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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쌍둥이 우주선

우주 탐사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특히 고장 났을 때 고치러 갈 수도 없다. 지구를 떠난 우주선에 이상이 생기면 큰일이므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발사 전에 충분히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저궤도를 도는 망원경이어서 그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주왕복선을 보내서 고칠 수 있었기에 1990년에 발사된 이후 지금까지 35년 동안 고쳐가며 사용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5년 더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그 후에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라그랑주 점에 자리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너무 멀어서 고장 나도 수리하려고 갈 수가 없다.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한 번의 우주 탐사 계획에 두 대의 탐사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첫 번째 것은 포기하고 쌍둥이로 만든 것이라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태양계의 안쪽 행성 탐험을 계획하여 금성 탐사 계획을 세웠다.     1962년 마리너 1호가 발사되었는데 지구를 떠난 지 5분도 되지 않아 발사체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계획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런 일을 대비해서 쌍둥이 우주선을 하나 더 만들어 놓은 NASA는 바로 다음 달에 마리너 2호를 발사했고 이번에는 예정된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     2년 후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서 화성으로 향했다. 마리너 3호는 예정대로 발사되었으나 태양 전지판이 펼쳐지지 않는 바람에 실패했고 마찬가지로 쌍둥이로 만들어 놓은 마리너 4호가 3주 후에 발사되어 화성을 비행한 첫 번째 우주선이 되었다.     1969년에 화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마리너 6호와 7호는 두 우주선이 모두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이 성공에 힘입어 1971년에 마리너 8호와 9호를 발사했는데 아쉽게도 마리너 8호는 이륙 직후 이상이 생겨 추락하는 바람에 쌍둥이 우주선인 마리너 9호 혼자 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수고 덕분에 화성에 착륙할 수 있게 된 인류는 화성 표면 탐사를 시작했고 2003년에 한 달 사이를 두고 발사된 쌍둥이 탐사차 스피리트 로버와 오퍼튜니티 로버는 예상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하고 지금은 화성 표면에 잠들어 있다.   또한, 태양계 바깥 행성을 탐험하려던 미국 항공 우주국은 마침 176년마다 태양계의 외행성들이 일렬로 늘어서던 1977년, 보이저 1호와 쌍둥이 2호를 발사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때의 대비책이었지만 두 우주선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자 보이저 2호를 천왕성과 해왕성 쪽으로 향하게 하고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밖 성간으로 보냈다.     〈코스모스〉란 TV 프로그램으로 천문학의 대중화를 이룬 칼 세이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콘택트〉에서 천문학자로 분한 조디 포스터는 베가성에서 수신한 신호를 분석하여 그것이 웜홀을 이용하여 항성 간을 여행할 수 있는 설계도라는 사실을 안다. 기구는 시험 운전 중 광신도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파되었는데 한 때 조디 포스터의 연구를 지원한 적이 있는 대부호 과학자가 아무도 몰래 똑같은 쌍둥이 기구를 만들어 놓았고 조디 포스터는 그 기구를 타고 베가성에 가서 죽은 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난 외계인과 만나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쌍둥이 우주선이 왜 필요한지 그 역할을 보여준 영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쌍둥이 우주선 쌍둥이 탐사차 쌍둥이 기구

2026.03.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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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은하 이야기

192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속한 은하가 우주 전부인 줄 알았다. 물론 아직도 우주와 은하를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시 안드로메다 성운 속의 별을 관찰하던 에드윈 허블은 그 별이 우리 은하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지 않고 우리 은하 바깥, 그러니까 외부 은하라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주의 크기를 엄청나게 넓혔다.     우리 우주에는 약 2조 개가 넘는 은하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맨눈에 보이는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와 대마젤란은하, 소마젤란은하 등이다. 대략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은하를 이루지만,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거의 모든 은하는 우리 맨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망원경으로도 초점이 맞지 않은 별처럼 보인다.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나 되는 별이 모여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라니 놀랄 뿐이다.     1990년 NASA는 지구의 저궤도를 공전하는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렸는데 에드윈 허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이란 이름을 붙였다. 5년 후 망원경 운영팀은 대체로 별빛이 적은 곳을 골라서 오랜 시간 노출을 주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우주의 빈 곳을 찍어 보았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일반 광학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은하 집단이 발견되었다. 다음에는 남반구에서 같은 촬영을 했고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그 의미는 우리 우주가 어디를 봐도 균일하다는 것이다. 이 관측을 통해 우리 우주에는 약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했다.   은하는 단 몇 개만 제외하고 우리의 맨눈에 보이지 않지만, 관측 장비가 발달함에 따라 수많은 은하가 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모양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타원은하, 나선은하, 그리고 불규칙은하가 그것으로 타원은하는 그 모양이 찌그러진 원처럼 생긴 은하다. 나선은하란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나선 형태의 여러 꼬리를 가진 은하인데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가 바로 나선은하다. 은하끼리 서로 영향을 주어 그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은하나 아무렇게나 생긴 모양의 은하를 통틀어서 불규칙은하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앞으로 40억 년 후 은하수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합쳐져서 새로운 은하로 탄생할 것으로 알고 그 은하에 밀코메다라는 이름까지 지어놓았는데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두 은하는 합쳐지지 않고 계속 독립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한다. 실험하거나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므로 어떤 이론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관측이 정교해지면서 지난 이론에 모순이 생기거나 반대되는 이론이 자주 등장한다.   우주의 기본 단위는 별이라고 불리는 항성이지만, 그런 별들이 수만 수억 개가 모여서 독립된 은하를 이룬다. 에드윈 허블은 우리 눈에 마치 별처럼 보이는 희끄무레한 물체가 우리 은하수에 속한 성운이 아니라 외부 은하라고 밝혔다. 그런 은하가 수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가 된다. 나아가서 허블은 은하가 가만히 있지 않고 서로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 거꾸로 추적했더니 오래 전 한 점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빅뱅의 순간이었다. 여기에 은하의 후퇴 속도를 대입하니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 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작가)       박종진이야기 박종진 우리 은하수 은하 이야기 타원은하 나선은하

2026.03.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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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분광학

