09.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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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인공지능을 둘러싼 찬반론

인공지능(AI)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류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특이점에 도달하면 모든 문제는 사라지고 인간은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출, 정반대의 의견을 내세우는 학자들 가운데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의 저자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는 ‘초인공지능’의 출현을 주장하며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 인공지능의 기술발전 속도가 변곡점을 넘어서면 인간이 개입하기 어려운 단계로 급속히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초인공지능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 능력은 초인공지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인간과 자원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이론적 대결보다 당장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더 크다.  바로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직업 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AI 가 고장 난 차를 고쳐줄 수 있느냐?”는 도전적인 질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직은 인공지능이 모든 블루칼라의 일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의 무서운 기능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다. 이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란 지도부를 한 번에 폭사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전쟁에 활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큰 문제는 인공지능의 오판으로 참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군의 폭격으로 이란의 여자초등학생 100여명이 참변을 당한 것도 인공지능이 공격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결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며 과학 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따라서 윤리 의식도 박애 정신도 없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 개발 기술이 아무런 규제 없이 발전하게 되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의 출현 그 자체가 신의 섭리에 순응하지 않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인류학자 레리 커즈와일이나 인간의 종말을 주장한  엘리에에 유드코스키든, 미래에 이 두 사람 가운데 한명은 ‘엉터리 학자’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인공지능 찬반론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개발 기술발전 속도

2026.09.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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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왜 하필 지금인가?

필자는 미국에서 50년을 살았다. 반세기를 타국에서 살았지만 지금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조국은 멀리 있어도 마음에서는 떠난 적이 없다.   전쟁의 폐허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한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부모 세대의 희생과 국민의 땀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재외 동포들에게도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조국이다.   그래서 요즘 조국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정치권의 갈등이 단순한 정쟁을 넘어 헌법과 법치, 삼권분립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까지 흔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입법부가 그렇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만, 다수의 힘이 곧 무제한의 권력은 아니다. 다수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한계가 있다. 그것이 헌법이다. 검찰과 사법부에 문제가 있다면 개혁해야 한다. 권한 남용이나 정치적 편향이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과 제도를 바꾼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 지금인가? 법과 제도의 변경이 특정 사건이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면 그 필요성과 절차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좋은 개혁도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법은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오늘의 여당에 유리한 법이 내일 야당이 되어도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오늘의 권력자가 내일 그 법의 대상이 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것이 법치주의의 기준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정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금은 다수당이지만 다음 선거에선 소수당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헌법과 법치의 원칙을 특정 정권의 이해관계에 맞춰서는 안 된다.   사법부도 성역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묻고 제도를 고쳐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재판과 사법제도를 좌우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제도다.   진정한 개혁은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아야 한다. 특정 세력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원칙도 바뀌는 제도라면 권력의 도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주 한인들이 이 문제를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없는 것도 대한민국이 가난과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자유와 번영을 이룬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흘린 땀과 희생을 기억한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헌법이 살아 있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며, 정권이 선거를 통해 평화롭게 교체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다.   해외에서 조국을 바라보는 동포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권력보다 헌법이 우선하고, 정치적 이해보다 법치가 앞서며, 누구도 권력 때문에 법 앞에서 특혜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나라다.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권력은 잠시지만 국가의 제도는 오래 남는다. 오늘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가 내일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은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다음 세대를 위해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느 정당의 나라도, 어느 정권의 나라도 아니다. 국민의 나라이고 헌법 위에 세워진 나라다.   필자는 지금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조국을 생각하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필자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권력보다 헌법이 강한 나라, 정치보다 법치가 강한 나라, 국가보다 국민의 자유가 존중받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은 다음 세대에도 온전히 남아야 한다. 그것이 반세기를 타국에서 살아온 필자가 조국에 바라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나라 정치 나라 국가 정치적 이해관계

2026.09.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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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록 콘서트에서 얻은 삶의 지침

