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로는 그냥 우주라고 구별 없이 쓰는 데 비해 영어에는 세 가지 다른 단어가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할 때 우주는 universe지만, 좀 더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우주는 cosmos라고 하며, 실제로 우주선이 나는 공간은 space라는 단어를 쓴다. 그중 cosmos의 원뜻은 질서인데 피타고라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피타고라스는 우주가 혼돈(chaos)의 상태가 아니라 어떤 질서(cosmos)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가 보다.
얼마 전에 '콘택트'란 영화가 있었다. 칼 세이건 원작의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공상과학 영화다. 칼 세이건은 유명한 천문학자로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 혈통의 미국인으로 원래는 대학교수였지만 그가 제작한 《코스모스》라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이다. 같은 해에 동명의 책 《코스모스》를 출판했는데 지금까지 나온 과학 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소설 콘택트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을 보았지만, 정작 영화 개봉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하지만 영화 콘택트는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았고 코넬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쳤는데 NASA의 여러 우주 탐험선 계획에 참여했으며 특히 보이저호에 실린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인 골든 레코드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는 1980년 동명의 책이 출간되기 한 달 전에 방영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총 13편으로 편성된 이 시리즈는 10년 후에 다시 수정 보완되어 방영되었는데 나이 든 칼 세이건이 다시 출연하여 그간의 과학 발전상을 소개하고 자신이 전에 예측했던 것들에 대한 수정과 보완을 했다. 첫 편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개정 편은 크게 개작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칼 세이건이 죽은 후 자칭 타칭 그의 후계자로 불리는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은 칼 세이건 미망인의 도움으로 《코스모스》 후속작을 내놓았다. 이미 방영된 《코스모스》와 구별하기 위해서 1980년에 방영된 칼 세이건의 첫 번째 것의 제목이 《Cosmos: A Personal Voyage》여서, 2014년에 방영된 닐 타이슨의 두 번째 것은 《Cosmos: A Space Time Odyssey》라는 부제를 붙였다. 마지막은 칼 세이건의 미망인 앤 드루얀의 《Cosmos: Possible Worlds》로 2020년에 나왔다. 세 작품 모두 13부작으로 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 특히 천체물리학은 전공하는 사람들만의 영역이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멀고 어려워서 아예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천문학을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해설하여 높은 담을 없앴다. TV 프로그램인 《코스모스》에 직접 등장하여 우리 관심 밖에 있던 우주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여 과학의 대중화를 이룬 것이 그의 업적이다. 그냥 과학적인 설명이었으면 Universe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겠지만, 칼 세이건은 일반인에게 우주를 소개하면서 방대한 우주 속에 있어서 우리 인류의 존재와 미래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다루었다. 그는 우리 역시 코스모스의 일부라고 했다. 엄청난 우주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류도 우주(Cosmos)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작가)