우주에서 빛을 내는 것은 별이다. 과학적으로 말해서 별이 수소 핵융합을 하는 과정에서 빛이 나온다. 우리의 태양도 별이어서 지금 한창 핵융합을 하면서 엄청난 빛과 열을 내는 중이다. 인류는 빛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빛에 관한 생각을 꾸준히 했지만 20세기 초반까지 그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뉴턴 대에 이르러 빛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뉴턴의 권위에 그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다. 뉴턴의 이론에 시비 거는 것 자체가 과학자이기를 포기하는 행위였던 시절이었다. 연금술에 푹 빠져있던 뉴턴은 평생 금(gold)을 만들어 보려고 애썼는데 간간이 짬을 내서 만유인력이라든가 운동 법칙, 혹은 빛에 관해서 연구하기도 했다.     뉴턴은 프리즘이라는 삼각 막대를 이용해서 백색광을 나누는데 성공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그 굴절률에 따라 모두 일곱 가지 색으로 나뉘었다. 아무런 색이 없다고 생각했던 투명한 빛은 그 속에 일곱 색을 비밀리 품고 있었다. 뉴턴은 무지개와 같은 색의 모임을 스펙트럼이라고 이름 지었다. 스펙트럼은 라틴어로 '눈에 보이는 사물'을 뜻한다고 한다. 뉴턴에 이르러 인류는 드디어 빛의 비밀을 벗기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개개인 고유의 지문이란 것이 있어서 어떤 범죄 사건이 나면 현장에 남겨진 지문으로 범인을 검거하기도 한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원소도 가열했을 때 그 원소 고유의 선 스펙트럼이 나타나는데 이를 거꾸로 이용해서 관찰된 선 스펙트럼으로 해당 원소를 유추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에서는 멀리서 반짝이는 별에서 오는 빛을 분석하여 그 별까지의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온도, 밀도, 질량을 알 수 있고 그 별이 어떤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별이나 그 별이 속한 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여 그런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약 분광학이란 것이 없었다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의 정보를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천체물리학은 비약적인 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빛이 있으므로 사물을 볼 수 있다. 광원에서 출발한 빛이 산란하여 물체에 부딪혀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물을 보게 되는 것이다. 빛의 성질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아인슈타인 이후 빛에는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2중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빛에 관한 연구는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을 발전시켰으며 빛을 이용한 분광학의 발달은 천체물리학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빛의 원천은 원자다. 원자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으면 잠깐 그 상태가 변하다가 잠시 후 다시 에너지를 잃으며 일정한 색의 빛을 낸다. 분광학이란 이렇게 빛과 물질이 서로 반응하는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내는데 착안해서 그 원소가 내는 빛의 스펙트럼이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일정하다는 것을 알고 빛을 분석하여 그 빛을 낸 원소를 역추적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나트륨은 노란색을 내기 때문에 어떤 관찰의 결과에 노란색이 보이면 나트륨이 함유되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헬륨은 우주에서 수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지만 지구상에는 아주 귀하다. 분광학이 발달하여 천체에서 오는 빛을 연구하던 중 태양 빛을 분석하다가 미지의 원소를 발견하였는데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헬리오스 이름을 따서 헬륨이라고 명명하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원소 고유 태양신 헬리오스

2026.02.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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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은 갈릴레이가 남긴 명언이라고 전해진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과학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인데 요하네스 케플러와는 같은 시대 사람으로 그 당시까지 점성술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던 천문학에 관측과 수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근대 천체물리학을 시작시킨 사람이다. 그때까지의 조악한 망원경을 개량하여 배율을 높여 사회 지도층 인사나 고위 성직자에게 팔았는데 그들은 망원경으로 남의 집 침실을 엿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나마 군대에서는 먼바다를 감시하는 일로 망원경을 활용했다. 정작 갈릴레이는 자신이 개량한 신형 망원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갈릴레이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고 가톨릭 교단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한때 추기경이던 그의 친구가 교황이 되었다. 그러잖아도 그의 책이 가톨릭 교리에 반한다고 말이 많던 참에 친구가 교황이 되어서 별 일 없을 줄 알았지만, 무리하게 다음 책을 출판하려다 결국 친구였던 교황에게까지 미움을 샀다.     재판에 부쳐진 갈릴레이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가택 연금형을 받았다. 당시는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바람에 교황청이든 개신교단이든 할 것 없이 갈릴레이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갈릴레이가 재판을 마치고 재판정을 걸어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중얼거렸다는데 사실은 피고인 출석 없이 판결만 내리는 재판이어서 그가 무어라 뇌까리며 재판정을 걸어 나왔다는 말은 나중에 누군가 지어낸 얘기일 것이다.   갈릴레이는 자신이 개량하여 성능이 향상된 망원경으로 목성을 공전하는 위성을 발견했다. 자고로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사실을 믿었던 당시 사람들은 목성을 공전하는 천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놀랐다. 바야흐로 지구 중심설이 깨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갈릴레이는 목성의 위성을 네 개 발견했는데 이들을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달은 표면이 반들반들하다고 생각했는데 갈릴레이는 개량된 망원경으로 달 표면도 지구처럼 울퉁불퉁하며 산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뒤이어 갈릴레이는 토성의 고리를 발견했다. 그는 토성의 양옆에 토끼 귀 같은 것을 보았다. 비록 그것이 토성의 고리였지만, 갈릴레이의 망원경으로는 고리 전체가 보이지 않고 그저 툭 튀어나온 귀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고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실 해왕성도 갈릴레이에 의해서 처음으로 관찰되었지만, 갈릴레이는 해왕성이 배경별인 줄 알고 지나쳤다고 한다.   갈릴레이와 케플러는 서신으로 왕래했다. 일곱 살 많은 갈릴레이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구교도였고 케플러는 개신교를 믿는 독일인이었다. 마음씨 좋은 케플러는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던 갈릴레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지만, 갈릴레이는 항상 무례했다고 전해진다. 망원경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안했는데 갈리레이식은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사용했고 케플러식은 볼록렌즈만 사용했던 점이 다르다.   지동설에 확고한 신념이 있던 갈릴레이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선구자였다. 우리는 지금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 나아가서는 우리가 속한 은하가 도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데 얼마 전 신문 칼럼에서 은하 전체를 포함하는 우주도 돈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주가 한 바퀴 도는데 약 5천억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갈릴레오 갈릴레이 정작 갈릴레이 과학 이야기

2026.02.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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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번째 이야기

제가 오백 번째 글을 쓰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제 오백 점 작품과 함께.     2008년 6월 11일, 첫 글 ‘위층에 사는 마리아’를 썼습니다.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 살 때, 같은 건물 4층에 살던 29세에 오스트리아에서 온 할머니 이야기였습니다. 그 당시 할머니의 나이를 정확히 물어본 적은 없지만 92세 정도라고 기억합니다. 그녀의 남편 토니는 아침마다 경로 센터에 갈 정도로 4층을 올라다녔습니다. 마리아는 병원에 갈 때 이외는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토니가 더 건강한 줄 알았는데 먼저 저세상으로 가고 마리아 혼자 살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그녀는 일하고 돈 모으느라 아이도 낳지 않았습니다. 나는 쉽게 상하는 우유를 가지고 일주일에 한 번 그녀를 방문해서 1시간 정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토니, 수임이 왔어.” 부르는 마리아는 남편 토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잊은 듯 행동했습니다.   글을 처음 시작할 당시, 마리아 이야기를 시작으로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에 관한 글을 돌아가며 다 쓰고 더 이상 쓸 것이 없으면 어쩌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18년 동안 중앙일보에 계속 지금까지 쓰고 있다니! 내가 중앙일보에 글과 그림을 보내면서 “감사합니다.” 하면 중앙일보에서도 “잘 받았습니다.”로 이메일 옵니다. 나는 제때 글과 그림을 보내고 중앙일보는 제때 신문에 실어 줍니다.     한번 시작하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나는 글과 함께 그림도 보내야 하므로 작업도 거의 매일 붓을 놓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다. 글은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중앙일보가 저에게 준 지면 덕분에 글을 계속 쓸 수 있었고 또 다른 글 쓰게 하는 동기는 제 남편입니다. 제가 남편에 대한 불평불만을 써도 개의치 않고 쓰고 싶은 것 마음대로 써서 스트레스 풀라고 응원합니다. 처음엔 쓰고 싶은 것을 다 쓰다가 집안 망신시키는 것이 아닐까? 망설였지만, 뭐 그리 대단한 집안이라고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마구 썼습니다. 내 글을 읽고 남이 뭐라든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함이 내 안에 웅크리고 빛 볼 날을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가늘고 길게 오래가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어렵고 유식한 글 소재가 아닌 눈 뜨면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상을 일기 쓰듯 쓰기 때문에 수도꼭지 물 새듯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그동안 제 글을 읽어 주신 독자님들 그리고 귀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중앙일보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이야기 동안 중앙일보 남편 토니 당시 마리아