50년 전 유명했던 록밴드 ‘더 후(The Who)’의 리드 보컬리스트 로저 달트리의 콘서트를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친구는 추억을 만들고 음악은 추억을 불러오듯이 과거의 향수가 밀려왔다. 콘서트 관객의 대부분은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백인 시니어가 대부분이었다.   남자 친구끼리의 관객이 꽤 많았다.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될수록 더 좋다는 말처럼 추억의 옛 음악을 다시 음미하기 위해 옛친구와 함께 왔으리라.   이날의 콘서트에서 50년 전의 젊음과 열정보다는 노년의 쇠잔함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은 내 예상을 뒤집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 변함없는 싱싱한 목소리, 여기에 관록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연주와 표현력이 무대를 압도했다.     특히 멤버와 악기 구성이 특이했다. 이런 구상은 연륜이 있어야만 꾸릴 수 있었으리라. 록 콘서트에 아코디온,하모니카, 바이올린를  혁명적으로 참여시키고 백댄서 없이 타악기 연주자의 현란한 동작이 혁명적이라고 할 만했다. 음악에 몰입된 관객들은 나이도 잊은 채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환호가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관객들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나이를 잊은 듯했다.     노년의 삶도 이 무대처럼  색다르게 꾸며 본다면 새로운 젊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음은 이미 떠나 같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시간이 떠난 자리에는 경험에서 얻은 혜안과 성숙함이 자리잡았다.     시니어에게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활동과 사회봉사활동,운동 등으로 시간을 채우며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젊었을 때보다 훨씬 충만하게 삶을 채색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인 가수 윤형주는 오라는 곳이 있고,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노년의 축복으로 본인은 죽을  때가 은퇴할 때라고 말한다.     석양은 지기 전에 가장 빛이 난다. 시니어가 되니  더 많은 기도를 하게 된다. 기다림과 희망의 기도도 해 보자. 나에게 아직 인생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고. 최청원 내과의사열린광장 콘서트 콘서트 관객 타악기 연주자 남자 친구

2026.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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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가인(歌人) 이동원을 추억하며

어느덧 가을이다. 낙엽 위에 실려 온 이동원의 목소리가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다시 찾아왔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며들 때면 우리 마음은 어김없이 그가 남긴 나직한 읊조림과 담백하고 깊은 울림의 계절로 회귀한다.     이동원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올해로 5년이다.  그는 정호승의 ‘이별 노래’, 고은의 ‘가을 편지’,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천상병의 ‘귀천’등 주옥같은 시들을 특유의 사색적인 음색으로 노래했다.     그의 50년 음악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정점은 역시 1989년에 발표한 ‘향수’였다. 이 곡은 한국 현대 시의 개척자 정지용의 시에 이동원의 집념과 박인수 교수의 용기, 그리고 작곡가 김희갑 선생의 장인정신이 결합하여 탄생시킨 한국 최초의 크로스오버 명곡이자 국민 가곡이다.    이동원과 미주 한인들과의 첫 만남은 7080 포크 음악 열풍이 불기 시작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당시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낭만 포크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동원, 유익종, 이광준, 강인원, 임지훈, 김명상 등 실력파 포크 가수들이 출연한 무대에서 이동원을 공연 마지막 앤딩 가수로 세우면서 우리의 특별한 인연은 시작되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는 가을이면 가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청바지에 재킷, 헌팅캡을 쓰고 불쑥 LA에 나타나곤 했는데 그와 함께 발길을 옮겼던 멜로즈와 실버레이크 거리, 재즈 클럽 ‘The Baked Potato’, 라구나와 베니스 비치의 푸른 추억들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그와 함께했던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향수’ 발표 10주년을 맞이했던 2000년 가을, LA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으로 이어진 미국 5개 도시 순회공연 이다. 공연 기획 과정에서 박인수 교수가 사정으로 합류를 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향수’의 테너 파트 가수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현장의  열기를 한층 더 뜨겁게 달구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감동적인 장면은 ‘향수’ 노래가 끝난 직후 이동원의 리드로 전 관객이 돌림노래 형식으로 부른 김구 작사, 임동창 작곡의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부를 때였다. 가슴을 울리는 선율과 노랫말은 전 관객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준 순회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가인(歌人) 이동원, 그가 사랑한 시와  노래들은 이 가을 낙엽 되어 흩날린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가인 이동원 이동원 유익종 도시 순회공연 가을 편지

