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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웜홀

멘델레예프에 의한 원소주기율표는 나중에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보는 원소주기율표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곳곳에 빈칸이 많았다. 나중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들이 하나 둘 채워졌다. 표준모형이 만들어진 후 피터 힉스는 빅뱅 시에 입자에 질량을 주었던 무엇인가를 추측했는데 반세기 후 그 입자가 발견되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힉스 입자라고 이름 지어졌다.   백 년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견했던 중력파가 최근에 발견되어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일정한 줄 알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큰 천체 곁을 지나는 빛은 휘어지고, 만약 중력이 무한대가 되면 빛은 아예 그 천체를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처음에는 이론상 그런 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블랙홀로 밝혀졌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상상했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증명되었다. 지금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웜홀도 어쩌면 미래 어느 날 찾을지도 모른다. 웜홀이란 두 공간을 잇는 통로를 말하는데 사과에 사는 벌레가 표면의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가려면 사과의 표면을 빙 둘러가야 하지만, 만약 사과 속으로 난 통로를 이용한다면 훨씬 가깝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런 벌레 구멍이란 뜻의 웜홀은 아직은 상상 속의 이야기다.   우주는 너무 광대해서 설사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고 해도 수십만 년 이상을 가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빛보다 빠른 것이 없다는 것이 상대적 우주의 절대적 진리다. 어떤 물체의 움직임이 광속에 가깝게 되면 질량이 무한대가 된다는 것이 상대성이론이므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광속을 능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속도 말고 중력으로 휘어진 공간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바로 웜홀이다.     중력은 공간을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종이 한 장을 우리의 우주라고 하자. 펼친 종이 위의 한쪽에 점을 찍고 A라는 이름을 붙인 다음, 15cm 정도 떨어진 다른 쪽에 또 점을 찍고 B라고 했을 때, 점 A에서 점 B까지의 가장 빠른 길은 당연히 두 점을 이은 15cm 직선이다. 그런데 우주는 너무 넓어서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빛의 속도로도 수십만 년 이상이나 걸린다면 고작 100년 정도 사는 우리 인간에게는 여행 불가능한 거리다.   그런데 만약 종이를 반으로 휘게 해서 그 두 점을 바로 위아래에 오게 하고 닿을락 말락 붙인다면 직선거리로 15cm 떨어진 두 점은 1mm도 안 되게 떨어져 있다. 이때 두 점을 잇는 통로를 만들면 먼 거리를 보다 빨리 갈 수 있는데 이런 가상의 통로를 웜홀이라고 한다.     미국의 물리학자 John Wheeler는 블랙홀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인데 웜홀도 그가 만든 이름이다. 블랙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화이트홀이란 것이 있는데 웜홀은 이 두 천체를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라고 하는데 지금 당장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화이트홀은 블랙홀과는 반대로 모든 것을 뱉어내기만 한다는 천체다. 그래서 빅뱅이 바로 화이트홀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먼 미래 어느 날 그런 천체를 이용한 원거리 우주여행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멘델레예프가 빈칸으로 남겨 놓은 미지의 원소가 하나씩 발견되듯, 예견된 힉스 입자가 나중에 발견되듯 그런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원거리 우주여행 힉스 입자

2025.08.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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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입자가속기

원자의 하위 개념인 입자란 존재하는 사물을 더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를 말하는데 그런 입자를 빛에 버금갈 정도로 속도를 올린 후 다른 입자에 충돌시켜서 물리학 분야나 생물학, 그리고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장치를 입자가속기라고 한다. 옛날에 사용하던 TV 브라운관도 입자가속기의 한 종류다.   거시세계를 취급하는 학문이 천체물리학이라면, 원자나 입자의 성질이나 움직임을 연구하는 미시세계를 다루는 학문을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크고 광대한 우주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 세상의 시작을 밝히려고 했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를 연구함으로 빅뱅의 비밀과 우주의 진화를 알 수 있게 됐다. 역시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은 서로 통하는가 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입자가속기라든가 특수상대성이론 등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은 상대성이론을 무시하면 정상 작동이 되지 않고, 암은 현재 사망자의 25%를 차지하는데 암 환자 치료 역시 입자가속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므로 상식적인 수준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입자가속기란 원자핵(+)이나 전자(-) 등 전기를 띤 작은 입자를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이용하여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오래 전 배운 원자의 구조는 중앙에 핵자가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모양이었다. 마치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움직임과 닮았다고 추측했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란 것을 찾아냈는데 바깥을 도는 전자와 함께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다.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자 우리가 가장 기본 단위라고 생각했던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작은 입자인 쿼크라는 것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야흐로 입자물리학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은 표준모형이라는 것으로 그런 미시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전자는 자신이 속한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중심의 원자핵 주위에 중첩된 상태로 마치 안개처럼 존재한다고 한다. 거기까지 길 안내를 했던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도 전자가 중첩되어 구름 같이 퍼져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대에 있는 CERN(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에는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있다. 지난 2012년 이곳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1964년 영국의 Peter Higgs는 137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났을 때 모든 물질에 질량을 주고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는 입자를 예견했다. 그 후 한국이 낳은 위대한 물리학자였던 이휘소 박사는 이 입자에 예견자의 이름을 붙여 '힉스 입자'라고 이름지었다. 약 반세기가 지나 상상 속의 힉스 입자가 입자가속기를 통해서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로써 16개의 기본 입자와 힉스 입자로 된 표준모형이 완성되었다.     빅뱅 당시의 에너지를 만들어서 실험하기에 우리의 과학 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다. 원자핵 속에서 작용하는 약력과 강력은 미시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입자를 그런 가까운 거리에서 제어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입자를 가속하면 운동에너지가 커지므로 가속기를 사용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입자의 내부가 궁금했던 우리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입자가 부딪혔을 때 튕겨 나가는 궤적을 연구하고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측정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입자가속기다.  (작가)       박종진입자가속기 박종진 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 과학 이야기 입자물리학 시대