2026.02.1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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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보헤미안의 심장 프라하…영화 속 유럽 이야기

"Einmal ist keinmal."   "단 한 번의 삶은 없는 것과 같다."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8)'은 사랑 이야기이자, 한 도시의 초상이고, 동시에 우리 각자의 삶에 대한 질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가볍게 사랑하고, 또 얼마나 무겁게 선택하며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붉은 지붕이 이어진 구시가지, 블타바 강 위에 놓인 돌다리, 안개 속에 잠긴 프라하 성의 실루엣. 스크린 속 풍경은 오래 전부터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프라하의 거리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영화가 남긴 질문을 따라가는 시간이었다.   ■카를교-사랑과 망설임이 교차하던 돌다리   14세기에 건설된 카를교는 프라하 구시가지와 말라 스트라나를 잇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영화 속에서도 토마시와 테레사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듯 이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등장한다. 새벽녘 관광객이 빠져나간 카를교 위에 서 있으면, 돌바닥 사이로 스며든 시간의 결이 발끝에 전해진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남는 건 선택이었어."   영화의 정서를 닮은 이 문장이 머릿속을 스친다. 프라하의 공기는 묘하게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이 다리 위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프라하 성-역사와 개인의 운명이 만나는 언덕   블타바 강 건너 언덕 위에 자리한 프라하 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성 단지다. 성 비투스 대성당의 첨탑, 황금소로라 불리는 골목, 왕궁의 안뜰은 모두 수백 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곳은 체코 사회의 변화와 개인의 선택이 교차하는 상징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소련군이 진입하던 장면, 혼란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가던 시민들의 모습은 이 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성 안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나는 생각했다.   "The heavier the burden, the closer our lives come to the earth, the more real and truthful they become."   "짐이 무거울수록 삶은 땅에 가까워지고, 더 진실해진다."   ■말라 스트라나-영화의 감정이 가장 짙게 남은 동네   프라하 성 아래 펼쳐진 말라 스트라나는 영화의 감성이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좁은 골목, 바로크 양식 건물, 작은 카페와 서점들이 이어진다. 테레사가 사진을 들고 걷던 거리, 토마시가 고민 끝에 선택을 내리던 골목이 바로 이곳이다.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사람들을 바라본다. 여행자, 현지인, 연인들. 모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이 도시를 걷는다.   "우리는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구시가지 광장-자유를 꿈꾸던 시민들의 무대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은 중세부터 시민 집회와 축제가 열리던 공간이다. 천문시계가 달린 구시청사, 틴 성모교회의 쌍둥이 첨탑, 그리고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영화에서는 시위와 혼란, 젊은이들의 희망이 이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1968년 체코인들은 이 곳에서 자유를 외쳤고, 영화는 그 순간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나는 광장 한편에 서서 당시의 흑백 뉴스 화면을 떠올렸다.   ■존 레논 벽-벽 위에 남은 자유의 노래   영화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프라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존 레논 벽이다. 공산 체제 이후 젊은이들이 자유와 평화를 외치며 그림과 글을 남기기 시작한 공간. 지금도 매일 새로운 메시지가 덧입혀진다.   나는 벽 앞에서 영화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로 향하던 두 사람의 모습. 도시를 떠나면서도 결국 사랑을 선택했던 장면은 이 벽이 말하는 자유와 닮아 있었다.   ■프라하의 골목-여행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거창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선택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Love is a constant interrogation."   "사랑은 끝없는 질문이다."   붉은 지붕 사이로 내려앉는 석양, 거리 악사의 바이올린 소리, 오래된 서점의 먼지 냄새. 이 모든 것이 영화의 배경이자 여행자의 기억으로 쌓인다.   ■프라하 여행이 남긴 잔상   이 여행은 단순히 영화 촬영지를 따라 걷는 시간이 아니었다. 프라하는 내게 사랑과 선택, 자유와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도시였다. 토마시와 테레사가 그랬듯, 우리 모두는 각자의 프라하를 품고 살아간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내게 오래 남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고 사는 질문을 정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는가,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프라하의 풍경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깊다. 오래된 돌벽과 붉은 지붕, 느릿한 트램 소리와 강물의 흐름은 여행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서두르지 말라고,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바라보라고.   나는 블타바 강변 벤치에 앉아 한참을 아무 말 없이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행이란 새로운 곳을 보는 일이 아니라, 익숙했던 나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토마시와 테레사가 결국 선택한 것은 완벽한 자유도, 가벼운 쾌락도 아니었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삶이었다. 프라하 역시 그런 도시였다. 찬란함과 상처, 예술과 정치, 사랑과 상실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곳.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짐했다. 앞으로의 여행에서는 더 많은 사진보다 더 깊은 기억을 남기자고. 더 많은 장소보다 더 많은 감정을 품고 돌아오자고.   프라하는 그렇게, 내 인생 여행 목록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 되었다. 가볍게 흘러가지만 오래 남는 문장.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읽고 싶은 문장.   사랑과 자유, 그리고 선택. 그 모든 질문의 출발점이 되었던 도시, 프라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 이 도시의 돌길 위를 걸으며, 자신만의 '존재의 무게'를 마주하게 되길 바란다.   ■푸른투어와 함께 떠나는 동유럽 영화 여행   프라하를 중심으로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 핵심 도시를 잇는 푸른투어 동유럽 여행은 영화 속 장면 같은 중세 도시와 역사 유적, 그리고 감성적인 골목 산책까지 균형 있게 담아낸 일정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무대 프라하를 직접 걷고 싶다면, 푸른투어의 동유럽 상품을 통해 영화 같은 여정을 시작해 보길 권한다.   사랑과 자유, 그리고 삶의 선택을 따라 걷는 여행. 그 첫 페이지는 프라하에서 열린다.   ▶문의: (213) 739-2222   www.prttour.com   ━       박태준   푸른투어 서부본부의 박태준 이사는 25년째 여행 현장을 누비며 가이드, 해외 인솔자, 상품 기획자, 여행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여행 전문가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여행은 물론 미국 전역과 해외를 아우르는 고품격 여행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보헤미안 이야기 프라하 여행 프라하 구시가지 동네 프라하

2026.0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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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변광성

