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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진공

Chicago

2025.07.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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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연합뉴스]

[NASA=연합뉴스]

우리는 무엇이 없을 때 '텅 비었다'라고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사실 산소, 질소, 아르곤, 그리고 미량의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많은 것들로 꽉 차 있다. 아무것도 없는 진짜 공간은 진공(眞空∙vacuum)이라고 하는데 실험실에서 그 비슷한 상태를 만들 수 있지만, 100% 진공은 불가능하다. 은하 깊숙한 곳, 별과 별의 사이인 성간은 거의 완벽한 진공 상태라고 하는데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m씩 되는 정육면체 모양의 공간에 수소 원자 몇 개 정도 들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완벽에 가까운 진공은 지구상에서는 존재 불가능하다.
 
수학에서는 0이라고 하며, 불교에서는 무(無)라고 하는데 과학적 용어로는 진공이다. 진공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진공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음극선 실험을 하면서부터다. 공기 중에서는 음극선이 흐르지 않았다. 음극선의 흐름이란 다시 말해서 전자의 이동인데, 공기 속의 여러 입자가 전자의 이동을 방해했다. 그래서 공기가 희박할수록, 그러니까 진공에 가까운 상태일수록 음극선의 흐름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실생활에서 진공은 아주 중요하다. 빛을 내는 전구는 속의 공기를 없애서 필라멘트가 산화되지 않아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진공청소기가 있고, 진공포장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에 쓰이고 있다. 의미를 혼동하는 일이 많은데 어떤 용기 속에 공기를 뺐다고 진공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모든 물질, 즉 원자까지 모두 없어야 제대로 된 진공이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진짜 진공을 만드는 일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고전역학에서는 진공은 텅 빈 곳이었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진공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진공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좀 어려운 말 같지만, 진공 속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그럴 때 에너지와 빛이 나온다. 만약 진공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직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이 그 단계는 아니다.
 
지구와 달, 태양계, 은하 등 우주를 우주답게 유지해 주는 것이 바로 중력이다. 중력은 미시세계에서는 약한 힘이기는 하지만 은하나 우주의 규모에서는 가장 강한 힘이다. 중력 때문에 우리가 지구에 붙어서 살 수 있고, 여덟 행성이 태양이란 별을 공전하면서 태양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은하인 은하수의 크기는 그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덩치지만 중력으로 말미암아 모두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수조 개나 되는 은하가 모인 우리 우주도 중력에 의해서 서로 흩어지지 않고 우주의 모습을 지탱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가속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은하와 은하 사이가 점점 빨리 멀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좀 이상하다. 중력 때문에 서로 잡아당긴다면 당연히 은하와 은하 사이도 점점 가까워져야 할 텐데 멀어진다니 뭔가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과학자들은 중력을 이기는 어떤 힘, 즉 척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고 그 알 수 없는 힘을 밝히려고 했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그 모르는 힘에 암흑에너지란 이름을 붙였고 우주는 암흑에너지가 중력보다 커서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혹시 암흑에너지가 바로 진공 에너지가 아닌가 의심한다. 그런 과학적 추측이 과학 기술이 향상되면서 실험적, 관찰적 증거가 발견되는 것이 물리학의 발달 과정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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