2026.09.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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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어느 방송에서 기후 학자가 기상이변을 설명하면서 인류가 지금과 같은 소비생활을 계속한다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더 많은 곳에서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하면 웃음거리가 되는 분위기다. 국민의 20%만이 에어컨을 사용하고 소형차를 애용하며, 경제적 발전보다는 지구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유럽을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했다고 조롱하는 형편이니 말이다.   지구 탄생 이후 지금까지 다섯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섬뜩한 경고를  가십거리로만  생각해도 될까?   절약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법정 스님이다. 그의 책 무소유는 330만권 이상 팔렸다. 산속 작은 집에 살면서 청빈한 삶이 주는 마음의 평화와 기쁨, 소유로 인해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 들을 담담하게 써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법정 스님이 무소유의 삶을 살며 글을 쓸 수 있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명이 그가 늘 곁에 두고 읽었다는 책 ‘윌든’ 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소로는 매사추세츠의 외딴곳 윌든 호숫가의 4평 정도 오두막에서 자급자족하며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그의 책은 간디 등 많은 인사에게 감명을 주었다. 법정 스님은 윌든 오두막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     그가 소로에게서 물질을 소유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다면, 오하이 밸리의 지두 크리스나무리티에게서는 정신적으로 홀로 서서 주체적으로 진리를 찾고 다른 사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가 불교에 안주하지 않는 구도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나무리티의 사상적 배경을 마음에 두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크리스나무리티는 인도의 브라만 출신으로 어린 시절 영국에서 교육받고 20대였던 1922년부터 1986년 타계할 때까지 오 하이 밸리에 거주하며 명상과 집필, 강연 활동을 했다. 또 명사들과의 대담을 통해 그의 사상을 전파했다. 그의 집 커다란 후추나무 아래에는 강연장이 있었고, 그곳은 명사들과의 대담 장소였다.     그는 오하이 밸리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좋아했다.  그는 기존의 권위, 종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고, 깊은 명상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나를 남과 비교하거나 이상적인 나와 비교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법정 스님은 오하이 밸리의 노을을 보며, 과거를 붙잡지 말고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라는 그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느끼고 수많은 오렌지 나무 속에서 고독과 함께 하는 체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누구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잠깐 삶에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변화 법정 스님 지구 탄생 사상적 배경

2026.09.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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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영화 ‘오디세이’가 불러낸 3000년의 이야기

