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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자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에 의해서 예견되었다가 반세기가 지난 후 발견된 소립자다. 힉스 입자란 이름은 한국 출신 세계적인 물리학자 이휘호 박사가 지었다. 중력파도 훨씬 전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예측되었다가 100년 후에 증명된 것으로 이 두 발견은 최근 물리학 성과 중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두 경우 모두 예견된 후 증거를 찾아내서 입증되었다. 그런데 이름까지 지어놓고 관측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중력자(重力子 graviton)다.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등 총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원자핵 속에는 +전하를 갖는 양성자가 있는데 양전하끼리 서로 밀치는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주는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한다. 약한 핵력은 방사성 붕괴 시에 관여하는 힘으로 강한 핵력보다는 약하지만, 전자기력보다는 세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우리가 평소에 보고 느끼는 힘으로 전자기력은 자석이 서로 끌리거나 같은 극의 전기끼리 밀치는 힘을 말한다. 중력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우리가 지구 표면에 붙어살게 해주는 힘이다.   뉴턴에 의해서 중력이란 힘이 존재를 알 수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냈지만, 아직도 우리는 중력이 왜 생기는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애초에 네 힘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래서 다시 네 힘을 합쳐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행히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까지는 통합했는데 문제는 중력이 다른 힘들에 비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아직 성과가 없다.     최근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을 전달하는 양자화 된 매개 입자를 규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이 광자라는 입자에 의해서 전달되는 것처럼 중력을 전달하는 기본 입자를 중력자라고 이름부터 짓고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중력자라는 가상의 기본 입자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고 중력파는 질량이 큰 두 천체가 충돌할 때 시공간이 출렁거리며 파동의 형태로 생기는 잔물결이며 그 힘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중력자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미약해서 지구에서는 웬만해서는 관측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측했지만, 당시 과학 기재 수준이 그런 약한 중력파를 검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백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존재가 증명되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파동은 매질이 있어야 전해진다. 소리는 공기를 통해서 전해지고 파도는 물을 통해서 퍼져나간다. 하지만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 이동하는데 마찬가지로 중력파도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전해진다. 문제는 전자기파는 파동이 강하고 진폭이 커서 측정하기가 수월하지만, 중력파는 워낙 미약해서 적어도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정도 되는 천체가 충돌해야 감지될까 말까다. 오래전 지구에서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그런 블랙홀의 충돌이 있었고 그때 생긴 중력파가 지구에 도착한 것을 2016년에 포착했다. 노벨상이 수여된 것은 물론이다. 조만간 가상의 입자인 중력자도 발견돼서 표준모형이 완성되어 우주에 관한 우리의 연구가 한 걸음 더 나갈 날을 기대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입자인 중력자 중력자 graviton 중력파도 공기

2025.12.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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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블랙홀 우주론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은 그저 상상 속의 천체였으며 특수상대성이론 후 10년 만에 내놓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존재를 예측했던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에는 블랙홀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학 계산으로는 존재하지만, 빛을 흡수해 버려서 당시 과학 기재로서는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블랙홀의 여러 특징뿐만 아니라 은하 중심부마다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블랙홀은 별의 재료인 수소가 떨어져 가면서 핵융합이 줄어들어 그동안 중력과 균형을 이루던 복사압이 약해지면서 항성을 이루는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중력에 의해 그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인데 그러다 중력이 너무 강해지면 블랙홀 근처 어느 곳부터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사건의 지평선 속의 블랙홀의 한복판에 이르면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 나오는데 상식적이거나 정상적이지 않고 우리의 물리학 법칙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초월적인 곳이다. 특이점이란 말은 여러 분야에서 쓰이지만, 천체물리학에서의 특이점은 블랙홀의 중심을 지칭하는 말로 부피는 없지만, 밀도가 무한대인 곳으로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어서 관측은 되지 않지만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다.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이나 천체를 흡수하여 몸집을 키우는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질과 정보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모든 것이 다시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지 않았을까에 대해 의심하기도 한다. 지금 정설로 여겨지는 빅뱅 이론은 갑자기 어느 한 점이 팽창하여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우리 우주가 만들어진 재료는 혹시 지난번 우주에서 블랙홀이 먹어치운 물질과 정보가 아닌가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서서히 커지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자신이 속한 은하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 다음 우주에 산재한 은하들마저 하나 둘 그 블랙홀에 흡수당해 결국 우주 전체가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고 가정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블랙홀이 그동안 집어삼켰던 것을 뱉어내어 새 우주가 시작한다면,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우리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상당히 닮았다. 물론 상상이지만, 혹자는 우리 우주가 그런 큰 블랙홀 속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이를 ‘블랙홀 우주론’이라고 하는데 억지 논리가 있어서 논쟁의 소지가 많은 가설 중 하나다. 꼭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적어도 빅뱅 시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우리 우주의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설명되므로 무에서 유가 생겼다는 이론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이기는 하다.     추측임을 전제로, 빅뱅의 시작 점은 어쩌면 지난번 우주를 삼킨 블랙홀의 특이점이었는지 모른다. 상상도 이 정도면 소설 감이지만 과학 발달의 여정은 우리 인간의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대포알을 타고 달에 가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책이 출판된 지 고작 백 년 만에 인류는 비슷한 원리로 나는 로켓을 타고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우주를 더 정교하게 관측할수록 빅뱅 이론은 그 일부든 전부든 큰 도전을 받는 형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블랙홀 우주론 과학 이야기 강해지면 블랙홀

2025.12.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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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의 구성

고개를 들면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것이 보인다. 그 많은 별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이다. 우리 은하 말고 외부 은하에도 각각 그만큼의 별이 있다는데 허블 딥필드가 관찰된 후 과학적 추정으로 우주에는 우리 은하수 같은 은하가 천문학적 숫자만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별, 그 별에 속한 행성과 위성, 성간에 산재한 수소나 헬륨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해도 우주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우주에는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가 소위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의 총량이 고작 5%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나머지는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우주를 안다고는 하지만 극히 일부를 더듬었다. 이것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다. 우리가 아는 5%밖에 안 되는 물질을 제외하면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27%, 암흑에너지가 68%쯤 존재한다고 한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름 앞에 암흑이란 말이 붙기는 했는데 사실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분명히 무엇인가는 있는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암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옳은 표현은 아니다. 굳이 그런 의미의 접두어라면 오히려 알 수 없다는 뜻의 '미지(未知)'가 더 맞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낸 아인슈타인마저도 정적인 우주론자였다. 그런데 그의 우주 방정식을 보면 우주는 중력 때문에 결국 수축하게 된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라는 기가 막힌 항목을 방정식에 추가하여 우주가 쪼그라들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벨기에의 성직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가 우주는 팽창한다고 대들자 이 젊은 신부를 만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그를 질책했다고 한다.   "신부님의 수학은 훌륭하지만, 물리학은 끔찍합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서 에드윈 허블이란 천문학자가 적색편이 현상으로 우주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우주 팽창의 증거를 내놓자 아인슈타인은 그제야 자신의 방정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주를 수축시키는 중력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팽창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을 규명하지 못하자 학계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데 은하도 그 중심을 기준으로 모든 별이 공전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중심을 2억2천5백만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케플러 법칙에 의하면 중심에서 멀수록 공전 속도가 늦어야 하는데 은하 외곽에 있는 별들도 은하 중심에 가까운 별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이 무거워야 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추측하건대 멀리 있는 별 주위에 우리가 모르는 무거운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일단 그것을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지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할 수가 없어서 아직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그래도 온 우주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그 무엇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실수라며 추가했던 우주 상수가 그 실마리를 풀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더니 아인슈타인은 죽어서도 우주론을 새로 쓸 업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방정식 우주 팽창 우주 상수

