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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쌍둥이 우주선

우주 탐사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특히 고장 났을 때 고치러 갈 수도 없다. 지구를 떠난 우주선에 이상이 생기면 큰일이므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발사 전에 충분히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저궤도를 도는 망원경이어서 그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주왕복선을 보내서 고칠 수 있었기에 1990년에 발사된 이후 지금까지 35년 동안 고쳐가며 사용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5년 더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그 후에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라그랑주 점에 자리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너무 멀어서 고장 나도 수리하려고 갈 수가 없다.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한 번의 우주 탐사 계획에 두 대의 탐사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첫 번째 것은 포기하고 쌍둥이로 만든 것이라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태양계의 안쪽 행성 탐험을 계획하여 금성 탐사 계획을 세웠다.     1962년 마리너 1호가 발사되었는데 지구를 떠난 지 5분도 되지 않아 발사체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계획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런 일을 대비해서 쌍둥이 우주선을 하나 더 만들어 놓은 NASA는 바로 다음 달에 마리너 2호를 발사했고 이번에는 예정된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     2년 후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서 화성으로 향했다. 마리너 3호는 예정대로 발사되었으나 태양 전지판이 펼쳐지지 않는 바람에 실패했고 마찬가지로 쌍둥이로 만들어 놓은 마리너 4호가 3주 후에 발사되어 화성을 비행한 첫 번째 우주선이 되었다.     1969년에 화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마리너 6호와 7호는 두 우주선이 모두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이 성공에 힘입어 1971년에 마리너 8호와 9호를 발사했는데 아쉽게도 마리너 8호는 이륙 직후 이상이 생겨 추락하는 바람에 쌍둥이 우주선인 마리너 9호 혼자 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수고 덕분에 화성에 착륙할 수 있게 된 인류는 화성 표면 탐사를 시작했고 2003년에 한 달 사이를 두고 발사된 쌍둥이 탐사차 스피리트 로버와 오퍼튜니티 로버는 예상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하고 지금은 화성 표면에 잠들어 있다.   또한, 태양계 바깥 행성을 탐험하려던 미국 항공 우주국은 마침 176년마다 태양계의 외행성들이 일렬로 늘어서던 1977년, 보이저 1호와 쌍둥이 2호를 발사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때의 대비책이었지만 두 우주선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자 보이저 2호를 천왕성과 해왕성 쪽으로 향하게 하고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밖 성간으로 보냈다.     〈코스모스〉란 TV 프로그램으로 천문학의 대중화를 이룬 칼 세이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콘택트〉에서 천문학자로 분한 조디 포스터는 베가성에서 수신한 신호를 분석하여 그것이 웜홀을 이용하여 항성 간을 여행할 수 있는 설계도라는 사실을 안다. 기구는 시험 운전 중 광신도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파되었는데 한 때 조디 포스터의 연구를 지원한 적이 있는 대부호 과학자가 아무도 몰래 똑같은 쌍둥이 기구를 만들어 놓았고 조디 포스터는 그 기구를 타고 베가성에 가서 죽은 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난 외계인과 만나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쌍둥이 우주선이 왜 필요한지 그 역할을 보여준 영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쌍둥이 우주선 쌍둥이 탐사차 쌍둥이 기구

2026.03.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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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세차운동

팽이가 도는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전 속도가 줄어들 때 팽이의 위 꼭지가 작은 원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도 물리적 운동은 팽이와 비슷하여 자전하면서 지축의 끝이 팽이처럼 원을 그리는데 그런 현상을 세차운동(歲差運動 precession)이라고 한다. 그런 세차운동 때문에 지구상 기온이 변하고 우리가 방향을 찾을 때 지표가 되는 북극성의 위치가 달라진다. 미래 언젠가는 직녀성이 북극성 노릇을 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다시 북극성이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된다.   팽이는 돌다가 멈춘다. 공기를 비롯한 저항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진공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저항이 없어서 태양계가 형성될 때 시작한 자전과 공전은 끝없이 진행된다.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지구는 똑바로 서 있지 않고 지축이 공전 면을 기준으로 23.5도 기울어져 있다. 지축이 기운 채로 공전과 자전을 한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면을 황도면이라고 하니까 지축은 황도면에 23.5도 기울어 있다.     무슨 이유로 지구가 기울어져 있는지 아직 확실히는 모르지만, 지구가 막 태동했을 때, 그러니까 태양계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수없이 많은 소행성이나 원시행성이 지구의 특정 부분에 집중적으로 부딪혀서 기울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지축이 기울어서 4계절이 생겼고 생명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어떤 물체가 똑바로 서서 자전하지 않고 지구처럼 기울어 있다면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영향을 받는다. 팽이의 경우, 빠르게 돌 때는 똑바로 서 있다가 도는 속도가 떨어지면 기울어지면서 지구 중력에 영향을 받는데 이때 지면에 닿아 있는 아래 꼭지를 기준으로 위 꼭지는 전체적으로 볼 때 원뿔 모양을 그린다. 이것이 팽이의 세차운동이다. 팽이와는 달리 지구의 세차운동은 지구가 온전한 구의 형태가 아니고 찌그러진 공 모양이어서 적도 부근의 약간 튀어나온 부분에 해와 달의 인력이 더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의 세차운동 주기는 약 2만6천 년 정도 된다고 하니 그 절반에 이르렀을 때는 북극성이 제 자리를 벗어나고 직녀성이 정 북쪽에 자리하기 때문에 그때는 지금의 직녀성이 북극성이 된다.     처음에 말한 대로 팽이나 지구나 세차운동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같은 현상이긴 하지만, 팽이는 도는 방향과 세차운동의 방향이 같은 데 비해 지구는 자전 방향과 세차운동의 방향이 반대다.     세차운동을 처음 발견한 사람으로 그리스의 히파르코스에게 크레딧을 준다. 그는 기원전 2세기경에 활동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이 없지만, 그로부터 약 400년 후 프톨레마이오스가 비슷한 연구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히파르코스가 최초로 세차운동을 의심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별의 위치가 조금씩 변하는 까닭이 지구의 자전축이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류 최초로 알아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고 관측 장비도 부실했던 때 그런 생각을 했다니 참 놀랍다.   지구에는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빙하기와 세차운동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세차운동으로 인해 지축의 기울기가 변하면 태양과의 거리와 햇빛을 받는 각도가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일조량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빙하기는 전적으로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       박종진세차운동 박종진 세차운동 주기 세차운동 precession 세차운동 때문

2026.03.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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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은하 이야기