하늘에 태양보다 더 밝은 것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밝은 별이 수두룩한데 태양이 지구와 가까워서 가장 밝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밝기는 거리와도 큰 상관이 있다. 떨어진 거리와 관계없이 그저 우리 눈에 보이는 밝기를 별의 '겉보기 밝기'라고 한다면 그 별의 진짜 밝기는 '절대 밝기'라고 구분한다.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부설 천문대에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천문대장이 최초로 취임하였다. 당시는 천체물리학이 막 태동하던 때여서 그전까지 천문대의 우두머리는 물리학자들의 몫이었다. 그때는 망원경을 통한 천체 관측이 주를 이루던 시대여서 남자 천문학자들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천문대에 직장을 얻어 떠나는 바람에 일할 사람이 부족했다.     새로 부임한 천문대장은 관측한 자료를 계산하고 연구할 직원이 필요해서 천문대 직원을 구했지만, 남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자 자기 집 가정부 일을 하는 여자가 평소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던 까닭에 그녀에게 일을 시켜 보았다. 그녀가 기대 이상으로 일을 잘하자 모자란 천문대 직원의 빈 자리에 여자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힘들 때였다. 마침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공부했지만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하던 헨리에타 리빗이란 여성이 보수가 없어도 좋으니 일을 하고 싶다고 지원했다. 그녀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을 잘하자 천문대장은 리빗에게 아예 변광성 연구를 맡겼다. 헨리에타 리빗은 혼자서 수천 개가 넘는 변광성을 발견하자 하버드 천문대는 변광성으로 유명해졌다.   변광성이란 빛의 밝기가 변하는 별을 말한다. 우리 태양은 일정한 광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어떤 별은 그 밝기가 변했다. 변광성의 종류는 많지만 그중 꼭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맥동 변광성의 일종인데 맥동이란 뜻은 마치 우리 맥이 뛰듯 광도가 세어졌다 약해지기를 되풀이한다는 의미에서 붙었다. 그중 세페이드 변광성은 맥동 주기가 약 두 달 안에 반복하는 천체로 세페이드 변광성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에서 그 별까지, 혹은 그 별이 속한 성단이나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어서다.     헨리에타 리빗은 변광성을 발견하면서 아울러 그 별의 절대 밝기와 변광주기를 이용해서 '리빗 공식'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대체로 1억 광년 정도 떨어진 별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별빛이 변하는 주기가 별의 질량을 부피로 나눈 것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신임 천문대장은 논문을 발표할 때 그런 모든 일이 연구원인 헨리에타 리빗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문구를 넣어서 공로를 그녀에게 돌리는 배려를 했다.   얼마 후 윌슨산 천문대에서 변광성을 관찰하던 에드윈 허블은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하여 다른 행성까지의 거리를 재던 중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 안에 있지 않고 외부 은하라는 놀라운 발견을 하여 하룻밤 사이에 우주의 크기를 엄청나게 늘렸다. 은하수에서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를 발견한 것이다. 허블의 업적 뒤에는 변광성의 여왕 헨리에타 리빗의 공로가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원래 천문학은 점성술이란 말과 구별 없이 쓰였다. 오랫동안 물리학의 한 부분에 속했던 천문학은 분광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측해서 얻은 결과의 물리학적인 연구가 대세가 되자 비로소 현대 천체물리학이 시작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세페이드 변광성 맥동 변광성 변광성 연구

2026.02.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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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견우와 직녀

지금은 도시 공해와 불빛 때문에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옛날에는 고개만 들면 별이 우르르 쏟아질 듯, 밤하늘은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우리가 사는 북반구 여름 하늘에는 은하수가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은하수 주위에서 밝게 빛나는 세 별을 꼭짓점 삼아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 이를 여름 대삼각형이라고 부른다. 독수리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알타이르星, 거문고자리의 베가星,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星이 그 세 별인데 밤하늘에서 유독 밝게 빛나서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중 베가성은 밤하늘에서 다섯 번째로 밝은 별이다. 우리는 그 별을 직녀성이라고 부르는데 칼 세이건의 영화 콘택트에 등장하는 별이기도 하다. 지금은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북극성이지만 아주 오랜 옛날에는 직녀성이었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직녀성이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이다.   우리 별 태양이 속한 은하가 은하수지만,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보이는데 우리도 그 안에 들어있다니 신기하다. 은하수 은하는 그 지름이 10만 광년쯤 되고 태양과 같은 별을 무려 4천억 개나 포함한 비교적 덩치가 큰 은하다. 우리의 태양은 은하수의 한 귀퉁이에 속해 있으므로 밤하늘에 보이는 은하수는 그 변두리에 사는 우리가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보는 것이다. 사실 밤하늘에서 보이는 반짝이는 것은 달과 지구의 형제 행성 몇 개와 외부 은하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은하수에 속한 별이다. 은하 중심부에는 별이 밀집해 있어서 우리 눈에는 마치 강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옛날 사람들은 은하수 양쪽에 떨어져 빛나는 두 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붙였다. 바로 견우와 직녀 얘기다.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이 우주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에게 직녀라는 이름의 길쌈을 잘하던 손녀딸이 있었는데 혼기가 차자 하나님은 소를 치는 견우라는 청년과 혼인을 시켰다. 그런데 결혼 생활에 푹 빠진 남녀는 하던 일은 제쳐 두고 사랑놀이에 온통 정신을 쏟자 이를 본 하느님이 노하셔서 그 두 사람을 강 양편에 떼어 놓으셨다. 강을 사이에 두고 정든 남녀가 서로를 그리워하자 마음이 약해진 하느님은 일 년에 한 번 서로 만나는 것을 허락하셨지만,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아서 지상에 사는 모든 까마귀와 까치가 자신들의 몸으로 다리를 놔주었다고 한다. 그 다리 이름이 까마귀 오(烏)자와 까치 작(鵲)자를 써서 오작교다. 참고로 이몽룡과 성춘향이 살던 남원의 광한루에도 오작교란 이름의 다리가 있다. 물론 별에 관계된 전설이기는 하지만, 옛날에는 농사를 짓고 옷감을 짜는 일이 중요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는 이야기다.   별자리는 북반구와 남반구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여름밤 북반구에서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중심으로 밝게 빛나는 별을 따라 큰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 그중 두 꼭짓점이 바로 은하수를 사이에 둔 견우성과 직녀성이다. 마치 강이 흐르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해서 은하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은하수는 수없이 많은 별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우리 눈에 띌 만큼 밝게 빛나는 별이 있어서 우리 조상들은 그런 별로 여러 이야기를 지었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얘기도 농사와 길쌈이 중요했기 때문에 생겼는데 글자에서 풍기듯 견우는 소를 끄는 사람이고 직녀는 베를 짜는 사람을 말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은하수 주위 은하수 양쪽

2026.01.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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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품은 이야기, 변진섭 콘서트 '희망사항'

  꾸미지 않은 목소리로 편안한 고음을 들려주는 가수 '변진섭'이 오는 2월 20일 금요일 오후 8시, 야마바 리조트에서 콘서트를 연다. 한국 발라드의 흐름을 만들어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숙녀에게’,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새들처럼’, ‘그대에게’, ‘너무 늦었잖아요’를 비롯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대표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여기에 ‘로라’, ‘홀로 된다는 것’,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너에게로 또다시’, ‘희망사항’까지 더해져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 무대가 기대를 모은다.   1987년 ‘우리의 사랑 이야기’로 MBC 신인가요제 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변진섭은, 이듬해 발표한 데뷔 앨범 「홀로 된다는 것」으로 가요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로트가 주류이던 시절, 감성적인 발라드로 무대에 오른 그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타이틀곡은 KBS 〈가요 톱 텐〉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앨범 수록곡들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1989년 2집에서는 ‘너에게로 또다시’와 ‘희망사항’이 동시에 1위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희망사항’은 1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앨범은 한국 가요사 최초의 공식 밀리언셀러로 남았다. 이후에도 록, 블루스,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총 1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 데뷔 39년 차인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감성으로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중앙일보 인터넷 쇼핑몰 핫딜을 통해 50달러부터 250달러까지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어, 변진섭의 명곡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  희망사항 이야기 이야기 변진섭 사랑 이야기 가수 변진섭

2026.01.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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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의 이야기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