2025.12.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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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북두칠성

밤하늘에서 가장 찾기 쉬운 별자리가 바로 북두칠성인데 그 이유는 일곱 개의 별들이 모두 밝게 빛나고 있어서 우리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다. 북극성은 방향을 알려주는 별이어서 자주 찾지만, 빛이 약해서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먼저 북두칠성을 찾고 나서 북극성을 찾는 것이 순서다.     오랫동안 프톨레마이오스가 정한 48개의 별자리를 비롯하여 여러 문화권에서 생긴 수많은 별자리가 있었지만, 1930년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총 88개의 별자리를 정한 다음, 하늘을 같은 수만큼 나눠서 각각의 자리에 그렇게 정해진 88개의 별자리를 배분했다.     예를 들어 직녀성은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데 이렇게 하면 넓은 하늘에서 직녀성을 찾기가 상당히 수월해진다. 글을 시작하면서 북두칠성을 별자리라고 했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북두칠성은 정식 별자리(성좌 constellation)가 아니라 큰곰자리라는 이름의 별자리 중 꼬리 부분을 이루는 성군(asterism)이다. 눈에 잘 띄는 만큼 세계 각국은 물론이거니와 한 나라에서도 지방마다 다른 여러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장례 풍속은 사람이 죽으면 입관 전에 염습을 하는데 지방에 따라서 사체 아래에 송판을 대기도 한다. 그 송판에는 북두칠성 모양으로 구멍이 7개 뚫려 있는데 이를 칠성판이라고 부른다. 만약 사체를 세우게 되면 마치 망자가 칠성판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어서 칠성판을 진다는 말은 죽는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신앙에는 출생을 담당하는 삼신할미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 북두칠성은 인간의 죽음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별을 신격화하지 않던 우리나라의 샤머니즘도 유독 북두칠성이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한다고 생각해서 주검 아래 칠성판을 깔았다. 중국에서도 북두칠성은 죽음을 담당하는 신이다. 여담이기는 하지만 군사독재 시절 죄수의 증언을 받아낼 때 나무로 만든 틀에 묶어서 고문했는데 그 나무를 칠성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차피 죽게 될 죄수를 묶은 고문 틀을 칠성판이라고 했으니 실낱같은 삶의 희망이라도 품고 있다가 그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좌절했을까 생각해 본다. 이참에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미국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땅을 매입하여 1959년 미합중국의 제49번째 주로 편입했는데 알래스카가 정식 주로 승격되기 전 1927년 주를 상징하는 깃발 디자인 공모에서 짙은 파란 색 바탕에 금색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그려진 배니 벤슨의 응모 작품이 뽑혔다. 배니는 당시 13세의 소년이었다.   일반적으로 북극성은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 우리에게 방향(북쪽)을 알려주는 중요한 별이었지만, 별빛이 그다지 밝지 않아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국자 모양을 한 북두칠성은 일곱 개의 별이 모두 또렷이 밝아서 쉽게 눈에 들어온다. 국자의 손잡이 반대쪽의 두 별 사이 길이의 다섯 배 정도 국자 바깥쪽으로 연장하면 별 하나가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희미한 별이 바로 북극성이다. 그러므로 방향을 알기 위해서 북극성을 찾으려면 우선 북두칠성을 찾아야 수월히 북극성을 찾을 수 있다.   별을 항성(恒星)이라고 하는 이유는 우주의 시간에 비해 찰나를 사는 우리 인간에게 별은 움직이지 않고 항상 한 곳에 고정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지만 사실 별도 오랜 기간에 걸쳐 움직인다. 먼 미래 어느 날 북두칠성도 제 모습을 잃을 것이며 직녀성이 북쪽을 가리키는 북극성 노릇을 하게 된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북두칠성 박종진 금색 북두칠성과 북두칠성 모양 북극성은 과학

2025.11.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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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0

한 러시아 수학자가 부부 동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명색이 대학교 교수였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 하는 일이 시답잖아서 항상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남편은 영 엉뚱한 짓을 했다. 그런 남편과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아내는 남편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차를 바꿔탈 때 그저 가방 개수를 확인하는 일만 맡겼다. 그런데 처음 갈아타는 정거장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얼굴이 하얗게 된 남편이 가방 한 개가 모자란다고 했다. 아내는 한눈에 가방 다섯 개가 온전히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남편을 쳐다보며 자기 앞에서 차근차근 다시 세어보라고 했다.    "0, 1, 2, 3, 4"    수학자였던 남편은 학교 강단에서처럼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가방 총수는 넷으로 끝났다.    하지만 0은 아주 중요한 숫자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0을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것과 없는 것을 같다고 보는 불교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무(無)의 상태라고 하는데 바로 0을 뜻한다. 과학에서는 0을 진공이라고 하며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즉 진공 속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진공 에너지에 의해 우리가 사는 우주가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빅뱅 이론이다. 수학에서도 0은 아주 중요한 숫자여서 여행 중이었던 수학 교수는 가방을 세는데 습관적으로 0부터 시작했다.   0은 인도에서 발명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철학자의 나라 그리스에서는 없는 것을 구태여 표시할 필요성이 없어서 0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0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십진법을 쓰면서부터다. 초창기 인류는 간단한 길이나 거리 등을 가늠할 때 뼘이나 아름 등 신체의 일부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손가락 개수가 총 10인 것에 착안하여 십진법을 만들어 쓰면서부터 0은 중요한 숫자가 되었다.     0은 기원후 7세기 인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브라마굽타가 처음으로 정의하여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0을 산수 계산에 사용했다. 그가 상업 계산에 0을 사용하면서 수학에서 방정식이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의 숫자 체계는 당시 인도와 교역을 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서 중동 지역에서 발전되어 유럽에까지 전해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비록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서 발달하고 널리 전해진 까닭에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리고,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 역시 원산지 인도를 떠났으며, 인도의 전통 음식 카레도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지금 우리가 먹는 카레라이스는 일식으로 분류된다. 인도는 그런 식으로 열심히 죽 쒀서 다른 나라에 퍼주는 운명이었나 보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바람에 숫자 0은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산업혁명에 뒤이어 이진법을 기본으로 한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0의 위상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가 소위 정보라고 부르는 세상 모든 것이 0과 1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십진법이던 로마 숫자 체계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0이란 개념이 없어서 인도나 이슬람권보다 대수학 발달이 느렸다. 하지만 인쇄술이 개발되고 아라비아 숫자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결국 수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세계 우위를 선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아라비아 숫자 원산지 인도 러시아 수학자

