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도시 공해와 불빛 때문에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옛날에는 고개만 들면 별이 우르르 쏟아질 듯, 밤하늘은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우리가 사는 북반구 여름 하늘에는 은하수가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은하수 주위에서 밝게 빛나는 세 별을 꼭짓점 삼아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 이를 여름 대삼각형이라고 부른다. 독수리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알타이르星, 거문고자리의 베가星,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星이 그 세 별인데 밤하늘에서 유독 밝게 빛나서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중 베가성은 밤하늘에서 다섯 번째로 밝은 별이다. 우리는 그 별을 직녀성이라고 부르는데 칼 세이건의 영화 콘택트에 등장하는 별이기도 하다. 지금은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북극성이지만 아주 오랜 옛날에는 직녀성이었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직녀성이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이다. 우리 별 태양이 속한 은하가 은하수지만,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보이는데 우리도 그 안에 들어있다니 신기하다. 은하수 은하는 그 지름이 10만 광년쯤 되고 태양과 같은 별을 무려 4천억 개나 포함한 비교적 덩치가 큰 은하다. 우리의 태양은 은하수의 한 귀퉁이에 속해 있으므로 밤하늘에 보이는 은하수는 그 변두리에 사는 우리가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보는 것이다. 사실 밤하늘에서 보이는 반짝이는 것은 달과 지구의 형제 행성 몇 개와 외부 은하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은하수에 속한 별이다. 은하 중심부에는 별이 밀집해 있어서 우리 눈에는 마치 강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옛날 사람들은 은하수 양쪽에 떨어져 빛나는 두 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붙였다. 바로 견우와 직녀 얘기다.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이 우주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에게 직녀라는 이름의 길쌈을 잘하던 손녀딸이 있었는데 혼기가 차자 하나님은 소를 치는 견우라는 청년과 혼인을 시켰다. 그런데 결혼 생활에 푹 빠진 남녀는 하던 일은 제쳐 두고 사랑놀이에 온통 정신을 쏟자 이를 본 하느님이 노하셔서 그 두 사람을 강 양편에 떼어 놓으셨다. 강을 사이에 두고 정든 남녀가 서로를 그리워하자 마음이 약해진 하느님은 일 년에 한 번 서로 만나는 것을 허락하셨지만,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아서 지상에 사는 모든 까마귀와 까치가 자신들의 몸으로 다리를 놔주었다고 한다. 그 다리 이름이 까마귀 오(烏)자와 까치 작(鵲)자를 써서 오작교다. 참고로 이몽룡과 성춘향이 살던 남원의 광한루에도 오작교란 이름의 다리가 있다. 물론 별에 관계된 전설이기는 하지만, 옛날에는 농사를 짓고 옷감을 짜는 일이 중요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는 이야기다. 별자리는 북반구와 남반구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여름밤 북반구에서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중심으로 밝게 빛나는 별을 따라 큰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 그중 두 꼭짓점이 바로 은하수를 사이에 둔 견우성과 직녀성이다. 마치 강이 흐르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해서 은하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은하수는 수없이 많은 별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우리 눈에 띌 만큼 밝게 빛나는 별이 있어서 우리 조상들은 그런 별로 여러 이야기를 지었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얘기도 농사와 길쌈이 중요했기 때문에 생겼는데 글자에서 풍기듯 견우는 소를 끄는 사람이고 직녀는 베를 짜는 사람을 말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은하수 주위 은하수 양쪽
2026.01.30. 13:30
꾸미지 않은 목소리로 편안한 고음을 들려주는 가수 '변진섭'이 오는 2월 20일 금요일 오후 8시, 야마바 리조트에서 콘서트를 연다. 한국 발라드의 흐름을 만들어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숙녀에게’,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새들처럼’, ‘그대에게’, ‘너무 늦었잖아요’를 비롯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대표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여기에 ‘로라’, ‘홀로 된다는 것’,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너에게로 또다시’, ‘희망사항’까지 더해져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 무대가 기대를 모은다. 1987년 ‘우리의 사랑 이야기’로 MBC 신인가요제 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변진섭은, 이듬해 발표한 데뷔 앨범 「홀로 된다는 것」으로 가요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로트가 주류이던 시절, 감성적인 발라드로 무대에 오른 그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타이틀곡은 KBS 〈가요 톱 텐〉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앨범 수록곡들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1989년 2집에서는 ‘너에게로 또다시’와 ‘희망사항’이 동시에 1위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희망사항’은 1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앨범은 한국 가요사 최초의 공식 밀리언셀러로 남았다. 이후에도 록, 블루스,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총 1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 데뷔 39년 차인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감성으로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중앙일보 인터넷 쇼핑몰 핫딜을 통해 50달러부터 250달러까지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어, 변진섭의 명곡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 희망사항 이야기 이야기 변진섭 사랑 이야기 가수 변진섭
2026.01.16. 10:46
연방하원과 뉴욕주하원이 1월 13일 ‘미주한인의 날’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잇따라 발의·통과시키며 미주 한인 사회의 역사와 기여를 공식적으로 재조명했다. 먼저 연방하원에서는 지미 고메즈(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의원,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의장인 그레이스 멩(민주·뉴욕) 의원과 함께 전날 이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고메즈 의원을 포함해 총 61명의 연방하원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고메즈 의원은 “미주한인의 날은 미국 역사 속에 깊이 스며든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를 되새기는 날”이라며 “코리아타운의 대표로서, 한인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지역사회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를 이끄는 모습을 매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고메즈 의원은 전국 최대 한인밀집지역인 LA 코리아타운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영 김 의원 역시 “내 가족을 포함해 수많은 한인 가정이 이 나라가 제공한 기회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한인들의 이야기는 인내와 노력, 그리고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다. 한인커뮤니티의 공헌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으며, 그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뉴욕주하원에서도 한인 이민 123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론 김(민주·40선거구) 뉴욕주하원의원은 이날 “2026년 미주한인의 날 지정 결의안이 주하원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결의안은 올해 1월 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지정하고, 뉴욕주와 미국 사회 전반에 기여해 온 한인들의 역할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미주 한인들의 성취는 미국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임을 기억하고 축하해야 한다”고 했으며,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그레이스 이(민주·65선거구) 주하원의원은 “1903년 102명의 선구자들로부터 시작해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14만5000여명 한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커뮤니티는 뉴욕주 역사의 일부이자 미래의 핵심이 됐다”고 전했다. 1월 13일은 1903년 한인 이민자 100여명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하와이에 도착한 날로, 올해는 미주 한인 이민 123주년에 해당한다. 이후 한인들은 언어 장벽과 차별 등 어려움을 극복하며 소상공업과 교육, 의료,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잡아왔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아메리칸 이야기 한인 이민자 미주 한인들 한인 커뮤니티
2026.01.15. 20:44