192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속한 은하가 우주 전부인 줄 알았다. 물론 아직도 우주와 은하를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시 안드로메다 성운 속의 별을 관찰하던 에드윈 허블은 그 별이 우리 은하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지 않고 우리 은하 바깥, 그러니까 외부 은하라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주의 크기를 엄청나게 넓혔다.     우리 우주에는 약 2조 개가 넘는 은하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맨눈에 보이는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와 대마젤란은하, 소마젤란은하 등이다. 대략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은하를 이루지만,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거의 모든 은하는 우리 맨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망원경으로도 초점이 맞지 않은 별처럼 보인다.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나 되는 별이 모여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라니 놀랄 뿐이다.     1990년 NASA는 지구의 저궤도를 공전하는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렸는데 에드윈 허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이란 이름을 붙였다. 5년 후 망원경 운영팀은 대체로 별빛이 적은 곳을 골라서 오랜 시간 노출을 주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우주의 빈 곳을 찍어 보았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일반 광학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은하 집단이 발견되었다. 다음에는 남반구에서 같은 촬영을 했고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그 의미는 우리 우주가 어디를 봐도 균일하다는 것이다. 이 관측을 통해 우리 우주에는 약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했다.   은하는 단 몇 개만 제외하고 우리의 맨눈에 보이지 않지만, 관측 장비가 발달함에 따라 수많은 은하가 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모양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타원은하, 나선은하, 그리고 불규칙은하가 그것으로 타원은하는 그 모양이 찌그러진 원처럼 생긴 은하다. 나선은하란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나선 형태의 여러 꼬리를 가진 은하인데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가 바로 나선은하다. 은하끼리 서로 영향을 주어 그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은하나 아무렇게나 생긴 모양의 은하를 통틀어서 불규칙은하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앞으로 40억 년 후 은하수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합쳐져서 새로운 은하로 탄생할 것으로 알고 그 은하에 밀코메다라는 이름까지 지어놓았는데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두 은하는 합쳐지지 않고 계속 독립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한다. 실험하거나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므로 어떤 이론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관측이 정교해지면서 지난 이론에 모순이 생기거나 반대되는 이론이 자주 등장한다.   우주의 기본 단위는 별이라고 불리는 항성이지만, 그런 별들이 수만 수억 개가 모여서 독립된 은하를 이룬다. 에드윈 허블은 우리 눈에 마치 별처럼 보이는 희끄무레한 물체가 우리 은하수에 속한 성운이 아니라 외부 은하라고 밝혔다. 그런 은하가 수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가 된다. 나아가서 허블은 은하가 가만히 있지 않고 서로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 거꾸로 추적했더니 오래 전 한 점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빅뱅의 순간이었다. 여기에 은하의 후퇴 속도를 대입하니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 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작가)       박종진이야기 박종진 우리 은하수 은하 이야기 타원은하 나선은하

2026.03.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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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분광학

우주에서 빛을 내는 것은 별이다. 과학적으로 말해서 별이 수소 핵융합을 하는 과정에서 빛이 나온다. 우리의 태양도 별이어서 지금 한창 핵융합을 하면서 엄청난 빛과 열을 내는 중이다. 인류는 빛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빛에 관한 생각을 꾸준히 했지만 20세기 초반까지 그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뉴턴 대에 이르러 빛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뉴턴의 권위에 그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다. 뉴턴의 이론에 시비 거는 것 자체가 과학자이기를 포기하는 행위였던 시절이었다. 연금술에 푹 빠져있던 뉴턴은 평생 금(gold)을 만들어 보려고 애썼는데 간간이 짬을 내서 만유인력이라든가 운동 법칙, 혹은 빛에 관해서 연구하기도 했다.     뉴턴은 프리즘이라는 삼각 막대를 이용해서 백색광을 나누는데 성공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그 굴절률에 따라 모두 일곱 가지 색으로 나뉘었다. 아무런 색이 없다고 생각했던 투명한 빛은 그 속에 일곱 색을 비밀리 품고 있었다. 뉴턴은 무지개와 같은 색의 모임을 스펙트럼이라고 이름 지었다. 스펙트럼은 라틴어로 '눈에 보이는 사물'을 뜻한다고 한다. 뉴턴에 이르러 인류는 드디어 빛의 비밀을 벗기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개개인 고유의 지문이란 것이 있어서 어떤 범죄 사건이 나면 현장에 남겨진 지문으로 범인을 검거하기도 한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원소도 가열했을 때 그 원소 고유의 선 스펙트럼이 나타나는데 이를 거꾸로 이용해서 관찰된 선 스펙트럼으로 해당 원소를 유추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에서는 멀리서 반짝이는 별에서 오는 빛을 분석하여 그 별까지의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온도, 밀도, 질량을 알 수 있고 그 별이 어떤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별이나 그 별이 속한 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여 그런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약 분광학이란 것이 없었다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의 정보를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천체물리학은 비약적인 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빛이 있으므로 사물을 볼 수 있다. 광원에서 출발한 빛이 산란하여 물체에 부딪혀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물을 보게 되는 것이다. 빛의 성질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아인슈타인 이후 빛에는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2중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빛에 관한 연구는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을 발전시켰으며 빛을 이용한 분광학의 발달은 천체물리학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빛의 원천은 원자다. 원자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으면 잠깐 그 상태가 변하다가 잠시 후 다시 에너지를 잃으며 일정한 색의 빛을 낸다. 분광학이란 이렇게 빛과 물질이 서로 반응하는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내는데 착안해서 그 원소가 내는 빛의 스펙트럼이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일정하다는 것을 알고 빛을 분석하여 그 빛을 낸 원소를 역추적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나트륨은 노란색을 내기 때문에 어떤 관찰의 결과에 노란색이 보이면 나트륨이 함유되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헬륨은 우주에서 수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지만 지구상에는 아주 귀하다. 분광학이 발달하여 천체에서 오는 빛을 연구하던 중 태양 빛을 분석하다가 미지의 원소를 발견하였는데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헬리오스 이름을 따서 헬륨이라고 명명하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원소 고유 태양신 헬리오스

2026.02.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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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은 갈릴레이가 남긴 명언이라고 전해진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과학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인데 요하네스 케플러와는 같은 시대 사람으로 그 당시까지 점성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던 천문학에 관측과 수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근대 천체물리학을 시작시킨 사람이다. 그때까지의 조악한 망원경을 개량하여 배율을 높여 사회 지도층 인사나 고위 성직자에게 팔았는데 그들은 망원경으로 남의 집 침실을 엿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나마 군대에서는 먼바다를 감시하는 일로 망원경을 활용했다. 정작 갈릴레이는 자신이 개량한 신형 망원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갈릴레이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고 가톨릭 교단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한때 추기경이던 그의 친구가 교황이 되었다. 그러잖아도 그의 책이 가톨릭 교리에 반한다고 말이 많던 참에 친구가 교황이 되어서 별 일 없을 줄 알았지만, 무리하게 다음 책을 출판하려다 결국 친구였던 교황에게까지 미움을 샀다.     재판에 부쳐진 갈릴레이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가택 연금형을 받았다. 당시는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바람에 교황청이든 개신교단이든 할 것 없이 갈릴레이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갈릴레이가 재판을 마치고 재판정을 걸어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중얼거렸다는데 사실은 피고인 출석 없이 판결만 내리는 재판이어서 그가 무어라 뇌까리며 재판정을 걸어 나왔다는 말은 나중에 누군가 지어낸 얘기일 것이다.   갈릴레이는 자신이 개량하여 성능이 향상된 망원경으로 목성을 공전하는 위성을 발견했다. 자고로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사실을 믿었던 당시 사람들은 목성을 공전하는 천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놀랐다. 바야흐로 지구 중심설이 깨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갈릴레이는 목성의 위성을 네 개 발견했는데 이들을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달은 표면이 반들반들하다고 생각했는데 갈릴레이는 개량된 망원경으로 달 표면도 지구처럼 울퉁불퉁하며 산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뒤이어 갈릴레이는 토성의 고리를 발견했다. 그는 토성의 양옆에 토끼 귀 같은 것을 보았다. 비록 그것이 토성의 고리였지만, 갈릴레이의 망원경으로는 고리 전체가 보이지 않고 그저 툭 튀어나온 귀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고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실 해왕성도 갈릴레이에 의해서 처음으로 관찰되었지만, 갈릴레이는 해왕성이 배경별인 줄 알고 지나쳤다고 한다.   갈릴레이와 케플러는 서신으로 왕래했다. 일곱 살 많은 갈릴레이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구교도였고 케플러는 개신교를 믿는 독일인이었다. 마음씨 좋은 케플러는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던 갈릴레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지만, 갈릴레이는 항상 무례했다고 전해진다. 망원경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안했는데 갈리레이식은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사용했고 케플러식은 볼록렌즈만 사용했던 점이 다르다.   지동설에 확고한 신념이 있던 갈릴레이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선구자였다. 우리는 지금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 나아가서는 우리가 속한 은하가 도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데 얼마 전 신문 칼럼에서 은하 전체를 포함하는 우주도 돈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주가 한 바퀴 도는데 약 5천억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갈릴레오 갈릴레이 정작 갈릴레이 과학 이야기