2025.11.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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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 여행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며 산다.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인생이 좀 더 낫게 될 것을 꿈꾼다. 하지만 누군가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열역학 법칙 때문에 그렇다. 바꿔 말해서 이 세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우리 말로 '무질서도'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잉크가 병 속에 들어있을 때는 엔트로피가 적은데 그 잉크를 목욕탕 물속에 부었을 때 잉크가 천천히 물에 섞이는 과정을 엔트로피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열역학 법칙에 따라서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 그릇이 깨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 좋은 예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잘게 부서진 유리컵은 절대로 다시 원상 복구될 수 없고, 불에 타버린 책은 그 속에 담긴 정보와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가 크게 성공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 또래이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내용이다. 시간 여행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인데 과연 과학이 발달하면 영화에서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과거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 답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광고한 적이 있다. 광고 내용은 미래의 우리 후손을 현재에 초대한 것인데 예측대로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만약 우리의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먼 미래에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과거 여행을 하는 그들을 한 번이라도 만났어야 한다. 호킹 박사의 예처럼 그런 시간 여행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시간을 거꾸로 여행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반대로 미래로 갈 수는 있을까? 물리학적으로는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 지연 현상이 나타난다. 미래 어느 날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이 개발된다면 그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우주선에 탔던 사람의 시간은 지구에 남아있던 사람의 시간보다 천천히 흐른다. 그 결과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은 미래에 도착하게 되어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떠난 때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간 남편은 공항에서 자기를 배웅해준 아내보다 아주 조금 시간 지연 현상을 겪는다. 비행기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지만, 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서 직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주 정밀한 기구로 측정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시간 지연 현상은 속도 말고 중력과의 관계에서도 생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처럼 중력이 아주 큰 곳 주변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훨씬 천천히 흐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근처의 웜홀을 이용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행성을 다녀온 주인공 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궤도선에 돌아와 보니 자기네를 기다리던 동료 승무원이 두 곳의 중력 차이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늙어버린 모습을 본다.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블랙홀을 이용하거나 광속에 가깝게 여행할 수준은 아니어서 미래로의 여행도 그저 상상 수준이지만, 이론적으로 미래로의 여행은 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시간 여행자 시간 지연 과학 이야기

2025.11.0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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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탄소 기반

맛있는 된장찌개는 밥도둑이다. 단, 우리 한국인에게만 그렇지 서양 사람들에게는 그 냄새조차 맡기 힘든 음식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흔히 우리가 외계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일단 그런 외계 행성은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액체 상태의 물과 대기, 그리고 온도의 범위를 정할 때 지구상의 생명체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드넓은 우주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별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행성과 위성이 산재해 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조차 수백억 년이 걸리는 그 우주에는 우리 물리학을 거스르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그 흔한 블랙홀조차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불과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번개는 하늘이 내리는 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번개(전기)를 만들고 저장하여 컴퓨터, 자동차, 휴대전화 등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천재 아인슈타인까지 유령 현상이라고 부르던 양자얽힘 현상도 조만간 그 실체가 과학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치과 병원에서 간단한 X선 촬영을 할 때도 납으로 만든 두툼한 앞치마로 몸을 가리는데 퀴리 부인 시절에는 방사성 물질이 몸에 좋은 줄 알고 비누와 치약에도 넣고 화장품에도 첨가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방사선에 피폭되었다는 말이다.   탄소는 원소주기율표에 여섯 번째로 등장하는 우주의 기본 원소다. 얼핏 생각하면 산소 없이는 단 몇 분도 생존할 수 없어서 산소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사실 지구상 모든 생명을 이루는 성분 중에서 탄소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생명체는 그 기반이 탄소이기 때문이다. 화학에서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들어가는 화합물을 유기화합물이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화학식 CH₄인 메테인이다. 비루스가 바이러스가 된 것처럼 원래는 메탄이라는 독일식 발음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메테인이라고 미국 발음을 따르고 있다.   탄소는 그 크기와 원자 속의 전자 개수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화합물을 만들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커진 요사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 탄수화물인데 바로 탄소와 수소, 그리고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원소로 같은 탄소족인 규소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아직 규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없어서 그냥 이론일 뿐이다.   우리는 외계생명체를 찾을 때 당연히 인간처럼 탄소 기반 생명체를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의 규모로 보면 꼭 지구상의 생명체처럼 탄소 기반일 필요는 없다. 물론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영장류처럼 생겼을 것으로 상상하는 것도 틀린 일이다. 지구는 원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기보다 새로 시작한 생명체가 그런 환경에 적응하여 오랜 기간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러니 외계 환경이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까, 대기 조성은 어떤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지는 결국 우리 측면에서 본 생명체 존재 기준이다. 표면 온도가 수백 도나 되고,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고, 황산 비가 내리는 외계 행성에서도 그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지구 바깥 생명체는 꼭 탄소 기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탄소 기반 과학 이야기 생명체 존재

2025.10.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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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의 위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하늘을 쳐다보면 수없이 많은 별이 반짝거린다. 공해가 적고 도시 불빛의 방해가 없는 시골에서는 하늘을 꽉 채운 별이 팔만 뻗으면 손에 잡힐 것 같다. 하지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 중에는 별이 아닌 것도 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같은 지구의 형제 행성도 별처럼 빛나고 있으며,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맨눈으로 관측되는 은하 몇 개도 마치 별같이 보인다. 꼬리가 달린 혜성도 별이 아니고 밤하늘을 질러가는 별똥별도 별이 아니다. 그 나머지 밤하늘의 모든 별은 은하수라는 이름의 우리 은하에 속한 별이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대략 2천억 개에서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다. 그래서 큰 수를 표현할 때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은하수 은하는 가운데가 볼록한 호떡처럼 생겼다. 은하수의 두께는 평균 약 천 광년 정도 되고 그 지름은 약 10만 광년 정도라고 하는데 그 속에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들어있고 우리 태양도 그런 별 중 하나다. 만약 우리가 은하수 위에서 은하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면 태양은 은하수의 변두리에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은하 중심부에는 별끼리의 상호작용이 활발하므로 생명이 시작하여 진화하기가 힘들지만, 태양처럼 멀찌감치 변두리에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별은 서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발현하여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다. 현재 인류의 문명은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의 시작과 끝을 추측할 정도지만, 그런 과학 기술의 성과로 지구를 떠난 우주탐사선이 근 50년을 날아 고작 자신이 속한 별인 태양의 끝자락을 막 빠져나가고 있는 형편이고, 그렇게 계속 날아서 수만 년을 가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대로 은하수 은하에는 태양이나 프록시마 센타우리 같은 별이 수천억 개나 있다. 만약 태양이 은하수의 다른 곳에 자리 잡았다면 지구상의 인류는 결코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은하수 은하 속에 태양이 버티고 있는 바로 이 자리야말로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행운일지 모른다. 생명은 그런 우연이 엄청나게 반복되어 생겼다.   달은 27일 걸려서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지구는 365일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태양도 은하수 중심을 기준으로 약 2억2천5백만 년에 한 번씩 일주한다. 태양이란 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덟 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데 한가운데서 빛나는 태양이 상대적으로 워낙 크고 밝기 때문에 태양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봐도 빛나는 중심성에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태양이란 별을 말할 때 그 주변에 산재한 지구 같은 모든 천체를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태양계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눈에 점 광원으로 빛나는 별, 예를 들어 북극성 같은 별도 가깝게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심에 빛나는 별이 있고 그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고 있을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별, 즉 항성은 그 주변에 한 개 이상의 행성을 거느린다. 그런 수천억 개의 별을 품은 은하수 같은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하니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태양의 위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만약 태양이 조금만 더 은하 중심에 치우쳤거나 떨어져 있었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태양 주위 우리 태양 은하수 은하