영화 ‘오디세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3000년 전 지중해로 돌려놓고 있다. 거대한 스케일과 영웅들의 모험도 흥미롭지만, 튀르키예와 그리스,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영화 속 장면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고대 유적과 지중해의 섬들은 더는 지도 위의 관광지가 아니다. 신과 인간, 전쟁과 사랑, 유혹과 시련,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한 인간의 간절한 이야기가 실제 풍경 속에서 되살아난다.     여정은 트로이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튀르키예 서북부에 남아 있는 트로이 유적에 서면 발굴된 성벽과 도시의 흔적 위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오디세우스와 트로이 목마의 전설이 겹쳐진다.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서부터가 신화일까? 바로 그 경계에서 여행은 가장 흥미로워진다. 책 속의 몇 줄이 실제 땅과 성벽을 만나고,수천 년 전 이야기가 눈앞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트로이는 신화와 역사, 문학과 고고학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여행지다.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하면 신화는 훌륭한 여행 안내자가 된다. 신화를 모르고 보면 무너진 기둥과 오래된 신전일 수 있지만, 제우스와 아테나, 포세이돈의 이야기를 알고 아가멤논과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생각하며 걸으면 같은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나 여신의 도시를 상징하며 고대 그리스 문명의 절정을 보여준다. 미케네의 거대한 성벽과 왕궁에서는 트로이 전쟁으로 향했던 영웅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여행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귀로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 역사를 이해한 뒤, 마지막에는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지중해를 건너 시칠리아로 이어진다. 그리스와 로마, 비잔틴, 아랍과 노르만 문명이 차례로 이곳을 지나가며 섬 전체를 거대한 역사책으로 만들어 놓았다. 팔레르모에서는 여러 문명이 융합된 독특한 도시 문화를 만나고, 몬레알레 대성당에서는 눈부신 황금빛 모자이크에 감탄하게 된다. 시라쿠사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극장과 유적을 걷고, 아그리젠토의 ‘신전의 계곡’에서는 이탈리아 땅에 이토록 장엄한 그리스 신전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고대 지중해는 나라를 갈라놓은 바다가 아니라 사람과 문명, 신화와 역사를 연결한 거대한 길이었다.   그리고 시칠리아 동쪽에는 해발 3300m가 넘는 에트나 산이 솟아 있다. 고대인들은 땅속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붉은 불길을 보며 이곳을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일하는 ‘신들의 대장간’이라 생각했다.     에트나 산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는 시칠리아의 보석 타오르미나가 자리한다. 고대극장에 서면 무대 너머로 푸른 이오니아 해와 웅장한 에트나 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2000년 전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바라보았던 바로 그 바다와 산을 오늘의 여행자도 같은 자리에서 바라본다. 황금빛 바로크 도시 노토를 지나 포짤로에서 배를 타면 몰타로 이어진다. 수도 발레타의 성벽과 요새, 성당과 오래된 골목에는 지중해를 차지하려 했던 수많은 세력의 역사가 남아 있다. 바다 건너 고조 섬에는 오디세우스가 요정 칼립소에게 붙잡혀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칼립소의 동굴’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오디세이’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몰타와 고조 섬의 바다에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파도처럼 떠다닌다. 신화가 모두 역사인 것은 아니지만, 신화가 태어난 땅을 직접 걸어보면 왜 그러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신화는 고대인들이 자연과 인간,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했던 또 하나의 언어였다. ‘오디세이’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지중해의 유적과 바다, 에트나 산에서 계속되고 있다. 세상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여행에도 때가 있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것, 그것이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인지도 모른다. 남봉규 미래관광 대표열린광장 오디세이 이야기 그리스 시칠리아 그리스 신전 고대 그리스

2026.08.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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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1.5세, 한미를 잇는 가장 든든한 가교