양자얽힘이란 것이 있다. 한쪽 입자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쪽 입자의 상태도 따라서 변하는 현상으로 직관적인 고전역학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무척 생소한 개념이다. 심지어는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수억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우주의 최고 속도인 빛의 속도를 위반한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양자얽힘은 속도와는 관계가 없는 현상이어서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유령 현상이라고 했다. 아직도 신비하기만 한 양자의 세계에는 또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바로 터널 효과 현상이다.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양자역학은 아직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양자역학적 현상은 이미 여러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양자 터널 효과 역시 직관적,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쉽게 얘기해서 벽을 향해 던진 야구공이 벽을 통과하여 계속 날아갔다는 말이다. 쉬운 예를 드느라 억지를 부렸는데 공은 입자이기 때문에 벽에 부딪히면 당연히 튀어나와야 하겠지만 파동으로 행동한다면 확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가 아니라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미시세계의 운동을 다룬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파동의 성질도 갖는다. 파동의 좋은 예가 전자기파인데 전자기파는 유리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되지만, 일부는 투과하기도 한다. 아원자 규모의 세계에서는 물질파도 그런 식으로 사물을 투과할 수 있기도 한데 이를 터널 현상이라고 한다. 양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이다.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 그중 +전하를 가진 양성자는 자기끼리 서로 밀쳐내므로 강한 핵력이 그런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놓는다. 그래서 양성자는 강력을 이기고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고, 그 때문에 원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성자 수에 따라서 고유의 성질을 갖는다. 이렇듯 양성자 두 개가 묶여 있으면 헬륨 원소이고, 양성자 여덟 개가 묶여 있으면 산소 원소가 된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본 원소의 성질이 판이해진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양성자가 핵력을 이기고 원자핵 밖으로 탈출하기도 한다.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보이는 경우인데 이를 알파 붕괴라고 하며 양자 터널의 한 예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고전물리학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가 말한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서 양자 터널 현상은 존재하며 우리는 이미 실생활에 이용하고 있다. 부도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를 말하는데 양자 터널 현상으로 전자를 통과시켜, 즉 전기를 흐르게 하여 반도체 역할을 하게 한다니 놀랍다. 심지어는 항성의 핵융합 반응도 양자 터널 효과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는 나노 기술과 반도체에서 양자 터널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이 아직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수준은 아니다. 마치 인수분해를 깨우친 중학생이 미적분 문제를 대하는 것과 같다. 수학은 수학인데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헤매는 꼴이다. 우리의 물리학의 현주소는 우주 대부분을 이루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블랙홀의 실체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갈 길은 먼 것 같지만, 큰 문을 열고 들어갈 전야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양자역학적 현상 양자 터널 양성자가 핵력
2026.01.09. 14:41
타코 트럭은 멕시코 이민자들의 삶과 함께 시작됐다. 사업 자금이 없어 가게를 열 수 없던 멕시칸들이 공사 현장과 시장, 공장 앞을 오가며 배고픈 이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던 것이 출발점이었다. 값싸고 빠르며, 무엇보다 고향의 맛을 지닌 타코는 그렇게 바퀴 달린 부엌 위에서 살아남았다. LA한인타운에서도 타코 트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연예인급 셰프로까지 불렸던 로이 최의 ‘고기 타코’ 트럭은 이 문화가 주류로 진입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다. 불고기 타코와 김치 캐사디아는 멕시칸 음식에 한식의 감각을 덧입힌 메뉴였고, 그의 트럭을 좇는 수많은 팔로워들은 한때 스타트업 업계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여러 대의 트럭이 영업 중이지만,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다소 보기 힘들어졌다. 기업형 타코 트럭의 성공 사례로는 피쉬 타코로 유명한 ‘마리스코스 할리스코(Mariscos Jalisco)’를 빼놓을 수 없다. 한인타운 인근 올림픽가에 커미서리를 두고 있지만, 실제 활동 무대는 보일하이츠와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 미드시티 라시에네가 일대다. 한인타운에서 타코 트럭은 매일 성장하고 있다. 윌셔와 옥스포드 교차로 인근의 트럭들은 주로 점심 시간에 맞춰 영업을 하는데, 가격 대비 양이 압도적인 부리또로 오피스 직장인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진다. 길 건너 아로마 인근 트럭에서는 14달러 선의 카르네 아사다 플레이트를 여럿이 나눠 먹기 좋게 내놓는다. 해가 기울면 타코 트럭들은 더 바빠진다. 오후 5시 이후 피코와 호바트 교차로에 자리 잡는 수아데로 타코 트럭(Tacos del suadero)은 돼지고기 엘 파스토로 입소문이 났다. 밤이 깊어지면 5가와 버몬트 인근 카워시 주차장에서 시작해 이제는 노상으로 자리를 옮긴 엘 플라민(El Flamin), 그리고 윌셔 라인 호텔 앞의 핫 타코스(Hot Tacos)가 심야 타코 명소로 이름을 알린다. 트럭조차 없이 좌판을 깔고 파는 노점상들인 이른바 ‘길거리 타코’의 존재감도 크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윌셔와 옥스포드 교차로에는 좌판이 들어서고, 주말이면 오후 7시부터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긴 줄이 이어진다. 버몬트가 1가와 2가 사이의 티후아나 스타일 길거리 타코(Tacos Estilo Tijuana)는 카르네 아사다 부리또로 정평이 나 있으며, 토르티야 대신 구운 감자 사이에 고기와 치즈를 넣은 ‘빠빠스’ 메뉴는 일부러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다. 6가와 버몬트 인근 월그린 주차장 맞은편에 서는 할리스코 스타일 길거리 타코(Tacos Estilo Jalisco) 역시 엘 파스토 전문으로 유명하다. 돼지고기 항정살인 엘 수아데로 타코는 이 집의 간판 메뉴다. 같은 지역에서는 주말 아침부터 문을 여는 또 다른 길 타코도 있다. 브렉퍼스트 부리또와 함께 남미식 푸푸사 스타일의 크레파스를 내놓다가, 아침 장사가 끝나면 다른 업소가 같은 자리에서 본격적인 타코 영업을 시작한다. 티후아나식으로 3피트 높이로 쌓은 돼지고기를 강한 불에 그슬려 불향을 입힌 아도바도 엘 파스토가 장관을 이룬다. 숯불에 구운 카르네 아사다와 치즈를 먼저 구워 고기를 얹는 와라체 역시 단골을 끌어 모은다. 마치 국경을 넘어 티후아나의 밤거리로 들어선 듯한 착각을 준다. 한인타운의 타코 트럭과 길 타코는 서로 다른 이민 문화가 같은 거리 위에서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점심의 바쁜 오피스 거리와 심야의 노상 문화가 겹쳐지는 공간. 한인타운의 타코 트럭은 그래서 ‘멕시칸보다 더 멕시칸스러운’ 동시에, 이 도시만의 방식으로 진화한 LA의 얼굴이기도 하다. 이 정리는 ‘멕시칸보다 더 멕시칸스러운’ 지인 데이비드의 조언 덕분에 가능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이야기 타코 트럭들 한인타운 인근 최근 한인타운
2026.01.04. 18:00
문화를 언어권, 민족 등으로 구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문화의 특징적 요소를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 문화의 대표적인 요소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때 한국인의 대표적인 문화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 게 바로 숟가락입니다. 식탁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놓여 있다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식탁 위의 모습만으로 어떤 문화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식탁 위에는 젓가락, 포크, 숟가락, 나이프(칼) 등이 올라갑니다. 이 중에서 무엇이 식탁에 있는지 여부로 문화를 구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올라가 있는 한국문화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한국어에는 숟가락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 많습니다. 우선 수저라는 말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타내는 한자어 시저(匙箸)에서 변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은 수저라고 하면, ‘숟가락’만 떠올리기도 합니다. 수저는 젓가락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숟가락이 대표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경상도 지역에 가면 노인들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숟가락은 한민족 식사 도구의 대표입니다. 또한 숟가락은 사람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안다는 말은 그 집 사정을 안다는 뜻입니다. 손님이 오면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며 같이 식사를 권유하기도 합니다. 숟가락이 곧 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숟가락 밑에서 정분나다.’라고 하여 함께 식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숟가락이 생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숟가락을 놓았다는 말은 죽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더 이상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인데, 이때 젓가락을 놓았다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숟가락 문화가 밥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저는 국 문화와 더 관계가 깊다고 봅니다. 한국은 특별한 날에 국을 먹습니다. 생일날 특별한 국을 먹는 문화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미역국을 먹습니다. 