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의 하위 개념인 입자란 존재하는 사물을 더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를 말하는데 그런 입자를 빛에 버금갈 정도로 속도를 올린 후 다른 입자에 충돌시켜서 물리학 분야나 생물학, 그리고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장치를 입자가속기라고 한다. 옛날에 사용하던 TV 브라운관도 입자가속기의 한 종류다.
거시세계를 취급하는 학문이 천체물리학이라면, 원자나 입자의 성질이나 움직임을 연구하는 미시세계를 다루는 학문을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크고 광대한 우주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 세상의 시작을 밝히려고 했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를 연구함으로 빅뱅의 비밀과 우주의 진화를 알 수 있게 됐다. 역시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은 서로 통하는가 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입자가속기라든가 특수상대성이론 등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은 상대성이론을 무시하면 정상 작동이 되지 않고, 암은 현재 사망자의 25%를 차지하는데 암 환자 치료 역시 입자가속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므로 상식적인 수준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입자가속기란 원자핵(+)이나 전자(-) 등 전기를 띤 작은 입자를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이용하여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오래 전 배운 원자의 구조는 중앙에 핵자가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모양이었다. 마치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움직임과 닮았다고 추측했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란 것을 찾아냈는데 바깥을 도는 전자와 함께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다.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자 우리가 가장 기본 단위라고 생각했던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작은 입자인 쿼크라는 것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야흐로 입자물리학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은 표준모형이라는 것으로 그런 미시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전자는 자신이 속한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중심의 원자핵 주위에 중첩된 상태로 마치 안개처럼 존재한다고 한다. 거기까지 길 안내를 했던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도 전자가 중첩되어 구름 같이 퍼져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대에 있는 CERN(유럽 핵입자물리학연구소)에는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있다. 지난 2012년 이곳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1964년 영국의 Peter Higgs는 137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났을 때 모든 물질에 질량을 주고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는 입자를 예견했다. 그 후 한국이 낳은 위대한 물리학자였던 이휘소 박사는 이 입자에 예견자의 이름을 붙여 '힉스 입자'라고 이름지었다. 약 반세기가 지나 상상 속의 힉스 입자가 입자가속기를 통해서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로써 16개의 기본 입자와 힉스 입자로 된 표준모형이 완성되었다.
빅뱅 당시의 에너지를 만들어서 실험하기에 우리의 과학 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다. 원자핵 속에서 작용하는 약력과 강력은 미시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입자를 그런 가까운 거리에서 제어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입자를 가속하면 운동에너지가 커지므로 가속기를 사용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입자의 내부가 궁금했던 우리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입자가 부딪혔을 때 튕겨 나가는 궤적을 연구하고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측정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입자가속기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