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다는 표현이 있다. 만약 이 세상에 정말로 끝이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주일 것이다. 우리가 속한 우주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와 아예 관측조차 불가능한 그 바깥의 우주다. 우주를 구성하는 은하는 사방으로 멀어지고 있는데 관측하는 곳에서 멀수록 후퇴하는 속도가 빨라지다가 빛보다 빠른 속도가 되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른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보이는 물체에서 떠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물체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 눈에서 멀어진다면 그 물체를 출발한 빛은 아무리 해도 우리 눈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엇인가는 있겠지만 볼 수 없으니 없다고 하지 않고 관측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먼 곳의 은하가 빛보다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면 관측할 수 없는 은하이고 그 경계의 안쪽에 있는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은하라고 한다. 관측자인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465억 광년인 공을 상상하면 그 공의 안쪽이 바로 관측 가능한 우주다.
여기서 빛보다 빠르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은하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말이 아니라, 은하를 담고 있는 공간이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말이다. 물론 관측 가능한 우주와 같은 모습이겠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우리 형편으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산다. 지구 주위에는 달이라는 위성이 돌고 있다. 지금부터 56년 전에 우리 인류는 달 위를 걸었다. 지구 같은 행성 여덟 개가 모여서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을 공전하는데 그 전체를 태양계라고 한다. 태양계 같은 별이 약 1천억에서 4천억 개가 모인 것을 은하라고 하는데 우리 별인 태양이 속한 은하를 은하수라고 부른다. 은하수은하를 떠난 빛이 약 250만 년 걸려 도착하는 곳에 이웃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은하수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우리보다 두 배쯤 큰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나 되는 별들이 바글거린다. 아까 언급한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은하수나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어림잡아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물론 추측이지만 그래도 과학적 근거로 추산한 숫자다.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금 엉뚱한 생각을 했다. 허블 망원경은 수많은 천문학자가 순서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 1초도 여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 망원경 스케줄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우주 공간을 며칠씩 촬영한다니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최고 담당자의 자격으로 우겨서 귀중한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로 했다. 우주의 빈 곳을 찍었는데 그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었다.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던 공간에서 오는 빛을 열흘 동안 모았더니 약 3천 개의 은하가 찍혔다. 전체 하늘의 약 2,4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존재하는 은하가 그 정도라면 우주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은하가 퍼져 있을지 짐작하기도 벅차다. '허블 딥 필드' 얘기인데 로버트 윌리엄스의 선구자적 혜안이 놀랍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대략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고 하며 각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태양은 그런 별 중 하나다. 그러므로 우리 기준으로 우주는 무한하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