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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세차운동

Chicago

2026.03.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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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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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가 도는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전 속도가 줄어들 때 팽이의 위 꼭지가 작은 원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도 물리적 운동은 팽이와 비슷하여 자전하면서 지축의 끝이 팽이처럼 원을 그리는데 그런 현상을 세차운동(歲差運動 precession)이라고 한다. 그런 세차운동 때문에 지구상 기온이 변하고 우리가 방향을 찾을 때 지표가 되는 북극성의 위치가 달라진다. 미래 언젠가는 직녀성이 북극성 노릇을 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다시 북극성이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된다.
 
팽이는 돌다가 멈춘다. 공기를 비롯한 저항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진공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저항이 없어서 태양계가 형성될 때 시작한 자전과 공전은 끝없이 진행된다.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지구는 똑바로 서 있지 않고 지축이 공전 면을 기준으로 23.5도 기울어져 있다. 지축이 기운 채로 공전과 자전을 한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면을 황도면이라고 하니까 지축은 황도면에 23.5도 기울어 있다.  
 
무슨 이유로 지구가 기울어져 있는지 아직 확실히는 모르지만, 지구가 막 태동했을 때, 그러니까 태양계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수없이 많은 소행성이나 원시행성이 지구의 특정 부분에 집중적으로 부딪혀서 기울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지축이 기울어서 4계절이 생겼고 생명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어떤 물체가 똑바로 서서 자전하지 않고 지구처럼 기울어 있다면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영향을 받는다. 팽이의 경우, 빠르게 돌 때는 똑바로 서 있다가 도는 속도가 떨어지면 기울어지면서 지구 중력에 영향을 받는데 이때 지면에 닿아 있는 아래 꼭지를 기준으로 위 꼭지는 전체적으로 볼 때 원뿔 모양을 그린다. 이것이 팽이의 세차운동이다. 팽이와는 달리 지구의 세차운동은 지구가 온전한 구의 형태가 아니고 찌그러진 공 모양이어서 적도 부근의 약간 튀어나온 부분에 해와 달의 인력이 더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의 세차운동 주기는 약 2만6천 년 정도 된다고 하니 그 절반에 이르렀을 때는 북극성이 제 자리를 벗어나고 직녀성이 정 북쪽에 자리하기 때문에 그때는 지금의 직녀성이 북극성이 된다.  
 
처음에 말한 대로 팽이나 지구나 세차운동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같은 현상이긴 하지만, 팽이는 도는 방향과 세차운동의 방향이 같은 데 비해 지구는 자전 방향과 세차운동의 방향이 반대다.  
 
세차운동을 처음 발견한 사람으로 그리스의 히파르코스에게 크레딧을 준다. 그는 기원전 2세기경에 활동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이 없지만, 그로부터 약 400년 후 프톨레마이오스가 비슷한 연구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히파르코스가 최초로 세차운동을 의심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별의 위치가 조금씩 변하는 까닭이 지구의 자전축이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류 최초로 알아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고 관측 장비도 부실했던 때 그런 생각을 했다니 참 놀랍다.
 
지구에는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빙하기와 세차운동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세차운동으로 인해 지축의 기울기가 변하면 태양과의 거리와 햇빛을 받는 각도가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일조량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빙하기는 전적으로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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