2026.02.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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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변광성

하늘에 태양보다 더 밝은 것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밝은 별이 수두룩한데 태양이 지구와 가까워서 가장 밝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밝기는 거리와도 큰 상관이 있다. 떨어진 거리와 관계없이 그저 우리 눈에 보이는 밝기를 별의 '겉보기 밝기'라고 한다면 그 별의 진짜 밝기는 '절대 밝기'라고 구분한다.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부설 천문대에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천문대장이 최초로 취임하였다. 당시는 천체물리학이 막 태동하던 때여서 그전까지 천문대의 우두머리는 물리학자들의 몫이었다. 그때는 망원경을 통한 천체 관측이 주를 이루던 시대여서 남자 천문학자들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천문대에 직장을 얻어 떠나는 바람에 일할 사람이 부족했다.     새로 부임한 천문대장은 관측한 자료를 계산하고 연구할 직원이 필요해서 천문대 직원을 구했지만, 남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자 자기 집 가정부 일을 하는 여자가 평소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던 까닭에 그녀에게 일을 시켜 보았다. 그녀가 기대 이상으로 일을 잘하자 모자란 천문대 직원의 빈 자리에 여자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힘들 때였다. 마침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공부했지만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하던 헨리에타 리빗이란 여성이 보수가 없어도 좋으니 일을 하고 싶다고 지원했다. 그녀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을 잘하자 천문대장은 리빗에게 아예 변광성 연구를 맡겼다. 헨리에타 리빗은 혼자서 수천 개가 넘는 변광성을 발견하자 하버드 천문대는 변광성으로 유명해졌다.   변광성이란 빛의 밝기가 변하는 별을 말한다. 우리 태양은 일정한 광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어떤 별은 그 밝기가 변했다. 변광성의 종류는 많지만 그중 꼭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맥동 변광성의 일종인데 맥동이란 뜻은 마치 우리 맥이 뛰듯 광도가 세어졌다 약해지기를 되풀이한다는 의미에서 붙었다. 그중 세페이드 변광성은 맥동 주기가 약 두 달 안에 반복하는 천체로 세페이드 변광성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에서 그 별까지, 혹은 그 별이 속한 성단이나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어서다.     헨리에타 리빗은 변광성을 발견하면서 아울러 그 별의 절대 밝기와 변광주기를 이용해서 '리빗 공식'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대체로 1억 광년 정도 떨어진 별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별빛이 변하는 주기가 별의 질량을 부피로 나눈 것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신임 천문대장은 논문을 발표할 때 그런 모든 일이 연구원인 헨리에타 리빗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문구를 넣어서 공로를 그녀에게 돌리는 배려를 했다.   얼마 후 윌슨산 천문대에서 변광성을 관찰하던 에드윈 허블은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하여 다른 행성까지의 거리를 재던 중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 안에 있지 않고 외부 은하라는 놀라운 발견을 하여 하룻밤 사이에 우주의 크기를 엄청나게 늘렸다. 은하수에서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를 발견한 것이다. 허블의 업적 뒤에는 변광성의 여왕 헨리에타 리빗의 공로가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원래 천문학은 점성술이란 말과 구별 없이 쓰였다. 오랫동안 물리학의 한 부분에 속했던 천문학은 분광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측해서 얻은 결과의 물리학적인 연구가 대세가 되자 비로소 현대 천체물리학이 시작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세페이드 변광성 맥동 변광성 변광성 연구

2026.02.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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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견우와 직녀

지금은 도시 공해와 불빛 때문에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옛날에는 고개만 들면 별이 우르르 쏟아질 듯, 밤하늘은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우리가 사는 북반구 여름 하늘에는 은하수가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은하수 주위에서 밝게 빛나는 세 별을 꼭짓점 삼아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 이를 여름 대삼각형이라고 부른다. 독수리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알타이르星, 거문고자리의 베가星,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星이 그 세 별인데 밤하늘에서 유독 밝게 빛나서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중 베가성은 밤하늘에서 다섯 번째로 밝은 별이다. 우리는 그 별을 직녀성이라고 부르는데 칼 세이건의 영화 콘택트에 등장하는 별이기도 하다. 지금은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북극성이지만 아주 오랜 옛날에는 직녀성이었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직녀성이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이다.   우리 별 태양이 속한 은하가 은하수지만,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보이는데 우리도 그 안에 들어있다니 신기하다. 은하수 은하는 그 지름이 10만 광년쯤 되고 태양과 같은 별을 무려 4천억 개나 포함한 비교적 덩치가 큰 은하다. 우리의 태양은 은하수의 한 귀퉁이에 속해 있으므로 밤하늘에 보이는 은하수는 그 변두리에 사는 우리가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보는 것이다. 사실 밤하늘에서 보이는 반짝이는 것은 달과 지구의 형제 행성 몇 개와 외부 은하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은하수에 속한 별이다. 은하 중심부에는 별이 밀집해 있어서 우리 눈에는 마치 강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옛날 사람들은 은하수 양쪽에 떨어져 빛나는 두 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붙였다. 바로 견우와 직녀 얘기다.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이 우주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에게 직녀라는 이름의 길쌈을 잘하던 손녀딸이 있었는데 혼기가 차자 하나님은 소를 치는 견우라는 청년과 혼인을 시켰다. 그런데 결혼 생활에 푹 빠진 남녀는 하던 일은 제쳐 두고 사랑놀이에 온통 정신을 쏟자 이를 본 하느님이 노하셔서 그 두 사람을 강 양편에 떼어 놓으셨다. 강을 사이에 두고 정든 남녀가 서로를 그리워하자 마음이 약해진 하느님은 일 년에 한 번 서로 만나는 것을 허락하셨지만,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아서 지상에 사는 모든 까마귀와 까치가 자신들의 몸으로 다리를 놔주었다고 한다. 그 다리 이름이 까마귀 오(烏)자와 까치 작(鵲)자를 써서 오작교다. 참고로 이몽룡과 성춘향이 살던 남원의 광한루에도 오작교란 이름의 다리가 있다. 물론 별에 관계된 전설이기는 하지만, 옛날에는 농사를 짓고 옷감을 짜는 일이 중요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는 이야기다.   별자리는 북반구와 남반구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여름밤 북반구에서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중심으로 밝게 빛나는 별을 따라 큰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 그중 두 꼭짓점이 바로 은하수를 사이에 둔 견우성과 직녀성이다. 마치 강이 흐르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해서 은하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은하수는 수없이 많은 별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우리 눈에 띌 만큼 밝게 빛나는 별이 있어서 우리 조상들은 그런 별로 여러 이야기를 지었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얘기도 농사와 길쌈이 중요했기 때문에 생겼는데 글자에서 풍기듯 견우는 소를 끄는 사람이고 직녀는 베를 짜는 사람을 말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은하수 주위 은하수 양쪽

