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레예프에 의한 원소주기율표는 나중에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보는 원소주기율표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곳곳에 빈칸이 많았다. 나중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들이 하나 둘 채워졌다. 표준모형이 만들어진 후 피터 힉스는 빅뱅 시에 입자에 질량을 주었던 무엇인가를 추측했는데 반세기 후 그 입자가 발견되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힉스 입자라고 이름 지어졌다.
백 년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견했던 중력파가 최근에 발견되어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일정한 줄 알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큰 천체 곁을 지나는 빛은 휘어지고, 만약 중력이 무한대가 되면 빛은 아예 그 천체를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처음에는 이론상 그런 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블랙홀로 밝혀졌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상상했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증명되었다. 지금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웜홀도 어쩌면 미래 어느 날 찾을지도 모른다. 웜홀이란 두 공간을 잇는 통로를 말하는데 사과에 사는 벌레가 표면의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가려면 사과의 표면을 빙 둘러가야 하지만, 만약 사과 속으로 난 통로를 이용한다면 훨씬 가깝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런 벌레 구멍이란 뜻의 웜홀은 아직은 상상 속의 이야기다.
우주는 너무 광대해서 설사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고 해도 수십만 년 이상을 가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빛보다 빠른 것이 없다는 것이 상대적 우주의 절대적 진리다. 어떤 물체의 움직임이 광속에 가깝게 되면 질량이 무한대가 된다는 것이 상대성이론이므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광속을 능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속도 말고 중력으로 휘어진 공간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바로 웜홀이다.
중력은 공간을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종이 한 장을 우리의 우주라고 하자. 펼친 종이 위의 한쪽에 점을 찍고 A라는 이름을 붙인 다음, 15cm 정도 떨어진 다른 쪽에 또 점을 찍고 B라고 했을 때, 점 A에서 점 B까지의 가장 빠른 길은 당연히 두 점을 이은 15cm 직선이다. 그런데 우주는 너무 넓어서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빛의 속도로도 수십만 년 이상이나 걸린다면 고작 100년 정도 사는 우리 인간에게는 여행 불가능한 거리다.
그런데 만약 종이를 반으로 휘게 해서 그 두 점을 바로 위아래에 오게 하고 닿을락 말락 붙인다면 직선거리로 15cm 떨어진 두 점은 1mm도 안 되게 떨어져 있다. 이때 두 점을 잇는 통로를 만들면 먼 거리를 보다 빨리 갈 수 있는데 이런 가상의 통로를 웜홀이라고 한다.
미국의 물리학자 John Wheeler는 블랙홀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인데 웜홀도 그가 만든 이름이다. 블랙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화이트홀이란 것이 있는데 웜홀은 이 두 천체를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라고 하는데 지금 당장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화이트홀은 블랙홀과는 반대로 모든 것을 뱉어내기만 한다는 천체다. 그래서 빅뱅이 바로 화이트홀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먼 미래 어느 날 그런 천체를 이용한 원거리 우주여행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멘델레예프가 빈칸으로 남겨 놓은 미지의 원소가 하나씩 발견되듯, 예견된 힉스 입자가 나중에 발견되듯 그런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