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로는 그냥 우주라고 구별 없이 쓰는 데 비해 영어에는 세 가지 다른 단어가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할 때 우주는 universe지만, 좀 더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우주는 cosmos라고 하며, 실제로 우주선이 나는 공간은 space라는 단어를 쓴다. 그중 cosmos의 원뜻은 질서인데 피타고라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피타고라스는 우주가 혼돈(chaos)의 상태가 아니라 어떤 질서(cosmos)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가 보다. 얼마 전에 '콘택트'란 영화가 있었다. 칼 세이건 원작의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공상과학 영화다. 칼 세이건은 유명한 천문학자로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 혈통의 미국인으로 원래는 대학교수였지만 그가 제작한 《코스모스》라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이다. 같은 해에 동명의 책 《코스모스》를 출판했는데 지금까지 나온 과학 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소설 콘택트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을 보았지만, 정작 영화 개봉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하지만 영화 콘택트는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았고 코넬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쳤는데 NASA의 여러 우주 탐험선 계획에 참여했으며 특히 보이저호에 실린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인 골든 레코드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는 1980년 동명의 책이 출간되기 한 달 전에 방영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총 13편으로 편성된 이 시리즈는 10년 후에 다시 수정 보완되어 방영되었는데 나이 든 칼 세이건이 다시 출연하여 그간의 과학 발전상을 소개하고 자신이 전에 예측했던 것들에 대한 수정과 보완을 했다. 첫 편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개정 편은 크게 개작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칼 세이건이 죽은 후 자칭 타칭 그의 후계자로 불리는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은 칼 세이건 미망인의 도움으로 《코스모스》 후속작을 내놓았다. 이미 방영된 《코스모스》와 구별하기 위해서 1980년에 방영된 칼 세이건의 첫 번째 것의 제목이 《Cosmos: A Personal Voyage》여서, 2014년에 방영된 닐 타이슨의 두 번째 것은 《Cosmos: A Space Time Odyssey》라는 부제를 붙였다. 마지막은 칼 세이건의 미망인 앤 드루얀의 《Cosmos: Possible Worlds》로 2020년에 나왔다. 세 작품 모두 13부작으로 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 특히 천체물리학은 전공하는 사람들만의 영역이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멀고 어려워서 아예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천문학을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해설하여 높은 담을 없앴다. TV 프로그램인 《코스모스》에 직접 등장하여 우리 관심 밖에 있던 우주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여 과학의 대중화를 이룬 것이 그의 업적이다. 그냥 과학적인 설명이었으면 Universe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겠지만, 칼 세이건은 일반인에게 우주를 소개하면서 방대한 우주 속에 있어서 우리 인류의 존재와 미래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다루었다. 그는 우리 역시 코스모스의 일부라고 했다. 엄청난 우주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류도 우주(Cosmos)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작가) Nathan Park 기자코스모스 박종진 과학 이야기 과학 발전상 인류도 우주
2025.09.19. 14:38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이 무슨 헛소리인가 생각할지 모른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란 말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러우 전쟁이 한창이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지경에 웬 뚱딴지 같은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론이 없으면 러우 전쟁에서 드론이 활약하지 못하고, 동무들의 핵폭탄도 개발될 수 없다. 심지어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 세계에서 직관적으로 볼 때, 마치 남자와 여자가 다르듯 입자와 파동 역시 완전히 다르다. 쉽게 얘기해서 날아가는 야구공은 입자의 대표적인 예고, 호수에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는 물결은 파동이다. 알갱이인 입자는 질량이 있고 속도가 있지만, 소리 같은 파동은 파장에 의한 진동수나 진폭이 있다. 그 둘은 서로 어울릴 소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뉴턴 시절 빛은 당연히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빛의 파동적인 성질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뉴턴의 운동 법칙이 아원자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학계의 큰 문제였고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이란 이론으로 이유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고 억지를 부렸다. 연이어 발표한 상대성이론으로 세계적인 명사가 되고 노벨상까지 받은 아인슈타인에게 한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떤 학생의 박사학위 논문인데 지도 교수마저 무시했다며 시간을 내서 꼭 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 논문을 본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친구가 물리학 발달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튼을 치웠군!' 그는 프랑스의 루이 드브로이였고 물질파로 불리는 이론을 발표했다. 드브로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빛의 이중성이 주류였는데 천재였던 드브로이는 거꾸로 추측했다. 그는 혹시 빛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입자이면서 파동일지 모른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다. 단지 거시세계에서는 입자의 질량이 너무 커서 거기서 발생하는 물질파는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입자의 성질만 보인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전자는 아주 미세하나마 질량은 가지고 있는 입자임에도 파동의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은 양자역학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그동안 원자핵 주위의 전자가 불연속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던 양자역학은 그 첫걸음을 뗀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었다. 전자가 어떤 특정 궤도에 있다가 에너지를 얻거나 잃어서 궤도를 옮길 때면 연속적인 운동을 하지 않고 점프 해버리는, 즉 양자 도약을 하는 이유를 몰랐다. 드브로이는 파동의 수미가 서로 연결된 닫힌 궤도를 상상했고 그렇게 닫힌 상태에서는 파동이 정수배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 번째나 세 번째 궤도는 존재할지라도 궤도 1.5라든가 궤도 3.14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가 궤도를 도약하는 것처럼 불연속적으로 보였다. 이로써 입자와 파동에 관한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됐다. 사실, 이 우주에는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가지 공식이 있을 수 없지만, 그동안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대립했는데 드브로이의 이론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단 한 가지 공식만 갖게 되었다. 양자역학이 그것이고 양자역학의 부분집합으로 거시세계를 다룬 것이 바로 고전역학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물질파 이론 양자역학 발전 과학 이야기
2025.09.12. 13:11
우리 태양계에는 모두 8개의 행성이 중심성인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데 저마다 그 공전 궤도와 속도가 다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365일 걸려 태양을 한 바퀴씩 도는 데 비해 바로 바깥쪽 이웃인 화성은 우리 시간으로 687일에 한 번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그러므로 어쩌다 지구와 화성이 서로 가까워질 때도 있는데, 이를 회합이라고 하며 780일마다 두 행성이 근접한다. 나아가서는 태양계의 여덟 행성이 한 줄로 나란히 놓이게 되는 때를 '대정렬'이라고 한다. 마침 2025년 1월 중순에 수성을 제외한 여섯 행성이 지구에서 보았을 때 한 줄로 늘어섰고, 2월 말일에는 일곱 개의 행성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네댓 개의 행성이 동시에 보이는 일은 자주 있지만, 이번처럼 지구를 빼고 나머지 일곱 개의 행성을 한눈에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물며 지구까지 포함하여 태양계의 여덟 개 행성이 나란히 정렬되기는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사실 행성이 일직선 위로 정렬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천문학 지식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보통 밤하늘과 똑같다. 하지만 옛날 점성술사의 눈에는 특별한 일로 보였는데 행성이 일직선 위에 나열되면 대체로 나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옛날에는 행성 정렬 현상을 점을 치는 데 사용했지만, 지금은 우주 탐험 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이라지만 우주선의 속도를 올리려면 연료가 필요하며 방향을 바꾸거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감속을 하기 위해서도 연료가 소모된다. 또 탑재된 장비를 구동하기 위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연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먼 거리를 가려다 보면 충분한 연료를 실을 수 없다. 