2025.07.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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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이란?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태양은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사실 태양은 가만히 있는데 지구가 돌고 있어서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처럼, 시간 역시 변하는 현상을 보고 편의상 만들어 놓은 것이지 실제로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존재한다는데 3차원에 사는 우리에게는 마치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눈앞의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수정체를 통과해서 망막에 상이 맺히면 우리는 본다고 한다. 사진기는 사람의 눈을 모방해서 만든 기구인데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에는 사람이 거꾸로 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직진하는 빛이 마치 알파벳 X자처럼 작은 렌즈 구멍을 통과하기 때문에 사람의 머리 부분은 사진기 아래에, 다리 부분은 위쪽에 상이 맺혀서 그렇다. 사람의 망막에도 사진기처럼 위 아래가 뒤집혀서 상이 맺힌다. 그러나 시신경이 정보를 뇌로 보낼 때 그런 뒤집힘 현상을 바로잡아서 우리는 물체의 위 아래가 바로 돼 있는 것처럼 인식한다.     우주에서 단 한 가지 불변인 것은 빛의 속도다. 공중전에서 전방의 적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은 자기 속도에 비행기의 속도를 합한 속도로 날아간다. 그런데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보이저호에 무전을 보내면 보이저호의 속력과 관계없이 전파는 빛의 속도로 날아서 도착한다. 빛(전파)은 어떤 경우에도 그 속도가 일정해서 그렇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애틀랜타까지 시속 5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로 10시간 걸린다면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500마일이다. 이처럼 속도란 두 곳 사이의 거리를 걸리는 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만약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면, 그 대신 걸리는 시간이 변하면 공식은 유지되므로 광속 불변의 우주에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그동안 시간은 어디서나 일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빛도 더 빠르거나 더 느리게 관측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의 작동원리는 우리의 직관과는 달랐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세상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가 느끼는 세상은 과거와 현재가 있고 앞으로 미래도 있는 시간의 세상이다.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는 우주 전체에서 시간은 일정하게 흐른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시간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쉬운 예를 들면, 빨리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은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에 비해서 늦게 흐른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종합하자면 빛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은 속도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고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시간은 물체의 움직임과도 관계가 있지만, 중력도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중력이 큰 곳에서는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그래서 블랙홀처럼 극한의 중력을 가진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따라서 아주, 아주 정말로 미세한 차이여서 느끼지 못할 뿐 아파트 20층에 사는 사람보다 지상에 가까운 곳, 그러니까 중력이 조금이라도 큰 곳에 사는 사람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러니 땅 집에서 사는 것이 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낫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일리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아주 정밀한 기구로 측정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그동안 시간 과학 이야기 자기 속도

2025.07.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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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진공

우리는 무엇이 없을 때 '텅 비었다'라고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사실 산소, 질소, 아르곤, 그리고 미량의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많은 것들로 꽉 차 있다. 아무것도 없는 진짜 공간은 진공(眞空∙vacuum)이라고 하는데 실험실에서 그 비슷한 상태를 만들 수 있지만, 100% 진공은 불가능하다. 은하 깊숙한 곳, 별과 별의 사이인 성간은 거의 완벽한 진공 상태라고 하는데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m씩 되는 정육면체 모양의 공간에 수소 원자 몇 개 정도 들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완벽에 가까운 진공은 지구상에서는 존재 불가능하다.   수학에서는 0이라고 하며, 불교에서는 무(無)라고 하는데 과학적 용어로는 진공이다. 진공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진공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음극선 실험을 하면서부터다. 공기 중에서는 음극선이 흐르지 않았다. 음극선의 흐름이란 다시 말해서 전자의 이동인데, 공기 속의 여러 입자가 전자의 이동을 방해했다. 그래서 공기가 희박할수록, 그러니까 진공에 가까운 상태일수록 음극선의 흐름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실생활에서 진공은 아주 중요하다. 빛을 내는 전구는 속의 공기를 없애서 필라멘트가 산화되지 않아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진공청소기가 있고, 진공포장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에 쓰이고 있다. 의미를 혼동하는 일이 많은데 어떤 용기 속에 공기를 뺐다고 진공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모든 물질, 즉 원자까지 모두 없어야 제대로 된 진공이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진짜 진공을 만드는 일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고전역학에서는 진공은 텅 빈 곳이었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진공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진공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좀 어려운 말 같지만, 진공 속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그럴 때 에너지와 빛이 나온다. 만약 진공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직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이 그 단계는 아니다.   지구와 달, 태양계, 은하 등 우주를 우주답게 유지해 주는 것이 바로 중력이다. 중력은 미시세계에서는 약한 힘이기는 하지만 은하나 우주의 규모에서는 가장 강한 힘이다. 중력 때문에 우리가 지구에 붙어서 살 수 있고, 여덟 행성이 태양이란 별을 공전하면서 태양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은하인 은하수의 크기는 그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덩치지만 중력으로 말미암아 모두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수조 개나 되는 은하가 모인 우리 우주도 중력에 의해서 서로 흩어지지 않고 우주의 모습을 지탱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가속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은하와 은하 사이가 점점 빨리 멀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좀 이상하다. 중력 때문에 서로 잡아당긴다면 당연히 은하와 은하 사이도 점점 가까워져야 할 텐데 멀어진다니 뭔가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과학자들은 중력을 이기는 어떤 힘, 즉 척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고 그 알 수 없는 힘을 밝히려고 했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그 모르는 힘에 암흑에너지란 이름을 붙였고 우주는 암흑에너지가 중력보다 커서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혹시 암흑에너지가 바로 진공 에너지가 아닌가 의심한다. 그런 과학적 추측이 과학 기술이 향상되면서 실험적, 관찰적 증거가 발견되는 것이 물리학의 발달 과정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진공 에너지 진공 vacuum 과학 이야기

2025.07.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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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가시광선