설날에는 떡국을, 추석에는 토란국을 먹습니다. 밥상에는 늘 국이 놓여 있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밥과 국을 놓는 위치도 중요한 식탁 문화입니다. 밥은 오른쪽에 국은 왼쪽에 놓습니다. 수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숟가락은 왼쪽, 젓가락은 오른쪽에 놓습니다. 한국어에서는 국물이 중요합니다. 국은 ‘국, 탕, 찌개, 전골’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모두 국물이 있습니다. 탕은 주로 국을 높이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끓였음을 나타냅니다. 설렁탕이나 곰탕, 갈비탕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한 약을 탕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보입니다. 한국 음식 중에서 외국인이 제일 특이하다고 하는, 정확히는 이상하다는 음식이 국밥입니다. 특히 젓가락만 사용하는 문화에서 국밥은 이상한 음식입니다. 주로 남은 음식을 버릴 때만 국에 밥을 넣기 때문입니다. 한민족은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바로 숟가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 ‘말아먹었다’는 표현은 부정적일 때도 있습니다. 타문화와 비교할 때, 한국의 숟가락 문화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 문화를 젓가락 문화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것입니다. 오히려 해외의 숟가락 문화를 한국 문화와 연결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중국 등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숟가락을 쓰는지, 그리고 누가 숟가락을 쓰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신라 시대의 청동 숟가락, 고려시대의 청동 숟가락의 모양을 연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한국에서 지금도 금속으로 된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숟가락이 한국 음식 문화 연구의 시작입니다. 한편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등 새로 생긴 수저의 계급은 씁쓸한 한국 문화의 현재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숟가락 이야기 숟가락 문화 숟가락과 젓가락 한국 문화
2025.12.28. 17:48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에 의해서 예견되었다가 반세기가 지난 후 발견된 소립자다. 힉스 입자란 이름은 한국 출신 세계적인 물리학자 이휘호 박사가 지었다. 중력파도 훨씬 전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예측되었다가 100년 후에 증명된 것으로 이 두 발견은 최근 물리학 성과 중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두 경우 모두 예견된 후 증거를 찾아내서 입증되었다. 그런데 이름까지 지어놓고 관측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중력자(重力子 graviton)다.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등 총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원자핵 속에는 +전하를 갖는 양성자가 있는데 양전하끼리 서로 밀치는 척력을 이기고 양성자를 묶어 주는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한다. 약한 핵력은 방사성 붕괴 시에 관여하는 힘으로 강한 핵력보다는 약하지만, 전자기력보다는 세다. 중력과 전자기력은 우리가 평소에 보고 느끼는 힘으로 전자기력은 자석이 서로 끌리거나 같은 극의 전기끼리 밀치는 힘을 말한다. 중력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우리가 지구 표면에 붙어살게 해주는 힘이다. 뉴턴에 의해서 중력이란 힘이 존재를 알 수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냈지만, 아직도 우리는 중력이 왜 생기는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애초에 네 힘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래서 다시 네 힘을 합쳐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행히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까지는 통합했는데 문제는 중력이 다른 힘들에 비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아직 성과가 없다. 최근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을 전달하는 양자화 된 매개 입자를 규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이 광자라는 입자에 의해서 전달되는 것처럼 중력을 전달하는 기본 입자를 중력자라고 이름부터 짓고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중력자라는 가상의 기본 입자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고 중력파는 질량이 큰 두 천체가 충돌할 때 시공간이 출렁거리며 파동의 형태로 생기는 잔물결이며 그 힘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중력자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미약해서 지구에서는 웬만해서는 관측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측했지만, 당시 과학 기재 수준이 그런 약한 중력파를 검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백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존재가 증명되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파동은 매질이 있어야 전해진다. 소리는 공기를 통해서 전해지고 파도는 물을 통해서 퍼져나간다. 하지만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 이동하는데 마찬가지로 중력파도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전해진다. 문제는 전자기파는 파동이 강하고 진폭이 커서 측정하기가 수월하지만, 중력파는 워낙 미약해서 적어도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정도 되는 천체가 충돌해야 감지될까 말까다. 오래전 지구에서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그런 블랙홀의 충돌이 있었고 그때 생긴 중력파가 지구에 도착한 것을 2016년에 포착했다. 노벨상이 수여된 것은 물론이다. 조만간 가상의 입자인 중력자도 발견돼서 표준모형이 완성되어 우주에 관한 우리의 연구가 한 걸음 더 나갈 날을 기대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입자인 중력자 중력자 graviton 중력파도 공기
2025.12.19. 13:34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은 그저 상상 속의 천체였으며 특수상대성이론 후 10년 만에 내놓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존재를 예측했던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에는 블랙홀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학 계산으로는 존재하지만, 빛을 흡수해 버려서 당시 과학 기재로서는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블랙홀의 여러 특징뿐만 아니라 은하 중심부마다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블랙홀은 별의 재료인 수소가 떨어져 가면서 핵융합이 줄어들어 그동안 중력과 균형을 이루던 복사압이 약해지면서 항성을 이루는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중력에 의해 그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인데 그러다 중력이 너무 강해지면 블랙홀 근처 어느 곳부터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사건의 지평선 속의 블랙홀의 한복판에 이르면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 나오는데 상식적이거나 정상적이지 않고 우리의 물리학 법칙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초월적인 곳이다. 특이점이란 말은 여러 분야에서 쓰이지만, 천체물리학에서의 특이점은 블랙홀의 중심을 지칭하는 말로 부피는 없지만, 밀도가 무한대인 곳으로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어서 관측은 되지 않지만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다.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이나 천체를 흡수하여 몸집을 키우는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질과 정보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모든 것이 다시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지 않았을까에 대해 의심하기도 한다. 지금 정설로 여겨지는 빅뱅 이론은 갑자기 어느 한 점이 팽창하여 오늘날의 우주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우리 우주가 만들어진 재료는 혹시 지난번 우주에서 블랙홀이 먹어치운 물질과 정보가 아닌가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서서히 커지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자신이 속한 은하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 다음 우주에 산재한 은하들마저 하나 둘 그 블랙홀에 흡수당해 결국 우주 전체가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고 가정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블랙홀이 그동안 집어삼켰던 것을 뱉어내어 새 우주가 시작한다면,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우리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상당히 닮았다. 물론 상상이지만, 혹자는 우리 우주가 그런 큰 블랙홀 속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이를 ‘블랙홀 우주론’이라고 하는데 억지 논리가 있어서 논쟁의 소지가 많은 가설 중 하나다. 꼭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적어도 빅뱅 시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우리 우주의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설명되므로 무에서 유가 생겼다는 이론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이기는 하다. 추측임을 전제로, 빅뱅의 시작 점은 어쩌면 지난번 우주를 삼킨 블랙홀의 특이점이었는지 모른다. 상상도 이 정도면 소설 감이지만 과학 발달의 여정은 우리 인간의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대포알을 타고 달에 가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책이 출판된 지 고작 백 년 만에 인류는 비슷한 원리로 나는 로켓을 타고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우주를 더 정교하게 관측할수록 빅뱅 이론은 그 일부든 전부든 큰 도전을 받는 형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블랙홀 우주론 과학 이야기 강해지면 블랙홀