그래서 중력 도움이란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목표한 방향에 있는 다른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토성을 가려는 길에 목성이 있다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토성까지 가는 것이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2호는 목성의 중력 도움으로 토성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토성의 중력 도움으로 방향을 바꿔 천왕성을 향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연료를 절약하여 지금 보이저 2호는 해왕성 탐사까지 마치고 성간에 진입했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에서는 1977년이 되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한 줄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때 맞춰 보이저호를 발사했다. 이렇게 태양계의 바깥 4개의 외행성이 정렬되는 것은 175~176년마다 일어나는데 그때 행성 간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고 다른 행성의 중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원반 모양으로 빚어졌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도 그 원반 위에 있다. 그러므로 모든 행성은 같은 원반 위에서 중심성인 태양을 돌고 있다. 그 원반을 황도면이라고 한다. 다행히 같은 황도면에서 공전하기 때문에 일직선 위의 정렬이 가능하지 만약 각각의 행성이 뒤죽박죽 서로 다른 공전 면을 돈다면 행성 정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이저 1호가 성간에 진입하기 직전 칼 세이건이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행성 정렬 상태는 아니었지만,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떠나려고 황도면을 굽어보며 날고 있어서 그 사진에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여섯 행성이 함께 찍혔기 때문에 태양계의 가족사진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보일 듯 말 듯 작은 점으로 나왔는데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보이저호가 태양계 행성 정렬 사실 행성
2025.09.05. 14:30
2차 대전에서 항복한 일본은 농어업을 중심으로 제한될 뻔했지만, 급변하는 세계정세 덕에 기사회생하더니 1970년대에 들어 프랑스와 영국에 버금가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소니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경제 도약은 자동차, 전자제품, 조선, 컴퓨터 등 웬만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일본의 비약적인 성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여기 소개하는 은하철도 999도 만화로 시작하여 만화 영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몇 년 후 한국에서 역시 큰 인기를 얻었는데 80년대에 많은 초등학생이 그 영향을 받아 과학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증기기관이 영국에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기차가 상용화되어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화물을 운송했다. 영국에서 시작한 철도는 곧 유럽에 퍼져서 대륙에 마치 거미줄처럼 철로가 깔렸다. 체코 출신인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은 기차 광이었는데 자기 고장의 기차역에 다니는 기차 모델과 시간표까지 몽땅 외웠다고 한다. 한번은 제자 중 한 사람을 기차역에 보내서 그날 들어올 기차 모델 번호를 알아 오라고 시켰는데 기차에 관심이 없던 이 친구가 엉뚱한 보고를 하자 자기 딸과 연인 사이였던 그 제자를 심하게 꾸짖고 딸에게 만나지도 말라고 했다. 제자는 그런 스승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 사위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기차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유대인이란 이유로 제대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스위스 특허국에서 일하던 아인슈타인은 유독 기차 시간표에 관한 특허 신청이 많은 것이 궁금했다. 당시 유럽에는 국경을 넘어 기차가 운행되었는데 이상한 것은 어떤 도시에서 오후 1시에 떠난 기차가 몇 시간을 달려서 목적지 역에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오후 1시였다. 표준시 개념이 없던 당시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로 인한 기차의 충돌사고도 발생했다. 시간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아인슈타인은 그동안 절대적인 줄 알았던 시간이 속도와 중력에 의해 상대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만화에서 은하철도 999는 우리 은하 안의 행성을 잇는 철도다. 은하수라고도 부르는 우리 은하는 끝에서 끝까지 빛의 속도로 약 10만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은하수 안에는 대략 2천억에서 4천억 개의 별이 있다고 추측하는데 태양도 그 중 하나고 그런 별과 별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약 5광년쯤 된다. 참고로 우리 별인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라는 별까지 빛이 약 4.3년 걸려서 도착한다. 48년 전에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호는 지금 막 태양을 벗어났다. 자기가 속한 별을 떠나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는 말이다. 그런 속도로 계속 날아서 은하수 안의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려면 약 7만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은하수 안에 그런 별들이 무려 4천억 개나 있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까지는 좀 먼 편으로 약 250만 광년이라고 한다. 물론 빛의 속도로 따져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에는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은하를 포함해서 약 2조 개나 되는 은하가 퍼져 있다. 은하철도 999로는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규모다. 아무리 만화 영화라지만 우리 은하 바깥을 여행하려면 은하철도보다 훨씬 빠른 이동 수단이 필요한 것 같다. (작가) 박종진은하철도 박종진 은하철도 999 기차 이야기 기차 시간표
2025.08.29. 12:39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중 하나인 태양이란 이름의 별 주위에는 지구를 비롯하여 8개의 행성이 공전한다. 각각의 행성 주위에는 위성이 돌고 있기도 하고,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행성도 있으며 혜성과 이런저런 천체가 태양의 중력에 붙들려 있는데 이를 통틀어서 태양계라고 부른다. 태양계의 행성은 태양에서 가까운 순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내행성(內行星)이라 하고 그 바깥에서 공전하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외행성(外行星)이라고 구별한다. 그 특징이라면 내행성은 지구처럼 표면이 단단한 암석 행성이고, 외행성은 주로 가스나 액체로 이루어진 가스 행성이다. 외행성과 발음이 비슷한 용어로 왜행성(矮行星)이 있는데 혼동을 막기 위해서 왜소행성(矮小行星 dwarf planet)이라고도 한다. 왜소행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서 행성과 소행성의 중간에 있는 천체를 정의하기 위해서 만든 카테고리인데 태양 주위를 공전해야 하고, 구형 모양을 가질 수 있는 질량이 되어야 하며, 자기가 공전하는 궤도에 있는 다른 천체에 영향력이 없어야 한다. 원래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그런 이유로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격하되었다. 명왕성을 발견해서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미국인들은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많은 미국 사람들은 명왕성도 태양의 행성이라고 우기고 있다. 어떤 이는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잃었으니 이름도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명왕성이란 이름은 그대로다. 왜소행성은 명왕성 말고도 세레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에리스 등 총 5개가 있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의 천체로 1801년에 발견되었다. 오래 전부터 천문학자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틈이 다른 행성들 사이보다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 그곳에도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고, 그즈음 만들어진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자연수를 차례대로 집어넣으면 신기하게도 태양계의 행성 순서가 되었는데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이상하던 참에, 윌리엄 허셜이 발견한 해왕성 역시 그 공식에 들어맞는 궤도에서 발견되었다. 이에 고무된 천문학자들은 부지런히 화성과 목성 사이를 뒤진 결과 비교적 덩치가 큰 세레스를 비롯하여 엄청난 수의 천체 집단을 발견하여 이를 소행성대라고 명명했다. 세레스는 소행성대 전체 질량의 약 30% 정도나 된다. 2005년 미국의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이 해왕성 너머에서 명왕성보다 살짝 작은 천체와 그 천체를 도는 위성까지 발견했다. 에리스라고 이름 지어진 그 천체가 태양의 열 번째 행성이 되느냐는 논쟁 중 근처에서 계속하여 마케마케와 하우메아도 발견되자 행성의 자격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06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는 200년 전에 발견된 세레스의 행성 지위를 논했는데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어서 새로 행성의 자격을 정했다. 거기서 세레스와 함께 애꿎은 명왕성마저 왜소행성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처음으로 미국인이 발견한 행성을 같은 미국인이 번복한 결과가 되자 당사자인 마이클 브라운은 자기가 명왕성을 죽인 사람이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참고로 태양계 행성의 자격은 태양 주위를 공전해야 하고, 충분한 중력이 있어 공 모양이어야 하며, 자기 공전 궤도 상의 작은 천체를 처리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하고 다른 행성의 위성이면 안 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태양계 행성 소행성대 전체 행성과 소행성
2025.08.22. 13:36
