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월 고용보고서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다소 빠르게 침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농업 일자리는 전달보다 9만2000개 감소했고, 실업률은 4.4%로 소폭 상승했다. 몇 년 동안 이어졌던 강한 고용 증가세와 비교하면 분명히 냉각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곧바로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고 규모는 여전히 크지 않고 실업률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용 감소에는 일시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 의료 분야의 파업과 일부 산업 분야의 구조조정이다. 의료 분야는 파업 등의 여파로 약 2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었지만 병원 고용은 오히려 증가해 감소폭 일부를 상쇄했다. 의료 산업은 지난 1년 동안 매달 평균 3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고용 성장 분야였다. 이 때문에 이번 감소는 구조적 약화라기보다 단기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정보기술 부문에서도 1만1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지난 1년간 이어진 하락 흐름이 계속됐다. 또한 연방정부의 고용 역시 약 1만 명 감소했다. 연방 공공부문 고용은 2024년 10월 정점을 찍은 이후 약 33만 명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재정 압박과 정부의 구조조정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최근 고용시장의 특징은 전체적인 약화보다는 산업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부 산업에서는 여전히 고용이 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정체 또는 점차 감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고용시장은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일자리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으며 최근 1년 동안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 수는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고용 확대에 신중해진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관세 정책과 각종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인력 확충을 서두르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를 보인다.
기술적인 발전 역시 기업들의 고용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향후 노동 수요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전망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장기적인 인력 구조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해고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고용시장 전체의 수요가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구조적 요인은 노동력 증가세의 둔화다. 이민 제한 정책으로 미국 경제에 유입되는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신규 일자리 수도 예전보다 감소했다. 많은 경제학자는 현재 인구 구조를 고려할 때 매달 약 10만 개 정도의 일자리 증가만으로도 실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수정 발표된 통계에서도 고용시장 둔화 흐름이 확인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고용은 기존 4만8000개 증가에서 1만7000개 감소로 크게 하향 조정됐다. 1월 고용 증가 역시 12만6000개로 소폭 낮아졌다. 그런데도 임금 상승세는 비교적 견조하다. 지난 12개월 동안 평균 임금은 3.8% 상승해 고용 증가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가계 소득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2월 고용보고서가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는 고용시장의 ‘냉각’이지 ‘붕괴’는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 감소는 특정 산업에 집중됐고 일부는 파업 같은 일시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임금 상승도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산업에서 고용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미국 고용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의 과열된 상태에서 정상적인 속도로 돌아가는 전환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책 당국, 특히 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서는 고용시장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둔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경우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향후 고용 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