2026.01.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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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입자동물원

오래 전 서울에 창경원이란 곳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창경궁에 동물 우리를 만들어 넣고 식물원을 지어 일반에게 공개하면서 이름도 창경원으로 격하되었다. 일제는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 때 그동안 부침이 많았던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포함하여 호수도 크게 파고 벚꽃을 심고 놀이 기구를 설치하여 명실공히 한국 최초의 동물원을 겸한 놀이 공원을 만들어 창경원이라고 이름까지 고쳤다. 국가적으로 보면 일제 침탈의 흑역사지만, 나라가 가난하여 그럴듯한 위락 시설 하나 없던 한국에 생긴 최초의 시민 공원이기도 하다. 나중에 창경궁으로 복원하면서 기존 시설은 경기도 과천으로 옮겨 서울대공원이 탄생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 시절만 하더라도 우주를 이루는 기본 원소는 물, 불, 공기, 흙 등인 줄 알았던 인류는 어느 날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원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원자는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한다는 마치 태양계 모습을 한 원자 구조와 나아가서는 원자 중심에 있는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까지 깨달았다. 이 우주에는 총 92가지의 기본 원소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특성은 원자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의 개수 때문에 정해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렇게 물, 불, 공기, 흙 등의 4원소설을 대체하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줄 알던 중 뜻밖에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서 더 작은 빌딩 블록인 쿼크가 발견되었다. 바야흐로 입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쿼크가 발견되기 전, 그러니까 1960년경 물리학자들은 당시 개발된 입자가속기의 도움으로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그 당시 과학 기술 수준으로 새로 발견되는 것들이 모두 소립자인 줄 알았다. 고작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존재만 알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입자들이 등장하자 마치 동물원에 여러 동물을 모아놓은 것 같다며 속속 발견되는 입자를 뭉뚱그려 입자동물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지어냈다.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상을 줬는데 그 수가 하나둘 늘자 여담이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새 입자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자는 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쿼크가 등장하면서 그때까지 발견된 수많은 소립자는 진정한 소립자가 아니라 쿼크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바글거리던 동물원에서 이것 빼고 저것 탈락시키고 나니 겨우 16개의 기본 소립자와 당시 예견만 되었던 힉스 입자까지 포함해서 표준모형을 정했다. 입자물리학에서 표준모형이라 하면 자연계의 4가지 힘 중에서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등을 설명하는 모형으로 총 17개의 소립자가 그 주인공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힉스 입자는 힘을 매개하는 중요한 입자였지만, 쉽사리 발견되지 않자 연구자들은 '제기랄 입자(goddamn particle)'라고 쌍소리까지 해가며 푸념했다는데 아무래도 점잖지 못한 표현이어서 '제기랄'의 영어 표현인 goddamn에서 뒷부분 damn을 빼버리고 god만 써서 부르다 보니 god particle이 되자 자연스럽게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힉스 입자는 1964년 피터 힉스가 그 존재를 예견하였는데 반세기 후 2012년에 발견되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입자동물원에는 모두 17개의 소립자가 있지만, 벌써 중력자라고 이름까지 지어놓은 소립자가 발견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     박종진입자동물원 박종진 힉스 입자 동물원과 식물원 기본 원소가

2026.01.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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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터널 효과

양자얽힘이란 것이 있다. 한쪽 입자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쪽 입자의 상태도 따라서 변하는 현상으로 직관적인 고전역학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무척 생소한 개념이다. 심지어는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수억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우주의 최고 속도인 빛의 속도를 위반한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양자얽힘은 속도와는 관계가 없는 현상이어서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유령 현상이라고 했다. 아직도 신비하기만 한 양자의 세계에는 또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바로 터널 효과 현상이다.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양자역학은 아직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양자역학적 현상은 이미 여러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양자 터널 효과 역시 직관적,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쉽게 얘기해서 벽을 향해 던진 야구공이 벽을 통과하여 계속 날아갔다는 말이다. 쉬운 예를 드느라 억지를 부렸는데 공은 입자이기 때문에 벽에 부딪히면 당연히 튀어나와야 하겠지만 파동으로 행동한다면 확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가 아니라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미시세계의 운동을 다룬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파동의 성질도 갖는다. 파동의 좋은 예가 전자기파인데 전자기파는 유리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되지만, 일부는 투과하기도 한다.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는 물질파도 그런 식으로 사물을 투과할 수 있기도 한데 이를 터널 현상이라고 한다. 양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이다.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 그중 +전하를 가진 양성자는 자기끼리 서로 밀쳐내므로 강한 핵력이 그런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놓는다. 그래서 양성자는 강력을 이기고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고, 그 때문에 원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성자 수에 따라서 고유의 성질을 갖는다.     이렇듯 양성자 두 개가 묶여 있으면 헬륨 원소이고, 양성자 여덟 개가 묶여 있으면 산소 원소가 된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본 원소의 성질이 판이해진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양성자가 핵력을 이기고 원자핵 밖으로 탈출하기도 한다.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보이는 경우인데 이를 알파 붕괴라고 하며 양자 터널의 한 예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고전물리학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가 말한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서 양자 터널 현상은 존재하며 우리는 이미 실생활에 이용하고 있다. 부도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를 말하는데 양자 터널 현상으로 전자를 통과시켜, 즉 전기를 흐르게 하여 반도체 역할을 하게 한다니 놀랍다. 심지어는 항성의 핵융합 반응도 양자 터널 효과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는 나노 기술과 반도체에서 양자 터널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이 아직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수준은 아니다. 마치 인수분해를 깨우친 중학생이 미적분 문제를 대하는 것과 같다. 수학은 수학인데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헤매는 꼴이다. 우리의 물리학의 현주소는 우주 대부분을 이루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블랙홀의 실체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갈 길은 먼 것 같지만, 큰 문을 열고 들어갈 전야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양자역학적 현상 양자 터널 양성자가 핵력