연방하원과 뉴욕주하원이 1월 13일 ‘미주한인의 날’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잇따라 발의·통과시키며 미주 한인 사회의 역사와 기여를 공식적으로 재조명했다.     먼저 연방하원에서는 지미 고메즈(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의원,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의장인 그레이스 멩(민주·뉴욕) 의원과 함께 전날 이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고메즈 의원을 포함해 총 61명의 연방하원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고메즈 의원은 “미주한인의 날은 미국 역사 속에 깊이 스며든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를 되새기는 날”이라며 “코리아타운의 대표로서, 한인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지역사회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를 이끄는 모습을 매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고메즈 의원은 전국 최대 한인밀집지역인 LA 코리아타운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영 김 의원 역시 “내 가족을 포함해 수많은 한인 가정이 이 나라가 제공한 기회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한인들의 이야기는 인내와 노력, 그리고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다. 한인커뮤니티의 공헌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으며, 그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뉴욕주하원에서도 한인 이민 123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론 김(민주·40선거구) 뉴욕주하원의원은 이날 “2026년 미주한인의 날 지정 결의안이 주하원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결의안은 올해 1월 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지정하고, 뉴욕주와 미국 사회 전반에 기여해 온 한인들의 역할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미주 한인들의 성취는 미국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임을 기억하고 축하해야 한다”고 했으며,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그레이스 이(민주·65선거구) 주하원의원은 “1903년 102명의 선구자들로부터 시작해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14만5000여명 한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커뮤니티는 뉴욕주 역사의 일부이자 미래의 핵심이 됐다”고 전했다.     1월 13일은 1903년 한인 이민자 100여명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하와이에 도착한 날로, 올해는 미주 한인 이민 123주년에 해당한다. 이후 한인들은 언어 장벽과 차별 등 어려움을 극복하며 소상공업과 교육, 의료,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잡아왔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아메리칸 이야기 한인 이민자 미주 한인들 한인 커뮤니티

2026.01.1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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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터널 효과

양자얽힘이란 것이 있다. 한쪽 입자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쪽 입자의 상태도 따라서 변하는 현상으로 직관적인 고전역학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무척 생소한 개념이다. 심지어는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수억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우주의 최고 속도인 빛의 속도를 위반한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양자얽힘은 속도와는 관계가 없는 현상이어서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유령 현상이라고 했다. 아직도 신비하기만 한 양자의 세계에는 또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바로 터널 효과 현상이다.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양자역학은 아직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양자역학적 현상은 이미 여러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양자 터널 효과 역시 직관적,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쉽게 얘기해서 벽을 향해 던진 야구공이 벽을 통과하여 계속 날아갔다는 말이다. 쉬운 예를 드느라 억지를 부렸는데 공은 입자이기 때문에 벽에 부딪히면 당연히 튀어나와야 하겠지만 파동으로 행동한다면 확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가 아니라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미시세계의 운동을 다룬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파동의 성질도 갖는다. 파동의 좋은 예가 전자기파인데 전자기파는 유리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되지만, 일부는 투과하기도 한다.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는 물질파도 그런 식으로 사물을 투과할 수 있기도 한데 이를 터널 현상이라고 한다. 양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이다.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 그중 +전하를 가진 양성자는 자기끼리 서로 밀쳐내므로 강한 핵력이 그런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놓는다. 그래서 양성자는 강력을 이기고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고, 그 때문에 원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성자 수에 따라서 고유의 성질을 갖는다.     이렇듯 양성자 두 개가 묶여 있으면 헬륨 원소이고, 양성자 여덟 개가 묶여 있으면 산소 원소가 된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본 원소의 성질이 판이해진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양성자가 핵력을 이기고 원자핵 밖으로 탈출하기도 한다.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보이는 경우인데 이를 알파 붕괴라고 하며 양자 터널의 한 예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고전물리학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가 말한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서 양자 터널 현상은 존재하며 우리는 이미 실생활에 이용하고 있다. 부도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를 말하는데 양자 터널 현상으로 전자를 통과시켜, 즉 전기를 흐르게 하여 반도체 역할을 하게 한다니 놀랍다. 심지어는 항성의 핵융합 반응도 양자 터널 효과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는 나노 기술과 반도체에서 양자 터널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이 아직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수준은 아니다. 마치 인수분해를 깨우친 중학생이 미적분 문제를 대하는 것과 같다. 수학은 수학인데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헤매는 꼴이다. 우리의 물리학의 현주소는 우주 대부분을 이루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블랙홀의 실체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갈 길은 먼 것 같지만, 큰 문을 열고 들어갈 전야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양자역학적 현상 양자 터널 양성자가 핵력

2026.01.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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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타코 트럭 이야기

타코 트럭은 멕시코 이민자들의 삶과 함께 시작됐다. 사업 자금이 없어 가게를 열 수 없던 멕시칸들이 공사 현장과 시장, 공장 앞을 오가며 배고픈 이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던 것이 출발점이었다. 값싸고 빠르며, 무엇보다 고향의 맛을 지닌 타코는 그렇게 바퀴 달린 부엌 위에서 살아남았다.     LA한인타운에서도 타코 트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연예인급 셰프로까지 불렸던 로이 최의 ‘고기 타코’ 트럭은 이 문화가 주류로 진입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다. 불고기 타코와 김치 캐사디아는 멕시칸 음식에 한식의 감각을 덧입힌 메뉴였고, 그의 트럭을 좇는 수많은 팔로워들은 한때 스타트업 업계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여러 대의 트럭이 영업 중이지만,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다소 보기 힘들어졌다.   기업형 타코 트럭의 성공 사례로는 피쉬 타코로 유명한 ‘마리스코스 할리스코(Mariscos Jalisco)’를 빼놓을 수 없다. 한인타운 인근 올림픽가에 커미서리를 두고 있지만, 실제 활동 무대는 보일하이츠와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 미드시티 라시에네가 일대다.     한인타운에서 타코 트럭은 매일 성장하고 있다. 윌셔와 옥스포드 교차로 인근의 트럭들은 주로 점심 시간에 맞춰 영업을 하는데, 가격 대비 양이 압도적인 부리또로 오피스 직장인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진다. 길 건너 아로마 인근 트럭에서는 14달러 선의 카르네 아사다 플레이트를 여럿이 나눠 먹기 좋게 내놓는다.     해가 기울면 타코 트럭들은 더 바빠진다. 오후 5시 이후 피코와 호바트 교차로에 자리 잡는 수아데로 타코 트럭(Tacos del suadero)은 돼지고기 엘 파스토로 입소문이 났다. 밤이 깊어지면 5가와 버몬트 인근 카워시 주차장에서 시작해 이제는 노상으로 자리를 옮긴 엘 플라민(El Flamin), 그리고 윌셔 라인 호텔 앞의 핫 타코스(Hot Tacos)가 심야 타코 명소로 이름을 알린다.   트럭조차 없이 좌판을 깔고 파는 노점상들인 이른바 ‘길거리 타코’의 존재감도 크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윌셔와 옥스포드 교차로에는 좌판이 들어서고, 주말이면 오후 7시부터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긴 줄이 이어진다.     버몬트가 1가와 2가 사이의 티후아나 스타일 길거리 타코(Tacos Estilo Tijuana)는 카르네 아사다 부리또로 정평이 나 있으며, 토르티야 대신 구운 감자 사이에 고기와 치즈를 넣은 ‘빠빠스’ 메뉴는 일부러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다.   6가와 버몬트 인근 월그린 주차장 맞은편에 서는 할리스코 스타일 길거리 타코(Tacos Estilo Jalisco) 역시 엘 파스토 전문으로 유명하다. 돼지고기 항정살인 엘 수아데로 타코는 이 집의 간판 메뉴다. 같은 지역에서는 주말 아침부터 문을 여는 또 다른 길 타코도 있다. 브렉퍼스트 부리또와 함께 남미식 푸푸사 스타일의 크레파스를 내놓다가, 아침 장사가 끝나면 다른 업소가 같은 자리에서 본격적인 타코 영업을 시작한다. 티후아나식으로 3피트 높이로 쌓은 돼지고기를 강한 불에 그슬려 불향을 입힌 아도바도 엘 파스토가 장관을 이룬다. 숯불에 구운 카르네 아사다와 치즈를 먼저 구워 고기를 얹는 와라체 역시 단골을 끌어 모은다. 마치 국경을 넘어 티후아나의 밤거리로 들어선 듯한 착각을 준다.   한인타운의 타코 트럭과 길 타코는 서로 다른 이민 문화가 같은 거리 위에서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점심의 바쁜 오피스 거리와 심야의 노상 문화가 겹쳐지는 공간. 한인타운의 타코 트럭은 그래서 ‘멕시칸보다 더 멕시칸스러운’ 동시에, 이 도시만의 방식으로 진화한 LA의 얼굴이기도 하다. 이 정리는 ‘멕시칸보다 더 멕시칸스러운’ 지인 데이비드의 조언 덕분에 가능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이야기 타코 트럭들 한인타운 인근 최근 한인타운