2025.10.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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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아인슈타인과 노벨상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시간과 공간을 의심해 본 사람이 없었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인류 최초로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이론을 정리하여 두 번에 걸쳐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물론 그는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줄 알고 있는데,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라는 논문으로 192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광전효과란 금속에 빛을 쏘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인데 광전효과의 발견이야말로 양자역학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위대한 사건이었다. 어쨌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1905년, 당시 26살의 청년이던 아인슈타인은 세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 사람이 평생 논문 한 편 쓰기도 쉽지 않은데 이 젊은 과학도는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특수상대성이론' 등 인류의 미래를 바꿀만한 위대한 업적을 세 개씩이나 남겼다. 하지만 혼자서 너무 빨리 나가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잘 쫓아오지 못하고 버거워한다.     베토벤은 고전주의 음악을 총정리하면서 낭만주의 음악을 소개했는데 사람들은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음악의 중심지였던 비엔나 사람들은 베토벤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음악에는 공감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베토벤의 음악이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갔기 때문이었다. 비엔나는 여전히 모차르트와 고전주의 시절의 베토벤에 머물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기성 과학자들의 공감대는 얻긴 했으나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매년 노벨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십 년 넘게 수상이 확정되지 못했다. 불세출의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자 물리학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왔고 그런 여론에 밀려 그는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독일인이었지만 유대 혈통인 그는 히틀러가 집권하고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핍박이 시작되자 고국을 떠나 자신이 학교에 다녔던 나라인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고 베른에서 직장을 잡아 인생을 시작했다. 대학 강단에 서고 싶었지만,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스위스의 수도였던 베른의 특허청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심사관 일을 하던 중 여유 시간에 틈틈이 연구했던 물리학 이론을 정리하여 논문을 제출했다.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했지만, 그 후 연이어 관찰된 결과로 빛의 파동설이 힘을 얻었다. 그러다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광양자설로 인해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빛의 이중성이 정설이 되었다. 빛은 파동의 형태로 퍼져나가다가 관찰을 당하는 순간 입자의 성질을 띤다. 광전효과로 인해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주류로 떠올랐지만, 정작 개척자였던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을 추종하는 물리학자들과 죽을 때까지 대립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세계적인 명사가 되어 각국으로 설명회를 다니던 길에 자신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노벨상은 그의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에 수여되었고, 부상으로 탄 상금조차 그가 이혼 합의서에 약속했던 위자료 조건대로 헤어진 아내에게 가버렸다. 천재 아인슈타인이었지만 노벨상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가 보다.  (작가)       박종진아인슈타인 박종진 아인슈타인 이전 노벨상 수상 노벨상 후보

2025.10.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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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의 공전과 자전

달리는 기차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모든 것이 기차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지만, 정작 기차에 탄 승객은 그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기차가 아무리 고속으로 달려도 편안히 앉아서 음식을 먹고 마신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마치 기차 내부처럼 고요할지 몰라도 사실 지구는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저 스스로 자전도 한다. 우리는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것, 즉 한 번 자전하는 것을 하루라고 하고 중심성인 태양 주위를 한 번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 동안 365.25번 자전하므로 1년은 365일이다. 그런데 소수점 이하 자투리(0.25)가 4번 모이면 하루가 되므로 네 번째 해의 2월 마지막 날에 그 하루를 추가하여 그 해를 윤년이라고 하며, 그러므로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은 2월이 29일까지 하루가 더 있어서 1년이 366일이 된다.     빨리 달리는 기차 안의 승객이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지구에 사는 우리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밤낮이 바뀌고 계절이 변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지구는 동그란 공 모양이어서 지구상의 위치에 따라 자전하는 속도가 전혀 다르다. 북극점이나 남극점에서는 자전 속도가 0이지만, 가장 불룩한 적도에서는 지구의 회전 속도가 무려 시속 1,600Km를 넘는다. 참고로 마하 1은 시속 1,235km니까 음속으로 나는 전투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돈다는 말이다. 한국이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서는 소리의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돈다니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 하지만 자전 속도는 공전 속도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공전 속도는 시속 10만km를 웃도는데 이는 소리보다 무려 88배나 빠른 속도다. 그렇게 부지런히 태양 한 바퀴를 날아서 완주하는 것을 1년이라고 한다.   달과 지구, 태양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천체는 자전과 공전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태양이란 별의 행성인 지구는 자신의 형제 행성들과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물론 태양도 자전하며 동시에 자기가 속한 은하수 은하의 중심을 기준으로 공전하는데 태양이 은하수를 한 번 공전하는 기간을 은하년이라고 하며 우리 시간으로 약 2억2천5백만 년 정도 될 것으로 추측한다. 참고로 태양이 은하수 주위를 공전하는 속도는 시속 80만km 정도 된다고 하니 천체 움직임의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잘 알다시피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하여 총 여덟 개의 행성이 있는데 그 중 금성만 자전 방향이 거꾸로다. 태양계를 위에서 내려다본다고 할 때 다른 행성들은 시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는데 유독 금성은 시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자전한다. 바꿔 말해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 세상 모든 것에는 청개구리가 있는가 보다.   우주 공간에는 저항이 없어서 천체의 자전과 공전은 멈추지 않고 영원히 계속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속도가 변하기도 한다. 지구의 형제 행성이라고 불리는 화성의 자전 속도는 아주 조금씩 빨라지고 있으며, 지구는 달의 인력으로 인한 조석력 때문에 자전 속도가 늦어진다고 한다. 물론 아주 미미한 차이기 때문에 우리가 상관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자전과 공전 지구 태양 공전 속도

2025.10.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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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는 얼마나 클까