2026.01.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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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자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에 의해서 예견되었다가 반세기가 지난 후 발견된 소립자다. 힉스 입자란 이름은 한국 출신 세계적인 물리학자 이휘호 박사가 지었다. 중력파도 훨씬 전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예측되었다가 100년 후에 증명된 것으로 이 두 발견은 최근 물리학 성과 중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두 경우 모두 예견된 후 증거를 찾아내서 입증되었다. 그런데 이름까지 지어놓고 관측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중력자(重力子 graviton)다.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등 총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원자핵 속에는 +전하를 갖는 양성자가 있는데 양전하끼리 서로 밀치는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주는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한다. 약한 핵력은 방사성 붕괴 시에 관여하는 힘으로 강한 핵력보다는 약하지만, 전자기력보다는 세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우리가 평소에 보고 느끼는 힘으로 전자기력은 자석이 서로 끌리거나 같은 극의 전기끼리 밀치는 힘을 말한다. 중력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우리가 지구 표면에 붙어살게 해주는 힘이다.   뉴턴에 의해서 중력이란 힘이 존재를 알 수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냈지만, 아직도 우리는 중력이 왜 생기는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애초에 네 힘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래서 다시 네 힘을 합쳐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행히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까지는 통합했는데 문제는 중력이 다른 힘들에 비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아직 성과가 없다.     최근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을 전달하는 양자화 된 매개 입자를 규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이 광자라는 입자에 의해서 전달되는 것처럼 중력을 전달하는 기본 입자를 중력자라고 이름부터 짓고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중력자라는 가상의 기본 입자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고 중력파는 질량이 큰 두 천체가 충돌할 때 시공간이 출렁거리며 파동의 형태로 생기는 잔물결이며 그 힘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중력자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미약해서 지구에서는 웬만해서는 관측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측했지만, 당시 과학 기재 수준이 그런 약한 중력파를 검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백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존재가 증명되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파동은 매질이 있어야 전해진다. 소리는 공기를 통해서 전해지고 파도는 물을 통해서 퍼져나간다. 하지만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 이동하는데 마찬가지로 중력파도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전해진다. 문제는 전자기파는 파동이 강하고 진폭이 커서 측정하기가 수월하지만, 중력파는 워낙 미약해서 적어도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정도 되는 천체가 충돌해야 감지될까 말까다. 오래전 지구에서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그런 블랙홀의 충돌이 있었고 그때 생긴 중력파가 지구에 도착한 것을 2016년에 포착했다. 노벨상이 수여된 것은 물론이다. 조만간 가상의 입자인 중력자도 발견돼서 표준모형이 완성되어 우주에 관한 우리의 연구가 한 걸음 더 나갈 날을 기대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입자인 중력자 중력자 graviton 중력파도 공기

2025.12.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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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블랙홀 우주론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은 그저 상상 속의 천체였으며 특수상대성이론 후 10년 만에 내놓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존재를 예측했던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에는 블랙홀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학 계산으로는 존재하지만, 빛을 흡수해 버려서 당시 과학 기재로서는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블랙홀의 여러 특징뿐만 아니라 은하 중심부마다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블랙홀은 별의 재료인 수소가 떨어져 가면서 핵융합이 줄어들어 그동안 중력과 균형을 이루던 복사압이 약해지면서 항성을 이루는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중력에 의해 그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인데 그러다 중력이 너무 강해지면 블랙홀 근처 어느 곳부터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사건의 지평선 속의 블랙홀의 한복판에 이르면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 나오는데 상식적이거나 정상적이지 않고 우리의 물리학 법칙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초월적인 곳이다. 특이점이란 말은 여러 분야에서 쓰이지만, 천체물리학에서의 특이점은 블랙홀의 중심을 지칭하는 말로 부피는 없지만, 밀도가 무한대인 곳으로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어서 관측은 되지 않지만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다.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이나 천체를 흡수하여 몸집을 키우는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질과 정보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모든 것이 다시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지 않았을까에 대해 의심하기도 한다. 지금 정설로 여겨지는 빅뱅 이론은 갑자기 어느 한 점이 팽창하여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우리 우주가 만들어진 재료는 혹시 지난번 우주에서 블랙홀이 먹어치운 물질과 정보가 아닌가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서서히 커지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자신이 속한 은하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 다음 우주에 산재한 은하들마저 하나 둘 그 블랙홀에 흡수당해 결국 우주 전체가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고 가정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블랙홀이 그동안 집어삼켰던 것을 뱉어내어 새 우주가 시작한다면,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우리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상당히 닮았다. 물론 상상이지만, 혹자는 우리 우주가 그런 큰 블랙홀 속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이를 ‘블랙홀 우주론’이라고 하는데 억지 논리가 있어서 논쟁의 소지가 많은 가설 중 하나다. 꼭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적어도 빅뱅 시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우리 우주의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설명되므로 무에서 유가 생겼다는 이론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이기는 하다.     추측임을 전제로, 빅뱅의 시작 점은 어쩌면 지난번 우주를 삼킨 블랙홀의 특이점이었는지 모른다. 상상도 이 정도면 소설 감이지만 과학 발달의 여정은 우리 인간의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대포알을 타고 달에 가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책이 출판된 지 고작 백 년 만에 인류는 비슷한 원리로 나는 로켓을 타고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우주를 더 정교하게 관측할수록 빅뱅 이론은 그 일부든 전부든 큰 도전을 받는 형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블랙홀 우주론 과학 이야기 강해지면 블랙홀

2025.12.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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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의 구성

고개를 들면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것이 보인다. 그 많은 별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이다. 우리 은하 말고 외부 은하에도 각각 그만큼의 별이 있다는데 허블 딥필드가 관찰된 후 과학적 추정으로 우주에는 우리 은하수 같은 은하가 천문학적 숫자만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별, 그 별에 속한 행성과 위성, 성간에 산재한 수소나 헬륨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해도 우주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우주에는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가 소위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의 총량이 고작 5%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나머지는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우주를 안다고는 하지만 극히 일부를 더듬었다. 이것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다. 우리가 아는 5%밖에 안 되는 물질을 제외하면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27%, 암흑에너지가 68%쯤 존재한다고 한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름 앞에 암흑이란 말이 붙기는 했는데 사실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분명히 무엇인가는 있는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암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옳은 표현은 아니다. 굳이 그런 의미의 접두어라면 오히려 알 수 없다는 뜻의 '미지(未知)'가 더 맞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낸 아인슈타인마저도 정적인 우주론자였다. 그런데 그의 우주 방정식을 보면 우주는 중력 때문에 결국 수축하게 된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라는 기가 막힌 항목을 방정식에 추가하여 우주가 쪼그라들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벨기에의 성직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가 우주는 팽창한다고 대들자 이 젊은 신부를 만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그를 질책했다고 한다.   "신부님의 수학은 훌륭하지만, 물리학은 끔찍합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서 에드윈 허블이란 천문학자가 적색편이 현상으로 우주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우주 팽창의 증거를 내놓자 아인슈타인은 그제야 자신의 방정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주를 수축시키는 중력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팽창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을 규명하지 못하자 학계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데 은하도 그 중심을 기준으로 모든 별이 공전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중심을 2억2천5백만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케플러 법칙에 의하면 중심에서 멀수록 공전 속도가 늦어야 하는데 은하 외곽에 있는 별들도 은하 중심에 가까운 별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이 무거워야 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추측하건대 멀리 있는 별 주위에 우리가 모르는 무거운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일단 그것을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지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할 수가 없어서 아직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그래도 온 우주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그 무엇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실수라며 추가했던 우주 상수가 그 실마리를 풀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더니 아인슈타인은 죽어서도 우주론을 새로 쓸 업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방정식 우주 팽창 우주 상수

2025.12.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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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북두칠성