인류는 문명이 시작할 때부터 뉴턴을 지나 아인슈타인에 이를 때까지 시간과 공간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직관적으로 판단하면 당연한 얘기다. 과거가 있고 현재가 존재하지만, 현재는 곧 과거가 되며 현재는 우리의 미래가 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초가 되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이란 것을 내놓고 시간과 공간은 더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산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항상 같은 줄 알았던 시간이 관찰자의 속력에 의해서 달라진다느니, 중력에도 영향을 받아서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더디 흐른다고 했다. 게다가 중력은 빛조차 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몇 년 후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잘하던 전통적인 물리학이 아원자 세계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뉴턴에 의해서 완성된 고전물리학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은 물론, 다른 항성과 심지어는 은하와 우주 규모를 망라하여 그 움직임을 계산하여 예측할 수조차 있었는데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원자 속을 들여다볼 정도가 되자 그런 미시세계의 움직임은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은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는 기존 물리학 법칙이 통용되지 않아서 그런 미시세계만을 다루는 역학을 말한다. 문제는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는데 같은 물리 법칙을 설명하는데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가 틀린 것도 아니니 두 경우를 공동으로 만족시키는 법칙이 있어야 한다. 양자역학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양자 도약, 양자 얽힘, 양자 중첩이 바로 그것인데 고전물리학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 된다.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에너지를 얻거나 잃을 때 다른 층으로 건너뛴다. 시간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과는 달리 불연속적인 이동을 하는데 이를 양자 도약이라고 한다. 또한, 한 입자의 성질이 정해지면 다른 입자의 성질도 동시에 정해지는데 서로 떨어진 거리에 상관 없다. 두 입자가 빛의 속도로 수십만 년 떨어져 있어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는데도 그렇다. 이를 양자 얽힘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양자 중첩이란 원자핵 주위에 퍼져 있는 전자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는, 즉 중첩 상태이기 때문에 전자구름이라고 표현한다. 슈뢰딩거의 상자 속 고양이는 죽은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상자를 열어서 확인하는 순간 생사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던 이유는 시간에 있다. 사실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양자역학적 모순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양자가 이곳에도 있고 저곳에도 있어서 우리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만약 한 곳을 A라고 하고 다른 곳을 B라고 했을 때 양자가 A에 나타났다가 B로 갔는데 시간이란 것이 없다면 우리는 양자를 A와 B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존재한다는 고정관념 아래서 양자가 도약하는 것처럼 보이고,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며, 중첩된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애당초 우주에는 시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우리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졌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양자역학적 모순 양자 중첩 양자 도약
2025.08.15. 13:24
멘델레예프에 의한 원소주기율표는 나중에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보는 원소주기율표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곳곳에 빈칸이 많았다. 나중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들이 하나 둘 채워졌다. 표준모형이 만들어진 후 피터 힉스는 빅뱅 시에 입자에 질량을 주었던 무엇인가를 추측했는데 반세기 후 그 입자가 발견되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힉스 입자라고 이름 지어졌다. 백 년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견했던 중력파가 최근에 발견되어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일정한 줄 알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큰 천체 곁을 지나는 빛은 휘어지고, 만약 중력이 무한대가 되면 빛은 아예 그 천체를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처음에는 이론상 그런 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블랙홀로 밝혀졌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상상했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증명되었다. 지금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웜홀도 어쩌면 미래 어느 날 찾을지도 모른다. 웜홀이란 두 공간을 잇는 통로를 말하는데 사과에 사는 벌레가 표면의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가려면 사과의 표면을 빙 둘러가야 하지만, 만약 사과 속으로 난 통로를 이용한다면 훨씬 가깝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런 벌레 구멍이란 뜻의 웜홀은 아직은 상상 속의 이야기다. 우주는 너무 광대해서 설사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고 해도 수십만 년 이상을 가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빛보다 빠른 것이 없다는 것이 상대적 우주의 절대적 진리다. 어떤 물체의 움직임이 광속에 가깝게 되면 질량이 무한대가 된다는 것이 상대성이론이므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광속을 능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속도 말고 중력으로 휘어진 공간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바로 웜홀이다. 중력은 공간을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종이 한 장을 우리의 우주라고 하자. 펼친 종이 위의 한쪽에 점을 찍고 A라는 이름을 붙인 다음, 15cm 정도 떨어진 다른 쪽에 또 점을 찍고 B라고 했을 때, 점 A에서 점 B까지의 가장 빠른 길은 당연히 두 점을 이은 15cm 직선이다. 그런데 우주는 너무 넓어서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빛의 속도로도 수십만 년 이상이나 걸린다면 고작 100년 정도 사는 우리 인간에게는 여행 불가능한 거리다. 그런데 만약 종이를 반으로 휘게 해서 그 두 점을 바로 위아래에 오게 하고 닿을락 말락 붙인다면 직선거리로 15cm 떨어진 두 점은 1mm도 안 되게 떨어져 있다. 이때 두 점을 잇는 통로를 만들면 먼 거리를 보다 빨리 갈 수 있는데 이런 가상의 통로를 웜홀이라고 한다. 미국의 물리학자 John Wheeler는 블랙홀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인데 웜홀도 그가 만든 이름이다. 블랙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화이트홀이란 것이 있는데 웜홀은 이 두 천체를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라고 하는데 지금 당장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화이트홀은 블랙홀과는 반대로 모든 것을 뱉어내기만 한다는 천체다. 그래서 빅뱅이 바로 화이트홀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먼 미래 어느 날 그런 천체를 이용한 원거리 우주여행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멘델레예프가 빈칸으로 남겨 놓은 미지의 원소가 하나씩 발견되듯, 예견된 힉스 입자가 나중에 발견되듯 그런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원거리 우주여행 힉스 입자
2025.08.08. 14:26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는 달이다. 달은 지구의 위성이기는 하지만 그 크기가 마치 지구의 형제 행성처럼 크다. 달이 지구에 이바지한 것은 많지만 그중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존속에도 큰일을 담당하고 있다. 달은 지구에서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수십 억 년 후에는 지구를 영원히 떠날 것으로 추측한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인력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생긴다는 사실은 이제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 되었다. 지구를 붙잡고 있는 태양도 지구에 인력을 행사하지만, 워낙 멀리 있다 보니 달의 절반도 채 안 된다. 비록 달은 태양에 비해 엄청나게 작아도 지구와 아주 가깝게 있어서 달의 인력이 유체인 바닷물을 움직인다. 그것이 바로 밀물과 썰물이다. 그런 바닷물의 움직임이 지구 자전에 영향을 주어 아주 미미하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그 결과 달은 지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지구가 달을 잃는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시라. 인류의 문명이 아무리 오래간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유지될 수는 없을 정도의 먼 훗날의 얘기니까.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데 지구와 달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부분은 당연히 두 천체의 인력이 가장 세게 작용할 것이다. 만약 달에도 물이 있다면 지구의 인력이 그 물을 끌어당기겠지만 달에는 바다가 없다. 대신 지구 바닷물은 달의 인력이 잡아당겨서 움직이는데, 해안가를 기준으로 달의 인력에 의해서 바닷물이 끌려나가 해수면이 낮아지는 경우를 썰물이라고 하고, 반대로 끌려나갔던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밀물이라고 한다. 