2025.12.12. 12:45
고개를 들면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것이 보인다. 그 많은 별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이다. 우리 은하 말고 외부 은하에도 각각 그만큼의 별이 있다는데 허블 딥필드가 관찰된 후 과학적 추정으로 우주에는 우리 은하수 같은 은하가 천문학적 숫자만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별, 그 별에 속한 행성과 위성, 성간에 산재한 수소나 헬륨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해도 우주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우주에는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가 소위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의 총량이 고작 5%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나머지는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우주를 안다고는 하지만 극히 일부를 더듬었다. 이것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다. 우리가 아는 5%밖에 안 되는 물질을 제외하면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27%, 암흑에너지가 68%쯤 존재한다고 한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름 앞에 암흑이란 말이 붙기는 했는데 사실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분명히 무엇인가는 있는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암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옳은 표현은 아니다. 굳이 그런 의미의 접두어라면 오히려 알 수 없다는 뜻의 '미지(未知)'가 더 맞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낸 아인슈타인마저도 정적인 우주론자였다. 그런데 그의 우주 방정식을 보면 우주는 중력 때문에 결국 수축하게 된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라는 기가 막힌 항목을 방정식에 추가하여 우주가 쪼그라들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벨기에의 성직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가 우주는 팽창한다고 대들자 이 젊은 신부를 만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그를 질책했다고 한다. "신부님의 수학은 훌륭하지만, 물리학은 끔찍합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서 에드윈 허블이란 천문학자가 적색편이 현상으로 우주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우주 팽창의 증거를 내놓자 아인슈타인은 그제야 자신의 방정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주를 수축시키는 중력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팽창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을 규명하지 못하자 학계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데 은하도 그 중심을 기준으로 모든 별이 공전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중심을 2억2천5백만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케플러 법칙에 의하면 중심에서 멀수록 공전 속도가 늦어야 하는데 은하 외곽에 있는 별들도 은하 중심에 가까운 별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이 무거워야 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추측하건대 멀리 있는 별 주위에 우리가 모르는 무거운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일단 그것을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지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할 수가 없어서 아직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그래도 온 우주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그 무엇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실수라며 추가했던 우주 상수가 그 실마리를 풀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더니 아인슈타인은 죽어서도 우주론을 새로 쓸 업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방정식 우주 팽창 우주 상수
2025.12.05. 13:12
한 러시아 수학자가 부부 동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명색이 대학교 교수였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 하는 일이 시답잖아서 항상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남편은 영 엉뚱한 짓을 했다. 그런 남편과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아내는 남편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차를 바꿔탈 때 그저 가방 개수를 확인하는 일만 맡겼다. 그런데 처음 갈아타는 정거장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얼굴이 하얗게 된 남편이 가방 한 개가 모자란다고 했다. 아내는 한눈에 가방 다섯 개가 온전히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남편을 쳐다보며 자기 앞에서 차근차근 다시 세어보라고 했다. "0, 1, 2, 3, 4" 수학자였던 남편은 학교 강단에서처럼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가방 총수는 넷으로 끝났다. 하지만 0은 아주 중요한 숫자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0을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것과 없는 것을 같다고 보는 불교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무(無)의 상태라고 하는데 바로 0을 뜻한다. 과학에서는 0을 진공이라고 하며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즉 진공 속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진공 에너지에 의해 우리가 사는 우주가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빅뱅 이론이다. 수학에서도 0은 아주 중요한 숫자여서 여행 중이었던 수학 교수는 가방을 세는데 습관적으로 0부터 시작했다. 0은 인도에서 발명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철학자의 나라 그리스에서는 없는 것을 구태여 표시할 필요성이 없어서 0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0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십진법을 쓰면서부터다. 초창기 인류는 간단한 길이나 거리 등을 가늠할 때 뼘이나 아름 등 신체의 일부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손가락 개수가 총 10인 것에 착안하여 십진법을 만들어 쓰면서부터 0은 중요한 숫자가 되었다. 0은 기원후 7세기 인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브라마굽타가 처음으로 정의하여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0을 산수 계산에 사용했다. 그가 상업 계산에 0을 사용하면서 수학에서 방정식이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의 숫자 체계는 당시 인도와 교역을 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서 중동 지역에서 발전되어 유럽에까지 전해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비록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서 발달하고 널리 전해진 까닭에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리고,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 역시 원산지 인도를 떠났으며, 인도의 전통 음식 카레도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지금 우리가 먹는 카레라이스는 일식으로 분류된다. 인도는 그런 식으로 열심히 죽 쒀서 다른 나라에 퍼주는 운명이었나 보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바람에 숫자 0은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산업혁명에 뒤이어 이진법을 기본으로 한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0의 위상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가 소위 정보라고 부르는 세상 모든 것이 0과 1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십진법이던 로마 숫자 체계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0이란 개념이 없어서 인도나 이슬람권보다 대수학 발달이 느렸다. 하지만 인쇄술이 개발되고 아라비아 숫자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결국 수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세계 우위를 선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아라비아 숫자 원산지 인도 러시아 수학자