현대 우주론을 이야기할 때 대다수는 빅뱅 이론을 지지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폭발로 우주가 시작됐다는 것인데 그 이름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큰 소리(Big Bang)와 섬광(빛)을 상상한다. 사실 빅뱅이란 말은 1949년 라디오 대담 프로에 나온 저명한 교수가 자신과 반대되는 이론을 비꼬면서 했던 표현인데 지금은 점잖게 우주론을 대표하고 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빅뱅이 지금부터 약 138억 년 전에 있었다는 과학적인 추측을 한다. 처음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틈바구니에 끼어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빛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우주의 온도와 밀도가 떨어지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수소 원자라는 물질이 되면서 생긴 느슨해진 틈을 비집고 탈출하기에 이른다. 흑암 속 빅뱅 후 약 38만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빛이 나타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빛은 생명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로 우리는 태양에서 빛을 얻는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의 한 가운데 태양이란 이름의 별이 빛나고 있는데, 별이란 수소 가스가 중력에 의해서 뭉쳐진 덩어리로, 품고 있는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하여 헬륨으로 변하면서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태양계 안의 모든 생명체는 중심성 태양에서 핵융합할 때 나오는 빛과 열이 생명의 원천이다.   빛은 전자기파의 한 부분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동이다. 파동이란 진동이 퍼져 나간다는 말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여러 개의 동심원이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파동이다. 한 원의 맨 꼭대기에서 다음 원의 맨 꼭대기까지를 파장이라고 하며 전자기파는 파장의 길이에 따라서 여러 영역으로 나뉜다. 파장이 가장 짧은 쪽이 감마선이고 그다음이 차례로 X선, 자외선, 가시광선(빛), 적외선, 전파의 순이다. 전자기파 중에서 특히 우리의 시신경을 자극하여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빛인데 전문용어로는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빛은 파동이기도 하지만 입자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는 오랫동안 다툼의 소지가 많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 빛은 파동이며 입자라는 2중성을 갖는다고 정의한다.   빛의 속도는 초속 약 30만km인데 우주에서의 제한 속도다. 이 세상에 어느 것도 빛보다 빠른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빛에는 직진, 반사, 투과, 굴절, 회절, 간섭, 흡수 등 7가지의 성질이 있다.       질량이 큰 천체 곁을 지나는 빛은 휘는데 이는 빛이 직진한다는 성질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질량이 큰 천체에 의해 이미 그 주위의 공간이 휘어졌고, 이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빛도 관찰자의 눈에는 마치 휘어져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빛은 거울 같은 물체에 닿으면 입사할 때와 똑같은 각도로 반사되며, 투명한 매질을 만나면 투과한다. 밀도가 다른 매질로 들어가는 빛은 굴절하기 때문에 유리컵에 꽂힌 빨대가 휘어진 것처럼 보인다. 입자는 직선의 형태로 나아가지만, 파동이기도 한 빛은 소리처럼 회절하는데, 좁은 틈을 지나는 빛이 틈새의 바로 뒷면까지도 도달하는 데 이를 회절이라고 한다. 또 빛이 겹쳐지는 경우 서로 보강되거나 소멸하는 현상을 간섭이라고 한다. 바닷속으로 들어간 빛은 붉은색부터 흡수되다가 더 깊은 곳까지 도달한 파란색이 물 분자와 부딪혀서 바닷물은 푸르게 보인다. (작가)     박종진가시광선 박종진 과학 이야기 중성자가 수소 현대 우주론

2025.06.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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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자리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강아지 모양도 있고 토끼 모습도 보인다. 밤이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는데 우리 조상은 마치 낮에 보이는 구름에 이름을 짓듯 밤하늘의 별끼리 연결해서 동물이나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전해져 내려온 별자리가 1928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천문학자들에 의해서 통일된 88개의 별자리로 정해졌다.   별자리(Constellation)는 한자로 성좌(星座)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카시오페이아는 그런 별자리 중 하나지만, 북두칠성은 별자리가 아니라 성군(星群)이다. 성군은 공식적인 별자리라기보다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별의 집단을 뜻한다.   북두칠성(Dipper)은 일곱 개의 별이 마치 국자 모양처럼 생겨서 이름 지어진 성군인데, 별자리란 북두칠성처럼 별과 별을 이어서 만든 사물의 모양이라기보다 그 천체가 위치한 지역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제3차 총회에서 지구 위에 펼쳐진 하늘을 동그란 구로 보고, 그 천구를 88조각 내어 각 부분에 이름을 붙여서 별자리로 확정했다. 한국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는데 행정구역상 몇 개의 도로 나눴다. 경기도에는 수원, 광주 등 도시가 있다. '경기도 광주' 하면 쉽게 그 위치가 머릿속에 떠오르듯, '거문고자리 베가'라고 하면 천구의 어디쯤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베가는 우리말로 직녀성이라고 하는데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다.   별자리의 기원은 지금부터 약 5천 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추측한다. 2세기경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정한 48개의 별자리를 기본으로 시작하여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늘다가 20세기 초반에 국제천문연맹에서 88개를 정해서 국제적으로 사용한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사람들은 별의 움직임을 인간의 운명에 연관시켰던 까닭에 몇백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문학과 점성술은 크게 다르지 않은 학문이었다. 점성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별자리를 Zodiac Sign이라고도 한다.   별자리는 총 88개지만 지구상의 위치나 계절 때문에 한 곳에서 모든 별자리를 볼 수는 없다. 한국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별자리는 물뱀자리를 포함해서 11개이고, 일 년 내내 아무 문제 없이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를 포함해서 6개다.   아주 옛날부터 별자리가 중요했던 이유는 항해 때문이었다. 변변한 과학 기재가 없던 옛날, 육지와는 달리 사방이 물인 바다 한복판에서 방향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늘의 별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별자리 이름에는 나침반자리, 육분의자리 등 유독 항해 도구의 이름이 많이 차용되었다.   별자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까닭에 사실 가만히 있는 별들이 일주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까닭에 별자리는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별이나 별자리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위치가 변하지만, 사람의 시간 기준으로 볼 때는 고정되어 있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별이 일주운동을 하고 별자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마치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별자리 이름 과학 이야기 과학 기재