미주 한인사회에서 ‘1.5세’는 오랫동안 독특하면서도 외로운 위치에 서 있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적 정서와 모국어를 간직한 채 미국으로 건너와 낯선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혔다. 집에서는 한국의 가치와 전통을 배우고, 밖에서는 미국의 문화와 방식에 적응해야 했다.   때로는 1세 부모와 2세 형제자매 사이에서 통역자이자 조정자 역할까지 맡았다.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정체성의 혼란도 겪었다. 그러나 이중언어와 이중문화의 경험이 오늘날에는 오히려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대사다. 서울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미국에 이민 온 그녀는 캘리포니아 조세형평위원과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를 거쳐 연방 하원의원까지 성장했다. 그리고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면서 한미 양국을 잇는 외교의 최전선에 섰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온 그의 삶은 1.5세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1.5세에게 한국과 미국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두 개의 세계가 아니다. 한국은 정서와 뿌리가 시작된 곳이고, 미국은 성장하며 꿈을 펼쳐온 삶의 터전이다. 두 사회를 경험했다는 것은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두 세계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자산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미 관계에서 1.5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가치와 국익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정서를 이해하는 사람은 양국 사이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미동맹은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 과학기술, 조선, 원자력, 문화, 교육, 인적 교류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맹의 미래는 정부 간 협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고 신뢰하느냐도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1.5세의 역할이 빛난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미국 사회의 가치와 제도도 경험한 이들은 한국을 미국에 설명하고, 미국을 한국에 이해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생기는 오해를 줄이고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한인 사회와 주류 사회, 더 나아가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인적 가교가 바로 1.5세인 것이다.   1세대가 낯선 땅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면 2세와 3세는 그 토대 위에서 미국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1.5세는 두 세대를 연결하고, 한인 사회의 정체성과 미국 사회를 이어주는 중요한 세대다.   1.5세의 성장은 이민 1세대가 흘린 땀과 희생이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2세와 3세에게도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1.5세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어디에 속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두 세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이다.   한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회의 장점을 연결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과 미국의 자유, 한국의 공동체 정신과 미국의 개척 정신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세대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인 사회의 미래도 이 가교 세대를 어떻게 키우고 세워주느냐에 달려 있다. 1세대가 일군 터전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5세가 정치·경제·교육·문화·언론 등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성장하고, 다음 세대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인 사회도 세대 간의 벽을 낮춰야 한다. 1.5세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세대교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이민 1세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2세와 3세에게 더 넓은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한미 가교 미주 한인사회 문화 사회적 오늘날 한미동맹

2026.08.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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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전통의 힘은 강하다

지난 8월1일, LA동양선교교회에서 명창 김원일 선생의 판소리 수궁가 완창이 있었다. 유휘찬 고수(鼓手)가 선생의 부름을 받고 한국에서 득달같이 날아와 자리를 한층 윤택하게 하였다.   시니어센터에서 그의 판소리 강의를 듣게 된 인연으로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김원일 선생은 인생의 전환을 2번이나 겪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공학도에서 서양음악 전공자로의 변신이 첫 번째고, 40대 초반 성대결절이라는 시련을 겪으며 대금 소리에 매료되어 국악을 공부하게 된 것이 두 번째다. 그렇게 전통문화에 눈을 뜬 그는 판소리 학교 ‘우리소리’를 열어 우리 문화 전승에도 매진하고 있다.     수궁가는 한문 투의 단어에 중국 고사(古史) 인용이 많았다. 다행히 무대 뒤편 스크린에 영어와 한글 자막이 나와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지난해 뮤지컬로 만든 수궁가 영상을 LA한국문화원에서 관람한 적이 있다. 뮤지컬이 그렇듯 화려한 무대와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뮤지컬 수궁가는 줄거리만 따왔지 판소리 수궁가와는 전혀 다른 창작물이었다.     뮤지컬이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판소리는 선조들이 즐겼던 문화를 지금의 우리가 체험해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은 다른 기대감을 갖고 두 공연을 볼 것이다. 다만 재미를 추구하는 공연이 그 시대에서 끝난다면,  전통을 이어온 공연은 훨씬 생명력이 길 것이라는 점이다.   수궁가 완창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먼저 4시간이나 걸리는 큰일을 하려면 체력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의 대사를 모조리 외워야 한다. 하지만 그날 김 선생은 지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여유 있게 공연을 이끌어갔다. 그날 김 선생의 등 뒤에 설치된 한글자막 화면은 그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관객들이 대사를 문자로 보고 있으니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임기응변으로 넘길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 선생은 인사말에서 기력이 닿고 머리가 녹슬기 전에 서둘러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니까 10년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전 좌석을 초대로 했으니 무료 공연이라 비용은 본인 사재를 털어 준비한 것으로 짐작됐다.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불이 켜졌을 때 끝까지 남아있는 관객의 숫자가 많아 놀랐다.  장시간의 공연이라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완창을 끝까지 지켜보는 일은 판소리에 대한 애정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 모습은 판소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앞으로도 어려운 줄 알면서 책 한권 분량의 대사를 통째로 외우겠다고 나서는 지원자가 있을 것이며, 관객들은 낱말의 이해보다 판소리의 운율(韻律)을 쫓아 소리판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통문화의 힘이다. 앞으로도 판소리는 살아남아 이 시대를 뛰어넘어 면면히 전승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김 선생은 공연을 끝낸 후 마치 임무를 완수한 사람처럼 활기가 넘쳤다. 그 순간 이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중요한 순간을 놓쳤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힘든 공연이라 LA에서 다시 판소리 완창을 들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10년 전에 했던 도전했던 완창, 지금 다시 이뤘으니 10년 후라고 또 못하겠느냐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오늘의 성공에 힘입어 그가 또 한 번 완창에 도전하는 꿈을 꾸어 본다. 문봉기 / LA 시니어센터 판소리반열린광장 전통 판소리 수궁가 판소리 완창 수궁가 완창