끝이 없다는 표현이 있다. 만약 이 세상에 정말로 끝이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주일 것이다. 우리가 속한 우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와 아예 관측조차 불가능한 그 바깥의 우주다. 우주를 구성하는 은하는 사방으로 멀어지고 있는데 관측하는 곳에서 멀수록 후퇴하는 속도가 빨라지다가 빛보다 빠른 속도가 되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른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보이는 물체에서 떠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물체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 눈에서 멀어진다면 그 물체를 출발한 빛은 아무리 해도 우리 눈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엇인가는 있겠지만 볼 수 없으니 없다고 하지 않고 관측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먼 곳의 은하가 빛보다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면 관측할 수 없는 은하이고 그 경계의 안쪽에 있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은하라고 한다. 관측자인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465억 광년인 공을 상상하면 그 공의 안쪽이 바로 관측 가능한 우주다.   여기서 빛보다 빠르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은하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은하를 담고 있는 공간이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말이다. 물론 관측 가능한 우주와 같은 모습이겠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우리 형편으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산다. 지구 주위에는 달이라는 위성이 돌고 있다. 지금부터 56년 전에 우리 인류는 달 위를 걸었다. 지구 같은 행성 여덟 개가 모여서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을 공전하는데 그 전체를 태양계라고 한다. 태양계 같은 별이 약 1천억에서 4천억 개가 모인 것을 은하라고 하는데 우리 별인 태양이 속한 은하를 은하수라고 부른다. 은하수은하를 떠난 빛이 약 250만 년 걸려 도착하는 곳에 이웃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은하수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우리보다 두 배쯤 큰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나 되는 별들이 바글거린다. 아까 언급한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은하수나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어림잡아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물론 추측이지만 그래도 과학적 근거로 추산한 숫자다.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금 엉뚱한 생각을 했다. 허블 망원경은 수많은 천문학자가 순서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 1초도 여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 망원경 스케줄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우주 공간을 며칠씩 촬영한다니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최고 담당자의 자격으로 우겨서 귀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로 했다. 우주의 빈 곳을 찍었는데 그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었다.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던 공간에서 오는 빛을 열흘 동안 모았더니 약 3천 개의 은하가 찍혔다. 전체 하늘의 약 2,4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존재하는 은하가 그 정도라면 우주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은하가 퍼져 있을지 짐작하기도 벅차다. '허블 딥 필드' 얘기인데 로버트 윌리엄스의 선구자적 혜안이 놀랍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대략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고 하며 각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태양은 그런 별 중 하나다. 그러므로 우리 기준으로 우주는 무한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공간 과학 이야기 우주 전체

2025.09.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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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코스모스

우리 말로는 그냥 우주라고 구별 없이 쓰는 데 비해 영어에는 세 가지 다른 단어가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할 때 우주는 universe지만, 좀 더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우주는 cosmos라고 하며, 실제로 우주선이 나는 공간은 space라는 단어를 쓴다. 그중 cosmos의 원뜻은 질서인데 피타고라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피타고라스는 우주가 혼돈(chaos)의 상태가 아니라 어떤 질서(cosmos)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가 보다.   얼마 전에 '콘택트'란 영화가 있었다. 칼 세이건 원작의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공상과학 영화다. 칼 세이건은 유명한 천문학자로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 혈통의 미국인으로 원래는 대학교수였지만 그가 제작한 《코스모스》라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이다. 같은 해에 동명의 책 《코스모스》를 출판했는데 지금까지 나온 과학 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소설 콘택트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을 보았지만, 정작 영화 개봉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하지만 영화 콘택트는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았고 코넬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쳤는데 NASA의 여러 우주 탐험선 계획에 참여했으며 특히 보이저호에 실린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인 골든 레코드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는 1980년 동명의 책이 출간되기 한 달 전에 방영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총 13편으로 편성된 이 시리즈는 10년 후에 다시 수정 보완되어 방영되었는데 나이 든 칼 세이건이 다시 출연하여 그간의 과학 발전상을 소개하고 자신이 전에 예측했던 것들에 대한 수정과 보완을 했다. 첫 편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개정 편은 크게 개작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칼 세이건이 죽은 후 자칭 타칭 그의 후계자로 불리는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은 칼 세이건 미망인의 도움으로 《코스모스》 후속작을 내놓았다. 이미 방영된 《코스모스》와 구별하기 위해서 1980년에 방영된 칼 세이건의 첫 번째 것의 제목이 《Cosmos: A Personal Voyage》여서, 2014년에 방영된 닐 타이슨의 두 번째 것은 《Cosmos: A Space Time Odyssey》라는 부제를 붙였다. 마지막은 칼 세이건의 미망인 앤 드루얀의 《Cosmos: Possible Worlds》로 2020년에 나왔다. 세 작품 모두 13부작으로 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 특히 천체물리학은 전공하는 사람들만의 영역이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멀고 어려워서 아예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천문학을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해설하여 높은 담을 없앴다. TV 프로그램인 《코스모스》에 직접 등장하여 우리 관심 밖에 있던 우주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여 과학의 대중화를 이룬 것이 그의 업적이다. 그냥 과학적인 설명이었으면 Universe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겠지만, 칼 세이건은 일반인에게 우주를 소개하면서 방대한 우주 속에 있어서 우리 인류의 존재와 미래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다루었다. 그는 우리 역시 코스모스의 일부라고 했다. 엄청난 우주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류도 우주(Cosmos)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작가)       Nathan Park 기자코스모스 박종진 과학 이야기 과학 발전상 인류도 우주

2025.09.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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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물질파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이 무슨 헛소리인가 생각할지 모른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란 말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러우 전쟁이 한창이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지경에 웬 뚱딴지 같은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론이 없으면 러우 전쟁에서 드론이 활약하지 못하고, 동무들의 핵폭탄도 개발될 수 없다. 심지어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 세계에서 직관적으로 볼 때, 마치 남자와 여자가 다르듯 입자와 파동 역시 완전히 다르다. 쉽게 얘기해서 날아가는 야구공은 입자의 대표적인 예고, 호수에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는 물결은 파동이다. 알갱이인 입자는 질량이 있고 속도가 있지만, 소리 같은 파동은 파장에 의한 진동수나 진폭이 있다. 그 둘은 서로 어울릴 소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뉴턴 시절 빛은 당연히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빛의 파동적인 성질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뉴턴의 운동 법칙이 아원자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학계의 큰 문제였고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이란 이론으로 이유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고 억지를 부렸다.     연이어 발표한 상대성이론으로 세계적인 명사가 되고 노벨상까지 받은 아인슈타인에게 한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떤 학생의 박사학위 논문인데 지도 교수마저 무시했다며 시간을 내서 꼭 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 논문을 본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친구가 물리학 발달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튼을 치웠군!'   그는 프랑스의 루이 드브로이였고 물질파로 불리는 이론을 발표했다. 드브로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빛의 이중성이 주류였는데 천재였던 드브로이는 거꾸로 추측했다. 그는 혹시 빛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입자이면서 파동일지 모른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다. 단지 거시세계에서는 입자의 질량이 너무 커서 거기서 발생하는 물질파는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입자의 성질만 보인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전자는 아주 미세하나마 질량은 가지고 있는 입자임에도 파동의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은 양자역학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그동안 원자핵 주위의 전자가 불연속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던 양자역학은 그 첫걸음을 뗀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었다. 전자가 어떤 특정 궤도에 있다가 에너지를 얻거나 잃어서 궤도를 옮길 때면 연속적인 운동을 하지 않고 점프 해버리는, 즉 양자 도약을 하는 이유를 몰랐다. 드브로이는 파동의 수미가 서로 연결된 닫힌 궤도를 상상했고 그렇게 닫힌 상태에서는 파동이 정수배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 번째나 세 번째 궤도는 존재할지라도 궤도 1.5라든가 궤도 3.14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가 궤도를 도약하는 것처럼 불연속적으로 보였다.   이로써 입자와 파동에 관한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됐다. 사실, 이 우주에는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가지 공식이 있을 수 없지만, 그동안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대립했는데 드브로이의 이론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단 한 가지 공식만 갖게 되었다. 양자역학이 그것이고 양자역학의 부분집합으로 거시세계를 다룬 것이 바로 고전역학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물질파 이론 양자역학 발전 과학 이야기