2026.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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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의 숟가락 문화 이야기

문화를 언어권, 민족 등으로 구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문화의 특징적 요소를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 문화의 대표적인 요소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때 한국인의 대표적인 문화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 게 바로 숟가락입니다. 식탁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놓여 있다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식탁 위의 모습만으로 어떤 문화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식탁 위에는 젓가락, 포크, 숟가락, 나이프(칼) 등이 올라갑니다. 이 중에서 무엇이 식탁에 있는지 여부로 문화를 구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올라가 있는 한국문화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한국어에는 숟가락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 많습니다. 우선 수저라는 말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타내는 한자어 시저(匙箸)에서 변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은 수저라고 하면, ‘숟가락’만 떠올리기도 합니다. 수저는 젓가락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숟가락이 대표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경상도 지역에 가면 노인들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숟가락은 한민족 식사 도구의 대표입니다.     또한 숟가락은 사람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안다는 말은 그 집 사정을 안다는 뜻입니다. 손님이 오면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며 같이 식사를 권유하기도 합니다. 숟가락이 곧 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숟가락 밑에서 정분나다.’라고 하여 함께 식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숟가락이 생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숟가락을 놓았다는 말은 죽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더 이상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인데, 이때 젓가락을 놓았다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숟가락 문화가 밥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저는 국 문화와 더 관계가 깊다고 봅니다. 한국은 특별한 날에 국을 먹습니다. 생일날 특별한 국을 먹는 문화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미역국을 먹습니다. 설날에는 떡국을, 추석에는 토란국을 먹습니다. 밥상에는 늘 국이 놓여 있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밥과 국을 놓는 위치도 중요한 식탁 문화입니다. 밥은 오른쪽에 국은 왼쪽에 놓습니다. 수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숟가락은 왼쪽, 젓가락은 오른쪽에 놓습니다.     한국어에서는 국물이 중요합니다. 국은 ‘국, 탕, 찌개, 전골’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모두 국물이 있습니다. 탕은 주로 국을 높이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끓였음을 나타냅니다. 설렁탕이나 곰탕, 갈비탕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한 약을 탕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보입니다. 한국 음식 중에서 외국인이 제일 특이하다고 하는, 정확히는 이상하다는 음식이 국밥입니다. 특히 젓가락만 사용하는 문화에서 국밥은 이상한 음식입니다. 주로 남은 음식을 버릴 때만 국에 밥을 넣기 때문입니다. 한민족은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바로 숟가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 ‘말아먹었다’는 표현은 부정적일 때도 있습니다.     타문화와 비교할 때, 한국의 숟가락 문화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 문화를 젓가락 문화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것입니다. 오히려 해외의 숟가락 문화를 한국 문화와 연결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중국 등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숟가락을 쓰는지, 그리고 누가 숟가락을 쓰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신라 시대의 청동 숟가락, 고려시대의 청동 숟가락의 모양을 연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한국에서 지금도 금속으로 된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숟가락이 한국 음식 문화 연구의 시작입니다. 한편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등 새로 생긴 수저의 계급은 씁쓸한 한국 문화의 현재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숟가락 이야기 숟가락 문화 숟가락과 젓가락 한국 문화

2025.12.28. 17:4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자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에 의해서 예견되었다가 반세기가 지난 후 발견된 소립자다. 힉스 입자란 이름은 한국 출신 세계적인 물리학자 이휘호 박사가 지었다. 중력파도 훨씬 전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예측되었다가 100년 후에 증명된 것으로 이 두 발견은 최근 물리학 성과 중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두 경우 모두 예견된 후 증거를 찾아내서 입증되었다. 그런데 이름까지 지어놓고 관측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중력자(重力子 graviton)다.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등 총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원자핵 속에는 +전하를 갖는 양성자가 있는데 양전하끼리 서로 밀치는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주는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한다. 약한 핵력은 방사성 붕괴 시에 관여하는 힘으로 강한 핵력보다는 약하지만, 전자기력보다는 세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우리가 평소에 보고 느끼는 힘으로 전자기력은 자석이 서로 끌리거나 같은 극의 전기끼리 밀치는 힘을 말한다. 중력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우리가 지구 표면에 붙어살게 해주는 힘이다.   뉴턴에 의해서 중력이란 힘이 존재를 알 수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냈지만, 아직도 우리는 중력이 왜 생기는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애초에 네 힘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래서 다시 네 힘을 합쳐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행히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까지는 통합했는데 문제는 중력이 다른 힘들에 비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아직 성과가 없다.     최근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을 전달하는 양자화 된 매개 입자를 규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이 광자라는 입자에 의해서 전달되는 것처럼 중력을 전달하는 기본 입자를 중력자라고 이름부터 짓고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중력자라는 가상의 기본 입자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고 중력파는 질량이 큰 두 천체가 충돌할 때 시공간이 출렁거리며 파동의 형태로 생기는 잔물결이며 그 힘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중력자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미약해서 지구에서는 웬만해서는 관측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측했지만, 당시 과학 기재 수준이 그런 약한 중력파를 검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백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존재가 증명되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파동은 매질이 있어야 전해진다. 소리는 공기를 통해서 전해지고 파도는 물을 통해서 퍼져나간다. 하지만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 이동하는데 마찬가지로 중력파도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전해진다. 문제는 전자기파는 파동이 강하고 진폭이 커서 측정하기가 수월하지만, 중력파는 워낙 미약해서 적어도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정도 되는 천체가 충돌해야 감지될까 말까다. 오래전 지구에서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그런 블랙홀의 충돌이 있었고 그때 생긴 중력파가 지구에 도착한 것을 2016년에 포착했다. 노벨상이 수여된 것은 물론이다. 조만간 가상의 입자인 중력자도 발견돼서 표준모형이 완성되어 우주에 관한 우리의 연구가 한 걸음 더 나갈 날을 기대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입자인 중력자 중력자 graviton 중력파도 공기