2025.11.14. 12:53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며 산다.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인생이 좀 더 낫게 될 것을 꿈꾼다. 하지만 누군가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열역학 법칙 때문에 그렇다. 바꿔 말해서 이 세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우리 말로 '무질서도'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잉크가 병 속에 들어있을 때는 엔트로피가 적은데 그 잉크를 목욕탕 물속에 부었을 때 잉크가 천천히 물에 섞이는 과정을 엔트로피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열역학 법칙에 따라서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 그릇이 깨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 좋은 예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잘게 부서진 유리컵은 절대로 다시 원상 복구될 수 없고, 불에 타버린 책은 그 속에 담긴 정보와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가 크게 성공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 또래이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내용이다. 시간 여행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인데 과연 과학이 발달하면 영화에서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과거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 답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광고한 적이 있다. 광고 내용은 미래의 우리 후손을 현재에 초대한 것인데 예측대로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만약 우리의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먼 미래에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과거 여행을 하는 그들을 한 번이라도 만났어야 한다. 호킹 박사의 예처럼 그런 시간 여행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시간을 거꾸로 여행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반대로 미래로 갈 수는 있을까? 물리학적으로는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 지연 현상이 나타난다. 미래 어느 날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이 개발된다면 그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우주선에 탔던 사람의 시간은 지구에 남아있던 사람의 시간보다 천천히 흐른다. 그 결과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은 미래에 도착하게 되어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떠난 때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간 남편은 공항에서 자기를 배웅해준 아내보다 아주 조금 시간 지연 현상을 겪는다. 비행기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지만, 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서 직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주 정밀한 기구로 측정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시간 지연 현상은 속도 말고 중력과의 관계에서도 생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처럼 중력이 아주 큰 곳 주변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훨씬 천천히 흐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근처의 웜홀을 이용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행성을 다녀온 주인공 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궤도선에 돌아와 보니 자기네를 기다리던 동료 승무원이 두 곳의 중력 차이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늙어버린 모습을 본다.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블랙홀을 이용하거나 광속에 가깝게 여행할 수준은 아니어서 미래로의 여행도 그저 상상 수준이지만, 이론적으로 미래로의 여행은 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시간 여행자 시간 지연 과학 이야기
2025.11.07. 12:48
지난 4월 16세 소년이 생성형 인공지능’챗GPT’와 자살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정 내 대화와 정서 교류가 단절되면서 AI 챗봇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한인이 늘고 있다. 무분별한 AI 사용이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AI 시대 한인 정신건강’을 주제로 오는 15일 조지아대(UGA) 로렌스빌 캠퍼스에서 세미나가 열린다. 세미나 연사로 나서는 이희윤 UGA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인 심리상담용 AI 챗봇 기술을 개발 중인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와이사(Wysa)와 같은 대화형 AI 정신건강 앱은 벌써 전세계 이용자 수가 1100만명을 넘어갈 정도로 인기”라며 “연구비 15만달러를 지원 받아 이민 1세대와 청소년 세대에 특화된 한국어 상담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인지행동치료(CBT)에 기반한 AI 챗봇 앱은 익명성과 접근성이 뛰어나 경증 우울증이나 불안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I 한계와 효용을 앎으로써 두려움을 걷어내는 ‘AI 리터러시(Literacy)’를 교육할 방침이다. 이날 P.E.A.C.E., R.I.C.E. 등 6곳 비영리단체는 현장 부스를 마련해 간단한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행사를 후원한 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CPACS)의 백지나 코디네이터는 “타국 살이 속 우울감을 호소하는 한인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소년 자녀의 약물중독 문제도 늘었다. 하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쉽사리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다보니 약물로 자녀를 잃어도 교통사고라고 둘러대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행사는 둘루스의 한인 청소년 비영리단체 ‘크로스 커넥션 인터내셔널'(CCI)이 주최한다. CCI는 탈북고아의 미국 가정 입양을 위해 2012년 설립된 단체다. 한인 2세 청년들의 자살이 늘자 2022년부터 자살 예방 교육을 펼치고 있다. 조이 서 CCI 디렉터는 “정신건강이 조지아 한인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돼 가고 있지만, 관련 사회적 인식이 미흡하다 보니 알코올, 수면제, 진통제 등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치료상담을 적시에 제공해 누구든 홀로 마음의 병을 키우지 않게 힘쓰겠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정신건강 이야기 한인 청소년 한인 심리상담용 세미나 연사
2025.11.04. 14:42
맛있는 된장찌개는 밥도둑이다. 단, 우리 한국인에게만 그렇지 서양 사람들에게는 그 냄새조차 맡기 힘든 음식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흔히 우리가 외계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일단 그런 외계 행성은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액체 상태의 물과 대기, 그리고 온도의 범위를 정할 때 지구상의 생명체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드넓은 우주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별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행성과 위성이 산재해 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조차 수백억 년이 걸리는 그 우주에는 우리 물리학을 거스르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그 흔한 블랙홀조차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불과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번개는 하늘이 내리는 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번개(전기)를 만들고 저장하여 컴퓨터, 자동차, 휴대전화 등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천재 아인슈타인까지 유령 현상이라고 부르던 양자얽힘 현상도 조만간 그 실체가 과학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치과 병원에서 간단한 X선 촬영을 할 때도 납으로 만든 두툼한 앞치마로 몸을 가리는데 퀴리 부인 시절에는 방사성 물질이 몸에 좋은 줄 알고 비누와 치약에도 넣고 화장품에도 첨가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방사선에 피폭되었다는 말이다. 탄소는 원소주기율표에 여섯 번째로 등장하는 우주의 기본 원소다. 얼핏 생각하면 산소 없이는 단 몇 분도 생존할 수 없어서 산소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사실 지구상 모든 생명을 이루는 성분 중에서 탄소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생명체는 그 기반이 탄소이기 때문이다. 화학에서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들어가는 화합물을 유기화합물이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화학식 CH₄인 메테인이다. 비루스가 바이러스가 된 것처럼 원래는 메탄이라는 독일식 발음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메테인이라고 미국 발음을 따르고 있다. 탄소는 그 크기와 원자 속의 전자 개수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화합물을 만들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커진 요사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 탄수화물인데 바로 탄소와 수소, 그리고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원소로 같은 탄소족인 규소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아직 규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없어서 그냥 이론일 뿐이다. 우리는 외계생명체를 찾을 때 당연히 인간처럼 탄소 기반 생명체를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의 규모로 보면 꼭 지구상의 생명체처럼 탄소 기반일 필요는 없다. 물론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영장류처럼 생겼을 것으로 상상하는 것도 틀린 일이다. 지구는 원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기보다 새로 시작한 생명체가 그런 환경에 적응하여 오랜 기간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러니 외계 환경이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까, 대기 조성은 어떤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지는 결국 우리 측면에서 본 생명체 존재 기준이다. 표면 온도가 수백 도나 되고,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고, 황산 비가 내리는 외계 행성에서도 그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지구 바깥 생명체는 꼭 탄소 기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탄소 기반 과학 이야기 생명체 존재