2025.09.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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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행성 정렬

우리 태양계에는 모두 8개의 행성이 중심성인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데 저마다 그 공전 궤도와 속도가 다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365일 걸려 태양을 한 바퀴씩 도는 데 비해 바로 바깥쪽 이웃인 화성은 우리 시간으로 687일에 한 번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그러므로 어쩌다 지구와 화성이 서로 가까워질 때도 있는데, 이를 회합이라고 하며 780일마다 두 행성이 근접한다. 나아가서는 태양계의 여덟 행성이 한 줄로 나란히 놓이게 되는 때를 '대정렬'이라고 한다. 마침 2025년 1월 중순에 수성을 제외한 여섯 행성이 지구에서 보았을 때 한 줄로 늘어섰고, 2월 말일에는 일곱 개의 행성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네댓 개의 행성이 동시에 보이는 일은 자주 있지만, 이번처럼 지구를 빼고 나머지 일곱 개의 행성을 한눈에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물며 지구까지 포함하여 태양계의 여덟 개 행성이 나란히 정렬되기는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사실 행성이 일직선 위로 정렬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천문학 지식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보통 밤하늘과 똑같다. 하지만 옛날 점성술사의 눈에는 특별한 일로 보였는데 행성이 일직선 위에 나열되면 대체로 나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옛날에는 행성 정렬 현상을 점을 치는 데 사용했지만, 지금은 우주 탐험 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이라지만 우주선의 속도를 올리려면 연료가 필요하며 방향을 바꾸거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감속을 하기 위해서도 연료가 소모된다. 또 탑재된 장비를 구동하기 위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연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먼 거리를 가려다 보면 충분한 연료를 실을 수 없다. 그래서 중력 도움이란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목표한 방향에 있는 다른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토성을 가려는 길에 목성이 있다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토성까지 가는 것이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2호는 목성의 중력 도움으로 토성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토성의 중력 도움으로 방향을 바꿔 천왕성을 향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연료를 절약하여 지금 보이저 2호는 해왕성 탐사까지 마치고 성간에 진입했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에서는 1977년이 되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한 줄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때 맞춰 보이저호를 발사했다. 이렇게 태양계의 바깥 4개의 외행성이 정렬되는 것은 175~176년마다 일어나는데 그때 행성 간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고 다른 행성의 중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원반 모양으로 빚어졌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도 그 원반 위에 있다. 그러므로 모든 행성은 같은 원반 위에서 중심성인 태양을 돌고 있다. 그 원반을 황도면이라고 한다. 다행히 같은 황도면에서 공전하기 때문에 일직선 위의 정렬이 가능하지 만약 각각의 행성이 뒤죽박죽 서로 다른 공전 면을 돈다면 행성 정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이저 1호가 성간에 진입하기 직전 칼 세이건이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행성 정렬 상태는 아니었지만,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떠나려고 황도면을 굽어보며 날고 있어서 그 사진에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여섯 행성이 함께 찍혔기 때문에 태양계의 가족사진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보일 듯 말 듯 작은 점으로 나왔는데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보이저호가 태양계 행성 정렬 사실 행성

2025.09.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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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은하철도 999

2차 대전에서 항복한 일본은 농어업을 중심으로 제한될 뻔했지만, 급변하는 세계정세 덕에 기사회생하더니 1970년대에 들어 프랑스와 영국에 버금가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소니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경제 도약은 자동차, 전자제품, 조선, 컴퓨터 등 웬만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일본의 비약적인 성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여기 소개하는 은하철도 999도 만화로 시작하여 만화 영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몇 년 후 한국에서 역시 큰 인기를 얻었는데 80년대에 많은 초등학생이 그 영향을 받아 과학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증기기관이 영국에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기차가 상용화되어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화물을 운송했다. 영국에서 시작한 철도는 곧 유럽에 퍼져서 대륙에 마치 거미줄처럼 철로가 깔렸다. 체코 출신인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은 기차 광이었는데 자기 고장의 기차역에 다니는 기차 모델과 시간표까지 몽땅 외웠다고 한다. 한번은 제자 중 한 사람을 기차역에 보내서 그날 들어올 기차 모델 번호를 알아 오라고 시켰는데 기차에 관심이 없던 이 친구가 엉뚱한 보고를 하자 자기 딸과 연인 사이였던 그 제자를 심하게 꾸짖고 딸에게 만나지도 말라고 했다. 제자는 그런 스승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 사위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기차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유대인이란 이유로 제대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스위스 특허국에서 일하던 아인슈타인은 유독 기차 시간표에 관한 특허 신청이 많은 것이 궁금했다. 당시 유럽에는 국경을 넘어 기차가 운행되었는데 이상한 것은 어떤 도시에서 오후 1시에 떠난 기차가 몇 시간을 달려서 목적지 역에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오후 1시였다. 표준시 개념이 없던 당시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로 인한 기차의 충돌사고도 발생했다. 시간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아인슈타인은 그동안 절대적인 줄 알았던 시간이 속도와 중력에 의해 상대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만화에서 은하철도 999는 우리 은하 안의 행성을 잇는 철도다. 은하수라고도 부르는 우리 은하는 끝에서 끝까지 빛의 속도로 약 10만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은하수 안에는 대략 2천억에서 4천억 개의 별이 있다고 추측하는데 태양도 그 중 하나고 그런 별과 별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약 5광년쯤 된다. 참고로 우리 별인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라는 별까지 빛이 약 4.3년 걸려서 도착한다.     48년 전에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호는 지금 막 태양을 벗어났다. 자기가 속한 별을 떠나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는 말이다. 그런 속도로 계속 날아서 은하수 안의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려면 약 7만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은하수 안에 그런 별들이 무려 4천억 개나 있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까지는 좀 먼 편으로 약 250만 광년이라고 한다. 물론 빛의 속도로 따져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에는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은하를 포함해서 약 2조 개나 되는 은하가 퍼져 있다. 은하철도 999로는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규모다. 아무리 만화 영화라지만 우리 은하 바깥을 여행하려면 은하철도보다 훨씬 빠른 이동 수단이 필요한 것 같다.  (작가)       박종진은하철도 박종진 은하철도 999 기차 이야기 기차 시간표