2025.06.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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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조르주 르메트르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름이 후세에 길이 남는 사람도 있지만, 큰 나무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렇게 묻힌 사람 중에 벨기에 출신의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이며 가톨릭 신부였던 조르주 르메트르가 있는데 천체물리학 역사상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이어서 소개한다. 그는 로마 교황청 과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몬시뇰 칭호를 받기도 했는데 몬시뇰이란 주교는 아니지만, 교회에 큰 공을 세운 나이 든 사제에게 주어지는 명예 칭호다.   아인슈타인 때까지만 하더라도 변함없는 우주가 지배적인 우주론이었다. 천재 아인슈타인의 생각으로 우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같은 정적인 우주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기독교의 창세기와 마찰을 빚었다. 우주는 그렇게 한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그대로 있던 정적인 우주라는 것이 소위 과학적 사고였다. 그런데 가톨릭교회 신부라는 사람이 복잡한 수학 계산 끝에 우주는 팽창한다고 했다. 팽창이란 말은 작은 것이 크게 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점점 작아지다가 어느 시점에 시작이 있었다는 말이다. 르메트르는 우주도 초고온, 초밀도의 원시 원자 상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팽창했다고 했다. 인류 최초로 빅뱅을 예견한 것이다.   르메트르가 태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뉴턴이 물리학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어서 학교에서는 뉴턴 역학을 기초로 한 물리학을 가르쳤다. 아인슈타인도 그런 물리학을 배웠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눈을 돌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 후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발전시켜 우주론에 접목했다. 물리학자들은 대체로 고난도 수학에 약했지만, 르메트르는 자신의 전공인 수학을 바탕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풀다 보니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30대 초반의 신부님은 당시 물리학계의 샛별로 떠오른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려고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아인슈타인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 앞에서 열변을 토했지만, 당시의 지성 아인슈타인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신부님의 수학적 전개는 아주 훌륭합니다만 물리학적으로 보면 혐오스러운 내용입니다." 그때까지 정적인 우주를 고집하던 아인슈타인에게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은 역겨웠다.   나중에 우주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가 바로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맨 처음 알아낸 사람도 르메트르다. 허블이 팽창 우주 이론을 발표하기 2년 전 르메트르가 먼저 같은 이론을 주장했지만, 나중에 허블만 조명을 받은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챙기지 않았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힌다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했는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950년대 초 로마 교황이 르메트르의 원시 원자 이론이 창세기 기사와 부합한다고 거들자 그는 공개적으로 항의한 후 자기가 가톨릭 신부이기 때문에 창세기에 어울리는 이론을 주장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 세상을 피했다. 평생 신실한 신부로 봉사하며 과학을 억지로 종교에 끼워 맞추는 것을 반대했다. 다행히 임종 직전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어 그의 예측과 이론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자 하나님께 감사하며 선종했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르메트르 박종진 조르주 르메트르 과학 이야기 천재 아인슈타인

2025.05.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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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소행성 충돌

얼마 전에 아마겟돈, 그리고 딥임펙트 같은 영화가 상영된 후 요사이 갑자기 소행성 충돌에 관한 얘기가 자주 나온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는데 지구 말고도 일곱 개나 되는 형제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 그 중 화성과 목성 사이에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행성이 되지 못하고 그냥 크고 작은 파편으로 남아서 떠도는 천체를 소행성이라고 부르고 그 집합을 소행성대라고 한다.     그런 소행성이나 혹은 혜성이 어떤 이유에서 태양의 중력에 끌려 지구에 접근하기도 하는데 지구에는 대기가 있어서 지구 인력권에 들어온 천체는 대기와의 마찰에서 오는 높은 열로 지구 표면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타버린다. 그렇게 대기 중에서 타는 것을 별똥별(유성)이라고 부르고 다 타버리지 않고 일부가 남아서 지구에 떨어지는 것을 별똥석, 즉 운석이라고 한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서 소행성이 부딪혀 생긴 분화구가 그대로 보인다.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던 일은 종종 있었지만, 지구에는 대기가 있으므로 표면에 닿기 전에 타버리거나 설령 그 잔해가 지구와 충돌하여 분화구를 만들어도 침식 작용, 혹은 지구의 지각 활동으로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지표의 많은 부분이 바다여서 충돌 흔적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추측하건대 지금까지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으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약 6천6백만 년 전에 멕시코의 유카탄반도 근처에 추락한 지름이 10km 정도 되는 소행성으로 그 충돌로 당시 이 땅의 주인 노릇을 하던 공룡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의 75%가 절멸했다고 한다. 물론 학설 중 하나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편의상 AU(astronomical unit – 천문 단위)라고 하는데 태양계 내에서의 거리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는 30AU 정도 되는데 이 말은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는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약 30배 정도라는 의미다. 근지구천체(NEO - Near Earth Objects)는 공전궤도가 태양에서 1.3AU까지 접근하는 천체를 말하며 태양과 1AU 떨어져서 공전하는 지구에 너무 가까워서 잘못하면 부딪힐지도 모르는 위험한 천체를 일컫는다.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다가 어떤 이유에서 태양의 인력에 끌려 지구 궤도 가까이 다가와서 지구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잘못하면 지구에 충돌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주 작은 것이면 지구 대기에서 타버리겠지만 오래 전 공룡을 모두 죽인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인류를 포함하여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감시하는 기구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천체가 지구 궤도로부터 800만km 정도 다가오거나 그 지름이 30m 정도 되는 소행성은 잠재적 위험 천체로 분류하고 추적한다. NASA는 지금까지 약 3만 개에 달하는 잠재적 위험 천체를 발견했는데 그 중 2개는 실제로 지구와 충돌했지만, 워낙 작은 것이어서 실제적인 피해는 없었다. NASA의 목표는 위험한 천체를 미리 발견하여 지구에 충돌하기 전에 예방하는 일이다.     지구로 돌진하는 천체의 방향을 틀어 지구를 비켜 가게 하는 일은 영화 이야기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지구의 운명을 바꿀 만한 위험 천체는 아직 탐지되지 않았고 가까운 미래에도 그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소행성 충돌 천체가 지구 과학 이야기