밤하늘에서 가장 찾기 쉬운 별자리가 바로 북두칠성인데 그 이유는 일곱 개의 별들이 모두 밝게 빛나고 있어서 우리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다. 북극성은 방향을 알려주는 별이어서 자주 찾지만, 빛이 약해서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먼저 북두칠성을 찾고 나서 북극성을 찾는 것이 순서다.     오랫동안 프톨레마이오스가 정한 48개의 별자리를 비롯하여 여러 문화권에서 생긴 수많은 별자리가 있었지만, 1930년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총 88개의 별자리를 정한 다음, 하늘을 같은 수만큼 나눠서 각각의 자리에 그렇게 정해진 88개의 별자리를 배분했다.     예를 들어 직녀성은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데 이렇게 하면 넓은 하늘에서 직녀성을 찾기가 상당히 수월해진다. 글을 시작하면서 북두칠성을 별자리라고 했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북두칠성은 정식 별자리(성좌 constellation)가 아니라 큰곰자리라는 이름의 별자리 중 꼬리 부분을 이루는 성군(asterism)이다. 눈에 잘 띄는 만큼 세계 각국은 물론이거니와 한 나라에서도 지방마다 다른 여러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장례 풍속은 사람이 죽으면 입관 전에 염습을 하는데 지방에 따라서 사체 아래에 송판을 대기도 한다. 그 송판에는 북두칠성 모양으로 구멍이 7개 뚫려 있는데 이를 칠성판이라고 부른다. 만약 사체를 세우게 되면 마치 망자가 칠성판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어서 칠성판을 진다는 말은 죽는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신앙에는 출생을 담당하는 삼신할미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 북두칠성은 인간의 죽음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별을 신격화하지 않던 우리나라의 샤머니즘도 유독 북두칠성이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한다고 생각해서 주검 아래 칠성판을 깔았다. 중국에서도 북두칠성은 죽음을 담당하는 신이다. 여담이기는 하지만 군사독재 시절 죄수의 증언을 받아낼 때 나무로 만든 틀에 묶어서 고문했는데 그 나무를 칠성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차피 죽게 될 죄수를 묶은 고문 틀을 칠성판이라고 했으니 실낱같은 삶의 희망이라도 품고 있다가 그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좌절했을까 생각해 본다. 이참에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미국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땅을 매입하여 1959년 미합중국의 제49번째 주로 편입했는데 알래스카가 정식 주로 승격되기 전 1927년 주를 상징하는 깃발 디자인 공모에서 짙은 파란 색 바탕에 금색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그려진 배니 벤슨의 응모 작품이 뽑혔다. 배니는 당시 13세의 소년이었다.   일반적으로 북극성은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 우리에게 방향(북쪽)을 알려주는 중요한 별이었지만, 별빛이 그다지 밝지 않아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국자 모양을 한 북두칠성은 일곱 개의 별이 모두 또렷이 밝아서 쉽게 눈에 들어온다. 국자의 손잡이 반대쪽의 두 별 사이 길이의 다섯 배 정도 국자 바깥쪽으로 연장하면 별 하나가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희미한 별이 바로 북극성이다. 그러므로 방향을 알기 위해서 북극성을 찾으려면 우선 북두칠성을 찾아야 수월히 북극성을 찾을 수 있다.   별을 항성(恒星)이라고 하는 이유는 우주의 시간에 비해 찰나를 사는 우리 인간에게 별은 움직이지 않고 항상 한 곳에 고정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지만 사실 별도 오랜 기간에 걸쳐 움직인다. 먼 미래 어느 날 북두칠성도 제 모습을 잃을 것이며 직녀성이 북쪽을 가리키는 북극성 노릇을 하게 된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북두칠성 박종진 금색 북두칠성과 북두칠성 모양 북극성은 과학

2025.11.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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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0

한 러시아 수학자가 부부 동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명색이 대학교 교수였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 하는 일이 시답잖아서 항상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남편은 영 엉뚱한 짓을 했다. 그런 남편과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아내는 남편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차를 바꿔탈 때 그저 가방 개수를 확인하는 일만 맡겼다. 그런데 처음 갈아타는 정거장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얼굴이 하얗게 된 남편이 가방 한 개가 모자란다고 했다. 아내는 한눈에 가방 다섯 개가 온전히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남편을 쳐다보며 자기 앞에서 차근차근 다시 세어보라고 했다.    "0, 1, 2, 3, 4"    수학자였던 남편은 학교 강단에서처럼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가방 총수는 넷으로 끝났다.    하지만 0은 아주 중요한 숫자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0을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것과 없는 것을 같다고 보는 불교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무(無)의 상태라고 하는데 바로 0을 뜻한다. 과학에서는 0을 진공이라고 하며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즉 진공 속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진공 에너지에 의해 우리가 사는 우주가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빅뱅 이론이다. 수학에서도 0은 아주 중요한 숫자여서 여행 중이었던 수학 교수는 가방을 세는데 습관적으로 0부터 시작했다.   0은 인도에서 발명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철학자의 나라 그리스에서는 없는 것을 구태여 표시할 필요성이 없어서 0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0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십진법을 쓰면서부터다. 초창기 인류는 간단한 길이나 거리 등을 가늠할 때 뼘이나 아름 등 신체의 일부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손가락 개수가 총 10인 것에 착안하여 십진법을 만들어 쓰면서부터 0은 중요한 숫자가 되었다.     0은 기원후 7세기 인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브라마굽타가 처음으로 정의하여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0을 산수 계산에 사용했다. 그가 상업 계산에 0을 사용하면서 수학에서 방정식이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의 숫자 체계는 당시 인도와 교역을 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서 중동 지역에서 발전되어 유럽에까지 전해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비록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서 발달하고 널리 전해진 까닭에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리고,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 역시 원산지 인도를 떠났으며, 인도의 전통 음식 카레도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지금 우리가 먹는 카레라이스는 일식으로 분류된다. 인도는 그런 식으로 열심히 죽 쒀서 다른 나라에 퍼주는 운명이었나 보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바람에 숫자 0은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산업혁명에 뒤이어 이진법을 기본으로 한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0의 위상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가 소위 정보라고 부르는 세상 모든 것이 0과 1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십진법이던 로마 숫자 체계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0이란 개념이 없어서 인도나 이슬람권보다 대수학 발달이 느렸다. 하지만 인쇄술이 개발되고 아라비아 숫자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결국 수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세계 우위를 선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아라비아 숫자 원산지 인도 러시아 수학자

2025.11.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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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 여행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며 산다.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인생이 좀 더 낫게 될 것을 꿈꾼다. 하지만 누군가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열역학 법칙 때문에 그렇다. 바꿔 말해서 이 세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우리 말로 '무질서도'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잉크가 병 속에 들어있을 때는 엔트로피가 적은데 그 잉크를 목욕탕 물속에 부었을 때 잉크가 천천히 물에 섞이는 과정을 엔트로피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열역학 법칙에 따라서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 그릇이 깨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 좋은 예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잘게 부서진 유리컵은 절대로 다시 원상 복구될 수 없고, 불에 타버린 책은 그 속에 담긴 정보와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가 크게 성공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 또래이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내용이다. 시간 여행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인데 과연 과학이 발달하면 영화에서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과거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 답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광고한 적이 있다. 광고 내용은 미래의 우리 후손을 현재에 초대한 것인데 예측대로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만약 우리의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먼 미래에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과거 여행을 하는 그들을 한 번이라도 만났어야 한다. 호킹 박사의 예처럼 그런 시간 여행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시간을 거꾸로 여행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반대로 미래로 갈 수는 있을까? 물리학적으로는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 지연 현상이 나타난다. 미래 어느 날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이 개발된다면 그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우주선에 탔던 사람의 시간은 지구에 남아있던 사람의 시간보다 천천히 흐른다. 그 결과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은 미래에 도착하게 되어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떠난 때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간 남편은 공항에서 자기를 배웅해준 아내보다 아주 조금 시간 지연 현상을 겪는다. 비행기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지만, 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서 직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주 정밀한 기구로 측정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시간 지연 현상은 속도 말고 중력과의 관계에서도 생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처럼 중력이 아주 큰 곳 주변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훨씬 천천히 흐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근처의 웜홀을 이용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행성을 다녀온 주인공 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궤도선에 돌아와 보니 자기네를 기다리던 동료 승무원이 두 곳의 중력 차이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늙어버린 모습을 본다.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블랙홀을 이용하거나 광속에 가깝게 여행할 수준은 아니어서 미래로의 여행도 그저 상상 수준이지만, 이론적으로 미래로의 여행은 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시간 여행자 시간 지연 과학 이야기