2026.08.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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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영적 사전지시서’ 메뉴얼

사용 매뉴얼이 때론 새로운 경험을 주기도 한다. 무언가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의문이 생길 때 매뉴얼을 보면 새로운 안목을 얻을 수 있어 요긴하다. 삶의 중대사에 대한 대처도 그러하다. 최근 몇 차례 고별예배에 참석하면서 영적 매뉴얼을 미리 준비한다면 가족과 참석자들에게도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병원에는 환자들을 위한 ‘의료 사전지시서(Healthcare Advance Directives)’라는 것이 있다. 이 임상 매뉴얼은 질병 치료에 대한 사전 숙고의 기회를 준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치료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외롭고 힘든 임상적 상황에 자문자답하는 기회뿐 아니라, 훗날 임종 돌봄 시간의 의미를 미리 알아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크고 작은 의학적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 환자가 자신의 선택 사항을 미리 생각하는 데 유용한 양식이다.     환자의 의학적 결정이란 스스로가  치료 방향을 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이 무엇에 우선 가치를 느끼는지 미리 생각해 의료진의 선택 제시가 있을 때 자신의 가치관 등에 따라 선택할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다. 또 공통으로 중요한 선택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즉, 환자의 연령과 병력, 치료과정과 회복의 정의, 문화와 전통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회복의 정의’는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의학적 치료 방향 선택에 큰 영향을 준다. 한 예로, 장기의 기능 회복을 위해 호흡기에 의지해 기다리는 기간의 선택, 또 신체 기능의 부분적 상실이 불가피할 때 환자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회복의 정의가 유용하다.     이 모든 과정은 환자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담당 의료진은 종종 의학적, 윤리적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사전지시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병원의 양식 가운데, ‘영적 사전지시서(Spiritual Care Advance Directive)’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양식은 투병과 회복을 위한 사전지시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기도 예식과 형식, 시간과 참석자, 또는 자신의 병실에 신앙적 성화 혹은 성구를 둘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영적 돌봄에 대한 것이다. 또한 이 양식은 가족과 친지들을  향한 마음을 기록하는 기회도 준다.  그리고 오랫동안 오해가 되었던 부분, 그리고 깊은 사랑의 빚을 표현할 수도 있다.     먼 훗날에 있을 고별예배와 형식도 사전지시를 할 수 있다. 이 양식의 특징은 모든 영적 사전지시가  긍정적이며 영적 대화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성서에도 영적 사전지시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 있다.  “요셉이 그 형제에게 이르되 나는 죽으나 하나님이 너희를 권고하시고 너희를 이 땅에서 인도하여 내사 그가 맹세하신 땅에 이르게 하시리라.”     한인 가정들도 영적 사전지시서 매뉴얼을 준비해 새로운 영적 안목과 감동적인 회복의 시간을 경험하는 축복을 기원한다.   김효남. HCMA 원목협회 디렉터열린광장 사전지시 메뉴얼 의료 사전지시 영적 사전지시 병력 치료과정

2026.08.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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