2025.10.31. 13:20
행복한 노년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필자는 어머니 이야기를 해드린다. 몇 년 전에 92세로 세상을 떠나신 필자의 어머니는 “죽으면 썩을 몸, 아껴서 뭐하니?”를 생의 원칙으로 삼으셨다. 갓 돌이 지난 필자를 품에 안고서 남한으로 피난을 오실 때, 육로는 북한 병사들의 감시가 심해서 바다로 오셔야 했단다. 칠흑같이 캄캄한 밤에 작은 배에 오르자, 선주가 한마디를 던졌다. “그 애가 울기 시작하면 우리 모두가 죽게 되니, 아이를 바다에 던지시오.” 19세의 어머니가 한 살짜리 내게 어떤 말을 하셨는지, 어떻게 마음의 안정을 주셨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인천에 무사히 도착했다. 피난지 남한에서 아버지가 말단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우리 가족은 2년마다 이사 다녔다. 그래도 어머니가 힘드시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어 본적이 없다. 오히려 가난 속에서도 양식이 떨어진 먼 친척을 위해서 무거운 쌀자루를 머리에 이고서 산동네에 가셔서 도와드렸다는 이야기를 어린 시절에 여러 번 들었었다. 인천에서 초등학교를 시작한 후, 2학년이 되어 이사 간 목포의 산꼭대기 집에서는 유달산의 진달래 꽃이 잘 보였다. 우리보다 더 위 쪽에 사시던 아주머니는 자주 우리 집에 오셔서, 나랑 동생 인숙이를 돌보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자상하게 도와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으셨단다. 생활에 지쳐 있던 어머니는 그 아주머니를 따라서라면 세상 끝까지도 가시고 싶었단다. 드디어 그 친절한 아주머니를 따라서 간 곳은 작은 교회당이었고, 어머니는 그곳에서 들었던 찬송가의 울림에 큰 감동을 느끼셨다고 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성경, 로마서 8장에 쓰인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는 구절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으셨다. 남동생이 교통 사고를 당했을 때나, 아버지가 갑자기 직장을 잃었을 때에도 어머니는 이 모든 일들이 결국은 선을 이루는 데에 일익을 하리라고 믿으셨다. 필자가 의과 대학 공부로 피곤할 때에도 옆방에서 어머니가 TV를 보시며 웃는 소리가 들리면, 편안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평양에서 멀지 않은 ‘개천’에서, 어머니는 유복녀로 태어나셨다. 외할머니는 남편이 남기고 간 많은 빚을 갚느라 바쁘셔서 홍역에 걸린 막내 딸을 열심히 돌볼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홍역의 합병증으로 얻은 기관지염과 천식 때문에 어머니는 일생을 고생하셨다. 미국으로 모셔온 후 폐 기능 검사를 한 결과는 심각했다. 정상인의 약 50~60%의 폐기능만이 남아 있었고, 왼쪽 허파의 거의 반은 전혀 기능을 못하는 캄캄한 동굴 같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어머니는 늘 미소를 지으셨다. 이러한 건강 상태에도 어머니가 총명한 정신을 유지하시며, 구십 이세가 되도록 사셨던 비결을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로 본다. 먼저, 끊임없는 몸의 움직임 또는 활동이다. 딸이 정신대에 끌려갈 것을 두려워하신 할머니가 17세에 서둘러 시킨 결혼, 이듬해에 태어난 필자를 비롯한 네 명의 자녀를 길러내셨다. 까다로운 남편과 육십 여년을 살아가시며, 어머니는 ‘죽으면 썩을 몸’으로 열심히,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셨다. 공무원 생활을 계획 없이 끝낸 후, 실의에 빠져 있던 아버지가 건축업을 시작한 것은 스코필드 박사님의 강력한 권고와 장학금 덕분이었다. 내가 연세대 의과 대학에 입학한 후다. 새집이 팔릴 때마다 어머니는 이사 짐을 싸야 했다. 반년 만에 부모님은 스코필드 박사님의 장학금을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급우가 나 대신 받도록 하였다. 쉬임없이 일하신 어머니의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라는 사명 때문이었으리라. 또 다른 비결은 넓고 아름다운 인간 관계라고 본다. 손자의 친구들이 전화를 하면, 일본 유학을 한 아버지는 당황해서 전화를 어머니에게 건네셨다. 이북에서 6학년 교육을 마치신 어머니는 손자를 대하듯 따뜻한 태도로 그들과 이야기를 하셨다. 그것은 아마 아기가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사랑을 표하는 몸짓이나, 언어였을 것이다. 사랑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문법이나, 새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으셨다. 노인 아파트에서 사시면서 한국인, 외국인에 상관없이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셔서 장례식은 유엔 총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조문객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기도와 명상을 그치지 않으신 것도 비결이다. 카이저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필자는 당직 날 새벽 두세 시에 응급실로 불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마약을 한 젊은이가 정신 이상을 일으켜서 오거나, 조울증 환자가 분노에 휩싸여서 주먹으로 창문을 부수다가 동맥 파열로 응급실로 오는 경우, 애인이 배반했다며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급 차로 실려 오는 경우 등등 이런 밤이면, 필자는 어머니의 기도의 힘을 믿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생명을 오래 지켜준 큰 힘은 그녀의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소망이 가득한 삶의 태도였다고, 필자는 믿는다. 저 높은 곳에서 여전히 미소 짓고 계실 어머니에게 깊은 사랑과 존경을 보내 드린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스코필드 박사님 공무원 생활
2025.10.30. 18:39
한 달 전이었다. 주말 오후, 가족들과 저녁식사 후 쇼핑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 사이, 세 명의 도둑이 내 집에 들어와 모든 걸 훔쳐갔다. 경찰도 오고 CCTV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장갑을 낀 그들은 놀라울 만큼 기민하고 철저했다. 내 옷장, 서랍, 작은 상자들까지다뒤져 오랜 세월 모아온 가방과 결혼예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추억들을 한순간에 쓸어갔다. 도둑맞은 그날 이후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모든 게 귀찮았고, 몸은 움직였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훔쳐간 도둑들을 원망했고, 미워했고, 화가 났고, 허무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그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무엇에 그렇게 집착하며 살았던 걸까?’ 문득 법정 스님이 탁상시계를 도둑맞았던 일화가 생각났다. 나도 스님처럼 담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남의 손에 의해 잃는 것은 전혀 다른 무소유의 개념이다. 그렇지만 그 상실감은 오히려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했다. 마침 9월의 독서 모임 책 주제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였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모든 것을 가졌던 싯다르타는 세속의 풍요를 버리고 깨달음을 찾아 떠난다. 그의 여정 속 뱃사공 바수데바는 말한다. “강은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강에는 모든 것이 있다.” 그 구절을 다시 읽으며 생각했다. 이번 일은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강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는 강의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렸다. 나에게 발레도 그랬다. 몸은 늘 무대 위에 날고 있었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완벽한 자세보다 중요한 것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발레는 내 안의 상실과 고통을 품는 예술이며, 그 속에서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도둑맞은 허무한 마음에 여기저기 하소연하듯 이야기를 꺼냈더니, 의외로 도둑을 맞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열 명 중 네 명은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에게나 상실은 찾아오고, 그때마다 삶은 우리에게 비우는 법을 가르친다. 나는 도둑에게 빼앗기고, 싯다르타에게 배우고, 발레로 다시 일어선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배운다. 잃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의 시작이었다. 강이 흐르듯 내 삶도 흐른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바수데바처럼 조용히 웃으며 말하리라. “이 모든 일은 나에게 필요한 배움이었노라.”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진 발레스쿨 원장이 아침에 싯다르타 이야기 도둑 싯다르타 법정 스님 헤르만 헤세