2025.03.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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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호모 사피엔스

사람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는데 절대자에 의해서 창조되었다는 창조론도 그 중 하나다. 이 글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 같은 포괄적인 논쟁을 떠나 그동안 우리가 이룬 분자생물학, 유전학, 진화인류학 등을 통해서 밝혀진 인류의 기원과 조상에 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사람의 먼 조상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어서 현재 발견된 화석이나 뼈 등 잔존물과 과학을 바탕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아직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은 어떤 유인원 조상으로부터 돌연변이에 의해 분리된 가장 첫 번째가 오랑우탄이고 그 다음은 고릴라, 침팬지, 그리고 700만 년 전에 비로소 사람이 갈라져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계통으로 내려오다가 약 400만 년 전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유인원과 사람의 중간쯤 되는 인류의 조상이 살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 등 주변 환경 때문에 멸절하고, 운 좋게 생존한 것들도 또 멸절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지구가 겪는 자연적인 기후 변화 말고도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 폭발 등도 결과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주었다.   인간은 같은 크기의 다른 동물에 비해 잘 뛰지도 못하고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어서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주 멸종되었지만, 인류가 다른 유인원류와 크게 다른 점은 우선 두 발로 서서 걷는 것과 불을 사용하며, 말로 서로 소통한다는 것 등인데 먹을 것을 익혀 먹기 시작한 이후로 영양 상태가 좋아져서 특히 뇌(지능)가 발달했다.   만원 버스에 승객을 더 태우려면 타고 있던 사람 중 일부가 내려서 빈자리가 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생태계에도 멸종이 있어야 새로운 종이 끼어들 수 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다가 멸종된 후에 척추동물이 세상을 차지하게 되었고 급기야 인간이 출현했다.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 되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지만,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약 4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전 세계로 퍼졌다. 그전에도 수많은 고인류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 인류의 직계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인데 라틴어로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의 직접 조상인 현생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5만 년 전쯤 아프리카에서 유럽 쪽으로 이주했는데 당시 그곳에는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터 잡고 살고 있었다. 그 두 인류는 긴 세월을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혼혈이 이루어졌다. 그러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네안데르탈인 역시 멸절하고 말았으며 결과적으로 인류는 근연종, 아종 모두 멸종하고 유일한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80억이나 되는 사람이 바글거리며 살고 있는데 의학이 발달하고 먹거리가 좋아진 결과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가 딱 두 배로 증가했다. 앞으로는 당연히 물과 식량 등 지구상 자원이 부족할 것이고 다른 여러 이유로도 우리는 지구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이주 1순위는 화성인데 지구와는 중력부터 다르다. 미래 어느 날 화성으로 이주해서 살게 될 날이 올 것이고, 그렇게 몇 세대가 지나면서 거리상 왕래가 힘든 화성에 사는 인류는 나름 그곳 환경에 맞게 진화하게 된다. 중력이 작아서 뼈와 근육이 약해진 새로운 인류, 그러니까 우리와는 신체 구조나 생김새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작가)     박종진사피엔스 박종진 호모 사피엔스 과학 이야기 유인원 조상

2025.02.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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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원소주기율표

취미로 무엇을 수집하다가 물건이 하나 둘 늘어나면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서로 관계되는 것끼리 모은다. 19세기 중엽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혼자서 카드 게임을 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우리의 화투 떼기 같은 것을 했는데 그동안 발견된 원소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원소에도 카드 게임처럼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원소의 질량이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순으로 배열하다 보니 어떤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다.     빙고! 비록 원소의 질량에 의한 분류였지만 멘델레예프는 최초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다. 군데군데 빈 자리가 있었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 자리였고 그는 하나 둘 그 빈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니켈과 코발트에 이르러 공식에 맞지 않게 되자 나중에 영국의 물리학자 모즐리가 원소의 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 개수의 순서대로 늘어놓아 그 문제를 해결했다.     모즐리는 원자의 모형을 현대식으로 추측한 러더포드의 제자였는데 음극선을 각 원소의 핵에 쐈을 때 발생하는 X선 진동수의 제곱근이 원자번호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쯤 되면 상당한 수학이다.     원래 모즐리는 생물학자였는데 수학을 잘하자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원자핵 속의 전하량, 즉 양성자의 수라는 사실을 발견하여 과학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지금은 멘델레예프의 그늘에 가려 누가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양성자 수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새로운 원소주기율표가 완성되었는데 바로 영국의 헨리 모즐리의 업적이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이 공로로 노벨상 후보에는 올랐으나 정작 상을 받지는 못했다.   사각형 모양의 주기율표에 원소는 번호순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성질이 비슷한 것들이 주기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기율표 사각형은 기본적으로 총 7열, 18행으로 구성되는데 열은 주기라고 하고 행은 족이라고 부른다. 원소는 기체, 액체, 고체의 상태로 존재하며 금속원소도 있고 금속이 아닌 비금속 원소도 있다.   여기서 원자와 원소의 뜻 차이를 살펴본다. 같은 것을 일컫는 말이지만 모양이나 개수를 말할 때는 원자라고 하고, 종류를 이야기할 때는 원소라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본 원소 92개를 포함해서 총 118개다.     전기의 성질상 같은 +전기와 +전기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데 이를 척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양성자가 한 개인 수소 원자 두 개를 붙여서 양성자가 두 개인 헬륨 원소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각각의 수소 원자핵 속의 양성자는 서로 +전하를 갖기 때문에 반발하려는 척력이 생긴다. 이 척력을 이기고 억지로 여러 양성자를 하나의 핵 속에 묶으려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므로 다른 원소가 만들어지려면 빅뱅 때나 초신성 폭발, 혹은 별의 내부와 같은 우주적인 요인이 주를 이룬다.     아직도 원소주기율표에 대한 논쟁거리는 남아있는데 화학으로 밥 먹고 살지 않는 불쌍한 수험생들이 총 118개나 되는 원소를 순서대로 다 외어야 하는가다. 혹자는 원자번호 1번 수소(H)에서 20번 칼슘(Ca)까지만 알면 된다고 한다. 어쨌든 한국에서 입학시험 공부를 했던 사람들에게 원소주기율표는 악몽이었다. (작가)         박종진원소주기율표 박종진 수소 원자핵 과학 이야기 비금속 원소