2025.08.2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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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왜소행성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중 하나인 태양이란 이름의 별 주위에는 지구를 비롯하여 8개의 행성이 공전한다. 각각의 행성 주위에는 위성이 돌고 있기도 하고,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행성도 있으며 혜성과 이런저런 천체가 태양의 중력에 붙들려 있는데 이를 통틀어서 태양계라고 부른다.   태양계의 행성은 태양에서 가까운 순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내행성(內行星)이라 하고 그 바깥에서 공전하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외행성(外行星)이라고 구별한다. 그 특징이라면 내행성은 지구처럼 표면이 단단한 암석 행성이고, 외행성은 주로 가스나 액체로 이루어진 가스 행성이다.     외행성과 발음이 비슷한 용어로 왜행성(矮行星)이 있는데 혼동을 막기 위해서 왜소행성(矮小行星 dwarf planet)이라고도 한다. 왜소행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서 행성과 소행성의 중간에 있는 천체를 정의하기 위해서 만든 카테고리인데 태양 주위를 공전해야 하고, 구형 모양을 가질 수 있는 질량이 되어야 하며, 자기가 공전하는 궤도에 있는 다른 천체에 영향력이 없어야 한다.   원래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그런 이유로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격하되었다. 명왕성을 발견해서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미국인들은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많은 미국 사람들은 명왕성도 태양의 행성이라고 우기고 있다. 어떤 이는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잃었으니 이름도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명왕성이란 이름은 그대로다.     왜소행성은 명왕성 말고도 세레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에리스 등 총 5개가 있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의 천체로 1801년에 발견되었다. 오래 전부터 천문학자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틈이 다른 행성들 사이보다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 그곳에도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고, 그즈음 만들어진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자연수를 차례대로 집어넣으면 신기하게도 태양계의 행성 순서가 되었는데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이상하던 참에, 윌리엄 허셜이 발견한 해왕성 역시 그 공식에 들어맞는 궤도에서 발견되었다. 이에 고무된 천문학자들은 부지런히 화성과 목성 사이를 뒤진 결과 비교적 덩치가 큰 세레스를 비롯하여 엄청난 수의 천체 집단을 발견하여 이를 소행성대라고 명명했다. 세레스는 소행성대 전체 질량의 약 30% 정도나 된다.     2005년 미국의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이 해왕성 너머에서 명왕성보다 살짝 작은 천체와 그 천체를 도는 위성까지 발견했다. 에리스라고 이름 지어진 그 천체가 태양의 열 번째 행성이 되느냐는 논쟁 중 근처에서 계속하여 마케마케와 하우메아도 발견되자 행성의 자격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06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는 200년 전에 발견된 세레스의 행성 지위를 논했는데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어서 새로 행성의 자격을 정했다. 거기서 세레스와 함께 애꿎은 명왕성마저 왜소행성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처음으로 미국인이 발견한 행성을 같은 미국인이 번복한 결과가 되자 당사자인 마이클 브라운은 자기가 명왕성을 죽인 사람이라며 자책했다고 한다.   참고로 태양계 행성의 자격은 태양 주위를 공전해야 하고, 충분한 중력이 있어 공 모양이어야 하며, 자기 공전 궤도 상의 작은 천체를 처리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하고 다른 행성의 위성이면 안 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태양계 행성 소행성대 전체 행성과 소행성

2025.08.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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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의 세계

인류는 문명이 시작할 때부터 뉴턴을 지나 아인슈타인에 이를 때까지 시간과 공간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직관적으로 판단하면 당연한 얘기다. 과거가 있고 현재가 존재하지만, 현재는 곧 과거가 되며 현재는 우리의 미래가 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초가 되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이란 것을 내놓고 시간과 공간은 더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산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항상 같은 줄 알았던 시간이 관찰자의 속력에 의해서 달라진다느니, 중력에도 영향을 받아서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더디 흐른다고 했다. 게다가 중력은 빛조차 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몇 년 후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잘하던 전통적인 물리학이 아원자 세계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뉴턴에 의해서 완성된 고전물리학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은 물론, 다른 항성과 심지어는 은하와 우주 규모를 망라하여 그 움직임을 계산하여 예측할 수조차 있었는데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원자 속을 들여다볼 정도가 되자 그런 미시세계의 움직임은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은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는 기존 물리학 법칙이 통용되지 않아서 그런 미시세계만을 다루는 역학을 말한다. 문제는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는데 같은 물리 법칙을 설명하는데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가 틀린 것도 아니니 두 경우를 공동으로 만족시키는 법칙이 있어야 한다.     양자역학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양자 도약, 양자 얽힘, 양자 중첩이 바로 그것인데 고전물리학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 된다.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에너지를 얻거나 잃을 때 다른 층으로 건너뛴다. 시간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과는 달리 불연속적인 이동을 하는데 이를 양자 도약이라고 한다. 또한, 한 입자의 성질이 정해지면 다른 입자의 성질도 동시에 정해지는데 서로 떨어진 거리에 상관 없다. 두 입자가 빛의 속도로 수십만 년 떨어져 있어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는데도 그렇다. 이를 양자 얽힘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양자 중첩이란 원자핵 주위에 퍼져 있는 전자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는, 즉 중첩 상태이기 때문에 전자구름이라고 표현한다. 슈뢰딩거의 상자 속 고양이는 죽은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상자를 열어서 확인하는 순간 생사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던 이유는 시간에 있다. 사실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양자역학적 모순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양자가 이곳에도 있고 저곳에도 있어서 우리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만약 한 곳을 A라고 하고 다른 곳을 B라고 했을 때 양자가 A에 나타났다가 B로 갔는데 시간이란 것이 없다면 우리는 양자를 A와 B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존재한다는 고정관념 아래서 양자가 도약하는 것처럼 보이고,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며, 중첩된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애당초 우주에는 시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우리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졌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양자역학적 모순 양자 중첩 양자 도약

2025.08.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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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웜홀

멘델레예프에 의한 원소주기율표는 나중에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보는 원소주기율표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곳곳에 빈칸이 많았다. 나중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들이 하나 둘 채워졌다. 표준모형이 만들어진 후 피터 힉스는 빅뱅 시에 입자에 질량을 주었던 무엇인가를 추측했는데 반세기 후 그 입자가 발견되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힉스 입자라고 이름 지어졌다.   백 년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견했던 중력파가 최근에 발견되어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일정한 줄 알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큰 천체 곁을 지나는 빛은 휘어지고, 만약 중력이 무한대가 되면 빛은 아예 그 천체를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처음에는 이론상 그런 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블랙홀로 밝혀졌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상상했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증명되었다. 지금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웜홀도 어쩌면 미래 어느 날 찾을지도 모른다. 웜홀이란 두 공간을 잇는 통로를 말하는데 사과에 사는 벌레가 표면의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가려면 사과의 표면을 빙 둘러가야 하지만, 만약 사과 속으로 난 통로를 이용한다면 훨씬 가깝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런 벌레 구멍이란 뜻의 웜홀은 아직은 상상 속의 이야기다.   우주는 너무 광대해서 설사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고 해도 수십만 년 이상을 가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빛보다 빠른 것이 없다는 것이 상대적 우주의 절대적 진리다. 어떤 물체의 움직임이 광속에 가깝게 되면 질량이 무한대가 된다는 것이 상대성이론이므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광속을 능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속도 말고 중력으로 휘어진 공간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바로 웜홀이다.     중력은 공간을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종이 한 장을 우리의 우주라고 하자. 펼친 종이 위의 한쪽에 점을 찍고 A라는 이름을 붙인 다음, 15cm 정도 떨어진 다른 쪽에 또 점을 찍고 B라고 했을 때, 점 A에서 점 B까지의 가장 빠른 길은 당연히 두 점을 이은 15cm 직선이다. 그런데 우주는 너무 넓어서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빛의 속도로도 수십만 년 이상이나 걸린다면 고작 100년 정도 사는 우리 인간에게는 여행 불가능한 거리다.   그런데 만약 종이를 반으로 휘게 해서 그 두 점을 바로 위아래에 오게 하고 닿을락 말락 붙인다면 직선거리로 15cm 떨어진 두 점은 1mm도 안 되게 떨어져 있다. 이때 두 점을 잇는 통로를 만들면 먼 거리를 보다 빨리 갈 수 있는데 이런 가상의 통로를 웜홀이라고 한다.     미국의 물리학자 John Wheeler는 블랙홀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인데 웜홀도 그가 만든 이름이다. 블랙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화이트홀이란 것이 있는데 웜홀은 이 두 천체를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라고 하는데 지금 당장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화이트홀은 블랙홀과는 반대로 모든 것을 뱉어내기만 한다는 천체다. 그래서 빅뱅이 바로 화이트홀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먼 미래 어느 날 그런 천체를 이용한 원거리 우주여행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멘델레예프가 빈칸으로 남겨 놓은 미지의 원소가 하나씩 발견되듯, 예견된 힉스 입자가 나중에 발견되듯 그런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원거리 우주여행 힉스 입자