2025.10.27. 19:36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혼잣말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이야기는 삶을 풍요롭게 하죠. 저는 말 없는 세상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생각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언어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저는 늘 제 직업이 고맙습니다. 모든 말은 제 관심사입니다. 이야기는 물론이고, 혼잣말도 관심사입니다. 말은 물론이고, 글도 관심사입니다. 좋은 말뿐 아니라 욕도 관심사입니다. 이야기는 중요하고 좋은 것인데 피해야 한다고 말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종교, 정치, 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칫하면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고, 싸움을 일으킵니다. 서로 기분이 좋지 않게 된다면 그런 주제는 피해야겠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종교나 정치나 성은 모두가 중요한 주제입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피하면 안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다만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겁니다. 교육도 부족하고요. 종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가장 높은 가르침이 종교(宗敎)입니다. 대화를 피할 것이 아니라 더 나누어야 할 이야기죠. 그런데 종교 이야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고집과 집착입니다. 그리고 가장 피해야 할 분노입니다. 종교의 목표는 평화인데, 종교가 싸움의 원인이 됩니다.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잘못 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깊어집니다. 그런 종교 이야기를 나누기 바랍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과 종교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 기쁘고, 아름다운 시간이 없습니다. 종교 이야기는 더 좋은 가르침을 찾기 위한 여정입니다. 마음을 열고 배우기 바랍니다. 저 역시 남은 시간 제일 많이 공부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종교입니다. 배울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내 종교만 공부하면 종교 공부가 아닙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겁니다. 서양의 정치와 동양의 정치에 대한 관념이 조금씩 다릅니다. 일단 어원 자체가 다릅니다. 서양의 정치는 말이 강조되어 있는데, 동양의 정치는 힘이 강조됩니다. 그러나 정치(政治)의 한자를 가만히 보면 ‘올바름[正]’이 중심에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정치 이야기는 말로 하는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머리를 맞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 이야기는 어렵습니다. 올바름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치가 망가지는 것은 말을 함부로 하고, 자신만이 올바르다고 우길 때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우리는 ‘정치적’이라고 비꼽니다. 저 사람은 정치적이라는 말만큼 기분 나쁜 표현이 없는 겁니다. 진짜 정치 이야기를 합시다. 듣는 귀와 내 마음을 전하는 말을 공부합시다. 성(性)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최대의 관심사일 겁니다. 한자 그대로 마음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겁니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잘못 이야기를 꺼내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성이 유머가 되고 해학이 되지만, 짓궂음이 되고 망신살도 됩니다. 따라서 성은 시간과 장소, 수위의 조절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청자가 듣기 싫어하면 무조건 하면 안 됩니다. 듣는 이가 좋아한다면 문제가 될 게 없겠지요.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잘못하면 인생이 어그러집니다. 저는 좋은 사람끼리 솔직하고 따뜻한 성 이야기는 환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이야기라면 더 좋을 겁니다. 얼어붙은 화제를 즐겁게 돌리는 이야기로 시간과 장소와 분위기만 맞는다면 피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우리 이제 종교와 정치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시다. 즐겁게 나눕시다. 고집과 집착과 분노와 모욕과 무시와 주책없음은 빼고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이야기 종교 종교 이야기 정치 이야기 종교 정치
2025.10.19. 19:22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하늘을 쳐다보면 수없이 많은 별이 반짝거린다. 공해가 적고 도시 불빛의 방해가 없는 시골에서는 하늘을 꽉 채운 별이 팔만 뻗으면 손에 잡힐 것 같다. 하지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 중에는 별이 아닌 것도 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같은 지구의 형제 행성도 별처럼 빛나고 있으며,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맨눈으로 관측되는 은하 몇 개도 마치 별같이 보인다. 꼬리가 달린 혜성도 별이 아니고 밤하늘을 질러가는 별똥별도 별이 아니다. 그 나머지 밤하늘의 모든 별은 은하수라는 이름의 우리 은하에 속한 별이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대략 2천억 개에서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다. 그래서 큰 수를 표현할 때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은하수 은하는 가운데가 볼록한 호떡처럼 생겼다. 은하수의 두께는 평균 약 천 광년 정도 되고 그 지름은 약 10만 광년 정도라고 하는데 그 속에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들어있고 우리 태양도 그런 별 중 하나다. 만약 우리가 은하수 위에서 은하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면 태양은 은하수의 변두리에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은하 중심부에는 별끼리의 상호작용이 활발하므로 생명이 시작하여 진화하기가 힘들지만, 태양처럼 멀찌감치 변두리에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별은 서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발현하여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다. 현재 인류의 문명은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의 시작과 끝을 추측할 정도지만, 그런 과학 기술의 성과로 지구를 떠난 우주탐사선이 근 50년을 날아 고작 자신이 속한 별인 태양의 끝자락을 막 빠져나가고 있는 형편이고, 그렇게 계속 날아서 수만 년을 가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대로 은하수 은하에는 태양이나 프록시마 센타우리 같은 별이 수천억 개나 있다. 만약 태양이 은하수의 다른 곳에 자리 잡았다면 지구상의 인류는 결코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은하수 은하 속에 태양이 버티고 있는 바로 이 자리야말로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행운일지 모른다. 생명은 그런 우연이 엄청나게 반복되어 생겼다. 달은 27일 걸려서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지구는 365일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태양도 은하수 중심을 기준으로 약 2억2천5백만 년에 한 번씩 일주한다. 태양이란 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덟 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데 한가운데서 빛나는 태양이 상대적으로 워낙 크고 밝기 때문에 태양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봐도 빛나는 중심성에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태양이란 별을 말할 때 그 주변에 산재한 지구 같은 모든 천체를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태양계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눈에 점 광원으로 빛나는 별, 예를 들어 북극성 같은 별도 가깝게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심에 빛나는 별이 있고 그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고 있을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별, 즉 항성은 그 주변에 한 개 이상의 행성을 거느린다. 그런 수천억 개의 별을 품은 은하수 같은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하니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태양의 위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만약 태양이 조금만 더 은하 중심에 치우쳤거나 떨어져 있었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태양 주위 우리 태양 은하수 은하
2025.10.17. 16:50
“저와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을 읽고 싶었어요. 저에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미녀와 야수’가 필요했어요.”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에 오른 영어덜트(YA) 소설 ‘윈터송’(Wintersong) 시리즈를 쓴 한인 소설가 S. 제이-존스( S. Jae-Jones, 한국명 제현·40)가 지난 4일 디케이터 북 페스티벌 초청으로 강연차 조지아주를 찾았다. 그는 ‘자라’, ‘아미’에 이어 판타지 소설 ‘가디언즈 오브 던’(Guardians of Dawn)의 3부작인 ‘율리’를 지난 8월 출판했다. 내년 마지막 작품 ‘수화’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 LA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 세인트 마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2017년 첫 책을 냈다.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거주 중인 존스 작가는 “외동이다 보니 글쓰기는 늘 외로움을 달래는 재미있는 놀이였다”며 “어릴적 어머니가 한국 동화나 신화에 대한 책들도 많이 구해다 주셨다”고 했다. 대표작 ‘윈터 송’ 시리즈는 어린 그가 가장 즐겨 읽었던, 요정과 고블린이 주로 등장하는 서양 판타지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19살 주인공 리슬이 지하감옥 고블린 왕의 신부로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운명을 거스르는 내용은 그리스 신화 속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첫 소설이 전세계 10개국으로 번역 출판되는 성공을 거둔 뒤, 그는 동아시아 신화로 눈을 돌렸다. ‘가디언즈 오브 던’은 일본, 티베트, 몽골, 한국 배경을 오가며 마법 재능을 타고난 소녀들이 괴물을 무찌르는 모험담이다. 존스 작사는 “세일러문에서 영감을 받은 마법소녀 이야기지만, 요새 독자들에겐 세일러문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설명하는 게 쉬울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세상을 구하는 십대 여성의 이야기는 어른들의 서사와 다른 방식으로 치유, 친절, 성장, 변화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며 “‘케데헌’의 성공 역시, 많은 시청자들이 주변 불의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영어덜트들의 이야기에 굶주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소설엔 재치 있게 변주한 한국 소재들이 여럿 등장한다.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딴 방탄 브라더스는 주인공을 돕는 가디언즈 중 한명이다. 