2025.01.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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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우주 식민지

혹독한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 민족에게 식민지란 말은 거부감이 있다. 그래도 미래 어느 날 인류가 지구 밖 천체에 살게 되면 그곳은 자동으로 지구의 식민지가 된다. 지금 우리 눈에 들어온 우주 식민지 후보는 달과 화성인데 달까지는 로켓으로 3일이면 가지만, 화성은 최첨단 로켓으로 7달 정도 걸린다고 하니 아직은 넘보기 힘든 곳이다.   달이나 화성 같은 곳에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필요한데 다행히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 대량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대기가 없으면 기온의 변화가 심해서 달에서 밤에는 섭씨 영하 200도 아래로 내려가고 낮에는 비등점을 웃돈다. 밤낮의 일교차가 섭씨로 300도가 넘는다는 말이다.     물론 현대 과학기술로 실내에 살기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는 일명 테라포밍(지구화)을 해야 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물은 달 남극에 있는 풍부한 얼음을 녹여 사용할 수 있고 그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숨 쉴 수 있는 산소도 만들 수 있다.   달에 건물을 짓기 위해서 지구에서 건축자재를 가져가는 것은 일도 많고 전혀 경제적이지도 않다. 그곳 토양에서 건축에 쓸 수 있는 재료를 찾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달과 화성은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에 그냥 노출된다. 그런 해로운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지 않으려면 두꺼운 콘크리트로 지붕을 덮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땅속에 굴을 파거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천연 지하 동굴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도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풍이 걸러지지 않고 그냥 달 표면에 떨어져 쌓이다 보니 헬륨-3라는 물질이 곳곳에 널려있다. 헬륨-3는 중수소와 핵융합 반응을 하여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물질인데 중수소는 지구의 바닷물에 풍부하다. 어쩌면 우리의 에너지 위기를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원의 보고다. 게다가 첨단 전자기기에 꼭 필요한 희토류도 달에 많아서 지난 반세기 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있던 달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달의 남극 지방은 물을 구하기 쉽고 일교차도 훨씬 적어서 모두 탐내는 곳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인도가 미국과 러시아 같은 선발 주자를 제치고 2023년 달 남극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중국이 사상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여기에 일본까지 달에 착륙해서 지금까지 세계에서 그 다섯 나라가 달에 착륙하는 쾌거를 올렸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지구에서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이 달에 가면 10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중력이 약하니까 달을 떠나는 로켓은 당연히 그만큼 연료 소모가 적기 때문에 우주로켓을 발사할 경우 지구에서 발사하는 것보다 달에서 발사는 편이 훨씬 쉽고 경제적이다.   미국은 1969년에 이미 달에 첫발을 디뎠지만, 너무 돈이 많이 들고 안전한 착륙 지점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달 탐사와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최근에 달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다시 달에 관심을 두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후발 주자였던 중국과 인도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앞서는 형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식민지 과학 이야기 현대 과학기술

2025.01.0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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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공상과학 드라마 우리 태양계

2024.08.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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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지구 42억년 전에도 지금처럼 강한 자기장 작동

지구를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으로부터 지켜주는 자기장이 약 42억년 전부터 작동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구가 형성되고 약 3억5천만년밖에 안 된 시점으로 지구 자기장의 역사를 7억5천만년가량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자기장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지구는 물과 대기를 유지하지 못해 화성처럼 되고 만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환경과학과 존 타두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호주 잭힐에서 발견된 지르콘 결정체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 이런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현재 지구의 자기장은 고체로 된 지구 내핵의 열이 액체 금속으로 된 외핵을 휘돌게 해 전류를 생산하고 지오다이너모(geodynamo)가 작동해 이를 자기장으로 바꿔주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약 5억6천500만년 전에 내핵이 굳으면서 새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그 이전에는 내핵이 형성되지 않아 자기장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연구팀이 지르콘 결정체를 분석한 결과, 아주 오래전 태고대(hadean)에도 자기장이 존재했으며 자기장의 세기도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르콘 결정체는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0.2㎜크기에 불과하지만 최초 형성 당시의 지구 자기장 방향과 강도 등을 그대로 담고 있다. 분석대상이 된 지르콘은 약 30억년 전에 형성된 바위 안에서 발견됐지만, 실제 형성 시기는 42억년 전으로, 지구 물질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지구의 내핵 형성 이전에는 지구 내부의 산화마그네슘에 의한 화학 작용이 강한 자기장을 형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2020.03.08. 17:30