그런 달의 움직임 때문에 밀물과 썰물 현상이 생기는데 지구상 위치에 따라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도 하고 작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 조석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밀물, 썰물 때 해수면 차이가 상당히 큰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산만은 그 차이가 8m가 넘는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이로 인해서 바닷물의 이동이 심한 곳이 있는데 이순신 장군께서 해전에서 대승하셨던 이유도 조류의 움직임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와서 해수면이 가장 높아진 상태를 만조(滿潮)라고 하고, 반대로 썰물 때 해수면이 가장 낮아지면 간조(干潮)라고 하며 그 두 해수면의 차이를 조차(潮差)라고 한다. 태양-달-지구가 일직선 위에 위치할 때, 그러니까 삭(朔)이나 망(望)일 때는 그 인력이 가장 커서 조차도 가장 커지는데 이때를 특히 사리라고 하며, 반대로 태양과 달의 인력이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다시 말해서 인력이 가장 약해져서 조수 간만의 차이가 가장 작을 때를 조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조수간만의 차이를 일으키는 힘을 기조력(起潮力)이라고 한다. 달 쪽을 향하고 있는 지구는 달의 인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밀물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지구의 정 반대쪽은 지구가 공전하는 원심력 때문에 역시 지구 중심의 바깥쪽으로 바닷물이 쏠리게 되어 밀물 현상이 생긴다. 그러므로 밀물이 생기는 이유는 달의 인력이기도 하고 지구의 공전 원심력 때문이기도 하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 생기는데 한 번은 달의 인력에 의해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지구 공전의 원심력 때문이다. 조수간만의 차이는 해안선의 모양이나 수중 지형, 그리고 지구의 기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지중해처럼 사방이 막힌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작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밀물 썰물 밀물 현상 썰물 현상
2025.08.01. 13:25
원자의 하위 개념인 입자란 존재하는 사물을 더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를 말하는데 그런 입자를 빛에 버금갈 정도로 속도를 올린 후 다른 입자에 충돌시켜서 물리학 분야나 생물학, 그리고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장치를 입자가속기라고 한다. 옛날에 사용하던 TV 브라운관도 입자가속기의 한 종류다. 거시세계를 취급하는 학문이 천체물리학이라면, 원자나 입자의 성질이나 움직임을 연구하는 미시세계를 다루는 학문을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크고 광대한 우주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 세상의 시작을 밝히려고 했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를 연구함으로 빅뱅의 비밀과 우주의 진화를 알 수 있게 됐다. 역시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은 서로 통하는가 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입자가속기라든가 특수상대성이론 등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은 상대성이론을 무시하면 정상 작동이 되지 않고, 암은 현재 사망자의 25%를 차지하는데 암 환자 치료 역시 입자가속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므로 상식적인 수준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입자가속기란 원자핵(+)이나 전자(-) 등 전기를 띤 작은 입자를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이용하여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오래 전 배운 원자의 구조는 중앙에 핵자가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모양이었다. 마치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움직임과 닮았다고 추측했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란 것을 찾아냈는데 바깥을 도는 전자와 함께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다.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자 우리가 가장 기본 단위라고 생각했던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작은 입자인 쿼크라는 것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야흐로 입자물리학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은 표준모형이라는 것으로 그런 미시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전자는 자신이 속한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중심의 원자핵 주위에 중첩된 상태로 마치 안개처럼 존재한다고 한다. 거기까지 길 안내를 했던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도 전자가 중첩되어 구름 같이 퍼져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대에 있는 CERN(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에는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있다. 지난 2012년 이곳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1964년 영국의 Peter Higgs는 137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났을 때 모든 물질에 질량을 주고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는 입자를 예견했다. 그 후 한국이 낳은 위대한 물리학자였던 이휘소 박사는 이 입자에 예견자의 이름을 붙여 '힉스 입자'라고 이름지었다. 약 반세기가 지나 상상 속의 힉스 입자가 입자가속기를 통해서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로써 16개의 기본 입자와 힉스 입자로 된 표준모형이 완성되었다. 빅뱅 당시의 에너지를 만들어서 실험하기에 우리의 과학 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다. 원자핵 속에서 작용하는 약력과 강력은 미시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입자를 그런 가까운 거리에서 제어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입자를 가속하면 운동에너지가 커지므로 가속기를 사용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입자의 내부가 궁금했던 우리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입자가 부딪혔을 때 튕겨 나가는 궤적을 연구하고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측정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입자가속기다. (작가) 박종진입자가속기 박종진 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 과학 이야기 입자물리학 시대
2025.07.25. 12:47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태양은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사실 태양은 가만히 있는데 지구가 돌고 있어서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처럼, 시간 역시 변하는 현상을 보고 편의상 만들어 놓은 것이지 실제로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존재한다는데 3차원에 사는 우리에게는 마치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눈앞의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수정체를 통과해서 망막에 상이 맺히면 우리는 본다고 한다. 사진기는 사람의 눈을 모방해서 만든 기구인데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에는 사람이 거꾸로 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직진하는 빛이 마치 알파벳 X자처럼 작은 렌즈 구멍을 통과하기 때문에 사람의 머리 부분은 사진기 아래에, 다리 부분은 위쪽에 상이 맺혀서 그렇다. 사람의 망막에도 사진기처럼 위 아래가 뒤집혀서 상이 맺힌다. 그러나 시신경이 정보를 뇌로 보낼 때 그런 뒤집힘 현상을 바로잡아서 우리는 물체의 위 아래가 바로 돼 있는 것처럼 인식한다. 우주에서 단 한 가지 불변인 것은 빛의 속도다. 공중전에서 전방의 적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은 자기 속도에 비행기의 속도를 합한 속도로 날아간다. 그런데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보이저호에 무전을 보내면 보이저호의 속력과 관계없이 전파는 빛의 속도로 날아서 도착한다. 빛(전파)은 어떤 경우에도 그 속도가 일정해서 그렇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애틀랜타까지 시속 5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로 10시간 걸린다면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500마일이다. 이처럼 속도란 두 곳 사이의 거리를 걸리는 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만약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면, 그 대신 걸리는 시간이 변하면 공식은 유지되므로 광속 불변의 우주에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그동안 시간은 어디서나 일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빛도 더 빠르거나 더 느리게 관측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의 작동원리는 우리의 직관과는 달랐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세상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가 느끼는 세상은 과거와 현재가 있고 앞으로 미래도 있는 시간의 세상이다.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는 우주 전체에서 시간은 일정하게 흐른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시간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쉬운 예를 들면, 빨리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은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에 비해서 늦게 흐른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종합하자면 빛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은 속도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고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시간은 물체의 움직임과도 관계가 있지만, 중력도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중력이 큰 곳에서는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그래서 블랙홀처럼 극한의 중력을 가진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따라서 아주, 아주 정말로 미세한 차이여서 느끼지 못할 뿐 아파트 20층에 사는 사람보다 지상에 가까운 곳, 그러니까 중력이 조금이라도 큰 곳에 사는 사람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러니 땅 집에서 사는 것이 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낫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일리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아주 정밀한 기구로 측정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그동안 시간 과학 이야기 자기 속도