2025.11.0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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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탄소 기반

맛있는 된장찌개는 밥도둑이다. 단, 우리 한국인에게만 그렇지 서양 사람들에게는 그 냄새조차 맡기 힘든 음식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흔히 우리가 외계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일단 그런 외계 행성은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액체 상태의 물과 대기, 그리고 온도의 범위를 정할 때 지구상의 생명체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드넓은 우주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별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행성과 위성이 산재해 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조차 수백억 년이 걸리는 그 우주에는 우리 물리학을 거스르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그 흔한 블랙홀조차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불과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번개는 하늘이 내리는 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번개(전기)를 만들고 저장하여 컴퓨터, 자동차, 휴대전화 등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천재 아인슈타인까지 유령 현상이라고 부르던 양자얽힘 현상도 조만간 그 실체가 과학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치과 병원에서 간단한 X선 촬영을 할 때도 납으로 만든 두툼한 앞치마로 몸을 가리는데 퀴리 부인 시절에는 방사성 물질이 몸에 좋은 줄 알고 비누와 치약에도 넣고 화장품에도 첨가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방사선에 피폭되었다는 말이다.   탄소는 원소주기율표에 여섯 번째로 등장하는 우주의 기본 원소다. 얼핏 생각하면 산소 없이는 단 몇 분도 생존할 수 없어서 산소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사실 지구상 모든 생명을 이루는 성분 중에서 탄소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생명체는 그 기반이 탄소이기 때문이다. 화학에서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들어가는 화합물을 유기화합물이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화학식 CH₄인 메테인이다. 비루스가 바이러스가 된 것처럼 원래는 메탄이라는 독일식 발음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메테인이라고 미국 발음을 따르고 있다.   탄소는 그 크기와 원자 속의 전자 개수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화합물을 만들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커진 요사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 탄수화물인데 바로 탄소와 수소, 그리고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원소로 같은 탄소족인 규소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아직 규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없어서 그냥 이론일 뿐이다.   우리는 외계생명체를 찾을 때 당연히 인간처럼 탄소 기반 생명체를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의 규모로 보면 꼭 지구상의 생명체처럼 탄소 기반일 필요는 없다. 물론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영장류처럼 생겼을 것으로 상상하는 것도 틀린 일이다. 지구는 원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기보다 새로 시작한 생명체가 그런 환경에 적응하여 오랜 기간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러니 외계 환경이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까, 대기 조성은 어떤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지는 결국 우리 측면에서 본 생명체 존재 기준이다. 표면 온도가 수백 도나 되고,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고, 황산 비가 내리는 외계 행성에서도 그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지구 바깥 생명체는 꼭 탄소 기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탄소 기반 과학 이야기 생명체 존재

2025.10.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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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의 위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하늘을 쳐다보면 수없이 많은 별이 반짝거린다. 공해가 적고 도시 불빛의 방해가 없는 시골에서는 하늘을 꽉 채운 별이 팔만 뻗으면 손에 잡힐 것 같다. 하지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 중에는 별이 아닌 것도 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같은 지구의 형제 행성도 별처럼 빛나고 있으며,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맨눈으로 관측되는 은하 몇 개도 마치 별같이 보인다. 꼬리가 달린 혜성도 별이 아니고 밤하늘을 질러가는 별똥별도 별이 아니다. 그 나머지 밤하늘의 모든 별은 은하수라는 이름의 우리 은하에 속한 별이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대략 2천억 개에서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다. 그래서 큰 수를 표현할 때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은하수 은하는 가운데가 볼록한 호떡처럼 생겼다. 은하수의 두께는 평균 약 천 광년 정도 되고 그 지름은 약 10만 광년 정도라고 하는데 그 속에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들어있고 우리 태양도 그런 별 중 하나다. 만약 우리가 은하수 위에서 은하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면 태양은 은하수의 변두리에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은하 중심부에는 별끼리의 상호작용이 활발하므로 생명이 시작하여 진화하기가 힘들지만, 태양처럼 멀찌감치 변두리에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별은 서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발현하여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다. 현재 인류의 문명은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의 시작과 끝을 추측할 정도지만, 그런 과학 기술의 성과로 지구를 떠난 우주탐사선이 근 50년을 날아 고작 자신이 속한 별인 태양의 끝자락을 막 빠져나가고 있는 형편이고, 그렇게 계속 날아서 수만 년을 가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대로 은하수 은하에는 태양이나 프록시마 센타우리 같은 별이 수천억 개나 있다. 만약 태양이 은하수의 다른 곳에 자리 잡았다면 지구상의 인류는 결코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은하수 은하 속에 태양이 버티고 있는 바로 이 자리야말로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행운일지 모른다. 생명은 그런 우연이 엄청나게 반복되어 생겼다.   달은 27일 걸려서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지구는 365일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태양도 은하수 중심을 기준으로 약 2억2천5백만 년에 한 번씩 일주한다. 태양이란 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덟 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데 한가운데서 빛나는 태양이 상대적으로 워낙 크고 밝기 때문에 태양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봐도 빛나는 중심성에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태양이란 별을 말할 때 그 주변에 산재한 지구 같은 모든 천체를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태양계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눈에 점 광원으로 빛나는 별, 예를 들어 북극성 같은 별도 가깝게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심에 빛나는 별이 있고 그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고 있을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별, 즉 항성은 그 주변에 한 개 이상의 행성을 거느린다. 그런 수천억 개의 별을 품은 은하수 같은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하니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태양의 위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만약 태양이 조금만 더 은하 중심에 치우쳤거나 떨어져 있었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태양 주위 우리 태양 은하수 은하