[과학 이야기] '발해의 춤추는 공룡' 1억2천만년 전 화석 발굴

약 1억2천만년 전 새와 공룡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새로운 종(種)의 공룡 화석이 중국 동북부에서 발굴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 공룡에게는 '보하이(勃海)의 '춤추는 공룡'(舞龍)이라는 뜻으로 '우룽 보하이엔시스'(Wulong bohaiensis)라는 학명이 부여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이 박물관의 애슐리 파우스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룽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해부학기록'(The Anatomical Record) 최신호에 실었다. 이 화석은 약 10년 전 '러허'(熱河) 지역에서 발굴된 뒤 랴오닝성 다롄(大連) 자연사박물관수장고에 보관돼 왔으며, 파우스트 박사팀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러허 생물군(Jehol biota)에서는 다양한 생물 종 화석이 출토돼 왔는데, 특히 새와 새를 닮은 공룡, 익룡 등이 같은 서식지를 공유하던 곳이라 관련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룽은 보통 까마귀보다는 크고 큰까마귀보다는 작은 덩치를 갖고 있으며, 뼈로 된 긴 꼬리를 달고 있다. 머리는 길쭉하고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으며 날개를 닮은 두 팔과 다리는 깃털로 덮여있다. 꼬리 끝에도 두 개의 긴 깃털이 달려있다. 우룽은 약 7천500만년 전 백악기 후기의 육식공룡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의 초기 친척으로 추정되며, 네 개의 날개를 가진 2족 보행 수각류 공룡인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에 가장 가까운 종으로 분석됐다. 벨로키랍토르는 아시아에서 발견된 공룡 중에서는 가장 사나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2020.03.06. 18:58

[과학 이야기] 생명체 구성물질 '인(燐)' 지구 전달 과정 처음으로 확인

인(燐)은 인간의 DNA와 세포막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필수 구성물질 중 하나다. 이런 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에 도착해 생명체 출현에 힘을 보태게 됐는지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우주의 별 생성 지역에서 인 분자가 형성돼 혜성을 타고 지구로 왔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지구 생명체 출현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퍼즐 조각이 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위스 베른대학에 따르면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연구소(INAF)의 빅토르 리빌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의 생명체 출현에 '일산화인'(phosphorus monoxide·PO)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초정밀 안테나 66개로 구성된 전파망원경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집합체'(ALMA)를 통해 마차부자리에 있는 별 생성지역인 'AFGL 5142'를 집중 관측했다. AFGL 5142는 충분한 공간분해능을 얻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데다 태양이 형성된 곳처럼 크고 작은 별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거대한 구름이어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AFGL 관측을 통해 일산화인과 같은 인을 가진 분자가 대형 별이 만들어질 때 형성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원시 별에서 흘러나온 가스 흐름의 충격이 성간구름에 구멍을 만들고, 원시별의 자외선 복사에 의한 빛과의 화학반응이 구멍의 벽을 따라 인을 가진 분자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2020.03.05. 18:37

[과학 이야기] 그 쥐가 고양이 앞에서만 대담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은하는 약 135억년 역사에서 여러 개의 주변 은하를 병합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중 하나가 왜소 은하인 '가이아-엔켈라두스'(Gaia-Enceladus)인데, 태양 나이의 두 배에 달하는 고대 별을 통해 충돌 시기를 115억년 전으로 제시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태양계 연구소'에 따르면 버밍엄대학의 빌 채플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94광년 떨어진 인디언 자리의 별 'ν(누) Indi'(HR 8515)를 통해 우리은하와 가이아-엔켈라두스 은하의 충돌 시기를 특정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누(ν)는 그리스 알파벳에서 나온 것이다. 누 인디는 태양 크기의 세 배에 달하지만 질량은 태양의 85% 밖에 안 된다. 겉보기 밝기가 천왕성과 비슷해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며 이때문에 별에 관해 속속들이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 연구팀은 2018년 발사된 우주망원경 '테스'(TESS)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외계행성 탐색을 목표로 발사된 테스는 하늘을 일정 구역으로 나눠 장시간 중단없이 관측하며 별빛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별 앞을 지나는 행성의 존재를 파악하는데 연구팀도 이런 점을 이용한 것이다. 누 인디에는 딸린 행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테스가 장기간 관측한 별의 밝기로 표현된 별의 진동을 통해 누 인디의 형성 시기를 정확히 파악했다.

2020.03.04. 20:53

[과학 이야기] 그 쥐가 고양이 앞에서만 대담했던 것은 아니었다

쥐는 고양이를 종말숙주로 한 기생충인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행동이 대담해지면서 포식자인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이런 쥐들을 쉽게 잡아먹고 배설물을 통해 더 많은 톡소포자충을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기생충을 이용한 조종의 교과서적 사례가 돼왔는데, 감염된 쥐가 꼭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만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물 의학 저널 출판사인 '셀 프레스'에 따르면 제네바대학 유전·진화학과 이반 로드리게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톡소포자충이 감염된 쥐의 고양잇과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동과 신경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과학 저널 '셀'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톡소포자충은 단세포 기생충으로 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혈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인간 역시 감염 대상이어서 톡소플라스마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심할 경우 임신부의 유산을 유발하고 HIV 감염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했을 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조현병이나 파킨슨병, 양극성 장애 등과 같은 여러 정신병의 위험 요소라는 주장도 제기돼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 쥐의 톡소포자충 감염이 고양잇과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만 선택적으로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십자 고가 미로' 실험에서 감염 5~10주 된 쥐는 감염되지 않는 쥐와 비교해 양쪽에 벽이 없는 고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새로운 환경에서도 탐험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03.03. 18:23

[과학 이야기] 태양계 이전 약 70억년 된 우주먼지 담은 최고(最古) 운석 확인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운석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전인 약 50~70억년 전의 우주먼지(우주塵·stardust)가 확인됐다. 이는 지구에서 발견된 고체 물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지구물리학 부교수이자 이 박물관 큐레이터인 필립 헥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태양이 형성되기 이전의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운석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운석은 1969년 9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약 100㎞ 남쪽에 있는 머치슨 인근에 떨어졌으며, 시카고 대학 측이 운석에서 태양계 형성 이전의 알갱이를 추출했다. 연구팀은 건초더미를 태워 바늘을 찾는 것처럼 운석을 산(酸)에 녹여 불순물을 없애고 태양 이전의 알갱이를 확보했다. 태양 이전의 알갱이는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 중 약 5%만 갖고있을 정도로 드물며, 큰 것 수백개를 뭉쳐놔도 마침표 하나 크기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태양계 이전 상황을 담고있어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태양계 형성 이전 알갱이가 우주를 돌아다니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線)에 노출된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어떤 형태의 별에서 나오고,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파악했다. 일부 우주선은 우주 알갱이의 광물과 상호작용해 새로운 원소를 형성하는데 우주선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더 많은 원소를 만들어내는 점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를 폭풍우 속에 내놓은 양동이에 비유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을 가정할 때 양동이 안에 모이는 물은 빗속에 얼마나 노출돼 있었는지를 말해주듯 알갱이 안에 있는 우주선이 만든 원소를 측정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2020.03.02. 17:59