2025.07.18. 14:13
우리는 무엇이 없을 때 '텅 비었다'라고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사실 산소, 질소, 아르곤, 그리고 미량의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많은 것들로 꽉 차 있다. 아무것도 없는 진짜 공간은 진공(眞空∙vacuum)이라고 하는데 실험실에서 그 비슷한 상태를 만들 수 있지만, 100% 진공은 불가능하다. 은하 깊숙한 곳, 별과 별의 사이인 성간은 거의 완벽한 진공 상태라고 하는데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m씩 되는 정육면체 모양의 공간에 수소 원자 몇 개 정도 들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완벽에 가까운 진공은 지구상에서는 존재 불가능하다. 수학에서는 0이라고 하며, 불교에서는 무(無)라고 하는데 과학적 용어로는 진공이다. 진공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진공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음극선 실험을 하면서부터다. 공기 중에서는 음극선이 흐르지 않았다. 음극선의 흐름이란 다시 말해서 전자의 이동인데, 공기 속의 여러 입자가 전자의 이동을 방해했다. 그래서 공기가 희박할수록, 그러니까 진공에 가까운 상태일수록 음극선의 흐름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실생활에서 진공은 아주 중요하다. 빛을 내는 전구는 속의 공기를 없애서 필라멘트가 산화되지 않아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진공청소기가 있고, 진공포장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에 쓰이고 있다. 의미를 혼동하는 일이 많은데 어떤 용기 속에 공기를 뺐다고 진공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모든 물질, 즉 원자까지 모두 없어야 제대로 된 진공이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진짜 진공을 만드는 일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고전역학에서는 진공은 텅 빈 곳이었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진공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진공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좀 어려운 말 같지만, 진공 속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그럴 때 에너지와 빛이 나온다. 만약 진공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직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이 그 단계는 아니다. 지구와 달, 태양계, 은하 등 우주를 우주답게 유지해 주는 것이 바로 중력이다. 중력은 미시세계에서는 약한 힘이기는 하지만 은하나 우주의 규모에서는 가장 강한 힘이다. 중력 때문에 우리가 지구에 붙어서 살 수 있고, 여덟 행성이 태양이란 별을 공전하면서 태양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은하인 은하수의 크기는 그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덩치지만 중력으로 말미암아 모두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수조 개나 되는 은하가 모인 우리 우주도 중력에 의해서 서로 흩어지지 않고 우주의 모습을 지탱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가속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은하와 은하 사이가 점점 빨리 멀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좀 이상하다. 중력 때문에 서로 잡아당긴다면 당연히 은하와 은하 사이도 점점 가까워져야 할 텐데 멀어진다니 뭔가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과학자들은 중력을 이기는 어떤 힘, 즉 척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고 그 알 수 없는 힘을 밝히려고 했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그 모르는 힘에 암흑에너지란 이름을 붙였고 우주는 암흑에너지가 중력보다 커서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혹시 암흑에너지가 바로 진공 에너지가 아닌가 의심한다. 그런 과학적 추측이 과학 기술이 향상되면서 실험적, 관찰적 증거가 발견되는 것이 물리학의 발달 과정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진공 에너지 진공 vacuum 과학 이야기
2025.07.11. 13:19
현대 우주론을 이야기할 때 대다수는 빅뱅 이론을 지지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폭발로 우주가 시작됐다는 것인데 그 이름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큰 소리(Big Bang)와 섬광(빛)을 상상한다. 사실 빅뱅이란 말은 1949년 라디오 대담 프로에 나온 저명한 교수가 자신과 반대되는 이론을 비꼬면서 했던 표현인데 지금은 점잖게 우주론을 대표하고 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빅뱅이 지금부터 약 138억 년 전에 있었다는 과학적인 추측을 한다. 처음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틈바구니에 끼어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빛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우주의 온도와 밀도가 떨어지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수소 원자라는 물질이 되면서 생긴 느슨해진 틈을 비집고 탈출하기에 이른다. 흑암 속 빅뱅 후 약 38만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빛이 나타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빛은 생명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로 우리는 태양에서 빛을 얻는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의 한 가운데 태양이란 이름의 별이 빛나고 있는데, 별이란 수소 가스가 중력에 의해서 뭉쳐진 덩어리로, 품고 있는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하여 헬륨으로 변하면서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태양계 안의 모든 생명체는 중심성 태양에서 핵융합할 때 나오는 빛과 열이 생명의 원천이다. 빛은 전자기파의 한 부분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동이다. 파동이란 진동이 퍼져 나간다는 말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여러 개의 동심원이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파동이다. 한 원의 맨 꼭대기에서 다음 원의 맨 꼭대기까지를 파장이라고 하며 전자기파는 파장의 길이에 따라서 여러 영역으로 나뉜다. 파장이 가장 짧은 쪽이 감마선이고 그다음이 차례로 X선, 자외선, 가시광선(빛), 적외선, 전파의 순이다. 전자기파 중에서 특히 우리의 시신경을 자극하여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빛인데 전문용어로는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빛은 파동이기도 하지만 입자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는 오랫동안 다툼의 소지가 많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 빛은 파동이며 입자라는 2중성을 갖는다고 정의한다. 빛의 속도는 초속 약 30만km인데 우주에서의 제한 속도다. 이 세상에 어느 것도 빛보다 빠른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빛에는 직진, 반사, 투과, 굴절, 회절, 간섭, 흡수 등 7가지의 성질이 있다. 질량이 큰 천체 곁을 지나는 빛은 휘는데 이는 빛이 직진한다는 성질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질량이 큰 천체에 의해 이미 그 주위의 공간이 휘어졌고, 이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빛도 관찰자의 눈에는 마치 휘어져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빛은 거울 같은 물체에 닿으면 입사할 때와 똑같은 각도로 반사되며, 투명한 매질을 만나면 투과한다. 밀도가 다른 매질로 들어가는 빛은 굴절하기 때문에 유리컵에 꽂힌 빨대가 휘어진 것처럼 보인다. 입자는 직선의 형태로 나아가지만, 파동이기도 한 빛은 소리처럼 회절하는데, 좁은 틈을 지나는 빛이 틈새의 바로 뒷면까지도 도달하는 데 이를 회절이라고 한다. 또 빛이 겹쳐지는 경우 서로 보강되거나 소멸하는 현상을 간섭이라고 한다. 바닷속으로 들어간 빛은 붉은색부터 흡수되다가 더 깊은 곳까지 도달한 파란색이 물 분자와 부딪혀서 바닷물은 푸르게 보인다. (작가) 박종진가시광선 박종진 과학 이야기 중성자가 수소 현대 우주론
2025.06.27. 13:27
화성은 태양의 여덟 행성 중 지구 다음 궤도를 도는 네 번째 행성이다. 태양계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의 바깥쪽에 걸쳐 있어서 지금부터 1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성에 우리 지구처럼 지적 생명체가 사는지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19세기가 거의 저물 무렵 영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H. G. 웰스는 〈The War of the Worlds〉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우리보다 문명이 발달한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줄거리다. 결국, 지구 세균에 저항력이 없던 화성인이 온갖 병에 걸려 스스로 궤멸하는 바람에 지구는 위기를 넘겼고 패퇴한 화성인은 지구를 포기하고 금성으로 목표를 바꿨다는 이야기다. 〈타임머신〉과 〈투명인간〉으로 유명한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구에서 약 5천 6백만Km 떨어진 화성까지 로켓으로 가는 데만 7달 정도 걸린다. 일주일 걸린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사람이 좁은 우주선 안에서 수개월을 버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숙식이 해결된다고 해도 갇힌 공간에서 그렇게 오래 생활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화성은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지구 밖 식민지 0순위에 올라 있다. 그나마 화성이 거리상 시간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그렇다. 지금 화성에는 로버라고 불리는 무인 탐사 차량이 다니고 한때는 드론이 날기도 했다. 