마법 주문인 ‘꽃의 언어’는 한자를 차용했다. 그는 “매년 어머니와 한국을 방문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여전히 동양 신화는 서양의 것보다 다루기 까다롭다고 느낀다”며 “그럼에도 디아스포라의 방식으로, 정교하거나 교육적인 방식을 떠나서 정직한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면 한국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어릴적 접한 한국계 미국인의 책은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표출하거나 이민자로서의 경험, 즉 미국에 처음 온 사람들의 트라우마나 인종차별, 문화적 충돌을 주로 다뤘다”며 “우리 조부모님 역시 평양 출신이라 그 모든 게 우리 역사의 일부임을 알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성장기 열광하며 읽었던 판타지 소설에도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걸 원했다”고 했다. 문화적 배경에 대한 고증만큼이나 신경써 서술한 부분은 십대 청소년의 모습을 가감없이 담는 것이었다. 그는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소녀들이 괴물과 싸우는 장면이 아니라, 그저 함께 앉아 귀여운 남자애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먹는 장면을 쓰는 데서 왔다”고 했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죠. 특히 소녀 시절에 가졌던 관계들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뻔뻔하고 성실하고, 혼자보다 함께 할 때 더 강해지는 십대들의 모습을 쓰는 것은 제 내면에 아직 살아 있는 14살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마법소녀 이야기 페르세포네 이야기 존스 작가
2025.10.08. 7:53
달리는 기차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모든 것이 기차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지만, 정작 기차에 탄 승객은 그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기차가 아무리 고속으로 달려도 편안히 앉아서 음식을 먹고 마신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마치 기차 내부처럼 고요할지 몰라도 사실 지구는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저 스스로 자전도 한다. 우리는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것, 즉 한 번 자전하는 것을 하루라고 하고 중심성인 태양 주위를 한 번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 동안 365.25번 자전하므로 1년은 365일이다. 그런데 소수점 이하 자투리(0.25)가 4번 모이면 하루가 되므로 네 번째 해의 2월 마지막 날에 그 하루를 추가하여 그 해를 윤년이라고 하며, 그러므로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은 2월이 29일까지 하루가 더 있어서 1년이 366일이 된다. 빨리 달리는 기차 안의 승객이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지구에 사는 우리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밤낮이 바뀌고 계절이 변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지구는 동그란 공 모양이어서 지구상의 위치에 따라 자전하는 속도가 전혀 다르다. 북극점이나 남극점에서는 자전 속도가 0이지만, 가장 불룩한 적도에서는 지구의 회전 속도가 무려 시속 1,600Km를 넘는다. 참고로 마하 1은 시속 1,235km니까 음속으로 나는 전투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돈다는 말이다. 한국이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서는 소리의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돈다니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 하지만 자전 속도는 공전 속도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공전 속도는 시속 10만km를 웃도는데 이는 소리보다 무려 88배나 빠른 속도다. 그렇게 부지런히 태양 한 바퀴를 날아서 완주하는 것을 1년이라고 한다. 달과 지구, 태양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천체는 자전과 공전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태양이란 별의 행성인 지구는 자신의 형제 행성들과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물론 태양도 자전하며 동시에 자기가 속한 은하수 은하의 중심을 기준으로 공전하는데 태양이 은하수를 한 번 공전하는 기간을 은하년이라고 하며 우리 시간으로 약 2억2천5백만 년 정도 될 것으로 추측한다. 참고로 태양이 은하수 주위를 공전하는 속도는 시속 80만km 정도 된다고 하니 천체 움직임의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잘 알다시피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하여 총 여덟 개의 행성이 있는데 그 중 금성만 자전 방향이 거꾸로다. 태양계를 위에서 내려다본다고 할 때 다른 행성들은 시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는데 유독 금성은 시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자전한다. 바꿔 말해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 세상 모든 것에는 청개구리가 있는가 보다. 우주 공간에는 저항이 없어서 천체의 자전과 공전은 멈추지 않고 영원히 계속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속도가 변하기도 한다. 지구의 형제 행성이라고 불리는 화성의 자전 속도는 아주 조금씩 빨라지고 있으며, 지구는 달의 인력으로 인한 조석력 때문에 자전 속도가 늦어진다고 한다. 물론 아주 미미한 차이기 때문에 우리가 상관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자전과 공전 지구 태양 공전 속도
2025.10.03. 15:56
끝이 없다는 표현이 있다. 만약 이 세상에 정말로 끝이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주일 것이다. 우리가 속한 우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와 아예 관측조차 불가능한 그 바깥의 우주다. 우주를 구성하는 은하는 사방으로 멀어지고 있는데 관측하는 곳에서 멀수록 후퇴하는 속도가 빨라지다가 빛보다 빠른 속도가 되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른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보이는 물체에서 떠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물체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 눈에서 멀어진다면 그 물체를 출발한 빛은 아무리 해도 우리 눈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엇인가는 있겠지만 볼 수 없으니 없다고 하지 않고 관측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먼 곳의 은하가 빛보다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면 관측할 수 없는 은하이고 그 경계의 안쪽에 있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은하라고 한다. 관측자인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465억 광년인 공을 상상하면 그 공의 안쪽이 바로 관측 가능한 우주다. 여기서 빛보다 빠르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은하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은하를 담고 있는 공간이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말이다. 물론 관측 가능한 우주와 같은 모습이겠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우리 형편으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산다. 지구 주위에는 달이라는 위성이 돌고 있다. 지금부터 56년 전에 우리 인류는 달 위를 걸었다. 지구 같은 행성 여덟 개가 모여서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을 공전하는데 그 전체를 태양계라고 한다. 태양계 같은 별이 약 1천억에서 4천억 개가 모인 것을 은하라고 하는데 우리 별인 태양이 속한 은하를 은하수라고 부른다. 은하수은하를 떠난 빛이 약 250만 년 걸려 도착하는 곳에 이웃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은하수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우리보다 두 배쯤 큰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나 되는 별들이 바글거린다. 아까 언급한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은하수나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어림잡아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물론 추측이지만 그래도 과학적 근거로 추산한 숫자다.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금 엉뚱한 생각을 했다. 허블 망원경은 수많은 천문학자가 순서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 1초도 여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 망원경 스케줄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우주 공간을 며칠씩 촬영한다니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최고 담당자의 자격으로 우겨서 귀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로 했다. 우주의 빈 곳을 찍었는데 그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었다.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던 공간에서 오는 빛을 열흘 동안 모았더니 약 3천 개의 은하가 찍혔다. 전체 하늘의 약 2,4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존재하는 은하가 그 정도라면 우주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은하가 퍼져 있을지 짐작하기도 벅차다. '허블 딥 필드' 얘기인데 로버트 윌리엄스의 선구자적 혜안이 놀랍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대략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고 하며 각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태양은 그런 별 중 하나다. 그러므로 우리 기준으로 우주는 무한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공간 과학 이야기 우주 전체
2025.09.26.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