[과학 이야기] 루시호 탐사 천체 위성 포함 8개로 늘어…역대최다

내년 말 목성과 같은 궤도를 도는 '트로이 소행성'군(群) 탐사에 나서는 '루시'(Lucy)가 방문할 천체가 8개로 늘어났다. 태양계 탐사 역사에서 탐사선 하나가 이렇게 많은 천체를 방문하는 것은 루시가 처음이다. 루시호 탐사를 준비 중인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에 따르면 루시가 12년 60억㎞의 여정 중 첫 번째로 찾아갈 소행성 '에우리바테스'(Eurybates)가 최근 위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이 위성까지 한꺼번에 탐사하기로 했다. 이 위성은 에우리바테스 밝기의 6천분의 1밖에 안 돼 처음에는 작은 점으로만 포착됐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HST)을 통해 세 차례의 시도 끝에 에우리바테스의 위성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 위성은 폭이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목성을 비롯한 외곽 행성을 만들고 남은 작은 천체들로 목성을 사이에 두고 두 무리로 나뉘어 목성과 같은 태양 궤도를 돌고 있다. 두 무리는 태양과 목성의 중력적 균형으로 안정된 두 개의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L4, L5)에 모여있다. 트로이 소행성군에 대한 탐사는 루시호가 처음으로, 태양계 원시 물질에 대한 연구는 태양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타임캡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루시라는 탐사선 명칭도 인류의 먼 직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애칭에서 따왔다. SwRI의 루시 탐사 책임연구원인 할 르비전 박사는 "탐사 대상 소행성 중 위성을 가진 천체를 골랐어야 한다면 에우리바테스를 선택했을 것"이라면서 "이 소행성은 수십억년 전 거대한 충돌이 낳은 가장 큰 잔해로 보인다"고 했다. 루시 미션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에우리바테스와 같은 소행성의 충돌이 종종 작은 위성을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에 나서는 루시호 여정(녹색선)© 제공: 연합뉴스트로이 소행성군 탐사에 나서는 루시호 여정(녹색선) 루시호는 내년 10월에 발사돼 두 차례에 걸친 지구의 '중력도움'(flyby)을 통해 L4로 가는데 그 과정에서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벨트의 천체 도널드요한슨을 탐사한다. 트로이 소행성은 2027년에 L4에 도착해 에우리바테스와 위성을 시작으로 4개 소행성을 2년에 걸쳐 본격 탐사한 뒤, 다시 지구를 거쳐 L5로 가 두 개의 소행성으로 구성된 천체인 '파트로클루스-메노에티우스'(Patroclus-Menoetius)를 찾아간다. 이를 통해 해왕성 궤도를 도는 카이퍼벨트의 얼음 천체를 닮은 P,D형 소행성과 소행성 벨트 외곽에서 발견되는 C형 소행성 등 모든 종류의 트로이 소행성을 탐사하게 된다. 루시는 2033년에 기본 탐사임무를 모두 마무리하지만 이후에도 6년 단위로 두 라그랑주 점을 오가며 탐사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HST)을 통해 세 차례의 시도 끝에 에우리바테스의 위성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 위성은 폭이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목성을 비롯한 외곽 행성을 만들고 남은 작은 천체들로 목성을 사이에 두고 두 무리로 나뉘어 목성과 같은 태양 궤도를 돌고 있다. 두 무리는 태양과 목성의 중력적 균형으로 안정된 두 개의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L4, L5)에 모여있다. 트로이 소행성군에 대한 탐사는 루시호가 처음으로, 태양계 원시 물질에 대한 연구는 태양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타임캡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루시라는 탐사선 명칭도 인류의 먼 직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애칭에서 따왔다. SwRI의 루시 탐사 책임연구원인 할 르비전 박사는 "탐사 대상 소행성 중 위성을 가진 천체를 골랐어야 한다면 에우리바테스를 선택했을 것"이라면서 "이 소행성은 수십억년 전 거대한 충돌이 낳은 가장 큰 잔해로 보인다"고 했다.

2020.03.01. 20:42

[과학 이야기] 인간과 유인원만 한다는 '남돕기' 회색앵무도 할 줄 알아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 줄 아는 것은 인간과 유인원만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회색앵무'(African grey parrot)도 남을 돕는 이타적 행동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져 이런 통념이 깨지게 됐다. 생물학 저널 '셀'을 발행하는 '셀 프레스'에 따르면 '막스 플랑크 조류학연구소'의 데지리 브루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회색앵무가 동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점을 확인해 셀의 자매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발표했다. 앵무는 까마귀처럼 몸집과 비교해 머리가 크고 짝을 맞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날개 달린 유인원'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까마귀의 경우 앞선 연구에서 사회적 지능을 갖고 있지만 다른 까마귀를 돕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브루크스 박사 연구팀은 앵무도 같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회색앵무와 '푸른머리 마코앵무'등 두 종(種)을 대상으로 토큰을 제시하면 견과류를 주는 상황을 설정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회색앵무만 동료 앵무가 견과류와 바꿀 토큰이 필요할 때 이를 건네줄 줄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색앵무는 8마리 중 7마리가 첫 실험에서 동료 앵무가 견과류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자발적으로 토큰을 건네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 이전에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것도 아니고 나중에 역할이 바뀌어 토큰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상황에서 토큰을 건넨 것이다.

2020.02.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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