비록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이었지만 무인 우주선에 의한 화성 탐사는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소련은 마스 1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고 2년 후 후발 주자가 된 미국의 매리너 4호도 화성 궤도에 안착했다. 구소련은 마스 2호와 3호를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미국의 바이킹 1호와 2호가 1976년 연달아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그동안 소저너, 오퍼튜니티, 스피릿 등의 탐사 로버가 성공적으로 화성 표면을 달렸고 지금은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 중국의 주룽이 운행 중이다. 또 인제뉴어티란 이름의 드론이 대기가 옅은 화성을 날면서 각종 자료를 수집해서 보내기도 했다. 태양을 공전하는 여덟 개의 행성은 타원 궤도를 돌기 때문에 서로 떨어진 거리도 들쑥날쑥하다. 궤도 순으로 수성, 금성, 지구 순이어서 지구에서 보면 당연히 금성이 더 가까워야겠지만 실제로는 수성이 금성보다 지구에 더 가까울 때가 많다. 화성을 향하는 로켓도 아무 때나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기의 공전 궤도를 돌다가 우연히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질 때 발사해야 최단 거리를 날아서 도착한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두 행성이 가장 가깝게 위치할 때는 지구를 떠난 빛이 화성에 도착하는데 편도 당 3분 정도 걸리지만,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14분 정도 걸리는 큰 차이를 보인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⅓ 정도 되므로 지구에서 몸무게가 75kg인 사람은 화성에서는 25kg 정도 나간다. 화성에는 옅은 대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화성 표면의 온도는 영하 140°C에서 20°C의 분포를 보여서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추운 곳이다. 화성 지각 깊숙한 곳에 대량의 물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너무 깊이 있어서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전술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에서 오는 해로운 방사선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화성 궤도 화성 표면 화성 탐사
2025.06.20. 13:39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강아지 모양도 있고 토끼 모습도 보인다. 밤이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는데 우리 조상은 마치 낮에 보이는 구름에 이름을 짓듯 밤하늘의 별끼리 연결해서 동물이나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전해져 내려온 별자리가 1928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천문학자들에 의해서 통일된 88개의 별자리로 정해졌다. 별자리(Constellation)는 한자로 성좌(星座)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카시오페이아는 그런 별자리 중 하나지만, 북두칠성은 별자리가 아니라 성군(星群)이다. 성군은 공식적인 별자리라기보다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별의 집단을 뜻한다. 북두칠성(Dipper)은 일곱 개의 별이 마치 국자 모양처럼 생겨서 이름 지어진 성군인데, 별자리란 북두칠성처럼 별과 별을 이어서 만든 사물의 모양이라기보다 그 천체가 위치한 지역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제3차 총회에서 지구 위에 펼쳐진 하늘을 동그란 구로 보고, 그 천구를 88조각 내어 각 부분에 이름을 붙여서 별자리로 확정했다. 한국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는데 행정구역상 몇 개의 도로 나눴다. 경기도에는 수원, 광주 등 도시가 있다. '경기도 광주' 하면 쉽게 그 위치가 머릿속에 떠오르듯, '거문고자리 베가'라고 하면 천구의 어디쯤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베가는 우리말로 직녀성이라고 하는데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다. 별자리의 기원은 지금부터 약 5천 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추측한다. 2세기경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정한 48개의 별자리를 기본으로 시작하여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늘다가 20세기 초반에 국제천문연맹에서 88개를 정해서 국제적으로 사용한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사람들은 별의 움직임을 인간의 운명에 연관시켰던 까닭에 몇백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문학과 점성술은 크게 다르지 않은 학문이었다. 점성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별자리를 Zodiac Sign이라고도 한다. 별자리는 총 88개지만 지구상의 위치나 계절 때문에 한 곳에서 모든 별자리를 볼 수는 없다. 한국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별자리는 물뱀자리를 포함해서 11개이고, 일 년 내내 아무 문제 없이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를 포함해서 6개다. 아주 옛날부터 별자리가 중요했던 이유는 항해 때문이었다. 변변한 과학 기재가 없던 옛날, 육지와는 달리 사방이 물인 바다 한복판에서 방향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늘의 별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별자리 이름에는 나침반자리, 육분의자리 등 유독 항해 도구의 이름이 많이 차용되었다. 별자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까닭에 사실 가만히 있는 별들이 일주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까닭에 별자리는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별이나 별자리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위치가 변하지만, 사람의 시간 기준으로 볼 때는 고정되어 있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별이 일주운동을 하고 별자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마치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별자리 이름 과학 이야기 과학 기재
2025.06.13. 13:01
물리학에 세계선이란 말이 있다. 세계선이란 우리 개개인이 겪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한 선이라고 한다. 물리학 도표 중에 공간 좌표의 중심을 기준으로 위로 열린 원뿔과 아래로 열린 원뿔 모양의 그래프가 있는데 바로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도표이고 그 두 원뿔 안을 지나는 선이 바로 세계선이다. 헤르만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도표는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으로 이루어진 상대성이론의 설명을 돕는 데 유익하게 쓰인다. 러시아 태생 독일의 수학자였던 그는 유대인 혈통으로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 대학교의 전신인 스위스 연방 폴리테크닉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어느 날 그의 강의실에 문제아가 한 명 들어왔는데 그와 같은 유대인이었다. 동병상련하는 유대인이란 신분 때문에 그 학생에게 잘 해주려고 했지만, 그 문제 학생은 아예 수업을 밥 먹듯 빠졌으며 시험은 홍일점이던 같은 과 여학생 노트를 빌려서대충 때웠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리학만 열심히 공부했고 수학 같은 기타 과목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수학 담당 교수였던 민코프스키는 그 막돼 먹은 학생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러다 응징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 불량 학생은 졸업 후 취직에 필요하다며 몇 번 교수 추천서를 원했고, 민코프스키 교수는 그런 학생에게 추천서를 좋게 써 줄 수 없었다. 담당 교수 눈 밖에 난 그 졸업생은 취직을 못 한 채 학교를 마치고도 거의 2년 동안 빈둥거리며 놀자, 이를 보다 못한 한 친구가 자기 아버지를 졸라서 특허청에 심사관으로 낙하산 취직을 시켜주었다. 별 볼 일 없는 한직이어서 여유 시간이 많이 생기자 자기 연구에 열중할 수 있었다. 뒷문으로 들어온 직장에서 이 특허청 심사관은 틈틈이 개인적으로 연구했던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논문을 본 민코프스키 교수는 몹시 놀랐다. 그 논문의 저자는 자기가 가르친 적이 있던 그 문제 학생이었고, 추천서를 나쁘게 써 줘서 취직을 못 했던 그 애송이의 논문은 자기도 평생 걸려 연구했던 똑같은 주제를 다룬 글이었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모르는 채 같은 것을 연구했다. 민코프스키 교수는 이미 자신의 논문을 완성해 놓고도 명색이 수학자여서 그랬는지 수식을 조금 더 다듬어서 발표하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덜컥 제자에게 추월당했다. 하지만 헤르만 민코프스키는 우선권이나 자기 몫을 주장한다거나 어떤 속상한 감정도 접어두고 제자의 논문을 축하해 주었다. 그 후에도 그는 학회에서 자기 논문의 주제인 '상대성 원리'에 관한 강연을 했고, '공간과 시간'이란 주제의 글을 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는데, 정작 논문을 먼저 발표했던 제자는 그 후 3년이 지날 때까지도 논문 제목에는 상대성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논문 제목에 상대성이란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는 조언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상대성이란 말 이면에는 절대적이 아닐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상대성이란 표현을 사용하기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논문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의 첫 번째 논문은 특수상대성이론, 두 번째 논문은 일반상대성이론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유명해졌다. 처음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인슈타인도 두 번째로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자신의 수학적 이론을 기하학적으로 도식화하여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도움이 된 은사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도표에 찬사와 함께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시공간 도표 민코프스키 교수 물리학 도표
2025.06.06. 13:22