2025.12.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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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블랙홀 우주론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은 그저 상상 속의 천체였으며 특수상대성이론 후 10년 만에 내놓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존재를 예측했던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에는 블랙홀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학 계산으로는 존재하지만, 빛을 흡수해 버려서 당시 과학 기재로서는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블랙홀의 여러 특징뿐만 아니라 은하 중심부마다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블랙홀은 별의 재료인 수소가 떨어져 가면서 핵융합이 줄어들어 그동안 중력과 균형을 이루던 복사압이 약해지면서 항성을 이루는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중력에 의해 그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인데 그러다 중력이 너무 강해지면 블랙홀 근처 어느 곳부터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사건의 지평선 속의 블랙홀의 한복판에 이르면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 나오는데 상식적이거나 정상적이지 않고 우리의 물리학 법칙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초월적인 곳이다. 특이점이란 말은 여러 분야에서 쓰이지만, 천체물리학에서의 특이점은 블랙홀의 중심을 지칭하는 말로 부피는 없지만, 밀도가 무한대인 곳으로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어서 관측은 되지 않지만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다.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이나 천체를 흡수하여 몸집을 키우는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질과 정보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모든 것이 다시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지 않았을까에 대해 의심하기도 한다. 지금 정설로 여겨지는 빅뱅 이론은 갑자기 어느 한 점이 팽창하여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우리 우주가 만들어진 재료는 혹시 지난번 우주에서 블랙홀이 먹어치운 물질과 정보가 아닌가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서서히 커지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자신이 속한 은하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 다음 우주에 산재한 은하들마저 하나 둘 그 블랙홀에 흡수당해 결국 우주 전체가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고 가정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블랙홀이 그동안 집어삼켰던 것을 뱉어내어 새 우주가 시작한다면,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우리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상당히 닮았다. 물론 상상이지만, 혹자는 우리 우주가 그런 큰 블랙홀 속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이를 ‘블랙홀 우주론’이라고 하는데 억지 논리가 있어서 논쟁의 소지가 많은 가설 중 하나다. 꼭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적어도 빅뱅 시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우리 우주의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설명되므로 무에서 유가 생겼다는 이론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이기는 하다.     추측임을 전제로, 빅뱅의 시작 점은 어쩌면 지난번 우주를 삼킨 블랙홀의 특이점이었는지 모른다. 상상도 이 정도면 소설 감이지만 과학 발달의 여정은 우리 인간의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대포알을 타고 달에 가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책이 출판된 지 고작 백 년 만에 인류는 비슷한 원리로 나는 로켓을 타고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우주를 더 정교하게 관측할수록 빅뱅 이론은 그 일부든 전부든 큰 도전을 받는 형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블랙홀 우주론 과학 이야기 강해지면 블랙홀

2025.12.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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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의 구성

고개를 들면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것이 보인다. 그 많은 별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이다. 우리 은하 말고 외부 은하에도 각각 그만큼의 별이 있다는데 허블 딥필드가 관찰된 후 과학적 추정으로 우주에는 우리 은하수 같은 은하가 천문학적 숫자만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별, 그 별에 속한 행성과 위성, 성간에 산재한 수소나 헬륨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해도 우주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우주에는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가 소위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의 총량이 고작 5%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나머지는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우주를 안다고는 하지만 극히 일부를 더듬었다. 이것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다. 우리가 아는 5%밖에 안 되는 물질을 제외하면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27%, 암흑에너지가 68%쯤 존재한다고 한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름 앞에 암흑이란 말이 붙기는 했는데 사실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분명히 무엇인가는 있는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암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옳은 표현은 아니다. 굳이 그런 의미의 접두어라면 오히려 알 수 없다는 뜻의 '미지(未知)'가 더 맞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낸 아인슈타인마저도 정적인 우주론자였다. 그런데 그의 우주 방정식을 보면 우주는 중력 때문에 결국 수축하게 된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라는 기가 막힌 항목을 방정식에 추가하여 우주가 쪼그라들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벨기에의 성직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가 우주는 팽창한다고 대들자 이 젊은 신부를 만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그를 질책했다고 한다.   "신부님의 수학은 훌륭하지만, 물리학은 끔찍합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서 에드윈 허블이란 천문학자가 적색편이 현상으로 우주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우주 팽창의 증거를 내놓자 아인슈타인은 그제야 자신의 방정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주를 수축시키는 중력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팽창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을 규명하지 못하자 학계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데 은하도 그 중심을 기준으로 모든 별이 공전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중심을 2억2천5백만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케플러 법칙에 의하면 중심에서 멀수록 공전 속도가 늦어야 하는데 은하 외곽에 있는 별들도 은하 중심에 가까운 별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이 무거워야 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추측하건대 멀리 있는 별 주위에 우리가 모르는 무거운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일단 그것을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지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할 수가 없어서 아직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그래도 온 우주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그 무엇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실수라며 추가했던 우주 상수가 그 실마리를 풀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더니 아인슈타인은 죽어서도 우주론을 새로 쓸 업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방정식 우주 팽창 우주 상수

2025.12.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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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0

한 러시아 수학자가 부부 동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명색이 대학교 교수였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 하는 일이 시답잖아서 항상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남편은 영 엉뚱한 짓을 했다. 그런 남편과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아내는 남편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차를 바꿔탈 때 그저 가방 개수를 확인하는 일만 맡겼다. 그런데 처음 갈아타는 정거장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얼굴이 하얗게 된 남편이 가방 한 개가 모자란다고 했다. 아내는 한눈에 가방 다섯 개가 온전히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남편을 쳐다보며 자기 앞에서 차근차근 다시 세어보라고 했다.    "0, 1, 2, 3, 4"    수학자였던 남편은 학교 강단에서처럼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가방 총수는 넷으로 끝났다.    하지만 0은 아주 중요한 숫자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0을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것과 없는 것을 같다고 보는 불교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무(無)의 상태라고 하는데 바로 0을 뜻한다. 과학에서는 0을 진공이라고 하며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즉 진공 속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진공 에너지에 의해 우리가 사는 우주가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빅뱅 이론이다. 수학에서도 0은 아주 중요한 숫자여서 여행 중이었던 수학 교수는 가방을 세는데 습관적으로 0부터 시작했다.   0은 인도에서 발명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철학자의 나라 그리스에서는 없는 것을 구태여 표시할 필요성이 없어서 0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0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십진법을 쓰면서부터다. 초창기 인류는 간단한 길이나 거리 등을 가늠할 때 뼘이나 아름 등 신체의 일부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손가락 개수가 총 10인 것에 착안하여 십진법을 만들어 쓰면서부터 0은 중요한 숫자가 되었다.     0은 기원후 7세기 인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브라마굽타가 처음으로 정의하여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0을 산수 계산에 사용했다. 그가 상업 계산에 0을 사용하면서 수학에서 방정식이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의 숫자 체계는 당시 인도와 교역을 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서 중동 지역에서 발전되어 유럽에까지 전해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비록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서 발달하고 널리 전해진 까닭에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리고,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 역시 원산지 인도를 떠났으며, 인도의 전통 음식 카레도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지금 우리가 먹는 카레라이스는 일식으로 분류된다. 인도는 그런 식으로 열심히 죽 쒀서 다른 나라에 퍼주는 운명이었나 보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바람에 숫자 0은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산업혁명에 뒤이어 이진법을 기본으로 한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0의 위상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가 소위 정보라고 부르는 세상 모든 것이 0과 1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십진법이던 로마 숫자 체계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0이란 개념이 없어서 인도나 이슬람권보다 대수학 발달이 느렸다. 하지만 인쇄술이 개발되고 아라비아 숫자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결국 수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세계 우위를 선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아라비아 숫자 원산지 인도 러시아 수학자