2025.08.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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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밀물과 썰물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는 달이다. 달은 지구의 위성이기는 하지만 그 크기가 마치 지구의 형제 행성처럼 크다. 달이 지구에 이바지한 것은 많지만 그중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존속에도 큰일을 담당하고 있다. 달은 지구에서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수십 억 년 후에는 지구를 영원히 떠날 것으로 추측한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인력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생긴다는 사실은 이제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 되었다. 지구를 붙잡고 있는 태양도 지구에 인력을 행사하지만, 워낙 멀리 있다 보니 달의 절반도 채 안 된다. 비록 달은 태양에 비해 엄청나게 작아도 지구와 아주 가깝게 있어서 달의 인력이 유체인 바닷물을 움직인다. 그것이 바로 밀물과 썰물이다. 그런 바닷물의 움직임이 지구 자전에 영향을 주어 아주 미미하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그 결과 달은 지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지구가 달을 잃는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시라. 인류의 문명이 아무리 오래간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유지될 수는 없을 정도의 먼 훗날의 얘기니까.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데 지구와 달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부분은 당연히 두 천체의 인력이 가장 세게 작용할 것이다. 만약 달에도 물이 있다면 지구의 인력이 그 물을 끌어당기겠지만 달에는 바다가 없다. 대신 지구 바닷물은 달의 인력이 잡아당겨서 움직이는데, 해안가를 기준으로 달의 인력에 의해서 바닷물이 끌려나가 해수면이 낮아지는 경우를 썰물이라고 하고, 반대로 끌려나갔던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밀물이라고 한다.   그런 달의 움직임 때문에 밀물과 썰물 현상이 생기는데 지구상 위치에 따라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도 하고 작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 조석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밀물, 썰물 때 해수면 차이가 상당히 큰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산만은 그 차이가 8m가 넘는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이로 인해서 바닷물의 이동이 심한 곳이 있는데 이순신 장군께서 해전에서 대승하셨던 이유도 조류의 움직임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와서 해수면이 가장 높아진 상태를 만조(滿潮)라고 하고, 반대로 썰물 때 해수면이 가장 낮아지면 간조(干潮)라고 하며 그 두 해수면의 차이를 조차(潮差)라고 한다. 태양-달-지구가 일직선 위에 위치할 때, 그러니까 삭(朔)이나 망(望)일 때는 그 인력이 가장 커서 조차도 가장 커지는데 이때를 특히 사리라고 하며, 반대로 태양과 달의 인력이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다시 말해서 인력이 가장 약해져서 조수 간만의 차이가 가장 작을 때를 조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조수간만의 차이를 일으키는 힘을 기조력(起潮力)이라고 한다.   달 쪽을 향하고 있는 지구는 달의 인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밀물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지구의 정 반대쪽은 지구가 공전하는 원심력 때문에 역시 지구 중심의 바깥쪽으로 바닷물이 쏠리게 되어 밀물 현상이 생긴다. 그러므로 밀물이 생기는 이유는 달의 인력이기도 하고 지구의 공전 원심력 때문이기도 하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 생기는데 한 번은 달의 인력에 의해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지구 공전의 원심력 때문이다. 조수간만의 차이는 해안선의 모양이나 수중 지형, 그리고 지구의 기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지중해처럼 사방이 막힌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작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밀물 썰물 밀물 현상 썰물 현상

2025.08.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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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입자가속기

원자의 하위 개념인 입자란 존재하는 사물을 더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를 말하는데 그런 입자를 빛에 버금갈 정도로 속도를 올린 후 다른 입자에 충돌시켜서 물리학 분야나 생물학, 그리고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장치를 입자가속기라고 한다. 옛날에 사용하던 TV 브라운관도 입자가속기의 한 종류다.   거시세계를 취급하는 학문이 천체물리학이라면, 원자나 입자의 성질이나 움직임을 연구하는 미시세계를 다루는 학문을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크고 광대한 우주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 세상의 시작을 밝히려고 했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를 연구함으로 빅뱅의 비밀과 우주의 진화를 알 수 있게 됐다. 역시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은 서로 통하는가 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입자가속기라든가 특수상대성이론 등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은 상대성이론을 무시하면 정상 작동이 되지 않고, 암은 현재 사망자의 25%를 차지하는데 암 환자 치료 역시 입자가속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므로 상식적인 수준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입자가속기란 원자핵(+)이나 전자(-) 등 전기를 띤 작은 입자를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이용하여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오래 전 배운 원자의 구조는 중앙에 핵자가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모양이었다. 마치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움직임과 닮았다고 추측했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란 것을 찾아냈는데 바깥을 도는 전자와 함께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다.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자 우리가 가장 기본 단위라고 생각했던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작은 입자인 쿼크라는 것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야흐로 입자물리학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은 표준모형이라는 것으로 그런 미시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전자는 자신이 속한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중심의 원자핵 주위에 중첩된 상태로 마치 안개처럼 존재한다고 한다. 거기까지 길 안내를 했던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도 전자가 중첩되어 구름 같이 퍼져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대에 있는 CERN(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에는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있다. 지난 2012년 이곳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1964년 영국의 Peter Higgs는 137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났을 때 모든 물질에 질량을 주고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는 입자를 예견했다. 그 후 한국이 낳은 위대한 물리학자였던 이휘소 박사는 이 입자에 예견자의 이름을 붙여 '힉스 입자'라고 이름지었다. 약 반세기가 지나 상상 속의 힉스 입자가 입자가속기를 통해서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로써 16개의 기본 입자와 힉스 입자로 된 표준모형이 완성되었다.     빅뱅 당시의 에너지를 만들어서 실험하기에 우리의 과학 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다. 원자핵 속에서 작용하는 약력과 강력은 미시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입자를 그런 가까운 거리에서 제어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입자를 가속하면 운동에너지가 커지므로 가속기를 사용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입자의 내부가 궁금했던 우리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입자가 부딪혔을 때 튕겨 나가는 궤적을 연구하고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측정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입자가속기다.  (작가)       박종진입자가속기 박종진 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 과학 이야기 입자물리학 시대

2025.07.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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