2025.10.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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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아인슈타인과 노벨상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시간과 공간을 의심해 본 사람이 없었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인류 최초로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이론을 정리하여 두 번에 걸쳐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물론 그는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줄 알고 있는데,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라는 논문으로 192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광전효과란 금속에 빛을 쏘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인데 광전효과의 발견이야말로 양자역학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위대한 사건이었다. 어쨌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1905년, 당시 26살의 청년이던 아인슈타인은 세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 사람이 평생 논문 한 편 쓰기도 쉽지 않은데 이 젊은 과학도는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특수상대성이론' 등 인류의 미래를 바꿀만한 위대한 업적을 세 개씩이나 남겼다. 하지만 혼자서 너무 빨리 나가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잘 쫓아오지 못하고 버거워한다.     베토벤은 고전주의 음악을 총정리하면서 낭만주의 음악을 소개했는데 사람들은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음악의 중심지였던 비엔나 사람들은 베토벤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음악에는 공감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베토벤의 음악이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갔기 때문이었다. 비엔나는 여전히 모차르트와 고전주의 시절의 베토벤에 머물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기성 과학자들의 공감대는 얻긴 했으나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매년 노벨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십 년 넘게 수상이 확정되지 못했다. 불세출의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자 물리학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왔고 그런 여론에 밀려 그는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독일인이었지만 유대 혈통인 그는 히틀러가 집권하고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핍박이 시작되자 고국을 떠나 자신이 학교에 다녔던 나라인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고 베른에서 직장을 잡아 인생을 시작했다. 대학 강단에 서고 싶었지만,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스위스의 수도였던 베른의 특허청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심사관 일을 하던 중 여유 시간에 틈틈이 연구했던 물리학 이론을 정리하여 논문을 제출했다.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했지만, 그 후 연이어 관찰된 결과로 빛의 파동설이 힘을 얻었다. 그러다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광양자설로 인해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빛의 이중성이 정설이 되었다. 빛은 파동의 형태로 퍼져나가다가 관찰을 당하는 순간 입자의 성질을 띤다. 광전효과로 인해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주류로 떠올랐지만, 정작 개척자였던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을 추종하는 물리학자들과 죽을 때까지 대립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세계적인 명사가 되어 각국으로 설명회를 다니던 길에 자신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노벨상은 그의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에 수여되었고, 부상으로 탄 상금조차 그가 이혼 합의서에 약속했던 위자료 조건대로 헤어진 아내에게 가버렸다. 천재 아인슈타인이었지만 노벨상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가 보다.  (작가)       박종진아인슈타인 박종진 아인슈타인 이전 노벨상 수상 노벨상 후보

2025.10.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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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의 공전과 자전

달리는 기차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모든 것이 기차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지만, 정작 기차에 탄 승객은 그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기차가 아무리 고속으로 달려도 편안히 앉아서 음식을 먹고 마신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마치 기차 내부처럼 고요할지 몰라도 사실 지구는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저 스스로 자전도 한다. 우리는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것, 즉 한 번 자전하는 것을 하루라고 하고 중심성인 태양 주위를 한 번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 동안 365.25번 자전하므로 1년은 365일이다. 그런데 소수점 이하 자투리(0.25)가 4번 모이면 하루가 되므로 네 번째 해의 2월 마지막 날에 그 하루를 추가하여 그 해를 윤년이라고 하며, 그러므로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은 2월이 29일까지 하루가 더 있어서 1년이 366일이 된다.     빨리 달리는 기차 안의 승객이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지구에 사는 우리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밤낮이 바뀌고 계절이 변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지구는 동그란 공 모양이어서 지구상의 위치에 따라 자전하는 속도가 전혀 다르다. 북극점이나 남극점에서는 자전 속도가 0이지만, 가장 불룩한 적도에서는 지구의 회전 속도가 무려 시속 1,600Km를 넘는다. 참고로 마하 1은 시속 1,235km니까 음속으로 나는 전투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돈다는 말이다. 한국이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서는 소리의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돈다니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 하지만 자전 속도는 공전 속도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공전 속도는 시속 10만km를 웃도는데 이는 소리보다 무려 88배나 빠른 속도다. 그렇게 부지런히 태양 한 바퀴를 날아서 완주하는 것을 1년이라고 한다.   달과 지구, 태양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천체는 자전과 공전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태양이란 별의 행성인 지구는 자신의 형제 행성들과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물론 태양도 자전하며 동시에 자기가 속한 은하수 은하의 중심을 기준으로 공전하는데 태양이 은하수를 한 번 공전하는 기간을 은하년이라고 하며 우리 시간으로 약 2억2천5백만 년 정도 될 것으로 추측한다. 참고로 태양이 은하수 주위를 공전하는 속도는 시속 80만km 정도 된다고 하니 천체 움직임의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잘 알다시피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하여 총 여덟 개의 행성이 있는데 그 중 금성만 자전 방향이 거꾸로다. 태양계를 위에서 내려다본다고 할 때 다른 행성들은 시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는데 유독 금성은 시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자전한다. 바꿔 말해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 세상 모든 것에는 청개구리가 있는가 보다.   우주 공간에는 저항이 없어서 천체의 자전과 공전은 멈추지 않고 영원히 계속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속도가 변하기도 한다. 지구의 형제 행성이라고 불리는 화성의 자전 속도는 아주 조금씩 빨라지고 있으며, 지구는 달의 인력으로 인한 조석력 때문에 자전 속도가 늦어진다고 한다. 물론 아주 미미한 차이기 때문에 우리가 상관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자전과 공전 지구 태양 공전 속도

2025.10.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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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는 얼마나 클까

끝이 없다는 표현이 있다. 만약 이 세상에 정말로 끝이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주일 것이다. 우리가 속한 우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와 아예 관측조차 불가능한 그 바깥의 우주다. 우주를 구성하는 은하는 사방으로 멀어지고 있는데 관측하는 곳에서 멀수록 후퇴하는 속도가 빨라지다가 빛보다 빠른 속도가 되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른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보이는 물체에서 떠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물체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 눈에서 멀어진다면 그 물체를 출발한 빛은 아무리 해도 우리 눈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엇인가는 있겠지만 볼 수 없으니 없다고 하지 않고 관측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먼 곳의 은하가 빛보다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면 관측할 수 없는 은하이고 그 경계의 안쪽에 있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은하라고 한다. 관측자인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465억 광년인 공을 상상하면 그 공의 안쪽이 바로 관측 가능한 우주다.   여기서 빛보다 빠르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은하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은하를 담고 있는 공간이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말이다. 물론 관측 가능한 우주와 같은 모습이겠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우리 형편으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산다. 지구 주위에는 달이라는 위성이 돌고 있다. 지금부터 56년 전에 우리 인류는 달 위를 걸었다. 지구 같은 행성 여덟 개가 모여서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을 공전하는데 그 전체를 태양계라고 한다. 태양계 같은 별이 약 1천억에서 4천억 개가 모인 것을 은하라고 하는데 우리 별인 태양이 속한 은하를 은하수라고 부른다. 은하수은하를 떠난 빛이 약 250만 년 걸려 도착하는 곳에 이웃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은하수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우리보다 두 배쯤 큰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나 되는 별들이 바글거린다. 아까 언급한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은하수나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어림잡아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물론 추측이지만 그래도 과학적 근거로 추산한 숫자다.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금 엉뚱한 생각을 했다. 허블 망원경은 수많은 천문학자가 순서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 1초도 여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 망원경 스케줄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우주 공간을 며칠씩 촬영한다니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최고 담당자의 자격으로 우겨서 귀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로 했다. 우주의 빈 곳을 찍었는데 그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었다.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던 공간에서 오는 빛을 열흘 동안 모았더니 약 3천 개의 은하가 찍혔다. 전체 하늘의 약 2,4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존재하는 은하가 그 정도라면 우주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은하가 퍼져 있을지 짐작하기도 벅차다. '허블 딥 필드' 얘기인데 로버트 윌리엄스의 선구자적 혜안이 놀랍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대략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고 하며 각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태양은 그런 별 중 하나다. 그러므로 우리 기준으로 우주는 무한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공간 과학 이야기 우주 전체

2025.09.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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