지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지만, 그래도 만약에 목성이 훨씬 더 크고 무거웠더라면 수소 핵융합을 하는 별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목성은 태양계의 여덟 행성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천체로 밤하늘에서 달, 금성 다음으로 밝게 빛난다. 덩치가 큰 목성은 태양과의 무게 중심이 태양 내부에 있지 않고 태양 표면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엄밀히 따지면 목성은 태양을 직접 공전한다기보다 두 천체가 서로의 무게 중심을 기준으로 돈다는 편이 옳다. 태양계의 행성 중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암석 행성이라면 목성과 토성은 기체 행성이고 천왕성과 해왕성은 얼음 행성으로 분류한다. 목성의 대기는 대부분이 수소이고 나머지는 헬륨, 그리고 극소량의 다른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목성에서 지금까지 95개의 위성이 발견되었는데 처음 4개는 갈릴레이가 자신이 개량한 망원경으로 발견했기 때문에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부른다. 갈릴레이는 1610년 목성 근처를 맴도는 덩치 큰 4개의 위성을 발견했는데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다. 그 중 가니메데는 목성의 형제 행성인 수성보다 더 크다. 목성의 위성 발견은 당시 막 태동한 지동설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 무렵 유럽은 하나님이 만든 우주의 중심은 우리가 사는 지구이고, 해와 달을 비롯한 모든 별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는데 목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천체의 발견은 그런 전통적인 천동설에 어울리지 않았다. 삼라만상은 별이 생을 마감할 때 폭발하면서 우주 구석구석으로 흩뿌린 92개의 기본 원소로 만들어진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런 원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살다가, 죽으면 다시 기본 원소로 환원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태곳적부터 우리가 하늘을 동경했던 이유는 본향으로의 귀소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 기술이 어느 수준에 오르며 우리는 지구 밖 천체인 달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이제는 화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화성에 지구 식민지를 건설할 예정이고, 우리의 별인 태양 밖의 다른 항성계까지 넘보고 있다. 빛조차 4년 넘게 가야 하는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어서 그나마 시도를 해볼 만하다.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현재 태양계를 빠져나가는데 반백 년이 걸린다. 그래서 우선 태양계 안을 샅샅이 뒤져서 지적 생명체를 찾으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태양계 안에는 우리 말고 다른 지적 생명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균이나 미생물이라도 좋으니 생명체가 있기는 한지 궁금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다. 약 5AU, 그러니까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다섯 배나 되는 목성까지 약 6년을 날아갈 탐사선 클리퍼를 발사했다. 유로파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밖에 있으므로 얼음으로 뒤덮인 위성이다. 그런데 얼마 전 얼음 표면 아래 바다가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목성을 공전하는 갈릴레이 위성들의 섭동 작용 때문에 생긴 마찰열 때문에 얼음층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다. 게다가 얼음 표면을 뚫고 간헐천처럼 솟구치는 물줄기를 분석했더니 염분도 있다고 하니 지구의 바다와 비슷할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물고기는 없더라도 미생물이나 플랑크톤 정도는 서식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찬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바다에서 지구 밖 생명체와 처음으로 만날지도 모르는 순간에 와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목성과 토성 목성 근처 현재 태양계
2025.05.30. 12:42
국제천문연맹(IAU-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은 천문학자들이 모인 국제단체인데 천체 작명소(作名所)라고 생각하면 쉽다. 사람이 태어나면 자기 이름을 갖는 것처럼 기존 천체에는 이미 이름이 있지만, 새로 발견된 천체는 국제천문연맹에서 이름을 짓는다. 1919년에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창설되었는데 최초의 회원국은 7개 나라지만, 현재 가입한 나라는 총 82개국이며 개인 회원은 13,000명이 넘고 천문학 박사학위 소지자면 회원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총회를 열었으며 현재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고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제1차 회의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총회는 규정상 3년마다 열린다고 되어 있으나 전쟁이나 질병 등의 이유로 연기될 때도 종종 있었다. 1928년 네덜란드의 레이던에서 열렸던 제3차 총회 때 88개나 되는 별자리가 확정되어 발표되었는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렇게 지난 한 세기 동안 탈 없이 잘 나가더니 갑자기 사건이 터졌다. 2006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제26차 총회가 열렸고 거기서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당하여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일이 있었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최근 들어서야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도약했기 때문에 기존 천문학 족보에는 유럽 과학자들의 이름만 오르내릴 뿐이었다. 천문학뿐만 아니라 서양 음악도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누비던 시절 미국은 막 독립을 쟁취한 후여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었고 그런 핸디캡은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미국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경제력을 앞세워 세계열강 대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1930년, 대학 진학도 하지 않고 애리조나주에 있는 천문대에서 조수 일을 하던 클라이드 톰보라는 청년이 태양계의 최외곽 행성인 명왕성을 발견했다. 미국인이 지구의 형제 행성을 발견한 의미 있는 사건이었으나 2006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제26차 총회에서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빼버렸다. 행성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에 못 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자존심을 구긴 미국인들은 아직도 심정적으로는 그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18년에 열린 제30차 총회에서는 허블 법칙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부를 것을 의결했다. 사실 우주의 적색편이 현상은 르메트르가 허블보다 2년 먼저 발표했는데 그 공은 모두 허블이 챙겼지만, 정작 당사자였던 르메트르는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국제천문연맹에서는 르메트르의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그의 이름도 함께 넣었다. 하지만 명왕성을 억울하게 도둑 맞았다고 생각하는 미국 사람들은 미국인 이름만으로 된 '허블 법칙'이란 표현을 일부러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2015년 경북 영천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에서 한국 최초로 외계 행성을 발견했는데 외계 행성이란 태양 말고 다른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뜻한다. 공개적으로 열린 이름 짓기 공모전에서 새로 발견된 외계 행성에 우리 말 '한라'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중심성은 '백두'라고 명명되었다. 초저녁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한국 사람끼리 개밥바라기라고 부르는 것과는 달리 백두(Baekdu)와 한라(Halla)는 세계 모든 사람이 그대로 쓰게 될 국제적인 이름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작가) 박종진국제천문연맹 박종진 태양계 행성 외계 행성 유럽 과학자들
2025.05.23. 11:58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름이 후세에 길이 남는 사람도 있지만, 큰 나무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렇게 묻힌 사람 중에 벨기에 출신의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이며 가톨릭 신부였던 조르주 르메트르가 있는데 천체물리학 역사상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이어서 소개한다. 그는 로마 교황청 과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몬시뇰 칭호를 받기도 했는데 몬시뇰이란 주교는 아니지만, 교회에 큰 공을 세운 나이 든 사제에게 주어지는 명예 칭호다. 아인슈타인 때까지만 하더라도 변함없는 우주가 지배적인 우주론이었다. 천재 아인슈타인의 생각으로 우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같은 정적인 우주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기독교의 창세기와 마찰을 빚었다. 우주는 그렇게 한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그대로 있던 정적인 우주라는 것이 소위 과학적 사고였다. 그런데 가톨릭교회 신부라는 사람이 복잡한 수학 계산 끝에 우주는 팽창한다고 했다. 팽창이란 말은 작은 것이 크게 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점점 작아지다가 어느 시점에 시작이 있었다는 말이다. 르메트르는 우주도 초고온, 초밀도의 원시 원자 상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팽창했다고 했다. 인류 최초로 빅뱅을 예견한 것이다. 르메트르가 태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뉴턴이 물리학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어서 학교에서는 뉴턴 역학을 기초로 한 물리학을 가르쳤다. 아인슈타인도 그런 물리학을 배웠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눈을 돌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 후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발전시켜 우주론에 접목했다. 