2025.11.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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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 여행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며 산다.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인생이 좀 더 낫게 될 것을 꿈꾼다. 하지만 누군가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열역학 법칙 때문에 그렇다. 바꿔 말해서 이 세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우리 말로 '무질서도'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잉크가 병 속에 들어있을 때는 엔트로피가 적은데 그 잉크를 목욕탕 물속에 부었을 때 잉크가 천천히 물에 섞이는 과정을 엔트로피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열역학 법칙에 따라서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 그릇이 깨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 좋은 예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잘게 부서진 유리컵은 절대로 다시 원상 복구될 수 없고, 불에 타버린 책은 그 속에 담긴 정보와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가 크게 성공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 또래이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내용이다. 시간 여행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인데 과연 과학이 발달하면 영화에서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과거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 답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광고한 적이 있다. 광고 내용은 미래의 우리 후손을 현재에 초대한 것인데 예측대로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만약 우리의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먼 미래에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과거 여행을 하는 그들을 한 번이라도 만났어야 한다. 호킹 박사의 예처럼 그런 시간 여행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시간을 거꾸로 여행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반대로 미래로 갈 수는 있을까? 물리학적으로는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 지연 현상이 나타난다. 미래 어느 날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이 개발된다면 그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우주선에 탔던 사람의 시간은 지구에 남아있던 사람의 시간보다 천천히 흐른다. 그 결과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은 미래에 도착하게 되어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떠난 때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간 남편은 공항에서 자기를 배웅해준 아내보다 아주 조금 시간 지연 현상을 겪는다. 비행기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지만, 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서 직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주 정밀한 기구로 측정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시간 지연 현상은 속도 말고 중력과의 관계에서도 생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처럼 중력이 아주 큰 곳 주변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훨씬 천천히 흐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근처의 웜홀을 이용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행성을 다녀온 주인공 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궤도선에 돌아와 보니 자기네를 기다리던 동료 승무원이 두 곳의 중력 차이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늙어버린 모습을 본다.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블랙홀을 이용하거나 광속에 가깝게 여행할 수준은 아니어서 미래로의 여행도 그저 상상 수준이지만, 이론적으로 미래로의 여행은 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시간 여행자 시간 지연 과학 이야기

2025.11.0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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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마음’ AI에 털어놓아도 될까…이희윤 UGA 교수 ‘AI 리터러시’ 강의

지난 4월 16세 소년이 생성형 인공지능’챗GPT’와 자살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정 내 대화와 정서 교류가 단절되면서 AI 챗봇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한인이 늘고 있다. 무분별한 AI 사용이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AI 시대 한인 정신건강’을 주제로 오는 15일 조지아대(UGA) 로렌스빌 캠퍼스에서 세미나가 열린다.   세미나 연사로 나서는 이희윤 UGA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인 심리상담용 AI 챗봇 기술을 개발 중인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와이사(Wysa)와 같은 대화형 AI 정신건강 앱은 벌써 전세계 이용자 수가 1100만명을 넘어갈 정도로 인기”라며 “연구비 15만달러를 지원 받아 이민 1세대와 청소년 세대에 특화된 한국어 상담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인지행동치료(CBT)에 기반한 AI 챗봇 앱은 익명성과 접근성이 뛰어나 경증 우울증이나 불안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I 한계와 효용을 앎으로써 두려움을 걷어내는 ‘AI 리터러시(Literacy)’를 교육할 방침이다.   이날 P.E.A.C.E., R.I.C.E. 등 6곳 비영리단체는 현장 부스를 마련해 간단한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행사를 후원한 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CPACS)의 백지나 코디네이터는 “타국 살이 속 우울감을 호소하는 한인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소년 자녀의 약물중독 문제도 늘었다. 하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쉽사리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다보니 약물로 자녀를 잃어도 교통사고라고 둘러대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행사는 둘루스의 한인 청소년 비영리단체 ‘크로스 커넥션 인터내셔널'(CCI)이 주최한다. CCI는 탈북고아의 미국 가정 입양을 위해 2012년 설립된 단체다. 한인 2세 청년들의 자살이 늘자 2022년부터 자살 예방 교육을 펼치고 있다. 조이 서 CCI 디렉터는 “정신건강이 조지아 한인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돼 가고 있지만, 관련 사회적 인식이 미흡하다 보니 알코올, 수면제, 진통제 등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치료상담을 적시에 제공해 누구든 홀로 마음의 병을 키우지 않게 힘쓰겠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정신건강 이야기 한인 청소년 한인 심리상담용 세미나 연사

2025.11.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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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탄소 기반

맛있는 된장찌개는 밥도둑이다. 단, 우리 한국인에게만 그렇지 서양 사람들에게는 그 냄새조차 맡기 힘든 음식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흔히 우리가 외계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일단 그런 외계 행성은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액체 상태의 물과 대기, 그리고 온도의 범위를 정할 때 지구상의 생명체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드넓은 우주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별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행성과 위성이 산재해 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조차 수백억 년이 걸리는 그 우주에는 우리 물리학을 거스르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그 흔한 블랙홀조차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불과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번개는 하늘이 내리는 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번개(전기)를 만들고 저장하여 컴퓨터, 자동차, 휴대전화 등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천재 아인슈타인까지 유령 현상이라고 부르던 양자얽힘 현상도 조만간 그 실체가 과학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치과 병원에서 간단한 X선 촬영을 할 때도 납으로 만든 두툼한 앞치마로 몸을 가리는데 퀴리 부인 시절에는 방사성 물질이 몸에 좋은 줄 알고 비누와 치약에도 넣고 화장품에도 첨가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방사선에 피폭되었다는 말이다.   탄소는 원소주기율표에 여섯 번째로 등장하는 우주의 기본 원소다. 얼핏 생각하면 산소 없이는 단 몇 분도 생존할 수 없어서 산소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사실 지구상 모든 생명을 이루는 성분 중에서 탄소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생명체는 그 기반이 탄소이기 때문이다. 화학에서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들어가는 화합물을 유기화합물이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화학식 CH₄인 메테인이다. 비루스가 바이러스가 된 것처럼 원래는 메탄이라는 독일식 발음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메테인이라고 미국 발음을 따르고 있다.   탄소는 그 크기와 원자 속의 전자 개수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화합물을 만들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커진 요사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 탄수화물인데 바로 탄소와 수소, 그리고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원소로 같은 탄소족인 규소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아직 규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없어서 그냥 이론일 뿐이다.   우리는 외계생명체를 찾을 때 당연히 인간처럼 탄소 기반 생명체를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의 규모로 보면 꼭 지구상의 생명체처럼 탄소 기반일 필요는 없다. 물론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영장류처럼 생겼을 것으로 상상하는 것도 틀린 일이다. 지구는 원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기보다 새로 시작한 생명체가 그런 환경에 적응하여 오랜 기간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러니 외계 환경이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까, 대기 조성은 어떤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지는 결국 우리 측면에서 본 생명체 존재 기준이다. 표면 온도가 수백 도나 되고,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고, 황산 비가 내리는 외계 행성에서도 그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지구 바깥 생명체는 꼭 탄소 기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탄소 기반 과학 이야기 생명체 존재

2025.10.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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