물리학자들은 대체로 고난도 수학에 약했지만, 르메트르는 자신의 전공인 수학을 바탕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풀다 보니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30대 초반의 신부님은 당시 물리학계의 샛별로 떠오른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려고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아인슈타인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 앞에서 열변을 토했지만, 당시의 지성 아인슈타인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신부님의 수학적 전개는 아주 훌륭합니다만 물리학적으로 보면 혐오스러운 내용입니다." 그때까지 정적인 우주를 고집하던 아인슈타인에게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은 역겨웠다. 나중에 우주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가 바로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맨 처음 알아낸 사람도 르메트르다. 허블이 팽창 우주 이론을 발표하기 2년 전 르메트르가 먼저 같은 이론을 주장했지만, 나중에 허블만 조명을 받은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챙기지 않았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힌다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했는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950년대 초 로마 교황이 르메트르의 원시 원자 이론이 창세기 기사와 부합한다고 거들자 그는 공개적으로 항의한 후 자기가 가톨릭 신부이기 때문에 창세기에 어울리는 이론을 주장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 세상을 피했다. 평생 신실한 신부로 봉사하며 과학을 억지로 종교에 끼워 맞추는 것을 반대했다. 다행히 임종 직전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어 그의 예측과 이론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자 하나님께 감사하며 선종했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르메트르 박종진 조르주 르메트르 과학 이야기 천재 아인슈타인
2025.05.16. 13:38
물질의 가장 최소 단위는 원자라고 배웠다. 지금은 과학이 더 발달해서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를 다루는 입자물리학 시대다. 물질을 계속 쪼개면 궁극에는 입자 직전의 원자 상태가 된다고 한다. 19세기가 끝나갈 무렵 톰슨이란 과학자가 전자를 발견했다. 고전역학적인 관점에서 전자는 입자처럼 취급되지만,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전자는 부피가 없다. 그런 전자는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갖는 것처럼 행동한다. 20세기 초에 들어와서 톰슨의 제자였던 러더포드는 실험을 통해 원자 속에 아주 단단한 양전하를 띠는 것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원자의 모습이 스승이 발견했던 전자(음전하)가 양전하를 갖는 원자핵의 주위를 마치 지구 같은 행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것과 같은 구조일 것으로 생각했다. 19세기에 여러 원소가 발견되었고 러시아의 멘델레예프는 그들 사이에 어떤 규칙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는데 그 때문에 나중에 한국의 수험생들이 입시 준비를 하려고 주기율표를 외우느라 엄청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원소의 질량에 따라 그 화학적 성질이 달라지는 데 착안하여 주기율표의 새 원소 자리를 채워나갔지만, 곧 원자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의 수에 의해서 다른 성질의 원소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양성자가 두 개인 헬륨 원자핵의 질량이 양성자가 한 개인 수소 원자핵 질량의 4배나 된 것이다. 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양성자 질량의 2천 분의 1 정도여서 무시해도 됐는데 헬륨의 질량이 수소의 2배가 아니라 실제로는 4배나 되었기 때문에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원자핵 속에 양성자와 무게가 거의 같고 전하가 없는 그 어떤 것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바로 중성자였고 중성자의 발견은 핵에너지 시대를 열었다. 중성자가 연쇄 핵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러더포드의 제자였던 체드윅은 1932년에 드디어 전하는 없지만, 양성자와 질량이 거의 비슷한 중성자를 발견했다. 중성자는 항상 양성자와 짝이 되어 행동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중성자는 원자핵 속에 있을 때는 양성자와의 핵력에 의해서 안정되지만, 핵 바깥에 있는 자유 중성자는 곧 깨져버린다. 이를 '베타 붕괴'라고 하는데 중성자는 깨지면서 양성자, 전자, 그리고 중성미자가 되고 그렇게 생긴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하여 수소 원자가 된다. 이로써 최초의 물질인 수소 원소가 등장했다. 물론 핵 속에 중성자가 없는 것은 경수소인데 우주에 흔한 수소 대부분이 경수소다. 입자물리학에서 보면 중성자는 위(up) 쿼크 한 개와 아래(down) 쿼크 두 개로 되어 있지만, 양성자는 두 개의 위 쿼크와 한 개의 아래 쿼크로 되어 있으므로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세 개의 쿼크 입자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쿼크와 그리고 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라는 입자로 되어 있는 셈이다. 동위원소란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핵 주위의 전자는 같은 개수인데 핵 속의 중성자 수가 달라서 그 원소와 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를 말한다. 그중 방사성을 띠는 탄소동위원소의 질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즉 반감기를 이용하여 사물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중성자가 연쇄 자유 중성자 양성자 전자
2025.05.09. 12:49
세상의 모든 것은 돈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3차원이라는 물질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돈이 없으면 함부로 죽지도 못하는 세상이다. 돈 들어가는 일 중 우주 탐사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은 또 없다. 그런 우주 탐사 비용 중에서도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지구 탈출에 드는 돈이다. 지구 중력이 없다면 사람을 포함해서 지상의 모든 물체는 공중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지구 중심에서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산, 바다, 자동차, 사람, 심지어는 연필 한 자루까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고마운 힘이기는 하지만 우주로 향하는 로켓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려면 중력을 이기는 더 큰 힘을 내야 하는데 만만찮다. 로켓이 무거울수록 당연히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해야 지구의 중력을 거스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발사체를 한 번 쓰고 버렸지만,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여 앞으로는 몇 번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떠있는 하늘을 보면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거칠 것 없이 날아가서 금방 달에 도착할 것 같은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엄청난 연료를 태워서 일단 하늘 높이 오른 우주선은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따라 몇 바퀴 돌면서 나중에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만들어 도는 척하다가 힘을 받아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다. 그렇게 하면 여행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연료를 아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지구를 떠날 수 있다. 달에 도착해서는 그 반대로 달 궤도를 따라 돌며 속력을 줄이다가 어느 순간 달의 중력을 이기며 착륙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탈출을 쉽고 싸게 하려고 추진 로켓을 재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기상천외한 방법도 고려 중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면 지상에서 지구의 정지 궤도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영화니까 그렇지 지상에서 8만km나 되는 높이까지 엘리베이터를 운용한다는 것은 사실 현대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얼마나 먼 거리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약 230배나 되는 거리, 아니 높이다. 그나마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땅에 구조물을 설치하므로 가능할지 모를지만 그냥 공중으로 엘리베이터를 올려보내는 것은 암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조금 더 발달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런 얼토당토 않은 계획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구 탈출 비용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상상 속 이론적인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한다고 시작할 수도 없다. 테러나 태풍에 의한 손상이나 그 결과 야기되는 위험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쓰레기와 충돌할 수도 있어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자본이 있다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무중력 상태에서 중력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고 반대로 UFO처럼 중력을 상쇄하는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한다. 벼락이 치면 하나님이 노해서 그런 줄 알던 우리는 지금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백 년 전에 비록 소설이지만 대포알을 타고 달나라에 가던 상상을 하던 우리였지만 벌써 달에 발을 디뎠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에 할 수 없는 것이 과연 있을까?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지구 중력권 지구 탈출 지구 궤도
2025.05.02.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